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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미트 브레이커-411화 (411/923)

0411 / 0923 ----------------------------------------------

6장

"캬아아악!"

"키이이익!"

전차의 2배 이상 크기 되는 거대한 괴수들이 서로 엉켜붙어 괴성을 질러가며 혈투를 벌이고 있었다.

쒜에에엑!

리엘루스의 앞다리의 날카로운 끝이 아수라급 설표의 머리를 향해 내리 꽂히려 하였지만, 옆으로 살짝 점프하여 회피한 설표는 그대로 리엘루스의 눈알을 짓이겨버리겠다는 듯이 아가리를 벌리며 달려들었다.

콰각!

8개의 시각 정보중 2~3개에서 설표의 아가리 안쪽을 구경한 리엘루스는 재빨리 몸을 옆으로 굴리며 아슬아슬하게 회피하는데 성공하였지만, 이빨이 허공을 깨물며 자신의 이빨들끼리 부딪히는 소리를 듣게 된 그녀는 땀이 있었다면 남몰래 식은땀을 흘렸을 정도로 위협적이였다.

어쨌든, 간신히 서로의 거리가 떨어지게 되면서 잠시 소강상태가 흐르기 시작하였다.

리엘루스와 아수라급 설표의 몸 상태는 꽤나 엉망진창이였다.

리엘루스의 외피는 여기저기 잘려나가거나 으깨져 있었고, 설표의 몸에는 여기저기 고운 하얀색 털에 붉은 물이 들어있었다.

겉으로 보기엔 꽤나 심각해보이는 부상이지만, 아직은 서로에게 확실한 치명타는 입히지 못한 상황.

두 괴수는 서로의 빈틈을 찾으려는듯이 서로를 노려보고선 옆걸음을 하며 천천히 공격의 기회를 찾기 시작했다.

인간들간의 싸움이였다면 여기서 여러가지 생각을 하며 다양한 계획을 꾸며서 자멸하거나 성공하겠지만, 두 괴수들은 자신에 버금가는 강적을 만나게 되면서 이성보단 본능으로 싸우고 있었다.

퐁!

순간, 리엘루스가 빠르게 몸을 C자로 구부리며 기습적으로 거미줄 뭉치를 쏘아냈다.

타격이 목적이였는지 암벽처럼 뭉쳐있는 거미줄 뭉치가 여러개 발사되었지만, 설표는 가볍게 몸을 좌우로 살짝 살짝 띄어주면서 회피하였다.

타탁!

그 때, 몸을 좌우로 움직이던 설표가 잔상을 일으킬 정도로 빠르게 선회하며 리엘루스의 옆구리를 노리듯이 움직였다.

굳이 몸을 좌우로 폴짝 폴짝 뛰던것은 시동을 걸기 위한 움직이였던 것이다.

거의 1초만에 리엘루스의 오른쪽으로 선회한 설표가 옆구리를 공격하기 위해 달려들었으나,

후우웅!

전후좌우 사방을 확인할 수 있는 8개의 눈동자가 설표의 움직임을 확인하였기에 리엘루스는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몸을 크게 돌리며 앞다리를 힘껏 휘둘렀다.

'속임수?'

그 공격에 압박감을 받았는지 설표는 뒤쪽으로 백스탭하였지만, 그녀는 설표가 공격하기 전부터 이미 뒤쪽으로 점프하였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

의문이 뇌에서 생겨나 몸 전체에게 경고를 전할 무렵, 설표가 가진 5개의 꼬리가 갑자기 늘어나는것이 아닌가?

쉬익! 쉭!

뾰족한 가시 돌기들이 무수하게 튀어나와 고문용 채찍처럼 변모한 5개의 꼬리는 설표의 머리 위를 지나치면서 리엘루스의 몸을 향해 휘둘러졌다.

생전 처음보는 공격에 당황할법도 하지만, 리엘루스는 셀리가 꼬리가 달려있는 생체 나노 슈트를 통해 꼬리를 이용한 공격 방법을 몇번 언뜻 봤기에 생각보다 빨리 상대의 공격에 익숙해질 수 있었다.

셀리는 아직도 자신의 꼬리가 공격용이 아니라 그냥 코스프레용이라는 사실에 울적해하고 있지만 말이다.

쩌억! 쩍!

역시 아수라급 괴수라는것을 보여주듯이, 리엘루스가 재빨리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회피 동작을 할 때, 그녀가 있던 자리를 내리친 꼬리는 하나같이 거친 땅을 쩍쩍 갈라놓았다.

