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미트 브레이커-487화 (487/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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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장

"다녀오셨습니까, 주인님."

"다녀오셨어요, 주인님."

"여, 다들 수고."

진우는 전함으로 돌아오자마자 함교에 있는 페리샤를 찾아갔고, 진우의 귀환에 마침 페리샤와 함께 무언가를 얘기하고 있던 하린도 인사를 하였다.

"가던 일은 제대로 되셨습니까?"

통신으로 일이 어떻게 되었는지 모두 확인한 페리샤가 매그너스와의 거래가 잘 됐냐며 물어왔다.

"응. 네가 말한대로 그 녀석 전용의 정비실까지 만들어줬으니까 앞으로 꽤나 활약할거야."

원래 진우는 생체 나노 슈트와 헬 게이트만 만들어주고 끝내려 하였다.

허나, 매그너스에 대한 설명을 듣게 된 페리샤는 그의 존재 자체가 플랜 A를 위해 태어난 존재라고 판단, 좀 더 길게 활약할 수 있게끔 전용의 정비실과 자동화 기계를 만들도록 진우에게 지시하였다.

그도 그럴것이, 단순히 매그너스가 열등감에 휩쌓인 엑스트라 A 였으면 페리샤도 이렇게까지 그를 지원해주지 않았을 것이다.

뉴욕의 경제를 잡고 있는 대기업의 CEO.

빈민가 사람들을 구제하기 위한 자선 사업을 벌이는 인격자.

30대 중반이라는 젊은 나이로 회사를 크게 키운 카리스마와 지도력, 그리고 그것들을 뒷바침해주는 뛰어난 머리까지.

솔직히 페리샤도 플랜 A를 설명하긴 했지만, 플랜 A에 합당한 존재를 찾는건 거의 불가능이라 여겼다.

그렇기에 미국에서 이능력자와 비 이능력자들간의 갈등을 심화시킬 존재를 찾기 위해 진우의 노예들 중에서 누구를 보내야 할까 고민하고 있었던 상황이였다.

그러던 상황에 매그너스라는 존재는 그야말로 한 줄기의 빛과도 같은 존재였다.

게다가 사유 재산까지 많으니 헬 게이트라는 이름을 가지게 된 헤비 파워 슈츠를 수리, 정비할 수 있는 환경만 만들어주면 알아서 이능력자들의 숫자를 하나라도 더 줄여줄 것이다.

거기다가 뉴욕에선 왕에 가까운 권력과 인망을 지니고 있으며, 그 권력과 인망을 가지고 있다면 정치가들과 만나기도 쉬우니 바람을 넣기도 쉬운 상황이였다.

"잘 하셨습니다, 주인님. 역시 이런 분야는 주인님만한 인물이 없으시군요."

거기다가 진우가 적당히 방향을 제시해줬으니, 똑똑한 매그너스는 차츰차츰 개인의 힘으로 이능력자를 박멸하기 보다는 국가 권력으로 통제하려고 들 것이 분명하다.

"그 녀석이 바라는 상황이 뚜렷했으니까. 재료의 상태를 모른다면 나로서도 요리하는건 불가능하거든. 아참, 이거 받아."

진우는 무거운 007 가방을 페리샤를 향해 휙 내던졌고, 페리샤와 함께 있던 하린이 각각 하나씩 가방을 잡아챘다.

"이건?"

"4억 달러다. 나는 그 녀석에게 돈 냄새 를 맡고 접근하였다는 '설정' 이였거든. 당연히 댓가와 보상은 받아야지 않겠어? 어쨌든 군자금으로 내줄테니까 알아서 잘 써봐."

"감사합니다."

4억 달러라는 소리와 함께 페리샤의 머릿속에는 어떻게 이 돈을 써야 할지 생각하고자 뇌가 가동하기 시작하였다.

그 때, 페리샤 곁에 있던 하린이 셀리의 모습에 의아함을 느꼈다.

"응? 그런데 셀리 언니, 표정이 꽤나 후련해 보이네요?"

젊은 노예들 중에선 가장 나이가 많은 셀리였기에, 하린의 입에서는 자연스럽게 언니 소리가 나오면서 후련한 표정에 대한 화제를 물어왔다.

참고로 젊은 노예들의 나이는,

셀리 25 -> 페리샤 24 -> 후지미네 23 -> 노아 22 -> 하린 20

셀리가 가장 고령이고 페리샤가 그 다음이지만, 실질적인 파워 랭킹은 노아가 독보적으로 앞서고 있는 상황이다.

