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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장
며칠이라는 시간이 지나자, 새로이 전력으로 가입한 아수라와 후지미네 덕분에 좀 더 인력쪽으로 여유가 생겨난 삼태극에서는 또 하나의 경사스런 소식이 알려지게 되었다.
드디어 지금까지 생산 공정을 거치던 2000대의 로봇들이 생산 된 것이다.
원거리형 로봇은 대 일본전에서도 활약했던 골출귀의 시스템을 유지한채, 인공지능 레벨과 여러 부분을 개조하여 전체적인 전투력을 강화시킨 골출귀 MK2.
등 뒤에 3개의 포탄을 발사 할 수 있는 포신이 장착되어 있고, 오른팔에는 머신건이 내장되어 있으며 왼팔에는 적의 원거리 공격을 막을 수 있는 특수 재질의 방패가 있다.
그 밖에도 어깨 부분에 다연장 미사일 포트를 통해 다양한 폭격을 날릴 수 있는 철저한 원거리형 로봇.
수량은 총 700.
근접전용 로봇의 이름은 두억시니. 진우의 손을 거친 티타늄 합금 재질의 초진동 나이프(엄청난 빠르기로 고속 진동하여 한번에 수십번 베어내거나 찌를 수 있다. 이론상 초진동중에 물건을 대면 휘두르지 않아도 잘려나간다)2자루, 클로킹 기능과 함께, 두부 발칸, 수류탄같은 보조 장비와 함께 기동성과 장갑에 특화되어 있다.
이미 한국에서 두억시니라는 대형 헤비 파워 아머형 무장이 존재하지만, 진우가 마음대로 사용중이다.
수량은 500.
삼태극의 주력이 되고, 여러가지 상황에 따른 밸런스 잡힌 장비를 갖춘 로봇은 예전에 사용하던 창귀의 업그레이드 판인 창귀 MK2.
강력한 레이저 라이플과 빠른 기동성, 부스터를 이용하여 공중전도 가능하며, 다연장 미사일 포트를 허벅지 양쪽에 장착해서 적 전투기를 공격하거나 지상을 폭격할 수 있게 된다.
근접전용 무장으로는 나이프와 레이저 피스톨이 주어지고, 특히, 이번엔 완벽한 공중형 유닛으로 탈바꿈 시키려는지 예전 창귀에는 없었던 V자형 날개가 더해져 균형을 잡기 쉽도록 설계 되어 있었다.
수량 800.
거기다가 이 로봇들의 하나같이 인공지능 레벨이 S레벨이며, 일본전을 통해 경험치가 상승하여 전투 등급이 S랭으로 발전한 불가사리의 전투 데이터를 받음으로서 전원 A랭크의 전투 데이터를 이어 받을 수 있었다.
즉, 하나같이 이라크에서 스펙터라는 이름으로 활약하던 불가사리 수준의 움직임을 보일 수 있게 된 것이다.
불가사리는 특화된 공격력이 없는 만능형 전함, 지하드의 보호를 위해서 계속해서 전함을 지켜야만 하기에, 골출귀, 두억시니, 창귀들을 잘 이용하여 전력으로서 최대한 활용하여야만 한다.
하나하나가 뛰어난 전력임은 분명하지만, 수백만이 넘는 적을 쓰러뜨리기엔 절대적으로 역부족하다.
그렇기에 움직임이 둔중한 골출귀를 제외한 두억시니와 창귀는 생산이 완료되자마자 혈강시의 재료를 모으기 위한 도구로서 사용되어야만 하였다.
두억시니와 창귀가 시민들을 위협하여 모은다면, 범죄자 조직원이나 그 밑에 있는 야쿠자들을 동원하여 트럭에다가 태워서 혈강시 제작에 필요한 피를 뽑아낼 장소로 이동시킨다.
