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미트 브레이커-351화 (35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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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장

도쿄의 한 중규모 공장.

"으아아앗!"

금속 링이 여기저기 달려있는 붉은 가죽 자켓을 입고 금발로 머리를 물들인 화려한 차림의 남자는 이글이글 타오르는 불길에 휩쌓인 주먹과 함께 흑표범 형태로 변신한 셀리를 향해 달려들었다.

"폭려어어얼!"

진우가 들었다면 '와 씨바 잠깐만' 이라며 당황했을법한 대사를 내뱉은 금발 남자는 셀리의 몸통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쉭!

하지만, 셀리는 당황하지 않고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금발 남자를 향해 다리를 날렵하게 올려차듯이 휘두르며 발가락 끝에 난 상아색의 발톱으로 금발 남자를 향해 베어올렸다.

저 발톱에 얼마나 많은 동료들이 당했던가.

금발 남자는 상아색 발톱 끝에 네일 아트마냥 묻어진 붉은색 핏자국이 자신의 얼굴을 향해 다가오자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공격을 피하였지만,

꽈악!

"크웁!?"

셀리의 다리가 오무려지면서 금발 남자의 목덜미를 장딴지와 허벅지로 조이듯이 잡아챘다.

쉬익!

그리고 가볍게 땅을 박차듯이 점프하며 공중에서 4~5번 회전하더니 그대로 무릎을 꿇듯이 바닥에 착지.

콰득!

"께헥!"

금발 남자는 순간적으로 가해진 압력이 더해진 각력에 의해 목이 부러져 죽어버리고 말았다.

그는 일본에서 B랭크로 활동하고 있는 히어로, 레드 재킷 타치우치라는 남자였다.

염화력과 신체 강화 이능력을 지니고 있는 그는, 복싱 기술을 이용하여 문자 그대로 불주먹을 날리며 적을 공격하는 근접전 특화형이였다.

하지만, S랭크의 이능력자인데다 X-Force에서 수많은 이능력 테러리스트들을 상대로 경험을 쌓아온 셀리에겐 힘도, 경험도, 기술도 모든 것이 부족했다.

크카카카카캉!

"끄아아악!"

주변에서는 데스 나이트들이 공장을 방어하는 히어로들을 압도적인 공격력으로 거의 정리하고 있었다.

훅!

가볍게 발을 털어내며 수많은 이능력자들의 피가 묻은 발톱을 약간 깨끗하게 만든 셀리는 공장을 방어하기 위해 몰려온 이능력자들의 시체를 바라보았다.

'하긴, 대놓고 자원을 털어가려는 의도가 보였는데 생각이 있다면 공장 지대를 방어하겠지.'

아무리 도쿄가 넓다지만, 대형 축구장보다 더 넓은 크기의 함선이 자원을 빨아들이는 모습은 놓칠려고 해도 놓칠수가 없었다.

"크아아아아!"

그 때, 데스 나이트들의 공격을 받아 온 몸에 피를 흘리면서도 달려오는 이능력자의 모습에, 그가 어떤 능력을 지녔는지 몰라도 자신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셀리가 반격 자세를 취하려던 찰나,

타앙!

퍽!

멀찍이서 들려오는 총소리와 함께 달려오던 이능력자의 미간이 꿰뚫리면서 달려오던 속도로 인해 나동그라졌다.

자신의 머리 옆으로 총탄이 날라와 의지를 가진 생명체마냥 휘어져서 이능력자의 미간을 꿰뚫는것을 본 셀리는, 왠만한 염동력자들도 혀를 내두르는 컨트롤 능력의 주인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노아."

"슬슬 퇴각 시간이야. 아깝지만 여기는 포기하고 집결지로 가."

다른 미정부 히어로들의 공격을 받았는지, 모습을 가리기 위한 용도로 씌운 방탄복들이 넝마가 된 데스 나이트를 이끈 노아가 약간 지친듯이 사무적인 목소리로 다가왔다.

임무 시작 이후로 처음으로 만나게 된 아군의 모습에, 셀리는 반가운 기색으로 노아를 향해 입을 열려다가 그녀의 뒤쪽에서 함께 움직이고 있는 데스 나이트 무리 안에 있는 '예상치 못한 존재' 에 눈이 갔다.

