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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장
투둑- 툭-
폭발에 의해 날아간 파편들이 떨어지는 작은 소리가 크게 들릴 정도의 고요함.
반경 수백km의 모든것을 초토화시켜, 황무지로 만들어버린 대요괴의 힘은 문자 그대로 '모든 것을' 쓸어버렸다.
근처에 있던 숲은 물론, 마을과 마을에 숨어있던 모든 요괴들까지 쓸려나가 전멸해버린 허허벌판.
이무기는 검은색 핏줄이 도드라진 얼굴로 입을 오물거리기 시작하였고, 침을 퉤 하며 뱉어내자 잭으로 추정되는 붉은 안개 덩어리가 배출되었다.
콰당!
"크헉!"
밖으로 배출되자마자 안개에서 인간의 몸으로 되돌아온 잭은, 겉으로 보기엔 특별한 부상은 없어보이는데도 불구하고 신음성을 내지르며 제대로 몸을 일으키지 못하였다.
"설마 요괴들 중에서도 소수만이 가능한 능력을 인간이 지닐 줄이야. 여가 방심하였다는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구나."
대폭발을 일으킨 그녀는 내장 전체에 거대한 진동을 가하였다.
안개화한 잭이 충격을 받을 정도의 진동이라면 그녀의 내장도 손상되어야 겠지만, 도력으로 모든 내장 기관들을 보호하면서 그 문제를 가볍게 해결하였다.
"이…이건……."
몸 전체가 충격을 받은듯한 고통을 느끼고 있는 잭의 눈에 들어온 것은 모든것이 초토화된 허허벌판이였다.
자신이 대요괴의 몸속에 들어갔을때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이란 말인가?
"너의 모든 동료들은…음?"
잭에게 절망감을 주기 위해 모든 동료들이 죽었다고 입을 열려던 이무기는, 주변에 남아있는 인간의 생명력을 느끼고 고개를 두리번 거렸다.
"호오. 설마 그걸 버틸줄이야. 여 또한 이건 놀랄 수 밖에 없구나."
그녀의 눈빛이 향한 곳은 남궁 신, 아키, 도윤이 있는 곳이였다.
"쿨럭! 쿨럭!"
모든 보호마법을 사용하고, 거기다가 검막을 펼쳐서 내공까지 대다수 소모하고 나서야 가까스로 막아내는데 성공하였지만, 그 반작용으로 인해 한동안 운기조식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 되어버린 남궁 신은 창백한 안색으로 기침을 토해내고 있었다.
'단전…정상. 마력 회로…과부화 상태……. 현재 가용할 수 있는 힘은 무공 뿐…….'
마력 회로가 과부화 상태가 되어버려 한동안 휴식에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였으나, 상황은 그에게 휴식을 허락하지 않았다.
'후퇴 루트가 막혀버렸다.'
처음엔 신호기를 이용하여 전함으로 곧장 텔레포트 할 생각이였던 신이였지만, 도윤이 넋을 나가버려서 그녀를 구출하느라 폭발에 휩쓸려버려 방어 마법을 사용해야만 하였다.
일단 폭발을 어느정도 막아놓고 전함으로 도주하고자 하였지만, 이무기는 텔레포트 시스템을 통해 근처로 이동한 진우 일행의 모습을 눈여겨봤는지 모습을 나타냄과 동시에 왔을때와 동일한 수단으로 도망갈 수 없게끔 거대한 장벽을 만들어 놓았다.
정확히는 장벽 안에서만 하는 텔레포트가 가능하지만, 장벽 안에서 밖으로 나가는 텔레포트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자면 도윤을 구출하기 위해 방어 마법을 펼친게 다행인 셈이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텔레포트 시스템만 믿고 있다가 뒤늦게 상황을 깨닫고 팔다리 하나는 잘려나갔을 테니까.
'다른 사람들은? 형님과 그랜드 아크는 저 벌판 어딘가에 있는건가? 잭은 부상을 입은것처럼 보이고… 아이리와의 심령은 연결되어 있지만 내 부름에 답이 없다. 몸을 일으키지 못할 정도로 몸이 파괴된건가.'
쿠드득!
그 때, 땅 한 쪽에서 남성의 굵은 팔뚝이 치켜솟아 올라왔다.
"크하악!"
땅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그랜드 아크였다.
심상치 않은 기의 폭발을 느낀 그는, 재빨리 땅을 파서 숨어있었던 것이다.
