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미트 브레이커-454화 (454/923)

0454 / 0923 ----------------------------------------------

7장

……

……

……

잠시동안의 적막감이 흘렀다.

천사처럼 새하얀 날개를 지닌 여성이 거대한 풍압을 일으키며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낸것도 그렇지만, 자신 스스로를 펜타곤의 리더중 한 명이라고 소개한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울려퍼졌기에, 모든 투르키스탄 병사들은 중국군을 향해 무차별적인 학살을 벌이다가 그녀쪽으로 시선이 향하게 되었다.

날개로 여기저기 날아다닐 수 있는 그녀의 종족은 기본적으로 눈이 좋기 때문에, 이미 날아오면서 상황 파악을 모두 마친 상태였다.

'죠나단의 말보다 더 심각했어. 설마 삼태극이 이정도의 숫자를 지닌 괴수들을 통제할 수 있을줄이야.'

펜타곤이 주축이 된 회의에 초대하기 위해, 일부러 삼태극의 포로가 되어야만 했던 죠나단은 냉철한 이성과 판단력으로 펜타곤 내에서도 그의 능력에 대한 상층부의 신뢰는 꽤 단단한 편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삼태극이 괴수를 조종이 가능하다는 말은 쉬이 믿을 수 있을만한 성질의 것이 아니였다.

그래도 죠나단이 확인한 괴수는 한 마리뿐이였으니까, 전력으로 사용한다쳐도 많이 잡았을때 4~5마리 정도가 끝이 아닐까 예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투르키스탄이 겉으로만 삼태극을 욕하면서 뒤로는 손을 잡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것보다 더더욱 놀란것이 바로 최소 수백마리 이상의 괴수들을 전략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지금의 상황이였다.

"모두 이런 무의미한 싸움은 그만두세요! 여러분들은 지금 치우에게 이용당하고 있는겁니다!"

일본전에서 나타나지 않은 만 단위의 병사 집단.

이벨은 이들이 삼태극과 손을 잡은 투르키스탄 병사라고 직감하며 그들을 설득하고자 목소리를 드높혔다.

"이용……?"

한 투르키스탄 병사가 이용당한다는 말에 반응을 보이자, 이벨은 분위기가 가라앉은 지금이야말로 설득의 기회라 판단하였다.

"그렇……!"

쒜엑-!

"!!"

그렇게 입을 열려던 찰나, 그녀의 안면을 향해 주먹만한 돌맹이가 날라갔다.

파삭-!

왠만한 신체 강화자들은 반응조차 하지 못할 정도의 빠르기로 날라온 돌맹이였지만, 이벨은 손등으로 돌맹이를 후려치자 단단한 돌맹이를 가루가 되어 주변에 흩날렸다.

"흥. 과연 펜타곤의 리더라고 불리울만한 능력은 지닌듯 싶군."

"당신은……!"

돌맹이를 던진 장본인, 남궁 신은 투르키스탄 병사들의 머리 위를 날아올라 가볍게 착지하면서 이벨을 향해 적대감어린 눈빛으로 노려보았다.

"예언의 영웅……."

"그래. 네 놈들이 내다버린 그 빌어먹을 예언의 영웅이다."

이벨은 남궁 신의 대사에서, 그가 자신들을 오해하고 있다고 판단하였다.

특히, 그가 펜타곤이라고 말하는 부분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적대감에 의해, 치우에 의해 자신들에 대해 오해하고 있는것이라 생각하면서 그를 회유하고자 입을 열었다.

"당신은 지금 치우에게 속고있는 겁니다! 그가 무슨 말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는 언제나 당신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미 진우에게서부터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알게 되고, 능력의 각성에서 어떤 존재가 될뻔했는지 알게 된 신의 적대감은 조금도 줄여지지 않았다.

"그러시겠지! 너희들이 원하는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무능력자가 아니라 이미 완성된 히어로일테니까!"

자신이 아무런 능력이 없었을때는 아무런 관심도 없었던 존재들이다.

