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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장
잠시 시간을 되돌려서 중국군과 삼태극이 맞부딪히기 며칠전.
위잉- 위잉- 위잉-
세계 최대의 히어로 집단, 펜타곤의 기지 내부에서는 비상 신호가 울리고 있었다.
"가…가시면 안됩니다!"
2m가 넘는 키와 보디빌더 뺨치는 단단한 체구의 남성이 비명같은 소리를 빽 내지르며 한 여성을 향해 거대한 몸체를 휘두르듯이 돌진하였다.
이미 육체 자체가 무기나 마찬가지인 2m의 남자와 달리, 여성쪽도 나름 단련된 체구를 지니고 있었으나, 전속력으로 달려드는 남자가 워낙 거대한 체구를 지니고 있다보니 상대적으로 매우 빈약해보였다.
와락!
남자는 자신쪽으로 걸어오는 여성을 향해 양 팔을 넓게 펼치며 몸을 완전히 옭아매듯 잡아챘다.
저벅- 저벅- 저벅-
하지만, 여성은 자신의 몸을 옭아맨 남자의 몸체를 한 손으로 가볍게 들어올리며 아무것도 없는 들판을 걸어가듯이 성큼성큼 걸어나갔다.
"막아!"
"더이상 나가지 못하시게끔 몸으로 막아!!"
그걸로 모잘라, 여러명의 건장한 남성들이 우르르 달려들어 여성의 다리, 팔, 허리, 각 부위를 붙잡으면서 무릎을 꿇는 자세로 어떻게든 여성의 걸음을 멈추려 노력하였으나.
저벅- 저벅- 저벅-
다리 하나에 두 명의 건장한 남성, 팔에 한 명씩, 허리에 3~4명의 남성들이 잡아챘으나 여성의 걸음은 조금도 느려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이벨!"
그 때, 흉칙한 흉터가 나있는 스킨 헤드 머리의 흑인, 그리핀 모건이 여성을 향해 입을 열었다.
"절 말리지 말아주세요, 그리핀."
펜타곤의 리더 중 한 명, 이벨 키에라는 다른 리더인 그리핀을 향해 단호한 목소리로 못을 막았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중국으로 간다는건 국제적 문제가 될 요량이……!"
"그딴게 뭐가 중요하다는 건가요!"
성큼성큼 나아가던 이벨은 자신의 걸음을 막기 위해, 계속 위잉 거리는 붉은 경고 신호등 아래에서 분노어린 표정으로 노려보았다.
"국경이니 뭐니! 국제 문제니 뭐니! 지구의 모든 사람들이 힘을 모아도 부족할판에 서로 민족을 가르고! 경계를 가르고! 땅마저 가르고! 그런 말도 안되는 하찮은 이유 때문에 지구권의 위협이 될 악당이 마음껏 활개치는걸 두고보자는 건가요!"
그녀의 고향, 시라누 행성에서도 파벌같은게 나뉘어져 있고, 파벌에 따라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다툼을 벌이는 경우는 많이 있었다.
하지만, 지구처럼 민족따윈 따지지 않으며, 여기부터 여기까지가 자신들 땅이라며 경계선 따윈 만들지 않았다.
물론, 사유 재산이란게 있긴 하지만, 이벨에겐 그런 개인 프라이버시를 위한 규칙과 땅과 경계선을 가르는 것과는 비교 자체가 되지 않았다.
처음엔 어떻게든 삼태극을 공격할 방법을 강구하였기에 묵묵히 참아왔으나, 결국 미국 국적을 지닌 펜타곤이 중국의 영토로 대규모 군사적 행위를 위해 아무런 허락없이 들어간다는 것에서 '외교적 문제' 라는 이름의 벽에 가로막혀 아무런 진전이 없자, 결국 폭발한 그녀는 혼자서라도 나서기로 결정한 것이다.
여러 파벌로 나뉘어져 있던 이들도 행성의 위기에 힘을 합쳐 칼리 제국의 침략을 막고자 노력하였으나, 결국 제국의 힘 앞에서 멸망하게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모두가 힘을 합쳐도 모자랄판에 서로 죽이고 증오하기를 멈추지 않는 지구인들의 모습은, 이벨에게 있어선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였다.
특히 이해가 가장 안되는 인물은 칼리 제국의 존재를 믿고, 그 위험성마져도 인지하고 있는 삼태극의 수장, 치우였다.
세계 정복을 노리는 인물인 그랜드 아크조차도 칼리 제국의 존재를 확인하면서 요즘 잠잠해지고 있는데, 치우는 오히려 그 때가 오기전까지 세계를 정복하겠다며 더더욱 많은 지구인들을 상대로 전쟁을 펼치고 있다.
