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06 / 0923 ----------------------------------------------
10장
푸슈우우--
가스가 새어나가는 소리와 함께,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굳게 닫혀있던 캡슐이 열리면서, 약간 둥글둥글한 인상의 반나체 남성이 몸을 일으켰다.
"끄으으으응~~~~"
우득- 우드득--
가장 먼저 목과 허리를 이리저리 비틀면서 굳은 몸을 풀어준 그는, 냉장고에서 두유 하나를 꺼내들고선 반나체인 모습 그대로 창문으로 향하였다.
그가 있는 곳은 고층 아파트 23층에 위치한 곳에 방을 잡았기 때문에 반나체가 아니라 아예 발가벗은 상태여도 상관없지만, 어쨌든간에 남자는 창문 밖의 경치를 바라보면서 두유 입구에다가 빨대를 꽂아넣고 쪽쪽 빨아먹기 시작했다.
"푸하아~ 역시 이 경치는 최고라니깐."
비슷한 크기의 아파트들이 있지만, 근처에는 그 아파트를 제외한 고층 빌딩이 없기 때문에 커튼을 활짝 펼치면 영화나 만화의 한 장면처럼 기분좋은 햇빛이 쏟아진다.
그 광경을 보면 답답한 가슴이 활짝 개워지는듯한 느낌을 받기 때문에, 남자는 크게 심호흡을 내쉬면서 두유를 마셨다.
"후하아암~ 이제 방학도 한 달쯤 남았구만."
군대를 조금이라도 쉽게 다니고 싶어서 차일피일 미루다가 뒤늦게 군대에 입대했었던 그는, 대학생 3학년이 됐을땐 29살이라는 나이가 되어버렸다.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그냥 미루기보단 후딱 빨리 군대에 입대하면서 시간 낭비를 하지 않았을거라 후회하였지만, 그 흔하디 흔한 회귀물 소설처럼 강하게 후회하면서 잠을 자고 눈을 떠보니까 엄마나 동생이 늦잠자는 자신을 깨운다는 스토리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어쨌든, 정보통신학과 대학생 3학년인 그는 입을 쩍 벌리며 하품하고선 자신의 스마트 폰을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음…꽤나 톡이 많이 쌓여있네. 어? 이 새끼가 왠일로 톡을 날렸지?"
그는 슬슬 바닥을 보이고 있는 두유를 쭙쭙 빨아먹은 후, 쓰레기통에다가 가볍게 던지고선 양 손으로 화면을 두드렸다.
-에이~요~-
자신들만의 인사말을 카톡으로 날리자, 얼마 지나지 않아 답장이 왔다.
=에이~요~ 형님 잘 지내셨음?=
-나야 평소랑 같지. 그런데 왠일로 카톡 날렸음?-
=걍.=
-그래? 그럼 ㅃㅃ-
=와 씨바, 간만에 귀여운 동생놈이 카톡 날렸는데 반갑지도 않음?=
-씨발놈이 어디서 약처먹고 왔나. 개소리는 됐고 어무이는 어때?-
남자는 자신의 친동생을 향해 어머니의 안부를 물어왔다.
=일단은 잘 지내셔. 엄마가 형 보고 싶다고 하는데 한번쯤 올라오시지? 망할 형놈아?=
-알갔어알갔어. 나중에 한번 올라갈께.-
서로 따로 살고 있었기에, 남자는 동생의 핀찬에 나중에 한번 올라가겠다고 말하면서 대충 서로의 안부를 물었고, 그 다음은 잡담 타임으로 넘어갔다.
=아, 근데 그거 암? 미국 나사에서 지구로 운석 하나가 날아오고 있다고 발표했다는데.=
-그래? 그럼 플라즈마 커터랑 빠루랑 묠니르 전투복이 필요하겠구만. 이걸로 나는 우주 전체를 상대할 수 있다!-
=호오, 전투력이 상승하고 있군요?=
-나 화났다 프리더어어어!-
=8기통! 8기통! 8기통! 8기통! 8기통!=
-수혈용 피주머니의 분노를 느껴라!-
분별없이 이쪽 저쪽 세계관의 내용으로 드립질을 치며 낄낄 거리던 두 형제는, 다시 운석에 대한 내용으로 화제를 돌렸다.