아니, 펜타곤의 의도대로 흘러갔다면, 자신은 삶의 희망을 잃어버리고선 다른 전생의 기억들과 혼합되어 자신이면서도 자신이 아닌 다른 존재가 되었을 것이다.

즉, 남궁 신이라는 육체의 껍데기만 남게 될 뿐, 남궁 신이라는 인간으로 살아온 존재는 사라지게 되어버리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신은 펜타곤을 증오할 수 밖에 없었다.

"아니예요! 우리들은 당신과 당신의 부모님을 모실 준비를 해놨어요! 치우, 그 악의 화신같은 자가 당신의 앞에 나타나지만 않았다면 모든게……!"

"형님을 모욕하지 마라!!"

우우우웅--!

이벨이 진우를 욕되게 만들려 하자, 신은 자신도 모르게 내기를 퍼트리며 강렬한 적대감을 드러냈다.

"내가 각성하기 전까지 무슨 짓을 당했는지 알고는 있는거냐! 돈과 힘을 가진 자들에게 하루하루를 고통받으며 살아왔다! 하루에도 다 필요없고 이대로 자살하고 싶다고 생각한게 한두번이 아냐! 나를 지탱하는건! 단지 병든 아버지를 그대로 둘 수 없었기 때문이야!"

신의 울부짖음에 주변에 있던 투르키스탄 병사들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였다.

거의 혼자만의 힘으로 후위에 있었던 10만의 군세를 전멸시켰다는 페리샤의 보고로, 그가 얼마나 괴물같은 능력자인지 간접적으로나마 알수 있었던 그들은 남궁 신이 자신들과 같은 처지에 속해있었다는 것에 놀란 것이다.

하지만, 신은 눈 앞에 있는 펜타곤의 리더를 향해 울분을 터트리는데만 집중하고 있었다.

"아무도 도와주질 않아! 저항을 하면 그 몇십배의 보복이 돌아와! 도와달라고 부탁을 해도 아무도 내게 손을 건내주지 않았다고!"

투르키스탄 병사들중 몇몇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여버리고 말았다.

그가 가진 고통은 자신들도 얼마 전까지 현재 진행형이였으니까.

"그건 어쩔 수 없었어요! 그래야만 당신이 각성을 하니까……!"

"그래! 너희들이 원하는건 그 빌어먹을 불행으로 각성할 예정이였던 영웅이였다고!! 그러니까 아무런 능력이 없었던 내가 고통받아도 모른척 일관했던거다!!"

"읏……."

보고로만 들었던 이벨은 조금 불쌍하긴 해도, 그정도 고난은 극복할 수 있으리라 예상하였다.

왜냐하면 그는 '예언의 영웅' 이였으니까.

하지만, 그 '예언의 영웅' 이 이런 슬픔과 증오를 간직하고 있으리라곤 예상하지 못했던터라, 이벨의 표정에는 당혹스러움이 묻어나왔다.

"그런데 거기서 형님이 내게 돈을 벌 수 있는 기회! 이 빌어먹을 불행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를 주셨다! 아무도! 아무도 내게 손을 건내주지 않고! 나를 억압하고 있는 힘을 두려워하며 도와주길 꺼려하는 사람들 속에서 그 분만이 내게 손을 내밀어주셨단 말이다!"

"그건 치우의 계획이예요! 그도 당신이 예언의 영웅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미리 사전 작업을 하고 있었던 겁니다!"

자세한 내막에 대해서 잘 모르는 펜타곤은 치우가 예언의 영웅을 어떤 수단으로 알아냈고, 그가 가진 불행을 이용하여 이 모든게 펜타곤이 영웅으로 각성시키기 위해 고의로 벌인 짓이라는 식으로 모함한게 아닐까 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벨또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기에 치우가 미리 그의 존재를 알아냈다는 것을 알려주었지만, 이미 그 부분도 진우가 '어떤 연기' 로 사전에 막아두었다.

"그래. 형님도 내가 예언의 영웅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 나의 존재가 미래에 방해가 될 거라 판단한 형님은 일부러 내게 접근한거다."

"!!"

알고 있다?

