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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장
이무기의 괴성과 동시에 진우의 눈 앞에서 무색의 투명한 구슬이 나타났다.
문자 그대로 '눈 깜빡할 사이에' 나타난 투명한 구슬의 색상이 짙은 흙갈색으로 변하자,
우직!!
"읍!?"
구슬을 중심으로 반경 몇 미터의 크레이터가 생겼다.
충격파 같은것이 아니라, 순간적으로 중력의 무게가 크레이터의 생성 범위 만큼 무거워진 것이다.
일반적인 인간이였다면 피떡이 되었을 정도의 압력이였지만, 11등급의 신체 강화자에겐 몸이 상당히 무거워진 정도에 불과했다.
"핫!"
이무기는 기합성과 함께 손가락을 가볍게 휘두르자, 과중력으로 느려진 진우를 향해 엄청난 굵기의 번개가 내리 꽂혀들어갔다.
우지지직--!!
"끄으으으윽!"
수백만 볼트를 가볍게 넘어가는 초고압의 번개에 직격당한 진우는 온 몸이 쩌릿쩌릿해지는 감각에 비명을 내질렀으나, 이무기는 눈 앞의 인간은 이정도론 절대 죽지 않는다는 것을 몸으로 배웠기에 계속해서 주술을 멈추지 않고 펼쳐나갔다.
쿠드드드---
자신의 주변에 위치한 땅을 조각낸 후에 그 파편을 허공에 떠올리자, 보라색의 화염이 파편을 뒤집어 쓰게 되었다.
일반적으로 불의 색깔은 온도가 높을수록 복사되는 빛의 파장이 줄어들면서 색상이 바뀌는건데, 특수한 화학 물질에 의한게 아니라 순수한 보라색의 화염이라면 철 따윈 아무렇지 녹여버릴 수 있을 정도다.
후웅!!
여러개의 파편들은 보라색의 불을 머금으로 진우를 향해 날아갔고,
퍼석!
마치 자로 잰듯한 일정한 크기의 크레모어같은 덩어리로 나뉘어지면서 산탄처럼 퍼져나갔다.
단번에 큰 피해를 입히는것보단 차근차근 체력을 소모시키겠다는 노골적인 의도인 것이다.
'내가 찌른 상처가 단번에 나았다. 하지만, 그런 막강한 재생 능력을 무한정하게 사용할 순 없을터!'
그렇다면 조금씩, 그렇다고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의 상처를 지속적으로 만들어내 체력을 갉아먹는다!
철조차 가볍게 녹아낼 수 있는 온도를 머금은 크레모어 크기의 덩어리들이 쏘아져나갔지만, 번개의 충격으로부터 벗어난 진우는 용광검을 비스듬하게 세우면서 최대 크기로 키웠다.
쿠웅-!
"큭!"
고중력 상태에서 무거운 대검을 들게 되자, 그 무게로 몸에 부담이 생겼으나 일단 그 검을 방패삼아 몸을 숨긴 진우는 최대한 낼 수 있는 속도를 내면서 전진하였다.
파카카카캉!!
매섭게 날려지는 보라색 불빛의 파편들은 진우가 세운 검에 의해 막혀나갔고, 그와 동시에 중력장 안에서 벗어난 그는 다시 한번 이무기를 공격하고자 몸을 쏜살같이 날렸다.
하지만, 진우가 잠시동안 발목이 붙잡혀있는 틈을 이용하여, 땅속에 묻혀있던 사람 몸통보다 거대한 바위들을 들어올려, 또다시 보라색의 화염을 씌운 이무기는 대군을 거느리는 장수처럼 손목을 가볍게 휘저었다.
퍼퍼퍼펑!!
그리고 작은 폭발과 함께 진우를 향해 쏘아져나가는 바위 파편들.
하나하나가 인간의 몸을 태우는게 아니라 녹여버릴 정도의 온도를 지니고 있었다.
"크아아아앗!!"
진우는 용광검을 휘두르거나 막으면서 자신을 향해 쉴새없이 쏘아져나오는 공격을 피하면서도, 이무기에게 접근하고자 속도를 빠르게 내면서 돌격해나갔다.
"뒈져!!"
그리고 용광검의 리치가 닿는 곳까지 이동한 그는 빠르게 검을 휘둘렀으나,
스팟-
특유의 공기 빠지는 소리와 함께 이무기는 적당히 멀리 있는 곳으로 간단하게 순간이동을 하였다.
파카카카카캉!!!
땅에서는 마치 바위만을 이끄는 자석이 있는지, 계속해서 바위가 솟구쳐 올라가며 보라색의 화염을 뒤집어 쓴채로 파괴된 파편들을 계속해서 날려댄다.
