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미트 브레이커-567화 (567/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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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장

전에도 설명하였지만, 원래 하린과 신의 계획은 이게 아니였다.

하린이 일부러 민정과 원규를 도발하고, 그들이 발끈할때 숨어있던 신이 나타나 압도적인 힘의 차이를 깨닫게 만들어 주려 하였다.

하지만, 그들은 하린을 이미 자신들 소유물로 알고 있는지, 자기네들끼리 아내로 만든다던가 위안부로 만든다는 헛소리를 지껄이는 부분 때문에 곱게 끝내려던 계획을 폐기시켰다.

원래의 계획을 폐기시키면서 긴급하게 방향을 틀다보니 예상치 못한 문제가 일어날 것은 이미 예상했지만, 설마 요마급 괴수 13마리도 제대로 처치하지 못할 줄은 생각도 못한 남궁 신이였다.

-…확실히 문제긴 문제네. 설마 이렇게까지 심각했을줄이야…….-

화랑 본부에서 떠난 하린은, 사방에서 들려오는 시끌벅쩍한 소리를 피하면서 남궁 신과 연결된 통신으로 고민을 하였다.

이 둘은 화랑에게 자신들의 분수를 알게끔 계획을 세웠다.

일부러 요마급 괴수들을 풀어서 피해를 입히고, 어렵게 퇴치를 해도 죽음의 공포를 깨닫게 된 화랑의 이능력자들은 대거 이탈을 할 것이다.

화랑의 입지를 기둥부터 흔들게 만들어서 무너뜨리겠다는 계획의 1단계로, 진짜 제대로 된 전투를 경험하게 만든다는 '간단한' 일이였지만 삼태극 위주로 생각하다보니 설마 이런 문제가 생길줄은 하린조차 예상치 못한 문제였다.

그녀가 있었을 당시에는 자신이 없어도 요마급 괴수는 여러 이능력자들이 힘을 합치며 어찌어찌 해결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무래도 내가 나서야 할 것 같아. 이 이상의 피해를 받으면 초장부터 끝장나게 생겼으니까."

-나쁘지 않네. 화랑조차 감당하지 못한 괴수들을 처치하면서 명성을 얻고, 화랑만이 답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겠다는 뜻이지?-

"그런 뜻도 있지만, 아무래도 원래의 계획을 폐기하면서 대충 새로운 계획을 짜다보니 아무래도 대부분을 애드립으로 처리해야 할 것 같아. 이것도 그 애드립 중 하나고."

-알겠어. 대신에 절대로 정체를 밝히지 마.-

현재 삼태극에서 얼굴이 알려져 있는 사람은 이실리아 뿐이다.

얼굴이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은, 언제 어디서나 마음만 먹으면 삼태극의 간부들이 일방적인 기습을 가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아 참, 그런데 어떻게 변장을 할거야?-

일단 어떤식으로 변장을 하는건지 알아둬야 예상치 못한 해프닝에서 대처할 수 있기에, 하린은 남궁 신에게 어떤식으로 변장을 할지 물어왔다.

"당연히 기억하고 싶지 않아도 기억할 수 있게끔 만들어야지."

중국 정부의 중요 인사들이 안전한 벙커로 피신했을때, 미래를 대비하여 무수한 유물들을 미리 옮겨놨었다.

미래에는 화약 무기를 무한정 생산할 수 없을테니, 압도적인 성능을 지닌 유물의 힘을 이용하려는 의도때문 이였다.

중국 정부가 가지고 있던 무수한 유물들은 당연하게도 삼태극에 의해 약탈되었고, 수많은 유물들은 당시엔 당장 보관할 곳이 없었기에 남궁 신이 만든 아공간 안에다가 고이 모셔두었다.

진우가 아공간 안에 있는 유물들을 가져오라고 명령한다면 당연히 군말없이 내놓을 준비가 되어있지만, 아직은 그러한 명령이 없었기에 그 안에서 쓸만한 유물을 사용하기로 결정하였다.

그렇게 어떻게 꾸밀까 고민하던 중, 예전에 진우와 대화했던 내용이 생각났다.

'응? 정체를 숨기는것에 비해 복장이 너무 수수하다고?'

'예. 뭔가 악의 수장다운 맛이 느껴지지 않잖습니까?'

