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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장
"핫!"
하얀색 헤드기어를 착용한 가벼운 복장의 여성은 낭랑한 기합성과 함께 무언가를 퍼올리는듯한 손모양으로 팔을 힘껏 들어올리자, 전투의 영향으로 부서진 콘크리트나 시멘트 파편들이 부웅 떠올라 세뇌당한 이능력자들을 향해 날아들었다.
투파파파팍!
나름대로 경험이 있는 이능력자라면 간단하게 회피하거나 방어하면서 대응했겠지만, 넋이 나간 표정의 이능력자들은 몸으로 파편들을 몸으로 받아냈다.
우득- 파각-
"!?"
단지 적에게 빈틈을 만들려는 의도의 견제성 공격이였는데, 그것을 모조리 몸으로 받아내는 세뇌당한 이능력자들의 모습에 오히려 공격을 날린 여성쪽이 깜짝 놀랄 정도였다.
힘이 약한 몇 명은 팔다리가 부러지거나 안면이 뭉개지는등, 제 3자가 봐도 오한이 느껴질 정도의 부상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세뇌당한 이능력자들은 조금도 물러서지 않은채로 헤드기어를 착용한 이능력자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산개하라!"
콰앙!
리더로 보이는 거친 인상의 남성이 견제성 공격을 맞아가면서 다가오는 적의 모습에 산개 명령을 내렸고, 그와 동시에 헤드기어를 착용하고 있던 이들이 밀집해 있던 장소로 거대한 이능력의 충격이 덮쳐졌다.
'제길! 안쪽으로 들어가기가 힘들어! 이럴줄 알았으면 헤드기어를 더 많이 양산해달라고 부탁했을텐데!'
이벨은 칼리 제국의 이능력자 중에서 마인드 컨트롤이 장기인 외계인들도 많이 있기에, 이에 대한 저항을 위하여 세뇌를 막을 수 있는 특별한 헤드기어를 생산하게 되었다.
하지만, 보기와는 달리 꽤 돈이 많이 들어가는 물건인지라, 예산 문제로 너무 많은 물량이 만들어지지 않았다.
칼리 제국에 대한 정보를 모르는 거친 인상의 남성은 다른 펜타곤의 동료들처럼 '그냥 한 두개 있으면 됐지, 많이 필요한 이유는 없잖아?' 라고 생각했었기에, 타임머신만 개발된다면 당장 과거로 날아가 이딴 생각을 했었던 자기 자신을 후려치고 싶은 심정이였다.
펜타곤 뉴욕 지부에 있었던 헤드 기어는 총 다섯.
적이 가공할 세뇌 능력을 지닌 외계인이라는 정보를 확인한 그들은 다섯명의 정예만을 선출하여 헤드기어를 착용한채로 싸우게 되었지만, 아무리 뉴욕 지부의 최고 정예라 해도 부상을 사리지 않는 세뇌당한 이능력자들의 무식한 공격은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의 그것이 아니였다.
"크으……! 진짜 죽일수도 없고……!"
젊은 백인 남성이 나지막히 중얼거린것처럼, 여기에 있는 대부분의 세뇌당한 이능력자들은 과반수 이상이 히어로들이였다.
빌런들은 사태가 이상해지는 것을 눈치채면서 은신처로 숨었지만, 히어로들은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몰려들다보니 9 대 1 비율로 압도적인 숫자를 자랑하고 있었다.
차라리 빌런들만 우르르 몰려있으면 그냥 죽여가면서 숫자를 줄였겠지만, 펜타곤 소속은 아니여도 뉴욕에서 히어로 활동을 하던 이들이기에 펜타곤의 정예 멤버들은 강하게 들어가질 못하였다.
그런 그들의 딜레마를 알고 있는건지, 히어로들을 세뇌시킨 칼리 제국의 외계인은 자신이 세뇌시킨 이능력자들에게 단순 무식한 전술로 체력을 앗아갔다.
일반적으로 마인드 컨트롤 능력자는 두 종류로 나뉜다.
하나는 현실을 왜곡시켜 방금전까지만 해도 같이 싸우던 아군을 적으로 인식시키는 방법과, 이지를 빼앗아 세뇌 능력자의 명령대로 따르게 만드는 방식.
