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미트 브레이커-409화 (409/923)

0409 / 0923 ----------------------------------------------

6장

후지미네의 완전 복종으로부터 일주일 후.

리엘루스는 착실하게 세력을 키워나가고, 남궁 신은 꾸준하게 들어오는 싱싱한 피를 사용하면서 일본 정부가 보관하고 있던 괴수의 시체, 혹은 그 잔해를 사용하여 키메라 혈강시 제작에 탄력을 받아 생산 속도가 확실하게 빨라졌다.

진우의 노예들은 일본에 있는 범죄자 조직원들로부터, 갑작스럽게 강력한 이능력자로 개화한 일본인을 보고하면 일본으로 이동하여 그들이 상대하기 어려운 이능력자들을 처리해 나가며 실전 경험을 쌓아갔다.

모든면에서 안정적으로 전력이 쌓여갈 때, 당연한 얘기겠지만 중국군 또한 군비 경쟁을 하듯이 군사력을 키워나갔다.

여기서 긴장을 하게 되는것은 주변 국가였는데, 안그래도 동북아시아의 깡패 국가인 중국이 삼태극의 침공을 대비한다라는 합법적인 이유로 군사력을 강화시키니 딴지는 못걸겠고, 그렇다고 이대로 내버려두자니 만에 하나라도 성공적으로 삼태극의 공격을 막아낸다면 저 군사력이 자신들의 목을 죄여올것이 분명했다.

중국에게 압박받는 주변 국가들은 아이러니 하게도 세계의 적으로 판명된 삼태극을 응원해야 하는 입장인 것이다.

하지만, 이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하는 인물이 한 명 있었으니.

"으아아아아앙~~~! 페리에모오오오옹~~~!!"

-예예예, 또 무슨 일인가요.-

페리샤는 쿨타임이 짧아져가는 주인님의 발광에 귀찮다는 듯이 대답하였다.

진우의 신호기 너머로 등장한 화면을 통해 얼굴을 드러낸 페리샤는 '이번엔 또 뭘 하려고' 라는 표정으로 '때쟁이.ver3' 으로 업그레이드 진우를 향해 노려보았다.

"심심해! 심심하다고! 미치도록 심심해~~~! 페리에몽! 뭐든지 좋으니까 재미난것좀 꺼내줘어~"

-…확 엎어버릴까…….-

페리샤에게 있어서 요 일주일은 최고의 일주일이였다.

상당히 불안하게 만들었던 레지스탕스를 전멸시키고, 후지미네를 완벽하게 복종시켜서 일왕가를 자신의 손으로 죽이게 만드는 장면을 일본 열도 전체에 방송하여 의지를 꺽어놓았다.

가끔씩 이능력자로 각성하여 범죄자 조직원들을 공격하는 경우가 있지만, 방금 막 각성한 경험없는 이능력자는 산전수전 다 겪은 삼태극의 노예들을 당해낼 수 없었다.

리엘루스로부터 착실하게 몬스터 웨이브에 동원할 수 있는 괴수들을 모으고 있다는 보고와, 키메라 혈강시라는 처음 들어보긴 하지만 신체 강화 8등급의 힘을 가지고 있다는 존재들이 슬슬 100자리 수를 달성하려 하고 있었다.

조직을 경영하는 입장에 서 있는 페리샤는 착실하게 아군의 전력이 강화되어서 기뻤지만, 가장 기뻐해야 할 조직의 수장이 이런식으로 심심하다, 지루하다면서 하루가 멀다하게 호출을 하니 그녀는 참다 못해 나지막한 목소리로 자신의 속마음을 표출하고 말았다.

-스으읍- 후우우- 자꾸 귀찮게 구시면 이실리아님께 '질렸다' 라는 말을 전해드리겠습니다.-

간신히 심호흡을 하며 분노를 삼킨 페리샤는 진우에게 엄청난 협박을 가해왔다.

"컥! 자…잠깐! 그건……!"

어제도 똑같이 페리샤에게 심심하다고 징징대다가, 그녀가 '그럼 이실리아님과 노시는게 어떠신지요?' 라는 건의에 '이실리아의 몸은 너무 오래 즐겨서 조금 질렸어' 라는 대답을 하고 말았다.

