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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장
투카카카캉--!
삼태극제의 무기와 전신 방탄복으로 무장한 아시아 해방부대원 하나가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가벼운 복장의 중국인을 향해 총구를 겨누어 난사하였다.
피피피핑!
하지만, 무술가는 손에 들린 곤봉을 날렵하게 휘두르면서 총알을 비껴 쳐냈고, 총탄이 다 떨어진 틈을 이용하여 돌진해왔다.
"큭!"
아시아 해방부대원은 재장전을 할 틈을 주지 않는 무술가의 모습에 반사적으로 허리춤에 달린 권총을 꺼내들어 사격을 가하였지만, 그의 반사신경을 훌쩍 뛰어넘는 속도로 잔상을 남기며 허리 아래쪽으로 몸을 숙인 무술가는 봉으로 명치 부분을 꽂아넣었다.
삼태극제의 전신 방탄복은 분명히 뛰어난 방어복이지만, 모든 충격을 완벽하게 흡수하지 못한다.
검이나 창처럼 뾰족하고 날카로운 무기들이라면 차라리 낫겠지만, 봉이나 둔기류 처럼 충격을 가하는 무기들은 더더욱 취약하다.
일반인 수준이나 힘이 약한 이능력자가 상대라면 그냥 무시할 수 있을 수준이지만, 무기를 휘두르는 이들이 어느정도 강한 신체 강화자이며, 정무맹의 정식 무술가로서 인정받은 무술가라면 얘기가 다르다.
보여주기식의 화려하기만 한 무술 동작과 달리, 정무맹의 정식 무술가들은 근육을 어떻게 회전시켜야 최고의 위력을 가할 수 있는지, 어떻게 공격해야 공격을 일점에 집중시킬 수 있는지, 어떻게 해야 적을 죽일 수 있는지 배워온 살인 병기나 마찬가지니까.
퍼억!
"커헉!"
아시아 해방부대원은 명치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충격에 나동그라지면서 거친 기침을 토해내며 고통스러워했지만, 그를 도와줄 수 있는 여유를 가진 사람은 최소한 근처에 존재하지 않았다.
"큭!"
"젠장! 거리를 벌…아악!"
근처의 동료들도 정무맹의 무술가들 때문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 시작 부분은 괴수들이 난입하여 중국군의 무기들을 찢어발기면서 승기를 간단히 잡는듯 하였지만, 시가전의 특성을 이용한 정무맹의 무술가들이 울창한 빌딩 숲에서 몸을 숨기고 있다가 기습적으로 튀어나와 아시아 해방부대원을 향한 게릴라 공격을 시작하였다.
무시못할 괴수들이 드글드글 거리는 곳이나 삼태극의 간부들이 있는 지역은 피하면서, 철저하게 이능력이 없는 일반 병사들만을 공격하는 게릴라 공격.
세계에서 가장 많은 신체 강화자를 보유한 중국. 그리고, 그 신체 강화자들은 무술이 이능력전에서도 효율적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대부분이 어떤 방식으로든, 어떤 종류든지간에 무술을 배운 무술가가 되었다.
그 중에서 가장 정점에 달한것은 왠만한 실력으론 발끝조차 들이밀 수 없는 정무맹의 정식 무술가.
칼리 제국과의 전투를 대비하여 펜타곤이 이들에게 지상전을 맡기려던 이유는 간단한 이유에서였다.
지상전 만큼은 이들이 최강이니까.
"헙!"
봉으로 아시아 해방부대원의 명치를 가격한 무술가는 거친 기합성과 함께, 가볍게 점프하여 공중에서 허리를 살짝 비틀어 원심력이 더해진 일격을 가하고자 뒷목을 향해 정확하게 봉으로 찔러들어갔다.
이런식의 방어를 도외시한 공격적인 행동은 무술가들간의 대련에서는 반격당하기 딱 좋은 동작이기에 금물이지만, 지금 이들은 뛰어난 성능의 장비를 사용하고 있을뿐인 일반인이였기에 다른 무술가들도
'이대로 목 뼈를 부순다!'
왠만한 공격으론 전신 방탄복이 흡수해버리니, 일점을 집중 공격하여 타격을 가한다.
무술가는 기침을 토해내며 아직도 제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아시아 해방부대원의 뒷목을 향해 봉 끝을 겨누…….
