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82 / 0923 ----------------------------------------------
7장
빈부격차가 큰 브라질은 중산층의 존재가 매우 적지만, 로파시 클로디아는 그 중산층 중 한 명이다.
옛날에는 꽤나 미녀였는지 곱게 늙은 노인이였지만, 세월의 흐름은 이길 수 없었는지 이마와 눈가에는 자글자글한 주름이 잡혀 있었고, 근육이라곤 찾아보기 힘든 쳐진 살결들을 가지고 있었다.
이제 70대 초반의 할머니인 로파시는 부모를 잃은 셀리를 제 자식처럼 키워주었고, 그녀가 이능력에 각성하면서 표범같은 형태로 변신했을때도 다른 사람들은 무서워하면서 거리를 벌릴때, 로파시 만큼은 오히려 귀여워졌다면서 손녀의 이능력을 부모의 마음으로 받아주었다.
덕분에 셀리는 삐뚤어지지 않고 곧게 자라날 수 있었고, 브라질의 치안은 그리 좋은편이 아니였기에 가장 수탈당하기 쉬운 하층민이였던 로파시를 보호하기 위해 이능력의 힘을 훈련하여, 그 힘을 가족과 주변 친구들을 보호하는데 사용하였다.
그렇게 성장을 계속하여, 미국의 대 테러 이능력 부대인 X-Force에서도 그녀를 알아보면서 스카우트를 할 정도가 되었다.
셀리는 X-Force가 제공하는 기숙사에서 생활할 시, 보급품과 식사를 무제한 제공해준다는 소식을 듣고선 기숙사 생활을 신청하고 자신이 받은 스카우트 비용과 X-Force에서 받는 월급들을 대부분 할머니에게 건내주었다.
로파시는 손녀를 돈 주고 파는것 같다, 라며 극구 사양하였지만, 셀리는 그동안 자신을 보살펴주고 사랑해준 댓가이며 자신 없이도 편하게 살 수 있기를 바랜다고 설득하면서 억지로 돈을 쥐어주었다.
게다가 돈을 받지 않으면 자신도 X-Force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고집을 피워대니, 손녀의 미래를 늙은이가 막을 수 없다고 생각한 로파시는 결국 돈을 받아들 수 밖에 없었다.
셀리는 할머니가 그나마 치안이 안정된 도심 중심가로 이사 할 때까지 기다렸고, 그 모습을 모두 지켜보고 나서야 미국으로 떠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 이후로도 자주 시간이 날때마다 로파시와 전화를 통해 서로의 안부를 물어보았고, 손녀가 미국이라는 큰 무대에서 자신의 능력을 정의로운 곳에 사용하면서 성장하는 모습에 흐뭇함을 느끼던 로파시는 이내 큰 절망에 빠지고 말았다.
이라크로 파견을 가게 된 셀리가 사망하였다는 소식을 듣게 된 것이다.
정확히는 실종되었지만 대부분의 요원들이 사망하였고, 이라크의 기지가 공격 당하여 전멸하였다는 사실로 인해 셀리도 사망 처리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 날 이후로 로파시의 삶은 흑백이 되고 말았다.
죽지 못해서 사는 나날.
손녀를 팔아서 이런 편한 생활을 하고 있다면서 자기 자신을 혐오하게 된 로파시는 삶의 희망을 잃고 차라리 이대로 자살할까 라는 생각을 할 정도로 셀리의 죽음을 슬퍼하였다.
딩동-
"누구신가요……?"
그렇게 하루하루를 힘겹게 보내고 있던 어느날, 누군가가 초인종을 누르자 로파시는 힘없는 목소리로 대답하였다.
-할머니?-
"!!"
순간, 로파시의 심장이 덜컥 내려 앉았다.
아니, 심장이 약하거나, 건강이 안 좋았다면 지금의 목소리로 심장 마비나 충격을 받아 꼬꾸라졌을 것이다.
-할머니. 저예요, 셀리라고요.-
"세…셀리……? 저…정말로…셀리니……?"
-예. 죄송하지만 일단 문부터 열어주세요. 누군가에게 얼굴을 들키면 안 되니까요.-
"아, 알겠다! 빨리 여마!"
로파시는 재빨리 응답기 아래쪽에 위치한 버튼을 눌렀고, 작은 기계음과 함께 문이 열렸다.