둘 다 모두 장단점이 있는데, 전자는 세뇌당한 당사자가 가진 특수한 기술이나 지금까지 쌓아올린 경험을 100% 활용할 수 있지만 왜곡된 현실을 자각하면 세뇌가 깨진다는 것이고, 후자는 이지를 상실하고 있기에 부상을 당해도 전투 불능 상태에 빠지지 않지만, 직접 조종해야 하기 때문에 많은 숫자를 감당할 수 없는데다 세뇌한 이능력자가 가진 경험치를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칼리 제국의 외계인은 후자에 속하며, 세뇌한 이능력자들이 지닌 특수한 이능력을 100% 활용할 수 없다는 단점은 고스란히 떠안고 있지만, 많은 수의 이능력자들을 세뇌할 수 없다는 단점을 무시함으로서 숫적 우위로 커버하고 있었다.
부웅! 콰가각!
신체 강화자들은 마구잡이로 팔다리를 휘둘러가며 펜타곤의 이능력자들을 공격하였고, 펜타곤측에서도 반격을 간간히 가하면서 그 여파로 건물과 도로가 파괴되어갔다.
"엇? 헬 게이트다!"
"뭣!?"
헬 게이트.
현재 뉴욕에서 가장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는 인물.
지금까지 격을 달리한 파워 슈츠를 기반으로 한 수수께끼의 인물로, 하나같이 고성능의 무장과 능력을 지니고 있어서 삼태극을 제외하면 가장 진보된 파워 슈츠, 무인형 로봇 기술을 보유한 집단인 리버와 정부에서도 관심을 드러낼 정도다.
하지만, 뜨겁게 달아오르는 진짜 이유는 빌런과 히어로 모두 동일하게 공격한다는 것이다.
빌런들이 범죄를 저지르거나, 빌런과 히어로들이 전투를 치룰때 나타나는 헬 게이트는 빌런들을 가차없이 죽이고, 히어로들에겐 마치 괴롭히듯이 고통을 가함으로서 빌런인지, 히어로인지 갈피를 잡기 어려운 화제의 인물이였다.
그래도 빌런은 죽이고 히어로는 절대 죽이지 않는다는점에서 히어로에 가깝긴 하지만, 문제는 그의 공격을 받은 히어로들은 정신적으로 재기불능 상태에 빠지면서 이능력을 사용할 수 없거나 사용하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어쨌든, 그 헬 게이트가 공중에서 날아오자, 펜타곤의 이능력자들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헬 게이트마저 칼리 제국의 외계인에게 세뇌당한 상태라면 정말로 큰 문제였기 때문이다.
푸슈웃--!
공중에서 날아오던 헬 게이트는 몸 여기저기가 열리면서 소형 미사일들이 하얀 꼬리를 형성시키며 지상을 향해 쏟아졌고, 펜타곤의 이능력자들은 몸을 움찔거리며 회피자세를 취하였으나,
콰콰쾅!!
미사일들은 칼리 제국의 외계인을 향해 집중적으로 쏟아져 폭격이 가해졌다.
하지만, 외계인 근처에 있던 염동력자가 염동 결계를 펼쳐서 미사일을 막아냈고, 연기속에서 코스프레같은 복장의 히어로 한 명이 빠른 속도로 쏘아져 올라왔다.
펜타곤의 이능력자들을 상대할때처럼 자신의 안전을 도외시한 막무가내식 공격처럼 주먹을 휘둘렀지만,
콰아아--!
날카로운 공성추 부분의 반대쪽에서 제트 엔진같은 불꽃이 토해진 헬 게이트의 해머가 빠른 속도로 세뇌당한 이능력자의 머리를 찍어내렸다.
…
우직!
머리가 으스러지면서 피와 뇌수가 튀어나가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꺄악!"
"으악!"
"무…무슨 짓을 하는거야, 저 새끼!!"
펜타곤의 이능력자들은 뉴욕에서 제법 알아주던 A랭크의 히어로를 단숨에 격살한 헬 게이트의 모습에 비명을 내질렀지만, 헬 게이트는 그런 그들의 비명을 무시하며 칼리 제국의 외계인을 향해 강하하였다.
타다닥!
몸이 단단한 이능력자들이 자신들을 세뇌시킨 외계인을 보호하기 위해 인간 방패를 쌓았지만, 헬 게이트는 잔뜩 흠집이 난 방패를 그들을 향해 겨누었다.
철컹! 투콰콰콰쾅!
방패의 전면부가 슬라이더 형식으로 거칠게 내려지자, 그 안에 있던 작은 구슬들이 터져나가며 인간 방패가 된 이능력자들의 몸을 가격하였다.
