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미트 브레이커-394화 (394/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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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장

펜타곤의 회의실.

거기에는 다른곳에서 미국 전체의 치안을 위해 활동중인 펜타곤의 리더들이 자신들의 얼굴 영상만을 띄어놓으며 그리핀, 그리고 그의 곁에 있는 이벨과 회의를 하고 있었다.

-일본건의 이야기로 미친놈이라는건 알고 있었지만 설마 전 세계를 상대로 선전포고를 할 줄은 몰랐는데.-

가장 먼저 입을 연 것은 젊고 괄괄한 목소리와 함께 뇌까지 근육으로 되어있을법한 마초적인 금발의 백인 남성이였다.

몸 전체는 보이지 않지만, 언뜻 보이는 넓직한 어깨는 그가 얼마나 단련되어있는 몸을 가지고 있는지 알려주는 부분이였다.

-정말 제대로 미친놈이네~? 게다가 자신이 인류의 적이라고 감히 펜타곤의 리더 앞에서 선언하다니 말이야.-

제비꽃 색의 볼륨감 넘치는 러블리펌 형식의 장발, 그리고 짙은 보라빛의 눈동자를 지닌 백인 여성은 처음엔 느긋하게 말을 하다가 뒤로 갈수록 목소리에서 살기가 흐르기 시작하였다.

-중요한 점은 단순히 입만 살아있는 허풍쟁이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그럴만한 실력도, 전력도 가지고 있어.-

황갈색 피부와 갈색빛 머리를 단정하게 쓸어넘긴 진중한 표정의 30대 중후반의 인디언계 남성은 앞의 두 사람과 달리 치우의 모습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이미 그들은 녹화된 회의의 내용을 모두 확인하였기에, 그리핀이 뭐라 설명을 하지 않아도 치우의 위험성에 대해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리핀과 이벨은 새로 들어온 정보에 의해 얼굴이 심각하게 굳어져 있었다.

"치우는…우리의 생각보다 더 미친놈이다."

-뭔가 정보가 있나보군.-

인디언계 남성이 그리핀의 심각한 음성에서 치우와 관련된 더 심각한 안건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그리핀도 뜸을 들이지 않고 경찰쪽에서 입수한 블랙 박스 동영상을 재생하였다.

-웨에에에에엥~~~!!-

-막아! 저 새끼를 막으라고!!-

블랙 박스의 영상은 한 경찰차의 것으로, 운전자인지, 보조석에 앉은 경찰관인지 몰라도 메뉴얼화된 명령이 아니라 절박함이 깃든 필사적인 외침이였다.

-쿵! 투투투퉁!-

-꺄아아아악!-

-끄아아아!-

경찰들이 쫓고 있는, 범죄자가 타고 있다고 예상되는 차는 도로로 이동하며 고의적으로 민간인들을 공격하고 있었고, 사격하기 위해서 열려진 보조석의 창문 너머로 거친 충돌음과 민간인들의 비명 소리가 울려퍼졌다.

미국의 경찰들은 이능력 범죄에 대응하고, 비과학적인 물리적 현상을 일으키는 범죄자를 상대로 과잉진압이라는 소리를 듣지 않고자 정면뿐만 아니라 좌우 양 사이드 방향을 확인할 수 있는 블랙 박스가 설치되어 있기에 약간 화질은 안좋아도 충분히 상황을 알아볼 수 있을 정도는 된다.

-그러고보니 워싱턴에서 왠 미친놈이 뺑소니 사고를 친데다 어스퀘이크를 죽였다고 했었지. 이건 그 사건인가?-

백인 남성은 자신이 저기에 있었으면 바로 날려버렸을거라고 뒷말을 이었으나, 그리핀은 아무 말 없이 영상을 보고 있다가 뺑소니 운전범의 얼굴이 드러나는 타이밍에 정지 버튼을 눌렀다.

-어이, 잠깐. 이건 대체 뭐야?-

-농담하는거지?-

-…정말인가?-

정지 버튼과 함께 펜타곤의 기술력으로 인해 화면이 깨끗해지기 시작하면서 확대된 뺑소니범의 얼굴이 공개되자 3인의 펜타곤 리더들은 각기 다른 목소리로 경악을 감추지 못하였다.

녹화된 모습과 동일한 치우의 얼굴이 보였기 때문이다.

뺑소니범의 주인공이 치우라는 사실을 확인시킨 그리핀은 다시 영상을 재생시켰고, 어스퀘이크와 크림슨 나이트의 연계 공격으로 형상기억합금에 뒤덮혀진 차량을 베어내면서 치우를 꺼냈다.

