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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장
약간의 구름이 뜬 푸른 하늘.
사람의 마음과 눈이 편해지는 풍경의 하늘이였지만, 잘 살펴보면 아지랑이처럼 일렁이는듯한 공간이 보였다.
물론, 인간이 이정도의 변이를 눈치채려면 최소한 독수리급의 시력을 지니고 있어야겠지만.
아무런 소음도 없이, 날아다니는 새와 비슷한 수준의 속도로 이동하던 일그러짐은 이내 대도시보다 약간 작은 중소 도시에 도착하였다.
인구가 많은 중국에서나 중소도시 급이지, 한국같은 국가로 기준을 잡자면 대형급 도시 수준인 그곳은 모르는 사람이 보면 언제부터 도시와 군사 기지가 하나가 되었는지 고개를 갸웃거릴만한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도로쪽은 바리게이트와 엄폐물이 빈틈없이 매워져 있었고, 도로에는 병사들과 전차들이 여기저기 움직이며 병력을 배치중인 모습이 포착되었다.
거기다가 너무 높지 않은 건물 옥상에는 바주카와 중기관총, 소형 미사일 발사대를 배치한데다, 온갖 종류의 대공포들이나 지대공 미사일을 탑재한 발사 차량들이 넓게 퍼져 있었다.
지대공 미사일 차량들은 하나같이 미사일들을 위로 올린채 대기하고 있었는데, 대공포 사수들과 마찬가지로 삼태극의 전함이 나타난다면 지휘관들의 지시 없이 곧바로 사격이 가능하게끔 명령을 받은 상태다.
일반적으로 이런 무기들이 지휘관의 지시 없이 사용된다는 것은, 그만큼 파격적인 일이지만 삼태극의 전함에 대한 두려움이 강하다는 뜻도 된다.
그야말로 도시 하나를 완벽하게 요새화시킨 모습은 대놓고 시가전을 벌이기 위한 모습이였으며, 이 도시를 공격하게 될 지휘관은 미사일 폭격이나 우회밖에 답이 없다고 판단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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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음. 방비가 대단한데."
마스지드라는 자위용 기구 덕분에 금단 증세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진우는, 페리샤가 보낸 스텔스 정찰기가 보내는 정보에 나름 감탄하였다.
시야를 넓게 확보할 수 있는 건물들의 옥상에는 하나같이 화력이 강한 무기들을 지닌 병사들이 엄폐물과 함께 경계중이며, 도로에서도 방비를 마친 수많은 전차들과 자주포, 미사일 발사대 등은 아시아 해방부대의 모습이 보인다면 곧장 포격을 쏟아낼 준비를 마친 상태다.
거기다가 땅굴을 대비하고자, 여러곳에서 이동을 일시적으로 막을 수 있는 바리게이트와 기관총 사수들이 도로쪽을 경계하고 있었다.
곳곳에는 요소마다 이능력자들도 존재하고 있었는데, 지금까지 삼태극에 의해 전사한 이능력자들의 숫자가 백단위를 가볍게 넘는데도 불구하고, 만약의 사태를 대비한 베이징의 경호에도 이능력자들이 동원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한 하린은 그 부분에서 경악하고 말았다.
"중국은 이능력자를 어디서 만드는게 아닐까요? 그렇게 죽이고 죽였는데도 이렇게나 계속…하아……."
언제나 이능력자가 부족해서 홀로 고군분투 했어야만 했던 그녀는, 남아돌다 못해 흘러넘치는듯한 이능력자들의 모습에 한 숨을 내쉬었다.
누구는 동료가 너무 없어서 뼈가 으스러지도록 노력했는데, 누구는 숫자가 너무 많아서 그냥 쏟아붓고 있다니.
지금 중국 전역에 괴수 테러를 가해서 중국의 대부분 군사 활동이 올 스톱 되어서 망정이지, 안 그랬다면 계속 물밀듯이 들어오는 이능력자들의 숫자에 먼저 기가 질려버렸을 것이다.
