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미트 브레이커-349화 (349/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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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장

"흐흥~ 흥흥흥~"

사로잡은 후지미네의 신병을 조치한 후, 룰루랄라~ 스러운 발걸음으로 가볍게 움직이는 진우의 정면에서는 신호기를 통한 홀로그램 영상으로 페리샤가 무언가를 보고하고 있었다.

-…이상, 현재의 상황이였습니다.-

"응. 그려, 수고혔다."

현재 삼태극과 일본의 전투 상황을 페리샤로부터 보고 받은 그는 마치 노인처럼 구수한 말투로 대답했다.

-하린 양을 도우지 않아도 되겠습니까?-

"일단 하린이랑 아이리는 악연으로 시작한 인연이니까 자기들끼리 알아서 매듭 짓는게 최고겠지. 그래도 혹시 모르니 다른 애들에게 언제든지 원호를 할 수 있게끔 준비하라고 그래."

-예, 알겠습니다.-

지금 현재 가장 신경 쓰이는 하린과 아이리의 결투에 대해 조치한 진우의 대답에 페리샤는 알겠다고 짧막하게 대답하며 통신을 껐다.

현재 도쿄로 진격하려는 4로군은 데스 나이트 부대에 막혀 일본 자위대의 피해가 급증하고 있고, 노아와 셀리는 이번 도쿄 침공의 가장 중요한 임무중 하나인 자원 회수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었다.

자원 회수가 가장 중요한 임무라면 굳이 일반인을 죽이지 않아도 되지 않냐 싶겠지만, 감히 삼태극의 관대(?)하면서도 자비(?)로운 항복 조건을 뿌리친 일본을 통해 전 세계에 경고하려는 의미도 섞여 있었다.

그밖의 특이사항은 일본 자위대와 협력하지 않고 따로 도쿄를 구원하기 위해 찾아온, 국가의 억압을 뿌리치고 자신만의 정의를 추구하려는 히어로들이 도착하여 창귀들을 모두 격파하였고, 간헐적으로 셀리와 노아의 부대를 습격해오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녀들이 손쉽게 당할리는 없지만, 그래도 나름 고등급의 이능력자들도 끼어 있어서 나름 애좀 먹다가 데스 나이트들의 도움을 받아 사살하는데 성공하였다 한다.

거기다가 리엘루스가 니시죠 박사의 신병을 확보하고 실험실에 있던 괴수들의 핵을 뽑아먹어 진정한 아수라급의 괴수가 되었다는 보고등, 전체적으로 삼태극이 전장의 우위를 접하고 있었다.

"현재로선 우리쪽의 흐름이 강하네요."

"응. 나쁘진 않네."

페리샤의 보고를 확인하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어디론가 향하고 있던 진우의 곁에는 이실리아가 팔짱을 끼며 옆에서 보조를 맞추고 있었다.

"그건 그렇고 이건 좀 의외네. 설마 이실리아가 이렇게 농땡이를 피울 줄이야."

이실리아의 임무는 기본적으로 다른 노예들과 같이 학살극을 펼치는 것이지만, 그 이후의 임무는 다른 노예들처럼 공장을 털어서 자원 수집을 하는게 아니라 자유롭게 행동하다가 페리샤의 지원 요청을 듣고 아군을 구원하는 별동대의 목적이 강했다.

"농땡이라뇻! 어차피 '목적' 을 거의 이뤘으니까 남는 시간동안 진우씨와 함께 있고 싶어서 그런거예요!"

"하긴. 것도 그렇지."

솔직히 말하자면 데스 나이트들이 뚫려서 4로군이 도쿄로 몰려와도 상관없다.

이미 삼태극의 이번 목적은 달성했으니까.

이제 남은것은 마지막 한가지만 달성하면 이번 일본 습격은 대성공으로 마무리를 짓게 된다.

"아, 도착했다."

그렇게 이실리아와 담소를 나누며 어디론가 향하던 진우의 발걸음이 한 건물 앞에 멈췄다.

도쿄에서 약간 구석진 방향에 있는 낡은 빌딩.

특별히 눈에 띄는 점은 없었지만 굳이 찾아보라면 유리로 이루어진 입구 푯말에는 '내부 수리중' 이라고 써져 있었고, 입구가 잠겨 있었다는 부분이였다.

