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미트 브레이커-455화 (455/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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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장

"으와아아아!!"

가장 먼저 가까이 있던 한 일반 병사가 총검을 내리찍으려는 듯이 휘두르며 이벨의 곁에 숨어있는 중국군 장교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들도 바보가 아닌 이상, 그냥 간단하게 방아쇠를 당겨서 총탄으로 적을 죽이면 매우 쉬운 일임을 알고 있지만, 증오스런 중국인들을 찔러 죽이는 감각을 직접적으로 느끼고자 2차 세계 대전 당시의 일본군 반자이 공격처럼 총검만을 들고 공격한 것이다.

"윽……!"

부우웅--!

"으헉!"

이벨은 나지막한 신음성을 흘리며 날개를 가볍게 휘두르자, 거대한 풍압이 일어나며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투르키스탄 병사를 날려보냈다.

하지만,

"죽여! 죽여!"

"죽여라! 중국놈들을 모조리 죽여버려!"

광기에 빠져버린 투르키스탄 병사들은 아군 병사가 가벼운 날개짓 한 번에 날라간 것을 두 눈으로 확인했으면서도, 미친듯이 달려들면서 이벨 곁에 있는 중국군 장교를 죽이고자 달려들었다.

"모두 진정하세요!"

부웅-! 바우웅-!

이벨은 그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날개를 펄럭거리며 병사들을 모조리 날려보냈다.

아마 평범한 상황이였다면 날개의 풍압만으로 아군을 날려버리는 모습에 기겁을 하면서 그녀의 의도대로 되었겠지만, 이들은 모두 남궁 신의 선동에 휘말려 반쯤 제정신을 잃고 광기에 휩쓸린 상태였다.

"끄아아아!"

"으아아!"

오히려 죽이고 싶은데 죽이지를 못하니 더더욱 악에 받쳐서 달려드는 투르키스탄 병사들의 모습에, 이벨은 입술을 깨물며 힘의 격차를 보여줌으로서 그들을 진정시키기로 마음 먹었다.

일단 다른 병사들을 날개짓으로 날려보낸 후, 본보기로 보여줄 병사 하나의 몸체를 붙잡고선,

뿌그드득!

한 손으로 앞섬을 쥐어뜯자 너무나 가볍게 전신 방탄복의 가슴 부분이 뜯겨져 나가면서 나무 토막이 으스러지는것 같은 소리가 울려퍼졌다.

"!!"

지금까지 자신들의 목숨을 보호해주던 전신 방탄복이 손쉽게 뜯겨져 나가자, 이벨의 손에 붙잡힌 병사뿐만 아니라 다른 병사들도 경악어린 표정으로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자신의 힘을 일반인 기준으로 충분히 위협적임을 보여줬다고 생각한 그녀였지만, 악에 받친 살기로 물들여진 군중 심리라는 것은 손쉽게 잠재워지지 않았다.

더더욱이나 투르키스탄 병사들의 군중 심리는 '남들이 하니까 나도' 수준의 빈약한 군중 심리가 아니였기에, 상대방이 아무리 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해도 이들의 흉폭성을 잠재우지 못하였다.

"으아아아!"

"크아아!"

죽기를 각오하면서 또다시 이벨을 향해 달려드는 투르키스탄 병사들의 모습에, 이벨은 어째서 힘의 차이를 알고도 자꾸 자신에게 달려드는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턱!

"끄욱!"

약간의 고통을 주기 위해 전방에서 달려드는 투르키스탄 병사 두명의 목을 낚아챈 그녀는 살짝 힘을 가하면서 경동맥을 압박하였다.

"끄부으으윽!"

"끄크그그으으……!!"

숨이 막혀서 고통스러워하는 투르키스탄 병사들이였지만, 그들의 눈은 목을 조여오는 고통속에서도 뚜렷하게 살의를 발하고 있었다.

'이 눈빛은……?!'

순간, 그들의 눈빛을 마주한 이벨은 자신도 모르게 경악하듯 눈동자가 치켜 올라갔다.

'왜…왜 나를 그런 눈빛으로 보는거야……?'

그들이 자신을 향해 노려보는 눈빛은 예전에도 본적이 있었다.

칼리 제국의 맹공격을 받아 계속된 패전을 겪어, 더이상 물러설 수 없는 전투를 눈 앞에 두게 된 시라누 행성의 군인들이 가지고 있던 눈빛이였다.

자신들이 패배한다면 조국과 가족의 미래가 사라진다는 결의와 공포, 적을 향한 살기가 뒤섞인 눈빛.

단지 정복욕 하나 때문에 침략해오고, 동족들을 학살한 칼리 제국을 필사적으로 막아내려는 군인들의 눈빛을 기억하고 있는 이벨은, 투르키스탄 병사들의 눈빛이 시라누 행성을 지키기 위해 싸우던 군인들의 그것과 똑같다는 것을 느끼면서 당황해하였다.

