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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장
어림잡아 최소 진시황 이전 시대부터 현대까지 살아남은 대요괴.
자기 자신에 대한 이름을 짓진 않았지만, 그녀의 존재는 수많은 요괴들과 도사, 음양사들에게 회자되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사악한 존재이긴 해도 쾌락주의적인 성향과 인간의 삶을 중심으로 한 유희적인 삶을 살다보니 인간의 도시를 부순다던가 하는 짓은 하지 않았다는 부분이다.
대부분의 삶을 유희 형식으로 보냈기에 큰 악명은 없지만, 그녀의 존재를 아는 이들은 하나같이 두려움에 떨 정도였다.
그리고, 그 두려움의 대상자인 대요괴는 한 인간에 의해 머리채가 붙잡힌채로 질질 끌려나가고 있었다.
치지지지직!!
"놔라! 놓으란 말이다아악!!"
만약, 그녀의 힘이 일으킨 대폭발에서 살아남은 요괴가 이 모습을 봤다면 자신의 두 눈을 의심하였을 것이다.
생전 처음으로 인간 형태(하체는 뱀이지만)의 모습으로 싸우게 된 대요괴는 머리카락이 우왁스럽게 잡아당겨지면 이토록 아프다는 것을 생전 처음 알게 된 것도 있지만, 누가 감히 그녀를 상대하는데 양아치마냥 머리채를 붙잡고 흔들어대겠는가?
생전 처음 겪는 고통. 생전 처음 겪는 공격 방식.
온갖 기이한 능력을 사용하여 자신조차 당혹케 만든 요괴들도 있었지만, 지금같은 경험은 단언하건데 생전 처음 겪는게 분명했다.
"아아아악!"
머리가 뽑혀나갈것 같은 고통에 비명만 지르면서 제대로 대처를 하지 못하니 말이다.
"크으으으!"
하지만, 그녀는 고통보다 서서히 분노에 잠식되기 시작하였고, 자신의 날카로운 손톱으로 긴 머리카락을 잘라냈다.
스각!
가볍게 잘려나가는 아름다운 흑발.
급박하여 대충 잘라내면서 헤어 스타일이 엉망이 되어버렸지만, 대요괴에겐 쓸모없는 인간의 부속품이 사라진 후련함을 느끼게 만들어주었다.
재빨리 벌떡 일어난 그녀는 다시 한번 정신을 집중하여, 자신에게 감히 추태를 보이게 만든 인간을 향해 분노를 쏟아부으려 하였다.
하지만, 그녀가 머리를 잘라내자마자 다시 한번 거리를 좁히기 위해 전력으로 달려든 진우는, 그녀가 도술을 사용하기 전에 미식축구 선수처럼 태클을 날렸다.
퍼억!!
"캬악!"
11등급 신체 강화자가 전력으로 달려들어 가한 태클.
도술을 사용하려던 이무기는 그 충격을 이겨내지 못하고, 진우와 몸이 섞이면서 땅바닥을 몇차례나 데굴데굴 굴러나갔다.
"크악! 커헉!"
가슴 부분에 찔린 용광검은 그 충격으로 인해 상처 부위를 강렬하게 자극해 나갔고, 손으로 땅을 긁으면서 간신히 멈춘 그녀는 익숙치 않은 고통으로 인해 제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화악!!
"아악!?"
그리고, 진우는 땅바닥을 구르면서 어느새 흙모래를 한 줌 쥐었고, 기습적으로 이무기의 눈에다가 뿌렸다.
화악!
그리고 그 틈을 이용하여 재빨리 자세를 고쳐, 그녀의 팔을 무릎으로 깔아뭉갠 완벽한 마운팅 자세를 만들었다.
퍽! 퍽! 퍽!
그리고 약간의 망설임도 없이 주먹 난타.
강인해 보이는 남자가 가녀린 여성을 마운팅하여 주먹질을 가하는 모습은 범죄의 냄새가 물씬 풍겨지고 있었지만, 진우는 악귀처럼 일그러진 표정으로 주먹을 내리쳤다.
팔이 여러개로 분리된 것 같은 잔상을 남기면서.
"아팠어! 아팠다고!! 감히 만물의 영장인 인간중에서도 졸라게 존귀한 이 몸에게 그딴 고통을 준 죄는 사형이다! 뒈져! 뒈지라고!!"
이무기가 일으킨 대폭발에서 모습을 드러내며 아프다고 말했던게 이런 뜻이였던건지, 우세를 잡은 진우는 울분을 토해내면서 이무기의 안면을 향해 엄청난 속도로 펀치를 가격하기 시작했다.
쾅쾅쾅쾅쾅쾅쾅쾅!!
사람의 주먹과 안면이 만나서 나올 수 없는 소리가 터져나왔다.