지치지 않고 명령에 충실하게 이행하는 대규모 전력 덕분에 작업이 훨씬 수월해지면서 더더욱 빠르게 피를 모을 수 있게 된 남궁 신은 일본 정부가 보관하고 있던 괴수의 시체나 신체 일부분을 사용하여 키메라 혈강시를 만들기 시작하였다.
인력이 부족했던 예전에는 천천히 리턴이라는 마약을 통해 함정으로 들어오게끔 속이는 방식으로 천천히 피를 모았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면서 일본인들의 인구수는 빠르게 줄어나가기 시작하였다.
"뭐, 대충 혈강시 300마리를 만들 정도만 해두자고."
일본의 인구 수는 1억 2천만.
삼태극과의 전쟁으로 수많은 자위대원과 이능력자들이 죽었다지만, 그들은 다 합해도 100만명이 넘지 않거나 거의 근접하는 수준에 불과하였다.
거기서 진우가 말한대로 300마리의 혈강시를 만든다면 3000천만명의 일본인들이 죽게 된다는 뜻인데, 그야말로 일본이라는 나라의 인구 4분의 1을 사용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3천만이라는 인구수를 모두 혈강시화 하는데 어마어마한 시간이 걸리겠지만, 두억시니와 창귀들의 공급만 수월하게 진행된다면 속이 터져나갈 정도로 느리지는 않으리라.
그리고, 진우 일행이 착실하게 전력을 강화시킬 무렵의 리엘루스는 강자들을 계속해서 쓰러뜨려 나가고, 남궁 신으로부터 받은 고독을 이용해 하나둘씩 자신의 전력으로 삼아갔다.
-우아, 허벌나게 춥네요, 누님.-
-가끔씩 생각하는건데 너는 대체 그런 말투를 어디서 배워오는거냐?-
정찰용으로 쓸만한 개미귀신 괴수를 계속해서 끌고 다니던 리엘루스는 날씨가 흐려지면서 눈을 흩날리고 있는 높은 산맥을 이동하고 있었다.
평범한 거미나 개미귀신이였다면 일찍이 동사했을 낮은 온도였지만, 둘 다 괴수화가 되었고, 특히 요귀급에서도 최하위의 힘을 가지고 있던 개미귀신 괴수는 당장 요마급으로 진화하기 일보직전까지 도달한 상태였다.
이따금씩 끝까지 반발하여 고독의 영향을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괴수들이 종종 있었는데, 그런 괴수들은 고독이 내부에서 폭발하여 내장이 곤죽이 되어버려 즉사하고 말았다.
끈질긴 생명력을 지닌 이들이 가끔씩 존재하였지만, 이미 내장이 망가진 다 죽어가는 괴수 하나 처리하는건 리엘루스에겐 일도 아니다.
어쨌든, 그렇게 죽은 괴수들의 핵을 먹어치우며 힘을 조금씩이라도 늘리던 리엘루스는, 가끔씩 부하에게 포상을 베풀어야 한다는 것을 진우로부터 배웠기에 핵의 일부분을 개미귀신 괴수에게 넘겨주었다.
가끔씩 무리를 짓는 괴수들이 존재하긴 하지만, 대부분 그런 무리의 우두머리는 힘을 키울 수 있는 핵은 무조건 자신이 몽땅 먹어치우는게 일반적이다.
다른 부하들에게 자신의 자리를 빼앗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리엘루스는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아수라급의 핵을 만들어낼 수 있는 주인님이 있었고, 잠깐 애교좀 떨어서 기분좋게 만들어주면 뚝딱 만들어주기에 다른 괴수들과 달리 핵을 반드시 남에게 빼앗기지 않으려는 일반적인 괴수들과는 생각의 차원이 달랐다.
덕분에 개미귀신 괴수는 최상위 맹수급 괴수에게도 자칫했다간 사냥당할 수 있는 약골에서, 요마급까지 넘보는 위치까지 올라오게 된 것이다.
