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08 / 0923 ----------------------------------------------
8장
륭 마오는 지금의 상황을 믿을 수 없었다.
그도 그럴것이 삼태극의 이능력자들은 겨우 8명이고, 거기서도 한 명은 난전에 끼어들지 않고 후방에서 대기중이다.
처음엔 뭔가 수작을 부리는게 아닐까 싶었지만 대기중인 삼태극의 간부는 그냥 공중에 두둥실 떠다닐뿐, 뭔가 특수한 능력으로 원호를 한다던가, 그런게 보이지 않았다.
즉, 8대200에서 7대200으로 된건데, 문제는 이 7명이 장난이 아니라는 것이다.
륭 마오가 가장 크게 놀란것은 염동력자들의 힘이였다.
분명 힘의 파장이라던가 이런건 자신과 등급이 비슷하다.
일반적으로 염동력자들은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면 100% 힘을 모두 내면 안된다.
정신력을 너무 많이 소비하여 과부하가 걸리면, 그 후유증으로 인해 장시간 이능력을 사용할 수 없거나 불안정하게 되어버리고, 과부하가 걸린 상태에서 계속 무리를 하면 뇌출혈까지 상황이 악화되어버린다.
게다가 적이 언제 어떻게 기습적으로 공격을 가할지 모른다는 생존 본능 때문에 공격에만 모든 정신력을 퍼부을 수 없고, 게다가 지금은 상공에서 떠오르며 바람에 의해 날려가는 것을 막기 위해 염동력으로 몸의 균형을 잡고 있는 중이다.
공중을 날아오르기 위한 염동력을 실시간으로 소비하고 있는중인데, 거기다가 공격과 방어까지 알아서 해야만 하니 공중전으로 싸우는 염동력자들은 당연히 평소보다 그 힘이 약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삼태극의 염동력자들은 달랐다.
마치 자신들에게 정신력의 소모따윈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는 듯이 100%의 풀파워로 염동력을 펑펑 사용하는게 아닌가?
저런식으로 싸우면 농담이 아니라 10초도 넘기지 못하고 리타이어가 되어버린다. 아니, 그냥 추락하고 말겠지.
오죽하면 세계 클래스의 염동력자가 되려면 정신력의 소모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하냐는 것도 들어가 있겠는가.
륭 마오 또한 알아서 적이 자멸하니 일부러 전투에서 멀어지면서 삼태극의 염동력자들이 리타이어 되는 순간을 노렸다.
그 와중에 아군들이 우수수 죽어나갔지만 상관없었다. 그냥 재수없게 걸린 자신들의 운명을 탓해야지.
그런데 염동력자들은 100%의 풀파워를 계속해서 쏟아냈다. 30초가 되어도, 1분이 되어도 계속.
거디가 초고속 텔레포트로 기습 암살로 공격하는 여성도 1초 단위로 텔레포트한지 벌써 수십번이 훌쩍 넘는다.
이게 대체 뭔가?
왜 저들은 저토록 강한 힘을 마구잡이로 펑펑 쓰면서 지친 기색이 보이지 않느냔 말이다.
마음같아서는 아직 아군의 숫자가 많을때 적을 하나라도 더 처리하고 싶었다.
아무리 지대지 미사일의 보호가 우선이라지만, 적이 아군의 수송기를 모두 부숴버렸기에 눈 앞의 적을 처치하지 못하면 자신들의 귀환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의도는 생각으로만 끝내야했다.
츠팡!
공기가 찢어짐과 동시에 터지는듯한 소리.
피싯-
"큭!"
그가 자신에게 접근하자마자 재빨리 방향을 꺽었지만, 여파까지 모두 피할 순 없었는지 얼굴에 붉은색 실이 길게 이어져나갔다.
"하~놔~ 한 주먹거린데 쫄랑쫄랑 귀찮게 구네~"
'젠장! 하필이면 치우가 나에게 달라붙다니!'
재수가 없었다.
파워 슈츠를 입고 공중을 날아다니며 염동력자와 파워 슈츠들을 몇명을 가볍게 '부수고' 다니던 치우는 그냥 눈에 띈 존재인 륭 마오를 공격하고자 달려들었다.
다행히도 그는 파워 슈츠의 성능에만 기대면서 하늘을 날고 있었기에, 지상이였다면 단숨에 끝장날 전투를 질질 끌게 할 순 있었다.