-으아아아아악!! 아아아아악!! 내가 처음부터 끝까지 조립하고 만든 걸작이이이익! 이런 걸작을 반토막으로 베어내다니!! 니들이 그러고도 인간이냐!!-

-아아~ 평범한 GTA 플레이조차 5분을 못 이어가다니……. 이 얼마나 잔혹하면서도 가혹한 세상이란 말인가. 나는 그냥 미국에 왔으니 신고식을 치뤘을 뿐인데.-

-세상 참 각박하네. 미국에 처음 온 촌놈이 도시식으로 신고식을 하겠다는데 이렇게 막는게 어딨어? 사람이 말야 정이 있어야지, 정이. 하여간 백인들은 이기주의가 팽배해서 사람 사는 맛이 없다니깐.-

그리고 이어지는 치우의 망언 퍼레이드.

너무나 쉽게 자신을 막는 이들을 학살한 치우는 군대가 몰려오자 '타임 오버' 라면서 혼자 혀를 차더니 사라졌다.

"치우는 위험하다. 그것도 엄청나게. 녀석은 지금까지 우리가 상대해왔던 빌런들과는 차원이 다른 '미친놈' 이다."

일반적인 악당들은 대부분의 공통점이 있다.

명예욕이 강하며, 돈과 권력을 갈망한다.

즉, 기본적으로 자신이 남들보다 위에 서려는 마음이 강하다는 뜻이다.

물론, 치우도 남들 위에 서려는 마음이 정복욕으로 발전하였지만, 이 영상을 통해 그에 뒤지지 않게 타인의 고통을 즐긴다는 해석이 나온다.

-끔찍하네. 이런 남자가 정말로 이 세계를 굴복시킨다면…….-

-차라리 지옥이 더 낫겠군.-

제비꽃 머리색의 여성이 말꼬리를 흐리자, 그 뒤를 이어 인디언계 남성이 마무리를 지었다.

그리고, 그 대사에 모든 이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표하였다.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지, 그리핀?-

치우가 반드시 죽여야 하는 말종이라는 것을 확인한 백인 남성이 물어오자, 그리핀은 조용히 입을 열었다.

"현재 이지스들의 건조가 98%까지 완료 되었다. 마음 같아선 2% 부족한 지금 상태로 중국과 러시아가 힘을 합치는동안 삼태극의 전함을 격추시키고 싶지만, 확실하게 끝장을 내기 위해선 완벽하게 준비를 마치고싶은 나의 욕심 때문에 이 회의를 소집한 것이다. 다들 어떻게 생각하지?"

그리핀은 98% 완료된 2대의 이지스 전함을 이용하여 치우를 비롯한 삼태극을 공격하느냐, 확실하게 100%까지 완벽하게 건조하여 확실한 전력으로 공격하느냐 라는 선택지를 동료들과 함께 의논하고자 이 회의를 소집한 것이다.

-일단 나는 지금 당장 공격쪽에 투표하지. 중국과 러시아는 지금 삼태극의 공격에 저항하고자 결합하고 있어. 우리들도 거기에 한 손 보태고 전함까지 더하면 삼태극의 전함 따윈 금방이지.-

백인 남성은 98% 완성된 2대의 이지스 전함으로 공격한다는 선택지를 선택하였다.

-나는 반대. 말이 98% 지, 가장 중요한 메인 시스템 부분이 미흡한 상태잖아? 어설프게 공격을 해서 큰 타격을 입거나 삼태극의 전함을 제대로 공격하지 못한다면 문제가 커져.-

-나 또한 반대다. 차라리 우리쪽에서도 병력을 지원하여 최대한 장기전을 끌어서 이지스를 완벽하게 건조하여 빠져나갈 빈틈을 만들어주지 않는게 나아. 치우가 운좋게나마 살아남을 수 있는 모든 구멍을 막아야 한다.-

제비꽃 머리의 여성과 인디언계 남성은 백인 남성과 의견이 달랐다.

그 다음으로 그들은 이벨쪽으로 시선이 모였다.

"저 또한 반대예요. 치우라는 자는 지금의 우리에게 있어서 어쩌면 칼리 제국보다 더 위험한 자일지도 모릅니다. 확실하게 적의 전함을 파괴하여 빠져나가지 못하게 만들어야해요."

여린 목소리였지만, 거기에는 치우를 향한 혐오감이 깃들어 있었다.