치우가 자신에게 고의로 접근한 이유조차 상세하게 알고 있으면서도 어째서 그가 치우의 수하로 들어간것이란 말인가?

"자, 형님은 과연 어떻게 해서 내가 각성하는걸 막으려 했을까? 답은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다."

"……?"

이 부분은 이벨과 주변에서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투르키스탄 병사들…아니, 멀리있는 곳에 위치한 이들도 들을 수 있게끔 페리샤가 그들의 대화를 병사들이 지닌 신호기로 전송하고 있었기에, 둘의 대화에 집중하고 있었던 투르키스탄 병사들의 표정에서는 의아함이 떠올랐다.

"불행함이 극에 달하여 예언의 영웅이 되길 바라는 네놈들과 달리! 형님께서는 내게 행복한 삶을 주셔서 예언의 영웅이 되지 못하게 막으려고 하신거다! 웃긴 일이지! 정의의 집단이라는 것들이 남의 불행을 멀찍이서 구경하며 언제 영웅이 되나 기다리고 있고! 악의 조직, 삼태극의 수장이라는 사람은 오히려 행복하게 만들어주려 하다니 말이야!"

신은 이벨을 향해 악의가 섞인 조소를 흘리며 섬뜩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자, 계속 떠들어봐. 다음은 뭘로 설득할 예정이지? 불행을 방치하여 영웅을 만들려던 정의의 히어로라는 것들이 과연 어디까지 가는지 시간을 들여서 천천히 음미해줄테니까 마음껏 지껄여보라고."

"……."

이벨은 신의 눈빛에서 느껴지는 명백한 적대감에 남몰래 한 숨을 내쉬었다.

'이미 크게 틀어졌구나…….'

펜타곤과 남궁 신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사이가 되어버린지 오래였다.

이제와서 예언의 영웅이 어쩌느니 저쩌느니 말해봤자 그의 성질만 돋울뿐이였다.

하지만, 지금까지 확인되바로는 남궁 신은 기본적으로 정의로운 심성을 가진 인물이라는 내용을 기억하고 있는 이벨은, 마지막으로 그를 설득할 수 있는 수단을 꺼내들었다.

"그렇다면 우주에서 수많은 별을 제패한 칼리 제국의 존재는요? 이 지구의 존재를 눈치챈 칼리 제국은 아무리 길어봤자 1년 내에 도착할 것입니다."

"칼리 제국……?"

"우주……?"

투르키스탄 병사들은 갑자기 이야기의 스케일이 우주 단위로 거대해지고, 칼리 제국이라는 듣도보도 못한 국가의 이름에 의아함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거기에 집중하였다.

"그러고보니 네 년의 고향별도 칼리 제국에게 당했다지?"

이미 이벨에 대한 모든것은 펜타곤의 회의에 참석한 진우와 페리샤로부터 모두 알게 된 사항이다.

"예. 지구보다 뛰어난 과학 기술을 가지고 있는데다, 10등급의 이능력자가 수백명이나 되던 곳이죠. 하지만, 그런 제 고향별도 결국 칼리 제국의 야망에 희생당하고 말았습니다. 그것도 모든 사람들이 힘을 합쳐 싸웠는데도 불구하고 말이죠!"

"!!"

수백명의 10등급 이능력자?

지구보다 뛰어난 과학을 지닌 문명?

그냥 왠 헛소리인가 싶어서 넘길법도 하지만, 남궁 신도 이벨이 외계인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있었기에 그녀의 주장에는 신빙성을 얻게 되어 투르키스탄 병사들의 위기 의식을 일깨워나갔다.

"분명 당신은 예언의 영웅으로서, 칼리 제국으로 상대하여 비등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전에 인류가 하나로 뭉쳐져야만 지구가 칼리 제국의 위험으로부터 넘어갈 수 있어요!"

"……."

이건 좀 먹히는듯, 신은 묵묵히 듣고만 있을 뿐, 딱히 반대되는 주장을 펼치지 않았다.