'젠장! 원거리 공격에다가 텔레포트는 개사기잖아!!'
이무기는 방금전의 싸움에서 한가지 만큼은 확실하게 배웠다.
진우와 가까이 붙어서 힘싸움으로 가면 자신이 무조건 불리하다는 것.
그렇기에 그녀는 무조건 최대한 멀찍이서 공격만을 가할 뿐이였다.
"크아아앗!!"
하지만, 진우 또한 바보처럼 멀리 있는 적을 따라가기 보단, 몸을 지그재그로 움직이면서 바위 파편들을 피하며 투창 자세로 용광검을 힘껏 내던졌다.
카가가가각--!!
전력이 실려있는 용광검의 충격파만으로 땅에 깊게 파인 자국이 남을 정도의 위력와 속도.
하지만, 이무기는 손목을 빙글 돌리자 검은색의 웜홀같은 것이 나타났고,
후웅-
전력으로 날려오던 용광검을 삼켜버렸다.
아니, 삼키자마자 다시 검날이 거꾸로 되어 진우를 향해 날아갔다.
"!!"
예상치 못한 공격에다가 자신의 머리 위를 덮쳐오는 고열의 바위 파편을 동시에 회피하기 위해, 진우는 두 팔을 위로 올리며 용광검을 소환하였다.
후우우웅!!!
소환하자마자 자신이 날렸던 괴력으로 인해 그의 몸 또한 힘의 방향으로 쏘아져 나갔고, 덕분에 바위 파편들을 피할 수 있었다.
"핫!"
하지만, 이무기는 진우가 회피에만 전념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재빨리 손가락을 움직이며 다시 한번 주술을 부렸다.
쿠드득!!
땅 전체가 움직이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진우를 중심으로 이글루처럼 생긴 거대한 장벽이 그를 뒤집었다.
이글루와 다른점이라면 사람 주먹만한 구멍이 여기저기 일정 간격마다 뚫려있다는 것?
그리고선 검지와 중지를 모은 그녀의 손가락 끝에서 촛불 형태의 작은 불이 피어올랐고, 약간의 거리를 두고 입과 가까이 둔 그녀는 심호흡을 가볍게 하면서 숨을 훅 불었다.
화아아아악!!
하지만, 가벼운 행동과는 달리 용의 숨결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거대한 불길이 진우를 가둔 흙의 이글루를 뒤덮었고, 주먹만한 구멍안쪽으로 들어가 도망갈 수 없는 진우의 몸을 구워내기 시작했다.
쿵! 쿵! 우직!
불이 뒤덮은 흙 이글루 한 쪽 벽면에서 둔중하게 울리는 소음과 함께 금이 쩍 갈라졌고, 뒤이어 폭탄 터지는 소리가 터지면서 온 몸이 붉게 달아오르고 대머리가 되어버린 진우가 튀어나왔다.
"크아악!"
이무기가 내뱉은 불은 보통 화력이 아니였는지, 11등급 신체 강화자인 진우의 몸에 화상과 고통을 안겨다주었다.
"큭! 커헉!"
온 몸이 익어버린 진우는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무릎을 꿇으며 거친 기침을 토해냈다.
"후후후……. 하하하하하하핫! 그래! 바로 그거다! 내 앞에 무릎꿇으며 괴로워해야 하는것이 네 운명이란 말이다! 감히 내게 수모를 안겨다준 죄! 지금부터 톡톡히 치루도록 만들어주겠다!!"
"쿨럭! 쿨럭!"
폐까지 뜨거운 공기가 들어갔는지, 연신 거친 기침을 토해내던 진우는 용광검을 땅에 박아놓고선 상체가 무너지는 것을 막고 있었다.
"이제부터 나는 네 놈의 몸을 갈기갈기 찢어 버릴 것이다. 그 전에 최후의 아량을 베풀어, 마지막 유언을 남길 수 있는 영광을 주도록 하마."
이미 자신이 다 이겼다고 생각한 이무기는, 최후의 인내심이 발휘되면서 유언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주기로 하였다.
"케헥! 쿠헉!"
진우는 화상으로 울긋불긋해진 몸이 조금씩 나아져가긴 하였지만, 폐에서 느껴지는 고통 때문에 연신 고통스러운 기침을 토해냈다.
"흐흐흐……."
그리고 뒤이어 울려퍼지는 명백한 비웃음.
"네 놈은 무식한건 알고 있었지만 자신이 처한 상황조차 구별못하는가 보구나. 지금이 웃을 수 있는 상황이라고 보는건가?"
"겨우 이정도로…쿨럭! 나를 이겼다고 생각하는…크흡! 큼! 거냐……?"
