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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장
리엘루스와 플래티나는 일단 서로의 눈을 마주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이들의 능력은 서로 붙어서 사용하기엔 제약이 너무 많은터라, 서로 멀찍이 떨어져서 하나씩 유인하기로 암묵적인 눈빛을 보낸 것이다.
휙! 타탁!
거의 동시에 두 괴수들은 서로 반대 방향으로 뛰어가기 시작하였고, 마찬가지로 하나씩 잡기로 방금전에 동의한 규키와 당랑왕 또한 서로 붙어서 능력을 사용하면 방해밖에 되지 않기에 각자의 먹잇감을 향해 쫓아갔다.
서로의 암묵적인 동의로 탑에서 상당히 거리를 벌리게 된 리엘루스는, 움막밖에 없는 외곽 지대까지 도달하게 되자 독을 첨가한 거미줄을 기습적으로 내뿜으며, 자신의 뒤를 쫓아온 규키의 몸을 휘감았다.
"캬오오!"
쉭쉭-!
호랑이 특유의 포효성과 함께 바람을 날카롭게 갈라낸 규키는, 아주 간단하게 거미줄을 잘라내면서 낄낄 거렸다.
"역시 들짐승은 들짐승이구나! 나에게 이딴 독이 통할거라 생각한거냐!?"
잘려진 거미줄이 규키의 몸체에 닿았지만, 거미줄에 함유된 독은 규키에게 어떤 피해도 입히지 못하였다.
보다 더 강한 독을 가지고 있든지, 아니면 독에 면역인건지는 몰라도, 분명한 것은 왠만한 잔수작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였다.
"키키킷!"
"뭐냐? 독이 통하지 않으니까 실성이라도 한게냐?"
리엘루스를 아예 얕잡아보고 있던 규키는, 그녀가 킷킷 거리며 웃어보이자 실성을 하였다고 반쯤 확신하고 있었다.
"아니, 나의 주인님이 느끼셨던 쾌락을 이제서야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삶이라는게 참 묘하다 싶어서 말이지."
자신을 상대로 우습게 보거나, 압도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며 우쭐거리는 적.
그런 적의 표정이 경악, 두려움으로 일그러뜨리는 것 자체를 쾌락으로 받아들이는 진우의 가치관을 이제서야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팔다리가 잘려나가도 들짐승이라는 말이 나오는지 확인해볼까!"
"주제를 알게 해주마! 크와아앙!"
후웅!
일반인이라면 인지하지도 못할만한 속도로 휘두르는 규키의 앞다리.
리엘루스는 그런 규키의 앞다리를 맞받아 치듯이, 똑같은 포즈로 앞다리를 휘둘러 두 거미의 공격이 충돌하였다.
콰앙!
강렬한 충격파 터져나가면서 두 거미의 앞다리는 서로 반대 방향으로 튕겨 나갔다.
"크윽!?"
"킷킷킷! 요괴님도 별거 아닌데?"
"이 년이 감히!"
규키는 오랜 세월동안 힘을 키워오면서 이 자리까지 올라왔지만, 그런 자신을 비웃는 들짐승의 모습에 이성이 반쯤 날라가게 되었다.
오랜 세월을 살았으면 그만큼의 연륜이 있지 않겠는냐 라는 생각도 있으나, 애초에 흉폭한 성향을 가지고 있으며 자신이 우습게 보던 상대에게 비웃음을 당하니 화가 머리 끝까지 치솟아 오른 것이다.
호랑이 머리를 한 대요괴와 아수라급 괴수의 충돌.
요괴와 괴수의 대결이라는 일종의 드림매치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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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 멍청한 놈. 겨우 저런 들짐승 하나 처치하지 못하고 애를 먹다니. 그러니까 네 놈이 나보다 밑일 수 밖에 없는거다."
탑에서 수십km 떨어진 곳까지 이동한 당랑왕은, 리엘루스와 싸우고 있는 규키를 향해 대놓고 비웃어 보였다.
얼굴에 나름대로 여유가 있는걸 보니, 규키보다 좀 더 강한 존재임이 분명했다.
"자, 그럼 이 괭이 새끼를 어떻게 처리해보실까?"
감히 자신을 향해 도망자라고 매도한 플래티나를 어떻게 죽여야 잘 죽였다고 소문이 날까, 라면서 머릿속으로 고민하는 당랑왕의 모습은 그야말로 여유 그 자체였다.
