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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장
지하드로부터 수송된 괴수용 의약품을 전달받은 진우는 모든 괴수들을 치료해주었고, 리엘루스는 잠시 요양을 위해 지하드로 옮겨주었다.
대신, 혈강시 여러구가 추가로 지원하여 설표들을 감시하는 한편, 모든 괴수급 설표들에게 고독을 먹여두면서 전력화 하는데 성공하였다.
"내 자식들에게 뭐를 먹인거지?"
그 모습을 지켜본 아수라급 설표는 낮게 으르릉거리면서 진우를 협박하듯 입을 열었지만, 그는 여전히 기분나쁜 웃음을 지우지 않으며 자신에게 종속되어 있는 한 마리의 고독을 손가락 끝으로 잡아 보였다.
한 세기에 가까운 세월동안 살아온 설표로서도 처음보는 징그러운 생물.
마치 지렁이가 징그럽게 변이를 거듭하면 이런 모양이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혐오스러웠다.
"이렇게 보면 그냥 징그러운 벌레지만."
휙!
그 징그러운 고독을 적당하게 멀리 던진 진우는 땅에 떨어지자마자 손가락을 까딱거렸고,
파아앙!
마치 공기가 터지는듯한 소리가 일어나면서 거대한 충격파가 형성되었고, 고독을 중심으로 상당한 크기의 원형 크레이터가 생겨났다.
"!!"
고독이 자폭을 하면서 거대한 충격파를 만들어내는 모습을 지켜보았던 설표들의 눈은 희둥그래졌고, 고독들을 먹은 설표들의 표정이 영 좋지 않았다.(정확히는 꼬리가 추욱 늘어졌다)
"이쪽의 명령에 거부하거나 저항한다면 내장을 곤죽으로 만들어내지. 나는 외피만큼 단단한 내장을 가지고 있다? 저런 위력을 가지고 있다는게 믿을 수 없다? 그러면 얼마든지 개겨도 돼. 나도 내장이 터져나가면 어떤 꼬라지로 나동그라질지 매우매우매우~~ 궁금하거든."
징그럽게 죽어나가는 모습을 꼭 자신의 눈으로 보고 싶다고 말하는 그의 모습에, 설표들은 그가 잔인한 인물이라는 것을 깨닫고선 입을 다물었다.
"……."
결국, 자식들과 동족들이 인질로 붙잡혀버린 아수라급 설표는, 이대로 가다간 모두가 이용만 당한다는 위기감에 휩쌓이면서 어떻게든 이 위기를 벗어나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그리고, 지금의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열쇠는 자신을 노예로 삼겠다는 눈 앞의 인간이다.
주제넘게 자신을 노예로 삼겠다고 하지만, 적당히 기회를 엿보다가 고독을 해제할 수 있는 방법, 혹은 눈 앞의 인간을 죽여서 고독을 사용하지 못하게 만드는 방법등을 찾아보기로 결정했다.
'크크큭. 그래, 헛된 희망이라도 가지고 있으라고.'
고독에 대한 정보는 여러가지가 더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고독의 영향으로 조금씩 이쪽의 명령에 복종하는게 거부감이 사라지고, 주인이 죽으면 각인된 고독들도 모두 터지는등, 고독에 대한 정보를 알면 알수록 빈틈이 없다는 것에 절망할 것이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반항하는쪽이 더 재밌다고 판단한 진우가 일부러 단편적인 정보만을 가르켜주면서 저항할 수 있는 구멍을 만들어주었다.
굳이 이렇게 귀찮은 짓거리를 하는 이유가 뭐냐고 묻는다면,
'희망을 가지고 있는쪽이 더 재밌으니까.'
간단하게 복종시키기 보단, 간단해도 자신의 조교로 상대방의 의지를 꺽고 복종시키는 것을 즐기는 진우는, 오히려 먹잇감에게 희망을 줘서 활기를 돋게 만드는 악취미를 가지고 있었다.
"아, 너도 아수라급의 괴수라면 인간형으로 변신할 수 있지? 한 번 변신해보겠어?"
