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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장
이런게 아니였다.
자신이 원하던건 이런게 아니였다.
화랑이 흔들리면서 원규와 말싸움을 자주 벌이다보니 평소보다 기분이 나쁜건 맞았지만, 그렇다고 사람을 죽일 정도는 아니였다.
생각해보면 아침부터 뭔가 이상했다.
컨디션이 좋지 않고, 어째서인지 부정적인 생각이 계속해서 들고, 누가 조금만 건들면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 같은 분노가 자꾸 치밀어 올랐다.
'내가 대체 왜 이러지?'
민정의 성격은 지랄맞지만, 그렇다고 자기 절제가 아주 불가능한건 아니다.
하지만, 아침부터 만사가 신경질적이 되고, 아무 일도 없는 스트레스가 계속해서 쌓여왔다.
다행히 그녀에겐 스트레스 풀이용 샌드백이 존재한다는 것이였고, 그 날도 스트레스를 풀고자 도윤에게 계속해서 욕설을 퍼부었다.
도윤은 당연히 참아야만 했지만, 민정은 그날따라 상대방을 모욕함으로서 스트레스를 푸는게 기분이 좋아서 욕설의 강도는 더더욱 심해졌다.
처음엔 병신, 행동이 굼뜬 머저리, 같은 욕에서 시작했지만, 내용은 점점 에스컬레이트하게 올라가 부모님 욕까지 가하였다.
처음엔 힘이 없어서 도윤이 계속해서 참았지만, 너같은 저능아가 태어나려면 부모들쪽이 얼마나 멍청해야 가능한거냐, 혹시 너는 원숭이들끼리 교미해서 생긴 천재 원숭이가 아니냐, 라는 식의 패드립을 통해, 제 3자가 봐도 저건 너무하다 라는 생각이 저절로 생길법한 욕설을 쉴틈없이 퍼부었다.
민정도 속으론 이게 잘 못 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녀가 욕을 할때는 언제나 화를 낼 수 없는 한도 내에서만 머물렀을 뿐, 그 이상을 넘는다면 당연히 상대방도 반항을 할 것이라 생각하여 지금껏 자제해왔다.
하지만, 머릿속으로 이게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욕을 퍼부을때마다 생겨나는 쾌락에 가까운 감정에 더더욱 고조되어갔고, 결국 도윤은 점심 시간때 폭발하고 말았다.
"왜 우리 엄마 아빠를 욕하는거야! 나 하나면 되는거잖아!!"
그녀는 민정의 어깨를 강하게 밀쳐내면서 저항하였고, 도윤의 저항을 몸으로 받아낸 민정은 그 다음부터 머리가 새하얘지면서 마구잡이식 폭행을 시작하였다.
"너 지금 뭐하는거야!!"
"!?"
짜아악!
그 때, 50대 중반쯤 되어보이는 중년 남성이 달려들어와 손찌검을 날렸다.
얼굴 전체에 느껴지는 고통과, 자신이 누군가에게 얼굴을 맞았다는 분노가 치솟아 오르기 시작하였고, 제정신을 차렸을땐 도윤의 아버지인 진호를 죽인 이후였다.
"크…큿……!"
그녀는 재빨리 창문 밖으로 뛰어내리면서 염동력을 사용해 학교 밖으로 날아 올랐고, 자신이 왜 그렇게까지 자기 자신을 절제하지 못했는가에 대한 의문도 떠올랐지만, 지금은 그것을 생각해야 할 때가 아니였다.
-무슨 일이야?-
재빨리 폰을 들어서 원규와의 단축 번호를 찍은 민정은 그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다급하게 자신의 일을 설명하였다.
"아…아저씨. 저…저 지금 사람을 죽였어요."
민정은 하늘을 날아오르고 있었지만, 지상의 사람들이 자신이 하는 말을 들을새라 소근소근하게 입을 열었다.
-뭣……!?-
원규의 목소리는 놀람도 있었지만, 그 이전에 의문이 떠올랐다.
자신이 알던 민정은 성질머리가 지랄맞긴 해도, 최소한 최악의 상황까지 가지 않도록 자기 절제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런 그녀가 사람을 죽였다고 하니 당연히 놀랄 수 밖에.
-이…일단 상황을 설명해봐!-
"모…모르겠어요, 저도 왜 그랬는지……. 그냥…평소처럼 괴롭혔는데 이상하게 자꾸 더 하고 싶어져서……."
앞뒤 사정을 알아야 어떻게 도울지 알 수 있기에, 일단 어떤 일이 일어난건지에 대한 요구에 이것저것 설명하기 시작한 민정은, 오늘 있었던 일과 도윤의 아버지를 죽인 일을 모두 밝혀냈다.