그만큼 주먹과 요괴의 안면이 가진 방어력이 뛰어나다는 뜻이지만, 이무기는 일방적인 구타에 고통을 느꼈는지 무릎에 깔려있는 손이 어떻게든 벗어나고자 발버둥을 치고 있었다.
"……!!"
퍽!
그렇게 일방적인 고통을 겪던 이무기는 거의 본능적으로 하반신의 뱀 꼬리를 세워서 진우의 등을 가격하였다.
"큭!"
예상치 못한 공격에 진우의 힘이 살짝 빠지자, 그 틈을 노린 이무기는 다른 이들을 공격하던 푸른색 구슬들을 불러모아 자신의 몸을 깔아뭉갠 인간을 공격하게끔 하였다.
"칫!"
푸른 구슬들이 진짜 레이저보단 느리지만 그랜드 아크에게도 상처를 주었던 공격력을 지닌 빔을 발사하자, 더이상 자리잡고 있을 수 없었던 진우는 그대로 앞구르기를 하면서 피하는듯 하였다.
덥썩!
하지만, 그는 끝까지 더티하였다.
앞구르기를 하면서 빔을 피하는듯 싶었으나, 그러면서도 이무기의 가슴팍을 찌르고 들어간 용광검의 손잡이를 잡은 것이다.
서로의 몸은 반대편이였으나, 고개를 돌리면 얼굴이 보이게끔 누워있게 된 두 남녀.
진우는 양 손을 머리위로 뻗은채로 용광검을 잡고 있었고, 그는 그 상황에서 발목의 힘, 등과 허리의 움직임을 통해 미친듯이 기어 올라가기 시작하였다.
"으다다다다다다다~~~~~!!"
훈련소에서 철조망 아래를 지나갈때 사용하는 포복 전진중 하나로, 드러누워 통과라는게 있다.
등을 땅에 대고, 얼굴을 하늘을 바라보며 발목과 등, 허리의 힘을 통해 이용한 포복 전진의 형태중 하나로, 온갖 포복 전진으로 팔꿈치와 무릎이 까지던 고통을 느끼던 훈련병들에겐 그나마 어느정도 휴식같은 훈련이였다.
물론, 이것도 힘들긴 참 지랄맞게 힘들지만, 혹사된 팔꿈치와 무릎에게 휴식을 줄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휴식같은' 이라는 말을 붙여도 무방했다.
'장마철 흙웅덩이! 물의 흐름을 타고 등으로 들어간 자갈의 고통조차 무릅쓰고 A급 자세를 보여줬던 나다!'
문제는 이무기 괴수였다.
찌르기 형태의 용광검이 진우의 손에 잡혀서 빠른 속도로 기어나가자, 그 무기에 깊숙히 찔려있던 이무기는 본의 아니게 그와 함께 땅을 기어가게 된 것이다.
"크으으으으!!"
그녀는 이 우스꽝스러운 자세로 고통을 겪는다는것 자체에 수치심과 모멸감을 느끼고 있었는지, 명백하게 부끄러움과 수치심이 느껴지는 신음성을 흘렸다.
피칭! 피칭! 피칭!
푸른 구슬들은 그런 진우를 추적하면서 푸른 빔을 마구잡이로 쏘아보냈으나,
쿠드드드드드드!!
11등급 신체 강화자의 힘은 이 둘을 스포츠카와 비등한 속도로 기어가게 만들고 있었다.
스포츠카같은 속도로 기어가는 진우와, 그 진우가 붙잡고 있는 용광검에 의해 함께 끌려다니는 이무기.
모르는 사람이 보면 개그의 한 장면이 아닐까 싶겠지만, 이들의 표정은 생사를 오가는 병사들같은 절박함과 비장감이 깃들어 있었다.
'감히…감히 내게 이런 굴욕을 주다니……!'
위엄이고 자시고간에 이젠 아무래도 상관없다.
이 인간을 당장 죽이지 않으면 도저히 분이 풀리지 않는다.
이무기는 땅을 강하게 내리치자, 거대한 장벽이 만들어지면서 진우가 기어가는 방향을 틀어막았다.
"칫!"
그 모습을 확인한 진우는 잠시 속도를 멈출 수 밖에 없었고, 그 틈을 노린 푸른 구슬들은 집중 포화를 쏟아부었다.
"마지막 선물이다!"
더이상 버틸 수 없게 된 진우는, 최후의 일격을 날리고자 핵폭탄 수준의 파괴력을 지닌 소형 태양을 소환하였다.
일본의 잔당군을 처리할때도 사용했었던 이 무기는, 하루에 한번만 가능하기 때문에 오버 파워 사기 무기처럼 보이지만, 이만한 수준의 유물급 무구들도 나름 있는편이고, 방어에 특화된 일부 유물들은 카운터를 먹이거나 무효화시킬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다.
어쨌든, 이무기의 몸에 무기를 박아넣은채로 소형 태양을 소환한 진우는 용광검을 뿌리치고선 재빨리 일어나 도주하였다.