-얼마나 크데?-
=자세한건 모르겠는데 분명한건 지구로 오고 있다는데? 그런데 크게 난리가 나지 않는걸보니 부딪혀도 큰 영향이 없을 정도인듯?=
-에이, 그냥 국회같은데 시밤쾅 하면 존나 재밌을거 같은데 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
그렇게 농담 따먹기 형식으로 톡을 주고 받던 형제는 운석에 대한 대화 몇마디를 한 후, 서로 이런저런 잡담을 나누다가 슬슬 톡을 끝내기로 하였다.
=나 친구들이 불러서 이만 가볼께.=
-옹야. 군대 가기전에 잘 놀다 가그레이-
=ㅇㅇ ㅃㅃ=
남자의 동생은 이제 군 입대를 눈 앞에 두고 있다.
9살이나 차이나는 형제이기 때문에, 이제 풋풋한 20대가 된 남자의 동생은 빨리 군대 문제를 해결한 후, 자신이 하고싶은것을 하고 싶다며 자원 입대를 하였고, 입대 날짜가 정해지면서 친구들하고 실컷 놀러다니는게 요즘 일과다.
"새끼. 벌써 군대도 가고……. 참 세월 빠르네."
서로 투닥거리던게 엊그제 같았는데…….
남자는 그렇게 회상하면서 잠시 흐뭇해 하다가, 적당히 여러 잔반들을 꺼내고선 계란을 반숙으로 익힌후에 참기름과 고추장을 넣어서 비빔밥으로 배를 채웠다.
그렇게 배를 채우고, 교수들이 내준 과제물을 처리하기 시작했다.
'옘병할 교수 새끼들. 그냥 컴퓨터로 써서 프린트하면 쉬운데 왜 꼭 손으로 쓰라고 지랄들이야.'
몇시간동안 펜을 잡으면서 노트위로 과제 내용을 필기하던 남자는, 문득 시간을 보니까 3~4시간 정도 흘렀음을 확인하였다.
벌떡-
"하, 씨발……. 얼마나 지났다고 벌써부터 발광하냐……."
동생과 통화한 시간, 비빔밥을 만들고 먹은 시간, 방학 과제물용 문제들을 풀어낸 시간을 전부 다 합해서 반나절도 지나지 않았건만,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팬티 위로 벌떡 솟아오른 남성기를 보면서 한 숨을 내쉬었다.
'정말이지 가상현실이 없었으면 나는 최악의 강간마가 되었을거야…….'
그냥 평범한 성욕이면 문제 없다.
하지만, 그가 원하는 것은 가학적인 성욕이며, 아무리 풀어도 풀어도 만족을 모른다.
가상현실이 없었으면 언젠가는 이런 가학적인 성욕을 배출하기 위해 언젠가는 반드시 범죄를 저질렀을 것이다.
'게다가 가상현실 덕분에 성욕을 해결할 수 있다보니 참을 필요성도 느끼지 못하고.'
솔직히 까고 말하자면, 그는 성姓을 안 이후로 지금까지 일상 생활을 하면서 시시때때로 벌떡벌떡 솟아오르는 자신의 물건을 진정시키느라 보이지 않는 노력을 해야만 하였다.
옛날엔 그나마 어느정도 억제가 가능했지만, 이제는 가상현실 때문에 성욕의 분출이 가능하다보니 오히려 자제력이 얇아져가는 느낌이 든다.
성욕 때문에 더이상 머리가 돌아가지 않게 된 남자는, 화장실에 가서 빼낼것은 모두 빼낸 후에 다시 캡슐 안으로 들어갔고, 불량품으로 인한 피해 보상으로 받은 고급 캡슐의 푹신한 등받이에 편히 몸을 맡기며 다시 가상현실 세계로 들어갔다.
-----------
"흡! 흡! 흡!"
철썩! 철썩! 철썩!!
진우는 마치 며칠동안 금욕을 했었던것 마냥, 후배위 자세를 취한 노아의 팔을 잡아당기며 거칠게 허리를 앞뒤로 튕겨냈다.
