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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장
요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인간의 적이다.
그냥 조용히 산속에서 살아가다가 인간이 보이면 목숨에 지장이 없는 장난을 치면서 낄낄 대는 요괴들도 있지만, 이런 요괴들은 극소수고 대부분의 요괴들은 인간에게 해악을 끼쳐야만 살아갈 수 있다.
일단 첫번째 근본적인 이유는 식량.
여기저기 재빠르게 돌아다니는 산짐승보다는 집단을 이루고자 모여있는데다가, 힘이 약한 인간이 식량 확보에 더 쉬울 수 밖에 없다.
두번째 이유는 단순히 배만 채운다고 끝나는게 아니라는 부분이다.
요괴들은 기본적으로 인간의 부정한 감정을 먹으면서 살아가는 존재다.
흉폭한 요괴일수록 인간들이 내비치는 공포라는 감정을 탐식하고, 특수한 요괴의 경우엔 수면중인 사람의 꿈을 먹어치우는 요괴도 있다.
이무기는 일단 건들지만 않으면 딱히 해악은 없는 존재이지만, 용이 되어 승천하려는 것을 방해받으면 그 어떤 요괴들보다 최악의 재앙이 될 수 있는 존재다.
즉, 이무기에게 있어서 요괴의 본능이란 용으로 승천하는 것.
하지만, 2천년이 넘도록 힘만 키울 뿐이지 승천하려는 생각은 하지 않은 그녀의 행동은 이무기로서의 본능을 완전히 역행하는 짓이였고, 지상에 남아 최강의 존재로 군림하고 싶다는 야망과 용으로 승천하고 싶다는 이무기의 본능의 싸움은 더더욱 강해져갔다.
거기다가 두 차례나 승천의 기회를 차버리게 되자, 이무기의 본능은 더더욱 포악해지기 시작하였다.
특히, 그녀가 승천을 포기한 이유는 굳이 용이 되기보단 지상에서 유아독존을 하겠다는 뜻이 강했기에, 이무기의 본능은 지상의 모든 생명체를 파괴하고자 하는 갈망을 느끼게 되었다.
지상에 아무것도 남지 않으면 그녀가 지상에 남아 있을 이유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녀는 계속해서 자신의 신경을 건드리는 본능을 없애고 싶었지만, 그런 일이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거니와 어떤 부작용이 있을지 자기 자신조차 쉬이 예상치 못할 정도였다.
그렇기에 그녀는 2개의 여의주 중에서 하나를 자신의 본능을 집어넣고 통제하기 시작하였고, 다른 하나는 자신의 힘으로 사용하였다.
원래 이무기는 2개의 여의주를 만들게 되지만, 승천할때는 반드시 1개의 여의주만을 가지고 올라가야 한다는 법칙이 있다.
문제는 여의주가 보통 힘을 가진게 아닌지라 이무기가 이 욕심을 버리지 못한다면 승천에 실패하고 마는데, 애초에 용이 되고자 하는 욕심이 없었던 그녀는 자신의 본능을 억제하는데 여의주를 사용한 것이다.
게다가 이성의 힘이 더 강하기에 아직까진 특별한 문제가 없었지만, 진우 일행의 공격으로 인해 이성이 패배하자, 지금까지 억눌려왔던 본능의 여의주가 모습을 드러내면서 자신의 목표를 실천하고자 하였다.
본능의 목적은 위에 설명했듯이 지상에 있는 모든 생명체들의 파괴.
그리고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것은 이성을 패배시킨 인간 무리였다.
"크아아악! 캬아아아!"
평소의 고고한 모습은 온대간대 사라지고, 한 마리의 짐승이 되어버린 이무기는 괴성을 질러대면서 살기를 퍼트려나갔다.
"으…크우욱……."
그랜드 아크는 자신의 안면을 베어낸 이무기의 공격에, 고통스럽다는 듯이 안면을 부여잡으며 고통을 완화시키고자 노력하였다.
"키이이!"
이무기의 본능은 많은 생명체가 모여있는 그랜드 아크의 방향으로 허리를 흔들면서 이동을 시작…….
"흐아아앗!!"
"!"
하려던 찰나, 무시당한 진우가 뒤쪽에서 달려나가 용광검을 풀 스윙으로 휘둘렀다.
카앙!
이무기는 길쭉하게 만든 손톱으로 용광검의 칼날을 막아냈지만, 그 충격까지 완벽하게 흡수하지 못하였는지 힘의 방향으로 주르륵 밀려나갔다.
쾅!
땅이 부서질 정도로 힘있게 박차고 나간 진우는 이무기가 날아가는 방향으로 추적, 뛰어서 3~4걸음 정도의 거리까지 가까워지자 그대로 후속타를 먹이기 위해 투창 자세를 통해 용광검을 날려보냈다.
쒜엑!
