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36 / 0923 ----------------------------------------------
10장
선제 공격은 이무기였다.
피로 얼룩진 날카로운 손톱을 마구잡이로 휘둘러대는 공격.
복싱이든, 무에타이든, 유도든간에 격투기를 배운 사람은 마구잡이식 공격의 빈틈을 찾아내서 공격할 수 있겠지만, 그것도 인간의 기준으로만 가능한 이야기이다.
스걱-! 스걱-! 스칵-!
"캬아아아아!!"
손톱을 휘두르는 파동성만으로 땅이 쩍쩍 갈라질 정도로 강력하고, 팔이 여러개로 보일 정도로 빠르며, 짐승의 살기어린 포효성은 오히려 격투기를 배운 격투가들을 뱀 앞의 개구리마냥 쪼그라들게 만들기 충분하였다.
하지만,
쿠즉!
"크아아아!!"
오히려 앞으로 달려들면서 왼쪽 주먹을 휘둘러, 스스로 날카로운 이무기의 손톱에다가 꽂아넣은 진우는 팔꿈치까지 관통해오는 고통을 느끼면서도 남은 손에 쥔 용광검과 함께 몸을 낮추며 안쪽으로 깊숙하게 파고들어갔다.
단도 형태가 된 용광검이 복부에 깊숙히 쑤셔박은 진우는, 이무기의 고통어린 비명보단 자신의 안면을 향해 찍어올리고자 날아오는 무릎을 발견하고선, 오히려 이마를 내리찍으면서 지금의 자세를 고수하였다.
그와 동시에 용광검을 평소의 환두대도 형태로 바꾸었고, 상체를 크게 들어올리면서 명치에 위치한 여의주를 베어가르고자 배를 찢어올렸다.
"키에에엑!!"
고통과 동시에 위기감을 느낀듯한 동물의 포효성이 울려퍼졌고, 이무기는 손바닥으로 자신의 여의주를 공격하고자 올라오는 진우의 손목을 후려쳤다.
우득-!
손목뼈가 으스러지는듯한 고통과 함께, 이무기의 괴력에 의해 검의 궤도가 바뀌어버린 진우는 최소한 피해라도 더 많이 주기 위해 억지로 힘을 가하면서 이무기의 겨드랑이쪽으로 용광검을 크게 베어냈다.
촤학!!
푹!
이무기의 아랫배에서 시작하여 겨드랑이를 크게 베어낸 용광검이 내지른 살이 베여지는 끔찍한 소리와 함께, 어디선가 살이 날카로운 것에 의해 꿰뚫리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크윽!"
이무기가 발톱으로 진우의 발목을 깊숙하게 찍어낸 것이다.
콰직!!
그걸로 멈추지 않고, 진우의 발등을 발바닥으로 힘있게 내려찍은 이무기는 진우가 도망가지 못하게 만들면서 그의 상반신 전체를 손톱으로 마구잡이식 공격을 가하였다.
용광검마냥 이무기의 손톱 또한 자유자재로 조종이 가능한건지, 대책없이 길었던 손톱이 클로 형태로 짧고 굵어지면서 근접전에 어울리게끔 변모하여 진우의 몸을 마구잡이로 긁어댔다.
촥! 스칵!
"큭!"
마구잡이지만 11등급 신체 강화자와 비등한 능력으로 공세를 퍼붓는 이무기의 공격은 진우의 얼굴과 몸을 마구잡이로 긁어댔고, 어떻게든 도망가고 싶어도 발목을 찌른 날카로운 발톱과 발등을 밟고 있는것 때문에 어떻게 피할 수 없었다.
물론, 그가 평범한 신체 강화자라면.
쭈욱-
허리를 길게 옆으로 늘어뜨리자 인간이라면 길어질 수 없을 정도로 길어진 진우는, 하체는 고정되어 있으며 상체는 꽈배기 모양으로 길쭉해져있는 기묘한 형태가 되면서 이무기의 등 뒤를 점하였다.
"이번엔 내 차례다!!"
"키!?"
푹푹푹푹푹푹!!
피거품이 보글보글 거리면서 빠르게 재생되는 상처.
하지만, 그 상처의 고통만큼은 모두 느껴야만 하였기에, 고통으로 악에 받친 진우는 단도 형태로 바꾼 용광검으로 이무기의 어깨와 목덜미를 마구잡이로 찍어내기 시작했다.
"캬아악! 캬악!"
등 뒤를 사정없이 공격당하게 된 이무기는 자신의 등 뒤로 상체만을 이동시킨 진우의 몸을 공격하고자 몸을 휙휙 돌려댔지만, 그 또한 그때마다 따라 움직이면서 팔이 닿기 어려운 위치를 고수하였다.
"캬아아악!"