슬슬 본론으로 들어가기 시작한 진우는 일부러 자신이 그녀를 능욕하려고 한다는 생각을 주지 않기 위해서 방금 생각났다는 듯이, 그리고 궁금하다는 듯이 물어왔다.
거미줄을 모두 찢어발기고 나온 아수라급 설표는 당장 아가리를 벌리고 진우의 모가지를 뜯어먹고 싶다는 살인본능이 일어났지만, 그가 손을 까딱까딱 거리면서 동족들과 자식들에게 겨누는 모습에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크르르릉……."
불만어린 짐승의 울음소리와 함께, 두 눈을 감은 설표는 몸을 움츠리자 거대한 덩치가 줄어들면서 인간의 체형으로 바뀌기 시작하였다.
일단 체형이 우선적으로 완성되었다.
대략 180cm 정도 되는 큰 키를 가진 여성형 체형이 이뤄진후, 한 손으로 쥐기 살짝 힘든 정도의 가슴이 튀어나오고 모양 잡힌 엉덩이와 잘록한 허리가 완성되었다.
팔다리의 형태도 사람처럼 이뤄졌고, 마지막으로 얼굴이 위에서부터 차근차근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설표의 모피와 같은 하얀색 머리카락은 꽤나 보기 힘든 여성용 올백 헤어스타일로 이뤄졌고, 길고 곧게 펴진 머리카락은 단정하게 허리까지 내려왔다.
선이 얇은 눈썹과 함께 고운 아미가 만들어지고, 가로로 눈동자가 좁혀지는 길다란 회백색 묘안, 성형 수술이라도 한 듯이(어떻게 보면 맞지만) 오똑한 콧날과 뚜렷한 이목구비가 이루어졌다.
마지막으로 얇은 인중과 살짝 도톰한 입술이 만들어지면서 변형이 완성되었다.
변형은 순식간이였지만, 가공할 동체 시력으로 차근차근 만들어져가는 설표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진우는 속으로 나지막히 탄성을 내뱉었다.
'휘유~ 이거 생각보다 상등품인데?'
고양이 눈동자를 하고 있는 눈 앞의 여성은 훤칠한 키와 몸매, 그리고 상대방을 깔보는듯한 눈빛, 그리고 단정하게 뒤로 넘긴 올백 머리로 인해 고고하면서도 날카로운 인상의 미녀가 탄생하였다.
한가지 특이점이라면 엉덩이와 허리가 이어지는 경계선 부근에 5개의 표범 꼬리가 살랑이듯 움직이고 있다는것과, 자식을 낳은 유부녀같은 느낌이라곤 조금도 없는 20대의 젊은 미녀같은 모습이라는 것이다.
'쳇. 유부녀같은 분위기였으면 더 좋았을텐데.'
MILF는 사랑으로 커버하는거라 생각하고 있었던 진우는 전혀 유부녀스럽지 않은 모습에 살짝 실망하였으나, 그 부분만 빼면 확실히 인간같지 않은 범접지 못할 분위기와 기세를 지닌 독특한 맛의 미녀임은 분명했다.
그리고 한가지 더 마음에 안 드는 것은,
'옆구리에 상처와 복부에 상처도 그대로 변형되었나 보군.'
리엘루스의 공격을 받은 옆구리의 상처와 등에서 배까지 관통한 날카로운 상처가 그대로 남아있다는 것이였다.
'나는 고어물은 취향이 아니라고. 한 번 쑤실때마다 몸통에서 피가 솟구쳐오르는 모습은 보기 싫단 말이다.'
자기 자신을 고어물을 싫어하는 연약한 남자(!?) 라고 주장하는 진우는, 자신의 연약한 마음이 흉칙한 상처와 줄줄 흐르는 피가 보여주는 충격을 이겨내지 못하면서(!?) 정신이 어질어질해지는 것을(!?) 간신히 참아낼 수 있었다.
…….
어쨌든, 아수라급 설표의 상처가 상당히 심하다는 것을 확인한 진우의 귓가에 설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인간의 몸이라는건 불편하군. 추위를 막고 체온을 유지할 털이 머리 빼곤 하나도 없는 피부라니."
