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미트 브레이커-435화 (435/923)

0435 / 0923 ----------------------------------------------

7장

위구르의 상황은 절대적으로 좋다고 볼 수 없다.

신장 위구르의 인구는 2000년대를 기준으로 위구르인이 약 45%이고, 카자흐인이 12%, 기타 8%, 그리고 나머지 41%는 한족이 차지하고 있다.

중국인인 한족의 비율이 꽤 높은 이유는, 위구르인들의 피를 흐리게 만들려는 중국의 이주 정책에 의해서다.

즉, 자신들에게 저항, 대립하는 위구르인들과 대화, 소통하기보단 시간이 들더라도 한족과 위구르인의 피를 섞이게 만들어 완전하게 복속시키려는 중국의 의지인 셈이다.

제국주의시대라면 또 모를까, 이러한 중국의 행동은 놀랍게도 20세기 후반 ~ 21세기에서 일어난 일이다.

위구르의 수도인 우룸치는 녹지화된 자연 환경과 고층 건물로 이루어진, 매우 현대적이면서도 세련된 도시지만, 중국의 노골적인 정책으로 인해 정치경제적 실권은 모두 한족이 가지면서 멋대로 휘두르고 있는 실정이다.

처음엔 평화주의적인 시위를 통해 독립을 요구하던 위구르인들은, 곤봉을 휘두르며 탄압하는 중국의 폭력에 의해 평화적인 방법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고 테러리즘쪽으로 기울기 시작하였다.

특히, 빨래판 3개와 비누 5개로 시작한 빨래방 사업에서부터 시작하여 중국에서 7위의 부자가 된 위구르의 어머니, 레비야 카디르가 미국으로 망명하게 되면서 더더욱 평화적인 시위는 의미가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중국이 군대를 동원하면서 위구르인들의 시위를 탄압하자, 위구르인들의 증언을 모아서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에다가 중국의 탄압과 위구르 사람들의 현실을 해외에 보도하려 하였다.

하지만, 중국은 기밀누출 혐의로 그녀를 잡아서 징역 8년형에 처했고, 미국의 도움으로 보석 석방되어 미국으로 망명할 수 밖에 없게 된 모습을 지켜본 위구르인들은 악에 받혀 중국인들을 하나라도 더 죽이길 갈망하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그들을 지원하는 세력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위구르에게 호의적인 터키는 쿠르드족 탄압과 내부 혼란을 정리하느라 바쁘고, 파키스탄은 친중정책으로 인해 위구르 독립군을 테러리스트라 규정하면서 지원을 끊었다.

그 외에 이들에게 물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이들은 거의 존재하지 않았기에, 위구르 독립군의 무장 수준은 거의 민병대 수준에 불과하다.

그렇기 때문에 위구르 독립군의 수장, 하리셴 무캄은 자신과 함께 온 호위병들과 함께 긴장어린 모습으로 주변 몇십킬로미터 내에 인가가 없는 황무지 지대에 도착하였다.

하리셴 무캄의 뒤쪽에 있던 수송용 트럭에서 리엘루스가 구해준 위구르인들이 부상을 치료받았는지 붕대를 감고 목발을 짚으며,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트럭 아래로 내려왔다.

"우리가 왔습니다!"

리엘루스로부터 대략적인 위치에서 자신들이 왔다며 소리를 치라고 전해들은 그들은, 그녀의 명령대로 목청을 높였다.

'이제…더이상 뒤로 물러설 수 없다.'

고생을 많이 하였는지 주름이 깊게 나있는 구리빛 피부의 건장한 중년 남성, 하리셴 무캄은 리엘루스를 부르는 신호를 내뱉자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긴장되는 속을 분출하였다.

중국군의 기지를 정탐하다가 그들이 발각되어 붙잡혔다는 소식을 들었을땐, 그들을 구하지 못한 자기 자신을 책망하였다.

중국군에게 붙잡혔다는 뜻은 이미 죽었다는 뜻이나 일맥상통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이 부상을 당한 몸으로 기지로 되돌아오자, 단번에 의심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혹시 그들이 중국군을 이끌고 온게 아닐까, 배신을 하고 이쪽의 상황을 살피러 온게 아닐까, 기타 등등의 의심스런 내용이 머릿속에서 펼쳐졌다.

일단 단도직입적으로 어떻게 풀려나왔냐고 물어보니, 수십 마리의 괴수들이 자신들을 붙잡은 중국군 기지에서 튀어나왔다고 한다.

한두마리도 아니고 수십마리?

거기다가 더 가관인게, 괴수들중에서 사람의 말을 할 수 있는 아수라급의 괴수가 자신들을 풀어주었다는 것이다.

기가찬 수뇌부는 애들 변명도 이것보단 더 나을거라 생각하면서, 그들의 소지품을 모조리 소각하여 탐지기를 처리하는 한편, 재빨리 그들이 도착한 기지의 철수와 동시에 집중적인 심문을 준비하였다.

