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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장
카아앙!
설표의 발톱과 리엘루스의 앞다리가 부딪히면서 금속성 비슷한 소리가 울려퍼졌고, 그 충격으로 인해 두 괴수들이 휘두르던 앞다리는 반동력을 이기지 못한듯이 뒤쪽으로 날라가고 말았다.
두 괴수 모두 뒤로 물러설 수 없는 입장이였기에, 필사의 일격으로 알게 된 두 사람의 단순 공격력은 비등했다.
후우웅!
카앙!
간신히 뒤쪽으로 팅겨나간 앞다리를 땅에 올려두자마자 이번엔 반대편 앞다리로 상대방을 향해 휘둘렀다.
후웅! 카앙! 후웅! 카앙!
계속해서 이러한 공격이 반복적으로 이뤄졌는데, 진우는 본능적으로 지금의 단순한 공격이 기싸움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마 두번째까진 의도치 않았겠지만, 세 번째부터는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가 돋보였기 때문이다.
카앙! 카앙! 카앙! 카앙! 카앙!
빠직! 빠각!
계속되는 충돌에 리엘루스의 낫 형태를 지닌 앞다리는 날 부분이 부서지기 시작하였고, 설표의 발톱도 금이 가기 시작한다.
후우우웅!!
카드드득!
결국, 리엘루스의 앞다리 날이 찢어발겨지고, 설표의 발톱들이 파괴되면서 그 파편이 사방으로 튀어나가는 모습에, 이 기 싸움은 무승부라고 판단한 두 괴수들은 곧바로 본격적인 혈투로 들어갔다.
"크와아아아앙---!!"
호랑이같은 포효를 눈 앞에서 터트린 설표의 공격에, 충격파로 인해 뒤쪽으로 밀려나갈뻔한 리엘루스는 뒷다리를 이용하여 상체를 비스듬하게 올리더니 입을 정면으로 내밀었다.
퉤헥!
마치 거친 가래를 뱉는듯한 소리와 함께 짙은 녹색의 액체는 충격파를 무시하며 설표를 향해 날라갔고, 본능적으로 닿으면 안된다고 판단한 설표는 재빨리 몸을 좌우로 스탭을 밟아가며 거리를 벌렸다.
치지지지직--
설표의 예상대로 짙은 녹색의 액체는 땅에 닿자마자 부글부글 끓는 소리와 함께 두터운 암벽이 녹아 내려갈 정도의 염산이였다.
붕붕붕붕-
이미 서로의 능력은 확인하였기에, 더이상 탐색전을 펼칠 이유가 없어진 리엘루스는 몸을 좌우로 빠르게 흔들며 염산으로 이루어진 연무를 뿌렸고, 진우는 아수라급의 괴수가 내뿜는 강력한 산성액을 맞고 싶은 생각이 없는지 거리를 뒤쪽으로 벌렸다.
퐁! 퐁! 퐁!
전보다 더욱 넓고 진해진 색상의 산성 연무.
그 안에서 몸을 구부린 리엘루스는 거미줄 뭉치를 뿌리며 방금전과 같은 상황을 연출하였다.
'방금전보다 더더욱 강한 산성액으로 만들어진 연무야! 아무리 빠르게 꼬리로 공격한다 해도 이 안이라면 문제 없어!'
방금전에 느꼈던 위기 본능에 의해 더더욱 강력한 산성 연무를 만든 리엘루스는 마음 놓고 거미줄 뭉치를 쏘아내며 이리저리 폴짝 폴짝 뛰어 다니는 설표를 공격하였다.
순간,
설표의 눈이 사냥꾼의 그것처럼 변하면서 짙은 산성 연무 안에 숨어있는 리엘루스의 위치를 파악하기 시작하였다.
'기세가 바뀌었다?'
약간 멀리 피해 있었던 진우는 설표의 기세가 바뀌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이 부분은 리엘루스 또한 마찬가지였다.
'큭……! 이 안은 내 요새야! 여차해도 방어에만 치중한다면 피해를 받는건 저쪽이라고!'
본능이 또다시 도망가라고 외치는 것을 이성으로 거부한 리엘루스였지만, 지금의 상황은 확실히 압도적으로 그녀에게 유리한 상황이였다.
충격파를 날릴 수 있는 포효만 아니면 이 연무들이 날라갈 일은 없다.