조금도 자신이 질 것이라곤 생각치 않는 모습.
하지만, 플래티나 또한 옛날의 그녀가 아니였다.
비록, 인간의 육봉에 타락하고 말았지만, 진우는 자신의 것이 된 그녀를 위해서 괴수의 핵을 먹여주면서 전보다 더 강해지게 되었다.
지금의 리엘루스와 플래티나는, 아수라급 괴수 중에서도 최상위급의 힘을 지니고 있었다.
'옛날의 나였다면 위험했을거다. 하지만, 지금의 나라면……!'
상대방이 방심하고 있을때를 기회삼아 최대한의 피해를 입히는건 모든 전략과 전술의 기본 중 하나.
플래티나는 자기만의 세계로 빠져들어서 떠들고 있는 당랑왕의 목소리를 무시하며 자세를 낮추고선,
쒜엑-!
음속에 가까운 속도로 빠르게 앞으로 달려나갔다.
"!?"
당랑왕은 당황하면서도 먹잇감을 공격하기 좋게끔 설계된 사마귀의 앞다리를 휘두르며 반격을 가하였다.
하지만, 플래티나는 달려나가던 몸을 돌리며 직각으로 꺽어 방향을 전환하였다.
그리고 또다시 직각으로 전환하여 당랑왕의 옆구리로 이동, 이동하면서 앞발로 몸통을 그어냈다.
카드득!
"크아아!"
당랑왕은 옆구리가 발톱에 찢겨나가는 고통에 비명을 지르듯이 몸을 회전하며 앞다리를 휘둘렀으나, 그 속도를 아득하게 넘어선 플래티나는 이미 당랑왕의 뒤쪽으로 이동한 상태였다.
우직!
그리고 사마귀의 배 뒤쪽 부분을 날카로운 어금니로 깨물어, 목을 흔들면서 입안 가득하게 살점을 뜯어내고 거리를 벌리는데 성공하였다.
"으윽! 이 망할 고양이가!!"
바우웅!
뒤이어 몸체를 크게 돌리며 사마귀의 앞다리로 공격하였으나, 그 때는 이미 뒤쪽으로 회피한 직후였다.
'별거 아니잖아?'
상대방의 속도는 자신보다 느리다.
힘은 강해보이는듯 하지만, 애초에 플래티나는 정면 승부보단 속도를 이용한 전방위 공격이 특기인지라, 저런 느린 공격 속도는 아주 가볍게 피할 수 있다.
잘난척 떠들더니만 겨우 이정도 밖에 안되는 상대인가, 라고 생각한 플래티나는 대충 빨리 끝내고선 다른 이들을 돕고자 다시 자세를 취하였다.
"큭…크크큭!"
"??"
그런데 갑자기 당랑왕이 음침하게 웃기 시작했다.
"속도 자체는 나보다 빠르군. 이건 솔직히 예상외였다."
"……."
뭔가 있다.
옆구리가 베여지고, 배 부분이 뜯겨져 나갔는데도 불구하고 저렇게 웃어보인다는 것은, 단순한 허세로선 보여주기 힘든 여유가 함께하고 있다는 증거.
"흡!"
그 여유대로, 잠시 눈을 감고 집중한 당랑왕이 사마귀의 얼굴 대신에 자리잡고 있는 인간의 상체가 들고 있는 낫을 위로 치켜들었다.
낫에서 초록색의 기운이 흘러나와 몸 전체를 뒤덮자, 플래티나에게 당했던 부상이 순식간에 회복되었다.
"!?"
재생 능력이 아니다.
재생 능력이라면 베이는 순간부터 회복을 했을테니까.
"놀랐나? 너희들 같은 들짐승들과 달리 우리들은 도술이라는 것을 사용할 수 있다. 회복은 기본이고, 이런 공격도 가능하지!"
그리고선 낫을 허공을 향해 크게 휘두르자, 플래티나는 땅속에서 꺼림칙한 기운을 느끼고선 재빨리 높게 점프하였지만,
쉬릭-!
반투명한 보라색의 채찍이 튀어나와 플래티나의 오른쪽 앞다리 발목을 낚아챘다.
콰앙!
"캐앵!?"
강력한 힘으로 끌어당겨지면서 땅에 추락한 그녀는, 예상외의 충격을 받은 신음성을 내질렀다.
"뒈져라!"
