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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장
"설마 내가 갑자기 쓰러질 줄이야……. 10년은 더 정정할 줄 알았는데……."
수면침의 효과가 끝나면서 잠에서 깨어난 로파시는 미리 입을 맞춘 셀리와 진우에 의해 갑자기 거실쪽으로 오다가 픽 쓰러졌다고 증언하였다.
약간의 의학 지식을 가진 진우가 보기엔 단순한 과로같다고 판단, 구급차를 부르는건 섣부른 판단이라 생각하여 일단 상황을 지켜보기로 결정하였고, 그의 예상대로 로파시는 이내 자리를 털고 일어설 수 있었다.
'그동안 마음 걱정을 너무 많이했던걸까?'
그동안 사는게 사는것 같지 않은 나날이였고, 잠조차 제대로 자지 못하는 나날을 겪었기에, 로파시는 셀리의 죽음으로 너무나 슬퍼서 자신도 모르게 피로가 쌓여있는 상태라고 생각하였다.
거기서 셀리가 살아 돌아왔다는 사실에 지친것도 모르고 쌩쌩 움직여댔으니, 그 부작용으로 늙디 늙은 자신의 몸이 버티지 못 한 것이리라.
"그래도 겨우 1시간 정도밖에 시간이 흐르지 않았으니 큰 문제는 없을거예요. 진짜로 문제가 생겼으면 8시간 이상은 더 누워계셨을걸요?"
진우가 밖에 나가서 사온 감기약을 먹자마자 상황이 급 호전되어 감기가 나았다는 '설정' 으로 인해 쌩쌩해진 셀리는, 담요를 가져와서 로파시를 소파 위에 눕히며 그 위를 덮어주었다.
"괜찮겠니? 아직 얼굴에 홍조가 좀 남아 있는데?"
"괘…괜찮아요. 미약한 감기 현상이여서 감기약 먹고 좀 쉬니까 정말 나아졌어요."
"그래도……."
"정말로 괜찮으니 할머니는 쉬세요. 저녁 식사는 제가 준비할께요."
셀리는 팔팔한 모습으로 가볍게 몸을 움직이면서 자신의 건강을 과시하였지만, 로파시는 비몽사몽할때 들었던 기이한 신음성이 기억났는지 쉽게 허락하지 못했다.
제대로 기억나진 않았지만, 어째서인지 셀리가 무척이나 고통스러워하는 신음성을 내지른것 '같았던' 기억이 애매하게 남아있는 로파시는 손녀가 억지로 무리하는게 아닐까 걱정하고 있었다.
아니, 그보다…….
"저녁을, 네가?"
로파시의 얼굴은 '니가? 진짜?' 라는듯이 그녀가 한 말을 못 믿는 표정이였다.
셀리가 저녁을 만들겠다는 소리에 거의 반쯤 경악하는걸 보니, 지금까지 음식이라곤 만들어본 역사가 없는듯 싶었다.
"본부에서 요리를 가르켜주는 사람이 있거든요. 처음에는 그냥 맛있게 먹기만 했는데,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배우다보니 어느정도 수준은 된 것 같아요."
"응? 하지만 난 먹어본적이 없는데?"
셀리가 만든 요리를 지금까지 본적도, 먹어본적도 없는 진우는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셀리는 안 좋은 기억이 들었는지 살짝 어깨를 움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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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벌 후의 어느날.
"어때요, 엄마? 이번건 제 자신작인데."
어머니인 이실리아로부터 요리를 배워서 상당한 수준이 된 노아는, 여러가지 양념으로 재운 갈비찜을 선보였다.
거기다가 일본 가정 요리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니쿠자가(고기감자조림)까지 만든걸 보니, 이실리아 뿐만 아니라 아키에게도 요리를 사사받은게 분명했다.
"어머, 괜찮네?"
"음음~ 생각보다 맛 좋은걸?"
이실리아와 아키는 거의 자취생용 요리밖에 만들지 못했던 노아가 자신들의 가르침으로 장족의 발전을 하였다는것에서 흐뭇함을 느꼈는지, 꽤나 칭찬 일색이였다.
이실리아는 한식과 양식, 아키는 일식 요리를 잘 만들기 때문에, 이실리아는 일식인 니쿠자가를, 아키는 한식의 방식으로 만들어진 갈비찜을 맛보게 되었다.
