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미트 브레이커-524화 (524/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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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장

지구인에게 있어서 존재 자체가 위협적이였던 쿠르트.

전에도 설명했지만, 3층 높이의 거대한 크기와 공룡 얼굴같은게 붙어져 있고, 인간과는 다르게 전투를 위해 태어난것 같은 근육과 질긴 가죽을 지님으로서 적에게 압도적인 위협감을 느끼게 만들어준 쿠르트의 몸은 2분도채 안되어 공포물에나 나올법한 외견으로 바뀌어버렸다.

"끄…끄륵……."

온 몸 여기저기에 살점이 뜯겨져 나가, 인간의 팔뚝보다 몇 배는 더 굵은 뼈가 드러나버린 쿠르트는 금방이라도 죽을것 같은 신음성을 내지르며 온 몸을 부들부들 떨어댔다.

내장이 보일 정도로 살점들이 뜯겨져 나갔음에도 끈질기게 살아있었지만, 누가 툭 건들면 억하며 쓰러질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진우는 무뚝뚝한 표정과 함께 괴로워하는 쿠르트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주…죽여라……."

쿠르트는 더이상 날뛰어봤자 진우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순순히 목을 내놓았지만, 진우는 여전히 무뚝뚝한 표정과 함께 살짝 삐딱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회복해라."

"……?"

"회복해. 재생해. 다시 일어서서 싸워. 나를 향해 죽일듯이 달려들란 말이다."

은은한 열기가 느껴지는 목소리를 내뱉은 진우는, 표정은 무뚝뚝하였지만 눈동자 너머로 이글거리는듯한 분노가 새겨져 있었다.

"크…으윽! 네놈은 전사로서의 명예도, 긍지도 없는거냐!!"

쿠르트도 바보가 아닌 이상 알고 있다.

어직까지도 살아있을 수 있던 이유는 그가 자신에게 고통을 계속해서 안기기 위함임을.

"전사의 명예? 긍지? 그딴걸 아는 새끼가 노예니 뭐니 지껄여?"

"승자가 전리품을 가져간다! 패배한자는 모든것을 빼앗긴다! 이건 전사의 명예와 긍지를 따지기 이전의 문제다!"

쿠르트는 어차피 죽을거, 최소한 굴복하지는 않겠다고 생각하면서 바락바락 소리쳤지만, 그의 그런 모습이 오히려 진우의 분노를 부추키고 있었다.

"잘 알고 있네. 패자는 모든것을 빼앗긴다. 그 말대로 네 놈은 지금 '편히 죽을 권리' 를 빼앗긴 상황이다. 네 놈이 제발 살…아니, 죽여달라고 엉엉 울부짖을때까지 해체하고 또 해체해주겠다."

"빌어먹을 놈……!"

"어차피 뒈질텐데 더 심한욕도 즐겁게 받아주지. 원래라면 우리 부모님 욕을 한 새끼는 죽지도 살지도 못하게 만들어주지만, 네 놈만큼은 예외로 해주지. 자, 속이 후련해질때까지 하고 싶은 욕 실컷 해두라고."

상대방의 마음을 꺽으려면 상대방의 전의를 지속적으로 깍아내야만 한다.

그렇기에 진우는 쿠르트를 도발하여 마지막 전의를 끌어올림으로서, 다시 한번 고통을 주어 울부짖게 만들려고 작정한 것이다.

"자, 빨리 욕을 하면서 지랄하라니까? 그래야 네 놈의 몸을 해체하면서 '엉엉~ 여제님 저 아파요~ 살려주떼욤~' 라면서 징징거리게 만들어줄거 아냐?"

"크르륵……!"

쿠르트는 미개한 행성의 인간 따위에게 이런 조롱을 당한다는 것에 분노하였지만, 이미 살아남을 수 있다는 희망이 사라진 그는 제국의 전사로서 최소한의 명예를 지키고자 결정하였다.

"네 놈은…내 제의를 거절한 것을 후회할 것이다……!"

푸욱!

"크헉……!"

그리고선 인간을 기준으로 명치 부근을 자신의 손으로 가격하여 꿰뚫은 쿠르트는, 녹색의 피를 토해내며 힘없이 쓰러졌다.

자결한 것이다.