"젠장! 먼지 제대로 뒤집어 썼구만!"
후두두둑--
거친 흙모래가 잔뜩 낀 자신의 머리카락을 신경질적으로 흔들며 털어낸 그랜드 아크였지만, 그의 몸에서는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문제는 그냥 피가 나온다, 라는 말로 끝날 수 있는게 아니였다.
몸 여기저기에 기의 폭발로 인한 상처가 여기저기 갈라져 있었고, 심한 곳은 누군가가 마음 단단히 잡으면 손가락 몇개를 넣을 수 있을 정도의 상처가 갈라진 곳도 있었다.
그런 상처가 상체에 3~4개가 되었고, 자잘한 상처까지 합치자면 쉽게 셀 수 있는 숫자가 아니였다.
하지만, 그랜드 아크는 그런 상처를 무시하면서 특유의 여유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위험했다. 조금이라도 늦게 땅속으로 들어갔으면…….'
물론, 속으로는 자신이 땅굴을 재빨리 파서 그나마 이정도 피해로 끝났다는 것을 알면서 마른침을 삼키고 있었지만.
'잭은…무사하군. 저쪽도 나름 괜찬…응? 치우 녀석은 어디갔지?'
아까부터 진우가 보이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봤을때는 빛 덩어리들의 폭발에 의해 타격을 입고 있는 모습.
'설마?'
그 와중에 기의 폭발을 정면으로 받아들여 소멸하듯이 죽어버린 것이 아닐까?
그랜드 아크의 심장은 순간적으로 덜컥 내려 앉았다.
아직 결판을 내지도 않았는데 이런식으로 승패가 갈라졌단 말인가? 그것도 제 3자의 손에 의해?
"진우씨!"
아키 또한 그랜드 아크와 비슷한 생각을 하였는지 거의 절규하듯 그의 이름을 불렀다.
파각!
그와 동시에 한 쪽에서 좀비 영화의 한 장면마냥 팔이 솟구쳐 올라왔다.
상의는 옷인지, 거적때기인지 알 수 없을 정도였고, 하의도 야생 소년의 그것과도 같이 찢겨져 나가 있는 상태.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그랜드 아크처럼 요란하게 기합성을 내지르며 시끄럽게 떠들거릴 줄 알았던 진우의 표정이 굳어져 있던 것이다.
"아파."
"?"
"?"
"?"
"?"
조용히 내뱉은 짧은 단어.
"아프다고."
목소리의 고저차가 느껴지지 않는 목소리.
그랜드 아크와 달리, 옷만 찢겨져 있는 진우는 표정이 없는 모습으로 용광검을 평범한 환두대도 형태로 바꾸며 목을 좌우로 까딱였다.
"명줄 하나는 질기구나. 그 공격에서 살아남다니. 그거 하나는 인정해주……."
"신."
이무기가 입을 열었지만, 진우는 그런 그녀의 말을 무시하면서 신의 이름을 호명하였다.
"예!"
신은 그에게서 느껴지는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힘있게 대답하였다.
"아크."
"무슨 일이지?"
뒤이어 그랜드 아크까지 호명한 그는, 여전히 목소리의 고저차가 없이, 그러면서도 소리를 꽥꽥 질렀을때보다 더 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었다.
죽은줄 알았던 호적수가 되살아난 기쁨도 잠시, 진우의 힘있는 목소리에 대답한 그랜드 아크는 그가 무슨 말을 하고자 분위기를 잡는지 의아해지기 시작했다.
"한 방. 내가 저 년에게 한 방만 먹일 수 있게끔 빈틈을 만들어다오. 한 방만 제대로 꽂아넣으면 그 다음엔……."
그리고선 진우는 용광검을 치켜들어 이무기의 머리를 겨누었다.
"저 년 모가지만 잘라내서 구경시켜주마."
"후…후후…하하하하하!!"
자신의 목을 잘라내겠다고 호언장담하는 진우의 모습에, 이무기는 어이가 없다는듯이 웃음을 터트렸다.
"여의 목을 잘라보겠다고? 감히? 네가?"
지금까지 자신을 상대하던 적들은 자신의 강력한 힘에 짓눌리면서, 필사의 각오와 함께 최대한 저항을 하자고 결의를 다진다.
하지만, 그건 역으로 말하자면 처음부터 패배를 예상하고 있다는 뜻에 불과하다.