다른 괴수들과 달리 부하인 자신에게도 핵을 나눠주는 리엘루스의 곁에 붙는다면 지금보다 훨씬 강해질 수 있다고 생각하였기에 그는 리엘루스의 정찰용 괴수로서 활약하는데 아무런 불만이 없었다.
대신, 한가지 의문이 하나 있다면,
-흐헤헤헤~ 이래뵈도 제가 도시 출신이거든요. 인텔리라는 단어를 들어보셨을랑가 모르시겠네. 그런데 물어보고 싶은게 있습니다요, 누님.-
-뭔데?-
-누님께선 왜 강자들을 잡아먹지 않고 복종시켜나가시는 겁니까요?-
개미귀신 괴수의 머리로는 어째서 괴수들을 복종시켜나가는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 괴수들의 핵만 모조리 먹어치운다면 지금보다 훨씬 강해져 있을것은 당연한 사실.
그런데 리엘루스는 다른 괴수들과 달리 자신의 힘을 강화시키는데 그다지 연연하지 않는듯하였다.
어쨌든,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던 그녀는 자신의 의도를 너무 숨기면 이 녀석이 자신을 따르지 않을거라 생각하여 미끼를 내던졌다.
-내 주인님께서 명령하셨으니까.-
-예? 주인님요?-
아니, 이게 뭔 헛소리인가?
괴수들은 힘이 약하든 강하든, 독립적인 색채가 강하다.
특히, 거미처럼 혼자 살고 자신만의 요새를 만드는 동물들은 무슨일이 일어나도 무리를 짓는다는 수단을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데 거미계통의 괴수인 그녀가 누군가를 따르다니?
그것도 '주인님' 이라는 부분에서 느껴지는 달콤한 목소리는 억지로 마지못해 따르는게 아니라 스스로 원하는것처럼 보여왔다.
뭐, 인간들이 듣기엔 '키이이' '키르르' 같은 특유의 울음 소리 뿐이지만.
-후훗. 이해가 안되지?-
-아니, 누님정도의 강자라면…….-
지금까지 자신이 봐왔던 그 어떤 괴수들보다 강했던 리엘루스였다.
이 톈산 산맥으로 이주해온다면 드넓은 자신만의 왕국을 만들어낼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데, 그런 그녀가 복종하는데 아무런 꺼리낌이 없는 존재라니?
'혹시 전설속의 존재라던가 그런걸까?'
대부분의 괴수들은 자연적으로 탄생하지만, 이따금씩 오래전부터 요괴로서 지내오던 이들이 존재해온다.
그런 이들은 하나같이 자신들과 차원이 다른 힘을 가지고 있기에, 리엘루스의 주인님도 그런 수백년 묵은 요괴같은게 아닐까 생각이 들기 시작한 개미귀신 괴수는, 자신도 리엘루스 수준으로 강해질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욕심으로 그 주인님이라는 존재를 만나고 싶어졌다.
하지만,
-자꾸 물어서 죄송한데, 우리들을 모아서 어디에 써먹으려고 하시는겁니까요?-
개미귀신 괴수의 가장 큰 불안은 자신들을 하나로 모으라는 그 주인님이라는 존재의 의중을 모르겠다는 것이다.
수백마리 정도의 자신들따윈 가볍게 처리할 수 있기에 일부러 종들을 부려 모으게 만들고, 한 곳으로 모아서 핵을 먹어치우려는 속셈이 아닐까 라는 의심도 존재하였다.
-뭐, 말해봤자 상관없겠지. 주인님께선 우리들로 하여금 인간들을 공격시킬 예정이시다.-
-에엑? 그건 무린데요!-
어째서 인간들을 공격시키는건지 모르겠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다.
자칭 도시 출신 인텔리라고 자화자찬하는 개미귀신 괴수였지만, 도시 출신이라는 말은 거짓이 아니였다.
인간들이 가진 무기들과 이능력자들의 무서움을 뼈저리게 느끼고 여기까지 도망쳐왔던 그는, 자신들만으로 공격해봤자 무리라고 판단하였다.