"흥. 겨우 이정도로 자결이나 하다니. 제국놈들도 별거 아니군."

단 0.001%만이라도 살아남을 기회가 있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발버둥치고 발버둥친다.

모든것을 포기한 순간, 그 순간부터 살아남을 수 있는 확률은 완전한 0%가 되어버리니까.

살아남을 수 있다면 뭐든지 붙잡아 발버둥치는 진우의 가치관으로선 잘 이해가 되지 않는 쿠르트의 자결이였지만, 분명한 것은 외계인의 시체를 손에 넣었다는 것이다.

"승자는 패자의 모든것을 가진다. 그 말 그대로 네 놈의 몸을 마음껏 사용해주마."

일단 해부해봐야 알겠지만 쓸만한 것이 나올 수 있고, 그냥 단백질 덩어리에 불과할 수 있겠지만 뼈는 꽤 튼튼하니까 잘 가공하면 나름 쓸만한 물건이 나올지도 모른다.

"진우씨!"

"진우씨!"

그 때,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여 멀찍이서 진우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이실리아와 아키가 기쁨과 슬픔, 환희, 두려움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진 울것만같은 목소리와 함께 나타났다.

와락!

두 여인은 진우의 품 안으로 안겨들어왔고, 진우는 그녀들을 받아주듯이 품 안쪽으로 그녀들의 머리를 끌어안아주었다.

"죄송해요…죄송해요……. 저희들이…저희들이 약해서……."

"몸은 괜찮나요? 아픈데는 없으신가요?"

이실리아는 자신들의 힘이 약해서 그에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 너무나 한스러웠는지 눈물을 흘리며 더더욱 품 안 쪽으로 파고들어갔고, 아키는 토끼처럼 빨개진 눈동자로 그의 몸을 더듬으며 어디 아픈곳이 있는지 필사적으로 찾고 있었다.

"나는 괜찮아. 그것보다 두 사람 모두 여기저기 얻어맞았는데 내상같은거 입지 않았어?"

평소의 가벼운 말투와 목소리는 내던지고, 진중한 분위기와 말투를 사용한 진우는 답지 않게 오히려 자신의 노예들을 살펴주었다..

아마 이 모습을 녹화해서 그랜드 아크나 이벨같은 이들에게 보여준다면 내일부터 해가 서쪽에서 뜬다고 해도 믿을 수 있으리라.

"저희들보다 진우씨의 몸이 더 걱정이예요. 몸이 반으로 갈라지셨잖아요."

아키의 말대로다.

아무리 재생했다지만, 상체가 반으로 쩍 갈라졌었는데 아무런 고통이 없을리 없잖은가.

하지만, '실은 게임 시스템 덕분에 일정 이상의 고통은 정신 건강을 위해서 차단되니까 걱정마' 라고 말할 수 없는 진우는 두 여성의 어깨를 토닥여주며 작게 미소를 보여주었다.

"내 평소 성격 알잖아? 진짜 아프면 아프다고 지랄발광을 했겠지."

"흑…흐흑…흐아아아앙……."

"끅…끄읍…으읍……."

이실리아는 진우의 가슴쪽으로 얼굴을 파묻으면서 대성통곡을 하였고, 아키는 어떻게든 울음을 참아내고는 있었지만 눈물이 조금씩 강하게 터져나가고 있었다.

그렇게 두 아내의 어깨와 등을 토닥여주면서 자상하게 쓰다듬어준 진우는, 뭔가 생각났는지 그 난전중에서도 멀쩡하게 살아남은 신호기를 통해 페리샤에게 통신을 하였다.

"어이, 페리샤."

-주…주인님……."

"…너도 울었냐?"

-그치만…그치마안……. 흐흑…….-

처음부터 진우와 쿠르트의 대결을 지켜보고 있었던 페리샤는, 진우가 반으로 잘려나갈때 비명을 내지르면서 완전히 패닉 상태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남궁 신은 그녀의 지시를 받고 중국의 수뇌부들이 숨어있는 벙커로 공격해들어갔고, 아수라는 정무맹의 주 전력이 모여있는 곳으로 진입하면서 쉬이 빠져나올 수 없는 상태이며, 다른 젊은 노예들도 각자 격전지를 돌아다니면서 갑작스럽게 나타난 외계인에 의해 흐름이 끊기지 않아야 한다는 페리샤의 지시에 의해 여러곳에서 활약중이였다.