벌컥-
"할머니!"
"셀리야!"
와락!
문이 열리자마자 그리운 얼굴을 확인한 두 조손은 두 팔로 와락 끌어안으며 서로의 따뜻한 체온을 나누어주었다.
"죄송해요, 할머니. 그동안 일이 너무 바빠서…연락하고 싶어도 하지 못했어요."
"이게…이게 대체 무슨 일이니……? 응? 내가 지금 나도 모르게 죽어서 저승으로 온 건 아니지? 그렇지?"
로파시는 갑작스럽게 들이닥친 현실이 믿기지 않은지, 자신이 죽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한채 유령이 된 게 아닐까 싶어 자신이 일어섰던 자리부터,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을 모두 확인하였다.
"아녜요, 할머니. 저도, 할머니도 모두 살아있어요. 이렇게 따뜻하잖아요."
"아아아……. 신이시여…감사합니다……."
셀리의 얼굴을 끌어안으며, 서로의 볼살을 맞대면서 체온을 느낀 로파시는 눈물을 흘리며 이해는 못하겠지만 어쨌든간에 셀리가 살아 돌아온 현실에 진심으로 기뻐해주었다.
그렇게 진정 될 때까지 셀리를 끌어안던 로파시는, 슬슬 진정이 됐는지 눈물을 훑어내면서 대체 어떻게 된 상황인지 물어보았다.
"그래, 그동안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거니? 왜 너를 죽은 사람으로 만들어버린거야, 응?"
로파시의 질문에 대답한건 셀리가 아니라 셀리의 뒤쪽에 있던 동양인 청년이였다.
"그 질문을 제가 답하도록 하겠습니다."
"자네는…누군가?"
셀리의 생존에 그녀에게만 시선이 집중되어 있었던 로파시는 그녀 뒤쪽에 있던 다른 외부인을 눈치채지 못하였는지, 깜짝 놀라면서 그의 정체를 물어왔다.
"혹시…셀리가 그렇게 말하던 키반이라는 청년인가?"
예전에 셀리가 키반에게 좋은 감정을 품었을때, 자신에게 무뚝뚝한 키반 때문에 속상하다, 그래도 다른 여자들을 대할때보단 진지하다, 식으로 자신에게 모조리 털어놨기에, 키반이라는 청년을 만나기만 하면 감히 손녀의 속을 애태우는 괘씸죄로 쓴소리를 퍼붓고 싶었던 로파시의 눈가가 살짝 매서워졌다.
"아녜요. 이쪽은 진우씨라고 해요. 그리고……."
"현재는 셀리의 애인이지요."
그리고선 자신의 품에서 벗어난 손녀의 곁으로 다가간 건장한 체구의 동양인 청년이 손녀의 허리를 끌어당기고, 손녀 또한 거기에 저항하지 않고 따라가면서 서로의 관계를 확인해주었다.
"키반이라는 청년은?"
셀리가 입만 열었다 하면 키반 키반 거렸기에, 키반이 아닌 다른 남자와 애인 관계가 되었다는 사실에 의아함을 느낀 로파시였지만, 진우는 이대로라면 한정없이 의문이 의문을 무는 시간 낭비만 계속 될 뿐이라 생각하면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설명해야 할 부분이 한두가지가 아닌듯 싶군요."
너무 여유스러워서 그런걸까? 아니면 셀리를 자신이 보는 앞에서 스킨쉽을 해서?
아니다. 좀 고지식한건 인정하지만, 사랑하는 연인끼리의 스킨쉽에서 기분 나빠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으니까.
그렇다면 정체모를 이 불안감의 정체는 대체 무엇일까?
기분 나쁘다거나 첫인상이 안 좋다거나 그런 종류의 문제가 아니다.
그냥 셀리가 진우라는 동양인 청년과 함께 있는 모습을 보자니 왠지 모르게 불안감이 생기면서 심장이 두근거린다.
하지만, 그에게 허리를 끌어안긴 손녀의 얼굴이 살짝 붉어지면서도 오히려 좋아하는 기색을 보이고 있는데다, 대체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설명을 듣기 위해선 계속 현관에만 있을 순 없었다.
"…일단 들어오게."
그렇게 부엌으로 들어오라고 한 로파시는, 이야기의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커피를 타면서 식탁 의자에 앉았다.