하지만, 아무리 본능밖에 남지 않은 괴물이라 해도 그런 단순한 공격을 맞아줄리 전무.
상체를 옆으로 길게 비틀면서 투척된 용광검의 칼날을 회피한 이무기는 다시 한번 진우를 향해 긴 손톱으로 내리 그으려던 찰나,
"흐아앗!"
자신의 손에 용광검을 소환한 진우는 뱀 몸통인 하체를 내리 베어냈다.
푸컥!
"키야아아악!"
기다란 뱀 몸통이 잘려져 나간 고통에 몸부림친 이무기는 눈이 더더욱 시뻘개진채로 진우를 향해 팔을 아무렇게나 휘두르면서 공격하였지만, 이미 상대방에게 상처를 입혔기에 급할게 없는 그는 뒤쪽으로 몸을 날리면서 가볍게 공격 거리 밖으로 빠져나갔다.
"키르르르!!"
또다시 재생을 하면서 상처가 순식간에 나았지만, 이무기는 다시 한번 덤벼들지 않았다.
상대방은 두 발을 사용하여 자유자재로 이동과 공격을 한것에 비하여, 자신은 쓸대없이 길기만 하고 자유롭게 좌우로 움직일 수 없는 뱀의 몸통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서 불리함을 느낀 것이다.
잠시 자신의 몸을 이리저리 기웃거리던 그녀는, 마지막으로 진우의 몸을 보더니 자신의 몸을 변형시키기 시작했다.
지금까진 반인반뱀 이였다면, 지금은 그냥 완벽한 인간의 모습이였다.
너무 과도하지 않고 적당한 근육이 자리잡은 허벅지와 무릎은 격투가의 그것과도 같았다.
이무기의 본능은 이쪽이 더 싸우기 쉽다고 판단한 것이다.
"캬아아아!!"
몸을 인간처럼 변형시켰으나, 핏빛 파충류 눈동자만큼은 바꿀 생각이 없는지, 누가 보면 공포 영화의 한 장면이라 할 수 있을만큼 얼굴을 흉악하게 일그러뜨린 이무기의 본능은 다시 한번 진우를 향해 달려들었다.
쾅쾅쾅쾅쾅!!
바닥을 파괴할 정도의 각력과 함께.
"어디서 감히 사람 흉내를 내!"
평소엔 인간을 개무시하더니만 상황좀 불리하니까 바로 인간처럼 몸을 변형시킨 그녀의 모습에, 진우는 욕설과 함께 용광검을 크게 휘둘렀다.
대각선으로 크게 올려베어내는 검격.
하지만,
캉!
이무기는 높게 점프하여 기다란 손톱으로 용광검의 면 부분을 내리찍고, 그 힘을 이용하여 앞으로 쏘아져나가 진우의 몸을 향해 덮쳐들어갔다.
"큭!?"
앞뒤 사정 모르는 진우는 갑자기 분위기가 달라진건 알고 있었지만 추잡한 개싸움을 벌이지 않을것이라 확신하였으나, 그 확신은 이무기의 본능에 의해 깨져버렸다.
콰즉!
"끄아아악!!"
정확히는 자신의 몸에 엉겨붙어서 목덜미를 깨무는 그녀의 행동으로 인하여.
이무기의 본능은 도술을 사용하지 못하는듯 하지만, 대신에 그 모든 힘을 육체에다가 쏟아붓고 있었다.
즉, 단순히 육체의 스펙만을 따지자면 진우나 그랜드 아크와 최소 동급이라는 뜻이다.
"이…씨발년이!!"
진우는 자신의 목덜미를 깨무는 이무기의 옆구리를 후려치고 목을 움켜쥐면서 어떻게든 떨구려 하였지만, 아귀같이 달라붙은 그녀는 진우의 목을 깨문채로 아득바득 버티려고 하였다.
쿠즈즉!!
"커헉!"
결국엔 어떻게든 때어놓긴 하였으나, 이무기의 입 크기 수준의 살점이 목덜미에서 떨어져나갔다.
"크륵! 크르륵!"
목덜미의 절반이 뜯겨져 나간 진우는 가래 끓는 소리와 함께 고통스러워하였지만, 이무기는 입안에 가득한 목살을 퉤 뱉고는 다시 한번 진우를 향해 달려들었다.
덥썩!
목덜미가 뜯겨져 나간 고통에 몸부림 치면서 무방비 상태처럼 보였던 진우는, 자신을 향해 날아온 이무기의 안면을 손바닥으로 붙잡으며 땅으로 거칠게 내려찍었다.
투콰아앙!!
폭발물이 터지는 소리가 울려퍼지면서 이무기의 얼굴이 내려찍힌 곳에 작은 크레이터가 생겨났다.
쾅! 쾅! 쾅! 쾅!
진우는 이무기의 안면을 연달아 내리꽂았고, 예상외의 공격에 당한 이무기는 괴로워하면서도 양 팔을 할퀴듯이 휘두르면서 자신의 머리를 붙잡은 손목을 그어냈다.