"크욱!?"
그리고, 검의 끝에서 핵폭탄의 파괴력을 지닌 소형 태양이 생성되는 감각을 느낀 이무기는, 온 몸을 부르르 떨기 시작했다.
"모두 땅굴 파서 숨어!!"
지금부터 핵폭탄급 폭탄이 터져나간다.
상처 투성이의 그랜드 아크와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는것으로 보아 마력의 대부분을 소모한 남궁 신으로선 도망칠 수 없는 상황.
진우는 부상을 입고 있는 아키를 향해 달려가 미친듯이 땅을 파기 시작했고, 그랜드 아크는 탈진된 잭을 챙기면서 분쇄기의 드릴 부분으로 땅을 파기 시작했다.
신은 도윤과 함께 있던 리엘루스, 플래티나와 합류하였고, 리엘루스가 8개의 다리를 미친듯이 휘두르면서 만들어낸 땅굴 속으로 들어갔다.
"크…크우욱……!"
눈에 핏발을 세우고, 온 몸에 징그러운 핏줄이 오돌토돌하게 튀어나온 이무기는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자신의 힘으로 폭발을 억누르려 하였다.
그녀가 폭발을 억제하려는 사이에 다들 안전하게 숨을 땅굴을 만들었으나, 이무기의 표정은 조금씩 안정을 되찾고 있었다.
용광검이 만들어낸 소형 태양을 통제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증거로 용광검은 몸 밖으로 뽑혀나가 있었고, 사람 얼굴만한 크기로 이글이글거리는 소형 태양 또한 꺼내고 있었다.
"핫!"
그리고, 진우가 땅굴을 파는동안 이무기의 그런 모습을 눈여겨본 아키는 저 힘을 적이 통제한다면 오히려 이쪽이 위험하다고 판단, 마지막 하나 남은 수리검을 내던졌다.
찰칵!
스위치 켜지는 소리와 함께 작은 불꽃을 토해내며 쏘아져나가는 수리검.
이무기 또한 그녀의 수리검 때문에 여러번 귀찮은 꼴을 겪었기에, 두 눈을 질끈 감으며 소형 태양의 통제에만 집중하기로 하였다.
이렇게 눈을 감으면 섬광탄에 당할일도 없고, 설령 고춧가루와 후추를 섞은 조미료여도 그 정도는 어느정도 참을 수 있다.
"아키!"
진우는 수리검을 내던진 아키의 팔을 잡아당기며 땅굴 안쪽으로 들어갔고, 좁은 땅굴에 서로의 몸이 가까이 밀착된 두 남녀는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기 시작하였다.
"흐웁."
"하움."
살을 맞댄채로 서로의 호흡이 느껴질 정도로 가까이 얼굴을 맞대자, 두 남녀는 누가 뭐라 할것도 없이 사랑스러움을 느끼고선 서로의 입을 맞추며 진한 키스를 하였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이무기를 향해 날아간 수리검은 누구의 방해도 없이 날아가서,
퍼펑!!
이무기의 얼굴 지근거리까지 닿자마자 강렬한 폭발을 일으켰다.
투파파파팍!!
그리고, 그 폭발에 의해 날카로운 쇳조각들이 수류탄처럼 사방으로 쏘아져나갔고, 이무기의 안면 전체는 그 쇳조각들에 의해 박혀들기 시작했다.
"캬하아악……!!"
소형 태양의 힘을 통제하기 위해서 여유가 없었던 그녀는 그 쇳조각을 고스란히 맞아야만 했고, 그로인해 집중력이 깨지면서 폭발을 일으키려던 소형 태양의 통제까지 풀려버리고 말았다.
"으…으아아아아아!!"
콰아아아아아아아-----
간신히 몸 속에서 꺼내 통제를 하려던 소형 태양은, 자신의 폭발을 막는 힘이 사라지자 그대로 폭발을 일으키면서 핵폭탄 수준의 폭발력을 내뿜었다.
멀리서 보면 핵폭탄 특유의 버섯 구름이 보일정도의 폭발력.
땅굴을 파고 있었던 이들은 최대한 숨을 참으면서 폭발이 끝나기를 기다렸고, 거대한 폭발은 약 십여초 지나서 끝이 났다.
============================ 작품 후기 ============================
이번 전투의 최대 어시스트 멤버는 그랜드 아크나 신이 아니라 아키 ㅋㅋㅋ
뭐, 어차피 다들 예상하셨겠지만 이무기는 저걸로 안 죽습니다.
왠 스포일려냐 싶겠지만, 솔직히 저걸로 죽었다! 라고 생각하는 분들은 별로 없을걸요?
왜냐하면 보전깨를 아직 하지 않았으니까!!
그리고 이번편에서 개싸움의 체험판을 보여줬으니 담편부터 진짜 개싸움이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