예전에 페리샤를 복종했을때는 나이 차이가 2살이나 나는 주제에 오히려 그녀에게 자신을 언니라고 부르라며 억지를 부렸었던 노아였지만, 차마 3살차이까진 그런 억지를 부리지 못하겠는지 그냥 편하게 말을 트고 지내는 중이다.

셀리도 딱히 그 부분은 신경쓰지 않는듯한 모양이다.

하린은 자신보다 나이 많은 사람들에게 예의를 갖춰주며 언니라는 호칭으로 부르지만, 유일한 예외는 후지미네였다.

언니라는 호칭은 커녕, 신데렐라의 언니들보다 더 못되게 굴어대니, 후지미네는 하린이라면 무서워서 벌벌 떨 수 밖에 없는 존재였다.

아마도 그녀의 항문속에서 태어난 촉수 괴물들은 그런 그녀의 감정을 읽고 하린의 물건만을 집중적으로 망가뜨린걸지도.

어쨌든, 하린은 기본적으로 밝긴 하지만, 남몰래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었던 셀리가 뭔가 털어버린듯 후련한 표정으로 진우의 뒤를 따라오니 의아해하며 물어왔다.

"주인님 덕분에 그동안 못 봤었던 할머니랑 하루를 같이 할 수 있었거든. '그 때' 이후로 한 번도 뵈지 못해서 솔직히 걱정이 심했었어."

셀리가 말하는 '그 때' 라는건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되리라.

"수고했다. 가서 쉬어."

"예, 주인님."

셀리는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가서 쉬어도 좋다는 명령에 미소를 지으며 가벼운 발걸음과 함께 함교 밖으로 떠났고, 진우와 페리샤는 군자금의 용도에 대해 짧막하게 토론하고선 페리샤에게 모두 맡긴다는 결론만을 낸 채로 끝을 냈다.

"응? 우리 하린이는 표정이 왜 갑작스럽게 우울해졌어?"

그 때, 진우는 어째서인지 우울해진 표정의 하린을 뒤에서 부드럽게 끌어안아, 그녀의 등을 자신의 품 안으로 깊숙히 끌어 당겼다.

"아뇨……. 그냥…자신을 키워줘서 고맙다고 생각할 수 있는 부모같은 사람이 존재할 수 있다는게 부러워서요."

노아는 아버지를 잃긴 했지만 자신에게 무한한 사랑을 주는 어머니인 이실리아가 있다.

셀리는 부모님들을 모두 잃긴 했지만, 그래도 할머니 손에서 크면서 부모라고 부를 수 있는 존재가 있다.

페리샤는 살라딘이 만든 복제 인간 중에서 실패작으로 낙인 찍히며, 추후에 사용될 인간 폭탄으로서 대충 아무렇게나 버려졌지만 자신을 주워준 그랜드 아크의 딸, 리피가 거두워 주었다.

솔직히 거의 반쯤 하인이나 마찬가지지만, 페리샤는 리피의 온갖 불만을 듣고서도 그녀의 명령을 이행하였고, 그랜드 아크가 리피를 암살하자, 그 분노로 일반인의 몸으로 그랜드 아크를 복수할 정도로 리피에게 충성을 바칠 수 있는 존재임이 분명했다.

후지미네는 비록 진우의 명령에 의해 자신의 손으로 부모님을 죽여야만 했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어릴때부터 풍족하고 아낌없는 사랑을 받아오며 자신감 넘치는 여성으로서 성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하린은?

그녀의 부모님은 하린을 국가에 팔아치웠다.

하린 본인은 어떻게 해서든 부정하기 위해 사실을 알아내고자 하였지만, 정보를 모으면 모을수록 그녀의 부모님은 겉으로 '어쩔 수 없다' 라고 표현하면서 결국 큰 돈을 받고 팔아치웠다는걸 알 수 있었다.

다른 아이들은 유치원에 갈 나이에 하린은 훈련 공간에서 이능력을 훈련해야만 했고, 다른 아이들이 책가방을 매야 할 때는 괴수들과 빌런들로부터 목숨이 위험한 상황을 이겨내야만 했다.

물론, 노아나 셀리, 페리샤와 후지미네, 이 모두들에게도 힘든 사정이 있을것이 분명하고, 위험한 고비도 몇차례 넘겼을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그녀들은 상처받고 힘들어도 누군가가 안아주고 격려해줄 수 있는 존재가 있었다.