우직!
"!?"
그 때, 진우는 신체 변형 능력을 사용하여 손목이 베이는 도중에 손목과 주먹의 크기를 최대한으로 늘렸고, 사람 몸통만하게 변한 팔에 손톱이 완전히 끼어버린 이무기가 목격한 것은 자신의 안면을 향해 날아오는 단단한 무릎이였다.
빠각! 퍽! 우득!
무릎과 안면이 부딪힐때마다 피가 터지고 뼈가 뼈가 부딪히는 소름끼치는 소리가 울려퍼진다.
"캬아아!"
일반인이라면 그 고통에 넋이 나갔겠지만, 이무기의 본능은 그 고통을 느끼면서도 발톱을 날카롭게 만들면서 양 발을 세워 진우의 복부를 향해 찔러넣었다.
"크욱!"
양 발을 아무렇게나 휘두르지만, 그 기세와 발톱은 만만치가 않았다.
결국, 진우는 자신의 손을 원상태로 돌리면서 재빨리 뒤쪽으로 이동하였고, 이무기 또한 안면에 코피를 흘리면서 거리를 벌렸다.
여기서는 쫓아가서 추격타를 날릴 수 있는 타이밍이 아님을 직감한 것이다.
그렇게 잠시동안 부상을 회복할 시간과 공격 타이밍을 재기 위해 암묵적으로 합의된 시간동안, 두 남녀는 뼈가 뭉개지고 살점이 뜯어졌던 것이 모두 정상으로 되돌아왔다.
"……."
"……."
"……."
그리고, 그 싸움을 구경할 수 밖에 없었던 다른 이들은 할말을 잃은채로 멍하니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도 그럴것이, 이건 무술을 배운 격투가들의 세련된 폭력이 아니라, 짐승과 짐승의 싸움이였기 때문이다.
서로 물어뜯고, 할퀴고, 쥐어뜯는다.
그야말로 짐승의 싸움이였다.
"…제길……."
그랜드 아크는 상처를 간신히 지혈시키면서도 이빨을 꽉 깨물며 분해하였다.
"재생 능력이라니……. 이 빌어먹을 치터 새끼……."
왠만한 상처 따윈 가볍게 재생시키는 진우의 모습에, 그랜드 아크는 패배감을 느끼면서 살짝 힘이 빠진 목소리로 투덜거렸다.
자신은 얼굴의 상처조차 쩔쩔매고 있는데, 녀석은 목덜미에 한 웅큼 뜯겨져 나갔음에도 불구하고 벌써 재생이 완료 되었다.
그랜드 아크의 이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진우는 목을 좌우로 풀면서 새로 재생된 목 근육을 풀어주고 있었다.
'그래, 너도 개싸움좀 할 줄 안다 이거지?'
그랜드 아크의 싸움과는 다른 즐거움이다.
그와의 전투는 액션 영화와도 같았다.
박진감 넘치고, 빵빵 터지는게 박진감 넘치는 액션 영화.
하지만, 이무기는 다르다.
자신과 비슷한 전투 방식을 선호하는 동족간의 결투.
자신하고 비슷한 동족을 발견하였다는 즐거움도 있지만, 둘 중에서 누가 더 강하냐는 호승심이 그에게 웃음을 안겨다주었다.
"육체적인 스펙은 얼추 비슷하다. 그렇다면 승패의 갈림길은 어느쪽이 더 미쳤냐에 따라 결정되겠구만. 큭큭큭큭!!"
그리고선 진우는 용광검을 소환, 길이가 짧은 단도로 만들고선 역수로 쥐어보였다.
"자, 해도 저무는것 같으니 슬슬 결판을 내자. 우리 엄마는 내가 밤늦게까지 놀면 등짝 스매싱을 무차별하게 날리셔서 무섭거든. 진짜 등짝이 남아나질 않는다니깐?"
"키야아아악!!"
진우의 기세가 피어오르자, 그것을 공격의 타이밍이라 생각하였는지 이무기는 다시 한번 미친듯이 달려오기 시작하였고, 그 또한 자세를 낮추면서 돌격하였다.
============================ 작품 후기 ============================
요괴 부분은 뒷정리까지 포함 3~4편 안에 끝낼 예정임.
물론 그 다음엔 ㅅㅅ타임도 좀 즐기고 다시 본편 스토리 진행해야죠.
이제 개싸움 본편이 시작됩니다.
그런데 글을 쓰면서 가끔씩 흠칫흠칫 거릴때가 있어요.
왜냐면 내가 싸울땐 진짜 저런식으로 더티하게 싸웠거든요 ㅋㅋㅋ;
마치 나의 흑역사를 다시 꺼내는듯한 느낌이랄까?
어쨌든 다들 즐거운 주말들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