촥-
'음?'
그 때, 무술가의 귀에서 무언가가 베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찍어내리는 자세에서 시선을 위로 올린 순간, 그가 목격한 것은 순백의 빛줄기가 지그재그로 길게 이어진 그림같은 풍경, 그리고 빛줄기가 다른 방향으로 꺽인 부분에 위치한 동료들의 몸이 동시다발적으로 갈라지면서 피와 내장이 쏟아지는 모습이 눈 안에 들어왔다.
촤칵!
그리고 지근거리에서 뼈와 살이 갈리는 소리를 듣는것이 그가 마지막으로 듣게 된 유일한 소리가 되었다.
촤악----
"으악!?"
"뭐, 뭐야 이건!"
정무맹의 무술가들이 피와 내장을 쏟아내면서 몸이 각기 다른 방향으로 갈라진채로 쓰러지자, 일반인에 불과한 아시아 해방부대원들은 갑자기 무슨 일이 일어난건지 지금의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였다.
"크르릉-"
순백의 털을 가진 설표, 플래티나가 나지막히 울음 소리를 자아내기 전까진.
"사…살았다……."
평범한 인간이라면 괴수의 등장에 혼비백산 하면서 난리가 났겠지만, 이제는 오히려 괴수를 보는쪽이 더 안도감이 들게 된 아시아 해방부대의 병사들은 플래티나가 자신들을 도와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와 동시에 그들의 헬멧에 부착된 통신기로부터 페리샤의 지시가 전달되었다.
-감마 A-9 팀. 오른쪽으로 7 블록에 위치한 델타 B-12 팀과 합류하여 함께 전진 이동. 게릴라 공격에 주의.-
"예, 옙! 이동하겠습니다!"
이들의 리더로 보이는 남자가 대답을 하자, 페리샤의 통신은 그것으로 끝났다.
"부상자들을 추스려! 치료는 아군과 합류한 뒤에 조치한다!"
"예!"
부상이 심한 이들은 뼈 한 군대가 부러졌지만, 이제 조금만 더 공격을 가하면 중국을 정말로 무너뜨릴 수 있게 된다는 열망감에 사로잡힌 그들은 이정도 부상으로 멈춰있을 생각이 없었다.
'기다리세요 아버지……. 아버지가 원하셨던 소원을 제가 이뤄드리겠습니다!'
'빌어먹을 짱개 새끼들…내가 다 죽여버릴거다!'
지금까지 일방적으로 고통받고 괴롭힘 당하던 약자였다.
철저하게 언론을 통제해서 세상은 단지 강대국이 약소국에게 약간 불합리한 요청을 한 수준으로 여기고 있지만, 포장된 언론 안으로 파고들어가면 중국인들은 자신들에게 반항적인 소수민족들을 중세 시대의 마녀 사냥 수준으로 고문하며 악랄하게 죽여가는 잔혹한 살육의 현장이 펼쳐진다.
그것도 국가 단위로.
즉, 중국이 소수민족의 사람들을 어떻게 괴롭히는지 알아내고 싶다면, 종군 기자 수준의 담력과 어느 상황에서도 자신의 몸을 건사하게 챙길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어야만 가능하다.
아니, 어쩌면 종군 기자보다 몇단계 더 높은 수준의 위험도를 지니고 있을 것이다.
소수민족 탄압에 대해 촬영하는 순간, 군대, 경찰(공안), 삼합회같은 범죄 조직들, 상인, 일반인 등등, 원래라면 서로를 물고뜯어야 할 이들이 일사분란하게 협동을 하면서 쫓아오기 시작할테니 말이다.
종군 기자는 전쟁의 혼란이라도 이용하여 살아남을 수 있지, 이쪽은 공권력과 암흑가의 힘까지 모두가 죽일듯이 노려오기 때문에 그야말로 국가 전체를 일개 개인이 상대하는 것과 똑같다.
어쨌든, 중국의 철저한 정보 조작에 가려진채로 고통받아왔기에, 중국인들에게 자신들과 똑같은 고통을 가할 수 있게 된 기회를 얻게 된 그들은 뼈가 부러지는 고통 따윈 무시하면서 명령받은대로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정무맹의 게릴라 전술에 의하여 각지의 피해가 급증하였지만, 분명한 것은 이들의 전의까지 상실시키지 못하였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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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앙!