그랜드 아크가 말했었다.
치우라는 존재를 확실하게 아군으로 끌어들이든지, 죽이든지 하지 않으면 동맹은 없다고.
이벨도 거기에 동의하였다.
치우라는 존재는 세계의 분란을 퍼트리는 존재.
이벨은 하다 못해 치우만이라도 죽이고자 여러가지 제안을 해왔었지만, '외교적 문제' 라는 벽에 가로막혀 있다가 이제와서 폭발해버린 것이다.
"펜타곤의 지원을 받지 않겠어요. 저 혼자 가서 치우만 죽이면 문제 없잖아요?"
"혼자서 삼태극 전체와 맞붙겠다니! 그건 자살 행위야!"
"그러면 저를 도와줄 수 있는 병력을 내주세요! 제가 치우만을 죽일 수 있게끔 집중할 수 있게요!"
"그…그건……."
객관적으로 생각했을때, 이벨이 치우를 죽이기 위해 방해받지 않을려면 이지스 전함 한 대와, 거기에 탑승한 전투 승무원들이 전원 출동하면 이벨의 요구 사항을 맞춰줄 수 있다.
문제는 아무리 스텔스 시스템을 사용하여 레이더망을 벗어나더라도 결국 거대한 몸체를 지닌 지하드를 육안으로 확인하는 사람들이 나올테고, 이쪽의 정체를 밝히지 않으려 했다간 결국 중국군과 전쟁을 벌어야만 한다.
"크왁!"
"어억!"
그리핀이 머릿속으로 온갖 계산을 다 하고 있을때, 이벨은 팔다리를 크게 휘두르면서 자신의 몸에 달라붙은 사람들을 모조리 때어냈다.
"자신의 별을 잃어버린 이성인이니까 지구의 문화에 모른다고 생각해도 좋아요. 하지만, 칼리 제국에게 고향이 멸망당하는걸 지켜본 저로선 지구인들끼리 서로 죽여대고, 불화와 전쟁을 퍼트리는 치우라는 작자를 용서할 수 없어요."
그렇게 말한 이벨은 펜타곤의 기지 밖으로 뛰쳐나갔고, 황급히 뒤를 쫓은 그리핀은 흰 날개를 펄럭이며 하늘 높이 사라지는 그녀의 뒷모습을 쳐다볼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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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능력에 의해 인간 형태의 비행 물체를 감지해내는 레이더가 집중 개발된 터라, 이벨이 중국의 레이더망을 피하고자 크게 우회하거나, 혹은 중국군의 전투기와 교전을 벌이면서 시간을 허비하여, 투르키스탄에 도착하였을때는 이미 전투가 한창이였다.
그리고 중국군의 것 보다도 훨씬 뛰어난 레이더를 가지고 있는 지하드에서도 그녀의 접근을 눈치챈지 오래였다.
"주인님! 마하의 속도로 이쪽을 향해 날라오는 인간형 물체를 발견했습니다!"
함교에서 전황을 확인, 수시로 지시를 전달하던 페리샤는 레이더를 맡은 마스지드의 경고에 곧바로 진우를 향해 이어서 보고하였다.
자신이라는 존재 없이 노예들이 알아서 잘 싸우도록 경험과 자신감을 쌓아주기 위해, 지금까지 함교에 있었던 진우는 페리샤의 보고에 재빨리 입을 열었다.
"겨우 하나라고? 일단 적의 모습부터 확인한다!"
"색적 완료! 화면에 띄우겠습니다!"
지잉-
함교 모니터에 띄워진, 이쪽 레이더로 확인한 적의 정체는 흰 날개를 쭈욱 펼치며 이쪽을 향해 마하의 날아오고 있는 여성, 이벨 키에라 였다.
"주변에 또다른 적은?"
"없습니다. 이쪽의 레이더망을 속일 수 있는 스텔스 기능을 개발했거나, 이성인만의 뭔가 특별한 능력을 믿는듯 합니다."
페리샤는 펜타곤의 리더중 한 명이자, 이성인인 이벨 키에라의 모습을 자신의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였다.
수행역으로 따라갔었던 페리샤는 자신의 두 눈으로 회의에 참석한 지도자들중, 가장 눈에 띄였던건 이벨이였다.
일부러 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녀가 가장 특별하게 보였던 이유는 그랜드 아크와 진우를 확인했을때 보였던 눈빛은 매우 덤덤했었기 때문이다.
겨우 그걸로 특별하게 보일 이유가 있느냐, 싶겠지만, 그랜드 아크와 진우는 대외적으로 10등급의 신체 강화 능력자다.