-그렇게 사람은 죽이지 말라고 했는데……!-
"저…저도 모르겠다구요! 그것보다 어떻게 하죠?"
평소라면 원규가 어떻게 해야 할지 당황하고, 민정이 냉정함을 되찾아 상황을 안정시켜나갔지만, 처음으로 사람을 죽인 충격으로 인해 민정의 목소리는 크게 흔들리고 있었다.
지금까지 괴수들을 죽인적이 있었지만, 이능력 범죄자들의 목숨조차 빼앗지 않을 정도로 사람 목숨을 죽이지 않았던 민정에겐 첫 살인의 충격으로 인해 반쯤 넋이 나간 상태인 것이다.
-일단 언론부터 통제하자. 그리고 네가 죽인 그 남자를 테러범이라고 몰아 붙이는거야.-
"테러범……."
-그래. 저 미국에는 지금 초인등록법안 인지 뭔지 하는것 때문에 지금 난리도 아니라잖아. 네가 죽인 그 남자는 이능력자를 혐오하는 테러범이고, 너는 반격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죽였다고 하는거야. 이대로라면 너는 범죄자가 되어버리니까 빨리 본부로 돌아와!-
왠일로 머리가 잘 돌아가는 원규의 제안.
민정도 언론을 통제하는게 최선이라고 판단하였다.
'싫어……! 살인자라니…나는 그딴게 되기 싫다고!'
범죄자가 된다면 지금의 모든 부와 권력이 사라지게 되어버리고, 사람들은 자신을 범죄자 보듯이 내려보면서 체포하고자 달려들 것이다.
"아…알겠어요. 아저씨 말대로 따를께요."
머리가 굳어버린 민정은 원규의 말대로 따르게 되었고, 원규는 재빨리 경찰청과 여러 방송국에게 전화를 하여 언론 통제를 할 것을 다급하게 부탁과 협박을 섞어가며 요구하였다.
비록, 안좋은 일로 인해 서로 말싸움을 자주 했었지만, 그녀가 없다면 자신 혼자서 화랑을 지탱하는건 무리라고 인지하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였다.
전화를 끊은 민정은 화랑으로 더더욱 속도를 내면서 날아갔고, 그런 그녀의 모습을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처럼 위에서 내려보는 이들이 있었다.
"헤에~ 효과 직빵인걸?"
"흔적조차 남지 않는 가벼운 저주 마법이지만, 성격이 지랄같으면 당연히 그 후폭풍이 강할 수 밖에 없지."
마법을 통해서 민정을 중심으로 일어나는 일들을 원거리에서 확인하고 있던 하린은, 여러번봐도 신기한 마법의 힘에 감탄을 내놓았다.
"진짜 마법이라는거 완전히 만능이네. 만능. 원거리에서 감시도 가능해, 저주로 성격까지 마음대로 다룰 수 있다니……."
"마법에도 계통이 있어. 대부분의 마법사들은 그 계통에 따라 특화된 마법을 사용할 뿐이지, 나처럼 여러 계통의 마법과 흑마법까지 모두 사용할 수 있는 마법사는 저쪽에도 없을거다."
신은 나름 잘난척을 하듯이 우쭐해 하였지만, 모두 맞는 말인데다가, 설령 거짓이라 하더라도 하린이 그 사실을 알아챌 수 없었다.
"그런데 단지 평소보다 컨디션을 떨어뜨리고 자제심의 벽이 얇아지게 만드는 것이 전부인데 이렇게까지 문제가 커질줄은 상상도 못했어."
아침부터 컨디션이 좋지 않고, 화가 마구잡이로 났었던 이유는 신의 저주에 의해 생겨난 문제였다.
매개체가 되는 신체의 일부분으로 자주 사용되는 머리카락을 그녀의 집에서(안에 있는 방범 장치들은 신에게 큰 문제거리가 아니였다) 채집한 후, 흔적조차 남지 않는 가벼운 저주 마법을 사용함으로서 평소보다 컨디션이 나쁘게 만들고 자제심이 얇아지게끔 만들었다.
만약, 이 저주를 일반인에게 걸었다면 큰 문제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냥 평범하게 사는 사람이 자제심 좀 얇아졌다고 누군가를 죽이거나 하겠는가? 그냥 좀 심하게 싸우는게 전부고, 남궁 신의 전생 또한 그랬었다.
그런데 민정처럼 오만한 이들에겐 이 저주는 매우 큰 효과를 발휘한다.
