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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장
-저 거미는 내게 맡기거라.-
-예, 어머니!-
탓!
아수라급 설표의 목소리에 다른 요마급 설표들은 혈강시를 유인하려는듯이 각자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고, 거기에 이끌리듯이 각자 한 구의 혈강시들이 설표들의 뒤를 따라갔다.
쿠쾅! 콰콰콰쾅!
거칠게 깍여진 절벽에 큼지막한 족적이 남을 정도로 힘있게 밟으며 아수라급 설표가 있는곳까지 빠르게 올라온 리엘루스는 땅에 착지하자마자 산성액이 듬뿍 함유된 거미줄 뭉치를 두어차례 쏘아냈다.
퐁! 퐁! 촤악!
날라가면서 그물처럼 펼쳐지는 녹색의 거미줄.
하지만, 고고하게 앉아있는 설표는 잠시 목을 뒤로 빼냈다가 앞으로 내밀며 입을 열었다.
"크와아아앙---!!"
콰아아아아아---
마치 호랑이의 포효같은 소리가 울려퍼지면서 설표의 얼굴을 중심으로 눈이 부채꼴로 파여서 휘날리기 시작하였고, 거미줄 또한 포효와 함께 터져나온 기파를 이겨내지 못하고 다시 뒤쪽으로 날라가 리엘루스의 등껍질에 치덕치덕 붙었다.
하지만, 아수라급 괴수가 되면서 산성이나 독에 완전히 면역이 된 리엘루스는 몸에 달라붙은 산성 거미줄을 뿌리칠 생각도 하지 않은채 8개의 눈으로 아수라급 설표의 모습을 노려보았다.
-이 느낌. 무리…아니, 나를 계속해서 감시하던건 너였나?-
그 때, 리엘루스가 자신을 노려보는 감각에서 어제 자신을 감시하던 정체모르던 감시자의 그것을 느낀 설표가 입을 열었다.
-헤에~ 자신이 감시당하고 알고 있었네? 겉모습처럼 꽤 감이 좋잖아?
-무슨 목적으로 나를 감시한건지, 그리고 어디서 인간같이 생긴 기이한 괴물들을 끌고 왔는지 물어봐도 순순하게 가르쳐줄리 없겠지?-
아수라급 설표는 리엘루스처럼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괴수가 아니다.
우연찮게 맹수급 괴수의 핵을 먹은것을 시작으로, 오랫동안 힘을 키워 수많은 강적들과 싸워 승리해오며 지금의 위치에 올랐기에, 거의 90~100살 넘게 살아오면서 이 톈산 산맥의 구석구석까지 모두 알고 있는 고령 괴수인 셈이다.
아수라급의 괴수로 탈피될 무렵, 인간들의 밀렵과 괴수들의 공격으로 설표의 개체수가 너무하다 싶을정도로 줄여진것을 확인한 그녀는, 일반적으로 혼자서 생활하는 설표들을 통합, 그들이 각자 최소한 맹수급 괴수가 되어 자기 자신을 보호할 수 있을때까지 보호해주고자 무리를 모으게 되었다.
어쨌든, 1세기에 다다른 나이를 먹어온 아수라급 설표는 자신의 지식에 들어가 있지 않은 혈강시들의 존재를 불편하게 여기고 있었다.
혈강시들의 외향이 인간이라서가 아니다.
살아있지 않은 자, 죽음의 기운이 너무나 강하게 풍겨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죽는다면 다른 짐승들의 밥이 되거나 썩어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 대자연의 법칙.
하지만, 죽어있음에도 불구하고 대자연으로 돌아간다는 당연한 법칙을 거스르고 있는 혈강시는 아수라급 설표에게 본능적으로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게 만드는 부분이였다.
-키키킥! 시간이 지나면 알고싶지 않아도 알 수 밖에 없을거야. 네 년은 여기서 내게 패배하여 복종하게 될테니까!-
상대방이 강적이라는 것을 확인한 리엘루스는 상대방을 엉망진창으로 뭉개버리길 원하는 육식동물의 본능에 충실히 따르며 자세를 낮추고 언제든지 달려들 자세를 취하였다.
-묻고 싶은게 많으니 죽지 않을 정도로만 해두도록 하지.-
-하! 그 대사는 내쪽에서 해야 한다고, 할망구!-
본능적으로 아수라급 설표의 나이가 많다는 것을 직감한 리엘루스는 빠르게 다리를 놀리며 설표를 향해 달려들며 앞다리를 휘둘렀고, 거기에 대응하듯이 설표 또한 정면을 향해 돌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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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수라급 설표의 자식들인 세 마리의 설표들은 어머니에게 방해가 되지 않게끔 적당히 거리를 벌렸다고 판단될때까지 다른 방향으로 이동하였다.