-당연히 주인님께서도 우리들의 공격을 도와주시지. 그리고, 거기서 가장 큰 활약을 한 녀석에게는 주인님에게 충성 맹세를 한다는 조건 하에서 강력한 힘을 건내주실거다.-
마지막 말은 거짓말이였다.
진우는 몬스터 웨이브와 함께 창귀들과 함께 돌격시켜서 창귀들의 원거리 지원을 통해 더더욱 많은 연합군의 피해를 만들어낼 계획은 있었지만, 또다른 괴수를 받아들인다는 것은 말하지 않았었다. 강력한 힘 부분도 마찬가지.
-그리고 너는 그동안 내 눈을 대신해왔으니 주인님께 잘 말해주도록 하겠어. 주인님의 힘을 받는다면 최소한 지금보다 몇단계 높은 힘을 가지게 될 수 있을거야. 참고로 나 또한 주인님에게 힘을 받아서 이정도로 강해졌거든.-
-으와!?-
이정도로 강력한 리엘루스가 정체모를 '주인님' 이라는 자에게 힘을 받아 이정도 수준에 다다랐다는 부분에서 감탄사를 내뱉은 개미귀신 괴수의 눈빛은 탐욕으로 물들었다.
'이 녀석이 도망가면 일이 귀찮아지겠지.'
없어도 문제는 없지만, 정찰용으로 손쉽게 땅밑을 파고 들어가며 주변을 확인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이 녀석이 없어진다면 다른 괴수들의 위치를 탐색하는 시간이 수 배 더 걸리게 된다.
시간 단축을 위해서라도 필요한 존재였기에, 리엘루스는 개미귀신 괴수가 자신을 계속 따르도록 유도하고자 존재하지도 않는 포상을 내걸었다.
'주인님에게 적당히 강한 핵을 하나 만들어달라고 요청해볼까?'
요귀급이나 맹수급 핵을 만들어서 건내준다면, 자신의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더더욱 열성적으로 일을 할 것 같다 생각한 리엘루스는 이 문제에 대해 생각해보기로 결정하였다.
아마 지금쯤이면 의심반, 희망반에 가득차 있을테니, 주인님이 만들어주신 핵을 건내주면 의심이 싹 가시게 되리라.
두드드드드드----
-음? 이번엔 저쪽에서 우리를 먼저 찾았나보군.-
저 멀리서 하얀 눈보라를 만들며 달려오는 갈색빛 멧돼지.
일반적인 멧돼지와 달리 전차보다 거대한 덩치와 날카로운 송곳니, 그리고 이마에 상아빛 뿔이 달려있는 멧돼지 괴수는 자신의 영역을 침범한 존재를 발견하고선 그들을 처단하고자 맹렬하게 달려들고 있었다.
-파이팅입니다요, 누님!-
파바바바박!
-…도주 하나는 참 빠르네.-
순식간에 땅을 파고 사라지는 개미귀신 괴수의 모습에 잠시 감탄사를 내뱉은 리엘루스는, 엄청난 속도로 달려오며, 몸무게, 가속도를 더한 강렬한 데미지를 입히기 위해 달려오는 멧돼지를 향해 맞받아치듯이 돌격하면서 앞다리를 휘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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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벅- 뚜벅-
주황색 피부와 마치 생선과 뱀을 반반씩 섞은듯한 얼굴과 함께 빈약한 체구를 지닌 인간형의 남성이 정체모를 생물체로 만들어진 짙은 녹색빛의 가죽이 깔려있는 길을 밟으며 성큼 성큼 나아갔다.
길의 좌우쪽에는 해괴한 생물체…아니, 명확하게 지구에서는 볼 수 없는 종족들의 형상을 띈 석상이 절망, 분노, 굴욕, 슬픔같은 얼굴로 일그러져 있었다.