"응?"

잠시 눈을 비비적거리고 다시 데스 나이트 무리 안에 있는 존재를 확인하였다.

상당히 큰 전투를 치뤘는지 정체를 가리기 위해서 입혀둔 방탄복들이 여기저기 뜯겨져 나가거나, 무언가 강력한 충격을 받아 터져나간듯한 구멍이 군대군대 새겨져 있었다.

그리고, 그 넝마같은 방탄복을 입은 데스 나이트 사이로는 온 몸이 묶여있고 눈과 입을 가려진 한 백인 남성이 읍읍 거리며 데스 나이트에게 짐처럼 짊어져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우리 임무에서 포로 확보는 없지 않았어?"

셀리의 물음은 당연한 것이였다.

눈에 띄는 인간은 국적불문,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모조리 죽이라는게 진우의 명령이였다.

그런데 어째서 굳이 포로를 잡아왔단 말인가?

하지만, 노아에게도 할 말은 있었다.

"이 남자가 갑자기 자신은 삼태극에게 할 말을 전하기 위해 온 펜타곤의 요원이라면서 튀어나왔거든. 게다가 우리 전함의 이름을 말하지 뭐야?"

"에?"

전 세계는 지금 삼태극이 운용하고 있는 전함의 정체가 무엇인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당연하게도 그들의 노력은 아무런 성과가 없었고, 이 전함이 살라딘의 유산이라는 것 자체를 아는 사람이 극소수에 불과한데 전함의 이름을 맞췄다?

그렇게 된다면 노아뿐만이 아니라 누구라도 그를 포로로 붙잡아 대체 어떻게 전함의 이름을 알게 되었는지 추궁하는게 우선이리라.

"으으읍! 읍읍!"

백인 남성은 뭔가 말하고 싶다는듯이 읍읍 거렸지만, 노아는 그런 그를 향해 싸늘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닥쳐. 귀찮게 굴면 뇌만 뽑아갈테니까."

"……."

역시 한때는 거친 용병 생활을 통해 한 성깔을 하던 여장부답게 험악한 소리를 내뱉자, 백인 남성은 쥐죽은듯이 입을 다물고 축 늘어졌다.

"일단 집결지까지 가자. 지금쯤 다들 모이고 있을거야."

그렇게 포로의 입을 다물게 만든 노아의 모습에, 역시 더러운 성질로 유명하던 작열의 마탄이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채워진 셀리는 데스 나이트들을 수습하고 후퇴를 위해 집결지로 이동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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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태극의 전력은 모두 후퇴하였다.

아니, 정확히는 소총을 들고 있던 수수께끼의 해골 병사들과 그들을 지휘하던 삼태극의 조직원들은 도쿄 상공에 있던 전함과 함께 사라졌으나, 거대한 망치처럼 변한 양 손을 휘두르는 나무 괴물들만을 남겨두었다.

나무로 이루어져 있다는것을 감안하여 소이탄과 폭격을 통해 나무 괴물들을 처치하는데 성공한 일본 자위대였지만, 그들이 도쿄로 진입하였을때는 그야말로 모든게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이후였다.

길거리에 널부러진 민간인들의 시체. 성한 부분을 찾기가 더 어려울 정도로 만신창이가 된 건물들. 삼태극에게 저항하고자 달려든 병사들과 이능력차들이 처참하게 짓이겨진 시체들이 뒤늦게 도쿄에 도착한 자위대에게 패배감을 안겨다주었다.

하루.

겨우 하루만에 일본의 수도인 도쿄가 회생 불가능할 정도로 삼태극의 손에 의해 철저히 망가져버렸다.

하지만, 아직 그들이 경악할 일이 남아있었다.

후지산 동북쪽에 위치한 아오키가하라 수해(나무로 이뤄진 바다樹海)가 완전히 말라 비틀어진 모습이 포착된 것이다.

자살의 명소라고 불리우며, 일본에서 가장 위험한 장소중 하나인 아오키가하라 수해.

한번 들어가면 나오기가 어렵고, 인간의 생존에 위협을 가하는 요소가 많은데다 수해라는 이름이 붙을정도로 넓은 산의 절반 이상이 마치 죽음의 땅이 된 것 마냥 모든것이 말라비틀어져 버렸다.