"세계 최대의 인구를 보유하고 있는 국가니까 그 부분은 어쩔 수 없지. 게다가 중국쪽도 더이상의 피해는 무시 못할 정도야. 워낙 커버해야 할 땅이 크다보니 외곽 지역을 방비하던 이능력자들까지 모두 불러모은게 분명해."
하지만, 중국측도 계속되는 이능력의 소모로 인해 꽤나 뼈아픈 타격을 입은 상태였다.
페리샤는 그 부분을 설명해주었고, 중국이 얼마나 드넓은 땅을 지니고 있는지, 괴수 테러로 중국 전역의 군사 활동을 올 스톱시키지 않았더라면 얼마나 오랫동안 전쟁을 해야할지 설명을 들어서 알고 있는 하린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다행이네. 중국이 이능력자들을 우대했으면 이보다 몇 배의 이능력자들과 싸워야 했을테니까."
"응? 이능력자들을 우대하지 않는다고?"
세계를 돌아다니며 용병으로서 활약했던 노아였지만, 그녀는 무슨 일이 있어도, 심지어 1조 이상의 돈을 준다고 해도 절대로 중국만큼은 가지 않겠다고 다짐할 정도였다.
셀리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노아가 말한 의미를 잘 모르겠다는듯한 표정을 지어보였고, 그녀의 궁금증은 후지미네가 해결해주었다.
"중국은 이능력자들을 가장 강하게 '억압' 하는 국가예요. 일단 이능력자라는게 확인되면 영입을 하려고 하지만, 세계 기준으로 보자면 거의 헐값에 부려먹는 수준이죠. 모르는 사람은 세금 면제라던가 이런저런 조건에 혹해서 받아들이겠지만, 이능력자가 얼마나 높게 대우받는지 아는 사람들은 너무나 싼 몸값에 거부하지요."
그렇게 잠시 말을 멈춘 그녀는 다시 입을 열면서 충격적인 진실을 알려주었다.
"문제는 거기서부터예요. 만약, 이능력자가 거부를 하면 중국 정부는 그 가족들이나 소중한 사람들을 빌미로 협박을 시작해요. 여기서 굴복하는 이능력자들도 있겠지만, 가족이 없거나 불복하는 이들도 많지요. 그런 이들은 가족들을 이용한 협박에 넘어간 이능력자들에 의해 강제로 억압당하여 힘으로 굴복시키고 말아요. 제가 알기론 원격 조작 EIEW 리미터를 채워서 원할때 이능력을 없앨 수 있고, 그래도 저항하면 함께 들어간 자폭용 폭탄에 의해 폭사당하죠."
"에……? 뭐 그런 말도 안되는 일이……. 하…하지만 힘이 강한 이능력자들은 어떻게 하고?"
힘의 등급이 높은 이능력자들은 왠만한 방법으론 억류가 불가능하다.
아니, 오히려 억류시키고자 들어가는 인적, 물적 자원이 부담스러울 정도고, 만에 하나라도 방심했다간 강한 반발로 인해 천문학적인 손해를 입고 만다.
"힘이 강한 이능력자들은 당연히 세계 기준보다 더 높게 우대해주죠. 그래야 힘이 약한 이능력자들이 힘을 모아 반란을 일으켜도 제압이 가능하니까요. 한마디로 힘에 의한 피라미드식 계급 구조인 셈이예요."
"그럴수가……."
이능력자라면 당연히 높은 우대를 받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었던 셀리에겐 중국의 현실은 큰 충격이였다.
설마 21세기 시대에 그런 말도 안되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는 조금도 상상하지 못했으니까.
후지미네의 조직이였던 욱일승천도 일단은 제정신인 조직은 아니였지만, 일본을 향한 충성심이 강한 이들로만 자원을 받고 있다보니 부하들에 대한 대우는 이능력자고 비 이능력자고간에 꽤나 높은 수준이였다.
그런데 세계 강대국 수준의 힘을 가진 중국이 그런 짓을 하고 있을줄이야?
후지미네가 설명을 끝내자, 노아가 끝 부분을 이어 받아 입을 열었다.