신은 진우에게 악의 수장이라면 대외적인 모습에서 좀 더 권위있는 복장을 착용할것을 권하였지만, 진우는 고개를 내저으며 자신이 복장에 딱히 신경을 쓰지 않은 이유를 설명하였다.

'화려한 복장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 있겠지만, 그것도 잠깐 뿐이야. 화려함에 익숙해지면 아무것도 아니지. 결국 사람들에게 가장 인상을 크게 남길 수 있는건 '캐릭터' 야. 복장은 캐릭터를 뒷바침해주는 보조적인 수단에 불과해. 그리고 나는 이미 내 캐릭터성을 뒷바침해주는 이게 있잖아?'

진우는 자신의 가면을 톡톡 건드리면서 복장에 대한 이야기를 끝냈고, 신은 다시 입을 열어 질문하였다.

'그러면 어떤 캐릭터성이 사람들에게 가장 잘 기억됩니까?'

'나처럼 아주 개새끼거나, 혹은 아주 영웅이거나, 그것도 아니면 중증 중2병이거나.'

'중2병…이요……?'

'응. 아주 듣는 사람이 손발이 오그라드는 중2병. 나의 어둠의 다크 블레이드로 네 놈을 심연의 어비스로 떨어뜨려주마! 뭐 이런거?'

'……. ……. 페리샤님이 요즘따라 어째서 부끄러움은 나의 몫이냐고 한탄하던게 생각나는군요.'

회상을 끝낸 신은, 기왕 나설거라면 확실하게 각인될 중2병틱한 캐릭터를 만들기로 결정하였다.

물론, 중증 중2병이라면 오히려 남궁 신의 정상적인 가치관이 지닌 인내심과 수치심이 견디지 못하여 주화입마에 걸릴 확률이 높으니, 적당히 가벼운 중2병 환자틱한 캐릭터를 구상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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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벌레, 혹은 콩벌레라고 불리우는 절지동물류가 있다.

습한곳에서 살며 곰팡이나 동물의 시체를 먹으면서 사는 잡식성으로, 지렁이처럼 흙 속에 공기가 잘 통하게 만들어주는 이로운 동물이다.

적이 나타나면 몸을 둥글게 말아내는 습성을 가지고 있는데, 이러한 습성 때문에 공벌레, 혹은 콩벌레라고 불리운다.

그런데 만약, 보호 용도로 둥글게 말아내는 습성이 공격용으로 변환된다면 어떻게 될까?

크기는 3층 건물 크기쯤 되고, 외피는 전차의 포탄조차 튕겨낼 강도를 지녔다면?

그런 '만약에' 라는 가상의 이야기는 여기서 현실이 되었다.

쿠르르르르르---

"으아악!"

여러명의 이능력자들이 매서운 기세로 굴러오는 공벌레의 모습에 비명을 내지르며 도로 위를 달려갔다.

"오…오지마! 오지 말라고오오오!!"

하늘을 날 수 없는 염동력자는 눈물 콧물을 질질 짜면서 미친듯이 달렸지만, 염동력을 발휘할 정신력이 모두 떨어진 그는 다른 이능력자들보다 속도가 늦춰지면서 공벌레의 몸에 깔려버렸다.

우직!

듣기 싫은 소리가 울려퍼지면서, 그가 있던 곳에는 피떡이 된 사체가 자리잡게 되었고, 이미 같은 희생양이 더 있었는지 공벌레가 짓밟은 도로는 압축기로 눌린듯한 자동차 잔해와 방금전까지 '인간' 이였던 피떡들이 붙어 있었다.

그 때, 한 편의 공포 무비를 찍고있던 공벌레가 갑자기 역회전을 하며 자신이 왔던 방향으로 되돌아가기 시작하였다.

공벌레는 그냥 단순히 몸을 둥글게 말아낼 뿐이지, 그 상태에서 이동은 불가능한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자유자재로 이동하는걸 보니 역시 괴수다운 움직임이라 볼 수 있겠다.

어쨌든, 공벌레 괴수는 자신이 피떡으로 만든 염동력자의 시체까지 이동하여 몸을 풀었고, 피떡이 된 인간의 잔해를 먹어치우기 시작하였다.