"음음~ 이거 꽤 괜찮네. 짭잘하면서도 달달한게 쌀밥이 땡기게 만드는걸?"
처음으로 니쿠자가를 먹어본 이실리아는 밥이 땡기게 만드는 짭짤함과 약간 달달한 감자와 고기맛에 흥미를 가졌고,
"헤에~ 이게 갈비찜이라는 거구나. 밥이 먹고 싶게 만드는 달달함은 꽤나 귀한 법인데."
향과 맛이 강한 한식 갈비찜을 먹어본 아키도 꽤나 깊은 감명을 받은듯한 표정이였다.
입맛이 생각보다 까다로운 이실리아와 아키를 탄복시킨 노아는, 다른 젊은 노예들과 '격' 이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마지막으로 쐐기를 박기 위해 자신만만하게 입을 열었다.
"홋홋홋. 어때요? 이정도면 주인님의 식탁에 올라가도 무리가 없는 수준이죠?"
오만하게 웃어보이며 이 요리를 진우의 식탁 위에 올리겠다고 선언하는 노아의 모습에, 이실리아와 아키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바뀌었다.
땡그랑!
거의 동시에 숟가락과 젓가락을 내팽개친 두 유부녀는 표독스런 모습으로 노아를 향해 노려보았다.
"뭐? 지금 이딴걸 진우씨 입에다가 넣겠다고? 너 미쳤니?"
"어…엄마……?"
지금까지 이실리아에게서 험한 말이라곤 '바보' '멍청이' 수준이 전부였던 노아는 어머니의 '미쳤니?' 라는 말에 큰 충격을 받은 표정을 짓게 되었다.
거기다가 이실리아와 보이지 않는 대립각을 세우던 아키조차 눈쌀을 찌푸리고 있었다.
"니쿠자가는 고기도 중요하지만 감자와 당근 안에 스며드는 양념도 중요해. 감자랑 당근 겉에만 양념을 대충 묻혀놓은 주제에 이딴걸 진우씨의 식탁에 올리겠다고 지껄이다니……. 이실리아, 네 딸은 수준이 이것밖에 안 돼?"
"저…저기요……?"
평소같았으면 감히 자신의 딸을 모욕하는 아키에게 바락바락 소리를 질러가며 대판 싸웠을 이실리아였지만, 뒤늦은 연심으로 불타오르는 유부녀들에겐 사랑하는 남자를 제외하면 자식이고 뭐고 그딴거 필요 없다.
"이딴걸 진우씨의 식탁 위에 올릴려면 차라리 중국집이나 배달시키려무나."
"폐기물같은 음식으로 진우씨의 입맛을 사로잡으려고 하다니. 아직 10년은 일러."
"……."
방금전까지만 해도 하하호호 웃으며 '어머, 우리 딸 잘했네' 라는 훈훈한 분위기는 완전히 박살났다.
모녀가 함께 한 남자를 사랑하고 모시니까 시월드같은게 없어서 편하다고 생각한 노아였지만, 이번 사건으로 평생 분치의 갈굼을 받게 되면서 철저하게 깨닫게 되었다.
시월드라는 것은 모녀 사이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문제임을.
아니, 오히려 피가 이어진 모녀이기 때문에 막말을 들으면 더 큰 충격을 받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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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르르--
그 날 이후, 노아는 한동안 이실리아와 아키로부터 보는 사람 입장에서도 두려울정도로 쪼여지기 시작하였고, 원치 않는 다이어트를 겪게 되면서 살이 홀쭉 빠지게 되었다.
물론, 진우는 그 사실을 당연하게도 모르고 있었다.
진우가 모르는 사이에 일어난 걸즈 토크이기도 하고, 이실리아와 아키가 웃으면서 무언의 압박을 젊은 노예들에게 가했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실리아와 아키가 존재하는한 진우에게 먹일 요리는 턱도 없지만, 그래도 노예로서의 기본 소양으로 요리 교육은 의무적으로 참가해야만 했다.
진우에게 먹일 수 없으면서도 요리 교육을 배워야 한다는게 참으로 아이러니 했지만, 뭐 어쩌겠는가.
힘없는게 죄지.
어쨌든, 진우는 꿈에도 모르는 뒷이야기로 인해 요리사급은 아니지만 수준급의 요리 실력을 가지게 된 셀리는, 일단 냉장고 안에 있는 재료들을 확인하고선 자신이 할 수 있는 요리들을 하기 시작하였다.