나무들은 툭 건들면 부서질 정도로 매말랐고, 땅은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식물을 키우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정도로 흙의 색깔이 회색빛으로 물들었다.

관련 전문가들은 과학적으로 접근해봤지만 마치 누군가가 모든 생명을 빨아들인것처럼 하루만에 죽음의 땅이 되어버린 아오키가하라 수해의 현상을 이해하지 못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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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아에 의해 포로로 붙잡힌 백인 남성은 그야말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샅샅히 수색을 받게 되었다.

그가 일부러 포로로 잡혀서 지하드의 위치를 알아낼 수 있는 추척기나 도청기를 가져올 수 있다고 판단하여, 원래 그가 입고 있던 옷은 소각 처리하고 지하드에 구비되어 있던 평상복으로 갈아 입혔다.

거기다가 은밀한 부위에 추적기나 도청기를 숨길 수 있다고 판단하여 기계 탐지기로 은밀한 부위까지 모두 확인을 하고 나서야 그는 치우와 대면할 수 있게 되었다.

함교에서 가장 고급스러운 함장의 자리에 앉아서 포로를 기다리고 있던 치우는 양 손이 묶인데다 EIEW 리미터까지 착용된 백인 남성이 함교 안으로 들어오자 의자를 빙글 돌리며 포로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나는 펜타곤 소속의……."

"쯧. 포로가 포로다운 맛이 없어."

드디어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고자 자기 소개부터 시작하려던 백인 남성이 입을 열려 하였지만, 치우는 뭔가 불만이라는듯이 나지막히 입을 열었다.

"꿇어."

퍽!

"큭!"

백인 남성을 끌고오며 그의 뒤쪽을 점한 남궁 신이 그의 무릎을 걷어찼고, 갑작스런 고통에 백인 남성은 신음성을 흘리며 무릎을 꿇고 말았다.

"이제야 포로다워졌군. 그래, 이름이 뭐라고?"

"……."

치우와 만난지 1분도채 안됐지만, 포로로 잡힌 백인 남성은 상상했던것보다 더 폭군다운 기질을 보이는 그의 모습에서 현대인이 가져야 할 기본적인 교양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하지만, 그는 펜타곤에서 삼태극과의 핫라인을 연결시키기 위해 지원된 요원으로, 성격이 괴팍한 이능력자들과 많이 상대해봤기 때문에 평정심을 되찾고 자신의 소개를 시작하였다,

"저는 펜타곤 소속의 요원, 엠버스 죠나단입니다."

"그래, 죠나단씨. 일단 내가 할 질문은 두가지야. 첫번째는 왜 우리와 접촉하려는 것인가, 두번째는 이 전함의 이름이 지하드라는 것을 어떻게 알았느냐다."

그리고선 머릿속을 정리하는지 잠깐동안 뜸을 들인 죠나단은 다시 입을 열었다.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제가 말한 펜타곤은 미국 정부의 펜타곤이 아니라 이능력자들의……."

"오케이. 알아들었으니 그건 패스."

"…예. 펜타곤에서는 예전부터 10등급의 예지 능력자의 예언을 통해 미래에 외계인들이 지구 정복을 위해 찾아온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치우는 이야기를 경청하겠다는듯이 의자에 몸을 맡기며 편한 자세를 취하였고, 죠나단은 계속해서 펜타곤이 삼태극과 접촉하려는 이유를 설명했다.

"살라딘 또한 그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그는 모든 지구인들의 힘을 합쳐 대항하는것이 아니라, 오버 테크놀러지를 이용하여 세계를 정복한 후에 외계인과 대항하겠다고 판단하여 지하드를 설립……."

그 이후로 마스지드로부터 알고 있었던 사실들이 죠나단의 입에서 나왔다.

그렇게 조용히 듣고 있던 치우는 손바닥을 펼치며 그의 입을 막았다.

"잠깐만. 어떻게 펜타곤이 그정도까지의 정보를 알고 있지?"

"실은 살라딘의 행보를 못마땅해 하던 지하드의 조직원들이 펜타곤에 투항하여 그 사실을 알려줬기 때문입니다."

"호오."