퍼퍼퍼퍼퍼퍽--
사람의 살이 터져나가는듯한 소리가 울려퍼졌고, 잠시 후에 크레모어에 의해 만신창이가 된 이능력자들이 힘없이 나동그라졌다.
왠만한 현대 병기론 신체 강화자들에게 상처를 입히기 어려운데, 이정도 피해를 준다는 것은 헬 게이트의 무기 하나하나가 상상을 초월한다는 뜻이였다.
타타타타타타---!
매그너스는 헬 게이트의 오른쪽 팔에 위치한 게틀링 건으로 칼리 제국의 외계인을 집중적으로 사격하였다.
우우웅-
칼리 제국의 외계인은 다시 한번 자신이 세뇌시킨 염동력자들로 하여금 염동 결계를 펼쳐서 방어에 나섰고, 헬 게이트의 총탄은 그 방어망을 뚫지 못하였다.
후웅! 쒜엑!
게다가 다른 이능력자들은 지상에서 벽돌을 집어던진다던가, 텔레포트하여 옆이나 뒤에서 공격을 가한다던가, 염동력자들의 힘이 짓눌러지면서 더이상 칼리 제국의 외계인에게 접근하기 어려워진 매그너스는 거리를 벌리며 지상에 착륙할 수 밖에 없었다.
"헬 게이트! 저들은 단지 세뇌당한거다! 적이 아냐!"
헬 게이트는 세뇌당한게 아님을 확신한 거친 인상의 남자가 그를 향해 소리쳤지만, 헬 게이트 안에 탑승한 매그너스는 음성 변조된 기계음으로 분노를 토해냈다.
-알고 있다!-
"그러니까……."
-공격하지 말라? 너희들은 머저리들이냐! 지금 어느게 중요한건지 보이지도 않느냔 말이다!-
"뭣?"
매그너스의 분노어린 목소리에, 펜타곤의 이능력자중 젊은 남자쪽이 발끈해 하면서 반박하였다.
"우리들이라고 지금 상황을 모르는거 같아!? 하지만 이들은 죄가 없는 사람들이라고!"
-그래서 눈 앞의 수십명 때문에 뉴욕 시민 수천명이 죽어나가는걸 무시하겠다는 거냐! 저 빌어먹을 괴물 놈이 계속해서 존재하면 피해는 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고!-
매그너스는 적에게 세뇌당한 히어로들을 처리하면서 괴물을 죽이길 원하였지만, 펜타곤의 히어로들은 세뇌당한 이들을 최대한 안전하게 기절시키고 싶었다.
"그 수십명이 사라지면 이 뉴욕의 치안은 어떻게 되는지 알아!? 저 괴물을 죽여도 빌런들이 그 공백을 내버려둘것 같냔 말이다!"
이대로 눈 앞의 히어로들이 모두 죽어버린다면 뉴욕은 빌런들만 남게 되는 도시가 되어버릴테고, 그 여파는 상상을 초월하다고 판단한 펜타곤측의 주장도 어느정도 타당하였다.
-개소리 지껄이지마! 뉴욕에 아무것도 남지 않으면 히어로고 빌런이고 그딴게 무슨 소용인데!!-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외계인의 세뇌 전파로 인해 자살하는 이들의 숫자도 늘어나고 있다.
지금은 펜타곤의 이능력자들 덕분에 발이 묶인 상태였지만, 외계인이 더 많은 이능력자들을 세뇌하여 전력화한다면 오히려 발이 묶이는건 펜타곤쪽이 되어버릴테고, 그동안 뉴욕의 시민들이 더더욱 많이 죽어나가게 될 것이다.
그렇게 서로의 가치관이 대립하며 언쟁을 벌이는 모습이 재밌는지, 외계인은 공격하지 않으면서 흥미로운 눈빛으로 그들을 지켜보았다.
"적을 눈 앞에 두고서 대립이나 하다니. 역시 미개한 행성의 인간들 답구나."
"말했어?"
-말했다?-
매그너스와 언쟁을 펼치던 젊은 펜타곤의 이능력자는 마치 가래가 낀 노인같은 외계인의 음성에 깜짝 놀랐다.
"그냥 간단히 놀아봤을뿐인데 세뇌에 대한 아무런 방책조차 없어서 이렇게나 많이 죽어나가는 모습에 오히려 내쪽이 더 놀라버렸지. 민간 세뇌 대책조차 없는 이런 미개한 행성 때문에 여제께서 직접 움직이시는게 너무나 치욕스럽도다."