자신의 몸에 상처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아무렇지 않게 추위 부분에만 투덜거리는 그녀의 모습에, 진우가 의아하듯 물어왔다.
"어……. 그 상처, 괜찮은거냐?"
"이정도 상처쯤은 아무렇지 않다. 이보다 더 심한 상처와 고통도 겪어봤고, 이정도 상처 쯤이야 2~3일 정도 내버려두면 낫는다."
사람과 많은 교류를 해보지 않은듯, 매우 딱딱한 말투를 사용하는 설표의 모습에, 본인이 괜찮다니 고개를 주억거리며 상처 부분을 패스한 진우는 다시 입을 열었다.
"자, 어쨌든 내 노예가 되었으니 그 기념으로 이름을 하나 만들어주지."
"거절한다."
"네 이름은…응?"
진우의 말을 끝까지 듣지 않고 거절하는 설표.
그녀는 고개를 홱 돌리며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노골적인 표정으로 불만을 토로했다.
"인간들은 자신의 소유물이나 자식들에게 이름을 짓지. 나는 자식은 아니거니와 소유물도 아니다. 그러니 이름을 받을 생각이 없다."
그녀는 진우가 자신에게 이름을 지어주는 것을 불쾌하게 여기고 있었다.
그는 이렇게 저항하는 모습에 겉으론 불쾌하게 여기면서도, 속으로는 이래야 공략하는 맛이 난다며 환호성을 지르고 있었다.
"크크큭! 소유물이 아니다? 뭔가 착각하는 모양인데, 노에는 살아있는 생명체이기 이전에 주인의 '소유물' 이다. 주인이 자신의 소유물에 이름을 짓는게 마음에 안든다 이건가? 응?"
까딱까딱-
그리고선 협박을 하듯이 요마급 설표들이 있는 방향을 향해 손가락을 까딱거리자, 지금까지 두 눈을 감고 으르릉거리며 이빨을 꽉 깨무는 것으로 불만어린 표정을 표하던 아수라급 설표의 표정이 볼만하게 일그러졌다.
"으르르릉……."
눈썹을 잔뜩 찡그리며 노골적으로 혐오, 증오, 분노가 섞인 표정으로 진우를 노려본 그녀는 낮은 육식동물의 울음소리를 내보이면서 손의 형태를 짐승의 그것처럼 바꾸며 협박을 하였지만, 그는 조금도 주늑들지 않고 손가락을 계속해서 까딱거렸다.
'내 살기가 먹히지 않는다고?'
진우를 향해 모든 살기를 내비쳤던 아수라급 설표는 살기에 반응하지 않는 그의 모습에 의아함을 감추지 못하였다.
자신의 감각으로는 그의 힘이 매우 보잘것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힘을 최대한으로 빼고, 평소와 같은 날카로운 기세 따윈 내보이지 않았던 진우는 피부를 쿡쿡 쑤시다못해 피를 뽑아낼 것 같은 살기를 받아내면서도 여유있는 미소를 지어보였다.
'크흐으~~~! 이렇게 저항하고 반항적인 동물을 조교해서 길들여서 고분고분하게 만든다! 역시 이 저항감이야말로 최고라니깐!'
지금까지 느껴봤던 저항중에서 가장 격렬하고 강렬한 설표의 살기에, 이런 살기를 지닌 상대를 자신의 육봉에 헤롱헤롱거리게 만들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에 살짝 지릴뻔한 그는 어떻게 할거냐는 듯한 체스쳐를 취하며 요마급 설표들을 향해 눈동자를 움직였다.
'살기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무딘 인간인건가.'
살기를 느끼지 못하는 녀석이라고 생각한 아수라급 설표는, 일단 지금 당장 날뛰기에는 타이밍이 좋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혈강시라고 부르는, 지금까지 보지도 듣지도 못했으며 범상치 않은 기운을 내뿜는 시체들이 추가로 지원되어 모든 설표들을 감시하고, 그를 중심으로 2 구의 혈강시가 경호하듯 서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한 방에 처리하지 못한다면 동족들과 자식들은 순식간에 죽어나가게 되고, 어찌어찌하여 혈강시들을 무력화시킨다 해도 눈 앞의 인간이 고독이라는 것을 폭발시켜서 저것을 먹은 동족들과 자식들의 내장이 곤죽이 되어 즉사해버린다.