"일단 제쪽의 정체부터 알려드리겠습니다. 조직명은 기밀이라서 말할 순 없지만, 삼태극의 발호를 눈치채고 있던 어떤 조직의 간부입니다."
"삼태극의 발호를 알고 있었다고?"
아무리 세상일에 무관심하다고 해도, 최소한 TV나 라디오가 있는 곳이라면 삼태극의 존재는 모를래야 모를 수 없는 존재다.
"예. 삼태극은 정식적으로 발호하기 전에 이라크에 위치한 테러 조직들과 손을 잡고 세력의 힘을 조금씩 키워나가고 있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이때 당시의 우리 조직도 그다지 큰 규모는 아니였던지라 소수의 정예 요원으로 삼태극의 조직원은 누구인지, 간부들은 누구인지 알아내려고 무던히도 애를 썼습니다."
"하긴…그 때 당시라면 삼태극이라는 존재가 완전히 무명이였을테니……."
"그 말씀대로 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저희들의 세력이 커진것도 삼태극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을 때 부터였지요."
늙긴 했어도 머리까지 노쇠하지 않았는지, 로파시의 정확한 판단력에 보충 설명을 한 진우는 다시 설명을 시작했다.
"어쨌든, 이라크의 테러 조직들과 손을 잡았다는 정황만큼은 포착했습니다. 지금까지 계속해서 밀리고 있던 테러 조직들의 반격이 강해진 것이 바로 그 증거였으니까요. 결국, 그 강한 저항에 피해가 심해지면서 미 주둔군은 결국 본국으로부터 지원을 요청하여 X-Force의 정예 대원들이 출동하게 되었습니다."
여기까진 로파시도 알고 있는 부분이였다.
물론, 이라크에 테러리스트들이 존재하고, 미국의 주둔군이 이를 순조롭게 격퇴하고 있다는 겉핡기 식의 내용뿐이였지만, 정말로 순조로웠다면 셀리가 이라크로 지원을 가는 일도 없었을테니까.
커피를 살짝 마시면서 할 말이 없으니 계속하라는 체스쳐를 보인 로파시의 모습에, 진우는 계속해서 설명을 하였다.
"우리쪽은 일단 상황을 지켜보기로 결정했습니다. X-Force의 요원들 중에서는 미국에서도 알아주는 S랭크 히어로, 브레이브 워리어라는 이명으로 불리우던 키반이 존재했으니까요. X-Force의 요원들이 삼태극의 꼬리를 밟게 된다면, 그 때 우리가 그들과 접촉하여 힘을 합쳐 삼태극의 정보도 알아내고 그들의 힘을 최대한 줄일 예정이였습니다."
잠깐 입이 마른지, 커피를 한 모금 마신 진우는 속으로 '꽤 괜찮네' 라고 생각하면서 다시 자신이 만들어낸 날조된 스토리를 읊었다.
"최초에는 생각대로 됐습니다. 아니, 정확히는 X-Force의 요원들이 생각보다 더 뛰어나서 하루만에 삼태극의 꼬리를 발견하였습니다. 저희들은 곧바로 X-Force의 대원들과 접촉을 시도하려 했지요."
여기서 진우의 표정이 살짝 심각해졌다.
"그런데 여기서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했습니다. 우리들이 모습을 드러내면서 삼태극의 존재를 설명하고, 그들의 꼬리를 발견했으니 함께 힘을 합치자고 설명을 했는데 갑작스럽게 브레이브 워리어, 키반이 배신을 한 것입니다."
"키반이…배신했다고……?"
사랑하는 손녀가 사랑하던 남자가 배신을 했다?
셀리를 향해 시선을 돌리자, 그녀는 그 때를 생각하기 싫은지 고개를 푹 숙이면서 한 숨을 작게 내쉬고 있었다.
"저희쪽도 제대로 된 배신 이유는 모릅니다. 돈으로 회유를 받은건지, 어떤 유혹을 받은건지, 아니면 마인드 컨트롤이라도 받은건지는 지금도 모릅니다. 하지만, 분명한건 키반은 삼태극의 존재를 알고 있는 자들을 살려보낼 수 없다면서 함께 있던 자신들의 동료들을 죽였고, 접근한 우리들까지 공격하고선 셀리를…음…말하기 좀 껄끄럽지만 그녀를 능욕하려고 했습니다."
