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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장
하린과 원규가 '신고식' 이라는 이름으로 붙을 때, 반대편 훈련장에서는 똑같은 이유로 민정이 불려나가 있었다.
그녀 또한 신고식에서 승리를 하였을 경우, 그녀가 원하는 것을 하나 들어준다는 조건을 받은 상태였고, 원규와 한가지 다른 점이라면 이번 대련의 상대역보다 먼저 훈련장 안에 도착해 있다는 사실이였다.
'이기기만 하면 뭐든지 다 들어준다고 했지……! 원규 아저씨는 강적들과 싸우기 싫어서 한국을 받는걸로 만족하겠지만, 나는 달라!'
그녀는 자신의 미모에 자신감이 있었다.
게다가 치우는 노골적인 쾌락 주의자이며, 이실리아 공개 방송 사건으로 인해 변태적인 여성 편력을 알리게 되었다.
'나는 치우님에게 아내로 받아달라고 할거야! 그렇게만 한다면 삼태극의 2인자, 혹은 그에 준하는 권력을 얻게 될테니까!'
치우가 얼마나 변태적인 성욕을 가지고 있는지 아직 제대로 감이 잡히지 않지만, 그래도 삼태극의 권력을 쥘 수 있다면 그정돈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이실리아와 하린이 좀 걱정되긴 하지만…….'
이실리아 맥스웰.
유럽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는 유명인이며, 성인이 된 딸을 가진 중년의 유부녀.
문제는 중년의 유부녀 주제에 몸매는 아이를 낳았다고 볼 수 없을 정도로 환상적이며, 미모 또한 나이대 치고 매우 젊어보인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정은 자신이 있었다.
왜냐하면, 이실리아는 아무리 나이대에 맞지 않게 아름답다지만, 결국 아이를 낳은 아줌마에 불과하니까.
눈주름, 입가 주름이 자글자글하면서 늙어빠진 아줌마 따윈 자신의 싱싱하면서 젊은 육체를 이겨낼 수 없을테니까.
그렇다면 가장 큰 라이벌은 하린이다.
그녀는 이실리아를 '다 늙어서 주책인 아줌마' 라고 깍아내리며, 하린과의 정실 대결에 모든것을 쏟아부어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철컹-
그 때, 입구쪽의 문이 열리면서 두 명의 남녀가 모습을 드러냈다.
한 명은 남궁 신.
다른 한 명은…….
'어……?'
순간, 민정은 자신이 잘 못 봤나 싶어서 두 눈을 부비적 거리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아무리 다시 봐도 남궁 신의 곁에 있는 여성은 자신이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여성이였다.
'도윤? 어째서 저 년이?'
영롱하게 빛나는 수정같은 보석이 박혀있는 지팡이를 들고 있으며, 전과 달리 창백해진 안색을 가진 도윤의 모습을 확인한 민정은 상황이 이상하게 흐르는 것을 직감하였다.
"나는 이번 대련의 심판으로서 이 자리에 오게 되었다. 내가 움직일때는 승패를 결정지을 때 뿐이며, 그 외의 이유로 움직이지 않는다. 즉, 스포츠와 달리 부상을 입든, 뼈가 꺽이든, 승패가 결정될때까지 내가 누군가를 위해 움직이거나 대련을 멈추게 하는 짓은 없다는 것이다. 이 대련의 룰은 단 하나. 무슨 수를 써서라도 좋으니 승리를 하는 것이다."
신은 자신의 역할을 오로지 심판 뿐이며, 심판 외의 일은 하지 않겠다고 못 박아 넣었다.
그리고선 어째서 이 자리에 도윤이 있는가에 대한 의문을 풀어주지 않고선 대련에 방해 되지 않게끔 구석 자리로 이동하고선 끝.
민정은 지금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였다.
왜 저 년이 여기에 있는거지?
왜 저 년이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거지?
왜 저 년 말고는 아무도 보이지 않는거지?
설마 저 년이 자신의 상대란 말인가?
민정은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졌다.
대체 무슨 의도로 아무런 이능력이 없는 쓰레기를 자신의 상대로 보냈는지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그녀는 주변을 두리번 거리면서 또다른 삼태극의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 하였으나, 주변에는 자신과 남궁 신, 그리고 도윤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런 표정 지을거 없어, 권 민정. 네 상대는 내가 맞으니까."
움찔-
순간, 민정의 눈이 살짝 일그러졌다.