자신의 힘에 다들 도망가기 바쁘니, 자신을 위협할만한 천적은 없다고 판단하여 느긋하게 식사를 통해 체력을 보충하려는 생각인 것이다.

"하아아앗!!"

순간, 누군가의 기합성과 함께 공벌레의 두터운 등껍질에 거대한 홈이 파이면서 녹색의 체액이 터져나왔다.

푸카가각!

"끼이이이!"

괴성을 내지르는 공벌레는 고통스럽다는 듯이 몸을 뒤척이면서 반사적으로 몸을 둥글게 말아내기 시작하더니 자신이 왔던 방향으로 굴러가기 시작했다.

"도망가게 둘 것 같나!"

그나마 둥글게 몸을 말아내면서 공격하는게 전부인 공벌레가 처리하기 쉽다고 판단하여 이쪽으로 가장 먼저 나타난 원규는, 염동력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무형의 칼날을 만들어 괴수에게 부상을 가하는데 성공하였다는 부분에서 고무되었다.

"화…화랑이다! 화랑이 왔어!"

"우와아아아!"

참고로 말해두자면 사람들은 하린의 이명이 풍사였던것처럼, 원규의 이명을 화랑이라고 부르고 있다.

어쨌든, 사람들은 단숨에 공벌레를 내쫓는 원규의 모습에 환호하였고, 그 또한 사람들의 환호성을 만끽하며 공벌레를 죽이고자 다시 한번 염동력을 이용한 무형의 칼날을 만들었다.

그리고 손을 휘저으며 염동력 칼날을 쏘아보냈고, 공벌레의 몸체에 거대한 홈이 파이면서 체액이 쏟아져나왔다.

그런게 여기서 문제가 생겼다.

일방적으로 공격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으면 계속해서 연달아 공격하며 죽인다던가, 혹은 전투 불능 상태로 만들어야 하는데, 연달아 다른 지역의 괴수들도 처치해야 하다보니 힘의 분배를 하면서 적당히 공격한 것이다.

요마급 괴수의 생명력을 너무 우습게 본 결과는 혹독했다.

쿵!

갑자기 도로 위로 굴러가던 공벌레의 중심으로 크레이터가 형성됨과 동시에 10층짜리 빌딩 옥상으로 점프한 것이다.

쿵! 쿵! 쿵! 쿵!

공벌레는 영리했다.

자신이 하늘 위를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원규를 정면 승부하기엔 힘들다고 판단, 지그재그 형식으로 움직이면서 공격을 회피하면서 건물 옥상이나 지붕을 연달아 점프하여 이동하였다.

문제는 거대한 크기와 무게를 지닌 공벌레가 낙하한 건물은, 건물 외벽 자체에 금이 가거나 콘크리트 파편이 떨어져 나갈 정도의 충격을 받게 되었고, 부실 공사를 한듯한 어떤 건물은 흔들흔들 거리다가 옆으로 쓰러지기 시작했다.

"제…젠장!"

원규는 그제서야 전력으로 공벌레를 공격하기 시작하였고, 거의 2분동안 술래잡기를 하면서 가까스로 잡긴 잡았지만 그 피해는 너무나 컸다.

공벌레가 여기저기 뛰어다니면서 건물들에게 큰 피해를 가하였고, 하나같이 재건축밖에 답이 없을 정도가 되어버린 것이다.

'이런 괴물들이 12마리나 더 있다고……?'

가까스로 잡긴 하였지만, 원규는 이미 정신력을 모두 소모하여 한동안 쉬어야만 했다.

그런데 이런 괴물들이 아직 12마리나 더 있다는 것에, 그는 당장이라도 모든걸 포기하고 싶어졌다.

'씨발…씨발!! 왜 이딴 일이 일어나는거야! 왜! 지금까지 조용하다가 대체 왜!'

땀을 흘리며 헉헉대던 원규는 이제 좀 잘나가나 싶었는데 갑자기 튀어나온 괴수들을 향해 욕설을 퍼붓고 싶었지만, 그는 사람들이 자신을 보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선 인내심을 가지고 자리를 벗어나야만 했다.

♪♪♪~~

♪♪♪~~

그 때, 원규의 주머니에서 벨소리가 울리기 시작하였고, 인내심이 바닥을 치고 있던 원규는 신경질적으로 전화의 상대만 확인하고선 통화를 시작했다.