그녀는 우주를 정복하겠다며 자신의 고향별을 파괴한 칼리 제국을 증오하였지만, 단지 자신의 쾌락을 위해 무고한 사람들을 죽이는 치우를 그에 못지않은 위험분자로 판단한 것이다.

이로서 투표는 3대1.

그리핀이 어떤 생각을 하든지간에 이미 결정이 났지만, 그 또한 확실한 준비와 함께 치우를 공격한다는 쪽으로 마음을 굳힌듯하다.

"결정이 났군. 그동안 나는 승무원들의 훈련을 중점으로 두도록 하지."

지금 당장 공격쪽에 손을 들었던 백인 남성은 조금 아쉬운듯 하였지만, 네 명의 동료들이 모두 완벽하게 이지스를 건조한 후에 삼태극을 공격하자고 입을 모으니 거기에 따를 수 밖에 없었다.

"추후에 전함이 완성된다면 우리들 전원이 나서야 할 상황이 올거다. 이벨."

"알고 있어요, 그리핀."

이벨은 그리핀의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의지를 읽고,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였다.

"치우는 제 손으로 반드시 죽여보이겠습니다."

그녀의 역할은 지상, 혹은 따로 빠져나온 치우를 상대하는 것.

특히, 치우쪽은 이벨이 10등급의 신체 강화자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을테니 기습으로 강한 일격을 먹인다면 이미 게임은 반쯤 끝난 상태다.

거기다가 날개를 이용한 비행도 가능하고, 그 속도도 10등급 신체 강화자에 어울리는 속도이기에 전함을 잃은 치우가 필사적으로 도주한다 해도 이벨은 반드시 그를 추적할 수 있었다.

그렇게 펜타곤에서는 삼태극의 '세계의 적' 이라고 부르기 시작하였고, 전력으로 삼태극의 존재를 뿌리끝까지 말살하고자 계획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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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 쾅! 콰가가가가각!

전함 지하드의 괴수 실험실.

괴수 실험을 위해 기본적으로 넓은 공간을 가지고 있는 이 곳은, 니시죠 박사가 살아있었다면 눈물을 흘리며 기뻐할 최고급의 기자재들이 구비되어 있었지만, 이미 남궁 신의 복종 마법으로 이지를 상실한 현재의 그는 아무런 표정의 변화없이 강화 유리 너머에서 보여지는 참상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캬아아아아아!"

"크르르릉!"

"크아아아앙!"

"키리릿!"

각기 다른 종류의 괴수들이 넓직한 전투 훈련장에서 피를 흘리며 누군가를 향해 협공으로 공격하고자 움직였지만,

쉬쉬쉭-!

스칵! 스칵! 스칵!

완전한 거미 형태로 돌아온 리엘루스는 낫같은 앞다리를 휘두르며 자신에게 달려오는 괴수들의 몸을 가차없이 베어냈다.

"깨깨깽!"

"끼이이익!"

이미 진정한 아수라급의 괴수가 된 리엘루스의 힘 앞에서 여기저기에 극심한 상처를 입은 괴수들은 고통어린 비명을 내지르며 더이상 저항하고자 하는 마음이 꺽였는지 각자의 방식으로 복종의 방법을 표하였다.

"니시죠 박사. 이 녀석들을 회복시켜줘."

-예, 알겠습니다.-

강화 유리 밖에서 마이크로 대답한 니시죠 박사는 리엘루스에 의해 부상당한 괴수들을 치료하고자 괴수용으로 제조된 치료제를 카트에 담고 겁없이 괴수들이 득실거리는 전투 훈련장으로 들어왔다.

"크르……."

"키햐아아아악!"

자신에게 복종한 괴수들이 니시죠 박사를 죽이고자 살의를 품기 시작하자, 리엘루스는 그런 괴수들을 향해 괴성을 내질렀다.

리엘루스의 괴성에 공격 자세를 취하려던 괴수들은 다시 복종어린 자세를 취하였고, 니시죠 박사는 겁없게 다가와 괴수들의 상처를 치료해주기 시작했다.

리엘루스는 괴수들이 허튼 수작을 부리지 못하게 8개의 눈알을 부라리며 빈틈없이 감시하였고, 몇십분간 거대한 덩치의 괴수들의 몸에다가 연고같이 생긴것을 발라준 니시죠 박사는 그대로 다시 퇴장하였다.

"키리리리릭!"

상처 치료를 마치자, 리엘루스는 앞다리를 허공에 휘두르며 괴수들을 향해 무언가를 명령하듯 외쳤고, 괴수들은 전투 훈련장과 이어진 자신들의 거처로 되돌아갔다.