중국의 탄압에 저항하고자 모인 저항군들은 나이도, 성별도, 태어난 지역도 모두 다르지만 모두가 가족처럼 의지하고 이끌면서 탄탄한 신뢰관계를 구축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신뢰를 배신한 이들이 나타났으니 수뇌부들은 단호하게 그들을 철저히 추궁하고자 마음 먹었다.

하지만, 그러한 의심은 순식간에 반전되었다.

각지의 중국군을 감시하는 요원들로부터 괴수들이 튀어나와 중국군 기지를 습격하였다는 믿기지 않는 보고들이 올라온 것이다.

몇몇은 영상까지 찍어서 보고하였고, 사로잡혔다가 풀려나온 이들의 말이 진실임을 알 수 있었다. 믿기지는 않지만.

대체 아수라급의 괴수가 무슨 이유로 자신들과의 핫라인을 연결하려는건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위구르의 테러가 일어나면 그 100배, 1000배의 보복을 가하는 중국의 탄압을 현실적으로 이겨낼 도리가 없었던 하리셴 무캄은 결국 아수라급의 괴수와 대면하기로 결정하였다.

괴수에게조차 손을 벌려야 할 정도로 그들의 상황은 최악이였던 것이다.

쿠드드드드드---

순간, 땅이 울리는 소리와 함께 강렬한 진동이 일어나기 시작하자, 하리셴 무캄과 주변 경호원들은 이러한 진동 뒤에 괴수들이 중국군 기지를 공격하는 영상을 확인했던지라 지진에 대한 긴장감보다는 괴수를 대면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뚝-

이윽고 진동은 완전하게 멈추었고,

콰앙!

폭발음과도 같은 소리가 울려퍼지면서 단단하게 뭉쳐진 황무지의 땅이 솟구쳐 올라가며 거대한 구멍이 뚫렸다.

퍽! 투퍼퍼퍽!

"읏!"

"뒤로 물러선다!"

하늘 위로 솟구친 파편들이 여차하면 큰 부상을 입힐 정도의 파괴력으로 땅에 떨어지기 시작하자, 하리셴 무캄과 그 경호원들은 재빨리 뒤쪽으로 물러섰다.

투툭- 툭……

얼마지나지 않아 모든 파편들이 땅에 떨어지자, 숨소리조차 들릴정도의 고요함이 자리잡게 되었다.

순간, 햇빛이 들지 않는 어두운 동굴 안쪽에서 8개의 붉은 안광이 번뜩였다.

"윽……!"

"헙!"

그와 동시에 일반인들은 바로 바지에 실례를 저지를 정도의 농도짙은 살기가 맴돌기 시작하면서 호위병들은 신음성을 삼키고 땅굴 안쪽을 경계하였다.

'이게…아수라급의 괴수인건가……!'

하리셴 무캄은 이대로 등을 돌려 도망가고 싶다는 욕망이 솟구치기 시작하였지만, 그는 자신의 어깨위에 올려진 민족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이빨을 꽉 깨물며 살기를 참아냈다.

마치 10분과도 같은 10초가 흐른 후, 드디어 8개의 눈동자가 땅굴 밑에서 움직이며, 언뜻언뜻 보이던 거미의 몸체중 거대한 앞다리부터 앞으로 나아갔다.

자연스럽게 걸어나온 거대한 거미 괴수, 리엘루스의 모습은 생존자들이 말했던 묘사 그대로의 형태였다.

"네가 위구르 독립군의 수장인가?"

인간의 입과는 완전히 다른 구조와 형태를 지닌 거미의 입이 달싹거리며 움직이자, 날카로운 쇳소리가 섞인 여성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그렇소. 하리셴 무캄이라 하오."

"내 이름은 리엘루스다."

대체 어디서부터 대화의 물꼬리를 틀어야 할지 몰라 입을 다물고 있었던 하리셴 무캄은 생각보다 평범하게 시작되는 자기소개에 조금씩 긴장감을 풀기 시작하였다.

"나와 만나자고 한 이유는 무엇이오?"

상대방은 인간이 아닌 괴수.

괜히 인간들의 대화답게 무의미한 수박 겉핡기 시작의 인사나 겉치례는 필요없다 판단한 하리셴 무캄은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괴수와 인간의 대화.

그는 뭔가 거창한 이유가 나오리라 예상하였지만, 그녀의 입에서 나온 것은 예상치 못한 사유였다.

"글쎄? 내가 받은 명령은 너를 대화의 장으로 끌고 오면 끝나거든. 나머진 페리샤가 알아서 해줄거야."

"페리샤?"

페리샤라는게 무엇을 말하는걸까? 무언가의 지명? 괴수들간의 어떤 호칭? 그리고 자신에게 주어진 명령이라니?

의문이 꼬리를 물면서 어지럽게 머릿속에서 얽혀졌지만, 그 엉클어짐을 단칼에 잘라내서 풀어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다음부터는 이 몸이 설명해주지."

