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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미트 브레이커-348화 (348/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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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장

일부러 진우의 전언을 내뱉으며 시간을 번 하린은 이마에서 느껴지는 통증을 확인하며 자신의 부상 정도를 확인하였다.

일본도 날 끝에 이마가 베이면서 피가 흘러나왔지만, 아슬아슬하게 피한 덕분에 큰 부상은 아니였다. 피부만 약간 갈라진 수준?

'흉터 남으면 안될텐데.'

얼굴에 칼자국, 그것도 이마에 흉터가 난다면 여자에게 있어서 그야말로 치명적이다.

물론, 지하드의 의료 시설로 치료받으면 문제는 없겠지만, 그렇다 해도 끔찍한 흉터가 남는다는 경험 자체는 사양하고 싶은게 하린의 속마음이였다.

그렇게 두 여성이 서로를 노려보며 공격의 기회를 노리기 시작하였고, 가장 먼저 움직인것은 아이리였다.

타타탓--!

신체 강화자로서 염동력자와 싸울때는 두 가지만 명심하면 공략의 절반은 끝난다고 봐도 좋다.

첫번째는 절대로 거리를 벌리지 말 것. 근거리를 피하는 것이야말로 염동력자들이 가장 원하는 부분이다.

두번째는 절대로 시간을 주지 말 것. 염동력자의 활용도는 모든 이능력중에서 가장 자유롭기에 상상력의 힘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생각할 수 있는 여유를 주지 않고 공격한다!

"핫!"

펑!

아이리와 정반대의 전술을 사용해야 하는 하린은 뒤쪽으로 몸을 날리며 손을 총 모양처럼 만들면서 공기를 압축시켜 발사하였다.

사악!

눈 앞에서 공기가 일그러진 형태로 무언가가 자신을 향해 날라오자 반사적으로 일본도를 휘두른 아이리의 모습은 얼핏 보기엔 너무나 멍청해 보였다.

아무리 뛰어난 검술 실력을 지니고 있으며, 어떤것이든지 베어낼 수 있는 검이라 하더라도 바람까진 베어낼 수 없기 때문이다.

파앙!

하지만, 아이리의 일본도가 공기로 이루어진 탄환을 베어내자, 총알 형태로 압축된 공기가 풍선 터지는 소리와 함께 사방으로 퍼져나가며 아이리의 머리카락을 휘날렸다.

"칫! 정말이지 유물 무기는 귀찮다니깐!"

하린은 투덜투덜 거리며 더더욱 많은 바람의 탄환을 쏘아냈지만, 아이리는 조금도 속도를 늦추지 않고 일본도를 휘두르며 자신을 향해 날라오는 공격을 무산시켰다.

세간에서 유물이라고 불리우는 무기들은 하나같이 일반적인 무기들보다 뛰어난 성능을 지니고 있으나, 각 유물마다 독특한 특수 효과들이 있다는건 기본 상식이다.

하지만, 그것외에 모든 유물급 무기들이 가진 특성중 하나가 있는데, 염동력으로 이루어진, 혹은 뭉쳐있는 것을 베어내면 염동력의 힘까지 베이면서 그 형태를 잃게 만드는 힘이 있다.

유물을 가진 빌런들과 싸우면서 그러한 경험을 몇차례 겪었던 하린은, 아수라 급의 괴수, 낫 족제비에 앞다리로 만들어진 일본도를 휘두르며 달려오는 아이리를 향해 계속해서 공기를 압축시킨 탄환을 발사하였다.

펑! 펑! 펑! 펑!

공기를 압축시킨 네 발의 탄환이 팔, 무릎, 복부, 머리 각기 다른 부위를 향해 날라왔지만,

스삭! 쐐엑!

아이리는 속도를 늦추지 않고 가볍게 두 번 휘두르며 복부와 머리, 팔과 무릎으로 날라오는 탄환을 베어내며 달려들었다.

파앙! 팡! 팡! 팡!

압축된 공기가 퍼지면서 그녀의 단정하게 정돈된 머리카락이 사방으로 흐트러졌지만, 휘날리는 머리카락 너머로 보이는 아이리의 시선은 사냥감을 노리는 육식동물처럼 하린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하린은 공원을 빙글빙글 돌면서 아이리와 거리를 벌리지도, 좁히지도 못하며 계속해서 견제 공격을 퍼부었지만, 그때마다 아이리의 일본도가 바람으로 이루어진 하린의 공격을 베어냈다.

그렇게 십여분동안 술래잡기를 하듯이 공원을 오가던 두 여성의 공방전은 하린이 발걸음을 멈추면서 종지부를 찍었다.

"술래잡기는 이제 끝인가?"

