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미트 브레이커-475화 (475/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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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장

잠시 시간을 뒤로 돌려서, 매그너스가 텔레포트 능력자들에게 인질로 잡혔을 때다.

"응?"

"왜그래?"

셀리와 함께 사이좋게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먹으며 여유로운 사전답사(를 핑계로 한 데이트)를 하던 진우는 그녀가 이상하다는 듯한 반응을 보이자 시선을 따라 움직였다.

그녀가 향한 시선은 차량들이 쉴틈없이 움직여대는 도로쪽이였는데, 거기서 일반인이 봐도 눈에 확 들어오는 장면이 확인되었다.

"저 SUV, 엔진이 갑자기 멈췄나?"

"아녜요. 저건 패턴 TB-02……."

"응? 그게 뭔데?"

자신의 기억속에는 존재하지 않는 단어, TB-02.

자신의 기억에 맹세코, 질 나쁜 흑백사진으로만 본게 전부인 할아버지의 명예를 걸고 맹세하는데, 셀리가 말한 단어는 생전 처음 들어본다.

"예전에 제가 있던 곳…X-Force에서 교육하는 내용중 하나예요. 요즘 차들은 대부분은 유리에 코팅을 해놔서 밖에서 안을 보는게 거의 불가능하잖아요? 그걸 이용해서 덩치가 큰 차가 앞을 막고, 텔레포트 이능력자가 차 안을 점령하는 범죄 패턴이 TB-02예요."

"헤에, 그럼 지금 저 차는 납치되고 있다는 뜻이네? 키햐~ 졸라 대범하구만~"

주변에 사람들이 드문드문 돌아다니고 있었기에, 나지막한 목소리로 감탄사를 내뱉은 진우는 이내 셀리의 어깨를 자신쪽으로 끌어안았다.

"꽤 재밌는 이벤트가 일어날 것 같은데 한번 따라가볼까?"

"…후훗. 그렇네요. 우리들 외에 다른 범죄 조직들이 어떤식으로 작업하는지 솔직히 좀 궁금했거든요."

솔로들이 봤더라면 눈꼴시렵다고 생각될 만큼 서로 가까이 달라붙은채, 애정 행각을 벌이던 두 남녀는 누군가가 납치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즐겁게 웃고 떠들어댔다.

셀리의 예상대로 고급스런 검은색 벤츠 차량은 자신의 앞을 가로막은 SUV가 가는 방향대로 따라 움직이기 시작하였고, 진우와 셀리는 인적이 드문곳 골목길에서 건물 벽을 잡으며 빠르게 올라가 옥상으로 이동 후, 건물 사이 사이를 타고 다니며 검은색 벤츠와 SUV 차량의 뒤를 계속해서 쫓아갔다.

그렇게 사방이 탁 막힌 폐 주차장 근처까지 도착한 두 남녀는 꽤나 단련된 떡대가 벤츠 안에서 스킨 헤드와 단련된 체구를 가진 정장 차림의 남자를 강제로 끄집어내는 모습 까지 목격한 후, 주변을 경계하고 있는 납치범들을 피해 최대한 가까이 폐 주차장 근처까지 다가가선 입을 다물고 청각을 집중시켰다.

아무것도 없는 폐 주차장에서 목소리들이 크게 울려퍼진 덕분에, 초인적인 능력을 지닌 두 남녀는 쉽게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간단하게 세줄로 요약하자면,

인종차별주의자가 매그너스에게 고소, 해고당한 원한을 지니게 되었다.

어찌어찌 아크로스와 줄이 닿아 그들과 함께 매그너스 납치 계획을 세웠다.

납치는 성공. 마인드 컨트롤 능력자가 세뇌를 통해 매그너스의 회사를 가로채려 한다.

까지가 지금의 상황.

'호오. 그랜드 아크 녀석, 내가 난리를 피우는 동안 이런 계획을 세웠단 말이지?'

그동안 아크로스가 너무 잠잠하다 싶었는데, 진우의 삼태극이 워낙 임팩트가 거대해서 그쪽으로 시선이 쏠려있는 틈을 이용, 이런식으로 물밑 작업을 통해 암중으로 세력을 확장하거나 그 발판을 만드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던 것이다.

