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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장
동 투르키스탄을 향해 진격하던 10만의 대군을 가볍게 처리한 진우는, 하리셴 무캄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이대로 시간을 보내겠다니요?-
진우의 가슴쪽에 달려있는 신호기를 통해 의아하다 못해 경악하는 하리셴의 얼굴이 홀로그램으로 떠올라 있었다.
-치우님께서 괴수들을 조종할 수 있다는게 알려지면서 병사들의 사기도 높습니다. 게다가 아직 중국도 10만의 대군이 사라졌다는걸 모르니 지금 당장…….-
"허술해."
-예……?-
"허술하다고."
삼태극과 치우를 향해 선언만 하지 않았을 뿐이지, 이미 그들과 운명을 함께 하게 된 산하 세력이 되어버린 동 투르키스탄의 수장, 하리셴 무캄은 그가 무엇을 말하는지 이해하지 못하였다.
"우리가 빈집을 털려고 작정을 했으면 기회가 수백번은 더 있었어."
-……??-
대체 치우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건지 이해하지 못한 하리셴의 모습에, 살아있는 생존자를 철저하게 수색하라는 지시를 내리고 있던 페리샤가 끼어들었다.
"주인님께서는 일부러 적들이 모이게끔 유도하고 계십니다."
-그렇게 되면 오히려 불리해지는건 우리쪽이 아닙니까? 적의 전력이 집중되기 전에 각개격파하는건 전술의 기본입니다.-
모든 전술과 전략 관련 서적에서는 적이 따로따로 떨어진 상황에서는 백이면 백, 철저하게 각개격파하여 적의 힘을 줄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치우는 오히려 일반적인 전술과 정반대의 교리를 취하고 있으니 하리셴이 이해를 하지 못하는것도 당연하다.
"우리의 전력이 일반적이라면 그래야만 하지요. 하지만, 현재 삼태극의 힘은 국지전용으로 특화되어 있습니다."
그렇다. 괴수들까지 다 더해봤자 삼태극의 전력이라 할 수 있는 숫자는 5천을 넘지 못한다.
물론, 휘하의 전력이 모두 폭발적인 공격력을 가지고 있지만, 장기전으로 들어가면서 적이 차륜전(다수의 적이 소수를 상대로 차례대로 싸우는 전투)을 사용한다면 삼태극쪽에서는 반격을 입고 큰 피해를 받게 된다.
즉, 삼태극이 지닌 폭발적인 공격력을 낼 수 있는 국지 단기전을 띄엄띄엄 펼쳐서 적의 피해를 가중시키는 것이야말로 삼태극만이 가능한 필승 전략법인 것이다.
그렇다면 삼태극에게 있어서 가장 상대하기 껄끄러운 상황은 무엇일까?
답은 위에 설명한것과 반대의 상황이다.
적이 넓게 진형을 잡고, 삼태극이 지닌 화력의 피해를 최소화시키며, 한 지역이 공격당한다면 다른 지역에 위치한 병력이 계속해서 몰려들며 차륜전 형식으로 공격하는 것이다.
지금 중국군은 삼태극이 지닌 핵, 바이러스의 피해를 최소화시키고자 군대의 화력을 집중시키지 않고 있는 상황이였기 때문에, 지금 상황에서 중국을 공격한다면 여러모로 귀찮은 상황이 오게 된다.
만약, 페리샤의 계책이 없어서 미군과 러시아군까지 있는 상황이였다면?
그야말로 진우에게 있어선 진정한 헬게이트가 열리거나, 재미없어서 사용하기 진짜진짜진짜진짜 싫어하는 핵과 바이러스를 통한 광역 공격밖에 답이 없게 된다.
-으음…….-
페리샤로부터 설명을 듣게 된 하리셴은 신음성을 흘리며 수긍할 수 밖에 없었다.
지금도 싸우고자 하는 열의로 가득찬 시민들을 통해 모병을 하고 있다지만, 보급 문제, 중국인 위주의 경제 활동을 다시 되돌리는데 소모되는 인력을 생각하자면 대략 8000~10000정도가 모병이 가능한 한계수다.
그들이 전부 삼태극제 장비로 무장된다 해도, 압도적인 물량과 화력을 지닌 중국군의 파상 공세에 큰 도움이 되지는 못하리라.
