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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장
자존심 강한 요괴들은 보잘것 없는 상대와 싸우는 것 자체를 수치로 여기기 때문에, 여러가지 수단을 사용하면서 침입자들을 걸러낸다.
함정을 판다던가, 부하들을 내보낸다던가, 강력한 주술을 사용하여 살아남는 이들과 싸운다던가 라는 식으로.
이곳에 터를 잡은 대요괴가 탑 형태의 건축물을 만든 이유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이다.
층층마다 나름대로 한가닥씩 하는 강자들을 집어넣어서, 그들을 모두 쓰러뜨리고 기어 올라와야 자신이 직접 나설만한 가치를 지니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옛날에 몇몇 강대한 요괴들이 사용하던 방식이기도 했다.
물론, 옛날 사람들이라 해서 바보는 아니다.
반드시 쓰러뜨려야 하는 적의 대장이 높은 탑 꼭대기에 있다.
당연히 옛날 사람들도 굳이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밖에서 공격을 퍼붓는다던가, 심할땐 공성용 무기를 가져와서 폭격을 가하듯이 공세를 가하기도 하였다.
단지, 그 때는 이능력이라는게 없었던 시절인지라 인간의 힘으론 방어 주술로 떡칠해놓은 탑을 무너뜨릴 공격력을 가질 수 없었으니까 어쩔 수 없이 울며 겨자먹기로 탑 안으로 들어갈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능력이 생기게 되면서, 인간들의 힘이나 특수 능력이 왠만한 요괴들을 넘어설 수준이 되어버리자, 지금까지 기다리고 있으면 알아서 인간들이 찾아오던 기존의 방식과 달리, 오히려 요괴가 밖으로 나가야만 하는 처지가 되어버렸다.
"흡!"
최전방에 나선 남궁 신은 쌍용검을 휘둘러가며 요괴들을 썰어나갔는데, 문자 그대로 '추풍낙엽 처럼' 라는게 어떤 모양새인지 온 몸으로 알려주고 있었다.
'나를 공격해온 첫번째 요괴에겐 이리저리 휘둘리면서 못난 꼴을 주군께 보여드리고 말았다. 두번이나 같은 실수를 저지를 순 없지!'
예전의 과오를 생각하면서 철지부심하며 자신의 힘을 갈고닦아왔던 남궁 신은, 그 날의 치욕을 씻겠다는 듯이 검강을 덧씌운 쌍용검으로 무황의 무공을 펼쳐나가 요괴들을 도륙해 나갔다.
"마…막아! 막으란 말이다!"
"이 인간은 대체 정체가 뭐야!!"
자신들이 한번 모습을 드러내면, 모든 인간들은 두려워하면서 엄청난 숫자로 몰려와 자신들을 퇴치하고자 하였다.
그런데 지금은 입장이 반대가 되어, 오히려 요괴들쪽이 한 인간을 두려워하여 우르르 몰려오는 입장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본 스트라이크!!"
안전한 후방에 위치한 도윤은, 주문의 위력과 시전을 도와주는 자수정을 박아넣고 마법 처리를 한 스태프 끝으로 뼈 조각을 내던지고선 주문명을 외쳤다.
스태프 끝에서 둥실둥실 떠오르던 뼈 조각은 사람 머리통만한 크기로 변하면서, 고슴도치가 흉악하게 변모한듯한 요괴를 향해 날아갔고, 정확하게 머리통 옆을 가격하였다.
빠각!
"크와아악!"
하지만, 도윤의 힘으론 치명상을 입히기엔 부족했는지, 어느정도 타격은 입긴 하였으나 오히려 분노를 일으키게 만들어버렸다.
고슴도치 같은 요괴는 자신의 몸을 동그랗게 말아 밤송이처럼 만들더니, 감당키 어려운 남궁 신보다는 약해보이는 인간부터 처리하겠다는 듯이 화살처럼 쏘아져나왔다.
"꺅!?"
마법을 배우긴 배웠으나, 동체 시력과 움직임은 일반인보다 좀 더 나은 수준에 불과한 그녀는 빠른 속도로 날아오는 요괴의 모습에 기겁을 하였다.
콰앙!
순간, 혈강시가 된 아이리가 도윤의 앞을 가로막으며 고슴도치 요괴의 공격으로 몸으로 막아냈다.