울창한 숲 안쪽으로 들어온 설표들은 이쯤이면 되겠다 싶었는지, 움직임을 멈추고 뒤쪽을 향해 몸을 빙글 돌렸고, 그 뒤를 따라 3 구의 혈강시들이 따라 붙었다.
'자, 그럼 녹화 모드를 실행하고…….'
클로킹 기능과 고성능 촬영 기능만이 존재하고 나머지 기능은 쓰레기나 마찬가지인 저가형 파워 슈츠를 제작하여 모습을 숨기고 있는 진우는 들키지 않게끔 적당히 굵직한 나무 기둥 옆에서 혈강시와 괴수들이 모두 화면에 나오게끔 각도를 맞추었다.
'뭐, 어차피 대충 해도 상관없지만.'
파워 슈츠에 장착된 카메라는 하나가 아니다.
총 5개의 앵글이 각기 다른 방향을 찍으면서 아예 전장 자체를 이탈하지 않는 경우를 제외하면 놓칠리가 없으리라.
'자, 그러엄~ 혈강시들 어택땅~!'
쾅!
모습을 숨기고 있던 진우가 마법진을 통해 명령을 내리자, 그와 동시에 3 구의 혈강시들은 땅이 음푹 파일 정도의 힘을 가하며 설표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온다!-
가장 먼저 캥거루의 다리와 고릴라의 팔이 이어붙여진 혈강시가 높게 점프하며 설표들이 뭉쳐있는 중심을 향해 양 손으로 내리쳤다.
콰아아앙!
나뭇잎이 퍼져나갈 정도로 강렬한 충격파가 퍼져나가면서 사람 몇 명이 누울 수 있는 크레이터가 생겨났지만, 고릴라 팔의 혈강시는 지체없이 눈 앞의 적을 죽이고자 달려들었다.
뒤이어 사자같은 육식동물의 다리를 이어붙여진 혈강시와 전갈의 날카로운 집게 다리를 팔에 이식된 혈강시들도 그 뒤를 따라 요마급 설표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부웅! 콰직!
혈강시들은 팔을 휘두르면서 나무를 간단하게 분쇄시킬 공격력을 뽐냈지만, 정면으로 힘대결을 하면 불리하다는 것을 깨닫은 요마급 설표 세 마리는 날렵하게 나무 사이사이를 오가며 빈틈을 노렸다.
'흐음. 생각보다 붙어있는 팔다리를 잘 이용하는걸?'
만약, 사람에게 인간의 팔다리가 아닌 다른 무언가를 붙여준다면 어떻게 될까?
적응할 순 있어도 평범한 팔다리가 아니기 때문에 그것에 익숙해지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하지만, 혈강시들은 그 과정이 필요 없다.
본능적으로 최적의 방법으로 몸을 움직이고, 최적의 방식으로 적을 죽이는 생각밖에 없는 살인 도구들.
거기다가 모두들 이능력이 높고 낮음은 다르지만, 신체 강화자라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에 몸을 쓰는게 익숙한 육체를 지니고 있는 혈강시들은 능숙하게 설표들을 공격해 나갔다.
혈강시들은 달려들어 공격하고 설표들은 혈강시들의 능력을 확인하고자 이리저리 피하며 탐색전을 벌인다.
그렇게 지루한 공방전이 이뤄지던 중, 드디어 혈강시들의 능력을 파악한 설표쪽에서 공격적인 움직임이 일어났다.
"캬아아아!"
유연하게 허리를 돌리며 회피하려는듯한 페이크 동작을 날린 설표 한마리가 날카로운 발톱이 달린 호랑이 팔을 가진 혈강시를 향해 점프하면서 앞다리를 휘두른 것이다.
쉭!
부웅!
하지만, 호랑이 팔의 혈강시는 전혀 당황하지 않고 자신을 향해 날라오는 공격을 향해 맞받아치듯이 팔을 휘둘렀고, 설표는 치명타를 입힐 생각이 없었다는 듯이 혈강시의 공격을 노리고 맞부딪히면서, 그 힘을 역이용하여 다른 방향으로 이동하였다.
"캬웅!"
뒤이어 또다른 설표가 점프하여 고릴라 팔을 가진 혈강시를 공격, 혈강시가 반격을 가하자 또다시 그 공격을 맞받아치며 그 힘을 역이용해 다른 방향으로 이동하였다.
타다다닥--!