"지금은 지구인들끼리 싸워야 할 때가 아닙니다! 이대로라면 칼리 제국을 막아낼 수 있다 하더라도 엄청난 피해가……!"

"상관없다."

"…예?"

순간, 남궁 신이 그녀의 말을 잘라먹었다.

이벨은 자신의 말이 잘려먹힌 것보단, 자신이 말한 '엄청난 피해' 부분에서 상관없다고 말하는 그의 모습에 뻥찐 표정을 짓고 말았다.

"결국 어떻게든 막기만 하면 되는거 아닌가. 그 와중에 수천만이 뒈지든, 수십억이 뒈지든 상관없어."

"어…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 있죠!? 수십억이 죽어도 상관없다니!"

그녀는 지구가 칼리 제국에게 파괴되어 수많은 사람이 죽어나간다는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신의 무덤덤한 목소리에 믿기 어렵다는 듯이 경악하듯 되물었다.

"네 말대로 지금 당장 우리가 전투를 멈추고, 일이 잘 풀려서 지구의 모든 인간들이 힘을 합쳐서 적을 막아냈다 치자."

신은 만약이라는 이름으로 가정하면서 그녀의 말대로 흐를때를 가정하였다.

"그래서 우리에게 얻을 수 있는건 뭐가 있지?"

"……?"

이벨은 그가 무엇을 말하는지 이해하지 못하였다.

"당연히 미래를 얻을 수 있는거잖아요. 칼리 제국의 위험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평화로운 미래를……."

"그게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이냐!"

"!!"

순간, 남궁 신의 살기가 폭발하였다.

"키이이익!"

"키에엑!"

그의 살기를 간접적으로 느끼게 된 괴수들은 비명에 가까운 괴성을 질러대며 요동치기 시작하였지만, 기이하게도 투르키스탄 병사들에겐 그 살기가 너무나 익숙하였기에 동조가 되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내 어머니는 사업이 망하고 나서 어떻게든 일어서려고 고된 노동을 하시다가 돌아가셨어! 아버지도 결국 깊은 병에 시름시름 앓다가 나를 괴롭히던 놈들에게 얻어맞아 돌아가셨다고! 내 가족이! 사랑하는 부모님들이 고통스럽게 죽었는데! 얼굴도 모르는 다른 놈들이 행복하고 평화로운 미래를 가져봤자 무슨 의미가 있냐고!!"

"읏……!"

이벨은 자신에게 집중되어 가해져오는 살기에 본능적으로 느껴지는 위기감에 식은땀을 흐르면서 신음성을 나지막히 흘렸다.

신은 등을 돌리며 자신의 뒤쪽에 있는 투르키스탄 병사들을 향해 사자후의 방식으로 목소리를 높이며 입을 열었다.

"너희들은 버림 받았다! 나처럼 거대한 힘에 고통받고, 괴로워하면서 세상을 향해 제발 도와달라고 소리치고 울부짖어도 아무도 도와주지 않아!! 그런데도 괜찮은거냐! 너희들을 괴롭힌 중국인들이 평화로우며 행복한 미래를 얻게 된다! 너희들을 매몰차게 버린 세계가 그런 미래를 얻는단 말이다!! 너희들은 그래도 같은 지구인이니까 힘을 합치며 칼리 제국을 향해 싸울 생각이 생기는가!!"

"……!!"

순간, 투르키스탄 병사들의 눈에서 맹렬한 살기가 잠식되기 시작하였다.

"웃기지 마……! 우리 아버지는 중국놈들에게 월급을 제대로 안준다면서 항의하다가 무장 경찰들에게 맞아 죽었어!"

"내 여동생은 중국놈들이 강간한 후에 마약에 절여 죽여버렸다고! 게다가 그 쓰레기 놈들은 베이징으로 돌아가서 지금도 호의호식하고 있어! 그런 개새끼들이…내 여동생이 얻지 못한 평화로운 미래를 얻는다고……!? 이딴건 말도 안 돼!!"

지금 이 자리에 있는 투르키스탄 병사들은 대부분 중국인들에게 가족이 피해를 당하거나, 본인이 직접적으로 피해를 당한 원한을 가지고 있었다.

