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미트 브레이커-547화 (547/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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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장

인류 역사상 11등급의 이능력자는 존재하지 않았다.

10등급의 이능력자조차 70억 인구중에서 한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인데 11등급은 완전히 전설이나 마찬가지다.

지나가는 사람들한테 고대 아틀란티스 문명이 실존한다는 것과, 11등급의 이능력자가 있다고 말한다면 고대 아틀란티스 문명설을 믿을 정도로, 인간의 한계론 11등급 이상의 경지에 다다를 수 없다고 알려진게 일반적인 상식인 것이다.

칼리 제국의 외계인에게 죽음에 가까운 부상을 입었다가 가까스로 살아난 그랜드 아크는 11등급으로 올라갈 수 있는 조건을 만족하여 11등급의 신체 강화자가 되었고, 그로 인해 그의 카리스마와 힘으로 뭉쳐진 아크로스는 그랜드 아크가 부상을 당했다는 소식에 흔들리던것이 거짓말이였던 것처럼 잠재워졌다.

아니, 오히려 더더욱 조직이 단단하게 뭉치게 되었다.

11등급의 신체 강화자인 그랜드 아크를 죽일 수 있는 존재는 없다는 것에 자축해하며.

자신의 힘이 11등급이 되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 그랜드 아크는 치우를 상대로 100%의 승리를 확신하면서, 일단 지구의 위기부터 견딘 후에 지구를 정복하기 위해 삼태극과 동등한 관계의 동맹을 제안하였다.

삼태극도 규모가 커질수록 그 힘이 강해지는 세력이였지만, 치우를 상대로 승리만 하면 나머진 오합지졸이나 마찬가지.

그런데 치우가 '너도' 11등급으로 올라섰냐는 질문은 그랜드 아크의 원대한 계획을 근본부터 망가뜨리는 발언이였다.

-크…크그극……! 왜냐! 왜 네 놈도 11등급으로 올라선거냔 말이다!-

"흐하하핫! 당연하지! 왜냐하면 나는 이 세계를 지배할 운명을 타고난 정복자이니까!"

-개소리 지껄이지 마! 지구는 내가 정복할거다!-

"아니! 내가 정복할거다!"

-내가 정복할거라고!-

"내가 한다고 먼저 점찍어놨어!"

-네 녀석이 태어나기도 전에 내가 침발라놨단 말이다!-

"나는 엄마 뱃속에 있을때부터 정해놨어!"

-나는 정자였을때부터 정해놨다!!-

누가 이게 11등급의 이능력자, 그리고 세계를 두려움에 빠트리는 악의 거부인 그랜드 아크와 치우의 대화라 생각하겠는가.

"아아…부끄러워……. 아무도 보고 있지 않지만 부끄러워서 어디론가 숨어버리고 싶어……."

그랜드 아크가 무슨 소리를 지껄이는지 확인하고자 함교에서 대기하고 있던 페리샤는 양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고개를 푹 숙였다.

마치 치기어린 8살짜리 꼬마 아이들이 '우리 아파트는 200m나 돼!' '우리 아파트는 로봇으로 변신도 해!' '우리 집은 금송아지도 있어!' '우리 집은 가구들이 모두 금으로 만들어졌어!' 라고 말싸움을 하는것과 조금도 다르지 않은 수준의 대화.

페리샤는 어째서 부끄러움은 나의 몫인가를 진지하게 고찰하면서 유치한 말싸움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후욱! 후욱!-

"씩씩!"

대화의 격을 떨어뜨리는 말싸움이 끝나면서 두 사람이 씩씩 거리며 서로를 향해 분노어린 표정으로 노려보기를 1분.

가장 먼저 진정한 그랜드 아크가 사자갈기 같은 머리를 뒤로 쓸어넘기며 분위기를 전환하였다.

-역시 네 녀석과 나는 세계를 두고 싸워야 할 운명인듯 하군.-

"훗. 너처럼 나름 저항하는 놈이 있어야 정복할만한 재미와 가치가 있는 법이지."

처음부터 이런 대화를 나눴다면 호적수들간의 위선없는 호기어린 선언이라 아주 약간이라도 감동하거나 멋있게 느껴졌겠지만, 방금전의 추태를 보고 난 이후로는 아무리 그렇게 생각하려고 노력을 해도 할 수 없었다.

'진짜 두 사람 모두 명치를 쎄게 때리고 싶다…….'

두 사람 입에서 억 소리 나게끔 명치를 쎄게 때리고 싶어진 페리샤였지만, 두 남자는 그런 그녀의 고충을 이해하지 못하며 자기들만의 세계에 빠져 있었다.