"감히 내 앞에서 고개를 뻣뻣히 쳐들고 있네? 한동안 맞지 않으니까 감각을 잊었나봐?"
감히 자신에게 눈조차 마주치지 못하던 천민이 눈을 똑바로 노려보는게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민정은 도윤을 향해 협박하듯이 대꾸하였다.
"후…후후…후후후후후……."
그 모습에, 도윤은 고개를 떨구더니 어깨를 들썩이며 음산하게 웃었다.
"뭐야? 감히 내가 말하는데 웃겨?"
"이건 감격의 웃음이야. 어쨌든간에 고마워, 권 민정. 네 본래의 모습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서 정말로 고마워."
"??"
그녀는 대체 뭐가 고맙다는건지 이해하지 못하였지만, 민정에게 복수해야 하는 도윤에겐 이 모든게 고마웠다.
만약, 아버지를 죽여서 사과를 하거나, 그 때의 충격으로 울상을 짓고 있었다면 복수를 해도 제대로 된 충실감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민정은 자신이 알던 그 쓰레기가 맞다.
자신이 괴롭히던 학생의 학부모를 죽였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죄책감 없이 자신에게 어디서 감히 눈을 똑바로 쳐들고 보냐며 추궁하는 인간 쓰레기.
"지금부터 대련을 시작하겠다. 내가 시작이라고 외치면 그때부터 시합 시작이다. 3! 2! 1!"
꾸욱-
남궁 신이 신호를 내기 시작하자, 도윤은 자신의 지팡이를 꾸욱 쥐면서 살기어린 눈빛으로 민정을 향해 노려보며 뭔가 혼잣말을 속삭이기 시작하였고, 민정은 정말로 도윤이 자신의 상대임을 알게 되자 재빨리 자세를 취하였다.
'이 년은 이능력에 대한 재능이 전무해! 삼태극에서 내게 주는 기회인거야!'
삼태극이 자신을 좋게 봐주면서 일부러 승리할 수 있게끔 자리를 깔아준거라 판단한 민정은, 가볍게 이겨보이겠답시고 긴장을 풀며…….
"시작!"
위이잉--
"!!"
순간, 수정이 박혀있는 지팡이에서 기분나쁜 공명음이 울려퍼지더니, 도윤의 주변에서 한 눈에 봐도 사람한테 맞으면 절대 좋지 않아보이는 검은 기탄이 형성되면서 그녀를 향해 쏘아져 나왔다.
"흡!"
반사적으로 염동력으로 이루어진 방패를 만들어 기탄을 가볍게 막아내긴 하였지만, 민정의 머릿속은 혼란 그 자체였다.
'뭐야 이거? 이능력? 아냐, 그런게 있을리가 없을텐데!?'
하지만, 그녀의 혼란과는 상관없이, 도윤은 계속해서 공격을 퍼부었다.
화악!
허리춤에 있는 주머니에서 산산조각낸 뼈조각을 허공을 향해 뿌리자, 모든 뼈조각들은 화살같은 형태로 이루어지며 민정을 향해 날아갔다.
신이라면 그냥 주문으로 모든걸 해결하겠지만, 아직 그 수준까지 올라서지 못한 그녀는 모든 주문에 매개체를 사용함으로서 위력을 강화시켰다.
그녀 또한 신 처럼 마력으로 형성화시킬 순 있지만, 그랬다간 위력이 절반 수준에 미치고 만다.
안그래도 모든 면에서 밀리는데 위력까지 반감된다면 정공법으론 절대로 이길 수 없고 만다.
"큭! 이게!"
민정은 이래뵈도 나름대로의 전투 경험이 있었다.
어떻게 이능력이 생겼는지 몰라도, 절대 평범한 능력이 아님을 확신한 그녀는,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뼈 화살을 염동 실드로 막아냈다.
뼈 화살들은 무형의 기운으로 이루어진 장벽에 가로막혀 힘없이 나동그라졌고, 상대방의 공격이 가진 충격력을 확인해보자, 도윤의 공격이 겉보기와 달리 위협적이지 않다는 것을 직감하였다.
'생긴것만 징그러울 뿐이야! 이정도 공격이라면 수백번이 더 날아와도 가볍게 막을 수 있어!'
상대방의 수준이 별거 아님을 확신한 민정은, 압도적인 수준 차이를 지녔을때 사용하는 염동력자의 특기를 사용했다.
마치 주먹으로 멀리 떨어진 도윤의 몸통을 움켜쥐는듯한 동작을 취하자, 도윤은 다리와 팔을 딱 붙인 차렷 자세로 고정되거 말았다.