당장 도움이 될만한 사람은 남궁 신으로, 중국의 수뇌부들이 마치 베이징을 포기하듯이 모습을 감춘것에는 중대한 이유가 있다고 판단한 페리샤의 지시를 받은 상태였지만, 언제든지 텔레포트 마법을 통해 전선 여기저기를 이동할 수 있었다.

문제는 페리샤의 명석한 두뇌가 진우의 죽음(몸이 반으로 갈라졌으니 그렇게 착각했다)으로 인해, 평소라면 생각했을 그런 생각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머리가 완전히 새하얘지면서 대응이 늦었다는 것이다.

진우가 다시 되살아나긴 했지만, 그 충격으로 인해 안도의 눈물을 흘리게 된 그녀는 아직도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였다.

'나를 향한 마음이 워낙 강해서 그런지, 다들 충격이 장난 아니구만.'

그를 향한 충성심, 복종심, 사랑이 강하면 강할수록, 영향이 크게 미치는 노예들로선 어쩔 수 없는 문제였지만, 진우는 일단 목소리를 착 가라앉히면서 진중하게 물어보았다.

"나는 괜찮다. 그보다 지금 현 상황에 대해 알려줘. 망할 외계인놈 때문에 전황을 못 읽은 상태다."

-예…예……. (훌쩍) 혀…현재 남궁 신은…중국의 수뇌부를 찾고자 흔적을…(히끅)찾고 있습니다…….-

중간에 훌쩍거리거나 히끅히끅 소리를 내는게 좀 거슬리긴 하지만, 한번 울음이 터지면 완전히 진정될때까지 히끅 거리니까 이는 어쩔 수 없는 문제였다.

"중국의 수뇌부들을?"

-수뇌부들은…베이징 밖으로 나갔다면…(히끅)반드시 첩보에 걸렸겠지만…(훌쩍)기이하게도 수뇌부들은 베이징 안에서 사라졌습니다…….-

이제 좀 진정이 되는지 말이 끊기는게 좀 줄여졌다.

"계속해."

페리샤는 계속 훌쩍거림과 히끅거림을 반복하면서, 중국의 수뇌부가 해외라던가 다른 지역으로 도망치지 않고 베이징 안에서 사라진것에 의문을 품었음을 설명하였다.

만약, 해외로 도피할때를 대비하여 여기저기 감시의 눈을 깔아놨는데도 그림자 하나 걸리지 않았다는 것은 분명히 아직 베이징 안에 있다는 뜻이다.

베이징 안에서 사라졌다면 수뇌부들만이 아는 비밀 벙커가 있을것이다.

그런데 왜 위험한 베이징의 벙커로 숨어들 생각을 했을까?

등잔밑이 어둡다는 속담을 인용한것처럼 설마 여기에 있겠어? 라고 생각하게끔 만들기 위해서?

자신들의 목숨이 걸려있는데 너무 안일한 판단이 아닐까?

그렇게 계속 생각하고 생각한 페리샤는 한가지 결론에 다다랐다.

'베이징 안에 중요한 뭔가가 자리잡고 있다.'

목숨이 걸려있는데도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베이징의 지하 벙커로 숨어들어갔다면, 그 벙커에 목숨보다 중요한 무언가가 있다는 뜻.

그렇기에 이쪽의 최대 전력이라 할 수 있는 남궁 신에게 지하 벙커를 찾기 위한 탐색 명령을 내렸다.

"…확실히 그건 심상치 않군. 신, 그 녀석에게 좀 더 빨리 수색하라고 전해."

-예. 그리고…시간이 지날수록 전장이 고착화되어가고 있습니다. 정무맹을 중심으로 중국군이 방어에 집중하면서 처음같은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수라는 자신이 직접 정무맹의 심장부를 공격하여 대사부들을 처리하겠다며 단신으로 나섰고, 다른 간부 클래스들은 고착화된 지역을 뚫고자 동분서주 중입니다.-

평소의 진중한 목소리와 달리 좀 뜨긴 했지만, 울음을 터트린것에 대해 완전히 진정되었는지 끊김없이 입을 열었다.