그에 비해 하린은 언제나 국가로부터 일종의 '도구' 취급을 받으며 관리 되었을 뿐, 누군가가 포근하게 안아준 적은 전무하였다.

어떻게 보자면 몸만 성숙했을 뿐이지, 정신적으론 아직 자신을 따뜻하게 안아줄 수 있는 존재를 갈구하는 어린애같은 부분이 많은것이 하린이라는 여성이다.

그렇기에 진우의 노예가 되면서, 더이상 국가라는 무거운 짐을 가지고 있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오면서 누구에게도 어리광 피우지 못했던 삶의 반동으로 인해 성격이 매우 가벼워지게 되었다.

"글쎄? 너는 네 부모님을 싫어하는것 같지만 그래도 나는 네 부모님을 좋아할 수 밖에 없는데?"

"……?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그렇지 않았으면 너와 내가 만날 일이 없었을테니까. 내 노예가 되서 싫어?"

진우가 살짝 실망했다는 듯이 입을 열자, 하린은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붕붕 내저었다.

"아녜요! 타임머신을 탈 수 있다면 당장 과거로 가서 주인님에게 저항하던 제 자신에게 욕을 퍼붓고 싶을 정도로 좋아요!"

"그럼 행복해?"

"예. 주인님의 것이 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 행복해요."

"그래. 너는 내 노예가 되기 위해, 나의 여자가 되기 위해 태어난 존재야. 네 부모는 내 노예가 되야 할 운명인 너를 태어나게 만드는 역할을 맡은거지. 그러니 내 입장으로선 네 부모님을 좋아할 수 밖에."

"정말이지 주인님은…질리지가 않는 분이시네요."

진우의 따뜻한 품 안이 등 뒤로 가득 퍼져나가자, 침울해있던 표정이 풀리면서 다시 미소를 되찾은 하린은 자신을 주인님과 만나게 해준 부모라는 작자들에게 처음으로 감사의 인사를 하였다.

그들이 없었으면 진우라는 남자의 암컷이 될 수 없었을테니까.

"응?"

그 때, 하린의 엉덩이쪽으로 딱딱한 무언가가 닿았다.

"아, 이런 제기랄. 이런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도 발정을 하게 될 줄이야. 이쯤되면 나도 내 성욕이 무서워지는데?"

"푸훗!"

언제 진우의 성욕이 분위기를 따진적이 있었나?

아마 여자의 부드러운 피부를 만지니까 항시 발정중인 성욕이 다시 한 번 고개를 올린 것이겠지.

"그동안 많이 참으셨을테니깐 제가 가드윽~ 뽑아내 드릴께요."

"그래줄래? 솔직히 최소 15발은 싸재껴야 진정이 될 것 같아."

"꺄아~ 짐승~♥"

그렇게 하린의 몸을 안기로 결정한 진우는, 분위기를 읽고 숨소리조차 내지 않으며 자신의 존재감을 지우고 있던 페리샤를 향해 마지막 지시를 내렸다.

"이제 우리가 할 수 있는건 모두 다 했어. 더이상 뒤로 미룬다는건 우리가 겁쟁이라는 증거가 되겠지. 이제 중국을 공격할테니 준비를 하도록."

"예, 걱정마십시오. 이미 모든 전투 준비를 끝냈습니다."

페리샤의 말은 과장이 없었다.

골출귀, 창귀, 두억시니의 전력이 각각 100대씩 상승하였고, 최초로 삼태극의 산하로 들어온 국가인 투르키스탄의 병사들도 여러 무기들을 보급을 받으면서 지금도 중국인을 하나라도 더 죽이고자 맹훈련을 하고 있었다.

솔직히 지금 당장 공격을 해도 문제는 없지만, 진우는 만에 하나라도 모르는 미흡한 준비를 끝내도록 페리샤에게 지시를 한 것이다.

그렇게 하린을 자신의 품안에 끌어안으며 아장아장 걸어가서 함교 밖으로 나선 진우는 '부욱' 하는 소리와 함께 어딘가가 허전해지는 느낌을 받게 되었다.

"어라? 우씨, 왜 찢어진거지? 너무 험하게 움직여댔나?"

잠시 하린과 거리를 벌리고 아래쪽을 확인해보니, 바지의 허벅지 안쪽이 길게 뜯겨져 있었다.

아마 진우가 이능력을 사용한 움직임을 견디지 못 하여 내구성이 떨어져 있다가, 재수없게도 하린과 함께 아장아장 걷는 타이밍에 찢어진듯 싶었다.