"!!"

목소리의 방향은 오른쪽 방향에서 들려왔기에 모든 이들의 시선이 그쪽으로 돌아갔지만, 거기에는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만이 눈에 들어왔다.

파치치치--

그 때, 스파크가 일어나는 소리와 함께 두 남녀가 모습을 드러냈다.

다른 한명은 전체적으로 날카로운 인상의 동양인 남성이였고, 다른 한명은 자신들의 눈으로 봐도 눈에 확 뜨일법한 백금발의 백인 여성이였다.

"당신들은 누구요?"

하리셴 무캄은 당연히 갑자기 튀어나온 두 남녀를 경계하였고, 호위병들도 그의 앞에 서며 몸으로 그를 보호할 포지션을 세웠다.

하지만, 동양인 남성은 오히려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엥? 나를 몰라?"

모른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맹세하건데, 눈 앞의 남자가 대체 누구이며 뭐하는 남자인지는 절대로 모른다.

그 때, 백금발의 백인 여성이 입을 열었다.

"주인님, 대외적으로 가면안의 얼굴을 보여준적은 없으시잖습니까."

"아 맞다."

뭔가 맹한구석이 있는 남자는 자신의 품 안쪽에서 검붉은 무언가를 꺼내 자신의 얼굴에 대충 갔다댔다.

"자, 이러면 누군지 알겠지?"

"치…치우!"

"딩동댕~"

자신의 정체를 알아맞춘 하리셴 무캄의 모습에 다시 가면을 품 안쪽에다가 밀어넣은 남자, 진우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리엘루스에게 다가갔다.

"어유~ 우리 리엘짜응~ 난 원래 고양이파였는데 이러다가 거미파가 되어버릴것 같다니깐~"

"키릿~ 키릿~"

진우가 리엘루스의 거대한 몸체에 몸을 기대면서 머리를 쓰다듬자, 리엘루스라 불린 아수라급의 거미 괴수는 즐거워보이는 울음소리를 토해내며 인간의 손이 자신의 머리와 몸체를 어루만지는데도 저항하지 않았다.

"대…대체 이건……."

인간을 보기만하면 죽여서 잡아먹는게 당연한 괴수를 마치 애완동물처럼 다루다니?

하리셴 무캄은 눈 앞에서 펼쳐지는 기괴한 모습에 입을 다물줄 몰랐고, 그와 함께 온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그 뒤는 제가 설명하도록 하지요."

백금발의 백인 여성, 페리샤는 진우와 리엘루스를 뒤로 하고 몇발짝 앞으로 다가와 꾸벅하며 인사를 하였다.

"제 이름은 페리샤 릭토엔드. 그리고 저 분은 저의 주인이시자 여러분들도 잘 알고 계시는 삼태극의 수장, 치우님이십니다."

"그쪽 이름은 우리도 들었으니 자기 소개는 하지 않아도 돼. 하리셴씨."

페리샤의 말이 끝나자 치우가 뒤이어 입을 열면서 하리셴 무캄의 자기 소개는 패스시켰다.

"우…우리들에게 원하는것이 무엇이오?"

솔직히 말하자면, 하리셴 무캄은 삼태극이 중국을 공격할 때를 이용하여 독립을 꾀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당사자들이 눈 앞에 있으니, 대체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은 그는 자신들같은 약소 민족의 저항군과 만나려는 그들의 의도를 이해하지 못하였다.

그러한 그들의 생각을 이미 읽고있는 페리샤는, 책략가의 미소를 지어보이며 그들의 경계어린 마음을 단번에 허물어뜨릴 대사를 내뱉었다.

"당신들의 군홧발로 중국의 자금성을 짓이기고 싶지 않으십니까?"

"!!"

아직 이쪽의 요구사항에 대해 전하지도 않았지만, 자신의 대사 하나로 얼굴빛이 확 달라진 그들의 모습에서 이미 반쯤 넘어왔다는 것을 직감한 그녀는 더더욱 짙은 책략가의 미소를 지어보였다.

============================ 작품 후기 ============================

글을 쓰다보면서 문득 이러한 생각이 들더군요.

'나도 모르게 세계 역사를 공부를 하고 있네?'

일단 현대물 소설, 그것도 세계 정복을 꿈꾸는 조직을 스토리로 쓰다보니 본의 아니게 다른 국가의 역사를 공부하다보니 역사학에 대해 조금씩 발을 들이밀고 있는 느낌이 듭니다.

거기다가 재밌어요.

다른 국가의 역사를 보다보니 정신없이 재밌어서 소설과 관계없는 부분까지 파고드는 경우도 많습니다.

아무래도 빨리 이 소설은 완결을 시켜야겠음. 이러다가 다른길로 빠질것만 같아요 ㅋㅋㅋㅋ

PS:레비야 카디르는 실존 인물. 본문글에 쓴 빨래판 3개와 비누 5개는 세탁기 3개와 세제 5통을 잘 못 쓴게 절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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