"아…아파욧…주인님……! 조금만 살살……!"
남자의 탄탄한 치골과 부딪힐때마다 엉덩이가 아려올 정도로 아파오자, 노아는 눈물을 살짝 머금은 눈동자로 간절하게 애원하였다.
철썩! 철썩! 철썩!
"아흑! 꺄하앗!"
노아는 진우가 엉덩이가 새빨개질 정도로 허리를 밀어붙이자, 요염함과 고통이 섞인 신음성과 함께 가쁜 숨을 몰아쉬어나갔다.
"아앙! 앗! 키흣!"
철썩! 철썩! 철썩!
하지만, 진우에 의해 조교된 음란한 몸뚱아리는 그 고통조차 쾌락으로 승화시키기 시작하였고, 노아의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달콤함은 더더욱 짙어져갔다.
----------
조만간 요괴들의 본거지를 찾을 수 있게 된 진우는, 마지막으로 한국이라는 장난감을 가지고 놀기로 결정하면서 전국을 향해 한가지 법을 공표하였다.
복수법.
역사에 관심있는 사람들은 이건 미쳤다 라면서 절규하였고, 복수법이 뭔지 잘 모르는 사람들은 대충 제목의 뜻만으로 내용을 유추할 수 있었다.
고려 시대 최악의 흑역사라고 할 수 있는 복수법은, 처음엔 동정심으로 이루어졌다.
고려의 건국왕인 왕건이 지방 호족들의 반발을 막기 위해 그들의 딸과 결혼하면서 수십명의 왕비들을 두었고, 거기서 태어난 왕자들에 의해 치열한 정권다툼이 일어난다.
고려의 4대왕인 광종은 위와 같은 이유로 왕권의 위협이였던 호족 세력들의 권력과 재산을 분산, 소멸시키면서 중앙 권력을 강화시켰다.
호족들은 자신들을 탄압하는 광종에게 대항하고자 처음엔 뭉쳤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를 모함하고 왕의 비위를 맞추며 숙청을 피하고자 노력하였다.
이렇게 모함으로 죽어간 호족들의 후손들은 광종과 자신들을 모함한 호족들을 향해 분노를 느끼게 되었다.
광종이 죽고, 5대왕으로 즉위한 경종은 아버지인 광종의 공포정치로 목숨의 위협을 받았던 경종은 자신과 같은 처지였던 호족들을 동정하였고, 즉위하자마자 아버지에 의해 탄압받던 호족들에게 사면령을 내리고, 유배와 감옥에 갇혀있던 이들도 모두 풀어주었다.
하지만, 겨우 이정도로 자신들의 분노를 참을 수 없었기에, 왕선이라는 자가 원한을 갚기 위해 복수를 할 수 있는 법을 만들어달라고 부탁, 경종은 그들을 동정하면서 이를 받아들였다.
그리고 고려 시대 최악의 흑역사가 일어난다.
복수법이 허가되자, 모든 백성들까지 원한을 가진 상대에게 복수를 하기 시작하였고, 복수법은 복수의 범위까지 지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대낮에 길거리에서 사람을 때려 죽여도 복수라고 하면 모든게 용서가 되는 미친짓이 공개적으로 일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게다가 어느정도의 원한인지에 대한 기준점이 없었기 때문에, 상대와 싸우다가 주먹으로 얻어터지거나 재산이 조금만이라도 털리면 곧바로 상대방을 죽임으로서 복수하는 미친짓이 성횡하였다.
거기다가 경종에게 복수법을 만들어달라 부탁했던 왕선이 태조 왕건의 아들인 효성태자와 원녕태자를 살해하는 일이 일어난다.
합당한 복수가 아니라, 복수를 빙자한 살인극에 불과한 일이였다.
이 사건으로 인해 경종은 복수법이 얼마나 미친법인지 깨닫게 되었고, 왕선을 유배보내고 복수법을 폐지시켰다.
경종은 부끄러움으로 인해 제대로 된 일을 하지 못하고 향락에 빠져 살다가 죽었고, 그 후손들도 이런 사적 복수가 허용되는 광기의 시대가 있었다는게 부끄러웠는지 공식적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복수법에 의해 죽었는지 정확하게 기록하지 않았다.