일단 바지가 찢어졌으니 수선을 하든, 버리든 뭘 해야겠다 싶던 진우는, 마침 함교쪽으로 이동해오는 이실리아와 아키의 모습을 발견하였다.

"어머? 진우씨가 돌아오셨네?"

이실리아와 아키도 진우가 돌아왔다는 기쁨에 발걸음을 빨리 하면서 다가려던 찰나, 두 여성의 이성을 깨부수는 대사가 튀어나오고 말았다.

"엄마, 나 바지 찢어졌…읍!"

이실리아와 아키의 보살핌을 받으며 손가락 까닥 안해도 알아서 먹여주고 씻겨주고 재워주는 안락한 삶을 살다보니, 자신도 모르게 그녀들을 보자마자 긴장감이 떨어지면서 '엄마' 라고 호칭해버리고 만 것이다.

"에……?"

"엄…마……?"

'엄마' 라는 호칭으로 불리우게 된 두 유부녀는 잠시 뻥찐 표정을 짓더니, 이내 홍조를 일으키며 자애로운 미소를 지어보였다.

"아니…그러니까 이건…아으……."

진우는 자신도 모르게 말 실수 해버린 상황이 부끄러운지, 평소랑은 다르게 횡설수설 하면서 당황한 표정과 함께 한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렸지만, 얼굴이 새빨개져 있었다는건 누가 봐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부끄러워하긴 커녕, '이것이 바로 나다!' 라며 오히려 호탕(혹은 간악)하게 웃어보이는 것이 진우라는 남자다.

그런데 그런 그가 부끄러워 하다니!? 이건 초 레어 상황이다!

"예에~ 엄마가 지금 가요~"

이실리아가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진우에게 다가가자, 그 모습에 못 마땅한 표정을 지어보인 아키가 그녀의 목덜미를 잡아챘다.

확!

"꺅!?"

"무슨 헛소리를 하는거야? 진우씨는 나를 보고 한 말이라고."

그리고선 표정 관리 후에 진우를 향해 다가가려던 아키를 뒤쪽으로 밀려나간 이실리아가 염동력으로 몸 전체를 들어올리며 거칠게 자신의 뒤쪽으로 내던졌다.

부웅!

"흥! 진우씨는 내 가슴 사이에 얼굴을 파묻으며 주무시는걸 옛날부터 즐기셨거든!? 그러니까 나를 엄마라고 착각해서 부르신거야!"

탁!

공중에서 자세를 잡으며 땅에 착지한 아키는 이실리아의 반격에 살의를 피우기 시작하였다.

"그 '옛날' 부터 그랬으면서도 지금까지 말 실수 한 적은 한번도 없으셨잖아! 오히려 내가 조직에 들어온 이후부터 진우씨의 말실수가 늘어났다고!"

그러고보니 예전에 잠에 취해 있었던 진우가 이실리아, 아키와 함께 잘 때, 자신도 모르게 자신을 깨우는 두 여성에게 '엄마' 라고 칭한적이 있었다.

그 때는 잠에 취해 있었기에 크게 싸우진 않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흥! 그렇게 생각하려면 계속 그렇게 생각만 하고 있어!"

"억!?"

이실리아는 이동을 위한 좁은 통로에서 아키와 정면 대결을 해봤자 승산이 없다는걸 파악했는지 염동력으로 날아오르며 가슴으로 진우의 얼굴을 파묻고선 뒷목을 끌어안아 침실로 빠르게 쏘아져 나갔다.

"멈췃!"

아키는 바람을 일으킬 정도의 속도로 그 뒤를 추적하였고, 졸지에 혼자 남겨진 하린은 침울한 표정으로 무릎을 끌어안고 쪼그려 앉았다.

"어째서 내가 아는 부모라는 존재들은 하나같이 존경하기 힘든걸까."

"동감이야."

그 모습을 함교와 통로로 이어진 입구에서 지켜보고 있던 페리샤도 짧막하게 하린의 투덜거림에 동의하였다.

============================ 작품 후기 ============================

이제 중국전이 되겠군요. 워낙 땅덩어리가 큰 국가다보니 일일이 자세하게 설명하다보면 스토리가 질질 끌려질테니 좀 스피디하게 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렇다고 대충 휙휙 나가면 삼태극의 강함을 제대로 느낄 수 없으니 그것도 문제네요.

어쨌든 다들 이걸로 월요병 날려보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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