-뭐, 우리 둘의 대결은 나중으로 미뤄두고, 내 제안은 어떻게 생각하지?-

"음……."

그랜드 아크의 제안은 확실히 달콤했다.

미국만해도 무시할 수 없는 상대임이 분명한데, UN같은 곳에서 모든 국가들로부터 원군을 모아서 미국을 도와주면 확실히 귀찮아지기 때문이다.

문제는 너무나도 달콤하다는 것.

계략을 짜내는건 일반인 수준이지만, 자신을 향한 수작은 민감하게 맡을 수 있는 머리를 지닌 진우는 너무나 달콤한 제안이였기에 잠시동안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녀석과 손을 잡으면 유럽에서의 방해를 원천 봉쇄할 수 있다. 하지만, 초강대국인 미국과 서로 자신만의 국가가 있는 유럽의 난이도 자체가 달라.'

만약, 유럽 대륙을 침공하는거라면 마음 편히 지하드를 출동시켰겠지만, 초강대국인 미국은 이쪽이 만반의 준비를 갖춰도 승리하든, 패배하든 큰 피해를 입어야만 한다.

진우는 페리샤를 향해 시선을 돌렸고, 그녀도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랜드 아크는 여전히 그녀에게 있어서 증오스런 적이였지만, 조직, 그리고 나아가 진우를 위해서라면 최선을 수를 쓰는 것이 페리샤라는 여인이다.

그런 그녀가 승낙을 했다면 당연히 그만한 이유가 있을터.

"좋다. 그 동맹, 받아들이지. 예전과 달리 지금은 나만의 세력도 있으니까 말이야."

-크하하핫! 역시 네 녀석이라면 말이 잘 통할거라 생각했다! 아, 혹시 괜찮으면 이 주파수를 계속 핫라인으로서 사용해도 괜찮을까? 마음이 맞는 호적수와 얼굴도, 대화도 할 수 없다는게 얼마나 지루한지 너도 알고 있겠지?-

'…미안하다, 그랜드 아크. 나는 조금이라도 지루하면 내 노예들과 뒹굴면 되거든.'

거대한 조직의 수장인 그랜드 아크는 체면과 위엄을 위해서라도 몸가짐을 바르게 해야만 하지만, 진우는 그딴거 없이 조금이라도 심심하다 싶으면 눈에 띄는 자신의 노예랑 그 자리에서 옷 벗고 뒹굴면 된다.

"시도때도 없이 귀찮게 전화를 걸면 좀 거시기 한데."

-에이, 그러지 말고. 너처럼 재미난 녀석을 발견한 이후로는 다른 녀석들이 하나같이 지루하게 느껴진단 말이다.-

"그래도 좀 그런데에~"

-하하하, 이 친구 거래좀 할 줄 아는구만. 뭐 원하는거라도 있나?-

"거래는 무슨. 남이 들으면 속물이라고 욕하겠네. 아~ 기분 나빠질라 카네잉~"

-워워워! 잠깐만! 잠깐만!-

누가 이런 대화를 세계를 지배하려는 악의 수장들간의 대화라 생각하겠는가.

마치 몇십년 지기처럼 친하게 대화를 주고 받는 두 남자의 모습은 나이와 국경을 초월한 우정을 간직한 사나이들같은 모습이였다.

…방금전의 그 8살짜리 아이들 같은 모습만 보여주지 않았더라면 참 좋았을텐데.

그렇게 옥신각신하던 두 사람은 사적인 통신은 오후 8시 이후부터 연결하기로 결정하였다.

"물론, 통신을 받든 안받든 그건 내 마음이지만."

-큭! 남의 약점을 잡고 뒤흔들다니, 악랄한 놈!-

지금까지 그의 평생동안 사적으로 이토록 마음이 맞았던 상대는 치우가 최초였기에, 답답함과 심심함에 찌들어 있던 그랜드 아크는 통신을 연결하는 댓가로 자존심을 굽히면서 사정사정 해야만 했다.

그랜드 아크의 비굴한 모습은 그야말로 천문학적인 값을 받을만한 가치가 있었지만, 진우는 불쌍하니까 받아줬다는 식으로 대꾸할 뿐이였다.

그렇게 통신을 끝낸 진우는 어째서 이 동맹을 받아들여야 했는지 머릿속으로 생각하였지만, 뭔가 이해가 되는듯 하면서도 엉킨 실타래에 묶인것처럼 생각이 잠시 막힌 그의 모습에, 페리샤가 다시 입을 열었다.