"아수라, 그 영감이 나름 강한 축에 들어가는건 알고 있지만, 혼자서는 좀 힘들텐데……. 알겠다. 그 밖에 특이 사항은?"

-이제 없…아, 방금 들어왔습니다. 아무래도 칼리 제국의 외계인들은 중국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공격을 가하고 있습니다.-

"흐음……."

'그렇군. 이걸로 지구는 외계인들이 존재하며, 명백하게 적대적인 존재임을 알게 될 것이다. 이벨도 더이상 입을 다물지 않겠지.'

이제 칼리 제국의 존재가 드러나면서 갖가지 혼란이 일어날 것이라 예상한 진우는, 생각은 나중에 하기로 결정하면서 일단은 현 상황에 집중하였다.

"외계인의 대한 문제는 나중에 처리하지. 지금은 중국건에 집중하자."

-예…….-

그 때, 페리샤의 목소리가 다시 젖어들기 시작했다.

-주인님…무사하셔서…정말로 감사합니다…….-

무사해서 다행이 아니라 감사하다.

이미 진우의 존재는 페리샤에게 있어서도 삶의 전부나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그래, 고맙다. 다른 애들한테는 말하지 마. 전시 상황중에 정신력이 흐트러지면 문제가 생기니까."

-예……. 그리고 두 분도 잘 보살펴주시기 바랍니다. 그럼…….-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선 통신을 끊었고, 진우는 페리샤가 말한 '두 분' 의 머리를 부드럽게 쓸어내렸다.

"이제 진정들 됐어?"

"예……."

"네……."

이실리아와 아키는 진우의 뜨거운 품 안에서 간신히 안정을 되찾게 되었지만, 그녀들은 토끼같은 눈동자로 진우를 향해 올려보았다.

그 모습이 너무나 귀여워서, 순간적으로 그녀들이 40대 중후반의 유부녀라는 것을 깜빡할 정도였다.

"두 사람은 이만 지하드로 돌아가서 쉬고 있어. 나는 아수라를 지원하러 갈테니까."

"예? 하, 하지만……!"

"싫어요! 진우씨랑 같이 있고 싶단 말예요!"

이실리아와 아키는 방금전의 충격으로 인해 진우와 조금이라도 떨어지기를 거부하였다.

"부탁이예요…진우씨……. 제발…제발 당신과 함께 있도록 허락해주세요……. 당신이 없으면 저는……."

이실리아는 결국 말을 끝마치지 못하면서, 충격으로 인한 후폭풍으로 인해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저도 부탁드릴께요! 진우씨의 힘에 비하면 별거 아니라는건 알아요! 다 늙은 아줌마들이 주책이라는것도 알아요! 하지만…제발 이번만큼은 함께 있어주세요……."

아키 또한 사정하면서 함께 있기를 애원하였고, 그런 그녀들의 모습에 진우는 나지막히 한 숨을 내쉬었다.

"좋아. 대신에 어디 아프면 참지 말고 바로바로 말하기."

"예!"

"네! 그럴게요!"

마치 물가에 내놓은 아이들처럼 걱정하는 진우와, 그런 그의 걱정에도 불구하고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에 기뻐하는 두 여성.

이쯤되면 어느쪽이 연하인지 헷깔릴 정도다.

이실리아와 아키는 마치 세상을 다 가진듯한 미소로 기뻐하였고, 진우는 그런 그녀들과 함께 아수라의 지원을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칼리 제국의 외계인이라는 예상치 못한 장애물을 뛰어넘었지만, 아직 중국과의 전쟁은 끝나지 않았으니까.

============================ 작품 후기 ============================

...주말과 어제까지 미친듯이 위쳐3만 즐겼습니다.

조작감은 좀 많이 답답하고, 버그들도 많고, 생각했던것보다 문제점이 많긴 하지만 시스템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괜찮더라고요.

진짜 간만에 정줄놓고 즐긴 게임이였습니다 ㅎㄷㄷ...

간신히 정신 차리고 소설 한 편 끄적였으니 다시 위쳐3의 바다로 향하겠습니다. 다들 즐거운 하루들 되세요 ㅇㅁㅇ/

PS : 100편에 한 번 있을까 말까한 자상하면서도 진지한 성격의 진우.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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