"우리가 이렇게 고통스러운데…강건너 불구경 하던 놈들이 행복해진다고……? 그딴걸…그딴걸 인정하라고……!?"

"뭐가 정의의 조직이야! 우리들을 도와주지도 않았으면서!"

그리고, 자신들이 이토록 고통받는데도 도와주지 않은 세계를 향해 증오하는 이들도 있었다.

"너희들은 세계가 포기하고 버린 존재들이다! 나의 형님! 아니, 주군이신 치우님은 그런 너희들에게 손을 건내주신데다 너희들의 힘으로 복수할 수 있는 무기와 힘을 지원하신 유일한 구원자다! 묻지도 따지지도, 보복하지도 않겠다! 지금! 이 자리에서 세계의 평화를 위해 복수를 포기하겠다면 지금 이 자리에서 떠나라!"

하지만, 그 누구도 그의 말대로 자리를 이탈하는 병사들은 존재하지 않았다.

"히…히익……! 살려줘어!"

"!!"

그 때, 투르키스탄 병사들에게 붙잡혀 구타를 당하던 중국군 장교 하나가, 이벨과 신의 언쟁으로 그들의 정신이 팔린 사이에 그들을 뿌리치고 이벨쪽으로 향해 달려나와 구원을 요청했다.

이벨과 멀리 있으면 그냥 다른 방향으로 도망쳤겠지만, 마침 그녀와 꽤 가까운곳에 있었던 덕분에 그녀가 펜타곤의 리더중 한 명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그는, 펜타곤의 리더이니까 뭔가 엄청나게 강한 능력을 지녔을게 분명하니 자신 하나쯤은 도와줄 수 있을거라 판단한 것이다.

문제는 타이밍이였다.

투르키스탄 병사들의 살의가 정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도중이였는데, 그들이 증오하는 중국군 장교가 자신들의 목소리를 무시해온 정의의 조직, 펜타곤의 리더의 곁으로 달려간 것이다.

"으아아아아!"

"죽여버려어어!"

"중국놈들을 하나라도 더 죽이자!"

"우리 가족이 얻지 못하는 미래를 중국놈들이 얻게 놔둘 수 없어!!"

방금전까지만해도 단순히 중국인들을 향한 증오만으로 싸웠다면, 지금은 자신들의 가족들이 겪지 못할 미래를 중국인들이 가져가지 못하게끔 만들겠다는 살의까지 증폭되어, 마치 버서커 마법에 걸린것 마냥 날뛰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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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이구만. 으적으적."

"예. 이제 시작이군요."

함교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진우와 페리샤는 팝콘과 콜라를 먹으면서 지금의 상황을 분석하고 있었다.

"궁신이가 생각보다 잘 해줬어."

"예. 방금전까지만 해도 50 대 50이였지만, 지금은 거의 90 대 10입니다. 혹시 이런 상황을 예측하신건가요?"

"현재 저 전장에서 가장 가까운놈은 궁신이랑 아수라야. 솔직히 말하자면 아수라가 나타났다면 소수 민족의 분노를 깨워서 더더욱 일이 쉬워지지 않을까 싶었는데, 궁신이쪽이 생각보다 더 효과가 좋네?"

"후우…가끔씩 주인님은 저조차 예상하지 못한 부분을 생각하시는군요."

"이성적인 너는 이해가 잘 안되는 부분이겠지만, 나는 상대방의 감정을 건드리는걸 참 좋아하거든."

페리샤가 이성적으로 생각, 판단하여 효율적인 답안을 낸다면, 진우는 상대방의 감정을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유도하기 위해서 아무리 비효율적이고 번거로운 행동이라 하더라도, 심지어 자기 자신의 자존심이 망가지는 것도 무시한채 감행한다.

예전에 브레이브 워리어, 키반 앞에서 실컷 셀리를 능욕한 후, 일부러 그에게 패배하는 척하면서 비굴하게 싹싹 빌어대는 모습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무리 싫어도 군말없이 거기에 따라야 할때가 있어. 하지만, 그것도 정도와 한계라는게 있는거야. 궁신이는 그 부분을 잘 자극해서 투르키스탄 병사들을 선동했어. 이제 남은것은 압도적인 힘 앞에서 어떻게 대응하냐는거지."