"두 조직의 유일한 공통점은 조직의 구심점이 될만한 리더의 힘과 카리스마로 모이게 되었다는 것 뿐입니다. 하지만, 아크로스는 조직원들의 충성을 얻기 위해서 그만한 대우와 물질적인 댓가가 필요하지요."

"아!"

거기까지 설명을 들으니 모든 것이 이해가 되었지만, 페리샤는 계속해서 설명을 이어갔다.

"그에 반해, 삼태극은 그러한 댓가가 필요없습니다. 사람이 살아가기 위한 모든 생활 기반이 지하드라는 형식으로 갖춰져 있고, 저희들은 주인님에게 직접 조교받아 복종하게 된 노예들, 남궁 신님은 주인님의 설득으로 넘어와 세계 정복이라는 이상에 동참, 아수라와 아시아 해방부대는 복수를 위해서 모였기 때문에, 이쪽이 의식주를 모두 해결해주기만 하면 됩니다."

"부하들을 달래기 위해 물질적인 댓가가 필요한 조직과 그런 댓가가 필요없는 조직. 똑같은 규모로 커진다면 당연히 유리해지는 것은……."

"물질적인 댓가가 필요없는 우리들이지요. 아시아 해방부대의 병사들도 자신들이 원하는것을 중국으로부터 약탈하면 되니까, 우리들은 그 환경만 조성해주면 아무런 문제 없습니다."

그렇다.

아크로스는 규모가 커질수록 조직원들의 숫자도 늘어날테고, 그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줄 물질적인 댓가, 즉 돈이 필요하다.

하지만, 삼태극은 돈이 필요없는 조직으로, 의식주 문제만 해결해주면 돈문제 때문에 머리 아프게 이것저것 계산해야 하는 일은 없다.

이런 상황에서 양 쪽 모두 똑같은 규모로 성장한다면?

당연히 관리하는 입장으로선 후자쪽을 원할 것이다.

그랜드 아크는 안타깝게도 전자쪽으로, 세계 정복이라는 이상을 위해서 많은 돈을 조직원들에게 쏟아부어야만 하리라.

그렇다고 후자에 속한 삼태극의 인원들이 충성심이 덜한건 아니다.

진우의 노예들은 그의 명령에 죽음조차 각오할 수 있고, 남궁 신 또한 막강한 능력과 진우를 향한 충성심으로 똘똘 뭉쳐 있다.

페리샤는 남궁 신의 능력이 너무나 강력해서 불안하긴 하지만.

어쨌든, 뒤이어 찾아온 아수라는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라면 아무런 죄책감이나 망설임없이 자리를 갈아탈 수 있지만, 그의 목적은 중국인의 말살이며, 그 목적을 유일하게 달성해줄 수 있는 조직은 지구상에서 삼태극이 유일하기에 배신의 가능성은 0%나 마찬가지다.

그리고 아시아 해방부대의 병사들도 중국을 무너뜨린다는 본래의 목적을 완수하였지만, 진우는 그런 그들에게 중국인들을 괴롭게 학살하는 재미를 알려줌으로서, 증오하던 적을 죽여가는 재미에 푹 빠진터라 돈같은 물질적인 댓가가 필요 없었다.

이미 세계의 적이 되어버린 그들은, 빼도박도 못하고 살아남기 위해선 삼태극의 세계 정복을 함께 달려들어야만 하는 상황.

게다가, 영토를 점령하면 점령당한 시민들이 살아갈 수 있게끔 기반을 다져야 하는 아크로스와 달리, 여러가지 자원을 끌어모아 로봇 병사를 만드는 삼태극으로선 항복하지 않으면 모조리 말살하고 자원을 약탈하면 끝이였다.

이능력자의 숫자가 압도적으로 적고, 로봇 병사들도 3 종류밖에 없어서 한 번 적응하면 패턴을 알 수 있게 된다는 약점을 안고 있지만, 로봇 병사들의 실력도 만만치 않았기에 개선의 여지가 많았다.

어쨌든, 페리샤는 이러한 이유를 설명하면서 아크로스가 거대해져도 내부적인 문제를 일으키면 전투력이 반감될 수 있다는 점을 꼬집었다.

"돈에 관련되면 부모자식, 형제자매도 모두 적이 될 수 있는 세상입니다. 허락만 해주신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아크로스에 내분을 일으켜 보이겠습니다."

페리샤는 그랜드 아크에게 물먹일 수 있다는 즐거움에 사악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혼잣말로 가장 밑바닥의 조직원들부터 어떻게 해야겠다며 중얼중얼 거리기 시작했다.