그 때, 그 기회를 노렸다는듯이 나머지 설표 하나는 전갈 집게 혈강시에게 달려드는척 하면서 재빨리 유연하게 허리를 움직여 방향을 꺽어 고릴라 팔 혈강시에게 빠르게 접근하여 앞다리를 휘둘러 몸통을 그어냈다.
파그그극!
발톱과 살이 거칠게 긁히는 소리가 울려퍼지면서 혈강시의 표면에 발톱 크기의 생체기가 났지만, 설표들은 혈강시들을 원형으로 포위하며 가속력이 받쳐진 빠른 속도로 쉴틈없이 이동하였다.
서로의 몸을 교차하거나 이따금씩 점프하면서 혈강시들의 포위진을 좁혀오기 시작하는 설표들.
아마 일반인이 이 자리에 있었다면 분명 3마리에 불과한 설표가 잔상을 일으키며 각기 다른 방향으로 빙빙 돌면서 십수마리로 늘어나는 착각이 일어났으리라.
혈강시들은 여기저기 눈에 보이는 설표들을 향해 마구잡이로 우왕좌왕하며 달려들기 시작하였고, 설표들은 일부러 어떤 구역에서는 속도를 늦추거나 과장된 동작을 취함으로서 세 구의 혈강시들이 각기 다른 타켓을 잡고 뿔뿔이 흩어지게끔 만들었다.
'호오, 괴수들도 뭉치면 나름 전술을 짜긴 하는구나.'
대규모 전략은 당연히 모르겠지만, 특정 무리나 소수 집단전이라면 괴수들도 나름대로의 전술을 짜내는듯 싶다.
자세히 보면 3마리들이 각자 각기 나름의 방식으로 적을 공격하는게 보인다.
"캬아!"
첫번째 설표가 일부러 과장된 울음소리를 포효하며 달려들어 집게 다리 혈강시를 공격하고, 일부러 서로의 공격이 부딪히게끔 만들어 그 힘을 역이용해 다른 방향으로 이동하면서 시선을 끈다.
"크르릉!"
두번째 설표가 호랑이 발 혈강시의 머리 위로 점프하여 앞다리를 내리 휘두르고, 호랑이 발 혈강시와 공격을 부딪혀서 틈을 만들면,
샤악! 카드드득!
세번째 설표가 고릴라 팔 혈강시를 공격하려는듯 페인트 동작을 취하고선 미끄러지듯이 이동하여 호랑이 발 혈강시의 몸통을 발톱을 그어낸다.
착실하게 욕심부리지 않고 데미지를 쌓아가는 설표들의 모습에, 모습을 감추고 있던 진우는 생각보다 못 싸우는 혈강시들의 모습에 실망을 할 법도 하지만, 그의 표정은 미소로 물들어 있었다.
'자~ 그럼 봉인하고 있던 능력을 깨워볼까나~?'
진우는 혈강시들의 기본적인 육체적 스펙을 확인해보기 위해 능력의 일부분을 잠재워둔채로 설표들을 공격하라고 명령했었던 것이다.
"크으…크흐으으……."
"크르르르……!"
능력을 풀어주자 혈강시들의 눈에서 짙은 혈광이 퍼지면서 무표정이였던 얼굴이 거칠게 일그러지더니 몸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하였다.
-이때다!-
-잠깐! 뭔가 이상해!-
혈강시들이 몸을 부들부들 떨면 괴이한 신음성을 토해내자, 자신들의 공격이 효과가 있는거라 판단한 설표 한마리가 추가타를 날리기 위해 달려들었고, 다른 설표가 막으려 하였으나 그 전에 먼저 달려드는 것이 우선이였다.
"크아아아아!!"
후우웅!
고릴라 팔의 혈강시가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설표를 향해 팔을 휘둘렀고, 설표는 유연하게 점프하여 그 공격을 받아쳐내려 하였으나,
콰앙!
"캥!?"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의해 얻어맞은 설표는 고통어린 신음성을 내지르며 나동그라졌다.
설표들은 무슨 일인가 싶겠지만, 이미 모든걸 전부 알고 있는 진우는 내기가 실려있는 '권풍' 임을 알 수 있었다.
신의 전생, 독고무린이 지존으로 활동하던 무림 세계에서는 혈강시가 무서운 마물이라고 일컫어지는 이유는 10등급의 신체 강화자 거의 동일한 능력이 있는것도 있지만, 화경化境에 임박하는 내공을 무한하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10만이라는 인간의 선천지기를 얻게 되면서 그 힘으로 화경급의 임하는 내공을 무한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된 혈강시들은, 누가 가르켜주지 않아도 본능적으로 적을 죽이기 위해 그 내력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지금 설표를 공격한 것은 내공이 함유된 권풍으로, 정면으로 권풍을 얻어맞은 설표는 아마 대포를 정통으로 맞은듯한 충격을 받게 되었으리라.