상대방을 얕잡아보는 그녀의 성격상, 안그래도 얇은 자제심이 더더욱 얇아지는 효과가 생겨나버렸으니까.
만약, 평소의 민정이였다면 진호를 죽이기보단 그냥 자리를 떴겠지만, 자제심이 얇아진 그녀는 감히 자신의 뺨을 때린 '천민' 을 용서하지 못하였다.
"그리고? 이 다음은 어떻게 할 생각이야?"
"이걸로 끝이다."
신의 마법은 보면 볼수록 신기하기 때문에, 또 이번에는 무슨 마법을 펼칠까 기대하던 하린은 눈에 띄게 실망하였다.
"겨우 그 저주 마법 하나로 끝이라고?"
"후폭풍을 보면 '겨우' 라는 말이 안 나올껄. 너는 사람들의 무지를 너무 모르고 있어."
"??"
"기대해도 좋아. 빠르면 내일, 아무리 길어도 일주일 안에 그녀는 나를 찾아온다."
단지 민정의 자제심을 얇게 만들어 살인을 유도함으로서 완전히 손을 놓아버린 신의 모습에, 사회적 경험이 짧은 하린은 이해를 못하겠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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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 모든 TV와 인터넷을 통괄한 언론은 민정이 저지른 살인에 촛점이 맞춰졌다.
지금까지 언제나 밝은 분위기로 화랑의 분위기 메이커를 도맡아왔고, 아무리 극악한 범죄자를 상대로 이능력을 사용해도 사람을 죽인적이 없는 고결한 그녀가 어째서 살인을 저질렀는가에 대한 의문이 많은 시민들의 관심사로 집중되었다.
이능력의 힘은 사람을 쥐도새도 모르게 죽일 수 있기 때문에, 권력의 힘도 있지만 그것도 강력한 이능력을 바탕으로 한 부산물에 불과했다.
어쨌든, 화랑이 경찰과 언론들을 강하게 압박하자, 마치 입을 사전에 짜맞춘것처럼 민정이 죽인 진호에게 불리한 내용들이 쏟아져나왔다.
그렇게 해서 결론이 지어진것은,
-경제가 어려워 공장 경영에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한 김 진호는 이 모든게 이능력자들 때문에 생겨난 문제라는 망상에 빠져들기 시작하였고, 마침 미국에서 일어난 '초인등록법안' 신봉하는 테러범이 되어 화랑을 대표하는 권 민정을 공격하려 하였다. 권 민정은 단지 제압하려 하였지만, 계속해서 죽이고자 달려들길래 한동안 움직이지 못하도록 과하게 손을 쓰는 바람에 사망하고 말았다.-
거기다가 화랑에서는 여러 언론의 기자들을 불러서 공식 회담을 하였고, 그 곳에 참가한 권 민정은 침울한 표정으로 기자들 앞에 나섰다.
"죄송합니다……. 처음엔…단지 가볍게 제압하려 했어요……. 하지만 너무 살기등등하게 달려드는 바람에……. 솔직히 말하자면…그 눈빛에 겁을 먹어서 과도하게 힘을 썼던것 같습니다……. 정말…정말로 죄송합니다, 국민 여러분……."
그리고선 눈물을 한 바가지를 쏟아낸 그녀는 화랑의 경호원들을 따라 퇴장하였고, 공식 회담의 뒤는 원규가 맡게 되었다.
"화랑의 일원으로서 지금의 사태를 죄송하다고 밖에 할 말이 없습니다. 정말로 죄송합니다."
마치 죄인처럼 사죄하는 화랑의 모습에, 뒷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인터넷으로 마음껏 떠들기 시작했다.
-왜 화랑에서 사과를 해야 하냐? 잘못한건 먼저 공격한 범죄자잖아?
ㄴ사스가 헬조선! 범죄자들의 인권을 우선시 하는 범죄 우발 국가 지리네~ 아주 그냥 고담 시티구만
ㄴ헬조선 헬조선 할거면 나가 살아라
-[삭제된 코멘트입니다]
ㄴ이거 뭐라 했길래 삭제됨?
ㄴ아까 봤는데 민정이 행실이 ㅈ같아서 생긴 문제라던데?
ㄴ헐 미1친1놈
-솔직히 국회의원들 다 토깠는데도, 굳이 남아서 우리들을 보호해주는 것 자체부터 우리한텐 은인 아님?