가끔씩 페리샤로부터 삼태극의 이름을 이용한 테러가 간간이 일어나고 있다는 보고를 들었던 기억이 어렴풋하게 남아있던 진우는 그 테러들이 아크로스가 벌여놓고선 이쪽에게 죄를 전가하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의 예상대로 세계가 삼태극으로 인해 시끄러울 동안, 조용히 뒷세계를 침탈하기 시작한 아크로스는 전보다 훨씬 거대해진 사업체와 마약 사업을 통해 돈을 벌어들이고 있었다.

그렇게 벌어들인 돈으로 표면으로 나서지 못하는 범죄자들이나 현상수배범등, 온갖 흉악범들을 돈과 권력, 그리고 마음껏 활개칠 수 있는 자유를 제공하면서 끌어들였고, 아크로스의 전력은 예전보다 훨씬 거대해지게 되었다.

거기다가 욱일승천이 무너지면서, 여러가지 임무를 위해 해외로 남아있다가 일본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된 욱일승천 소속 이능력자들과, 일본 정부와 욱일승천의 지원을 받아 성장하던 사업체까지 일시적으로 맺었던 '동맹' 이라는 이름으로 아크로스가 모조리 삼켜버린 상황이다.

즉, 표면상의 영토는 북유럽이 전부지만, 뒷세계의 영토와 사업체는 2배, 혹은 그 이상의 세력을 확장하게 된 것이다.

삼태극이 난동을 부리면 그 혼란을 이용하여 뒷세계의 세력을 확장하거나, 오도가도 못하게 된 패잔병들을 삼키면서 성장하는 아크로스.

치우라는 존재가 어떤 존재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그랜드 아크만이 가능한 계획이였다.

그리고, 미국 진출의 발판을 위해 매그너스의 무역 회사인 솔트를 인수하려는 아크로스 조직원들의 모습 덕분에 상황을 파악할 수 있게 된 진우는, 자신을 이용하려는 그랜드 아크가 괴씸해서라도 이 계획을 파토 내기로 결정하였다.

하지만, 상황이 묘하게 흐르기 시작했다.

"그래! 이게 현실이지! 너희 이능력자들은 단지 재수좋게 그 힘을 얻은 쓰레기들이니까! 아무런 각오도 되어 있지 않고! 단지 힘에 취해서 그것만 쓰면 세상을 다 가진줄 알겠지!"

'세뇌를 이겨냈어?'

일부러 세뇌가 완료 되었을때, 자신들의 계획이 성공했다는 확신과 기쁨을 만끽할때, 그 상황에서 계획 자체를 파토내버려 절망감을 안겨다주려던 진우는 예상외의 사태에 깜짝 놀라게 되었다.

세뇌에 당할줄 알았던 매그너스가 세뇌를 이겨낸 것이다.

어차피 매그너스의 회사가 무너지든, 자선 사업이 무효화되든 자기가 신경쓸 일이 아니였기에, 후폭풍은 무시하고 싸그리 모두 죽여버릴려고 마음을 먹었던 그는 뒤이어 들려온 매그너스의 목소리에 계획을 바꾸게 되었다.

"영웅!? 악당!? 그딴것도 모두 각오가 되어야 가능한거다! 네놈들처럼 단순하게 힘만 강한 정신 박약자들은 평생가도 모르겠지! 언제 어디서 건물이 무너지거나 폭발이 일어나 목숨을 잃을지도 모르는 극한 상황에서 목숨을 걸고 인명을 구하는 소방관들! 어디든지 맞으면 최소 부상, 재수 없으면 즉사하는 총탄이 나도는 전장에서 자신의 임무를 다 하는 병사들! 이들이야 말로 진정한 영웅이자 능력자들이다! 네 놈들은 그 힘 없이 위기에서 벗어난적이 있나!? 자신의 목숨을 위협하는 강적과 싸워보긴 했냔 말이다!"

그것은 영웅이든, 악당이든 상관하지 않고 이능력자 자체를 부정하는 목소리였다.

'이 놈이다.'

진우는 확신했다.

세뇌에도 당하지 않는 강인한 정신력.

이능력자들을 향해 혐오감을 비치는 목소리.

