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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미트 브레이커-432화 (432/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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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장

"스읍- 후우-"

살짝 어둡게 조정된 훈련실.

이쪽이 좀 더 분위기가 조용한 것이 정신 집중하기에 더 편리하기에 셋팅해둔 노아는 땀으로 범벅이 되어 물기에 젖은 머리카락이 목덜미에 달라붙어 있었다.

'조금만…조금만 더 나아가면 되는데……!'

현재 노아의 염동력은 5.

힘이나 파장면에서는 동급의 염동력자보다 약하지만, 세밀한 컨트롤 만큼은 자신보다 뛰어난 고등급의 염동력자보다 뛰어나다.

그녀 본인도 자신의 염동력의 공격력을 그다지 기대해진 않는다.

애초에 주 공격은 총기류를 이용한 원거리 공격으로, 총탄을 휘게 만들어 어떤 위치에서든 공격이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자신의 특기.

하지만, 그 범위가 너무나 좁다.

앞으로 진우를 상대하기 위해 수많은 이능력자들과 군대가 몰려올게 뻔한데, 이 상태로라면 자신은 다른 동료들에게 뒤쳐지고 만다.

페리샤는 뛰어난 두뇌로 전황을 살펴서 지휘에 나서니까 논외.

이대로라면 진우의 노예들중에서 가장 약하고, 강적을 상대로 싸울땐 방해물밖에 되지 않는다.

원래 이능력자들의 능력 상승은 그다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경험자들의 경험담에 의하면 평소와 다른 감각에 위화감을 느끼다가, 그 위화감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다가 어느 순간에 막혀있던 것이 뻥 뚫리면서 느껴지는 만족감과 함께 이능력의 힘이 상승해 있다고들 한다.

노아는 이미 그 경험을 2번이나 겪었다.

본능적으로 여기서 만족한다면 자신의 힘은 7등급의 염동력을 가질 수 있다고 직감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래서는 안된다.

조금이라도 더, 약간이라도 많이, 자신의 몸과 영혼의 주인인 진우의 도움이 되려면 이보다 더 강해져야만 한다.

전 세계를 상대로 치뤄야 하는 전쟁에서 겨우 염동력 7등급의 힘으로 만족하라는건, 자신의 재능과 각오가 그것밖에 되지 않는다는 뜻.

최소한 어머니와 나란히 설 수 있는 자격을 얻기 위해서라도 절대로 이쯤으로 만족할 수 없다.

잠시동안 체력을 회복시킨 노아는, 자신의 정면에 있는 수련용 더미들을 바라보았다.

건물이나 바리게이트의 그림이 그려진 판자더미, 그리고 랜덤으로 튀어나오는 총을 들고 이쪽을 겨냥하는 수련용 더미들.

무작위적으로 튀어나오는 수련용 더미들을 정확하게 조준하여 염동력의 힘으로만 공격하는 훈련중으로, 그녀의 장기인 세밀한 컨트롤을 단련하기 위한 훈련이다.

오버 테크의 전함을 사용하는 주제에 왠 구식 훈련이냐 싶겠지만, 직접 물체에 염동력을 닿게 해야만 하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였다.

기계로 하면 힘을 미약하게 해도 일단 반응만 오면 해결되니까.

그렇게 호흡을 정리한 노아는 머리를 뒤로 쓸어넘기며 시작 스위치를 향해 다가갔다.

이게 몇백번째 훈련일까.

그렇게 생각하며 시작 스위치를 누른 그녀는 크게 심호흡을 하였다.

삐--

덜컹-

이미 거의 넝마가 되어버린 훈련용 더미들이 간판 뒤쪽에서 무작위적으로 튀어나왔고, 노아는 더미들을 뒤로 쓰러뜨릴 수 있는 적당한 힘과, 갑작스럽게 튀어나오는 더미들을 향한 조준을 하며 염동력의 힘을 분출하였다.

팡! 팡! 팡!

공기가 터지는 소리와 함께 훈련용 더미들은 뒤로 넘어지기 시작하였고, 계기판에는 그녀가 놓친 숫자, 쓰러뜨린 숫자의 더미들을 계산하고 있었다.

그렇게 십여분간 훈련에만 집중하던 노아는, 이미 상당한 양의 정신력을 소모했기에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도 눈 앞의 더미들에게만 집중하였다.

참고로 자신의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서 평소 착용하고 있던 생체 나노 슈트는 벗어둔 상태다.

'한계를 넘어서야 해! 좀 더! 주인님의 곁을 차지할 수 있게 더……?'