-…뭣……?-
매그너스는 '여제' 라는 키워드에도 궁금증이 생겼지만, 이정도 참극을 단지 '간단히 놀아봤다' 라고 치부한 외계인의 모습에 분노가 일어났다.
-수천명이 죽었다……. 아무런 죄도 없이 평범하게 살아가던 수천명의 시민들이 네놈 때문에 죽었다고! 그런데…그런데 그게 겨우 놀이라는 말이냐!?-
"당연하다. 너희 지구인들은 기본적으로 너무나 허약한 종족들이야. 신체적으로 강건하지도 못하고, 하늘을 날아다닌다던가 불을 토해낸다거나 하는 힘도 없다. 그렇다고 그 연약할 힘을 커버할 뛰어난 과학 기술이 있냐면 그것도 아니다. 재능에 의해 얻게 된 이능력을 제외하면 우주의 수많은 종족 중에서 최하위의 종족이 너희 지구인들이다."
외계인은 아무런 죄책감도, 살인의 흥분도 느껴지지 않는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리고 어차피 제국의 노예가 될 종족들인데 내가 조금 놀았다고 해서 크게 문제 될 일도 없지 않은가?"
-크아아아아!-
차라리 살인의 흥분을 느꼈다면 쾌락에 미친 살인마라고 생각했겠지만, 외계인은 '어차피 노예가 될 종족이니 조금 놀았는데 그게 뭐 어때서?' 라며 오히려 따지듯이 되물어왔다.
그 모습에 분노가 이성을 잠식한 매그너스는 미친듯한 괴성을 내지르며 외계인을 향해 달려들었다.
"헬 게이트! 너무 가까이 다가가지 마라! 놈의 세뇌는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강해져!"
펜타곤 측에서 그를 향해 경고하였지만, 분노로 반쯤 제정신이 아닌 매그너스는 자신을 가로막는 이능력자들을 제치며 외계인을 향해 달려들었다.
-죽인다! 네 놈은 반드시 내 손으로 찢어버리겠다고!!-
"안돼! 함정이야! 돌아와!"
분노에 잠식된 매그너스는 헬 게이트의 괴력으로 적의 저항을 분쇄하고 있다고 판단하였지만, 제 3자의 눈으로 볼 수 있었던 펜타곤의 요원들은 세뇌당한 이능력자들이 거의 반쯤 길을 내주듯이 일부러 밀려나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클클클. 빨리 이쪽으로 오거라.'
칼리 제국의 외계인은 매그너스가 지닌 헬 게이트의 힘이 꽤 뛰어나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 탑승자를 세뇌시켜서 전력으로 사용할 준비를 마쳤다.
'꽤나 정신력이 강해보이긴 하지만, 이정도 거리에서 나의 전력을 쏟아붓는다면 하등 생물 하나 세뇌시키는건 일도 아니지.'
자신의 세뇌 전파를 거부하던 존재가 매그너스임을 알고 있었지만, 힘을 넓게 퍼트린것과 하나로 집중시키는 것의 위력은 수준 자체가 다르다.
거기다가 지구인같은 하등 생물 따위가 자신의 세뇌를 이겨낼 수 있을리가 없다며 100% 확신하고 있었던 외계인은, 헬 게이트를 기준으로 3~4 걸음이면 도달할 위치까지 이르자 모든 힘을 끌어모아 세뇌를 시작하였다.
지이이잉--
-큭!?-
매그너스는 갑자기 이명음이 들려오더니, 온 몸의 힘이 빠지면서 제대로 서는것이 불명해지게 되었다.
쿠웅!
힘없이 무릎을 꿇어버린 헬 게이트의 모습에, 펜타곤의 요원들은 헬 게이트마저 적의 손에 넘어가면 안된다고 판단하였지만,
"끄윽! 제기랄! 안쪽으로 들어갈 수 없어!"
"헬 게이트! 정신차리라고! 헬 게이트!!"
외계인의 세뇌에 걸려든 이능력자들이 우르르 몰려들어 펜타곤의 요원들을 공격하면서, 그들은 헬 게이트를 구원하기 보단 자신들의 목숨부터 걱정해야 할 정도로 상황이 급박해졌다.
'뭐…야…이건……. 머…리가…멍해…져…….'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고,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다.
마치 무언가가 자신의 머리를 지우개로 지워나가듯이, 머리속 자체가 텅 비워지기 시작한다.
"호오, 생각보다 뛰어난 기계 병기로다. 지구인의 물건치곤 꽤나 상등품이구나."