하지만, 리엘루스 또한 당하고만 있지 않았다.

휙휙휙--

꼬리들의 파상 공격을 피하고 막다가 여유가 생기자 몸을 좌우로 빠르게 털기 시작하면서 그녀의 몸에서 짙은 녹색의 연무가 피어올라왔다.

처음엔 독이라고 생각한 설표는 거리를 벌리고 꼬리를 휘둘렀지만,

치지지직--!

"!!"

살이 타고 녹는 소리와 고통을 느끼고선 재빨리 꼬리를 회수하였다. 연무 안쪽으로 들어간 꼬리는 털이 완전히 사라진채로 맨 살을 드러내고 있었다.

보통 인간이라면 1분안에 살과 내장, 뼈까지 녹아내릴 정도로 강력한 산성액이 섞인 연무.

하지만, 아수라급 괴수가 되면서 독과 산성액에 면역인 리엘루스에겐 최고의 무기이자 최고의 방어벽이였다.

퐁! 퐁!

바람 빠지는 소리와 함께 연무 속에서 몸을 구부린 리엘루스가 포탄을 쏘아내듯이 거미줄 뭉치를 쏘기 시작하였다.

연달아 거미줄을 발사하며 설표를 향해 공격하는 리엘루스는 여유롭게 조준하면서 뭉치와 펼쳐지는 거미줄을 번갈아가면서 설표의 움직임이 더더욱 다급해지게끔 유도하였다.

하지만, 설표의 눈에서는 당혹스러운 기색은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무언가를 노리고 있는 사냥꾼의 눈빛이 리엘루스로 하여금, 진우를 제외한 최초로 사냥감이 되었다는 감각을 받게 되었다.

'위험해!'

뭐가 올지 모른다. 무슨 공격을 하려는건지 모른다.

단지 본능이 이 자리에 계속해서 있으면 위험하다고 울부짖고 있었다.

설표의 앞다리가 천천히 위로 올라가는 모습을 확인하자마자 재빨리 몸을 바깥쪽으로 움직여 회피하려던 찰나, 두 괴수들은 갑자기 느껴지는 이질적인 감각에 시선을 돌렸다.

쿵! 쾅!

"캥!"

"컁!"

그 곳에서는 몸에 작은 생체기가 나있는게 전부인 혈강시들이 피투성이가 되어버린 요마급 설표들을 내팽개치는 모습이 보였다.

요마급 설표들이 필사적으로 반격을 가하였지만, 화경의 내공까지 사용하면서 내기가 실린 공격을 가하는 혈강시들의 공격력을 버텨낼 수 없었다.

혈강시들은 거칠게 쓰러져 숨을 헐떡거리는 설표들의 목덜미를 공격할 준비를 취하였고, 자신의 자식들로 하여금 인질을 잡은거라 생각한 아수라급 설표는 이빨을 꽉 깨물며 마음을 다 잡으려 하였으나,

쿠구구구구구---! 콰앙!

갑자기 땅속에서 진동이 일어나더니 개미귀신 괴수가 튀어나왔다.

-크케케케케! 누님! 누님이 말씀하신 굉이 새끼들 다 잡았습니다요!-

지금까지 모습을 감추고 있었던 개미귀신 괴수는 리엘루스로부터 지급받은 거미줄을 그물처럼 사용하여 은신처로 피신한 설표들을 모조리 잡아온 것이다.

"끼잉……."

"낑……."

요귀급 개미귀신 괴수의 힘을 당해내지 못한 호위용 맹수급 설표들은 끙끙 거리면서 저항의 댓가로 얻은 부상에 괴로워하였고, 평범한 설표들은 본능적으로 움직이면 죽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지 그물 안에서 저항하려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큿…….-

자신의 자식들과 동족들이 모조리 붙잡혀버린 상황.

아수라급 설표는 아직 싸울 힘이 있었지만, 이대로 싸우면 자식들과 동족들을 모두 잃어버리게 된다는 사실에 리엘루스를 공격하려던 필살의 일격은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우리에게 원하는게 뭐지? 대체 무슨 이유로 이런짓을 하는건가?-

일단 포로로만 잡을 뿐, 죽이지는 않는 모습에서 단순한 영역 싸움이나 서로의 힘을 빼앗으려는 결투가 아님을 직감한 설표는 리엘루스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물어왔다.

"에, 뭐야? 안 싸우는거야?"

그 때, 이 곳에서 들리지 말아야 할 목소리가 들려왔다.