"뭣!?"
"아, 걱정은 마십시오. 다행히 생각하시는 그런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으니까요."
그리고선 진우는 미리 준비해온 호신용 나이프로 자신의 팔을 찍었다.
푹!
미리 특수 제작된 나이프는 진우의 팔에 상처를 만들어놨지만, 이내 상처에서 하얀 거품이 부글부글 일어나면서 1분도 채 안되어 상처가 말끔히 나았다.
"보시다시피 제 능력은 고속 재생 능력 입니다. 거기다가 합성 능력자로, 신체 변형과 신체 강화까지 겸비하고 있지요. 키반의 갑작스런 배신에 대응할 시간이 없었던 제 동료들은 거기서 모두 죽었고, 저 또한 몸이 허리가 반쯤 갈라지는 부상을 입었습니다. 다행히 고속 재생 능력 덕분에 셀리 양이 저항하는 동안 상처가 모두 낫게 되었고, 뒤쪽에서 기습을 가해 당황하던 키반을 셀리 양과 협공으로 간신히 죽일 수 있었습니다."
만약, 키반이 진우가 지금 설명하는 내용을 들었더라면 피눈물을 흘리며 광분했을 것이다.
눈 앞에서 사랑하던 연인을 무참하게 강간하면서 능욕한건 자신이 아니라 진우였으니까.
양 팔이 잘려진채로 죽어가던 자신의 앞에서 사랑하는 여인을 마구잡이로 능욕하였고, 일부러 셀리를 강하게 자극하여 실금하게 만들어서 죽기 직전의 자신의 안면에다가 소변을 뿌리게 만들면서 처참하게 죽인 장본인이 사실을 날조하고 있으니 피눈물을 흘릴법도 하다.
단지, 죽은자는 말이 없다는게 문제지만.
"키반이……."
로파시는 믿을 수 없었다.
셀리가 단순히 순진하기만 한 아가씨같은 성격이였다면 '무서운 일을 겪을뻔 했구나' 라고 생각하고 끝냈겠지만, 그녀가 알고 있는 손녀는 거친 하층민 인생을 살아왔고, 점점 여자다워지는 자신의 몸을 음흉한 목적으로 노리는 이들을 많이 상대하면서 그 쪽 계열의 방어는 철통과도 같았다.
그런데 그런 손녀가 처음으로 마음을 준 남자가 쓰레기같은 인간이였다는게 쉬이 믿기지가 않은 로파시였다.
"정말이니……?"
로파시가 조심스래 셀리에게 물어오자, 셀리는 조용히 목을 위아래로 끄덕이면서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었다.
손녀까지 이렇게 수긍하니 의문이 생기긴 하지만, 일단 지나간 일을 추궁해봤자 답이 없다고 판단하고선 계속해서 경청하였다.
"일단 삼태극의 후속 공격이 올 수 있으니, 저는 망연자실하게 있던 셀리 양을 안정시키고 저희쪽에서 사용하던 본부로 이동하였습니다. 저도 상처가 완전히 나은게 아니였고, 키반을 기습 공격 할 때 또다시 상처를 입어서 고통 때문에 본부에 도착하자마자 기절해버렸고, 셀리 양도 그 때의 충격이 컸는지 그대로 지쳐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다시 깨어났을때는 이미 이라크에 주둔하던 미군이 초토화되어버린 상황이였지요."
"그럼 그 때의 그 기사가……."
이라크의 미 주둔군이 정체불명의 세력에게 습격 당하여 전멸하였다는 기사를 봤었던 로파시는 그게 삼태극의 짓임을 알게 되었다.
"셀리 양은 당시에 충격이 매우 컸습니다. 처음으로 마음을 줬었던 사람이 배신자에다가, 자신을 강제로 범하려 했었으니까요. 저는 그런 셀리 양을 안정시켜주려고 노력했었고, 어찌어찌하다보니 서로 감정이 싹터서 이렇게 연인까지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하하……."
진우는 마치 상처를 입고 있었던 사람의 약점을 이용했다는 죄책감이 들었다는 것처럼 어색하게 웃으면서 뒷머리를 긁적였고, 지금까지 조용히 있었던 셀리가 고개를 천천히 내저으며 진우의 손을 잡았다.