꽈아악--!!
"크흑!"
"꺄하하하하핫! 주제도 모르고 날뛴 벌이야! 너같은 쓰레기 같은 천민 따위가 힘을 얻어봤자지! 이대로 수준 차이를 느끼면서 쥐포가 되어버렷!"
팔다리와 몸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압박감.
염동력자가 지닌 특성을 이용한 효과적인 기습 공격을 당한 도윤은, 몸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신음성을 흘렸다.
"아니면 네 애비처럼 똑같이 뒤통수를 깨뜨려서 죽여볼까나~? 부녀가 똑같은 형태의 죽음을 맞이하는것도 꽤나 보기 좋겠는걸!? 꺄하하하하하!"
"!!"
승리를 확신한 민정은 도윤의 정신적 상처를 건드리다 못해, 아예 해부하는 수준으로 파해쳤고, 그와 동시에 그녀의 머릿속에서는 처참하게 죽어나간 아버지와 자살할 정도로 절망한 어머니의 모습이 떠올랐다.
"…쳐……."
"응? 뭐라고 지껄이는 거야?"
"닥치라고! 우리 아빠는…엄마는…그렇게 돌아가셔야 할 분들이 아니셨어!!"
"그래서 뭐 어쩌라고? 손발 하나 꼼짝도 못하는 주제에! 감히 내게 덤빈 댓가로 아주 잘근잘근 으스러 뜨릴테니 각오나 해!"
한 가정을 파멸시켜놓고선 아주 약간의 죄책감도 가지지 않는 민정의 모습에, 그녀를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며 다시 한번 마음을 다 잡은 도윤은 이빨을 꽉 깨물었다.
그와 동시에 그녀의 눈 흰자 부분이 검은색으로 물들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그녀와 눈이 마주친 민정은, 갑자기 눈 앞에서 갈색 몸체를 지닌 2족 보행형 괴물이 튀어나와 날카로운 손톱이 자신의 어깨를 향해 날아오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히익!?"
갑자기 듣도보도 못한 괴물이 튀어나오자 깜짝 놀란 민정은 재빨리 자신의 보호를 위해 염동 갑옷을 만들었지만, 괴물의 날카로운 손톱은 너무나 간단하게 그녀의 어깨죽지를 파고들어갔다.
"꺄아아아아…아아…아……?"
분명 괴물의 손톱이 자신의 어깨죽지를 베어들어갔다.
그런데 괴물의 공격은 마치 환영이 공격하듯이 자신의 몸을 슥 통과하였고, 아무런 고통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환영?!'
퍽!
"어……?"
괴물이 환영임을 눈치채자마자 들려오는 이질적인 소리.
아랫쪽에서 슬금슬금 기어올라오는 고통을 느낀 민정은, 고개를 아래로 돌리자 무릎에 반쯤 파고든 아기 주먹만한 짙은 녹색의 구체를 발견하였고, 그 구체가 자신의 무릎 안쪽으로 들어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꺄아아아아악! 아파! 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
짙은 녹색의 구체가 반쯤 박혀있는 고통도 고통이지만, 상처 부위를 중심으로 날카로운 바늘이 혈관을 꿰뚫는듯한 고통이 상처를 중심으로 퍼져 나갔다.
'걸렸다! 부패의 구체!'
심심한 이름을 가진 저레벨 흑마법인 부패의 구체.
하지만, 이 마법에 맞아본 이들은 절대 저레벨 마법이라고 우습게 보지 않는다.
일반 남성이 주먹만한 짱돌을 던지는 속도에 불과하지만, 일단 몸 어디든지 맞게 되면 그 부위를 중심으로 몸이 부패 되면서 썩어들어가게 된다.
물론, 그 부패 범위는 사람 머리통만한 수준까지만 부패되고, 성직자가 힐링 주문을 사용하면 흑마력이 분해되면서 가볍게 사라지게 되지만, 신성력을 지닌 성직자가 없다면 모든 이들이 기피해야만 하는 최악의 주문이였다.
당연히 신성력같은게 있을리 없는 현대에서는 부패의 구체란 일단 맞으면 신체의 일부분을 잘라야만 하는 최악의 마법이였다.
"아아아아아악!"