"그래서 중국에는 정부 공인의 이능력자보다 범죄쪽으로 빠진 이능력자의 숫자가 몇십배는 더 많아. 만약, 범죄쪽으로 빠진 이능력자들이 전부 중국측 소속이였다면 우리가 이렇게 승승장구할 수 없었을걸? 아니, 애초에 괴수 테러라는 작전 자체가 성공이 불가능했지. 한 2~3시간 시간을 벌어도 대성공이라며 자축할 정도?"
인구가 많은만큼 수많은 이능력자들이 존재하는 중국.
그리고, 중국의 이러한 정책으로 범죄쪽으로 빠진 중국의 범죄 조직들은 세계적으로도 큰 위협거리다.
"…어째서 아수라씨가 중국을 향해 저토록 강한 증오를 쏟아내는지 알것도 같네."
저런 국가가 소수 민족들을 힘으로 굴복시키고 식민지처럼 부려먹는다고 생각하니, 단지 중국을 향한 증오심과 복수를 위해 삼태극이라는 악의 조직과 손을 잡는것을 오히려 은혜라고 여기는 소수 민족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알것도 같았다.
어쨌든, 중국이 이능력자들을 어떻게 대우하든지간에 베이징을 향해 북진을 하면서 반드시 점령해야 할 도시의 모습이 요새로 완벽하게 탈바꿈했다는 정보를 얻은 스텔스 정찰기는 다시 전함으로 돌아오기 시작하였고, 지금까지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던 진우가 입을 열었다.
"페리샤. 계획은?"
"전술, 전략학적으로 가장 최선은 무시하면서 우회하는 것입니다. 적의 사정거리를 계산하면 좀 많이 우회할 순 있겠지만, 그래도 정면으로 꼴아박는것보단 낫지요."
"…우리 페리샤는 날로 말투가 험해지는구나."
"한국에 이런 속담이 있잖습니까.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하지만, 주인님과 3개월을 있으면 누구나 이정도는 가능한 일입니다."
페리샤는 싱긋 웃어보이며 대답하였고, 자신은 교양넘치며(?) 전 세계의 신사들이(어떤 종류의?) 우러러봐야 할 매너남(!!)이라고 생각했던 진우는 불만어린 표정으로 손을 휘휘 내저으며 이야기의 흐름을 본론으로 되돌렸다.
"나는 군사학쪽은 영 잼병이지만, 이건 뭣도 모르는 일반인이 봐도 딱 답이 나오는구만. 정면 공격은 힘들다는 것이."
그렇다. 아무리 밀리터리 매니아가 아니더라도, 전술이나 전력쪽에 완벽하게 일자무식이어도 이토록 완벽하게 요새화된 도시에서 시가전을 벌이는건 자살 행위라고 입을 모아 말을 할 것이다.
"예. 하지만, 우리들은 모순되게도 반드시 이 곳을 공격해야만 합니다."
"음."
지금까지 삼태극과 아시아 해방부대는 이동 경로를 바꾸지 않았다.
호남성 지역에서 시작된 북진은 베이징을 향해 똑바로 올라오고 있었으며, 중간에 어떤 장애물이 있어도 그 장애물을 부수면서 전진해왔다.
즉, 전 세계를 향해 적이 아무리 방해를 한다고 해도, 우리들은 어떤 방해나 계략이든지 힘으로 까부수면서 중국의 수도까지 전진할 수 있다는 것을 세계에게 알리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적이 방어를 두텁게 했다고 우회를 한다면?
삼태극의 이러한 의도는 이 한 번의 우회로 완전히 무산되어버리며, 삼태극을 향한 경외심, 두려움, 강력한 힘에 의한 공포가 반감되고 만다.
거기다가 중국 전역에 괴수 테러를 터트려서 대부분의 지역들이 경제, 군사 활동이 대부분 올 스톱 된 상황 아닌가?