하지만, 페리샤의 보고에 의하면 이 곳은 그냥 평범해보이는 낡은 빌딩이 아니다.

"여기서부턴 나 혼자 갈테니까 너는 다른 애들좀 도와주고 있어."

마음같아선 진우와 더 오랫동안 함께 있고 싶었지만, 예전에 주제넘게 나서다가 혼줄이 난 기억 덕분에 넘어서지 말아야 할 한계선을 알게 된 이실리아는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팔짱을 풀며 몸을 공중에 띄웠다.

"그럼 저는 하린양에게 가볼께요."

"응. 그런데 왠만하면 하린이가 스스로 아이리를 꺽게 내버려둬. 진짜 위험하다 싶을때만 나가서 도와주는거야. 알겠지?"

"예."

질기디 질긴 악연을 드디어 자신의 손으로 매듭지을 수 있는 기회가 왔는데 다른 사람이 끼어들어서 훼방을 놓는다면, 적이든 아군이든 하린의 분노를 사게 될 것이다.

진우가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배려심 많은 이실리아가 알아서 잘 하겠지만.

그렇게 이실리아가 하린을 지원하기 위해 몸을 날리자, 뒤이어 분위기를 깨지 않게끔 멀찍이서 다가오던 데스 나이트들도 이실리아를 따라 도로위를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자, 그럼 슬슬 시작해볼까나~ 허이짜!"

쨍그랑!

삐이- 삐이- 삐이- 삐이-

일단 다짜고짜 발차기를 날리며 유리로 이루어진 문을 깨부순 그는 시끄럽게 울려퍼지는 도난방지음에 눈쌀을 찌푸리면서 안쪽으로 들어섰다.

낡은 빌딩 1층에는 양 옆으로 2개의 문이 달려 있었는데, 일단 왼쪽 문짝을 힘으로 부순 그는 내부를 확인하였다.

여러가지 책상과 사무용품이 있는 평범한 사무실처럼 보였지만, 진우는 일단 안쪽으로 들어와 걸리적 거리는 물건들을 모조리 치우며 무언가를 찾는듯이 땅바닥을 차거나, 벽면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여기가 아닌감?"

난장판이 되도록 무언가를 찾던 그는 입맛을 다시며 반대편으로 향하였고, 똑같이 문을 부수기 위해 발로 걷어찼다.

쾅!

"음?"

분명히 왼쪽 문을 부술때와 똑같은 힘을 냈는데 부숴지지 않는 오른쪽 문짝의 모습에, 진우는 드디어 자신이 제대로 찾아왔다는 것을 직감하였다.

콰아앙!

전력을 쏟아부은 주먹질로 문을 부수자,

기이잉--! 기잉--!

천장과 바닥에서 수많은 터렛들이 튀어나와 진우를 조준하기 시작하였다.

"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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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에엥! 왜에에엥!

헤이세 총리는 벙커안에서 울려퍼지는 경고음에 당황하며 소리쳤다.

"무슨 일인가!"

"외부에서 누군가가 침입해오고 있습니다!"

"뭣!?"

당연한 소리지만 전쟁시에 대통령이나 총리 등등, 중요한 위치에 있는 정치가, 장교들이 피할 수 있는 벙커의 위치는 극비중에서도 극비다.

이게 일반인들에게도 알려진다면 그야말로 그 국가는 이미 막장이라 불러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겉으로 보기엔 평범하고 전략적으로도 쓸모가 없는 위치에 있는 낡은 빌딩에 누가 국가 기밀급의 벙커가 있겠다고 생각이나 하겠는가.

하지만, 이 당황스러운 상황에서도 훈련을 받아 냉정, 침착한 군인들은 발빠르게 대처하기 시작하였다.

"EIEW 웨이브 발동!"

"모든 대원들은 경계 태세로!"

적이 벙커로 침입하려 할때의 메뉴얼대로 움직이면서, 벙커 내부는 이능력자들이, 벙커로 오는 통로는 왠만한 이능력자들의 능력을 무효화시키는 EIEW를 가동시키며, 몸을 가려주는 엄폐물들로 보호받는 경호원들이 사격 준비를 하였다.

그렇게 모든 방어 준비가 끝나자, 벙커 내부에서는 통로의 상황을 영상으로 보내고 있는 CCTV의 화면에 수많은 사람들이 집중하고 있었다.

콰앙!