무릎의 관절이 부패되면서 관절염에 걸린것처럼 고통스러워하기 시작한 민정은 비명을 내지르며 벌레처럼 구르기 시작하였지만, 극마지체가 가진 부작용으로 인해 흑마법을 사용하면서 눈의 흰자 부분이 검은색으로 물들어진 도윤은 조금의 안타까움도, 동정심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적을 쓰러뜨릴 수 있는 기회를 붙잡은 짐승의 눈빛으로 돌변하면서, 재빨리 주문의 효과를 증폭시켜주는 수정 박힌 스태프를 줏어들며 주문을 외웠다.
"가라!"
그리고 허리춤에 달아둔 또다른 주머니의 입구를 풀면서 내던지자, 전갈, 지네같은 독을 가진 절지 동물, 벌레들이 시전자의 명령대로 적을 향해 빠르게 기어가기 시작했다.
지배하기 쉬운 개체들을 조종하는 컨트롤 스웜 Control Swarm에 의해, 징그러운 벌레때가 뭉쳐서 자신에게 이동해오자, 민정은 무릎의 고통으로 인해 눈물을 흘리면서도 조종당하는 벌레때를 향해 손을 뻗었다.
"히…히익! 오지마! 오지말라곳!"
빠직! 우지직!
민정은 염동력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판자 같은것으로 벌레때를 짓이겼지만, 고통과 눈 앞의 징그러운 생물체에게만 눈을 빼앗긴 멍청한 선택을 두고두고 후회하게 된다.
그녀가 엄청 깔끔 떨어대는 성격이며, 벌레같은 징그러운 생물들이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모습에 기겁을 하면서 그쪽에만 신경을 쓸것이다 라고, 그녀의 몸종 노릇을 하면서 얻은 경험치 덕분에 충분한 시간을 번 도윤은 자신이 시전할 수 있는 가장 위력이 강한 주문의 영창을 완료하였다.
"망령의 절규!!"
그리고선 미리 준비한 물건을 자신의 머리 위로 던져 올렸다.
작은 분홍색의 살덩어리.
따로 봐서는 그게 뭔지 잘 모르겠지만, 그것은 바로 목젖이였다.
그것도 자신의 엄마의 시체에서 직접 도려낸 목젖!
"마음껏 울부짖지도 못하고 돌아가셔서 답답하셨죠, 엄마. 이제 마음껏 외치세요. 엄마가 느낀 절규를, 원망을!"
자식이 부모의 시체를 훼손하는건 도의적으로 큰 문제였지만, 도윤은 억울하게 죽어버린 엄마에게도 복수의 기회를 주고 싶었다.
그렇기에 엄마의 목젖을 가져온 것이다.
당신이 내지르고 싶어했던 절망과 원망을 죽은 뒤에서라도 마음껏 울부짖으라고!
-끼야아아아아-------!!!!-
"!!"
이 세상의 것이 아닌듯한 여성의 비명 소리가 울려퍼지자 민정은 반사적으로 두 귀를 막아냈으나, 영혼의 비명을 겨우 그정도로 막을 수 있을리 전무하였다.
털썩-
망령의 절규를 고스란히 듣게 된 민정은 힘없이 쓰러졌고, 그 모습을 확인한 도윤은 재빨리 달려나가며 그녀의 목에다가 개목걸이형 EIEW 리미터를 걸었다.
이미 수십번이나 연습을 해뒀기에, 너무나 능숙하게 개목걸이를 채운 도윤은 잠깐동안 의식을 잃어버렸던 민정이 다시 제정신을 차리는 모습을 싸늘하게 내려보았다.
============================ 작품 후기 ============================
저번편 후기글의 반응을 보고 오히려 제가 더 놀랐습니다.
뭐야! 뭔데! 왜 나만 구제불능의 씹변태가 되어버린건데!
댁들도 그런거 있잖아! 켄타우로스 보면 말ㅂㅈ에다가 주먹을 쑤셔박고 싶어진다던가! 메두사의 뱀머리 펠라치오를 받는다던가!
미노타우르스는 폭유스런 가슴에다가 착유기 붙여놓고 뿔을 손잡이 삼아 잡으며 후배위로 쿵떡쿵떡 하고 싶어지잖아!!
파충류 비늘이 오버 니삭스처럼 다리를 감싼 드래고니안의 허벅지를 할짝할짝 하고 싶어지잖아!!
뱀파이어의 날카로운 이빨을 뭉툭하게 갈아서 오랄ㅅㅅ 하고 싶은건 당연하거잖아!!
왜! 왜 나만 구제불능의 변태가 되어버리는건데!!
...이거 혹시 나만 그렇게 생각한거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