'재료가 다르긴 하지만, 어떤 재료가 어떤 맛을 내는지 알고 있으니깐…….'
머리를 굴려가며 머릿속으로 자신이 배운 요리들을 최대한 연상해내기 시작한 그녀는 조금 미숙하지만 끊김 없이 재료를 다듬고 무언가를 만들기 시작하였다.
'만들 줄 아는 음식은 인스턴트가 전부인 아이가……. 그렇게나 이 젊은이를 사랑한거구나.'
셀리가 요리를 스스로 배울 정도로 진우를 사랑한다고 생각하니, 코 끝이 찡한 로파시는 약간 매서운 눈빛으로 진우를 노려보았다.
"진우라고 했던가?"
"예. 그냥 편하게 부르시면 됩니다."
"셀리는 지금까지 요리를 배울 의지도, 이유도 없었던 아이네. 그런 아이가 요리를 배웠다는게 무슨 뜻인지는 잘 알고 있겠지."
"잘 알고 있습니다."
진우는 로파시의 추궁같은 목소리에 자기 자신을 낮추며 고분고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릴때부터 힘든 경험을 많이 겪은 아이야. 게다가 고통스러운 경험도 겪어야만 했고. 그러니 자네가 셀리를 잘 봐주고 이해해주게."
빈민가에서 자라나 온갖 궂은 일들을 겪어야만 했고, 미국으로 떠난 이후론 툭하면 '키반 키반' 거리면서 키반을 향한 애정을 보여주었던 손녀 딸이였다.
그런 손녀가 험한 일을 연달아 겪게 되어버렸으니, 최소한 누군가가 곁에서 항상 받쳐주듯이 보살펴주어야만 했고, 로파시는 그 역할을 진우에게 맡기기로 결정한 것이다.
아마 실상을 알게 되면 눈에 흙이 들어가든, 칼날이 들어가든 절대로 셀리를 넘겨줄 수 없다면서 달려들테지만.
"걱정마십시오. 제가 반드시 셀리를 행복하게 만들어주겠습니다."
확신어린 진우의 목소리.
진우는 정말로 셀리를 행복하게 만들어줄 예정이였다.
정확히는 노예로서, 암컷으로서의 행복한 삶을 누리게끔 만들 생각이지만.
어쨌든, 로파시는 진우의 힘있는 대답에 만족하면서 셀리를 잘 부탁한다며 교제를 허락하였고, 뒤이어 셀리가 만들어준 저녁 식사는 생각보다 맛있는 요리들에 의해 화기애애하게 식사가 이루어졌다.
밤이 될때까지 로파시와 함께 지낸 셀리는 진우로부터 밤자리 봉사를 하지 않고 할머니와 함께 잘 수 있는 허락을 받으면서, 그리운 할머니의 품 안에서 지금까지 중에서 가장 편안하게 잠들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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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점심 무렵.
"여어."
하루밤 사이에 4억 달러의 현찰을 구하는건 아무리 뉴욕의 경제를 50% 이상 잡고 있는 대기업의 사장이라 해도 무리한 부분이 많았기에, 제대로 잠을 자지 못했는지 눈가에 붉은 실핏줄이 남아있는 매그너스는 자기집 들락날락 거리듯이 비밀 방공호에 있는 소파에 앉아 인사를 하는 진우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여러개의 감시 카메라와 경보 장치가 있는 자신의 사유지를 제 집 드나들듯이 들키지 않고 자유롭게 들락날락거리는 진우의 모습에 경비에 대한 대책을 머릿속으로 구상한 매그너스는 사람 머리통이 들어갈만큼 큼지막한 007 가방 2개를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
"현금으로 4억 달러다."
"땡큐~ 그럼 이걸로 우리 사이의 거래는 끝이로군."
진우는 007 가방 안을 열어보지도 않고 가방을 들어보이며 방공호 밖으로 빠져나가고자 하였다.
'저것도 자기 자신이 가진 능력에 대한 자신감이겠지.'
진우는 상대방이 삥땅치려고 해도, 충분히 자신의 몫을 받아낼 자신과 능력을 지닌 사내였다.
그렇기 때문에 굳이 가방 안을 확인하지 않고서도, 돈의 양이 정확한지 확인하지 않으면서도 여유만만함을 보일 수 있으리라.
"그런데 네 곁에 있는 여성분은?"