그 때, 마치 폭발이 일어난것 같은 충격음과 함께 지상으로 올라가는 사다리 위에서 무언가가 추락하며 바닥에 착지하였다.

"치우다!!"

"치우다!!"

특유의 붉은 악귀 가면의 모습에, 경호원들 몇몇은 이구동성으로 치우의 존재를 알렸다.

"오히려 좋은 기회다! 우리가 여기서 치우를 죽이는거다!"

경호원들중 가장 경험이 많은 베테랑의 목소리에 경호원들은 사격을 위해 권총을 겨누었지만, 헤이세 총리는 CCTV에서 치우의 모습을 확인하자 공포에 질리고 말았다.

"아…안 돼! 도망…도망쳐야해! 무라타 일급육장一級陸將(대장)! 당장 이 벙커를 버리고 후퇴한다!"

"예? 하지만 지금 치우는 EIEW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그건 헤이제 총리도 알고 있다. 통로에는 8등급까지의 모든 이능력자들을 일반인으로 만들어버리는 EIEW의 파장으로 가득차 있다는 것을.

아군의 사기 저하를 막기 위해 치우의 이능력이 그랜드 아크와 동급이라는 사실은 욱일승천의 중요 간부들만이 알고 있었기에, 벙커 안의 사람들은 평소에 당당한 헤이세 총리가 이렇게 겁을 먹는 모습에 실망한듯한 분위기의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닥쳐! 지금 당장 도망쳐도 늦는……!"

콰앙!

순간, 벙커 전체가 흔들리는것 같은 충격이 일어났다.

헤이세 총리의 비명같은 후퇴 명령에 잠시 화면에서 시선을 땠었던 사람들은, 갑작스런 충격에 반사적으로 무슨 상황이 일어났는지 확인하고자 CCTV의 모습을 확인하였다.

"어…어……!?"

3초.

헤이제 총리가 비명을 지르듯이 후퇴를 명령하면서 사람들의 시선이 그에게 몰린 시간이다.

그 짧은 시간동안 잠시 다른 곳으로 시선을 옮겼었던 사람들은 CCTV 너머로 피떡이 되어 쓰러진 경호원들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다.

꽈지지직!!

대체 뭐가 뭔지 몰라 어안이 벙벙하던 벙커 내부의 사람들은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몇미터나 되는 두꺼운 철문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경악하고 말았다.

"히…히익!?"

우직- 우지지직!

놀랍게도 경호원들이 막고 있던 방향의 철문이 '찢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쾅!

그리고 뒤이어 치우의 것으로 추정되는 두 개의 손이 문을 뚫고 튀어나왔고, 손은 위아래로 힘을 가하면서 은행 금고문보다 두텁고 더더욱 단단한 합금으로 이루어진 벙커의 철문이 두부처럼 으깨지며 위아래로 벌려지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사람 한 명이 들어올 수 있는 공간이 생겨나자, 철문 너머로 익살스런 미소를 짓는 악귀 가면의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곤니찌와~ 여기에 다들 있었네에~?"

"치…치우……!"

"헤이세 총리씨도 안…어라? 걸려부렸네?"

두터운 철문을 부수며 안으로 들어오려던 치우는, 엉망진창으로 부숴진 철문의 아래쪽 턱에 오른쪽 발등이 걸렸다.

"으아아아!"

그 때, 치우가 발등이 걸리면서 불안정한 자세를 취하자, 신체 강화자로 보이는 검은 양복의 남자가 전광석화처럼 달려들어 치우의 면상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지만,

펑!

치우는 불안정한 자세에서 가볍게 손을 휘두르며 달려들던 경호원의 머리통을 박살냈다.

투두두둑-

머리가 터지면서 살점과 뼛조각, 뇌수가 사방으로 튀었지만, 벙커 안의 사람들은 비명조차 내지 못하였다.

본능적으로 여기서 소리를 지른다면 죽는다고 느낀 것이다.

일부러 발등이 걸리는척 하면서 누군가가 달려들도록 유도한 그는, 기선 제압을 하면서 벙커 안으로 들어왔다.

그대로 학살을 펼칠줄 알았지만, 치우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총리가 않는 푹신한 가죽 의자에 앉았다.

"하아~ 편하구만. 역시 고급이라 그런가?"