"아녜요. 솔직히 당시에는 그냥 그 사람을 잊고 싶어서 그랬던거지만, 지금은 정말로 사랑하고 있어요."
이 부분이 진우가 만든 스토리에서 유일하게 셀리가 연기를 펼치는 부분이였다.
아무래도 할머니를 속여야 한다는게 가슴 아파서 그런지, 다른 노예들과 달리 연기력이 매우 부족한지라 단편적으로만 참가하고, 나머지는 고개를 숙이면서 표정이 들통나지 않게끔 상황을 만드는게 전부였다.
어쨌든, 셀리의 입에서 지금까지의 설명을 부정하는 일이 없었으니 진우의 말을 모두 믿을 수 밖에 없었던 로파시는 고개를 조용히 끄덕였다.
"그런데 왜 X-Force로 돌아가지 않은거니?"
X-Force로 돌아갔더라면 셀리의 생존 소식도 알았을테고, 이렇게 맘 졸이며 살아가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한 로파시는 살짝 추궁하듯이 셀리에게 물어왔다.
"복수하고 싶어서요. 삼태극만 없었으면 제 동료들이 죽을 일도 없었을테고, 제가 그런 상처를 입을 일도 없었을테니까요. 그리고…저 혼자 살아 돌아와봤자 삼태극의 존재를 설명할 수 없으니 괜한 의심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였어요."
모두가 죽었는데 혼자서 살아 돌아온다면 당연히 사람들의 의심을 사게 된다.
로파시도 그런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한 숨을 내쉬면서도 반박은 하지 않았다.
"후우…알겠다. 하지만, 오히려 지금이 더 바쁘지 않니? 삼태극이 나타나버렸으니 다른곳으로 정신을 쓸 수 있는 시간이 없을텐데?"
"예.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본부에서는 지금같은 상황에서 셀리에게 휴가를 줄 수 없다고 했습니다. 언제 삼태극이 나타날지 모르는 상황이니까요. 하지만, 할머님을 보고 싶다면서 울적해하길래 제가 좀 무리를 해서 하루 정도 시간을 벌 수 있었습니다. 삼태극이 등장하면 곧바로 복귀해야 하지만요."
진우가 힘을 써서 사랑하는 손녀와 만날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에, 자신이 방금전에 느낀 불길함은 셀리가 키반이 아니라 진우와 함께 등장하면서 키반과 뭔가 문제가 생긴거라 생각하여 느낀거라 판단한 로파시는 흐뭇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감사의 인사를 하였다.
"고맙네. 정말로 고마워. 셀리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을때는 얼마나 슬펐는지……. 그냥 죽지 못해서 사는 고통스러운 나날이였다네."
"별 말씀을 다하십니다. 아참, 대신에 셀리 양이 돌아왔다는 말은 누군가에게 하시면 안됩니다. 냄새를 맡은 삼태극에서 셀리 양의 인질을 잡기 위해 찾아올 수 있으니까요."
"알겠네. 이 사실은 내 가슴속으로만 알고 있겠네."
그렇게 로파시에게 날조된 거짓을 말하면서 연인으로 인정받은 진우는, 셀리와 함께 하룻밤을 묵고 가라는 제의를 받게 되었고, 죄송스러워 하면서도 그 제의를 승낙하게 되었다.
============================ 작품 후기 ============================
아마 이 소설이 판타지 세계였다면, '과거에 마왕으로부터 세계를 구한 영웅' 같은 설정을 붙여서 경지에 이르러 반로환동 같은것을 겪었답시고 젊은 미모를 자랑했다면서 조손을 덮밥 자세로 만들어서 으쌰으쌰 했었을겁니다.
...생각보다 좋은데? 차기작인 던전물에다가 이런 설정을 넣어볼까나?
큼큼, 어쨌든간에 이능력으로 노화를 막는다는 설정은 위화감 없이 추가할 수 있겠지만, 굳이 여기서 새 노예를 추가하면 전쟁 파트가 계속 느려지게 될테지요.
본능적으로 새로운 스토리를 집어넣어서 이야기를 질질 끌면 문제가 생긴다고 느껴지기에 이번씬과 매그너스와의 계약 부분을 마무리 짓고 전쟁씬으로 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