그 누구도 자신을 상대로 당당하게 목숨을 앗아가겠노라고 외친 인물은 없었다.
아니, 있긴 있었다. 힘의 차이도 느끼지 못하는 3류 잡졸들.
하지만, 진우라는 인간은 3류 잡배와도 같은 인간이지만, 그 힘은 왠만한 요괴들조차 단번에 끝장낼 수 있는 강자다.
그런 강자가 자신의 목을 잘라내겠노라고 호언장담을 하고 있으니 어이가 없을 수 밖에.
"공포에 미쳐서 머리가 돌았나 보구나. 수많은 대요괴들조차 여의 힘을 이겨내지 못하고 사멸하고 말았다. 그런데 감히 너 따위가 여의 목을 베겠다 호언장담을 하는 것이냐?"
이무기가 살기어린 목소리를 내뱉었지만, 진우는 여전히 고저차가 없는 목소리, 착 가라앉은 표정으로 대답하였다.
"너는 나보고 3류 잡배라고 비하했었지. 그렇기에 보여주마. 3류가 싸우는 방식을."
'분위기가 바뀌었군. 머리라도 다쳤나?'
이무기는 갑자기 분위기가 바뀐 진우의 모습에 적응이 되지 않았다.
욕설도 없고, 껄렁껄렁한 말투도 없으며, 진중한 목소리와 분위기는 강자로서의 품격을 드러내고 있었다.
대체 왜 이렇게 바뀌었는지 감이 잡히지 않다만, 분명한 것은 죽고 싶어서 환장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 아크!"
그 때, 기습적으로 신과 그랜드 아크를 호명한 진우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자신의 지시대로 이행하라는 뜻이 함축된 외침이였다.
"제대로 못 하면 내 손에 뒤질줄 알아라!!"
"하앗!"
두 사람은 이대로 가다간 이쪽이 먼저 나가떨어질 것이라 판단, 뭔지 몰라도 진우에게 비장의 계획이 있다고 생각한 두 사람은 무기를 꼬나쥐며 이무기를 향해 달려들었다.
"멍청하도다. 저런 인간 말종 따위의 헛소리에 선동되다니."
"닥쳐!"
자신의 주군을 모욕당한 신은 빠르게 보법을 밟아, 안쪽으로 파고들어 검강을 씌운 쌍용검을 현란하게 휘둘렀다.
"흥."
하지만, 엄청난 기의 대폭발을 일으키고서도 이무기는 힘이 남아도는지 도술을 사용하였다.
파치치칙--!
붉은색 광선검을 사용하는 기사들마냥 손에서 번개를 내뿜는 이무기의 공격에, 신은 미끄러지듯이 옆으로 움직이며 회피하였다.
"후읍!"
뒤이어, 그 반대편에서 그랜드 아크가 튀어나와 분쇄기를 기둥마냥 휘두르면서 이무기의 몸을 마구잡이로 강타하였다.
캉! 쾅! 카캉!
쇠가 쇠끼리 충돌하는듯한 소리가 날카롭게 울려퍼지면서 그녀의 표정 또한 조금씩 굳어져나갔다.
가공할 속도와 파괴력을 지닌 신과 그랜드 아크의 협동 공격은 그만큼 위협적이였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방금전처럼 또다시 기의 폭발을 일으킬 수 없었다.
엄청난 화력을 자랑하는 대신, 그녀에게도 나름대로의 부담감을 주기 때문이다.
대신에 그녀는 이 재빠르고 일격 하나하나가 매서운 인간들을 상대하는 방법을 깨닫게 되었다.
피칭-! 핑핑핑핑!!
허공에서 불, 바람, 땅, 물의 형태를 띈 조각새 수십여개를 소환한 그녀는, 신과 그랜드 아크를 향해 마구잡이로 쏘아보냈다.
피칙-! 피슉!
"큭!"
"윽!"
4대 원소의 성향을 띄고 있는 조각새 수십여개는 바람을 날카롭게 찌르는 소리와 함께 고속 이동을 하며, 두 사람을 향해 몸통 박치기 공격을 하였다.
각기 다른 방향에서 날아오는데다, 속도도 만만치 않아서 신의 몸에는 잔상처가 늘기 시작하였고, 그랜드 아크의 몸에 있는 상처의 크기는 조금씩 더 커지면서 출혈 또한 많아지기 시작하였다.