게다가 상대방이 포효를 날리며 연무를 걷어낼때 자신은 가만히 있겠는가? 당연히 상황에 따라 회피, 방어, 반격을 가할 것이다.
자신의 요새를 믿은 리엘루스는 계속해서 설표의 빈틈을 만들어내기 위해 거미줄 뭉치를 쏘아냈고, 설표는 좌우로 회피하면서 끝까지 시선을 리엘루스의 방향으로 고정시켰다.
그렇게 묘안의 눈동자가 좁혀지면서 사냥꾼의 눈이 된 설표는 일부러 땅을 박차며 높게 점프하였다.
'이때다!'
아무리 민첩해도 공중에서 방향을 바꾸는건 쉬운 일이 아니다.
리엘루스는 스스로 빈틈을 만든 설표의 어리석은 행동에 재빨리 위쪽으로 거미줄 뭉치를 연달아 분출하려던 찰나, 공중으로 뜬 설표가 발톱이 멀쩡한 앞다리를 리엘루스 방향으로 강하게 휘둘렀다.
쩌저저적!
"키에에에엑----!!"
리엘루스를 중심으로 거친 발톱모양의 기다란 홈이 음푹 패여들어갔고, 그와 동시에 산성 연무가 갈라지더니 그 안에 있던 리엘루스의 두터운 등껍질이 네 갈래로 갈라지며 연갈색의 피가 상처 사이로 솟구쳤다.
이것이 아수라급 설표가 가진 능력, 발톱 형태의 날카로운 쇼크 웨이브를 발사하여 상대방을 찢어발기는 능력이였다.
거기다가 8개의 눈알중 중앙, 오른쪽 끝, 왼쪽에서 두번째 눈알이 터져나가면서, 리엘루스는 끔찍한 고통속에서도 살기위해 강해져가는 본능 의식을 잠재우고 이성을 꺼내기 위해 정신을 붙잡았다.
예상치 못한 공격을 받는다면 적은 두번째 공격을 이어올 터. 여기서는 본능이 아니라 이성적으로 대처해야 하기 떄문이다.
무언가 온다는 것을 느꼈지만, 반응하기도 전에 자신의 몸체를 덮쳐온 설표의 공격에, 리엘루스는 몸이 갈라지고 눈알 3개가 터져나가는 부상을 입게 되었다.
쾅쾅쾅쾅쾅!
재빨리 땅에 착지한 설표는 네 다리가 움직일때마다 거친 암벽에 크레이터가 생길 정도로 힘있게 밟으며 리엘루스를 향해 돌진하기 시작하였다.
"키이익!"
리엘루스는 재빨리 자신의 앞다리를 X자로 교차시키며 정면의 방어력을 강화시켰다.
예상치 못한 공격으로 인해 산성 연무의 일부분이 날라갔지만, 그래도 대부분의 연무가 남아있었기에 적이 접근전으로 공격한다면 수비에 치중하여 시간을 끌기 위함이였다.
하지만,
치이이이이이!!
콰득!
설표는 가속력을 더한 속도로 산성 연무로 들어오자마자 노렸다는 듯이 X자로 교차시킨 앞다리중 하나를 아가리로 깨물고선 그대로 앞으로 내달렸다.
그 와중에도 새하얀 털중 일부분이 빠져나가고 변색되어버린것을 보니 리엘루스의 산성 연무가 가진 위력을 대충이나마 알 수 있는 부분이였다.
후욱---!
쾅쾅쾅쾅쾅!!
리엘루스를 물면서 앞으로 내달린 설표는 산성 연무에서 빠져나왔고, 순식간의 자신의 요새가 붕괴된 리엘루스는 당황하면서도 설표가 물지 않은 한 쪽 다리를 휘둘러서 옆구리를 공격하였다.
푸욱!
"크르르릉!"
옆구리에 끝이 송곳처럼 날카로운 리엘루스의 앞다리가 박혔지만, 설표는 계속해서 앞으로 달려나가면서 깍아 만든듯한 암벽까지 돌진하였다.
콰아앙!
그대로 암벽을 향해 달려들어 충돌.
"캬오오오!!"
설표는 고양이과 맹수의 포효성을 울부짖으며 발톱이 깨지지 않은 앞다리를 크게 위아래로 휘두르며 쇼크 웨이브를 발산하였다.
콰드드드득!!