'참 아이러니하군. 이능력자는 사용할 수 없는 내공을 죽어서 저렇게 사용이 가능하다니.'
진우는 자신과 자신의 노예들에게 무공을 가르켜줄 수 있냐고 물어봤지만, 이능력자들이 가지고 있는 기운은 일반적인 인간의 흐름과 다른 방향으로 흐르고 있어서 이능력자가 없는 일반인들을 상대로 정립된 무공 체제를 새롭게 연구해야만 한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문제는 신체 강화자, 염동력자, 마인드 컨트롤 능력자 등등, 모든 종류의 이능력자들은 각기 다른 기의 흐름을 가지고 있기에, 이능력자들에게 맞게끔 무공을 개발한다는 것은 무공을 새로이 탄생시키는것보다 더더욱 어려운 일이라는 결과가 나오게 되었다.
이는 마법쪽의 문제이기도 하기에, 안타깝게도 이능력자들이 무공이나 마법을 배우려면 남궁 신이 오랜 시간동안 무공과 마법을 재정립하지 않는 이상은 불가능하다.
결국 이능력자가 아닌 페리샤만이 시간이 날때마다 틈틈히 무공과 마법 배우고 있는 중이다. 그것도 이미 무공을 배우지 못한채 성인이 되어 기혈이 굳어버려 큰 효과를 보기 어려웠다.
그나마 워낙 머리가 좋으니 마법사쪽에서 나름 큰 효과가 나올것 같다는 기대가 유일한 위안이랄까?
어쨌든, 지금까지 진우가 봉인하고 있던 모든 능력들이 개방되면서 과도한 공격성까지 함께 일깨워진 혈강시들은 방금전과 움직임 자체가 틀려졌다.
쾅!
작은 크레이터가 생길 정도의 세기로 진각을 밟으며 화살처럼 앞으로 쏘아져 나간 혈강시들의 속도는 방금전과 압도적인 차이가 났다.
-피해!-
갑자기 움직임이 달라진 혈강시들의 모습에 설표들은 황급히 사방으로 흩어지며 회피하였으나, 권풍을 제대로 얻어맞은 설표는 고통으로 인해 움직임이 반박자 늦춰졌다.
콰즉!
"캬아악!"
그리고, 그 틈을 놓치지 않은 집게 다리 혈강시가 설표의 뒷다리를 잡아챘고, 내기가 실려있는 전갈의 집게 다리는 엄청난 악력과 절삭력이 더해지면서 설표의 뒷다리를 가볍게 잘라냈다.
후웅!
촤악!
그 뒤를 노린 호랑이 발의 혈강시 또한 발톱에 내기를 품으며 나동그라진 설표의 등을 향해 팔을 내리 휘둘렀고, 하얀색의 등가죽은 혈강시의 발톱 모양으로 쩍쩍 갈라지면서 인근 부위가 피로 물들었다.
"캬아아아!"
뒷다리가 잘리면서 기동성을 상실해버린 설표는 호랑이 발 혈강시에게 붙잡혀 일방적인 난도질을 당하기 시작하였다.
혈강시의 팔이 휘둘러질때마다 피와 털이 붙어있는 살점이 함께 뜯겨져 나가는 고통속에서 마지막 발악을 하듯이 앞다리를 휘둘러 봤으나, 혈강시에겐 데미지를 입힐 수 없었다.
'이크, 여기서 죽으면 안 되지.'
몬스터 웨이브를 위해 한 마리의 괴수가 아쉬운 판이다.
리엘루스의 보고에 의하면 거의 백여마리 넘게 모았다곤 하지만, 수백만, 혹은 그 이상이 될 연합군의 전력을 깍아먹으려면 하나라도 더 많은 괴수들을 모아야 한다.
진우는 재빨리 부상당한 설표의 뼈가 훤히 드러날 정도로 난도질하고 있는 혈강시에게 명령을 내려 다른 타켓을 공격하게끔 지시하였고, 그 명령을 받아 다른 설표를 타켓으로 잡은 혈강시들은 다른 설표들을 향해 돌진하였다.
============================ 작품 후기 ============================
아...누구든지 좋으니까 내 대신 세금내고 전기세내고 이것저것 다 내주면 통조림에 자진해서 들어가고 시프다...
일한 후에는 정신적으로 지쳐서 글을 쓰면 퀄리티가 떨어지는것 같아요...
그런 자괴감이 들어서 그런지 글을 올릴때마다 'ㅅㅂ 이게 글이야 빙구야' 라는 욕을 먹을것 같아서 무서워 죽겠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