"후후. 시간을 끌어서 상처의 회복을 하겠다는 건가? 그래봤자다. 내가 네 놈의 접근을 얼마든지 피할 수 있다는 것에서부터 네 놈의 패배는 기정사실이니까."
"크…크크…크카하하하하핫!!"
그리고, 그 사이에 어느정도 화상이 회복된 진우는 몸을 일으키면서 미친듯한 광소를 터트리기 시작하였다.
"정말 마인드가 옛날스러운 놈들은 상대하기 편하다니까. 이렇게 조금만 다 이겼다 싶으면 있는 여유, 없는 여유를 다 부린단 말씀."
"…뭣……?"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네 년은 아무리 강해봤자 옛날 B급 영화에 나올법한 3류 악당에 지나지 않는다는 뜻이라는거다."
"죽음의 공포로 미쳐버린거냐? 그렇다면 정신이 일깨워지게끔 이 몸이……."
쿵! 쿠쿠쿵!
"!?"
그 때, 하늘위로 떠올라있던 바위가 힘없이 떨어졌다.
보라색 화염은 온대간대 없는 평범한 바위.
애초에 겉 부분만 코팅하듯이 화염을 뒤집어 쓴 것이니까 그렇다 쳐도, 자신의 의지를 무시하고 추락한 바위들의 모습은 이무기의 표정에 당혹스러움을 느끼게 만들기엔 충분했다.
"아까부터 정~~~말 이상하다고 생각했단 말이지. 왜, 어째서, 무슨 생각으로, 너는 나만 죽이겠답시고 발광을 떨어대는거냐? 내 일행들은 아직 단 한명도 죽지 않았는데?"
"!!"
그와 동시에 경악으로 굳은 이무기는 재빨리 고개를 돌리며 자신의 뒤쪽을 확인하였다.
그 곳에는 땅바닥에다가 무엇을 그려놓은 남궁 신의 모습과,
"크하아아앗!!"
분쇄기를 치켜 들며 달려들어 지근거리까지 그랜드 아크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녀도 이들의 존재를 알고는 있었다.
단지, 진우가 '신. 아크. 애들 대리고 뒤로 물러서. 내가 오늘 씨발 이 년하고 끝장을 보고 만다.' 라고 호언장담을 하면서 암묵적인 1:1 대결이 되었다고 생각하였으나, 그것은 그녀 혼자만의 생각이였을 뿐이다.
퍽!
"커헉!"
그랜드 아크는 이무기의 가슴팍을 분쇄기로 내리찍었다.
"꿰뚫어라아앗!"
투캉!!
그리고선 미리 장전시킨 파일 벙커를 작동, 분쇄기의 공성추 부분이 발사되면서 이무기의 몸통을 꿰뚫었다.
"키야아아아악!!"
그녀는 몸통이 꿰뚫리는 고통을 느끼면서도, 그녀의 머릿속에서는 한가지 의문만이 지배하고 있었다.
'왜…왜 나의 도술이 사용되지 않는거지!?'
마치 무언가에 의해 막힌듯이 도술이 사용되지가 않는다.
그 때, 그녀의 시선에 남궁 신의 모습이 들어왔다.
규키와 당랑왕의 내단을 중심으로 한 마법진을 설치하여 무언가를 끊임없이 주문을 우고 있는 남궁 신.
'저 놈! 저 놈이 나의 힘을 막고 있다!'
그녀의 예상대로, 남궁 신이 마법진을 만들어서 펼진 마법은 안티 매직 필드를 약간 변용한 것이다.
안티 매직 필드는 마법사들의 마력을 동결시키는 주문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마법사들과 다른 힘과 흐름을 가진 이무기의 힘을 동결시키고자 진우가 당하는 것을 지켜만 보면서 힘의 흐름을 파악해내고자 노력하였다.
진우의 희생 덕분에 어느정도 도술의 힘과 흐름을 읽게 된 남궁 신은, 재빨리 마법진을 그리고선 완전히 동나버린 자신의 마력 대신에 규키와 당랑왕의 내단을 마나석처럼 사용하여 이무기의 도술을 막아내는데 성공했다.
이제 남은 것은,
"최후의 일격이다!"
키이이이잉!!
츠카카카칵!!
"크하아아악!!"
드릴처럼 회전하는 분쇄기의 추.
이무기는 그랜드 아크가 날린 최후의 일격에 온 몸이 찢겨져 나가는 고통을 느꼈고, 다시 한번 죽음의 공포를 느끼게 되었다.
'내가…내가 하루에 두 번이나…인간 따위에게……!!'
두 번의 치욕.