아크로스가 노릴 정도의 대기업을 운영하는 권력자.

페리샤가 계획한 플랜 A의 주인공이야말로 이 남자가 맡아야 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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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시 현재.

"크아압!"

매그너스의 양 팔을 붙잡은 떡대 남자들은 신체 강화 4등급의 이능력자들이다.

진우 일행이 워낙 세계 단위로 놀다보니 겨우 4등급이냐 싶겠지만, 민간인들의 세계에서 4등급만 해도 인외의 경지나 마찬가지였다.

인간의 머리통쯤은 가볍게 박살낼 수 있는 괴력을 가진 두 남자가 일반인은 인지하지도 못할 스피드로 주먹을 휘둘러댔지만,

훙- 훙-

그들의 주먹은 자세를 낮추며 유연하게 몸을 비틀어 회피하는 셀리의 몸에 손을 대지도 못하였다.

삼태극의 밑에서 여러 전투를 치루다보니 전보다 전투에 능숙해진 그녀는, 자신을 향해 날라오는 주먹을 가볍게 피하면서 한 남자의 팔등을 붙잡고선 그것을 디딤대 삼아 몸을 회전시키며 발 뒷꿈치로 한 남자의 관자놀이를 공격하였다.

"느려."

파삭-!

"!!"

촤악!

셀리의 공격을 받은 남자의 머리통은 그대로 수박 터지듯이 터져나가면서 뇌수와 피, 뼈와 살점 쪼가리가 벽에 처덕처덕 발라지게 되었다.

후웅--!

순간, 지금까지 조용히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텔레포트 능력자 한 명이 스턴건을 쥐면서 재빨리 그녀의 뒤로 이동하였다.

저정도 파괴력을 가진 신체 강화자라면 개인이 소지할 수 있는 총기에 상처를 입히기 힘들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아크로스에서 특별 제작한 강화형 스턴건으로 셀리를 무력화시키고자 뒤쪽에서 기습하고자 텔레포트를 사용한 것이다.

하지만, X-Force에서 기습 공격을 가해오는 텔레포트 능력자들은 60%가 뒤, 30%가 좌우, 나머지 10%는 정면에서 공격해온다는 사실을 교육받은 셀리는 자신의 시야 내에서 누군가의 모습이 사라지자 마자 바지 안에 숨겨져 있던 자신의 꼬리를 사용하고 있었다.

찌익-!

촥!

몸매가 착 달라붙는 스키니 진을 입고 있었지만, 변신과 동시에 꼬리가 생긴 셀리는 생체 나노 슈트를 기본적으로 장착한 상황이였기에 꼬리를 날카롭게 만들어 엉덩이 부분의 바지를 찢어내면서 자신의 뒤를 점한 텔레포트 능력자의 목을 찔러넣었다.

"껙…끄…꺼억……!"

끝이 날카로운 못처럼 변하여 텔레포트 능력자의 목을 관통하는 검은색의 꼬리.

"으아아앗!"

바우우웅--!

남은 신체 강화자 한 명이 전력을 담은 스윙으로 텔레포트 능력자가 만든 틈을 이용해 주먹을 꽂아넣었…….

빠각-!

"끄아아아악!"

는듯 싶었으나, 셀리는 가볍게 상체를 흔들면서 발로 그의 무릎을 걷어찼다.

충격으로 부러진 뼈가 살을 뚫으며 튀어 나올 정도의 고통을 느낀 신체 강화자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그만한 고통을 느끼지 못하였는지 땅바닥을 구르며 괴로워하였다.

콰직!

물론, 그렇다고 봐줄 셀리가 아니였다.

가볍게 짓밟아주면서 머리통을 박살낸 그녀는 발 끝을 빙글빙글 돌리면서 뇌수와 살점 덩어리를 으깨면서, 주인의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 살아남은 이들을 향해 손톱을 겨누었다.

"머…멈춰!"

그 때, 지금까지 존재감을 감추고 있던 또다른 텔레포트 능력자가 셀리의 뒤쪽에서 목소리를 토해냈다.

고개를 돌아보니, 그곳에는 지금까지 그 누구도 실천하지 못 한 방법을 사용한 새로운 자살 희망자가 있었다.