이런 상황에서 우회를 한다는 것은 힘과 힘의 충돌을 삼태극쪽에서 두려워한다는 뜻으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중국을 정벌한 이후에 타국이 곧바로 지원을 보낼 수 없게끔 힘에 의한 정복 전쟁으로 중국을 끝장내야만 하는 삼태극으로선, 이 전투는 피할 수 있음에도 피할 수 없는 모순투성이의 전투이기도 하다.
"마스지드. 기록한 화면을 처음부터 다시. 속도는 절반으로."
"예."
예전에는 판타지 세계의 엘프의 모습이였지만, 이제는 새로운 인공 육체에 안착되어 노출도 있는 여성 악마의 몸을 쓰게 된 마스지드는 스텔스 정찰기가 가져온 영상을 되돌려서 도시 지역을 정찰하는 부분부터 시작하였다.
위에서 아래를 내려보는 넓은 시야.
그리고 느리게 진행되는 흐름.
"땅굴에 의한 공격은…안되겠네."
영상을 지켜보고 있던 하린이 땅굴 작전을 말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옥상에 위치한 병사들도 존재하지만, 2~3층이나 1층 건물에서 기관총을 설치한채 도로쪽을 경계하는 병사들의 숫자도 무시 못할 수준이였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파워 슈츠를 착용한 파일럿들도 중무장을 하고 있는데다, 힘이 강한 신체 능력자들은 근접전용 무기 대신에 거대한 중기관총을 들고 다니면서 순찰을 돌고 있다.
땅굴에 의한 습격을 방비하려는 것이다.
이정도 숫자라면 기습에 의한 일시적인 타격은 입히겠지만,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오히려 상황이 반전될 것이다.
물론, 이정도 화력을 버텨낼 수 있는 괴수들도 존재하지만, 그렇지 않은 괴수들이 더 많다는게 문제다.
중국의 군사 전문가들도 삼태극이 모든 장애물을 분쇄하면서 경로를 바꾸지 않으며 북진해오는 이유를 눈치챘기에, 철저하게 요새화된 도시는 미국조차 미사일 폭격밖에 답이 없다며 손을 놓아버릴 정도였다.
"쯧. 이럴줄 알았으면 지대지 미사일들을 이 곳에다가 쏟아부을 걸 그랬습니다."
남궁 신은 적을 초토화시키는데 모두 사용한 지대지 미사일들을 이 곳에다가 쏟아붓는게 더 낫다 생각하였지만, 그 때 거기서 발이 묶였다면 여유가 생긴 적의 방비는 이보다 더 철저했을 것이 분명하다.
그렇게 영상은 천천히 흐르면서 도시의 방어 수준을 확인하였고, 보면 볼수록 진우의 머릿속에는 '답이 없다' 라는 생각이 튀어올라왔다.
자신이 전력으로 덤벼든다고 해도, 중국측도 자신을 제압할 무기나 이능력자들을 대비해두고 있을터.
그들에게 시간을 빼앗긴다면 아군의 피해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뭔가 임팩트 강하게 적을 초토화시켜야 할텐데…….'
아마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여 도시 바깥에서 영상을 중계하고 있을 것이다.
즉, 이곳에서 일어나는 전투는 전 세계가 보고 있다는 뜻.
힘으로 이겨도, 힘겹게 이긴다면 그것이 삼태극의 한계라며 오히려 우회하는 것만 못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
'내 용광검의 힘으로 초토화시켜?'
진우가 가진 용광검의 효과를 다시 한번 설명하자면, 일반인 수준의 힘을 줘도 강철을 두부처럼 잘라낼 수 있고, 최대 6m의 검기를 형성하여 사정거리를 늘릴 수 있는데다가 거리를 무시한 복귀 능력을 지니고 있다.
거기다가 폭뢰탄이라는 수류탄보다 강한 폭발력을 지닌 화염구를 무제한 날릴 수 있지만, 강적과의 싸움에서는 견제 용도로 밖에 쓰이지 않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힘이 약한 다수의 적들에게 효과적인 능력이 있으며, 검날에서는 화염의 기운이 서려있어 적을 베어내는것이 곧 화상 고통까지 주는 강력한 공격력을 지니고 있다.