아이리가 한심하다는 듯이 물어왔지만, 하린은 싱긋 웃으며 하늘을 향해 손가락을 가리켰다.

"!!"

아이리가 하린에게 집중한 덕분에 모든 공격을 상쇄시킬 수 있었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공원 전체를 뒤덮는듯한 바람의 화살들을 발견할 수 없었다.

"이번엔 내가 술래네?"

수백, 아니, 수천에 다다르는 유형화된 바람의 화살들이 그녀의 공격 신호에 따라 공원 전체를 뒤덮을 기세를 뿜었고, 아이리는 자신을 공원 중심부까지 유인한 하린의 계략에 의해 이제와서 전력으로 도주한다 해도 늦을것을 뻔히 알기에 허리를 낮추며 자세를 잡았다.

"주인님껜 저항이 너무 격렬해서 어쩔 수 없이 죽였다고 말할테니 안심하고 뒈져버려."

지금까지 싱글싱글 웃는듯한 표정과 목소리였지만, 마지막에는 아이리를 향한 증오로 일그러진 표정과 목소리를 감추지 못한 그녀는 하늘을 가리킨 손가락을 아래로 내렸다.

쏴아아아아아아---!!

투퍼퍼퍼퍼퍼퍽!!

공원 전체를 향해 우박처럼 쏟아지는 바람의 화살들.

바람의 화살들이 땅에 꽂힐때마다 공원의 잘 정돈된 바닥은 금이 간 논밭마냥 쩍쩍 갈라지기 시작하였고, 모든 바람의 화살이 쏟아진 이후에는 공원에서 제대로 된 형태를 유지한 물체가 없었다.

하린을 공격하기 위해 날린 일본도와 아이리 본인을 제외하면.

'저건 뭐지?'

수천의 화살 비가 내렸을때, 하린은 아이리가 황급히 연회색빛의 담요같이 생긴 무언가를 품안에서 꺼내더니 뒤집어 쓰는것을 목격하였다.

원래라면 온 몸이 구멍 투성이가 되어야 할 그녀가 담요같은 것을 뒤집어 써서 자신의 공격을 방어하는 모습을 확인한 하린은 다시 거리를 재차 벌리며 공격 준비를 마쳤다.

휘익!

그리고, 담요같은 연회색빛의 무언가를 자신의 몸에 두르기 시작하자, 마치 망토처럼 되었다.

아니, 처음부터 망토처럼 쓰기 위해 만든듯 싶다.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마치 어린 아이가 슈퍼맨 놀이를 하듯이 망토를 뒤집어 쓴거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능력자의 감은 평범하지 않은 물건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전에 공원 전체를 부순 바람의 화살을 막아내면서 구멍 하나 뚫리지 않은것부터가 평범치 않은 물건이지만.

"너만 이 질긴 악연을 끊기 위해 고대해온게 아니다, 풍사."

"헤에. 한마디로 나 전용의 공격을 막기 위한 방어구 같은거야?"

자신의 공격으로도 흠집하나 나지 않았다는것이 조금은 충격이였지만, 진우와 함께 다니면서 포커페이스 라는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된 하린은 아이리에게 넌지시 망토에 대해 물어왔다.

아이리 본인도 굳이 숨길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는지, 예상외로 망토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예전에 일본에서 출현한 아수라급 괴수, 낫 족제비는 무엇이든 베어버리는 앞다리도 강력했지만, 바람으로 이루어진 충격파의 공격이 더더욱 매서웠지. 바람을 다루는 마수의 가죽이라면 당연히 바람의 공격 또한 막을 수 있는 법이지."

"즉, 나를 잡기 위해 가져온거라 그거네?"

"그래서 말했잖나. 너만 악연을 끊기 위해 고대해온게 아니라고."

"후…후후후후……."

그 때, 아이리의 대사에 하린은 나지막히 웃음을 흘리기 시작했다.

"뭐가 그리 우습지?"

"우스운게 아냐. 기뻐서 웃는거야."

"기뻐서?"

대체 무슨 말을 하는건지 몰라서 잠시 고개를 갸웃거린 아이리를 향해, 그녀가 입을 열었다.

"혼자서만 악연이라느니, 필생의 숙적이라느니 떠벌이는건 꼴사납잖아? 그런데 너 또한 나를 죽이기 위해서 만반의 준비를 해왔다는 것이, 우리들이 서로를 죽이려는 의지로 가득차 있다는게 너무나 기뻐서 그래."

자신이 아이리를 증오하듯이, 아이리 또한 자신을 증오하고 있다.

때문에, 그녀가 자신에게 패배하였을때 느낄 굴욕과 패배감은 그 증오만큼 비례하여 커진다고 생각하니 하린은 웃음을 흘리고 만 것이다.