ㄴㅇㅇ 요즘 괴수들이 갑자기 많이 튀어나와서 피해가 좀 생겼지만 그래도 화랑이 있으니까 피해가 그정도지
ㄴ검은 검사 후빨 하는 새1끼들 보면 답답하다. 걔가 괴수들 대부분 처리하는건 맞지만 화랑이 버텨주지 않았으면 우리가 여기서 노닥거릴 여유가 있을까?
ㄴ그래도 존1나 쌔긴 쌔던데
ㄴ누가 약하대? 아무리 쌔도 화랑이 괴수들을 잡아주고 있지 않았으면 서울은 이미 개판 5분전이 되어버렸을거라고
화랑에서 풀어낸 알바들은 화랑을 옹호하는 쪽으로 분위기를 잡았고, 여기에 현혹된 사람들은 딸을 구하기 위해 달려들었던 진호를 범죄자로 몰아붙이기 시작했고, 은근슬쩍 화랑 덕분에 한국이 구원받았음을 퍼트렸다.
간혹 가다가 권 민정이 얼마나 쓰레기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여학생들이 조심스럽게 그녀의 평소 생활에 대한 내용을 기사 리플, 트윗이나 페북을 이용하여 알렸지만, 그때마다 학생들의 글은 족족 삭제되어버렸다.
기사 리플이 삭제된 것은 사이트 운영자가 벌인 짓이고, 트윗이나 페북은 민정을 욕한 이들에게 하나같이 화랑의 이능력자들이 찾아와 협박을 가하였고, 결국 진실을 알고 있는 이들은 그 협박을 이겨내지 못하면서 글을 삭제한 것이다.
이러한 사정을 모르고 화랑이 있으니까 자신들이 이렇게 편하게 살 수 있다는 등, 화랑을 향한 의존력이 강해진 사람들은 울면서 사과한 민정을 옹호하고, 그런 그녀를 공격한 진호를 욕하면서 신상을 털기 시작하였다.
경찰, 언론, 네티즌, 그야말로 국가 전체가 공격해오는거나 마찬가지인 상황.
이런 상황이니 돈없고 빽도 없는 평범한 가정이 풍비박산 나는건 너무나 간단하였다.
-살인자 새끼들아!-
-니들 때문에 화랑이 한국 떠나면 책임 질거야!? 앙!?-
-뒈지려면 곱게 뒈지지 왜 민정이를 건드려!-
"아냐! 아니라고요! 우리 남편은 살인마가 아니야!!"
쾅!
남편이 죽었는데도 불구하고 경찰 조사를 받느라 제사조차 치루지 못하고 있는 은지는, 1초마다 걸려오는 욕설섞인 전화를 받으며 비명을 지르듯이 반박하고선 전화기를 내다꽂았다.
"흐흐흑…여보…여보……."
이미 경찰들이 다녀와서 완전히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집안.
청소를 할 기력도 없이 눈물만을 흘리며 괴로워하는 엄마의 모습에, 도윤은 죽은듯한 눈빛으로 지금의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였다.
'왜……? 상처받고…괴로워하고…죽임당한건 우리쪽인데…왜…우리가 죄인 취급을 받아야 하는거야……?'
같은반 학생들은?
교사들은?
자신이 민정에게 얻어맞는동안 강건너 불구경하던 그놈들은 왜 아무런 말을 하지 않는거지?
왜 우리들이 범죄자가 되어 이런 꼴을 당해야 하는거지?
대체 왜?
도윤은 자신의 방에서 무릎을 끌어안으며 고개를 파묻었고, 은지는 남편의 불명예스런 죽음에 눈물을 흘리며 꺼이꺼이 울어댔다.
몸과 마음이 완전히 피폐해진 도윤은 무릎을 끌어안은 자세로 깜빡 잠이 들어버렸고, 다시 눈을 떴을땐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엄마……?"
또다시 느껴지는 불안감.
사망한 아버지를 목격했을때와 같은 불안감이 그녀의 마음을 옥죄였고, 부엌과 화장실을 찾아본 도윤은 마지막으로 아빠와 엄마가 주무시던 안방으로 향하면서 기원하였다.
자신의 마음이 기우이길.
울다 지치셔서 쓰러져 주무시고 계시길.
그렇게 간절히 기도하며 문을 연 도윤의 두 눈에는 있어선 안되는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혀를 길게 내문채로 천장에 걸려진 밧줄로 목이 걸려진채로 대롱대롱 메여진 어머니의 모습.
그리고 침대 위에는 한 장의 종이가 놓여져 있었다.
'미안해, 도윤아.' 라는 짧은 문장이 적혀진 종이가.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순식간에 부모님들을 모두 잃어버리면서 고아가 되어버린 도윤은 눈물을 흘리면서 미친듯이 웃어제끼기 시작하였다.