"키에에에에에엑!!"
절벽처럼 깍아진 암벽은 발톱 모양에 따라 갈라졌고, 리엘루스는 괴성을 지르며 몸이 쩍쩍 갈라지는 고통에 괴성을 울부짖었다.
쿠르르르르---
여러 갈래로 잘려나간 암벽에서 작은 돌조각들이 우수수 떨어져 내리면서 리엘루스의 몸 위로 떨어졌지만, 온 몸에서 연갈색의 체액을 토해내면서 쓰러진 그녀는 아무런 미동도 하지 않았다.
쯔즉--
"크릉……."
리엘루스의 앞다리를 옆구리에서 빼내자, 툭 하면서 힘없이 떨어져 내렸다.
상당한 혈투였지만, 설표는 옆구리의 상처를 제외하면 작은 생체기같은 상처들이 전부였다.
이것이 인위적으로 짧은 시간에 강해진 아수라급 괴수와 오랜 시간동안 차근차근 성장해오며 경험을 쌓아온 괴수의 차이.
'크크큭. 역시 짐승들의 싸움만큼 흥미진진한게 없다니깐.'
멀찍이서 구경하고 있었던 진우는 두 괴수들의 싸움을 즐겁게 감상하고 있었다.
인간이였다면 이리저리 간을 보고 난투전을 벌였겠지만, 포악한 괴수들은 한번 엉겨붙으면 서로를 죽이려는 필살의 일격을 날려대니 짧지만 흥미진진한 눈요깃거리가 되어주었다.
"내가 승리했다, 인간. 약속대로……."
"아아~ 물론 약속은 지켜야지."
하지만, 약속을 지키겠다던 진우가 움직이지 않자, 설표는 이빨을 내밀며 위협하듯 으르릉 거렸다.
"그런데 말야, 너무 일찍 승리를 확신하고 있는거 아냐?"
"구질구질하게 약……."
후욱!
"!!"
순간, 설표의 몸을 중심으로 엄청난 양의 거미줄들이 덮쳐왔다.
"이건!?"
마치 살아있는 생물처럼 자신을 덮쳐버린 거미줄들의 모습에 깜짝 놀란 설표는 지금의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였다.
'대체 언제!? 거미줄을 바닥에 까는 모습은 없었는데!?'
그 때, 당황한 설표의 눈에 가장 마지막에 던진 리엘루스의 거미줄 뭉치가 사르르 녹듯이 형태를 잃어가면서 사방으로 퍼져나가고 있는 모습이 포착되었다.
'설마!'
이상하게 계속해서 원거리 공격을 고집할때부터 이상하다고 생각했었다.
자신과 비등한 근접전 능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계속 거리를 벌리려 하고, 근접전을 치루지 않게끔 산성 연무를 분출하여 요새화하였다.
그런데 설마 그 모든게 이 근방에 거미줄을 설치하여 자신의 홈그라운드로 만들기 위한 사전 작업이였다니!?
바둥바둥바둥!
설표는 재빨리 팔다리를 휘둘러가며 거미줄을 끊어내고자 노력하였다.
다행히 아수라급 괴수의 예기銳氣어린 발톱까지 버틸 수 있을 정도로 튼튼한 수준이 아닌지라, 차근차근 거미줄을 끊어내던 중,
"키야아아아악!"
"!!"
이미 다 죽어간다고 생각했었던 리엘루스가 상처난 몸을 이끌고 어느새 지근거리까지 달려오고 있었다.
8개의 눈알중 성한 것은 2개. 거기다가 온 몸에 연갈색의 체액이 연신 분출되어가고 있는 고통 속에서도 이성을 잃지 않은 리엘루스는 마지막 일격을 먹이기 위해 거미줄을 조종하였고, 설표가 바둥거리면서 거미줄로 전달되는 충격을 참아내면서 지근거리까지 기척을 죽이고 조용히 다가온 것이다.
찌익! 찌직!
설표는 재빨리 거미줄을 잘라내려 하였으나,
부웅! 콰즈즉!
혼신의 일격을 먹이기 위해 점프한 리엘루스의 앞다리가 설표의 복부를 꿰뚫었다.
"캬오오오오!!"
설표는 고통어린 비명을 내지르며 괴로워하였지만, 리엘루스는 최후의 일격을 위해서 날카로운 이빨로 설표의 목을 깨물기 위해 달려들었다.