진우가 세운 계획이라는것은 특별한게 아니다.

혼자서 온 이벨이 평범치 않은 능력자임이 분명하니, 압도적인 힘을 마주한 자신의 부하, 노예들이 그것을 어떻게 극복하냐는 것이였다.

거기다가 진우와 페리샤가 통신기와 텔레포트 장치의 전원을 내린 상태니까 그의 부하들과 노예들은 지하드도 공격받고 있다 판단할 것이다.

즉, 뒤로 물러설 수 없는 싸움에서 눈 앞에 있는 압도적인 강함의 적을 상대해야 하는 경험을 체험해주기 위한것이 진우의 계획이다.

페리샤가 경고한대로, 여기서 크게 패배하여 자신감이 사라진다면 재기까지 꽤나 힘든 나날을 보내야만 하지만, 강적과의 싸움에서도 전의를 잃지 않고 계속해서 싸워나가는 투쟁심과 용기를 얻게 된다면 험난한 싸움속에서도 아군을 믿을 수 있는 신뢰감이 형성될 것이다.

여기서 가장 걱정되는 부분은 이능력자가 없는 투르키스탄 병사들이다.

그들은 아직 잘 모르지만, 이벨이 사용한 이능력에 압도적인 무력감을 느끼게 될 것이고, 그 무력감에 의해 전의를 상실하여 군대로서의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민병대 이하 수준의 군대가 될 것이다.

하지만, 남궁 신은 생각보다 더 투르키스탄 병사들의 전의를 크게 드높이는데 성공했다.

전쟁에는 기세라는게 중요한데, 멀찍이서 화면으로만 구경하는 진우와 페리샤에게도 기세가 아군쪽으로 흘러들어오는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런데…다른 사람들은 어떨지 몰라도 이실리아님과 아키님은…각오해두시는게 좋으실겁니다."

뒤늦은 연심으로 진우를 자신들의 목숨보다 소중하게 여기는 이실리아와 아키는, 연락이 끊기고 텔레포트 기능까지 마비된 지하드의 모습에 진우가 위험한줄 알고 있을것이다.

그런데 알고보니까 지금의 상황을 연출하기 위한 연극이라는것을 알게 된다면, 최소한 그 두 사람은 진우에게 걱정시킨 죗값을 받게 만들 것이다.

"……. ……. ……. 아……."

"혹시…생각 안하신겁니까?"

"…어…어…어…어떻게 하지……."

지금까지 그 어떤 상황에서도 전의를 잃지 않으며, 공포라곤 한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진우의 표정에서 적나라하게 두려워하는 표정이 드러났다.

"페리에몽~~! 나 좀 어떻게 해줘어어어~~!"

"저는 모릅니다."

"페리에모오오오옹~~~~!!"

"저는 주인님의 명령대로 이행했을 뿐입니다."

그 이후로도 진우는 페리샤에게 구원을 부탁하였지만, 그녀는 마치 자동 응답기처럼 같은 대답만을 반복할 뿐이였다.

============================ 작품 후기 ============================

작가의 말을 평범하게 쓰니까 몇몇 독자분들이 '어디 아픈거 아니냐' 면서 걱정해주시더군요.

...사람들에게 있어서 나란 존재는 과연 어떤 존재인 것인가 라는 철학적인 고뇌에 한동안 빠져 있었습니다.

제가 얼마나 성실하고 착한 사람인지 아십니까? 욱하는 성질만 없으면 주변 사람들이 성실하고 인사성 밝고 착하다며 칭찬해주는게 저라는 존재입니다!

그런 제가 사바트라는 익명성과 컨샙을 벗었는데 다들 어디 아프냐고 묻다니!

제가 워낙 착하고 성실해보여서 이런 글을 쓰고 있다면 다들 안 믿을걸요! 흥쳇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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