모르겠다.
자신이 왜 이런 꼴을 당해야 하는지, 대체 자신이 무엇을 잘못해서 부모님들이 이렇게 죽어야만 하는지, 아무리 생각해봐도 도저히 모르겠다.
하지만, 이것 하나만큼은 알 수 있었다.
"죽여버릴거야……. 모조리…모조리 죽여버리거야……."
자신의 모든것을 앗아간 놈들.
권 민정. 화랑. 강자에게 굴복한 학교의 사람들. 언론인들. 경찰들. 그리고 아무것도 모르는 주제에 아버지를 범죄자 취급하던 쓰레기들.
그것들을 모두 죽이고 싶다는 강한 살의만이 그녀를 지탱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떻게?
자신이 아무리 단련해봤자, 설령 세계 챔피언 수준으로 단련되어봤자 이능력자가 힘을 쓰면 꼼짝도 못하는데?
그 때, 그녀의 머릿속에 한 남자의 얼굴이 떠올랐다.
이상적인 미남의 조건을 갖추고 있지만, 무뚝뚝하면서도 누군가의 접근을 꺼리는듯한 분위기를 풍기던 그 남자가.
'만약, 자신의 영혼을 팔아서라도 강해지고 싶다면, 어떤 희생을 치뤄서든 강해지고 싶다면 언제든지 이곳으로 찾아오도록.'
그냥 허풍일 수 있고, 혹은 악마일 수 있다.
하지만, 그가 악마라 하여도 상관없다. 아니, 반드시 악마여야 한다.
자신의 영혼을 내주면서 복수를 할 수 있는 힘을 받기 위해선 그는 반드시 악마여야만 한다.
그렇게 방향을 잡은 그녀는, 이미 신상이 털려버린 자신의 모습을 감출만한 복장과 함께 집 밖으로 나섰다.
"다녀올께요. 아빠, 엄마."
며칠전까지만 해도 가족들끼리 한 자리에 모여서 힘들어도 즐겁게 살아갔었던 터전.
솔직히 자기 가족이니까 좋게 말하는거라 생각할 수 있겠지만, 도윤의 아버지는 고된 일을 하면서도 언제나 딸과의 소통을 중요시 여기던 좋은 아버지였고, 어머니 또한 부업을 하면서 힘들어하는 아버지를 뒤에서 내조해주는 좋은 어머니였다.
따뜻함이 감돌아, 자신에겐 고향과도 같은 곳.
이제는 싸늘함과 죽음의 기운밖에 느껴지지 않는 집안을 마지막으로 두 눈에 담은 도윤은, 자신의 인생을 망가뜨린 모든것들을 무너뜨리고자 남궁 신과 처음 만났던 폐허로 향하였다.
많은 사람들에게 공포감을 안겨다주는 삼태극의 간부들 중에서, 치우 다음의 악명을 가지게 될 '망자들의 여왕' 은 그렇게 조용히 태어났다.
인류를 향한 증오를 품으면서.
============================ 작품 후기 ============================
저는 흑마법처럼 어둠칙칙한 효과를 표현하는걸 좋아해서 도윤이는 의외로 저의 편애캐가 될 요지가 높습니다.
대신 고3이라는 설정 때문에 ㅅㅅ씬은 피할 예정.
한다고 해도 소설내 세계관에서 1년을 넘어야 합니다 ㅎㅎ;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쓰고 싶은게 더 많아지네요.
일단 차기작은 던전물인 인외마경으로 결정지었지만, 그 다음으로 생존물도 쓰고 싶고, 정통(?) 레이드물도 함 써보고 싶고, 레벨업 시스템을 가지고 이세계로 많은 사람들이 소환된다던가, 어쨌든간에 남들이 쓰고 있는 장르에 끼어들고 싶어집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어요.
저는 주인공을 무조건 진우처럼 쓰고 싶은데, 문제는 그랬다간 원패턴 소설이 되어버릴 확률이 높다는겁니다.
...아니, 어쩌면 다들 왠만해선 정의롭거나, 정의롭진 않아도 정도를 걷는 주인공들을 쓰니까 의외로 싸이코같지만 최소한 답답함은 안주는 원패턴에 환호하는 사람들이 있을지...도...?(불안불안)
PS : 깨알같은 필터링 방지용 숫자 1. 현실성을 나름 반영해봤습니다 ㅋㅋㅋ
PS2 : 몇몇 게임에서는 저렇게 해도 필터링에 막히는게 있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