만약 이실리아가 진우의 그 망언을 듣게 된다면?

어떻게 되는지는 그때가 되어야 알겠지만, 페리샤의 예상에 의하면 토라져서 두문분출하거나 제대로 바가지를 긁는다로 나뉜다.

어떤것이든지 최소한 이실리아와의 밤자리를 한달 이상 못한다는 결과가 나오겠지만.

"끄우우우웅……."

때를 부리는게 힘들다고 판단한 진우는 최대한 귀여운 표정을 지으며 끙끙 거리기 시작하자, 다 큰 남자의 귀여워보이려는 애교를 감당해낼 정도로 철면피가 아닌 페리샤는 결국 짧은 한 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삐이잉- 삐이잉-

-응? 리엘루스의 신호네요. 정기 보고할 시간은 아닌데……?-

페리샤는 자신의 신호기에서 들려오는 날카로운 부저같은 효과음에, 잠시 말을 멈추고선 리엘루스의 신호에 응답하였다.

-리엘루스? 무슨 일이지?-

그녀가 리엘루스의 신호를 받아들이자, 진우의 신호기에서는 리엘루스의 영상 화면과 페리샤의 영상 화면이 나란히 서 있게 되었다.

=페리샤, 혹시 지원좀 가능할까?=

신호기를 사용하기 위해 상체를 인간형으로 변신한 리엘루스는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지원? 상대하기 힘든 강적이라도 나타난거야?-

=응. 아무래도 이건 나 혼자서 처리하는건 힘들어 보여서.=

리엘루스의 설명은 이러했다.

톈산 산맥의 깊은곳으로 이동하면서 여러 괴수들을 복종시키고, 복종시킨 괴수들로부터 주변의 강적을 상대로 물어보면서 방향을 잡는등, 순조롭게 숫자를 불려나가고 있었다.

그렇게 정보를 물어물어 이동하던 중, 리엘루스는 다음 목표인 설표(눈표범) 무리를 발견하게 되었다.

세계에서 가장 희귀한 육식동물인 설표는 아름다운 모피 때문에 많은 수가 수렵당해 그 개체수가 상당히 줄어들었는데, 톈산 산맥 깊숙한 곳에서 그런 설표들이 무리를 짓고 살아가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설표들은 무리지어서 생활하는 생물이 아니다.

하지만, 리엘루스가 발견한 설표 무리는 일반적인 무리와는 그 궤를 달리 하고 있었다.

멀찍이서 정찰한 그녀는 자신과 동급의 힘, 아수라급의 설표 괴수를 발견하였고, 그 밑에 휘하로 보이는 3마리의 요마급 설표 괴수를 추가적으로 발견했다.

게다가 놀랍게도 괴수가 아닌 설표들도 함께 있었는데, 괴수가 되면 같은 동족이라 해도 공격하는 포악성을 지니는 일반적인 사례를 봤을때 절대적으로 평범한 상황이 아니였다.

하루라는 시간을 걸쳐서 자세히 확인해보니, 야행성인 설표들은 낮에는 서로 뭉쳐서 자기네들끼리 장난치고 놀다가 밤이 되면 따로 뿔뿔이 흩어져 각자 사냥을 개시한다.

정찰 도중에 한 마리의 설표가 다른 괴수들에게 쫓기는 경우가 있었는데, 아수라급의 설표는 보금자리를 지키고 있다가 괴수화 되면서 더더욱 발전된 감각을 통해 동족의 위기를 확인하고 빠르게 뛰어나가 괴수들의 먹잇감이 될뻔한 설표를 구해주었다.

거기다가 더더욱 놀라운 점은, 괴수들의 고기를 가져와 제대로 사냥하지 못한 동족들에게 나눠먹여주고, 괴수의 핵은 자신이 먹지 않고 괴수가 되지 못한 다른 설표에게 넘겨주는것이 아닌가?

그렇게 다른 괴수의 핵을 먹어 맹수 급의 괴수가 된 설표는 아수라급 설표와 무언가 대화를 나누더니 폭력성을 잠재우고 동족들과 함께 생활하기 시작하였다.