마치 고급 의자를 처음 앉아본 사람처럼 몸을 앞뒤로 흔들며 의자의 편안함을 몸으로 만끽하던 치우의 모습에, 헤이세 총리가 죽음을 각오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죽일테면 죽여라. 하지만, 내가 죽어도 절대로 일본인의 정신은 꺽이지 않……."

"떡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혼자 뭐래?"

"…뭐?"

이미 벙커 안의 모든 사람들은 죽음을 각오하고 있었기에, 오히려 '얘는 뭐야?' 식으로 반응하는 그의 모습에 얼떨떨함을 감추지 못하였다.

하지만, 정작 치우 본인은 의자에서 일어서더니 벙커 내부를 슥 확인하다가 창고에서 비상 식량을 몇개 가져오더니 도쿄 전체의 상황을 확인하는 월스크린이 잘 보이는 자리로 이동하였다.

"통조림으로 되어있는 전투 식량은 첨 보는데? 오? 이건 포장지를 벗겨 먹는거네?"

그리고선 자리를 깔고 앉더니 비상 식량들을 개봉하더니 플라스틱 스푼과 포크로 음식을 섭취하기 시작했다.

"푸하! 어딜가나 전투 식량은 맛대가리 없지만 묘한 중독성이 있구나! 이거 추억이 살아나는 맛인걸?"

혼자 말하고 혼자 즐거워하는 치우는, 자신을 향해 집중된 사람들의 시선에 오히려 이상하다는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데 니들은 뭐하냐? 원래 벙커 안에서는 한가하게 놀고 먹어도 되는거였어? 내가 알기론 밖의 보고도 수시로 받아야 하고 꽤나 바쁜 자리라고 생각했는데?"

"……."

마치 상급자처럼 일 안하고 뭐하냐는 듯한 말투였지만, 오히려 그 대사는 벙커 안의 사람들이 치우에게 하고 싶은 말이였다.

상황실에선 각 부대의 보고가 수시로 올라오고 있었지만, 사람들은 그 보고를 보지도, 확인하지도 않은채 치우의 모습에 시선이 모여 있었다.

사람들의 시선을 무시하며 비상 식량 몇개를 해치운 치우는 배를 두드리며 만족스런 미소를 지어보였다.

"끅- 일본의 전투 식량도 아주 못 먹을 정도는 아니네."

이제는 쓰레기가 된 비상 식량의 잔해들을 남기며 몸을 일으키자, 이제는 정말 죽는구나 싶은 마음에 벙커 안의 사람들은 몸을 흠칫 떨었다.

"잘 먹었다. 그럼 잘 있어."

"……."

그리고선 자신이 왔던 통로로 다시 되돌아가기 시작한 치우.

사람들의 시선은 밖으로 나간 치우의 모습에 집중되었고, 그가 사다리를 타고 위로 올라가기 전까지 그에게 모든 시선이 집중되어 있었다.

"…방금…뭐였지……?"

치우가 사라지자 누군가가 방금전에 일어난 일을 이해하지 못한듯이 중얼거렸지만, 유일하게 단 한사람, 헤이세 총리만큼은 그가 무엇을 위해 이런 짓을 저질렀는지 뒤늦게 눈치챌 수 있었다.

"크윽…우리 따윈 얼마든지 죽일 수 있다 이거냐……!!"

그렇다.

그의 목적은 자신이 마음만 먹으면 일본의 수뇌부들을 모두 죽일 수 있다는 경고였던 것이다.

물론, 거기에는 경고뿐만이 아니라 수뇌부들의 전의를 꺽는 효과도 노리고 있었다.

"웃기지 마라! 나는! 일본은 절대로 너 따위에게 항복하지 않아! 절대로 항복하지 않는단 말이다아아아!!"

악에 받친 헤이세 총리가 비명을 지르듯이 소리를 쳤지만, 이미 치우의 모습은 사라진지 오래였다.

============================ 작품 후기 ============================

그래! 제가 왜 글이 안 써지는건지 이제서야 알겠습니다!

진우의 병신짓을 안 써서 그랬던겁니다!!

일반적인 사람들의 장면을 써서 병신짓 or 미친짓을 하는 진우가 그만큼 출현 빈도가 낮았던게 문제였다구요!

일본 정복후에 있을 야스쿠니 신사 개조를 생각하니 다시 필력이 되살아나는것 같은 기분이 드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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