그렇게 계단 2~3개 높이 위에 위치한 옥좌까지 다다른 남성은 갑작스럽게 옥좌를 향해 팔을 뻗었고, 그와 동시에 남자의 팔목에서 아가미같은게 펼쳐지더니 한눈에 봐도 좋게 느껴지지 않는 보라빛의 액체가 뿌려졌다.
딱-
순간, 옥좌에서 앉아있던 인물이 딱밤을 날리듯이 손가락을 날리자, 매서운 기세로 뿌려지던 액체는 거센 풍압으로 인해 다시 남자의 몸속으로 되돌아가 흡수되었다.
명백하게 공격 행위를 펼치는 모습이였지만, 옥좌위에 앉아있는 인물은 추가타를 날리지 않고 옥좌 한쪽에 팔을 받치고 턱을 괴면서 무료함을 표현하였다.
"독으로 기습하려는 의도는 좋았지만 속도가 엉망이구나. 좀 더 은밀하게 공격하거나 속도를 늘리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게 좋을듯 싶다."
"죄송하옵니다."
호화로운 옥좌위에 앉아있는 인물은 놀랍게도 아름다우면서도 고고함이 섞인 목소리를 지닌 여성이였다.
붉은색 피부와 검은색으로 뒤덮힌 흰자, 그리고 금색으로 반짝이는 묘안.
붉은색 피부와 대조적인 검은색 머리카락을 딱히 정돈하려는 의지가 보이지 않는지 거칠게 뒤로 넘기고 있는 그녀는 이목구비와 턱선이 굵어서, 거칠게 뒤로 넘긴 검은 머리카락과 함께 야생적인 분위기가 매우 강하였다.
하지만, 야생적인 분위기와 달리 몸은 매우 가늘었다.
마치 누군가가 힘있게 끌어안으면 뚝 분질러질것 같은 가는 몸매를 지닌 붉은색 피부의 여성은 칼리 제국의 황제이자, 우주 최강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이능력자였다.
그녀에게 다가왔던 외계 생물체같이 생긴 남성이 독을 뿌린것은 명백하게 암살의 시도였지만, 그녀는 오히려 훈수를 두면서 다음에는 다른 방향으로 공격해오라고 조언을 하고 있었다.
그것은 그녀의 명령으로, 압도적인 강자인 자신의 무료함을 풀기 위해 모든 신하들은 자신에게 무언가를 보고하러 올 때, 반드시 필살의 수를 써서 공격해오라 명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의 옥좌에는 자세히 보면 여기저기 금이 가 있거나 흠집이 나 있어서 고상함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그래, 무엇을 보고하러 왔느냐?"
"시라누 행성의 생존자가 숨어있다는 행성의 보고이옵니다."
"호오?"
외계인 남성은 흉측한 외견과 달리 유창하며 깔끔한 목소리로 보고 하였고, 지금까지 무료함을 감추지 못하던 칼리 제국의 여황제의 표정이 흥미로움으로 바뀌었다.
그 표정이 자신도 모르는 미지의 행성을 침략하는 기대감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외계인 남성은 시라누 행성의 마지막 생존자, 이벨 키에라가 숨어든 지구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하였다.
"행성의 이름은 지구라고 하옵고, 녹색 식물과 물이 풍부하며 산소로 가득찬 행성입니다."
"오? 녹색 식물이라 하였느냐?"
여황제는 신기하다는 듯이 녹색 식물이라는 부분을 되물었다.
그도 그럴것이, 지금까지 보라색, 황갈색 식물들은 많이 봤어도 녹색의 식물은 이론상으로만 존재할 뿐이지 수많은 행성을 점령하면서도 처음이였기 때문이다.
"녹색 식물과 물이 풍부하다라……. 후후, 그 곳을 정복하여 나의 개인 별장으로 만들면 괜찮겠구나. 그래, 그 곳에 살고 있는 존재들은 어떤 존재지?"
"일단 우리들처럼 지성을 가진 인간으로, 나름의 과학 능력과 우리들같은 특수 능력을 가진 전사들이 존재하옵니다. 그리고 수백개의 국가와 그에 맞는 언어를……."