리엘루스는 아수라급 설표와 1:1로 싸운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지만, 다른 요마급, 맹수급 괴수들까지 함께 집중 공격해온다면 독연을 내뿜는 광역 공격으로 반격할 수 밖에 없고, 그렇게 된다면 쓸만한 요마급, 아수라급 괴수들이 죽어버리게 되어버린다.

여기까지 리엘루스의 보고를 듣게 된 페리샤는 신기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일반적인 무리는 아니네……. 알겠어. 마침 확인해보고 싶었던 전력이 있었는데 잘 됐어.-

페리샤는 이번 기회에 키메라 혈강시의 위력을 측정해보기로 결정하였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라는 말도 있는데, 아군의 스펙을 몰라서야 무슨 전쟁을 펼치겠는가.

-곧바로 지원을 보낼테니까 잠시만 기다려.-

그 말을 끝으로 리엘루스와의 회선을 끊은 페리샤는 남궁 신을 향해 통신 신호를 보냈다.

=무슨 일입니…(크하하하하핫! 대단하군! 이거야말로 내가 가장 원하던거라고!)=

곧바로 통신을 받아 화상을 연결한 남궁 신의 채널에서 희열에 찬 아수라의 웃음소리가 울려퍼졌다.

10만이라는 인간의 피를 사용하여 혈강시라는 것을 만든다는 것을 알게 된 아수라는 일본인들이 두려움에 찬 비명, 죽기전 마지막 발악을 하면서 짓눌려오는 천장에 의해 압사당하는 장면에 흠뻑빠지게 되었다.

=사일런스!=

아수라의 광소에 짜증이 난 듯, 남궁 신이 아수라를 향해 목소리를 없애는 마법을 사용하였고, 그와 동시에 아수라의 광소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큼큼, 무슨 일이십니까.=

다시 표정 관리를 하고 페리샤를 향해 정중하게 물어오는 남궁 신.

그녀는 아수라에 관한 부분은 스킵하고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지금 당장 혈강시 3~4 정도 운용이 가능합니까?-

그리고선 어째서 혈강시가 필요한지 설명을 해주었고, 리엘루스의 지원을 위해 혈강시 여럿이 필요하다는 것을 확인한 남궁 신은 지체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정도라면 당장 운용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이 혈강시들은 데스나이트 처럼 각인 마법을 통해 명령을 받기 때문에 리엘루스가 한번 돌아왔으면 좋겠…….=

"그거 내가 하지."

=엇? 형님 계셨습니까?=

그 때, 지금까지 잠자코 있던 진우가 입을 열었다.

"마침 잘 됐네. 심심해서 미쳐버릴뻔 했는데 괜찮은 여흥이 되겠어."

-하지만 주인님께서 난입하신다면 혈강시의 스펙을 제대로 확인이 불가능합니다. 부디 혈강시의 운용에만 신경 써 주시길…….-

"아아, 괜찮아 괜찮아. 이 세상에서 가장 재밌는게 불구경이랑 쌈구경이잖아? 서로 괴물들끼리 피터지게 싸우는 괴수 혈전을 볼 수 있는데 왜 내가 거기에 끼어들겠어?"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야…….-

=그럼 곧바로 각인 주문을 사용할 준비를 해두겠습니다. 아참, 그리고 혈강시의 움직임을 저에게도 보여주셨으면 합니다. 혈강시의 실전은 이것이 처음이다보니 이 전투를 통해 미완성적이거나 개선해야 할 요지를 파악할 수 있으니까요.=

혈강시의 전투 데이터를 요구하는 두 남녀의 모습에, 진우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확실하게 혈강시들의 전투를 기록하기로 명심하였다.

이윽고, 혈강시 생산장으로 나선 진우는, 사일런스 마법에 걸려 말없이 포효하고 기뻐하는 아수라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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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고 하얀 눈이 쌓여있는 구릉지. 그리고 구릉지에서 약 1km 정도 움직이면 보이는 드넓은 나무숲.

사냥하기도 쉽고, 돌아와서 안전하게 쉴 수 있는 요충지에서 무리를 이끌고 있는 설표 무리의 우두머리인 아수라급 설표는 하얀색 바탕과 검은 점박이가 놓여져 있는 일반적인 설표와 달리, 머리부터 발끝까지 그야말로 눈처럼 새하얗고 깨끗한 모피를 지니고 있었다.