그런 그녀를 향해 당랑왕이 빠르게 달려들며 앞다리를 휘둘렀고, 플래티나는 필사적으로 힘을 가하며 자신의 몸을 낚아챈 반투명 보라색 채찍을 억지로 풀어냈다.
찌직!
"!!"
그 뒤로 재빨리 회피하였으나, 당랑왕의 앞다리가 그녀의 한 쪽 어깨죽지를 찢어냈다.
그나마도 회피해서 찢겨져나간 정도지, 피하지 못했더라면 전투 불능 상태가 되어버렸으리라.
"크하하하핫! 어떠냐! 이것이 바로 도술이라는 것이다! 너같은 미개한 들짐승 따위는 꿈도 꾸지 못하는 힘이란 말이다!"
"……."
플래티나는 괜히 대답하면서 체력을 소모하기 보단 상처의 치료에만 집중하였다.
예전보다 더 강력해진 덕분에 역재생 화면마냥 상처가 빠르게 사라지는 것을 확인한 그녀는, 가만히 있으면 또다시 붙잡힌다는 생각에 빠르게 움직이면서 당랑왕의 뒤쪽을 공격하고자 달려들었다.
"어림없다!"
하지만, 방금전의 공격으로 플래티나의 속도를 확인한 당랑왕은 빠르게 방어주술을 펼치면서, 태극 모양의 장벽이 나타나 플래티나의 공격 방향을 틀어막았다.
퍽!
"크릉!"
플래티나는 태극 모양의 장벽을 앞바로 공격하였으나, 꿈쩍도 하지 않자 신음성을 흘리며 다시 직각으로 방향을 전환, 다른 부위를 공격하고자 하였다.
"어림없다! 방금전의 공격으로 네 년의 속도는 파악했으니까!"
하지만, 그럴때마다 태극 모양의 장벽이 나타나 플래티나의 앞을 번번히 가로막았다.
"카르르릉--!"
자신의 공격을 막는 태극 모양의 장벽이 짜증났는지, 플래티나는 거리를 벌리면서 위협적인 울음을 내지르며 분노를 표출하였다.
"흐흐흐. 도술도 없는 들짐승을 상대하자니 영 맥이 빠지는군. 이대로라면 재미없으니까 재밌는걸 하나 알려주지."
상대방이 도술을 사용할 줄 모른다는 사실에 이미 자신이 다 이겼다고 생각했는지, 그는 자신의 약점을 친히 가르켜주었다.
"이 낫은 낫으로서의 공격력도 뛰어나지만, 내가 도술을 빠르게 사용하는데 도와준다. 이 낫이 없다면 방금전의 방어 주술을 사용하는데 4배 이상의 시간이 걸리지. 즉, 이 낫만 빼앗는다면 네 년의 승리라는 뜻이다."
그리고선 당랑왕은 자신의 앞다리를 잔상만이 일으켜질 정도로 빠르게 휘둘러댔다.
"그것도 당연히 네 년이 내게 정면승부를 가해야만 가능한 일이지만! 크하하하하!"
당랑왕은 '니까짓게 감히?' 라는 비웃는 표정과 함께 광소를 터트려 보였고, 플래티나는 그가 웃으면서 시간을 낭비하는 동안에 어떻게 해야 저 낫을 빼앗을지, 그리고 도술을 피하고 공격을 가할 수 있을지 빠르게 머리를 회전시키기 시작하였다.
'저 도술이라는 것을 어떻게 하지 않으면 공격은 커녕, 일방적으로 도망치는 사냥감이 되어버려. 어떻게 해야 하지?'
생각해라. 생각해라. 생각해라.
후방과 옆으로 돌아가봤자, 녀석은 또 도술이라는 것을 사용하여 장벽을 만들어 방어할 것이다.
정면으로 공격하면 위에서 아래로 찍어내는 빠르고 날카로운 사마귀의 앞다리를 뚫고 나가야만 한다.
자신이 아무리 빨라도 이만한 체구론 저 공격을 날렵하게 빠져나가는건 절대 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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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라, 인간!!"
부우우웅!!
날카로운 송곳이 박혀있는 철구가 날아온다.
"헛차!"
거칠게 머리를 뒤로 넘긴 금발의 남성, 그랜드 아크는 여유있는 기합성과 함께 자신에게 날아온 철구를 분쇄기로 후려치자, 그 힘을 견디지 못한 철구는 정말로 분쇄기에 갈려나가듯이 분해되어갔다.