전장과는 거리가 떨어져서 멀쩡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던 정무맹 본사의 문이 거칠게 뜯겨져 나갔고, 그 안에는 현대적이면서도 옛 중국의 분위기가 실린 수련 도구들과 대련장이 있는 앞마당이 모습을 드러냈다.
"크흐흐! 여기가 중국 무술의 정수라고 할 수 있는 정무맹이라는 곳이군."
지금까지 중국 정부로부터 지목된 수배범 입장이였기에 베이징은 커녕, 인근 도시조차 접근할 수 없었던 아수라는 자신의 두 눈에 비친 정무맹 건물의 모습에 살기어린 웃음을 자아냈다.
정무맹은 일종의 보여주기 식을 위하여 운동장 몇 개 크기의 앞마당에다가 수련을 할 수 있는 도구와 대련장을 갖춰놓았다.
무술에 대해 모르는 일반인들은 가운대에 놓여져 있는 길을 따라, 건물로 향하면서 좌우에서 터져나오는 우렁찬 기합성과 무술가들의 수련과 대련을 볼 수 밖에 없게 된다.
일반인의 눈에는 잔상을 일으켜가며 화려한 무술가들의 모습을 보면서 경외감을 느낄 수 밖에 없게끔 만들어진 구조지만, 실은 이 곳은 견습 수련생들의 훈련장이다.
정식 무술가들의 수련장은 건물 뒤쪽에 위치해 있는데, 그 이유는 정무맹에서 정식 무술가로서 인정받았다는 것 자체가 큰 명예이기 때문이다.
정식 무술가라는 증표를 들고만 있으면 미국에서도 무시 못할 이능력자로 취급되는데, 보여주기 형식의 수련장에서 수련과 대련을 하려니 자존심이 상하기 때문에 뒷마당쪽에서 자신들의 실력과 기량을 갈고 닦는다.
하지만, 아수라에겐 뒷마당이고, 앞마당이고, 본관이고간에 아무 상관없었다.
"일단 저 눈에 거슬리는 건물부터 해체좀 해보실까."
재료는 현대의 것이지만, 양식은 옛날 중국의 분위기가 느껴지는 거대한 본관이 옛날부터 마음에 안 들었던 아수라는 오른손에는 창을, 왼손으로는 굵은 쇠사슬을 질질 끌면서 본관을 향해 다가갔다.
쿠그그그극--
그의 손에 끌려오는 것은 굵은 쇠사슬과, 그 끝에 달려있는 건물 해체용의 거대한 철구였다.
크기는 사람의 몸통 수준으로, 영화에서 나올법한 대형 철구에 비하면 꽤나 작은 편이였지만, 그래도 최소 수백kg은 가볍게 뛰어넘는 무게 때문에 평범한 인간에겐 이런 철구가 굴러오는 것 자체가 재앙 수준이였다.
아무리 정무맹의 본관이 튼튼하게 만들었다지만, 9등급의 신체 강화를 넘어선 괴력을 지닌 아수라가 전력으로 던진다면 당연히 문제가 생길터.
"음?"
그렇게 거대한 철구를 끌면서 앞마당 중앙에 포장된 길을 나아가던 아수라는 뭔가 심상치 않은 살기를 느끼면서 걸음을 멈추었다.
'살기다. 가까워. 그런데 적은 보이지 않는다. 클로킹 슈츠라도 입은건가? 아냐. 그랬다면 내가 눈치채지 못할리가 없어.'
일반적으로 기氣를 통하여 상대방의 존재를 알아챈다는 것은 일종의 판타지처럼 여겨지며, 과학적으로도 이를 증명할 방법이 없다.
하지만, 타인을 죽이거나 상해를 입히면서 오랫동안 살아가는 험난한 생활을 하다보면, 이 비과학적인 분야가 발전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지금처럼 자신을 향한 살기에 반응하는 아수라처럼.
철구를 내려놓고선 창을 양손으로 붙잡은 아수라의 모습은, 그의 평소 모습을 알고 있는 삼태극의 간부들이 봤더라면 '4도류는 어디로 갔나요?' 라는 궁금증이 나올 정도로 엄청난 위화감을 느꼈으리라.