-그렇다면 우리의 땅으로 들어온 침략자들을 전멸시켰다는 공식 선언을 하도록 하겠소.-
투르키스탄 독립군의 수장이자, 이제는 임시 동 투르키스탄의 총리가 된 하리셴 무캄도 나름 뛰어난 인물은 인물이였다. 페리샤의 설명을 듣고 자신들이 해야 할 상황을 이해하였으니 말이다.
하리셴은 동 투르키스탄의 독립을 했던것처럼 전 세계를 향해 자신들의 땅을 침략한 중국군을 전멸시켰다는 선언을 표함으로서, 잠자는 사자의 코털이 뽑힌 중국쪽에서 전력을 모으도록 유도하고자 하였다.
"예. 그래주시면 되겠습니다. 아참, 기왕이면 무미건조하게 선언을 하지 말고, 감정을 실어서 중국이 열받게끔 도발을 해주세요. 적이 감정적으로 나올수록 상대하기 편하니까요."
-알겠소. 그럼 이쪽도 준비하지.-
"그리고 혹시나 싶어서 말해두는데, 아직 그쪽과 우리가 손을 잡았다는 사실을 세계가 알게 되면 안됩니다. 어딘가에 정보를 팔아먹는 배신자가 나올 수 있으니 주의하도록 하세요."
페리샤는 지금 타이밍에서 동 투르키스탄이 전 세계에게 몰매를 맞으면 일이 귀찮아지기 때문에, 병사들의 입단속을 철저히 하라 지시하였으나, 하리셴은 무거운 표정으로 대답하였다.
-그런일은 절대로 없소. 우리 민족은 중국인이라면 치를 떨고 있소이다. 게다가 이번에 참전한 이들은 모두 저항군 소속이니 그런 걱정을 할 필요는 없다고 확신하오.-
"언제나 큰 계획은 작은 일에서 무너지는 법이지."
그 때, 의자에서 편하게 앉아있던 진우가 입을 열었다.
"전쟁이든, 계략이든, 정치든, 이념이든, 실제 역사에서도 작은 실수로 인해 거대한 계획이 무너지는 일은 수도없이 많다. 세상엔 절대적이란건 없어."
그리고, 지금까지 다른 곳을 바라보며 딴청을 피우고 있던 진우가 시선을 돌려, 하리셴을 향해 싸늘한 눈빛으로 내려보았다.
"네가 호언장담을 했으니 일단은 믿어주지. 하지만, 우리가 조심하라고 경고까지 했는데 입단속에 실패한다면, 10만의 중국군을 처리했을때와 똑같은 광경을 그대로 네 놈들에게 실현시켜주마."
-아…알겠습니다…….-
"사람은 살면서 실수할 수 있어. 적들도 멍청하고 무능한 놈들만 있는게 아니니 임무에 실패할 수도 있는 법이지. 나는 그런 일까지 처벌하는 어리석은 지배자가 아니다. 하지만, 이쪽이 경고까지 했는데도 불구하고 실책을 한다면 이쪽의 말을 개똥으로 들었다는 뜻이지. 그렇지 않나?"
-저…절대 그런 일은 없도록 하겠습니다……!-
화면 너머였지만, 마치 목덜미를 죄는듯한 치우의 눈빛에, 하리셴은 말을 더듬으며 대답하였다.
"가봐. 그리고 명심해라. 나는 내 명령대로 따랐음에도 불구하고 임무에 실패한 이들에게 너그럽지만, 내 명령과 지시를 거부하고 멋대로 굴다가 실패한 놈들에겐 잔혹하다는 것을."
-예…예……!-
지잉-
그렇게 하리셴의 얼굴이 사라지자, 진우는 페리샤를 향해 입을 열었다.
"페리샤, 두억시니 몇기를 항시 클로킹 하여 외부와 연락이 가능한 지역을 감시하도록."
"아…예……."
"응? 왜 그래?"
그런데 페리샤는 마치 놀란듯이 뻥찐 표정으로 힘겹게 입을 열자, 그는 그녀가 어디 아파서 그런게 아닐까 싶어 걱정스래 물어왔다.
"아, 아뇨. 주인님께서 생각보다 완벽한 지배자로서의 모습을 보이셔서……."
진우라는 인간은 진지함이 거의 결여되어 있고, 자신의 비비꼬인 잔인하거나 음탕한 성적 취향을 만족시키기만 하면 아무래도 좋은 인간이다.
그런데 방금전의 진우는 잔인하면서도 현명함을 보이는 지배자의 모습이였다.