"뭐라? 한 행성에 수백개의 국가와 언어가 존재하다고? 이상하도다. 분명 최초의 선발대로부터는 그리 크지 않은 행성이라고 들었는데?"
그녀가 말하는 최초의 선발대라는 것은 살라딘에게 함선을 빼앗긴 그들을 말한다.
고개를 갸웃거리는 여황제의 모습에, 외계인 남성은 추가 부연 설명을 더하였다.
"최초의 선발대의 보고대로 지구라는 행성은 본 성星의 5분의 1 크기밖에 되지 않사옵니다."
"쯧. 나름 싸워볼만하다고 생각했거늘……. 겨우 그정도 크기의 행성 주제에 국가와 언어조차 하나로 통일시키지 못하는 미개한 원시인들이 살고 있다니 실망이로다."
그녀의 상식으론 겨우 자신들의 고향 별의 5분의 1 정도 크기밖에 안되면서 수백개의 언어와 국가가 있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지금까지 그녀가 정복해온 행성들은 아무리 국가와 언어가 갈려있다해도 그 숫자가 열을 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그래, 그 부족들중에서 가장 힘이 강한 무리는 어디더냐?"
결국, 그녀의 머릿속에서 지구의 국가들은 나라가 아니라 원시 시대의 '부족' 쯤으로 여기게 되었다.
여황제의 뜻이 곧 칼리 제국의 뜻이였기에, 지구의 정보를 보고하러 왔던 외계인 남성은 국가라는 말 대신에 부족이라는 말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지구의 부족중에서 가장 힘이 강한 부족은 미국이라 합니다. 그 다음은 러시아와 중국이라는 부족으로, 이 순서로 가장 강한 군사력을 지니고 있다 하옵나이다."
"쯧. 흥이 식었구나. 쿠오젝 급 함선이 탈취당했다는 말을 들었을땐 그래도 최소한 한가닥 하는줄 알았는데, 겨우 저런 작은 행성의 언어조차 하나로 통일시키지 못하는 원시인들이 전부라니……."
그 다음으로 외계인 남성은 여러가지 정보를 보고하고자 입을 열었으나, 여황제는 손을 휘휘 내저으며 그만하라는 표시를 냈다.
"됐다. 겨우 부족 사회나 이루고 있는 원시인들 따위의 정보 따위 더이상 알아서 무얼하겠느냐."
"예, 그래도 지구의 조사 내용은 보고서로 작성해두겠습니다."
"맘대로 하거라."
귀찮다는 듯이 이만 가보라는 축객령을 내리자, 외계인 남성은 그녀의 오만한 행동을 너무나 당연하다는듯이 받아들이며 왔던길로 되돌아갔다.
"후우…무료하구나. 시라누 행성처럼 조금이나마 나를 즐겁게 만들어주는 행성은 어디 없는걸까……."
마치 지루함을 견디지 못하는듯이 새침한 소녀의 표정을 지어보인 칼리 제국의 여황제는 너무나 강하여 적수가 없다는 자신의 운명이 너무나 저주스러웠다.
"한 번만. 단 한번만이라도 좋으니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을 정도의 치열한 전투를 벌일수만 있다면 내 영혼이라도 팔고 싶구나."
지구로 향하는 칼리 제국의 정복 함대 속에서 강적을 찾지 못하는 지루함을 느끼고 있는 여황제는, 지구라는 미지의 행성에 대해 흥미를 강하게 느꼈으나 겨우 저정도 크기의 행성조차 통일시키지 못한 원시 부족들이 존재하고 있다는 정보에 흥이 팍 식어버리고 말았다.
============================ 작품 후기 ============================
네임드 괴수형 동료는 2마리 정도 더 추가할 예정입니다.
하나는 대중적이고, 다른 하나는 좀…많이 매니악할 것 같군요. 어찌보면 리엘루스보다 더더욱.
물론 여성체입니다. 이건 기본 아닌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