순간, 뭔가를 깨닫은 노아는 놀란 표정으로 굳어버리고 말았다.

덕분에 지금까지 0에서 고정되어있던 놓친 더미 숫자가 올라가기 시작하였으나, 그녀는 뭔가 깨달은 표정과 함께 힘없이 주저 앉더니, 이내 뒤로 드러누웠다.

"하…하하하…그랬구나…그랬던거였어……."

이제서야 깨닫았다.

어째서 자신이 2단계의 벽을 넘어선 이후부터는 새로운 벽을 부수지 못하였는지.

겉으로는 주인님의 곁에 있으면 만족한다고 했지만, 실제론 그게 아니였다.

"나는…주인님의 곁에 있고 싶었던게 아냐……."

그녀가 원한것은 단순히 진우의 곁에 있는 것이 아니였다.

정녕으로 원한것은…….

'내가 진짜로 원했던건 어머니랑 아키씨를 넘어서서 주인님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싶었던거야…….'

지금까지는 진우가 자신의 어머니와 아키를 편애하는 모습에, 2위는 두 사람의 공동 2위로 정해져 있으니, 다른 젊은측 여성들에게 기싸움을 벌여서 3위에 만족하려 하였다.

하지만, 그것은 단지 어쩔 수 없다면서 자기합리화를 하며 포기한 것에 불과했다.

노아는 어머니를 넘어서서 진우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싶다는 암컷의 욕심과, 자기 합리화한 현실속에서 보이지 않는 갈등으로 인해 벽을 뚫지 못한 것이다.

모든것을 알게 된 노아는 수면을 취하듯이 두 눈을 감았고, 그와 동시에 그녀의 몸은 보이지 않는 무형의 기운에 의해 천천히 일으켜세워졌다.

파앗---!

그리고 다시 눈을 뜬 순간, 노아를 중심으로 충격파가 퍼져나갔다.

예전의 그녀였다면 꿈도 꾸지 못할 위력의 충격파로 인해, 제대로 고정된 훈련용 더미들과 간판들은 크게 흔들리기 시작하였다.

스윽-

방금전보다 훨씬 편안해진 표정의 노아는 천천히 팔을 들어올리며 자신이 수백번도 넘게 염동력으로 쓰러뜨린 훈련용 더미들과 간판들을 겨누었다.

예전의 그녀였다면 전력으로 힘을 쏟아부어도 훈련용 더미를 완전히 파괴하는게 전부였겠지만,

파아아앙!

콰지지지직!

지금은 훈련장 전체를 충격파로 모조리 분쇄하게 되었다.

그녀의 힘으로 인해 완전히 초토화가 된 훈련장.

몇주동안 계속해서 먹고자고 훈련하기를 반복해오며 한계까지 정신력이 도달한 상태였지만, 그녀는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청량감에 만족스런 미소를 지어보였다.

염동력의 레벨은 자세히 확인해봐야겠지만, 본인은 7~8 등급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일단 씻어야지. 그 다음엔 뭐좀 먹고."

날카롭게 세워져 있던 자신의 신경이 느슨해지면서, 이대로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 깨끗하게 씻은 후, 뭐든지 좋으니 먹고싶다는 욕망을 느끼게 된 노아는 훈련장 밖으로 나섰고,

짝짝짝짝!

"에……?"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동료들의 모습에 깜짝 놀랐다.

"언니! 수고하셨어요!"

노아가 훈련에 들어간 이후부터, 그녀와 평상시의 대화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던 하린이 쪼르르 달려와서 와락 목덜미를 껴안았다.

"어…음…저기, 나 지금 이 상황이 잘 이해가 안되서 그러는데……."

"아, 그거는……."

그 때, 자신도 놀랐다는 표정을 짓고 있던 셀리가 시선을 이실리아쪽으로 돌리며 입을 열었다.

"이실리아님께서 슬슬 나올때가 됐다고 하시길래……."

"기왕 벽을 넘어섰는데 아무도 환영해주지 않으면 섭섭하잖니."

이실리아는 평소의 부드러운 미소로 화답하였지만, 노아는 정말이지 자신의 엄마는 부모로서도, 여자로서도 무시 못 할 무서운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어머니가 모아온 진우의 노예들과 담소를 나누면서 평소의 가벼운 분위기를 만끽한 노아는, 일단 씻고 뭐좀 먹어야겠다고 말한 노아는,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더니 어머니를 향해 당당하게 노려보았다.

"엄마, 그리고 아키 아주머니."

"응?"

"무슨 일이지?"