염동력의 힘만 있다면 과학적인 물리 법칙을 무시한 움직임을 보일 수 있는 염동력과, 물리 법칙으로 인해 륭 마오가 'ㄱ' 자로 몸을 꺽어 회피한다면 치우는 둥글게 선회하면서 륭 마오를 쫓아가야만 한다.
문제는 폭탄과도 같은 그의 펀치다.
치우가 입고 있는 파워 슈츠의 능력도 나름 뛰어나서 가끔씩 펀치가 닿을만한 거리까지 접근하는 경우가 있는데, 륭 마오는 진정으로 빠른 속도라는 것은 잔상을 남기는게 아니라 잔상조차 없이 날라오는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
복싱을 어느정도 배운듯, 팔꿈치의 힘만으로 가볍게 내지르는 잽을 사용하는 치우였지만, 동체 시력이 초인급인 륭 마오의 눈에는 치우의 팔꿈치를 기준으로 팔이 사라지는 현상을 목격하게 되었다.
본능적으로 전력으로 회피한 륭 마오는 따가운 무언가가 얼굴과 몸을 훑고 지나가는 충격과 동시에, 잽이 휘둘러지고 회수되는 지점에서 공기가 터져나가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
'조금만! 조금만 더 참으면 돼!'
조금이라도 느려진다면 한 방에 죽는다는 공포감에 휩쓸린 륭 마오가 기다리고 있는것은 지대지 미사일이였다.
이제 곧 지대지 미사일들이 이 근방의 상공을 지나쳐 갈 것이고, 제 아무리 치우라 해도 그것을 막지 않으면 지상 병력의 전멸은 막지 못하리라.
콰아아아아--!
파워 슈츠의 등에 달려있는 엔진에서 푸른 불꽃이 거칠게 토해지며 가속도를 붙인 치우가 회피 운동을 한 륭 마오의 뒤를 바짝 쫓기 시작했다.
륭 마오는 그런 치우를 따돌리기 위해 파워 슈츠는 불가능한 직각 회피 운동을 통해 거리를 꾸준하게 벌리는게 할 수 있는 저항의 전부였다.
차라리 공격을 하는게 어떻겠냐고?
그랬다간 회피 운동을 하는데 아주 약간의 시간이 더 걸리게 될테고, 0.1초의 차이로 생사의 갈림길을 오가는 륭 마오의 입장에서는 공격이나 반격은 자살 행위나 마찬가지였다.
"얌마! 진짜 하나도 안아프게 죽여줄께! 내가 요단강 익스프레스의 SSS급 직원이라고! 농담이 아니라 눈 하나 깜빡하면 아무 고통없이 저승이라니깐!"
치우도 슬슬 짜증이 나는지 멈추면 고통없이 저승으로 보내주겠다고 설득(?) 하였지만, 륭 마오는 지대지 미사일이 1초라도 빨리 더 빨리 나타나길 기다렸다.
그 때, 그런 그의 귀에 달려있는 소형 무전기에서 본부의 반가운 소리가 들려왔다.
-앞으로 10초 후에 전투 지역 상공 위로 지대지 미사일이 지나칠 것이다! 그때까지만 삼태극의 간부들을 막도록!-
'막아!? 막길 뭘 막으라는거야! 우린 지금 학살 당하고 있단 말이다!!-
륭 마오는 이런 놈들을 막으라고 보낸 상층부를 향해 욕을 바락바락 내지르고 싶었지만, 지금은 1분같은 1초가 빨리 지나가길 기다리며 도망치는게 할 수 있는 전부였다.
콰아아아아아---
"음?"
그 때, 륭 마오를 쫓던 치우가 속도를 늦추며 한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
'왔다!'
륭 마오 또한 힐끗 확인해보니 17발의 트럭만한 길이와 그게 살짝 못미치는 덩치를 지닌 지대지 미사일들이 불꽃을 토해내며 이쪽으로 날라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무리 네 놈이라 해도 저걸 모두 막아내는건 힘들거다!'
어느정도 거리를 벌린 륭 마오는 지대지 미사일을 막기 위해 쫓아갈 치우의 파워 슈츠를 공격할 준비를 하였다.
공격과 방어의 입장이 완전히 바뀌어버린 것이다.