마지막으로 핵 수준의 파괴력을 지닌 작은 태양을 소환할 수 있는데, 이걸로 일본의 잔존 세력을 단숨에 처리하면서 그 위력을 실감하였다.
진우가 말하는 '용광검의 힘' 은 소형 태양을 소환하는 것이다.
'아냐. 여기서 쓰면 이 힘이 알려지게 되어버려. 이건 가장 강적이라 할 수 있는 미국전에서 이때다 싶을때 사용해야만 해.'
일본의 잔존 세력을 공격할때는 일본 정부의 항복을 받으면서 외국과 연결된 인터넷 망을 끊어버리면서, 누군가가 영상을 확보해도 일본 내에선 그것을 공개할 수단이 없었기에 사용했던 것이다.
즉, 외부와의 연락망을 끊으면 고립되는 섬나라라는 특성 덕분에 사용할 수 있었던 뜻이다.
하지만, 여기서는 사용하면 곧바로 적들에게 알려지게 되어버린다.
그렇게 된다면 중국과의 전투는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을진 몰라도, 미국전에서는 적이 방비책을 내놓던가, 카운터를 날리거나 방어가 가능한 유물을 준비해놓는다던가 무슨 수를 쓸 것이 분명하다.
페리샤도 그렇게 생각했는지, 진우에게 용광검의 힘으로 해결해달라는 말 대신에 계속 영상을 돌리면서 어떻게든 공격할 수 있을만한 구멍이나 건덕지를 찾아보려 하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녀의 표정은 심각해져만 갔다.
현재 전력으로 부딪혔다간 승리는 하겠지만, 삼태극의 설립 이후 최대의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적은 분명히 베이징에도 이에 못지 않은 방비를 해두었을텐데, 여기서 엄청난 피해를 입은 직후에 곧바로 베이징을 공격하는건 힘들었다.
"이제 됐어."
페리샤는 마스지드에게 영상을 더이상 보여주지 않아도 된다는 듯이 손을 휘휘 내저었고, 이내 두 눈을 감으며 무언가를 고민하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십여분간의 고민 끝에, 페리샤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후우……. 하는 수 없군요. 이건 왠만하면 끝까지 최후의 수단으로 남기고 싶었는데."
목소리 자체는 체념어린듯한 목소리였지만, 그녀의 표정은 그다지 어둡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미소를 띄고 있었다.
세계 전체를 향해 다시 한번 충격과 공포로 몰아넣을 수 있다는 쾌감으로 인해.
============================ 작품 후기 ============================
저는 얼마전까지 저 자신이 진짜 형편없고, 글 쓰는 약간의 재주외엔 별볼일 없는 인간이라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악플을 받으면 일단 화가 나긴 하지만, 그 다음엔 의기소침해지면서 시무룩 해지기도 했었죠.
DC 인사이드의 대출 갤러리에 들어가기 전까지는요.
저는 거기서 막장을 보았습니다.
제 소설은 현대 판타지 소설이 아닙니다. 진정한 '판타지' 는 커녕, 현실조차 이겨내지 못했어요.
누군가가 제 소설을 보고 '야, 이런 말도 안되는게 어딨어?' 라고 말한다면 저는 '님이 보지 못했을 뿐이지, 현실은 이보다 더 판타지입니다' 라고 자신있게 대답하면서 대출 갤러리를 소개할 겁니다.
저는 쓸모없는 인간이 아니었어요.
외모도 못생겼고, 몸짱도 아니고, 그냥 하루하루 평범하게 일을 다니면서 게임을 하며 소설을 취미로 쓰는 그저 그런 놈이지만, 그래도 저는 최소한 쓸모없는 인간이 아니였습니다.
나는 아무짝에도 쓸모없어 혹은 나란 존재는 살아갈 필요가 있을까? 라고 생각되신다면 그 곳으로 가보시길 바랍니다.
저처럼 자신은 아직 살아갈 가치가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실테니까요.
하아...진짜...대한민국이 오늘처럼 넓다고 느껴진적은 처음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