"우와. 페리샤가 음산하게 중얼거리니까 무서워야 정상인데, 우리편이라서 오히려 안도감이 느껴지는구만."

페리샤가 적이였다면 정말 애로사항이 많았을거라 생각한 진우는, 그녀를 억지로라도 붙잡아서 노예로 조교한게 지금까지중에서 최고의 선택임을 다시 한번 자각하였다.

"어쨌든 난 이만 가볼테니까 특이 사항이 발견되면 곧바로 연락해. 그리고 요괴들의 본거지를 알아내는데 좀 더 주력해주고."

"예. 일단 요괴들이 왔던 방향을 역추적하고 있으니 나머지는 시간 문제입니다. 단지……."

"단지?"

"지금까지 알려지지 못한 요괴들의 본거지를 쉽게 찾아낼 수 있다는게 좀 회의적이랄까요?"

그녀의 고민도 아주 틀린건 아니다.

지금까지 인간들의 이목을 피하면서 살아온 요괴들.

그런 존재들을 쉽게 찾아낼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드는건 당연지사.

"뭐 고민할게 있어? 호전적이면 아예 모습을 드러낼테고, 소극적이면 모습을 감추었을테니, 수색 난이도 하나로 적의 성격을 처음부터 알아낼 수 있게 된거나 마찬가지잖아?"

"풋……. 정말 주인님은 평소엔 바보같으시면서도 이럴땐 머리가 잘 돌아가시네요. 그런데 그 요괴들을 굳이 이렇게 찾아가서 공격해야 할 가치가 있을까요?"

"음? 그게 무슨 소리야?"

"이제 우리들의 다음 목표는 미국입니다. 굳이 그런곳을 신경쓰지 않고 힘을 늘리는데 집중하면서 미국을 공격하면……."

페리샤가 무슨 말을 하고싶은건지 이해한 진우는 손을 살짝 흔들며 그녀의 말을 끊어냈다.

"중요한건 실용적인 부분이 아니라 그 쪽이 먼저 내게 선빵을 쳤다는게 중요한거야. 그리고 내가 상대측의 대사를 빼먹고 내 할말만 했지만, 적게나마 나왔던 목소리는 분명히 암컷의 것이였어. 어떻게 생겨쳐먹었는지 몰라도 만물의 영장이신 인간님에게 덤빈 죗값을 톡톡히 치루게 만들어야지."

페리샤의 머릿속에서는 인간이 아닌 요괴를 깔아뭉개면서 '만물의 영장인 인간님의 자지를 받아라!' 라며 허리를 폭력적으로 휘두르는 것이 자동적으로 연상되었다.

'하긴. 리엘루스가 거미 형태였을때도 항문 구멍을 사용했을 정도인데……. 일단 구멍만 있으면 생김새는 둘째 문제이시지.'

진우가 가진 성욕의 한계는 인간의 그것을 아득하게 초월하고 있었다.

요괴가 어떤 형태를 지닌 요괴인지는 몰라도, 일단 그의 성욕에 부합되는 구멍만 존재한다면 종족이라던가 그런 문제는 아주 사소한 문제일 뿐이다.

"예. 그럼 수색을 좀 더 강화하겠습니다. 아참, 그런데 이번에 포로로 잡은 릴리야는 어떻게 되었는지요?"

페리샤는 진우의 조교까진 신경쓰지 않기 때문에, 일일이 감옥의 상황을 확인하진 않았다.

"큭큭큭. 슬슬 몸이 망가지기 시작하는 중이지. 이미 그녀의 몸은 원래의 것이 아니게 되어버렸어."

재도전 횟수를 늘리기 위해서 실신한 릴리야에게 체력 회복제 투여까지 추가한 진우는, 릴리야가 어떻게 망가졌는지에 대해 즐겁게 설명하였다.

============================ 작품 후기 ============================

다시 릴리야 파트.

요즘 스팀 게임에서 한글화되었고 협동이 가능한 롤플레잉, 액션 게임을 찾아보고 있습니다.

일단 사람이 많아야 하는데...이 부분이 좀 걸리네요.

예? 게임할 시간에 글이나 쓰라고요?

제 머릿속은 일반적인 삶의 욕구, 게임에 대한 욕구, 성욕, 소설에 대한 욕구로 딱 정확하게 4등분 되어 있습니다. 이 중 하나라도 빼면 제가 아니게 되어버림!

...실은 성욕이 그 중에서 가장 큰 것은 비밀(모두 이미 알고 있겠지만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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