그런데 그런 이들을 보면서도 무덤덤함을 유지할 수 있다? 지근거리에서 두 사람 중 하나라도 갑자기 미치거나 마음의 변화가 생겨서 언제든지 공격할 수 있는 그 자리에서?
10등급의 신체 강화자에게 약 1m 정도 떨어진 곳에 앉아있는 사람을 공격하려는 마음을 먹는것은, 일단 사람을 죽일 수 있는 흉기를 상대방의 목덜미에다가 얹어둔 상태나 마찬가지다.
그런 위험한 상황에서 덤덤한 눈빛으로 그랜드 아크와 치우를 바라본다? 그것은 최소한 두 사람의 공격을 방어해낼 자신이 있거나, 그에 준하는 어떤 능력, 장비를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당시의 진우는 '오예~ 새로운 노예 후보 겟인감?' 라고 생각하는게 끝이였지만, 페리샤로부터 듣고보니 확실히 그럴싸하다고 판단하였다.
게다가 그 요주의 인물이 단신으로 삼태극의 전장으로 날아오고 있다.
당연히 페리샤와 진우는 이벨의 존재를 위험하게 여기며, 진우가 지상으로 내려가서 그녀를 막는 것으로 두 남녀는 빠르게 이벨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였다.
"일단 미사일로 요격하겠습니다. 그정도로 저지할 순 없겠지만, 일단 약간의 시간 벌이와 모든 아군들에게 그녀의 존재를 알리는건 가능하겠지요."
아직 모든 아군들이 이쪽의 통신기를 전원에게 지급된게 아니기 떄문에, 미사일을 시간을 버는 용도와 신호용 폭죽으로 사용하겠다는 페리샤의 제안은 현재로선 타당하였다.
"아니 잠깐."
"예?"
그 때, 진우의 머릿속에 뭔가가 떠올랐다.
"…이건 어떨까?"
그는 머릿속에 떠오른 자신의 계획을 계산하듯이 차근차근하게 설명을 시작하였고, 그의 모든 설명을 듣게 된 페리샤는 경악어린 표정을 짓다가 이내 심각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위험합니다. 자칫하다간 지금의 이 군대가 와해될 수 있어요."
"이정도로 와해될 군대라면 차라리 버리는게 낫지. 게다가, 만약 성공하게 된다면 탄탄함이 증명된 조직력을 지닌 군대를 얻게 되고. 어때?"
"……."
페리샤는 잠시 두 눈을 감아서 시각 정보를 닫은채, 두뇌 활동에만 집중하였다.
진우의 말대로 했을때의 이득, 손해, 결과를 모두 종합하여 계산한 그녀의 답은,
"확률은 50 대 50. 실패하게 된다면 삼태극의 간부들 전원 사기를 잃어버리고 침체 될 위기에 처하게 됩니다. 하지만, 성공하게 된다면 뒤를 믿고 맡길 수 있는 군대를 얻게 되겠지요. 그리고 간부급들의 한계를 넘는 경험을 토대로 성장할 수 있을테고요."
"절반이라…뭐, 그정도면 충분하군."
페리샤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계획을 밀어붙이기로 결정한 진우는, 아무에게도 이벨의 접근에 대해 알리지 않은채로 통신을 꺼버렸다.
페리샤도 자신의 신호기의 전원을 끄면서 상황 보고, 지시를 완전히 포기하면서 함교내에 설치된 스크린을 향해 감상하듯이 편한 자세로 의자에 등을 받혔다.
"너무 불안해하지 마. 다 잘 될거니까."
"그랬으면 좋겠습니다만…하아……."
진우와 달리 불안감을 가진 페리샤는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화면을 확인하였고, 덕분에 이벨은 그 누구의 방해도 없이 전장에 도착하게 되었다.
"어이, 마스지드. 여기 팝콘이랑 콜라 2개."
-알겠습니다.-
진우가 아예 팝콘이랑 콜라까지 주문하면서 영화 관람을 하는듯한 분위기를 풍기자, 페리샤는 어이없어 하면서도 이런 대범함이야 말로 진우의 매력중 하나라는 것을 인정하고선 그와 함께 아군의 활약을 지켜보기 시작하였다.
============================ 작품 후기 ============================
편수가 늘어날수록 작가의 말도 슬슬 할게 없어집니다.
예? 평소와 같은 개드립을 치면 되지 않냐고요?
하하하하하, 저처럼 유머감각이 없는 사람이 개드립치면 분위기 썰렁해져서 안됩니다.
리플을 하나라도 더 늘릴려면 차라리 입다물고 있는게 나아요 ㅎㅎㅎ
어쨌든 다들 좋은 하루들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