기세부터 말투, 행동부터 자연스래 지배자의 품위가 돋보였다.
"그거? 이제부터 내게 복종하는 이들이 있을텐데 그 앞에서 경박해 보이면 모양새가 빠지잖아."
아무렇지 않게 대답하였지만 페리샤는 그가 보인 자연스러운 지배자로서의 위엄에, 진우라는 인간은 아직 자신의 모든것을 내보인게 아닌것 같다는 예상을 하게 되었다.
어쨌든간에 진우의 진중한 모습은 매우 타이밍 좋게 이루어졌다.
만약, 진우가 평소처럼 경박하며 발정한 지랄견처럼 굴었다면 정보 통제에 대한 위기감을 얻지 못하였겠지만, 지배자로서의 위엄과 함께 경고를 한 덕분에 하리셴은 확실하게 병사들의 입단속을 시키는데 주력할 것이리라.
거기다가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여 두억시니까지 파견하는 세세함까지.
지잉-
그 때, 진우의 신호기가 반응하더니 누군가의 얼굴을 홀로그램으로 띄웠다.
-여보, 저희들 돌아왔어요.-
"앗! 이실리아따응! 나 넘넘 심심해쪙~"
아, 또 쿨타임이 끝났다.
이번엔 쿨타임뿐만 끝난게 아니라 어른으로서의 시간마저도 끝난듯 싶다.
방금전까지 보였던 잔혹하면서 현명한 지배자였던 진우는, 임무를 끝내고 돌아온 이실리아의 얼굴을 보자마자 아기로 돌변하고 말았다.
-샅샅이 확인해봐도 도망친 생존자의 흔적은 없더라고요. 모두 흙먼지를 잔뜩 뒤집어 써서 지금 씻을려고 하니까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그래? 그럼 나도 같이 씻을래! 나 혼자 씻는건 외롭다고!"
-후후훗, 정말 이럴땐 아이같으시다니깐. 그럼 먼저 준비하고 계셔요.-
"응! 응!"
그렇게 이실리아와의 통신을 끝낸 진우는 페리샤를 향해 씻으러 가겠다고 말하려던 순간, 손바닥으로 자신의 눈두덩을 덮고 있는 그녀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다.
"지금 뭐해?"
"아뇨……. 그냥…잠시동안 행복했던 기억을 두 눈에 새기고 싶어서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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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펜타곤의 다섯 리더 중 한 명, 그리핀 모건은 머리 전체와 콧잔등까지 가리는 거대한 헬멧을 뒤집어 쓰고 침대에 누워있는 여성의 팔을 잡으며 죄책감어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너무나 가녀린 팔다리.
그야말로 젓가락같다는 은유적인 표현이 어울리는 가느다란 팔다리와, 마른 몸체를 지닌 그레이스는 자신 전용으로 맞춰진 침대에 누운채로 그리핀의 목소리에 대답하였다.
"…응……."
마치 변성기가 지난것 같지 않은듯한 어린 목소리.
체구도 작고, 목소리도 어리지만 이래뵈도 그녀는 26살의 성인 여성이다.
단지, 머리에 뒤집어 쓴 헬멧을 벗는 순간, 온갖 미래의 정보가 흘러들어와 뇌가 그 정보를 버티지 못하면서 미쳐버리기 때문에 운동도 제대로 하지 못할 수 없는 몸이기 때문에 이토록 작고 여린 것이다.
"너도 알고 있겠지만 예언이 모두 뒤집혔다. 예언의 영웅을 물심양면으로 도와줘야 할 존재, 키반이 사망하면서부터 생겨난 비틀림은 예언의 영웅이 삼태극이라는 조직에 들어가면서 완전히 어긋나버렸어."
"……."
조용히 듣고 있던 그레이스의 모습에, 그리핀은 죄책감어린 표정으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제는 미래를 수호하기 위한 예언보단, 삼태극이라는 적을 처단하기 위한 예언이 필요해졌다."
"…하지만…'그' 의 움직임을 읽을 수 없어……."
"네 힘으로도 불가능하단 건가?"
"응……."
그레이스는 삼태극의 수장, 치우의 움직임을 예언할 수 없었다.
NPC들 모두가 자신들이 살아있는 생명체라고 믿고 있는 이 세계에서, 진우라는 플레이어는 마음이 읽혀서는 안되는 존재이기 때문에 사이코 메트리와 예언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회피되는 존재다.