지금의 상황을 설명하자면, 여기에 있는 괴수들은 니시죠 박사를 사로잡은 기지로 잠입한 욱일승천 소속의 특수 부대원들을 공격했었던 괴수들이다.

각자 요귀급에 불과하던 괴수들은 하나같이 요마급으로 한 단계 상승했는데, 욱일승천의 자원을 약탈하면서 기계식 재료와 달리 생물학쪽 재료가 넘쳐나기 때문에 진우가 요마급 괴수의 핵을 만들어서 먹인 것이다.

문제는, 요마급으로 힘이 상승하면서 그 고양감에 리엘루스의 명령조차 듣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다.

요마급 괴수와 혈강시, 그리고 새로 제작될 로봇들의 힘을 더하면 그야말로 지구 역사상 전후무후한 최강의 군대가 탄생하게 되지만, 요마급으로 올라선 괴수들이 감히 리엘루스의 명령을 무시하면서, 그녀가 직접 다시 한번 힘의 높낮이를 알려주고자 하였다.

그렇기에 다른 노예들이 새로운 슈츠의 힘에 적응할 때, 그녀는 요마급 괴수들을 상대로 다시 한번 복종시키기 위해 지금같은 혈투를 벌이고 있었다.

말이 혈투지, 요마급 괴수들의 공격은 리엘루스의 등껍질에 길고 작은 흠을 파는게 전부였으니 일방적인 전투라고 밖에 설명할 길이 없다.

어쨌든, 리엘루스의 힘 앞에 요마급 괴수들은 다시 한번 그녀에게 복종을 맹세하였고, 자신의 명령대로 움직이는 괴수들의 모습에 리엘루스는 전투 훈련장에서 벗어나, 인간 형태로 변신하여 밖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니시죠 박사의 곁으로 다가와 입을 열었다.

"어이, 주인님께서 남겨주신 핵은 어디에 있지?"

"저기 있습니다."

그녀의 물음에 니시죠 박사는 손가락으로 예전에 그녀가 큰 부상으로 잠시 신세를 졌었던 괴수용 치료실을 가리켰다.

"지금부터 나는 힘을 갈무리 할거다. 그동안 괴수들에게 먹이를 주는걸 잊지마."

"예."

예전에 자신의 몸으로 여러가지 실험을 했었던 니시죠 박사가 몸만 살아서 자신의 명령에 따르는 모습에 재미를 느낀 리엘루스는 입가에 미소를 담으며 치료실로 향하였다.

그 곳에는 강화 유리로 보관중인, 검은색이 섞인 짙은 보라색 빛을 발하고 있는 원형 구체가 놓여져 있었다.

아마 이 원형 구체의 정체를 알게 된다면 예전의 니시죠 박사가 경악을 했겠지만, 이미 정신이 죽어버린 그는 단지 자신의 지식만을 사용하는 시체덩어리에 불과하였다.

"이게 아수라급의 핵……."

역시나 마찬가지로 진우는 남아도는 잉여 재료를 최대한 활용하여 아수라의 핵을 만들어 리엘루스가 조금이라도 더 강해지게끔 하였다.

그녀는 주인님의 애정으로 만들어진, 유리 너머로 느껴지는 기이한 감각을 풍기는 아수라급의 핵을 바라보더니, 이내 마른침을 삼키며 강화 유리를 벗겨냈다.

덥썩!

인간형으로 변신한 자신의 손으로는 다 못 쥘 정도의 크기를 지닌 구체.

인간의 목구멍으로 이걸 삼키는건 무리인듯 싶다.

결국, 다시 거미 형태로 되돌아온 그녀는 구체를 입안에 밀어넣었고, 그와 동시에 내장 안쪽에서 불길이 일어나는것 같은 뜨거움을 느끼게 되었다.

"키잇……!"

하지만, 그녀는 그 자리에서 틀어 앉으며 아수라급의 핵을 소화시키기 위해 집중하기 시작하였고, 핵에서 느껴지는 이질적인 기운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자 하였다.

'큭……! 그때보다 더 괴로운것 같은데…….'

요마의 핵과는 차원이 다른 기운.

'주인님의 적은…내가 모조리 처단한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자신의 모든것을 복종시킨 '수컷' 인 진우를 위해서 지금보다 더 강해져야 한다고 생각한 그녀는 본능적으로 화끈하다 못해 뜨거운 기운을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참고로 남궁 신을 제외하면 진우의 부하들 중에서 전투력 톱은 리엘루스임.

저는 오늘 동생과 함께 나가서 놀기로 했습니다. 다들 즐거운 주말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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