'비밀 무기는 최후의 최후까지 숨겨둬야만 한다. 아직 진짜배기들이 안에 있는데 전초전에서 모든걸 드러낼 필요는 없겠지.'
게다가 그가 쥐고 있는 창은 평범한 창이 아니다.
일본에서 노획한 유물급 창인 톤보키리(일본 전국시대에서 가장 유명한 장수중 하나인 혼다 타다가츠의 무기)로, 날카로운 예기와 아수라의 괴력까지 더해지면서 그야말로 베어내지 못하는 것을 찾는게 더 어려울 정도의 공격력을 자랑하게 되었다.
'살기는…땅 밑이로군. 매복을 위한 땅굴인가?'
외부에서 침입자를 대비하기 위해 땅굴을 파서 매복을 한 정무맹 무인들의 기운을 느낀 아수라는, 목을 좌우로 풀어주면서 나지막히 입을 열었다.
"허허, 너희들은 내게 동심을 깨워다줄 작정인가? 이 나이먹고 두더지 잡기를 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구만."
…….
"나오지 않겠다? 그렇다면 화력 지원을 받아서 마당 전체를 폭격해볼까? 정말로 두더지마냥 땅속에 묻히고 싶지 않으면 나와."
처음엔 허허로운 분위기로 우회적인 권고하였지만, 정무맹의 무인들이 자신의 권고를 무시하자 본색을 드러내면서 위협적인 어조로 나오라 명령을 하였다.
덜컹- 덜컹-
정말로 삼태극의 폭격이 일어난다면 매복 자리가 무덤 자리로 변할 수 있기 때문에, 정무맹의 무인들은 하나둘씩 각기 다른 무기들과 함께 땅과 연결된 문을 열면서 지상으로 올라왔다.
10. 20. 30. 40. …132.
정무맹의 앞마당에서 기습하고 있던 무술가들의 숫자는 백단위까지 그 모습을 드러냈고, 하나같이 강맹한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이 기운…정무맹의 정식 무술가들이로군.'
대부분 나이가 든 편으로, 가장 젊은 무술가가 30대 후반이였다.
정무맹의 정식 무술가가 되기 위해선 단지 힘만 강하면 되는게 아니라, 무술에 대한 깊이가 있어야만 가능하기 때문에 20대의 젊은 무술가가 정식이라는 칭호를 따내는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즉, 여기에 있는 132명의 무술가들은 모두 무술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이들이라는 뜻이다.
거기다가 그들의 손에 달려있는 무기들은 하나같이 범상치 않은 예기를 발하고 있었는데, 등급은 제각각이겠지만 거의 대부분이 유물급의 무기임이 분명했다.
페리샤라면 이런 이들과 치고박고 싸우는것보단 변칙적인 방식으로 무술에 대한 이해도와는 거리가 먼 방식의 공격을 가할 전술을 짰겠지만, 중국인을 향한 증오심이 극에 다다른 아수라는 그들이 가장 자랑스럽게 여기는 곳을 무덤으로 만들어버리겠다는 복수심과 호승심이 그의 이성을 잠식하기 시작했다.
"그래, 이정도는 되야 결전이라는 느낌이 들지."
유물급 무기를 갖춘 132명의 정무맹의 무술가들.
누가봐도 압도적으로 불리한 상황이였지만, 아수라는 오히려 전성기 때의 젊은 시절보다 자신의 몸과 마음이 강하게 불타오름을 느낄 수 있었다.
============================ 작품 후기 ============================
...배가 아픕니다...
'으헉! 이런 씨부랄! 존나 배아파! 병원 가야해! 메디이익~! 닥터어~!' 수준이 아니라 '속이 좀 얹혔나? 살살 아프네' 수준의 쓰라림입니다.
겨우 이정도로 엄살 부리는거 아니냐고 생각하시겠지만, 아침에 일어나서 지금까지 계속 쓰라린 수준의 고통이 유지됩니다.
더이상 악화되지도 않고, 나아지지도 않아요.
차라리 아플려면 확 아프라고 ㅡㅡ
나는 이랬다 저랬다 간보는거 싫으니까 나으려면 낫고 아프려면 확 아파지란 말이다 이 망할 배때기야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