"무슨 일이야!"

안그래도 짜증이 나는 상황이였기에 그의 목소리 톤은 자연스래 올라갔지만, 그에게 전화한 화랑 소속의 고위 이능력자의 보고에 두 눈이 희둥그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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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이익!"

스컥-

맛있는 인간들을 먹기 좋게 잘라서 음미하던 요마급 사마귀 괴수는 갑자기 들이닥친 인간의 칼날에 합금조차 가볍게 찢어 발길 수 있는 날카로우며 단단한 앞다리가 잘려져나갔다.

아니, 정정하겠다.

오른쪽 앞다리를 제외하고 다리, 팔이 완전히 잘려져나가 있었다.

"뭐…뭐야 저거……."

"말도 안 돼……. 저렇게 쉽게……?"

사마귀 괴수에 의해 도망가던 이능력자들과, 건물 안에서 몰래 구경하고 있던 시민들은 너무나 가볍게 사마귀 괴수를 처단하고 있는 검은색의 갑옷으로 무장한 검사에게 시선이 빼앗겼다.

"흠. 싸울 수 있을만한 상대라 여겼건만 결국 벌레는 벌레인건가."

플레이트 형식의 전신 갑옷 유물, 특수한 문양이나 장식은 없지만, 파란색의 반투명의 막에 씌어진 검을 가볍게 허공을 향해 내리치고선 수수께끼의 검사가 몸을 돌렸다.

갑자기 등을 보이자, 이때다 싶은 사마귀 괴수는 남은 오른쪽 앞다리로 검사를 향해 내리 치려는 순간,

"아악!"

"안 돼! 뒤! 뒤!!"

사람들은 경악성을 내지르며 검사를 향해 뒤를 보라고 소리쳤다.

서걱-

사마귀 괴수의 오른쪽 앞다리가 검사의 머리를 찍어내려던 순간, 무언가가 베이는 소리와 함꼐 사마귀 괴수의 몸이 반으로 갈라졌다.

"후우, 하찮은 것을 베어버렸군."

얼굴을 가면 무도회에서나 사용할법한 백색의 가면을 착용한 검사는 한 숨을 내쉬더니, 허리를 낮추며 날렵하게 점프하여 적당히 높은 빌딩의 옥상보다 더 높게 점프하였다.

요마급 괴수들이 난동을 부리는 위치를 확인한 검은 검사는 허공에서 그대로 사라졌고, 난동을 부리던 요마급 괴수들을 가볍게 요리하면서 수많은 시민들과 이능력자들에게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바…방금…그게 뭐였지……?"

자신들의 공격이 조금도 통하지 않던 요마급 괴수가 너무나 쉽게 죽어버리자, 남겨진 사람들은 방금 목격한 검은 검사의 비현실적인 활약에 멍하니 서 있었을 뿐이였다.

검은 검사는 10마리에 달하는 요마급 괴수를 모조리 처단하면서 어디론가 자취를 감추었고, 각각 한 마리씩의 요마급 괴수를 처리했던 권 민정과 신 원규는 남은 한 마리를 힘을 합쳐서 가까스로 처리하는데 성공하였다.

하마터면 한국의 수도, 서울이 무너질뻔한 사건은 그렇게 끝이 났지만, 모든 사람들의 이목은 수수께끼의 검은 검사에게 촛점이 맞춰지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솔직히 중2병도 실력이 없으면 중2병이고, 충분히 뒷바침될만한 능력이 있으면 자신감이죠.

단지 그런 능력을 가질 정도가 되면 당연히 많은 경험을 얻으면서 인격적으로 성숙했을테니 중2병이 될 건덕지가 없다는게 문제라면 문제랄까...

그건 그렇고 분명 저는 쿠폰을 내놓으라고 삥을 뜯었는데 왜 쿠폰 숫자만큼의 연참을 오히려 바쳐야만 하는 입장이 된 것일까요...

아는 지인들까지 동원해서 선작수 올리겠다는 협박 리플을 봤을땐 "와 시바, 나 방금 소름 돋았어" 라면서 기겁을 했습니다.

어쨌든 지금까지 글을 써서 이만 자야 하니 오류, 오타는 지적해주시면 나중에 수정하도록 하겠습니다.

다들 굿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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