-인간?-

-엥? 왠 인간이 여기에 있는거야?-

설표와 개미귀신은 인간의 흔적이 찾아보기 힘든 톈산 산맥 깊숙한 곳에서 모습을 드러낸 인간의 모습에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경악스런 일이 있었으니.

"주인니이이임~"

-어, 어라……? 누…누님?!-

방금전만 해도 흉폭한 기세를 펼치며 피튀기는 혈전을 벌이던 리엘루스가 쪼르르르 달려나가 인간의 몸에 얼굴을 부비적거리며 애교를 피우는게 아닌가?

"알겠어, 알겠어. 반가운건 알겠는데 너무 밀지좀 마. 네 몸 크기랑 내 몸 크기를 생각해달라고."

마치 아이를 돌보는듯이 리엘루스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기 시작하는 인간, 진우는 그녀의 애교를 온 몸으로 받아주었다.

아마 그녀에게 꼬리가 있었으면 꼬리뼈가 부서지도록 붕붕 휘두르며 반가움을 표했으리라.

덕분에 놀란것은 개미귀신 괴수였다.

잔인하고 냉혹한 리엘루스가 애교를 피우는 모습은 그에게 마치 천지가 개벽하는것 같은 충격이였으니까.

"어이, 너. 인간의 말을 할 줄 알지?"

"…네 정체는 뭐지, 인간? 대체……."

역시나 아수라급 괴수답게 사람의 말을 할 줄 아는 설표는 대체 어디서부터 물어봐야 할지 감을 잡지 못하였다.

어째서 여기에 있는거냐, 어째서 나와 호각을 다루는 존재를 애완동물처럼 다루고 있는거냐, 저 죽어있는 시체나 마찬가지인 존재들도 네 작품이냐, 등등, 온갖 의문이 떠올랐지만 그것들을 하나로 축약시킬 수 있는 질문을 생각해내지 못하여 입을 다물고 말았다.

"뭐, 이쪽의 정체 같은건 알고 싶지 않아도 알게 될테니까 그 부분은 나중으로 미루지. 그보다 말야, 지금 여유 챙길 상황이 아닐텐데? 내 손가락 하나면 네 동족들이 한순간에 고깃덩어리가 되는건 일도 아니거든."

그리고선 진우는 팔을 살짝 들어올리자, 요마급 설표들을 붙잡은 혈강시들이 공격을 가하는 자세를 취하는 자세에서 움직임을 멈추었다.

"원하는게 뭔지 본론을 말해라. 나는 말을 빙빙 돌리는건 싫어해."

아수라급 설표가 으르릉 거리며 위협하듯 입을 열자, 리엘루스가 발끈해하며 설표를 노려보았다.

스윽 스윽-

하지만, 여전히 여유있는 미소를 짓고 있는 진우는 그런 리엘루스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면서 입을 열었다.

"거부할 수 없는 조건을 내달지. 만약, 여기있는 리엘루스와 1:1 대결을 해서 승리한다면 네 동족들은 모두 살려주고, 저기 부상입은 녀석들도 치료해주겠다."

"내가 진다면?"

"일단 내용은 똑같아. 네 동족들을 살려주고 부상입은 놈들을 치료해주는것. 하지만, 여기서 하나가 더 늘어나지."

잠시 말을 멈춘 그는 새하얗고 아름다운 모피를 지닌 아수라급 설표의 모습을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뭔가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흐흐흐…아름다운 하얀 모피의 고양이과 동물이라……. 이거 인간화 시키면 꽤 제대로 된 작품 하나 나오겠는걸?'

속으로 대충 견적을 뽑아본 그는 다시 입을 열었다.

"네가 나의 노예가 되는 것이다."

"노예?"

"그래, 나의 명령에 충실히 이행하고 복종하는 노예."

"……."

설표는 잠시 주변을 확인하였다.

자신의 자식들이 상처입고 고통스러워하며 쓰러져 있는 모습, 개중에는 뒷다리가 잘려나가고 선홍빛 내장이 언뜻 보일정도로 부상이 심각한 아이도 있었다.

그리고 개미귀신이 인질로 붙잡은 설표들은 큰 부상은 없지만, 강인한 힘이 없어서 개미귀신 괴수가 거대한 집게를 크게 휘두르면 몰살당할 수 있는 상황.

"인간의 약속을 어떻게 믿을 수 있지? 애초에 내가 이겨도 약속을 지키리라는 신뢰가 없는데?"

"믿기 싫으면 믿지 마시든가. 아쉬운건 내쪽이 아니라 그쪽이잖아?"