"큿!"

마치 자신이 증오스런 칼리 제국인이 된 것 같은 불쾌한 감각을 느낀 이벨은 신음성을 흘리며 목을 잡고 있는 병사들을 내던졌고, 두 병사는 땅바닥을 몇차례 험하게 구르고 나서야 멈출 수 있었다.

땅바닥과 거칠게 부딪히는 충격이 모두 흡수되지 않았는지, 비틀비틀 거리며 일어선 병사들은 또다시 시라누 행성의 군인들이 칼리 제국인에게 향하던 눈빛으로 이벨을 노려보았다.

이벨은 이를 악물면서도 그 이상의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마음만 먹으면 5초 안에 주변에 있는 병사들을 간단하게 무력화시킬 수 있지만, 그녀가 자신에게 다가오는 적에게만 반격하는 수동적인 입장을 취한 이유는 자신의 일거수 일투족을 노려보며, 진우로부터 하사받은 쌍용검을 치켜들어 언제든지 공격할 채비를 갖추고 있는 남궁 신의 모습 때문이였다.

남궁 신 또한, 투르키스탄 병사들과 함께 공격하지 않고 그녀를 견제만 하였는데, 여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예언의 영웅이 가진 능력이 정확하게 어떤 것인지 알아내야 해.'

'저 년의 능력이 어떤것인지부터 확인해야 공격의 방향을 잡을 수 있다.'

서로의 능력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는 것이 바로 그 이유다.

물론, 이벨이 예언의 영웅이 가진 활약상에 대한 영상을 확인했지만, 삼태극 쪽에서 대체 저게 무슨 능력인가 싶어 의아했던 만큼, 펜타곤 쪽에서도 남궁 신의 능력이 정확하게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신의 입장에서는 자신들을 상대로 딸랑 혼자 도착한 이벨의 모습에서 뭔가 대단한 능력이 있을거라 판단하면서 쉽사리 공격하지 못하였고, 서로의 능력을 확인하기 위한 눈치전을 벌이느라 쉽사리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 것이였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신 쪽이 이유가 더 많았다.

'빌어먹을……. 이럴줄 알았으면 여유분의 마나를 남겨두는건데!'

홀로 10만의 군세를 처리하느라 마나를 모조리 쏟아부어버린 남궁 신은 더이상 마법이라는 능력을 사용할 여건이 되지 못한다.

내공과 무황의 무공이 있긴 하지만,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무기의 절반 이상이 사라진 것이나 마찬가지였기에 남궁 신의 속내는 그리 좋지 않았다.

거기다가 아까부터 계속 지하드에게 통신을 넣어도 아무런 대답이 오지 않았다.

'페리샤님과 형님에게 계속 통신을 넣어도 대답이 없다. 게다가 텔레포트 기능까지 사용했는데도 신호기가 작동을 하지 않아.'

마나라도 남아있으면 텔레포트 마법으로 돌아갈 수 있기라도 하겠지만, 그럴만한 마력조차 남아있지 않은 상태인 남궁 신은 겉으론 아무렇지 않은듯이 보이면서도 속으론 끊임없이 고뇌하고 있었다.

'통신이 안되고 지하드의 텔레포트 시스템이 끊겼다. 전함에 뭔가 큰 문제가 생긴게 분명해!'

생각해보니 혼자서 시선을 끌듯이 나타난 이벨의 모습이 의심스러웠다.

만약, 이것이 양동 작전이라면?

이벨이 시선을 끄는 사이를 이용하여 지하드 내부로 정예 부대가 투입된 상태라면?

자신의 전력은 반토막이 난 상태이고, 더이상 후퇴가 불가능한 상황이 되자 신은 혼란스런 마음을 잠재우느라 정신이 없었다.

지금까지의 전투는 언제나 지하드로 도주할 수 있는 여건이 되었기 때문에, 아무리 위험한 상황이 닥쳐와도 언제든지 안전 지대로 후퇴하여 재정비할 수 있다는 마음의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 여유가 사라지게 되면서 남궁 신은 지금까지 느끼지 못한 긴장감을 가지게 되었고, 그만큼 신중해지면서 쉽사리 이벨을 향해 공격할 수 없었던 것이다.

"크하아아압!"

"!!"

순간, 괴성을 지르며 나타난 인물이 있었다.

"칵!"

거친 기합성과 함께 등에서 튀어나온 손이 잡고 있는 창으로 찔러들어가는 인물, 아수라의 갑작스런 기습에 당하게 된 이벨이였지만, 그녀는 당황하지 않고 재빨리 날개를 오무리며 방패처럼 자신의 앞을 가로막았다.

까앙!