…라고 생각했던건 륭 마오 뿐이였다.
치우는 귀 부위의 헬멧을 손가락으로 누르며 입을 열었다.
"궁신이 퐈이팅! 혼자 해결할 수 있제? 음음, 그럼 뒤를 맡길께. 나는 지금 족치던 놈이나 마저 족칠테니까."
그리고선 또다시 부스터를 사용하면서 륭 마오를 뒤쫓기 시작하였다.
"난 한놈만 깐다! 내 오늘 네 놈만큼은 반드시 잡고야 말겠다!"
'이 놈은 바보인건가!?'
륭 마오는 자신의 지상 병력이 소멸될 위기에 처해있건만, 자신을 향해 다시 한번 부스터를 사용하면서 쫓아오는 치우의 모습에 당황하였다.
재빨리 공격을 멈추고 다시 회피를 시작한 그는, 대체 무슨 수로 저 지대지 미사일들을 막아낼 생각인건지 확인하고자 지대지 미사일들이 날아가는 방향으로 함께 이동하였고,
"뭐…뭐야 저게!"
자신도 모르게 눈 앞에서 펼쳐진 장면에 경악성을 내지르고 말았다.
검기를 날리고 후방에서 대기하고 있던 삼태극의 이능력자(무슨 능력인지는 모르겠지만)가 지대지 미사일들을 향해 날라가서 팔을 크게 휘두르자 검은색의 공간이 나타났고, 지대지 미사일은 그 공간 안으로 쏙 들어가면서 자취를 감추었다.
각기 다른 방향으로 간격을 넓게 펼치며 날라가던 지대지 미사일들을 향해 빠르게 이동한 삼태극의 간부로 추정되는 남성은 똑같은 방법으로 지대지 미사일들을 모조리 공간 너머로 삼키기 시작하였다.
지대지 미사일 17발을 삼태극의 지상 병력을 타격시키기 위해 이 많은 병력이 시간 벌이용으로 쓰이고 있는데, 후방에 남아있던 저 남자의 손짓 한번에 미사일 하나가 사라져가니 륭 마오의 마음은 허무함에 탁 하면서 풀리고 말았다.
그를 제외하고 다른 이들도 지대지 미사일의 방어를 위해 그쪽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던 상황이였기에, 모든 이들은 너무나 손쉽게 사라지는 미사일들의 모습에 황망함을 감추지 못하였다.
이능력?
아니다. 저 정도의 이능력이라면 당연히 그 파장이 느껴져야 한다.
그런데 텔레포트로 추정되는 저 힘에는 아무런 파장이 느껴지지 않았다.
즉, 이능력이 아니라는 뜻.
"이…이게 대체…무슨……."
륭 마오는 눈 앞에서 펼쳐지는 말도 안되는 광경에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였다.
"아이 깟 츄!"
덥썩!
"아차!"
지대지 미사일들이 허무하게 사라지는 모습에 힘이 풀리면서 속도도 늦춰진 륭 마오는 자신의 발목을 붙잡는 딱딱한 금속의 감촉에 깜짝 놀랐다.
카츠츠측!
"끄아아아아!"
발목을 붙잡은 손에 힘을 가했는지, 륭 마오의 발목에서 뼈와 살이 으스러지는 소리가 퍼져나갔다.
꽈득!
거기다가 치우는 손날로 붙잡지 않은 발목쪽을 내리쳤고, 그 모습을 본 륭 마오가 본능적으로 염동력으로 이루어진 실드를 펼치며 방어를 하였지만 뼈가 부러지는 고통을 맛보게 되었다.
"헤에~ 손날로 잘라내려 했는데 부러진 정도밖에 안 된걸보니 너 꽤 하는구나?"
"크윽!"
카카카카카캉!
륭 마오는 눈물이 나올 정도의 고통속에서도 손가락을 세워 날카로운 화살의 모양을 이미지한 염동력으로 치우의 등을 공격하였다.
제트 엔진쪽을 망가뜨려서 추락시키겠다는 의도인 것이다.
파치칙!
"우겍! 엔진 고장!?"
륭 마오의 공격으로 인해 엔진 부위가 고장나면서 더이상 제 능력을 발휘할 수 없게 되었지만, 아직 치우의 손이 그의 발목을 붙잡고 있는 중이였…….
촤악!
"옴마야?"