이실리아에겐 라이벌 의식을 부태우고 있지만, 노아와는 그다지 사이가 나쁘지 않은 아키는 자신도 부르는 그녀의 모습에 고개를 거리며 대답하였다.

"지금까지 저는 두 분을 넘어설 생각 자체를 하지 못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이제부턴 많이 다를테니 각오해두시는게 좋을거예요."

자신의 마음을 확인한 노아의 선전포고에, 이실리아와 아키는 잠시 놀란 표정을 지으며 서로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이내 자신만만한 웃음을 보였다.

"만만치는 않을거란다."

"올라올테면 올라와 보거라."

이실리아와 아키는 자신들에게 선전포고를 한 노아를 향해 선전포고를 받아주었으나, 이실리아는 자신만만한 표정 너머로 부모를 넘어서려는 자식의 대견함에 흐뭇한 미소를 그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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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고했다, 노아."

정밀체크를 통해 노아의 염동력이 8등급으로 상승하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진우는, 아군의 전력이 상승한것도 있으나 노아가 드디어 훈련을 마무리 지었다는 기쁜 소식에 미소를 지어보이며 두 팔을 벌렸다.

와락-

"죄송해요, 주인님. 주인님의 몸을 위안해야 하는데 멋대로 굴어서."

노아는 간만에 느끼는 진우의 품안의 따뜻한 감촉과 그의 냄새에 더더욱 얼굴을 깊숙히 파묻으며 사과하였다.

"미안한건 알고 있구나. 나중에 못 한 만큼 한꺼번에 밀어넣어줄테니까 각오해두라고."

"후훗, 걱정마세요. 솔직히 말하자면 저도 그동안 주인님을 받아들이지 못해서 욕구불만 상태였거든요."

자신의 가벼운 힐난을 여유있게 받아들인 노아가 오히려 요염한 표정과 함께 두 팔로 목을 끌어당기자, 예전과 달리 뭔가 주도적으로 자신을 끌고 가려는 분위기를 느끼게 된 진우는 남몰래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라, 뭔가 분위기가 바뀌었는데?'

예전에는 진우가 '하자!' 라고 하면 '예, 주인님' 이라며 다소곳하게 대응했다면, 지금은 좀 더 성숙한 분위기로 요염하게 도발해온다.

'뭐, 어때. 오히려 이쪽 분위기도 나쁘지 않은데.'

지금까지 자신의 명령에 순종하는 노예들의 맛도 괜찮았지만, 이런식으로 요염하게 얽혀오는 맛도 새로워서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어째 뒤통수가 따갑다?'

단지 진우의 등 뒤에 있던 이실리아와 아키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의 뒤통수를 뚫어져라 노려보았지만.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진우의 한 쪽 어깨위로 쏙 튀어나온 노아를 향해서였다.

'아, 요거 재밌겠다.'

남은 노예들은 이실리아와 아키를 넘어서려는 노아의 공격적인 행동과, 그것에 견제하며 방어하려는 두 유부녀들의 모습에 새로운 구경거리가 나타났다는 기대감어린 눈빛으로 흥미진진하게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흠흠, 일단 작전 회의를 시작할테니 나머지는 침대 위에서 해주셨으면 고맙겠습니다, 주인님."

그 때, 페리샤가 작전 회의를 해야 한다며 헛기침을 하였고, 덕분에 여자들의 보이지 않는 기싸움은 일시적으로 멈추었다.

============================ 작품 후기 ============================

목요일에 퇴근을 하다가 빙판길에 넘어졌습니다.

그런데 그냥 그대로 엉덩방아 찧으면 엉덩이 아프고 말텐데, 어떻게 해서든 넘어지지 않겠답시고 오른손으로 땅을 짚으려다가...우득...

너무 아파서 병원에 갔는데 새끼 손가락이랑 약지 손가락이 살짝 부러졌답니다. 어쩐지 손이 퉁퉁 붓더라.

일단 치료를 받고 깁스를 해두었습니다만, 다행히 검지나 엄지, 중지쪽은 안 다쳐서 글을 쓰는데 지장은 없습니다.

그런데 아파요. 무지하게 아파요.

글을 쓰려고 손가락 벌릴때마다 다친 손가락이 찢어질것 처럼 욱씬거려요. 아프니까 머리도 안 굴러가요 ㅠㅠ

일단 이 글을 마지막으로 한 며칠동안만 쉬었다가 오겠습니다.

완치될때까지는 너무 오래 걸리고, 그냥 고통만 어느정도 익숙해져서 완화되어 머리가 제대로 굴러질 정도로만 회복된 후에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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