"자, 그럼 2차전으로 들어가볼까!"

쉬릭!

순간, 어느새 사방으로 흩어진 티타늄제 크레모아용 쇠구슬을 끌어모을 수 있을만큼 끌어모은 하린이 팔을 크게 빙글 돌리자, 모든 쇠구슬들이 그녀의 주변으로 날라들어왔다.

숫자는 대략 30~35 사이.

거대한 회오리에 휩쓸려 사방으로 흩어진것 치곤 상당히 많이 모인것 같지만, 실제론 곤죽이 된 시체에 박혀있는 쇠구슬들을 뺴내온 것이다.

그 중 몇몇개는 정말로 근처에 있던 것들이고.

"내 바람의 힘을 막는 낫 족제비의 등가죽이라……. 그런데 말야, 그 등가죽이 바람 외의 다른 공격까지 상쇄시킬 수 있는지 궁금해지는걸?"

우우우웅--

예전, 셀리와 대련을 할때 그녀는 쇠구슬을 화살촉처럼 사용하여 공격력을 강화시켰었다.

그 때처럼 티타늄제 쇠구슬들을 화살촉처럼 사용하며 이루어진 바람의 화살들을 만들어낸 하린은, 그녀와 대화하면서 준비의 시간을 만들어준 실책을 저지른 아이리를 향해 씨익 웃어보였다.

쐐에에에에엑!

아이리를 향해 날라가는 바람의 화살들.

모두 하나하나가 티타늄제 쇠구슬로 이루어져 있어 정통으로 맞으면 아이리라 하더라도 위험할 수 밖에 없지만,

씨익-

화살이 날라오는 와중에 하린이 웃어보인것처럼 아이리 또한 웃어보이며 자신의 망토를 잡아 휘둘렀다.

투파파파파팍!

쇠구슬을 촉으로 삼은 바람의 화살들이 낫 족제비의 등가죽을 무차별하게 때려댔지만, 약간 음푹 들어간 쇠구슬들은 등가죽을 뚫지 못하고 튕겨져나와 바닥을 나뒹굴었다.

"말했을텐데. 일본에서 출현한 '아수라급' 의 괴수라고. 겨우 이정도 공격이 통용됐다면 일본이 큰 피해를 입지도 않았을거다."

죽으면 이능력이 사라지는 인간과 달리, 괴수의 가죽, 껍질, 뼈, 이빨 같은 부산물들은 괴수가 죽어도 그 효능이 남아 있다.

한마디로 저 등가죽에는 아수라급 괴수의 방어력이 있다는 뜻.

나름 강하게 공격한건데 허망하게 막히자 하린은 처음으로 눈쌀을 찌푸렸다.

"아주 유물로 도배를 하셨네?"

"객관적으로 봤을때 내가 너에게 여러모로 불리한건 사실이니까. 불리한 부분을 도구의 힘으로 채운다. 그것이 인간의 지혜지."

아수라급 괴수의 부산물로 만들어진 일본도, 망토를 지니고 있는 아이리의 모습에, 하린은 귀찮다는듯이 혀를 차면서도 이래야 쓰러뜨리는 맛이 있다고 생각하며 전의를 다졌다.

"그럼 탐색전은 이걸로 끝내고 슬슬 제대로 시작해야겠는걸?"

"이쪽도 마찬가지다."

탐색전을 통해 서로의 전력과 전술을 대충 파악해둔 두 여성은 방금전과는 확연히 다른 기세를 뿜으며 서로를 노려보았다.

"참고로 말해두지만, 팔다리 한두개는 각오해두는게 좋을거야."

"그쪽이야말로 내 검에 목이 나가 떨어지는거나 조심하시지. 반드시 내 눈으로 네 년이 대일본제국의 씨앗을 받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고 싶으니까 말이야."

============================ 작품 후기 ============================

으으...슬럼프다...슬럼프가 왔다...

요즘 글을 쓰는게 너무 힘듭니다. 드디어 약 350화만에 슬럼프가 찾아온겁니다...그 빌어먹을 시골로 내려가지 말았어야 했어...

슬럼프를 극복하는건 휴식을 취하는 방법과 계속해서 글을 쓰는 방법이 있는데, 글의 퀄리티가 아직 괜찮다 라는 리플이 많으면 글을 쓰면서 슬럼프를 해결하고, 낮아졌다 라는 리플이 많으면 잠시 휴식 기간을 가지고자 합니다.

여러분들도 재밌는 소설이 갑자기 망가져가는걸 보고 싶진 않으시잖아요? 그러니 솔직하게, 허심탄회하게 저번편과 이번편의 퀄리티를 말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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