그 밖에도 마인드 컨트롤 능력을 통해 조종당해도, 플레이어의 의식은 통제권을 잃어버리는 순간 마치 유체이탈을 한 것처럼 3인칭 시점으로 변하게 되고, 자신의 모든 것을 말하라는 명령을 들어도 임의로 설정된 과거를 읊어낸다.
그나마 사이코 메트리를 통해 어디서 어떤 행동을 했다는 것을 읽을 순 있지만, 그 정도가 한계인 상황.
그렇기 때문에 그레이스는 치우의 명령과 지시를 받고 움직이는 노예들의 행동을 읽을 수 없고, 전함 지하드의 움직임 마저도 예언해낼 수 없다.
키반때도 그렇다.
원래 그는 예언의 영웅과 함께 인류를 지킨 영웅으로서, 행복한 삶을 살다가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둘러쌓여 편안하게 자연사를 해야 하는것이 운명이지만, 진우에 의해 죽임을 당하는 운명은 읽어낼 수 없었다.
즉, 예언 능력을 가진 NPC들은 플레이어라는 이레귤러에 의해 일어난 일은 오로지 어떤 일이 일어났다 라는 결과만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크흠……."
대체 어째서 10등급의 예언 능력자인 그레이스의 눈을 피할 수 있는지는 몰라도, 그녀의 예언을 간접적으로나마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기 시작한 그리핀은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칼리 제국과 싸울때 맹활약하는 이능력자들, 혹은 새로 각성하는 이능력자들을 모두 알려줄 수 있겠나?"
적의 움직임을 읽을 수 없다면, 미래에 활약을 할 미래의 영웅들을 모두 모아서 전력으로 만든다.
"…할 수 있어……. 하지만……."
그것은 그들이 전부 자연스럽게 각성을 하게 될 때를 기다리자고 하던 지금까지의 그리핀이 보이던 주장과는 완전히 상반되는 내용이였다.
"예언의 영웅 또한 그렇게 생각하다가 결국 삼태극의 손에 넘어가고 말았지. 지금의 삼태극은 칼리 제국보다 더 위험한 존재다. 놈들을 조금이라도 빨리 처단하지 못한다면, 지구는 칼리 제국과 싸울 수 있는 힘이 사라지고 말아."
"……."
그리핀이 이토록 경계하는 삼태극의 수장, 치우를 향한 호기심이 생겨난 그레이스였지만, 지금의 그녀는 그를 만나볼 수도, 그럴 능력도 되지 않았기에 호기심은 호기심으로만 멈추게 되었다.
"진정제…미리 준비해줘……."
"미안하다."
한 번 예언을 하면 어마어마한 고통을 겪게 되는 그레이스의 희생을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는 죄책감에 사과를 한 그리핀이였지만, 그레이스는 한 마디의 불만도 얘기하지 않고 정신 집중에 들어갔다.
============================ 작품 후기 ============================
영원히 고통받는 우리의 페리샤양.
어쨌든 펜타곤은 전력 강화에 들어가기 시작합니다.
아참, 그리고 마침 딱 생각이 나서 말해두는데, 어디 가서 제 소설에 대해 설명하거나 홍보하지 말아주세요.
대체 어디서 듣고왔는지 몰라도 '여기가 신사들의 모임장소라는 그 곳인가요?' 혹은 '이 소설이 그렇게 명작이라면서요?' 식의 리플을 달고 찾아오는 분들이 종종 있습니다.
아냐! 아니라고!
신사들의 모임 장소가 아니라 내 자딸용 소설의 분출구야! 애초에 명작은 커녕, 아무리 잘 봐줘도 2류밖에 안되는 전형적인 작가의 자딸용 소설이라고!!
고딩들이 이세계로 가서 존나 소드맛스타 되고 9서클 대마법사 되고, 혹은 둘 다 가능한 마검사가 되고, 더더욱 나아가서 소드맛스타 9서클 대마법사에 대정령사까지 트리플 삼관왕이 되어서 되도않는 개똥철학을 펼쳐가는 양판소랑 동급의 소설이란 말입니다!!!!!!
뭐, 캐릭터들의 행동을 최대한 그 캐릭터의 가치관에 맞게끔 쓰고자 노력은 하고 있다는게 유일하게 내새울만한 내용이지만요.
어쨌든 어디가서 홍보 하지 마세요. 지금은 없지만 나중에 정론을 펼쳐가며 대차게 까내는 사람이 올지도 모른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