지하드의 투항자가 펜타곤에 있다는 것은 극소수만이 알고 있는 사실이였지만, 펜타곤에서는 삼태극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해서 이러한 사실들을 죠나단에게 발언해도 된다는 허가를 내주었다.

"그래서 펜타곤은 살라딘의 유산이자 외계인의 전함인 이 지하드를 가진 우리와 손을 잡고 싶다 이거로군?"

죠나단의 말은 이미 알고 있거나 영양가 없는 것들을 제외하고 말하자면, 전 세계에 힘이 있고, 이 사태를 심각성있게 보는 이들끼리만이라도 모여서 회의를 해보자 라는 것이였다.

"예. 그 뿐만 아니라 다른 거대 조직들의 수장들에게도 협력 관계를 제의하였고 몇몇은 동의를 하였습니다. 참고로 말하자면 함정이라 의심되신다면 경호원들을 완전 무장해서 군대 단위로 끌고 오셔도 좋다는게 펜타곤의 입장입니다."

"호오."

완전 무장한 군대 단위로 경호원들을 끌고와도 된다는 소리는, 자신들에게 꿍꿍이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면서도 그런 군대가 와도 충분히 처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출이였다.

'펜타곤이라……. 앞으로 상대해야 할 놈들인데 얼굴 정도는 봐두는게 좋겠지?'

얼굴도 모른채 싸우는건 답답해하는 성격인 진우는, 이번 기회에 자신의 정복 활동에 가장 큰 방해물이 될 펜타곤의 수장 면상을 확인해보기로 결정하였다.

"시간과 장소는?"

"충분히 생각하고 준비할 여유를 드리고자 일주일 후에 있는, 펜타곤에서 마련한 협상 테이블에서 모이기로 했습니다. 장소는 제가 알고 있습니다."

그렇게 죠나단으로부터 들을 수 있는 모든것을 듣게 된 치우는 포로가 무슨 말을 하는지, 그가 어떤 수작을 부릴지 감시하기 위해 모인 삼태극의 간부들을 향해 의자를 박차듯이 일어서며 입을 열었다.

"모두 들었나! 펜타곤이 마련한 자리이며 내노라 하는 조직의 수장들이 모이는 회의의 장이다! 적어도 한 국가의 항복은 받아내지 못한다면 내 위신이 서질 않는단 말이다! 앞으로 일주일! 일주일 안에 일본의 항복을 받아낸다!"

"……!?"

죠나단은 갑작스럽게 일주일 안에 일본의 항복을 받아내겠다는 치우의 발언에 두 눈이 희둥그래졌다.

일반적이라면 일주일동안 전쟁 활동을 멈추고 회의에 나설 준비를 해야 정상이건만, 그는 오히려 일본의 항복을 받아내지 못한다면 망신당할 것이라는듯이 부하들을 재촉하고 있는 것이다.

"페리샤! 미사일들을 더 많이 생산해라! 필요하다면 핵폭탄도 좋다! 만약, 일주일 안에 일본의 항복을 받아내지 못한다면 일본 전역에 모든 미사일들을 발사하여 모든 산업기반들을 무너뜨려 일본이라는 나라를 붕괴시키는거다!"

"예!"

페리샤가 군기있게 대답하자, 치우는 다른 간부들을 향해 독려하듯이 소리쳤고, 그런 그의 모습에 죠나단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이 자…정보부가 파악했던것보다 더 잔인하고 흉폭한 지배자다……. 외계인의 침략보다 이 남자의 지배욕이 더 위험할지도 몰라.'

죠나단은 아직 모습은 커녕, 그림자조차 보지 못한 외계인보다 삼태극의 수장, 치우가 더 위험한 남자라고 생각하였으나, 모든 통신 장비를 빼앗겨 소각된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 작품 후기 ============================

표지를 바꿨습니다.

예전의 표지는 듄 시리즈 중에서 그나마 최신작인 배틀 포 듄(2001년작)의 하코넨 가문 인장이였지만, 이번엔 엄~~~~~~~~~~~~~~~~~~청 오래전 고전 게임인 듄2의 하코넨 가문 인장을 가져왔습니다.

22년이나 된 고전 게임, 그것도 제작 회사가 망한 상태.

여기서 신고가 먹힌다면 그게 더 용할 지경이군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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