"……."

그렇다.

이미 완벽하게 동족들과 자식들이 인질로 잡혀있는 이상, 뭐라도 해야 본전이다.

"안그래도 요즘 너무 심심해서 피튀기는 혈전을 보고 싶었거든. 이 몸이 나서면 어떤 싸움이든지 싱겁게 끝나버려서 이런식으로라도 재미난 구경거리를 만들어야 하는 슬픈 운명의 소유자인 셈이지."

역으로 말하자면 아수라급 설표가 자신에게 덤벼도 싱겁게 끝내버릴 수 있다는 뜻도 섞여있었다.

감히 인간 주제에 자신을 가볍게 가지고 논다는 말에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설표는, 자식들과 동족들의 안전만 확보되면 주제도 모르는 건방진 인간을 갈기갈기 찢어발기고 싶을 정도로 분노하였다.

"리엘루스."

설표가 슬슬 다시 공격 자세를 취하기 시작하자, 진우는 자신이 머리를 쓰다듬고 있는 리엘루스를 향해 조용히 입을 열었다.

"내 곁에 머물 수 있는 가치를 보이는게 좋을거야."

"!!"

방금전까지만 해도 능글맞게 말하고 있었지만, 순식간에 지배자로서의 눈빛과 목소리로 바뀌어버린 주인님의 살기어린 경고에, 리엘루스는 여기서 진다면 버림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을 안게 되었다.

리엘루스와 설표는 다시 한번 자신들이 싸우던 전장으로 들어섰고, 개미귀신 괴수는 리엘루스가 주인님이라며 따르는 저 인간의 정체를 알아보기엔 상황이 나쁘다고 생각하였는지 일단 입 다물고, 설표들을 생포한 그물을 질질 끌어 좀 더 멀리 이동하였다.

혈강시들도 진우의 명령을 받아 멀리 이동하면서 공간을 확보해주었고, 진우는 눈 앞에서 생생한 혈전을 보고 싶다는 생각에 적당히 가까운 자리로 이동하였다.

"그렇게 가까운곳에 있다간 죽을 수도 있다."

"니가?"

설표의 경고에 진우는 비웃음 가득 섞인 표정으로 터져나오려는 웃음을 숨기려는듯이 손바닥으로 입을 가렸다.

"나는 전투에 방해 안되게 적당히 알아서 피할테니 나는 신경쓰지 말라고."

"주인님의 말씀대로야. 만에 하나라도 주인님을 죽일 수 있다는 헛된 희망은 가지지 말라고 충고해두고 싶은걸?"

"……."

자신을 계속 우습게 보는 인간의 모습에 슬슬 속이 부글부글 끓기 시작한 설표는, 반드시 기회를 잡아 죽여버리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하면서 리엘루스를 향해 살기를 드러냈다.

"방금전의 나와 지금의 나를 동일하게 보지 마라."

방금전에는 심상치 않은 기운을 가진 혈강시들과 싸우고 있을 자식들 걱정 때문에 마음이 다른곳에 가서 제대로 마음 편히 움직이지 못하였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오히려 자식들과 동족들을 구하기 위해서 상대방을 죽여야 한다는 필살의 의지를 가지고 전투에 임할 수 있게 되었다.

"흥. 그쪽은 내 대사이기도 하지. 주인님이 보고 계시는데 질 순 없단 말이야!"

리엘루스 또한 자신의 가치를 보이라는 진우의 경고로 인해, 사랑하는 수컷에게 버림받을 수 없다는 암컷의 절박함이 깃들었다.

"크르르르……."

"카르르르……."

서로를 향해 짐승의 울음소리를 내뱉은 두 아수라급 괴수들은, 전의를 피우면서 방금전에 멈춘 전투를 이어나가기 시작하였다.

휙!

멀찍이 서 있던 진우가 돌을 들어서 위로 던졌고,

퍽!

돌이 추락하여 땅과 부딪히면서 거친 소리를 자아내자

"캬아아아!"

"키이이이!"

두 괴수는 서로를 향해 달려들며 앞다리를 휘둘렀다.

============================ 작품 후기 ============================

소설을 보실때 유부녀 캐릭이 나올때 그냥 그렇구나 하면서 보신다면 제 소설의 영향을 제대로 받지 않으신겁니다.

제 소설에 제대로 영향을 받으셨다면 어디의 어떤 소설이든지 예쁘장하게 묘사된 유부녀, 어머니 캐릭터에게 공략 플래그가 있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셔야 정상임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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