엄청난 굉음이 튀어나왔지만 아이리는 조금도 뒤로 물러서지 않았다.
한 눈에 봐도 손가락 크기만한 날카로운 가시들이 흉흉하게 세워져 있건만, 그런 고통을 직격으로 맞고도 비명 하나 지르지 않은 그녀는 두 자루의 일본도에서 길이가 짧은 쪽을 휘둘러 고슴도치 요괴의 몸을 가시째로 베어냈다.
푸칵!
"크아아악! 이 괴물년이!!"
인간의 형태를 띄고 있으나, 이미 인간이 아니게 되어버린 아이리의 모습은 요괴의 입장에서도 충분히 괴물이였다.
자신의 단단한 등껍질과 가시를 베어내면서 상처를 입게 된 고슴도치 요괴는, 변신을 풀면서 크게 숨을 들이마쉬었다.
원래라면 입으로 날카로운 가시들을 쏘아내는 공격을 가할 수 있었겠지만, 텔레포트로 고슴도치 요괴의 뒤쪽을 점한 아키가 닌자도로 짧은 목을 베어냈다.
푸욱!
"끄룩!?"
일반적인 생명체라면 여기서 죽어나가겠지만, 어찌보면 괴수보다 가공할 생명력을 지닌 요괴인 그는 발악적으로 자신의 등 뒤쪽에서 느껴지는 인간을 공격하고자 가시를 뾰족하게 세웠다.
스팟-
하지만, 그와 동시에 요괴의 앞쪽으로 텔레포트 한 아키는 요괴의 목에 꽂혀있는 닌자도의 손잡이를 붙잡아 크게 베어냈다.
"끄…끄우욱……!"
푹!
뒤이어 미간에다가 닌자도를 박아넣으면서 확인 사살을 한 아키는, 별로 힘들지 않았다는듯이 도윤을 향해 싱긋 웃어보였다.
"어디 다친곳은 없나요, 도윤 양?"
"예…예. 없어요……."
"그럼 안심하고 계속 공격을 하세요. 저와 이쪽은 도윤 양을 지키기 위해서 배치되었으니까요."
도윤은 눈깜짝할 사이에 요괴 하나를 처리한 아키와 아이리의 모습에 든든함을 느끼고선 다시 한번 주문을 외웠다.
'마치 RPG 게임에 전사들의 보호를 받는 마법사 같네…….'
남자 학생들이 자주 게임에 대한 얘기를 하기에, 그게 그렇게 재밌나 싶어서 조금만 해봤었던 도윤은, 자신이 RPG 게임의 마법사가 된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되었다.
'하지만, 여기서 만족하면 안 돼……! 앞으론 이정도 수준의 공격은 나 혼자서 방어하고 반격해야만 해! 그래야만…….'
촥! 콰득!
단단한 등껍질을 가지고 있든, 강력한 회피력을 가지고 있든, 무황 독고무린의 검술과 검강을 씌운 쌍용검은 한 번 휘둘러질때마다 요괴의 몸을 반드시 토막내고 있었다.
그 뒷모습을 바라본 도윤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그래야만 저 자를 이길 수 있는 확률이 조금이라도 더 많아질테니까.'
안전하게 후방에서 공격 마법만 펼치는것에 만족해버린다면, 자신은 영원히 신을 이길 수 없게 되어버린다.
그렇기에 이 전투에서 반드시 살아남아, 이 요괴들이 가지고 있는 기운을 자신의 것으로 소화해내야만 하였다.
지금은 능력이 안되니까 어쩔 수 없이 아키와 아이리의 보호를 받을 수 밖에 없지만, 나중에는 반드시 혼자서 방어와 공격을 모두 해결하리라 마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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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이이익--!!
"케르륵!!"
촤악!
자신의 모습을 안개화한 잭은 벌레를 입 안에서 뿜어대는, 펠리칸 같은 부리를 한 새 얼굴의 요괴의 입 안을 지져버리자, 그 틈을 노린 남궁 신이 새 얼굴 요괴의 목을 단숨에 쳐냈다.
'이 녀석은 대체 정체가 뭐지? 괴물인가?!'
일단 나름대로의 활약을 하고 있지만, 잭은 남궁 신의 모습에 경악을 감추지 못하였다.
처음엔 괴수들과 비슷하다고 여겼지만, 괴수 이상의 생명력을 지니고, 괴수들은 가지지 못한 요술이라는 특수한 힘은 잭에게도 여러 차례의 위기를 안겨다주었다.