'일단은 고분고분하게 따르자. 나중에 기회를 엿봐야 해.'
결국, 동족과 자식들의 미래를 위해서 지금은 고개를 숙이고 들어가기로 결정한 설표는 살기를 누그러뜨리며 고개를 숙였고,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잘 알고있는 진우는 그런 설표의 모습에 미소를 지어보였다.
"지금부터 네 이름은…아, 혹시 혼자 생각해두고 있었던 이름같은거 있어? 나는 이래뵈도 마음이 넓은 주인이라서 원래 쓰던 이름이 있다면 굳이 개명시킬 생각이 없거든."
"……."
라고 말은 했지만, 오랜시간동안 야생에서 살아온 그녀에게 이름같은건 있지도 않고, 이제와서 생각을 해봤자 인간다운 이름을 생각해낼 수도 없는 상황.
결국, 묵묵부답하는 그녀를 향해 진우는 그녀를 보자마자 처음부터 생각했었던 이름을 내뱉었다.
"플래티나."
처음 아수라급 설표의 모습을 봤을때, 새하얗다못해 햇살에 반짝이는듯한 모습은 마치 백금과도 같았기에, 백금을 뜻하는 플래티움에서 끝 부분만 '나' 로 바꾸어 여성스럽게 변형시킨 것이다.
"이제부터 네 이름은 플래티나다."
"……."
아수라급 설표, 플래티나는 인간의 소유물이 되어버렸다는 굴욕감에 이빨을 남몰래 깨물어보이면서 자식들과 동족들을 위해 지금 당장은 참고 나중에 그를 죽일 생각으로 머릿속이 가득 차 있었지만, 진우는 오히려 그녀가 그렇게 저항할 수 있도록 빈틈을 만들어주되, 다른 노예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방법을 생각하고 있었다.
서로 같은 주제를 가지고 있지만, 다른 결과를 내고 있는 동상이몽이 두 남녀의 머릿속에서 조금씩 구체적인 체계가 잡히지 시작하였다.
"나는 자비로운 주인이니까 일단 그 상처가 완치될때까지 기다려주지. 그 동안 자식들하고 미리 작별 인사를 해두는게 좋을거야."
"……."
여전히 입을 다물면서 못마땅한 표정을 짓고 있는 플래티나였지만, 진우는 그런 그녀의 표정이 더더욱 썩어들게 만들었다.
"아참, 우리쪽의 눈을 피해서 도망가도 상관없어. 어차피 아무리 멀리 있어도 내쪽의 명령 하나만 꽝~ 이거든. 한 번 시험해보싶거나 가족이나 자식들따윈 아무래도 상관없으면 다 내팽개치고 도망가도 좋아. 키키킥!"
일부러 플래티나에게 고독을 먹이지 않은 이유는, 좀 더 그녀가 완강하게 저항하길 바라길 원해서였다.
게다가 자기 목숨 아깝다고 가족들을 모두 내팽개치고 도망가는 수준의 암컷이라면 굳이 자신의 노예로 조교할 가치가 없었기에, 이래도 저래도 그에겐 손해라곤 존재하지 않았다.
"그럼 이 몸은 2~3일 후에 다시 찾아오지. 그동안 잘 지내고 있어."
"……."
끝까지 대답하지 않는 플래티나였지만, 진우는 저 단단하게 다물어진 입을 신음성으로 벌려보이겠다고 생각하면서 뒷처리를 위해 지하드로 복귀하였다.
주변에는 감시역으로 내보내진 혈강시들 몇 구와 괴수용 의료품이 놓여져 있는 모습에, 플래티나는 다시 원래대로 설표의 모습으로 돌아오면서 동족들과 자식들을 보듬어주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 작품 후기 ============================
MILF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싶은 분들은 구글에서 한번 검색해보시길 바랍니다. 물론, 후방 주의 패시브 스킬은 탑재해준 상태여야겠지요?
PS : 플래티나라고 이름을 지었지만 죠죠에 나오는 스타 플래티나와는 연관이 없습니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