"움직이지 마!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이 새끼를 죽일테니까!"

아무래도 뒤에서 명령만 내리고선 아무것도 하지 않으니까 이능력이 없거나, 엄청 방심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판단한듯 싶다.

신체 강화자일 확률은 높았지만, 남아있던 다른 한 명의 텔레포트 능력자는 동양인 남성의 관자놀이에 권총의 총구를 겨눌때까지 저항이 없자, 이능력이 없거나 방심했다고 판단하면서 득의양양하게 외쳤다.

"우와앙~ 무서워욤~ 살려주떼염~ 나 이렇게 죽기 시졍 시졍~"

"……."

하지만, 동양인 남성, 진우는 총구의 감각이 느껴지는데도 불구하고 작위적인 목소리 톤으로 어린애처럼 칭얼거리는게 아닌가?

"이…이게! 지금 장난하는건줄 알아!"

탁! 탁!

텔레포터는 권총을 앞뒤로 흔들면서 진우의 머리를 흔들어댔고, 일부러 힘을 빼서 당해준 그는 신기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들뜬 목소리를 내뱉었다.

"나 지금 인질이 된거 맞지? 응? 나 이거 태어나서 진짜 처음 겪어보는 경험이거든? 와아~ 진짜 신기하네~"

"이 자식이!"

퍽!

결국, 화를 참지 못한 텔레포터가 권총 손잡이를 쥔 손으로 진우의 뒤통수를 가격하였다.

"이거 사진 찍어서 애들한테 보여줘야지. 와~ 이거 진짜 10년짜리 놀림감 되겠는데?"

"뭐…뭐야……?"

제대로 후려쳤는데도 불구하고 장난끼 어린 목소리를 멈추지 않는 진우의 모습에, 뭔가 불길함을 느낀 텔레포터는 텔레포트를 사용하면서 거리를 벌렸다.

쉬익-

"에이, 그냥 가면 어떻게 해."

"흐헉!?"

하지만, 그야말로 눈 깜짝 할 사이에 거리를 벌린 텔레포터 옆으로 이동하여 강제로 어깨 동무를 한 진우는 어깨 동무 하지 않은 손으로 스마트폰을 꺼내서 셀카 각도로 올리며 빙긋 웃음을 지어보였다.

"인질범이 된 기념으로 치이~즈~"

찰칵-!

"음음. 역시 셀카는 35도 각도가 최고야. 45도는 너무 올라가서 개인적으로 영 아니거든. 아, 너는 이만 수고했으니까 가봐."

"가…가보라니 무……."

퍼석-

순간, 진우의 한 쪽 팔이 사라진 것 처럼 보이더니, 갑작스런 상황에 어안이 벙벙한 텔레포터의 상체가 터져나갔다.

"음…역시 한 장으론 좀 그렇네. 게다가 나한테 총구를 겨누는 모습을 보여야 진짜 인질범 같은데……. 너무 일찍 죽였나?"

입맛을 다시며 사진을 바라보는 진우.

이능력자의 세계에서 살아왔음에도 불구하고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진우의 모습에, 유일하게 남게 된 마인드 컨트롤 이능력자와 스팅엄이라 불리운 갈색 정장의 사내는 공포로 얼룩진 표정을 지어보였다.

"자…잠깐……!"

스팅엄이 돈으로 협상하기 위해, 매그너스를 세뇌시키면 얼마만큼의 이득을 얻을 수 있는 설명하려 하였지만, 돈에 연연하지 않는 진우의 성격을 잘 알고 있는 셀리는 남은 그들을 처리하기 위해 천천히 이동하기 시작하였다.

============================ 작품 후기 ============================

매그너스 그라임은 264편에서 최초로 등장합니다.

그의 과거 설정과 이능력자들을 향한 반감과 혐오감의 이유가 드러나지요.

하지만 겨우 한 편에만 등장하고, 그동안 오랜 시간이 걸려서 여러분들이 기억 못 한다는 맹점을 생각해내지 못했습니다.

앞으로 나올 스토리의 주역중 한 명이기 때문에, 저는 녀석을 언제 등장시키나 학수고대 하고 있었거든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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