한번 상상을 해보자.
술집에서 얼큰하게 취해 있었는데 갑자기 시비가 붙어서 상대방을 두드려 팼다.
그런데 상대방은 복수라면서 칼로 자신을 찔러 죽여도 복수법이라는 이름하에 무죄가 된다.
거기다가 자신의 가족들은 자신이 죽은 원한에 의해 시비가 붙은 상대방을 죽이고, 상대방의 가족 또한 복수라면서 가족들을 죽이면서 한 순간에 철전지 원수가 되어버린다.
이런게 일어날리 없다고?
복수법이라는 이름 하에선 현실로 이루어질 확률이 매우 높은 흐름이다.
어쨌든, 이러한 복수법을 제정한 삼태극이였지만, 이들은 이 복수법의 내용을 현대적으로 뜯어 고쳤다.
미친 법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미친짓 이였지만, 어쨌든간에 삼태극은 여러가지로 고친 복수법의 내용을 설명하였다.
1. 복수법은 상대방에 의해 물리적, 정신적, 재산적 피해를 입었을때만 시행할 수 있다.
2. 피해의 정도에 따라 복수할 수 있는 범위또한 제한된다.
3. 자신이 피해를 받았다는 확실한 증거(서류, 동영상 등등)가 필요하며, 증거 없이 복수법이라는 이름으로 상대방에게 피해를 입힌다면 범죄로 취급한다.
4. 복수법을 시행하기 위해선 국가(삼태극)의 허락이 필요하며, 문의는 113(원래는 간첩신고 전화지만, 북한과 남한을 무력 통일하면서 필요가 없어졌다)으로 하면 된다.
5. 복수법의 대상자, 혹은 대상자들은 복수법을 피하면 피할수록 더더욱 죄가 커지고, 그 대상 또한 넓어지게 된다.
6. 복수법을 직접 실행할 수 없는 몸이라면 삼태극에서 대신 이행한다. 이 때, 자신이 받은 피해의 정도보다 더 많은 수준을 요구할 수 없다.
7. 복수법으로 인해 죽은 이들의 가족들은 보복성 복수법을 금한다. 단, 필요 이상의 피해를 입었다면 이는 복수법으로 보복이 가능하다.
8. 누군가에게 피해를 받아 복수법에 신고한 이는 자신이 받은 피해 만큼의 금액을 받아내거나, 그 피해 수치만큼의 보복성 폭력, 2가지의 선택지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9. 목숨이 아깝지 않으면 장난전화 해도 좋다. 일순간의 쾌락과 목숨과 맞바꿀 자신이 있으면 얼마든지 해보도록.
마지막은 협박성 발언이였지만, 어쨌든간에 사람들은 자신들이 살던 세상이 일그러져 가는것을 느낄 수 있었다.
지금까지 총은 군대나 일부 경찰들만이 가질 수 있었으나, 이제는 일반인들도 AK, K-2, M16 같은 소총을 들고 다니게 되었고, 어린 애들도 호기심으로 구입해도 법적으로 제제하지 않는 미친 세상이 되어버렸다.
거기다가 복수법이라는 미친 법을 체계적으로 미치게 만들어 공표하자, 오히려 서로가 서로를 두려워 하면서 범죄가 급감하는 기현상이 일어나게 되었다.
============================ 작품 후기 ============================
전편의 리플들을 보고 약간 충격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해는 합니다.
왜냐면 저 또한 떡씬을 쓸때는, 그야말로 잡생각을 완전히 버린 무념무상의 경지로 필력에 혼을 갈아넣기 때문입니다.
가끔씩 대충 쓰는것도 있긴 하지만, 그래도 저는 제 특이 성욕을 만족시킬 수 있는 꼴릿한 글을 쓰고자 노력하였고, 성욕, 몸, 영혼의 삼위일체가 나타난 결과물인 겁니다!
원래 삼위일체는 그런 뜻이 아닌것 같은 생각이 드시겠지만 착각입니다.
착각이라고 팍씨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