"그만!"
우뚝!
그 때, 진우의 목소리에 리엘루스는 설표의 목 바로 지근거리에서 움직임을 멈추었다.
"……."
설표는 자신의 목덜미를 깨물고 독을 주입시키려는 리엘루스의 모습에 체념하듯이 두 눈을 감았지만, 자신을 향한 인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이, 내가 봤을땐 지금 이 공격을 당하면 그냥 끽이거든? 항복이냐, 아니면 끝까지 해볼거냐?"
"……."
진우의 목소리에 설표는 잠시 이빨을 꽉 깨물며 으르릉 거렸다.
"끼잉…끼잉……."
"끄응……."
하지만, 뒤이어 자신의 꼬리들을 사냥감으로 삼고 사냥 놀이를 즐기던 새끼들이 끙끙거리는 소리를 듣게 된 설표는 바짝 굳어있던 꼬리가 추욱 늘어져내렸다.
"…내가…졌다……."
마음같아선 그냥 죽고 싶었지만, 이대로 자신이 죽으면 가치가 없어진 동족들과 아이들은 모두 죽고 말 것이다.
동족들을 위해서, 어린 아이들을 위해서 결국 자신의 자존심을 굽히기로 결정한 설표는 항복을 하고 말았다.
쯔즈즉!
설표가 항복한다는 것을 듣게 된 리엘루스는 앞다리를 빼들더니, 비틀비틀거리면서 진우를 향해 천천히 다가왔다.
"…주…인……님……."
거대하고 징그러운 거미가 상처투성이가 되어 더러워보이는 체액을 뚝뚝 흘리는 모습은 매우 징그러워보였지만, 진우는 그 혐오스런 모습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에게 다가온 리엘루스의 등껍질중 가장 성한 부분을 쓰다듬어주었다.
"수고했다. 치료해줄테니까 더이상 버티지 않아도 돼."
"ㅇ…ㅖ……."
"그리고."
진우의 목소리에 안도감을 느끼고 서서히 의식을 잃어가기 시작하는 리엘루스는 '그리고' 라는 말 다음 부분을 듣기 위해 정신줄을 꽉 붙잡았다.
"나의 노예가 될 가치를 자랑스럽게 네 스스로 증명했다. 이제 쉬도록."
"ㄱ…ㅏ…ㅁ…사…ㅎ…ㅏ……."
털썩-
리엘루스는 그대로 의식을 잃어버리면서 온 몸이 추욱 늘어졌고, 진우는 파워 슈츠에 매달려있는 괴수용 치료제를 꺼내 스프레이처럼 분사되는 약물을 리엘루스의 몸에 뿌려주었다.
하지만, 그걸로는 이 모든 괴수들의 상처를 치료해준다는 것은 어림도 없는 소리였다.
"어이, 페리샤."
-예, 주인님.-
진우의 부름에 페리샤가 곧바로 응답하였다.
"내가 있는 좌표로 괴수용 치료제를 조달해줘. 꽤 많이 필요할것 같으니까 넉넉하게 가져와."
-알겠습니다. 그럼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간만에 진우가 지도자로서의 면모를 보이기에 씩씩하게 대답한 페리샤는 제발 덜도 말고 더도 말고 딱 이수준만 유지되어줬으면 좋겠다는 헛된 망상을 꿈꾸게 되었다.
"자, 그럼 슬슬 새로운 노예를 확인해보실까나~"
"……."
설표는 자신을 향해 노예라고 말하는 진우의 모습에 굴욕적이라는 듯이 두 눈을 질끈 감았지만, 상대방이 저항할수록 뭉개버리는 맛이 각별하기에 진우는 설표의 그런 모습에 오히려 재밌다는 미소를 지어보였다.
============================ 작품 후기 ============================
하아...요즘따라 짜증나는 일이 좀 많네요.
진짜 사정을 얘기하고 싶긴 하지만, 자신의 개인 사정을 이런곳에서 호소하는건 좀 찌질해보이고...
으아니차! 나는 왜 열심히 하는데 아무도 안 알아주는거야!
크하아...진짜 아무 생각 없이 누워있고 싶드아아아...빨리 주말이 와르아아아아...
PS:설표가 순순히 노예가 될거라 생각하시는분은 아무도 없으시겠죠? -_-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