"크와아악!"
"아아악!"
철구의 파편은 요괴들의 몸에 박혀들어갔고, 그 위협적인 모습 덕분에 잠깐동안의 시간이 나게 된 그는 반대편에서 싸우고 있을 진우를 향해 소리를 버럭 질러댔다.
"어이! 치우! 네 부하 괴수 하나가 좀 위험해 보이는데!"
플래티나가 당랑왕에 의해 고전하는 모습을 확인한 그랜드 아크가 경고를 하였지만,
"그정도도 못 이기면 내 부하가 될 자격도 없어! 내버려둬! 흐리야차!"
진우는 그냥 내버려 두라면서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요괴들을 향한 기합성을 내질렀다.
'뭐, 내가 신경써야 할 일은 아니지만.'
쉬리릭--!
잠깐 다른 곳으로 정신이 팔린 사이, 그랜드 아크의 한 쪽 어깨쪽으로 길쭉한 분홍색 혀가 칭칭 휘감겼다.
개구리 얼굴을 한 이족 보행형 요괴가 빈틈을 노린 것이다.
"이, 이때다! 녀석을 묶어!!"
이때다 싶은 요괴들은 자신들의 모든 능력을 더하여 그랜드 아크의 몸을 억압하기 시작했다.
개중에는 당랑왕이 쓰던 반투명한 채찍 형태의 줄도 있었고, 쇠사슬처럼 길이를 조절할 수 있는 무기들로 한 쪽 다리나 팔을 휘감았다.
하지만, 요괴들의 이러한 저항은 한마디로 말하자면,
"우오오오오---!!"
무의미하였다.
상대방의 몸을 옭아매는 주술들은, 주술들이 가진 한계치 이상의 괴력을 사용하는 그랜드 아크에 의해 파훼되어 버렸고, 무기로 묶어낸 요괴들은 무기를 놓치거나 질질 끌려나가고 있었다.
"마…말도 안 돼……! 어떻게…어떻게 인간이 이런 괴력을……!"
옛부터 괴력이라 하면 요괴들의 소유물이나 마찬가지였건만, 이제는 오히려 인간에게 힘으로 밀려버리다니?
한 요괴는 도저히 인정할 수 없다는 듯이 넋이 나갔지만, 그랜드 아크가 내지른 분쇄기에 의해 머리가 터져나가며 힘없이 쓰러지고 말았다.
"으하하하하! 패는 맛도 최고! 겁없이 달려드는 것도 최고다! 요괴 만세!!"
자신이 달려들면 모든 이들은 정면 승부를 피하기 때문에, 자신의 힘을 원없이 사용해본 일이 거의 없는 그랜드 아크는, 자신을 막겠답시고 달려드는 요괴를 향해 만세를 외치며 분쇄기를 휘두르며 플래티나의 위기를 무시하고선 전투의 흥분에 푹 빠져 있었다.
============================ 작품 후기 ============================
저는 코난의 야만인 매너남 설을 믿고 있습니다.
아주 자랑스럽게 '제 이름은 코난, 탐정이죠' 라며 오그라드는 대사를 내뱉는 코난 말고 바바리안 코난요.
바바리안 코난은 야만인이라서 문명인들에게 미개하다며 비웃음 당하지만, 코난은 문명인들의 모습에 이렇게 말합니다.
"문명인들은 예의없는 말을 해도 머리가 쪼개지지 않기 때문에 야만인보다 더 무례하다"
저는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원래 상대방에 대한 예의는 상대에 대한 두려움에서 나오는거니까요.
존경심? 그게 뭔가요? 먹는건가요?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상대방을 존경하는 것은 상대방의 지위, 힘, 권력, 재력이든 뭐든간에 자신에게 불이익이 가해질 것을 두려워해서 존경하는거지, 그거 없으면 소위 말하는 갑질이 일어나는게 현실이죠.
어쨌든 저는 한국이 미국처럼 총기 소지제를 도입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층간소음, 학교폭력, 왕따 등등의 사회적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수 있으니까요.
뭐, 당연히 그에 따른 테러나 범죄 조직 문제도 문제가 생길테니까 그럴 가능성은 없지만요.
PS : 오늘도 작가는 욕을 해도 머리가 빠개질 일이 없기에 독자들에게 ㅗ 을 먹이고 튑니다 ㅌㅌ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