두 번의 공포.
"비…비열한 놈드을……!!"
그녀는 그 모든 감정들을 인간들을 향해 쏟아부었다.
너희들이 정정당당하게만 싸웠더라면.
너희들이 이토록 더러운 수작을 부리지 않았더라면.
너희들을 저주한다! 나를 죽음으로 이끈 인간을 저주하리라!
"비겁? 그거 고맙군! 우리들은 비겁해야만 살 수 있는 놈들이라서 말이지!"
키이이이잉---!!
"크…크그으으윽……!!"
그랜드 아크는 분쇄기를 살짝 위로 올리면서 이무기의 상처를 더더욱 크게 만들었고, 그녀는 고통에 몸부림 치면서 무언가 포기한듯한 눈빛으로 저주같은 대사를 내뱉었다.
"네 놈…들은…이 일을…후회하게 될…거다……!!"
"크하하하하핫!! 그 말을 수십번도 더 들어온 이 몸이시다! 이만 뒈져버려!"
"멍청한…놈……. 이제…이 세상은……."
덜컥……
이무기는 그 말을 마지막으로 손이 힘없이 떨어졌다.
진우가 몸으로 시간을 벌고, 신이 그 틈을 노려 도술을 막아낼 수 있는 변형 안티 매직 필드를 사용, 그랜드 아크의 일격이라는 협동에 의해 드디어 이무기라는 거대한 적을 쓰러뜨린…….
번쩍-!
순간, 이무기의 두 눈이 번쩍 뜨이면서 검은색의 눈동자 대신에 파충류 특유의 가로형태 눈동자가 나타났다.
마치 피에다 담궈놓았던 것처럼 섬뜩한 붉은색의 눈동자가.
"키야아아아!!"
스석-!
핏빛 파충류 눈동자가 된 이무기는 손톱이 갑작스럽게 길어지면서 그랜드 아크의 안면을 그어냈고, 황급히 상체를 뒤쪽으로 피한 그는 살이 가볍게 잘려나가는 소리와 함께 자신의 안면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비명을 내질렀다.
"으오오오!?"
콧잔등과 이마, 턱 윗부분이 깔끔하게 베여지면서 피를 쏟아내기 시작한 그랜드 아크.
그는 예상외의 고통에 괴로워하면서도, 뭔가 상황이 이상함을 직감하고 재빨리 분쇄기와 함께 몸을 뒤쪽으로 날렸다.
"키르르르르---"
방금전까지의 이무기는 고고한 왕의 모습과도 같았다면, 지금의 그녀는 마치 잠을 자다가 예상외의 공격을 받아 당황한 동물의 그것과도 같았다.
우웅---
그 때, 그녀의 명치 부분에서 빛이 나더니 영롱한 빛을 띈 구슬이 반쯤 박힌듯한 모양새로 튀어나왔고, 그 빛에 둘러쌓인 이무기의 상처는 그야말로 순식간에 치료되기 시작하였다.
사람 머리가 가볍게 오갈 수 있을 정도의 구멍이 복부에 뚫려있었건만, 모든 의사들도 고개를 내저으면서 포기할만한 중상을 가볍게 치료한 능력은 보통이 아니였다.
한가지 분명한것은, 방금전만해도 압도적인 이무기의 존재감이 더욱 강렬해졌다는 것이다.
"하…씨발……. 옛날 보스라서 그런지 다 죽였다 생각하니까 변신을 하네? 이런것까지 따라하지 않아도 되는데……."
진우 또한 옛날 영화나 게임의 보스틱하다고 우습게 봤으나, 이제와서 왜 옛날 게임 보스같이 노냐고 투덜거리면서도 표정이 굳어져나갔다.
그 또한 지금의 절제되지 않은 광폭한 살기를 온 몸으로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 작품 후기 ============================
아마 많은 분들이 '이 딸쟁이 작가 새끼 게임 하느라 연재 안하네?' 라고 생각하겠지만, 그건 오해입니다.
어머니께서 호프집을 하시는데, 난방을 틀면 전기세가 어마무지하게 나니까 연탄을 때십니다.
저는 그 1년 2번, 날씨가 춥다 싶으면 연탄 연기가 지나가는 통로를 연결하는 것과, 여름에 필요없어져서 철거하는 일을 반드시 해왔습니다.
근데 어제가 그 날이였음.
존경하는 판사님. 존경하는 딸쟁이님들. 저는 글을 쓰고 싶지 않아서 쓰지 않은게 아닙니다.
단지 주변 환경이 받쳐주지 않아서 그런겁니다.
예? 그럼 게임은 하지 않았냐고요?
...솔직히 좀 했...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