외계인은 세뇌를 하면서 잡담을 나눌 정도로 여유가 있었지만, 매그너스는 외계인의 대사가 귀에 들려오는데도 불구하고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았다.
온 몸의 신경이 가닥가닥 끊긴것처럼 힘이 들어가지 않고, 뇌에 장애가 생긴것 마냥 어떤 희노애락을 느낄 수 없었다.
헬 게이트 안에 있어서 그렇지, 만약 얼굴이 드러나 있었다면 힘이 탁 풀린듯한 표정과 함께 침을 질질 흘리며 혀를 내미는 꼴불견스런 모습이 드러났으리라.
'눈이…깜…깜해…진다……. 나…왜…여기에…있는거…지……?'
10등급의 마인드 컨트롤 능력.
일반인은 버티는건 고사하고, 뛰어난 이능력자들도 단숨에 세뇌하여 충실한 종복으로 만들어버릴 정도의 힘.
그런 힘을 매그너스라는 일반인이 여기까지 버텼다는 것 자체가 충분히 기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참고로 진우는 그의 생체 나노 슈츠에 정신력 강화를 넣어서 매그너스가 세뇌당하지 않게끔 할 수 있었겠지만, 그는 매그너스의 정신력을 믿고 세뇌 관련 대책을 아예 해놓지 않았기 때문에, 10등급의 세뇌 능력을 그 혼자서 감당해야만 한 상황이였다.
'졸려…이제…피…곤하니까…잘…래…….'
눈을 감으면 모든게 편해진다는 달콤한 욕구가 매그너스의 머리와 마음을 점령하였다.
그의 눈은 조금씩 스르륵 감기기 시작하였고, 완전히 눈이 닫히는 순간부터 외계인의 충실한 수족이 될 것이다.
"음? 그런데 안의 인간 녀석은 아무런 이능력이 없잖아? 오히려 입고 있는 물건쪽이 더 탐이 날 정도로군. 이능력도 없는 이딴 쓰레기는 그냥 폐기하는게 더 낫겠구나."
'!!'
외계인은 세뇌와 동시에 상대방의 잠재 능력을 알아낼 수 있는데, 그가 확인한 매그너스의 잠재 능력은 완전한 제로였다.
그 어떤 이능력도 없고, 재능조차 없는 완벽한 일반인.
하지만, 이능력도 없다는 이유로 쓰레기라는 소리를 듣게 된 매그너스의 눈이 번쩍 하면서 뜨였다.
'쓰레기? 폐기? 내가? 어째서? 이능력이 없다고? 겨우 그거 하나 때문에 쓰레기라는 소리를 들으면서 폐기되어야 한단 말인가?'
"윽? 이 녀석…갑자기 왜 저항이……!"
외계인은 갑자기 강해지는 매그너스의 저항에 당황하면서 다시 한번 세뇌에 집중하기 시작하였다.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하등 생물 따위가 감히!"
자신이 우습게 내려보던 하등 생물이 강하게 저항하자, 자신의 세뇌가 통하지 않았다는 부분에서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외계인은 성난듯이 얼굴에 달린 촉수를 왕성하게 움직여나갔다.
"이능력도 없는 주제에 감히 내게 저항하다니! 당장 네 발로 기어라! 그게 너같은 노예에게 걸맞는 자세다!"
-…지…마라…….-
"윽!?"
순간, 매그너스의 저항이 더더욱 강해짐을 느낀 외계인은 명백하게 당황하기 시작했다.
-…지…말라고…….-
변조된 기계음 너머로 뭔가 중얼거리기 시작한 매그너스였지만, 그 목소리가 너무 작아서 제대로 알아듣기 어려울 정도였다.
"마…말도 안 돼……! 모…모두 당장 이 놈을 공격……!"
덥썩!
순간, 무릎을 꿇고 있던 헬 게이트가 단숨에 튀어올라 외계인의 기다란 머리통을 붙잡았다.
"끄…끄아악!?"
기다란 머리통이 우왁스럽게 붙잡힌 외계인은 자신도 모르게 비명을 내질렀고, 그와 동시에 매그너스의 포효가 터져나왔다.
-웃기지 마라!!-
와지직!
그와 동시에 헬 게이트의 주먹이 외계인의 몸체를 가격하였고, 벌레 껍질이 으스러지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케…케헥……! 어…어째서…내 세뇌가……!"
걸쭉한 갈색의 피를 토해낸 외계인은 자신의 세뇌가 하등 생물따위에게 막혔다는 충격이 고통보다 더 컸는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비명을 토해냈다.