비, 바람처럼 안개화한 잭에게 불리한 능력을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는게 아닌가?
거기다가 요괴들은 한 개체마다 하나의 능력만 있는게 아니다.
하나같이 요술이라는 이름하에 공격, 방어, 보조가 모두 가능한 올라운드형 괴물들이였다.
이런 존재들이 하나라도 사람들이 사는 지역에서 나타났다면, 엄청난 피해를 입힐 수 있는 존재들이였다.
요괴들은 이능력을 지닌 인간들의 힘에 깜짝 놀라고 있었지만,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요괴들에게 상처를 입히려면 최소 4~5등급 이상의 이능력자들이 손을 합쳐야만 가능할 정도였다.
단지 고르고 고른 멤버들인지라, 하나같이 범상치 않은 힘을 가지고 있어서 요괴들이 '요즘 인간들은 이렇게 강한건가?' 라면서 오해를 할 뿐, 이들의 능력은 하나같이 고등급의 이능력자를 여러명 붙어야만 처리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요괴들을,
"흡!"
가벼운 기합성과 함께 팔이 여러개로 늘려진것 같은 잔상이 일으키며 가볍게 베어내는 남궁 신의 존재야말로 진정한 괴물이였다.
'어떻게 이만한 강자가 무명일 수 있는거지?'
잭의 의문은 하나로 귀추되었다.
이정도 수준의 강자가 어째서 무명이냐는 것.
삼태극이 바보인건지, 아니면 그동안 비밀 임무라도 하는건지 몰라도, 이만한 수준의 능력자라면 어딜 가든지 최고의 대접을 받을 수 있을만한 강자였다.
꿀꺽-
'이 자가 아크로스를 향해 검을 겨눈다면…….'
그 때는 과연 자신들이 삼태극을 막을 수 있을 것인가, 라는 의문이 잭의 머릿속에 떠올랐고, 차라리 여기서 기습으로 그를 죽이는게 미래를 위해서라도 좋지 않을까 싶었다.
후웅!
"큭!?"
"아, 미안하군. 갑자기 나도 모르게 '살기' 를 느껴서 말이지."
안개화 된 자신의 목을 갈라내는 기습 공격에 깜짝 놀란 잭이였지만, 자신도 모르게 살기를 느꼈다면서 사죄를 한 남궁 신의 모습에 입을 다물고 말았다.
자신을 뒤에서 공격하려면 언제든지 반격할 수 있다는 뜻이였으니까.
"걱정마라. 동맹은 동맹. 나의 주군이신 치우님께서 그 동맹을 유지할 동안, 내 검이 네 목을 베어내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니, 까!"
신은 자신을 향해 동시다발적으로 휘둘러지는 무기들을 피하며, 가까이 달려들던 뱀 머리 요괴의 머리를 반으로 쪼개버렸다.
'음?'
순간, 신은 밖에서 무시 못 할 수준의 기운을 느끼게 되었다.
지근거리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강대한 기운에, 신은 이 탑 어딘가에 또다른 출구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정도의 포악한 기운을 자신이 놓칠리 없었으니까.
'플래티나와 리엘루스가 활약할 차례로군.'
저만한 기운의 강자가 뒤쪽에서 튀어나와 협공을 가한다면 남궁 신 또한 위기에 처할 수 있었겠지만, 이럴때를 위해서 플래티나와 리엘루스, 두 아수라급 괴수를 경계로 내돌린 것이다.
지금쯤 두 괴수들은 강대한 기운을 가진 요괴와 마주하고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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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르르륵! 키샤아악!"
"캬아아!"
남궁 신의 예상대로, 탑 고층에는 요괴들만이 사용할 수 있는 또다른 출구가 있었다.
리엘루스와 플래티나는, 자신들의 앞에 나타난 요괴들을 향해 살기어린 울음소리를 내뱉으며 위협을 가하고 있었다.
"크르릉--! 미개한 짐승들이 감히 주제도 모르고 이빨을 들이밀다니!"
호랑이의 얼굴, 소의 뿔을 한 거미의 몸체를 한 요괴가 호랑이 특유의 울음소리를 내지르며 자신들에게 살기를 내뿜는 플래티나와 리엘루스를 향해 '미개한 짐승들' 이라며 폄하하였다.