"끄으으읍!"
륭 마오는 붙잡힌 발목을 염동력으로 잘라내면서 고통어린 비명을 내질렀지만, 그의 눈에는 치우가 더이상 공중전에 끼어들 수 없게 만들었다는 승리감이 깃들어 있었다.
10등급의 이능력자이니 이정도 추락으론 죽지 않겠지만, 그래도 적의 전력 감소는 이루었으니 그걸로 만족해야겠지.
거디가 이쪽의 피해는 매우 컸다.
필사의 추격전을 벌이느라 모든 정신력을 거의 다 소모하였고, 자신의 발목을 잘라내는 공격을 마지막으로 하늘을 날아다니는 수준의 힘만 보유하게 된 것이다.
"쯧. 당해버렸네. 하는 수 없지…라고 할 줄 알았냐!"
파캉!
순간, 추락하던 치우의 파워 슈츠가 파츠별로 분리되면서 모조리 벗겨져나갔고, 그와 동시에 륭 마오를 향해 양 손을 뻗었다.
쭈우우욱!
덥썩!
"!!"
신체 변형의 힘으로 길게 늘어난 치우의 팔은 신체 강화 덕분에 순식간에 륭 마오의 양 어깨를 붙잡을 수 있게 되었다.
후우웅!
몸을 가볍게 만들면서 륭 마오의 어깨를 디딤돌 삼아 잡고 다시 하늘로 올라온 치우는, 그보다 더 높이 올라가면서 몸을 빙글빙글 돌리기 시작하였다.
덕분에 팔이 꼬이면서 꽈배기 형태를 이루게 되었고, 그 타이밍에서 무게를 다시 정상으로 되돌리고선 힘을 역으로 가하며 꼬인 팔이 풀리면서 공중에서 회전하는 치우의 속도 또한 더더욱 빨라지면서 추락하였다.
"아…안……!"
콰지직!
머리와 머리의 충돌.
하지만, 륭 마오의 머리는 인간의 형태로 볼 수 없을정도로 일그러지면서 눈알이 튀어나옴과 동시에 터져나갔고, 치우와 륭 마오의 몸은 그대로 지상을 향해 추락하였다.
콰앙! 퍽!
한 쪽은 거친 암벽이 떨어지는 소리, 다른 한 쪽은 살이 터지면서 쥐포마냥 피와 살점, 내장이 바닥에 철썩 달라붙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으윽…생각보다 어지럽네. 나중에 그랜드 아크한테 써먹을 필살기인데…아무래도 개량해야 할 부분이 많겠는걸. 요가라도 배워야 하나."
호적수들의 비장한 싸움을 개그쇼로 만들듯한 필살기였지만, 그것도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초인이라면 무시못할 살상력을 지니게 된다.
땅에서 일어난 그는 잠시 비틀거렸지만, 이내 초인적인 회복 능력 덕분에 균형을 찾을 수 있었다.
머리에 묻은 피와 뇌수를 손바닥으로 훑어내면서 하늘을 올려다본 그는 남궁 신이 계획대로 아공간으로 지대지 미사일들을 삼키고 있는 모습에 흡족한듯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이제 내가 해야 할 일은 대충 다 끝났구만. 나머진 페리샤들이 알아서 잘 하겠지 뭐."
아무리 공중전이라지만 자신의 공격을 피할 정도의 이능력자다.
게다가 추격전을 벌이면서 확인한 주변의 반응을 보아하니 꽤나 강한 실력자임이 분명한듯한 눈치였다.
그런 강자를 처리했으니 나머진 자신의 부하들이 알아서 잘 처리하리라.
그렇게 생각한 진우는 전체적인 상황을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위치로 이동하면서, 강건너 불구경하는 구경자의 마음가짐과 태도로 느긋하게 블록버스터급 전쟁을 구경하기 시작하였다.
============================ 작품 후기 ============================
참고로 진우가 사용한 필살기라는건 스트리트 파이터의 달심이 사용한 '요가 상그릴라' 라는 기술입니다.
농담 아님. 레알임. 진짜 저렇게 공격함.
PS:오늘은 야근을 했지만 어떻게든 1일 1연재를 이어가고자 무리좀 했습니다. 피곤해서 바로 잘테니 오타, 이상한 문맥등은 리플로 남겨주세요. 다들 굿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