"아, 걔는 잠깐 자기 고향으로 내려갔어. 그동안 꽤나 부려먹어서 휴가좀 보내줬지."
할머니와 작별 인사를 하라면서 홀로 미국으로 이동한 진우였지만, 매그너스는 그냥 대화의 물꼬를 틀기 위해서 질문한거지 셀리의 행방에 큰 의미를 두진 않았다.
매그너스가 노리고 있었던 부분은,
"그런데 만약에 헬 게이트가 수리 불가 상태로 파괴되거나, 이 기지가 파괴되면 어떻게 해야 하지? 내가 아는 최고의 과학자나 기술자도 이정도 설비를 만들려면 십수년을 걸릴텐데."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돼. 나로서도 세상에 처음으로 선보이는 작품이라서 꽤나 애착을 가지고 있거든. 헬 게이트랑 이 시설이 파괴되면 자동으로 내게 알람이 오도록 되어있어. 뭐, 어느날 갑자기 알람이 울리더니만 '헬 게이트의 주인공을 체포하다!' 라는 기사가 대서특필만 하지 않으면 알람이 울리자마자 돌아올테니까 너무 걱정말라고."
즉, 파괴되면 자신이 돌아올때까지 알아서 숨어지내거나 피하라는 뜻이였다.
하지만, 매그너스는 이미 생체 나노 슈트까지 있는데 그렇게 비굴하게 도망가고 싶진 않았다.
"알겠다. 그럼 앞으로도 잘 부탁하지."
"허쭈? 나중에 꼭 부숴먹겠다는 뜻으로 들린다? 댁이 제대로 운용만 하면 그럴 문제도 없거든요?"
그렇게 돈가방을 양 손에 쥔 진우는 뒤늦게 깨닫았다는 듯이 다시 입을 열었다.
"아참, 핵융합 엔진은 댁이 오기전에 손봐났어. 혹시나 몰라 엔진 부분의 내부 장갑을 강화했으니 댁이 즉사할 정도의 피해만 받지 않으면 괜찮을거야. 그리고 엔진이 강화된 덕분에 출력도 대폭 상승했으니까 전보다 좀 더 과격하게 움직여도 돼."
그렇게 가방을 든 손을 흔들면서 떠나는 진우의 뒷모습을 확인한 매그너스는, 자신의 인생을, 자신이 가장 꿈꿔왔던 소망을 일으켜준 그를 향해 마음속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하였다.
'내가 갈망하던 소원을 이루어준 은혜는 평생 잊지 않겠다.'
어째서 저만한 기술력을 지닌 과학자가 지금까지 무명이였는지 아무리 곱씹어봐도 이해가 안 된다.
아무리 괴팍하다 하더라도, 타인과 어울리는데 싫어하는 성격이라 해도 저만한 지식은 독학으로 쌓을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였기 때문이다.
최소한 기초를 세우는데 대학 교수라던가 어떤 과학자의 도움을 받았을게 분명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만한 천재가 무명이라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매그너스는 자신도 이해 못 할 복잡한 속사정이 있을거라 생각하면서 그 부분의 추궁은 하지 않기로 결정하였다.
괜한 호기심 때문에 이것저것 물어보다가 얼굴을 붉히며 헤어지느니, 차라리 서로 깔끔하게 거래를 마치고 헤어지면서 좋은 인상을 남기는게 더 이득이기 때문이다.
"비밀 기지라……. 후후, 남자는 커서도 애들이라더니, 그 말이 정확하군."
자신만의 비밀 기지가 생겨났다는 기쁨에, 다 큰 성인임에도 불구하고 미소가 지어지는것을 막지 못한 매그너스는 헬 게이트의 출력이 어느정도 상승했는지 몸으로 확인하기 위해 탑승을 시작하였다.
============================ 작품 후기 ============================
지금 몸 상태가 말이 아닙니다
뭔가 잘 못 먹었는지 제대로 체했어요
몸이 으슬으슬하고 토악질도 하고 난리가 났습니다
일단 소화제 먹고 손 따니까 속이 풀리긴 했지만, 완벽한 치유를 위해 지금부터 잠시동안 낮잠을 잘 생각입니다
문맥상 오류, 오탈자, 기타 수정 사항은 리플로 써주세요
자고 일어나서 확인하여 수정하도록 하겠습니다
나의 황금같은 주말이...흑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