스팟-!
그 때, 특유의 바람 빠지는 소리와 함께 텔레포트로 이무기의 눈 앞에 나타난 아키가 비도 형태의 수리검을 내던졌다.
채캉!
당연하게도 수리검은 방어막에 막혀버렸으나,
츠펑!!
"음!?"
수리검은 작은 폭발을 일으키면서 섬광탄 처럼 순간적으로 밝은 빛을 이무기의 안면 바로 지근거리에서 쏟아부었다.
"큭…눈이……! 이건 무슨 속임수냐!"
'현대식 무기에 대해 잘 모르고 있어!'
이무기가 펼친 방어막은 거의 무적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빛까지 모두 막아주진 않는다.
거기다가 섬광탄에 대해 아예 모르는듯한 이무기의 말투는, 아키에게 빈틈을 만들어낼 수 있는 자신감을 가져다 주었다.
핑-!
그 때, 바람을 찌르는듯한 소음과 함께 살기를 느낀 아키는 본능적으로 공중으로 텔레포트를 하였다.
그녀의 위치가 변경됨과 동시에 돌로 이루어진 조각새가 쏘아져 나갔고, 헛방을 친 돌 조각새는 유도탄 마냥 다시 방향을 선회하려고 하였다.
"핫!"
아키는 허리춤에서 수리검 2개를 한 손에 잡아 이무기를 향해 날리면서 텔레포트를 하여 조각새들의 몸통 박치기 공격을 회피하였다.
'흥. 같은 수를 두 번이나 당할 것 같으냐.'
역시 대요괴답게 인간과는 차원이 다른 회복력으로 시야를 절반 이상 회복시킨 이무기는, 불과 물의 조각새를 발사하여 수리검을 요격하려 하였으나,
철컥!
비도 형태의 수리검은 좌우에 날개가 생기면서 엔진이라 생각되는 불꽃을 토해내며 빠르게 회전하여 곡선 형태로 날아가기 시작하였다.
파팡!!
"큭!"
각기 이무기의 왼쪽, 오른쪽 귓가를 향해 날아간 수리검은 방어막에 막히자마자 폭발을 일으키면서 귀쪽을 폭발의 소음으로 자극시켰다.
"인간의 몸은…너무나 불편하구나……!"
일단 빠르고 위협적인 공격을 가하는 적들에 맞춰 몸을 작게 맞췄지만, 인간 형태로 싸우는게 처음인 그녀는 섬광탄이라던가 폭발류 무기에 대한 지식이 전무하여 아키의 공격에 나름 애를 먹고 있었다.
신과 그랜드 아크에 비하면 여러모로 뒤진다는 인상이 강하지만, 그녀 또한 영웅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웠으며 도쿄의 밤을 지키며 잔인하면서도 비열한 악당들과 생사를 넘나드는 싸움을 겪어온 강자였다.
그녀는 진우를 위한 빈틈을 만들고자, 자신의 모든 무기들을 아낌없이 쏟아부었다.
============================ 작품 후기 ============================
스포를 하자면 다음편에서 나올 진우의 공격 방식은 인외마경의 초반부 공격 패턴입니다.
예? 인외마경도 안 썼으면서 무슨 스포냐고요?
그러게 말입니다 ㅎㅎㅎㅎ
날씨도 슬슬 추워지기 시작하니까 다들 몸조심 하시길 바랍니다 딸쟁이 여러분~
아참, 그리고 기왕 생각난김에 말하자면, 가끔씩 그냥 친구먹듯이 서로 반말 까자는 분들도 있습니다.
문제는 그렇게 독자와 작가가 친목질을 하면 거기에 끼어들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입니다. 쉽게 말해서 소외감이라던가 끼어드는 타이밍을 찾지 못한다던가, 흔히들 말하는 친목질의 폐해지요.
그래서 저는 조금이라도 더 많은 분들이 아무런 부담감없이 리플을 쓰기를 원하기 때문에 친목 형태를 최대한 피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제가 가벼워 보이는것도, 병신같아 보이는것도, 자기 딸딸이 횟수를 밝히는것도, 모두 독자분들이 리플을 쓰기 쉽게 만들기 위한 고도의(?) 언플이라는 말씀!
절대로 진짜 병신이라던가 멍청이가 아닙니다! 그렇게 보일 뿐입니다! 진짜라고 딸쟁이 새끼들아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