아수라급 설표의 뒤쪽에서는 새끼 설표들이 있었는데, 일반적인 설표와 달리 5개의 꼬리를 가지고 있는 아수라급 설표는 그 꼬리들을 무작위로 움직이면서 새끼 설표들의 장난감이 되어주었다.

꼬리로는 새끼 설표들과 놀아주면서, 수상쩍은 방향을 응시하고 있는 아수라급 설표의 눈빛은 매우 날카롭게 빛나고 있었다.

'어제부터 계속 이쪽을 주시하는 눈빛이 느껴져.'

아수라급 설표는 무리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는 기분나쁜 끈적끈적한 기운을 느끼고 주변을 탐색하듯이 두리번거렸다.

'인간? 아냐. 인간이 여기까지 와서까지 밀렵을 할 이유는 없지. 다른 괴수 무리일까? 하지만 이 기운은…나와 엇비슷한 강자의 느낌이야.'

자신과 동급의 힘을 가진 수수께끼의 강적.

끈적끈적하게 무리 전체를 주시하고 있는 눈빛의 주인은 대체 무슨 생각인지 몰라도, 자신이 이끄는 무리보단 자신을 노리고 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직감하였다.

주변에는 자신이 잡아온 다른 괴수의 핵을 먹여서 요마급까지 키운 세 마리의 자식들도 그런 눈빛을 느꼈는지, 동족들을 보호하고자 어슬렁 어슬렁 주변을 탐색하고 있었다.

사아아아--

"!!"

"!!"

"!!"

"!!"

순간, 숲 방향에서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기운이 느껴지기 시작하자, 아수라급 설표와 3마리의 요마급 설표들은 황급히 새끼 설표들을 미리 눈여겨봤던 작은 동굴로 피신시키며 숲 쪽을 경계하였다.

자각- 자각- 자각-

설표들의 시선에 들어온 것은 짙은 갈색빛을 지닌 범상치 않은 기운을 지닌 거미 괴수, 그리고 인간처럼 두 발로 서 있지만, 손이나 피부가 절대로 인간의 그것과는 다른, 죽음의 기운이 물씬 풍기는 세 구의 혈강시였다.

-저건 뭐지?-

한 요마급 설표가 의아하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분명 얼굴이나 생김새는 인간과 비슷하다.

하지만, 3명의 인간들은 평범한 인간들과 완전히 생김새가 틀렸다.

각자 날카로운 동물의 앞발같이 생긴 팔이 붙어있거나, 전갈의 집게 같은것이 달려있거나, 팔 전체가 고릴라의 팔로 교체된 존재도 있었다.

거기다가 알몸인 그 인간들은 다리까지도 동물처럼 생겨있지 않은가?

키시시시싯-

그 때, 혈강시들을 이끌고 등장한 리엘루스는 설표들을 향해 비웃듯이 특유의 울음소리를 내뿜었고, 그와 동시에 혈강시들은 날렵하게 뛰면서 거친 계곡을 맨발로 뛰어들기 시작했다.

쿠구구구구구구---!

뒤이어 리엘루스가 8개의 다리가 잔상을 일으킬 정도로 빠르게 움직이며 거친 족적과 함께 설표 무리를 향해 달려들었고, 아수라급 설표는 평범한 습격자가 아니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직감하면서 동족들을 보호하고자 고고하게 앉아있던 자세를 풀며 상아빛으로 반짝이는 발톱을 꺼내들었다.

============================ 작품 후기 ============================

가끔씩 글을 쓰다보면 '아, 남들말 들을 필요 없이 그냥 내 페이스대로 쓰는게 낫겠구나' 싶을때가 있습니다.

가장 큰 부분은 조교씬과 스토리씬의 배분인데, 조교씬을 쓰면 반드시 "조교는 됐으니까 스토리 ㄱㄱ" 라는 리플을 다시는 분들이 계시고, 조교를 완료하고 스토리를 좀 쓰면 "빨리 조교씬좀" 라고 리플을 다시는분들이 계십니다.

어떻게 써도 결국 이러한 리플들이 나올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알게 된 저는 다 필요없고 그냥 제가 원하는대로 쓰기로 결정했습니다.

왜냐하면 이 소설은 전형적인 작가의 자딸용 소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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