-이능력이 없으면 쓰레기인거냐!? 이능력도 없으면 세뇌에 저항해선 안되는 거냐!? 이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노예 취급을 받아야 하냔 말이다아!!-
콰직! 와드득! 꾸직!
"께에엑! 끼아아악!"
헬 게이트는 외계인의 몸을 무차별하게 찢어발기기 시작하였고, 몸 전체를 가린 옷 너머로 깡마른듯한 체격과 사지가 뜯겨져 나가면서 짙은 갈색의 피가 줄줄 흘러나오고 있었다.
매그너스는 헬 게이트의 얼굴 부분을 외계인의 안면에다가 박치기를 하듯이 부딪히고, 그를 향해 협박하는듯한 어투로 입을 열었다.
-인간의 정신력을. 지구인의 정신력을 우습게 보지 마라. 외계인.-
퍼석-
그와 동시에 기다란 머리통을 붙잡은 헬 게이트가 악력을 가하자, 머리통이 터지면서 뇌수라고 추정되는 흰색의 액체가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털썩- 털썩-
세뇌한 외계인이 머리가 파괴되면서 죽어버리자, 세뇌당한 이능력자들은 힘없이 쓰러지기 시작하였다.
"이럴수가……."
외계인의 세뇌 능력은 자신들이 알고 있는 마인드 컨트롤의 한계를 가볍게 뛰어넘었다.
최소 9. 최악의 상황에는 10등급의 마인드 컨트롤 능력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그런 외계인의 힘을 이겨낸 헬 게이트의 모습에, 펜타곤의 요원들은 마치 비현실적인 현상을 본 것 마냥 황망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나는 여기까지다. 뒷처리는 너희들에게 맡기지.-
세뇌를 풀긴 했지만, 그 세뇌를 풀기 위해서 한계 이상의 체력과 정신력을 소모하게 된 매그너스는 뒷일을 맡긴다는 대사와 함께 자동 복귀 모드를 실행하였다.
콰아아아--
거대한 엔진음과 동시에 하늘로 날아오른 헬 게이트는 평소처럼 모습을 감추는 특수한 장비를 사용하면서 모습을 감추었고, 말도 안되는 기적을 본 것 같은 표정을 하고 있던 펜타곤의 요원들은 뒤늦게 제정신을 차리고선 헤드기어가 없어서 출동하지도 못했던 인원들을 호출하기 시작했다.
한편, 자동 복귀 모드를 실행하고선 힘없이 축 늘어져 있던 매그너스는, 온 몸에서 느껴지는 탈력감 때문에 금방이라도 의식을 잃기 일보직전의 상황이였으나, 그런 그의 의식을 마지막까지 잡고 있던 키워드가 있었다.
'제국……. 여제…….'
지금까지 얻은 정보에 의하면 놀랍게도 자신이 죽인 괴물은 외계인이고, 제국이라는 곳에서 왔으며 여제라는 존재가 지구에 침공을 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이였다.
'절대로……. 네 놈들이…지구를…정복하게…둘 순…없…다…….'
인간과 평화적인 교류를 하고자 한다면 대환영하겠지만, 인간을 노예로 삼겠다는 의지를 확연하게 드러내는 외계 세력의 침공을 온 몸으로 느끼게 된 매그너스는 자신이 지구의 안전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하려 하였다.
아니, 정확히는 하지 못하였다.
거기까지 생각하자마자 긴장의 끈이 놓아지면서 의식을 잃어버렸으니까.
매그너스가 의식을 되찾을때는 이미 하루라는 시간이 흐른 뒤였고, 자신이 잠들어 있을때 엄청난 사건이 벌어졌다는 사실에 경악하고 말았다.
============================ 작품 후기 ============================
외계인에 의해 다시 한번 이능력이 전무하다는게 알려진 매그너스찡 ㅠㅠ
참고로 외계인들은 중국에 하나, 미국에 둘, 유럽에 하나, 러시아에 하나가 갔습니다.
문제는 러시아에 주연급 인물들이 없다는거 -_-ㅋㅋ;;
PS:와 근데 진짜 극혐이네요 선작수 올라가는거...일주일동안 100 단위로 올라갔어요. 선작수가...
이제 이렇게 올라간 선작수는 어느 순간 주르륵 빠지면서 회복 불능 단위의 정신적 데미지를 입히겠지요.
이 망할 s 독자들 같으니 ㅡㅡ 욕을 해도 남츤을 극혐이라고만 하고! 왜 욕을 욕으로 안 받아들이는거야! 으아니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