방금전까지만 해도 깃털이 바람에 따라 부드럽게 팔랑거리는 날개였지만, 순식간에 비늘과 같은 형태가 이루어지며 아수라의 공격을 막아낸 이벨은 나머지 한 쪽 깃털을 주먹의 형상처럼 만들더니 아수라의 몸통을 향해 후려쳤다.

콰앙!

"크윽!"

설마 날개를 저렇게 사용할거라곤 예상하지 못했던 아수라는, 두 팔을 교차하듯이 막아내는데 성공하였으나 팔이 쩌릿할 정도의 충격을 받으며 뒤로 주르륵 밀려나갔다.

'위험했다……! 제대로 방어하지 못했으면 뼈가 날라갈뻔 했어!'

조금이라도 신경을 느슨하게 했더라면 뼈가 부러질뻔한 충격.

아수라는 본능적으로 이벨이 보통 인물이 아님을 직감하였지만, 오히려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그는 겉보기엔 너무나 부풀어오른 근육과 직설적인 성격 때문에 뇌까지 근육으로 되어있는것 처럼 보이지만, 오랜 시간동안 중국을 향해 투쟁해오며 지금까지 살아남은 인간이다.

그런 인물이 기습 타이밍에서 괴성을 질러대며 공격의 기회를 날려버린다는 것은, 일부러 상대방의 상대방의 시야와 집중력을 분산시키기 위해서다.

콰아아아--!

"!!"

이벨이 아수라를 날개로 후려치는 짧은 시간동안, 쌍용검에 검강을 씌운 신은 그녀의 심장을 꿰뚫기 위해 쏘아져 나갔다.

단지 한 걸음을 강하게 밟고 뛰쳐나갔을 뿐인데 그가 밟은 땅은 작은 크레이터가 생겨났고, 중심으로 흙먼지가 퍼져나간다.

열 몇 걸음을 뛰어야 다가갈 수 있는 거리를 그야말로 찰나의 순간에 도달한 신이 검을 찔러내려던 순간,

지잉-!

"!!"

초록색 레이저가 이벨의 눈에서 튀어나오는 모습에 신은 초인적인 반사 신경으로 상체를 밑으로 숙였다.

심장을 꿰뚫어서 단번에 죽이려던 신의 의도는 벗어났지만, 아직 이벨은 그의 공격 거리를 벗어나지 못했다.

'죽이지 못한다면 치명상이라도!'

신의 쌍용검은 자세를 바꾸며 그대로 잘록한 그녀의 허리를 베어내려던 찰나,

푸욱-!

"큭!"

"아윽!"

무언가가 베이는 소리와 함께 각기 성향이 다른 두 신음성이 울려퍼졌다.

이벨이 날개를 사용하여 외투처럼 감싸면서 쌍용검이 날개에 박혀버린 것이다.

신의 공격은 날개 때문에 깊숙하게 들어가지 못하였다는데 탄식의 신음성을, 이벨은 날개가 베인 고통으로 인해 신음성을 흘렸다.

쯔즈즈즛-

'재생되고 있어!?'

거기다가 검이 베어낸 날개 부위가 재생되면서 쌍용검을 단단히 옭아매기 시작하였고,

후웅!

반대쪽의 날개가 거대한 덩어리가 되어 허리를 베려던 자세로 멈춘 신의 등을 후려치기 위해 강맹하게 휘둘러졌다.

푸웃!

황급히 전력을 쏟아부어 쌍용검을 뽑아낸 신은 경공을 사용하며 빠르게 거리를 벌리는데 성공하였고, 덩어리가 된 날개는 애꿎은 땅만 후려치면서 크레이터를 만들어냈다.

'젠장! 빨리 처리하고 형님을 도와드려야 하는데!!'

지하드의 시스템이 마비될 정도다.

전함내의 전투원이라곤 페리샤와 진우 뿐인데, 만약 진우를 막기 위한 팀, 혹은 이능력자가 존재한다면 신은 여기서 시간을 허비해야 할 때가 아니였다.

'눈에서 레이저 빔을 쏘아내질 않나, 날개의 형태를 바꿔서 공격하질 않나, 지금까지 상대해왔던 인간 이능력자와는 완전히 다른 상대야.'

문제는 눈 앞의 적은 적당히 상대하면서 처리가 불가능하다는 것이였다.

그렇게 신이 조급함을 느낄 때, 진우의 노예들도 지하드의 이변을 하나둘씩 눈치채기 시작하였다.

============================ 작품 후기 ============================

이제 다른 노예들도 하나둘씩 참전하면서 진우가 예상한대로 뒤로 물러설 수 없는 상태에서 강적과의 대결을 겪게 되겠군요.

전에도 얘기했듯이 이벨의 모티브는 슈퍼맨의 하위버전입니다.

참고로 설정상 이벨이 그랜드 아크보다 좀 더 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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