일본의 요괴인 규키牛鬼라는 요괴로, 일반적으로 소의 얼굴과 거미의 몸을 한 형상이기에 규키(일본어로 규는 소, 또른 소고기라 부른다)라고 부르지만, 원숭이 얼굴이나 호랑이 얼굴을 한 변종도 존재하고 있다.
리엘루스보다 한 치수정도 더 거대한 규키, 그리고 그 옆에는 또다른 요괴가 마찬가지로 같잖듯이 내려보고 있었다.
"감히 주제도 모르고 그 분의 보금자리를 공격하다니! 일단 네 년들의 목숨부터 끊어주마!"
거대한 사마귀의 몸통과, 끝이 일반적인 사마귀보다 더더욱 날카로운 요괴가 있었는데, 특이한 점은 얼굴 부분에 사마귀와 사람이 합체한듯한 외모를 지닌 인간의 상체가 존재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사마귀의 눈과 더듬이가 머리 끝에 달려있는 인간의 상체는, 기다란 낫을 들면서 위협적으로 휘둘러댔다.
일종의 변종 요괴로, 그 기원을 알아낼 수 없을 정도로 변종되고 변종되어버린 사마귀 요괴의 모습에 대요괴는 참으로 신기한 종자라면서 관심을 드러내었고, 생각보다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자 사마귀들의 왕이라고 부르게 되어, 당랑왕이라는 이름을 지니게 된 요괴였다.
일반적으로 사마귀들은 다리가 모두 6개지만, 당랑왕은 인간 부분이 낫을 들고 있는 팔까지 모두 더하여 총 8개의 팔다리를 가지게 되었다.
이쯤되면 곤충인지, 동물인지 참 거시기 하지만, 분명한 것은 탑의 최상워권 층을 홀로 차지하고 있을만한 강자라는 것이였다.
최상위권 층에서 보다못해 내려온 두 요괴는 평소엔 서로 자신이 더 높은 층을 차지하겠답시고 싸우는 사이였으나, 지금은 그런 싸움을 벌어야 하는 상황이 아님을 알고 있었기에 협력하는 분위기였다.
"내가 저 거미년을 처리하지."
"그럼 나는 저 괭이 새끼를 처리하면 되겠군."
규키를 베이스로 한 변종 요괴는 리엘루스를, 당랑왕은 플래티나를 선택하였다.
"키잇! 인간들한테 도망쳐서 여기까지 쫓겨난 주제에 말이 많네!"
리엘루스는 자신들을 알아서 나누는 요괴들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도발적인 언사를 내뱉었다.
"동감이다. 잘난척 아무리 떠들어봤자, 결국엔 인간들이 두려워서 여기까지 도망친 도망자에 불과할 뿐이다."
플래티나 또한 리엘루스의 의견에 동감하면서, 이들이 인간들의 확장에 도망쳐버린 겁쟁이라고 매도하였다.
"이 주제도 모르는 짐승들이……!"
"한 끼 식사거리로 만들어주마!"
역시 옛날 요괴들답게 도발에 응대하는 것 또한 옛날 방식이였다.
그 뒤로 그랜드 아크와 진우를 향해 다른 고층의 요괴들이 쏟아져 내려왔지만, 리엘루스와 플래티나는 눈 앞의 요괴들이 가장 강하다는 것을 직감하였다.
즉, 이 요괴들만 처리하면 진우에게 선빵을 날린 대요괴를 끄집어낼 수 있다는 뜻.
탑 안쪽도 치열한 전투가 벌여지고 있었지만, 그보다 더 격렬한 전투가 이 곳에서 벌어지려 하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아 젠장...
요괴들 정보 찾겠답시고 시간 오지게도 잡아 쳐먹었네 옘병 ㅡㅡ
큼큼, 어쨌든 요즘 회사를 다니면서 느낀게 있는데, 추석 전에는 추석 전이랍시고 야근을 시키고, 추석 후에는 추석동안 일이 밀렸다면서 야근을 시키네요?
이 씨부랄 탱탱부랄 새끼들...내가 소설로 돈을 매달 200만씩 벌면 그냥 진짜 사표내고 주구장창 글만 써서 하루 최소 2편씩 연재할 수 있을텐데...
뭐, 지금으로선 꿈도 꾸지 못할 소원이지만요.
하지만 인외마경때는 정말 200만원 받을 수 있게끔 해봐야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