결국, 이대로라면 목이 끊어질것이라는 위기감을 느낀 이무기가 발을 빼면서 거리를 벌렸지만, 적을 죽이기 위한 파괴 본능에 휩쌓인 그녀는 그 와중에도 진우의 머리채를 붙잡았다.
쾅!
그리고 힘있게 땅바닥에다가 내리꽂으면서 폭탄물이 터지는듯한 굉음이 터져나왔다.
일반인이라면 머리의 충격을 받으면 어지러워져야 하겠지만, 진우는 꼴사납게 땅바닥에 내리 꽂혀져 오체투지를 하는듯한 자세가 된 상태에서 마지막으로 목격한 시각 정보에 의존하여 용광검으로 이무기의 발등을 내리꽂았다.
푸욱!
"으아아아아!!"
용광검으로 이무기의 발등을 찔러서 고정시키는데 성공한 진우는, 나으려던 상처가 충격으로 갈라지면서 얼굴에 피가 흥건하게 새어나왔으나, 오히려 그 고통을 분노로 전환시킨 그는 이무기의 허벅지를 붙잡으며 온 몸으로 밀어붙이는 태클을 가하였다.
쯔카칵!
발등에 용광검이 꽂혀있는채로 바닥에 고정되어 있던 이무기는 거친 태클에 당하여 상처가 갈라지면서, 살과 뼈가 잘려나가는 듣기싫은 소리가 울려퍼졌다.
쾅! 쾅쾅쾅쾅쾅쾅쾅쾅!!
상대방의 몸 위에 올라탄 마운팅 자세를 취한 진우는 미친듯이 주먹을 내리치면서 난사.
완벽하게 제압한게 아닌지라 이무기의 두 팔이 그의 허벅지를 마구잡이로 찢어발겨도 진우는 아랑곳하지 않고 머리통을 부수겠다는 일념하에 주먹만을 내리꽂고 있었다.
"……."
"……."
"……."
그리고, 그 격렬한 전투에 끼어들 수 없는 이들은 눈 앞에서 펼쳐지는 광경에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으레, 고수들간의 대결이라 하면 자신이 지닌 기술을 총집합하여 상대방을 쓰러뜨리기 위한, 실전적이면서도 투박함과 세련됨이 묻어져나오면서 사람들의 감탄사를 자아내는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 들의 싸움은 3류 양아치들의 싸움과도 같았다.
아니, 이 싸움은 양아치들의 싸움도 아니다.
그냥 짐승들의 혈투다.
단지 적을 쓰러뜨리기 위해서라면 온 몸을 뒹굴고, 머리채를 붙잡고, 투박하지만 힘있는 공격을 퍼붓는다.
문제는 이러한 움직임이 신체 강화 11등급 수준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상대방의 머리채를 붙잡아 내리찍으면 사람 머리통만한 크레이터가 생겨나고, 아무렇게나 손을 휘두르면 땅이 쩍쩍 갈라진다.
한번 움직일때마다 땅이 파해쳐지고, 파괴되고, 폭발한다.
'재앙신' 들의 싸움이 벌어진다면 이러할까.
일반인은 숨도 쉴 수 없을 정도로 짙은 살기를 지닌채 싸우는 두 인외人外들은, 방어를 거의 포기한채로 상대방을 누가 먼저 죽이냐는 치킨런을 벌이고 있었다.
촤악!!
"끄아아아아아!!"
그 때, 이무기가 기습적으로 팔을 크게 휘두르면서 진우의 안면을 손톱으로 긁어갔다.
문제는, 검지 손가락의 손톱이 그의 두 눈을 베어나갔다는 것이다.
그의 회복 능력이라면 얼마 지나지 않아 완치되면서 정상적인 기능을 발휘하겠지만, 문제는 그 '얼마 지나지 않아' 라는 시간만큼의 패널티였다.
촤악!
이무기는 자신의 몸 위에 올라탄 진우의 복부를 손톱으로 그어놓고선 힘으로 떨궈냈고, 눈과 복부의 고통으로 나동그라진 진우는 이무기가 자신에게 추격타를 날리기 위해 벌떡 일어섰다고 예상하며 눈을 감은채로 앞으로 뛰어나갔다.
"크와아아악!!"
바우우우웅!!
그리고선 양 손바닥을 최대한 크게 늘리며 모기를 잡듯이 힘껏 박수치듯 휘둘렀고, 이무기는 뒤로 물러서기 보단 앞으로 나아가면서 진우의 심장을 향해 손톱을 쑤셔넣으려 하였다.
여기서 그냥 머리에다가 꽂아넣으면 끝나는데 왜 굳이 심장에다가 하는지 의문이 생기는데, 감히 인간의 몸으로 이무기의 몸을 만신창이로 만든것은 이무기의 본능 또한 분노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심장을 쑤셔박든, 뇌를 쑤셔박든 똑같이 죽긴 죽겠지만 심장쪽은 그나마 살아있는 시간이 조금 있으니 최대한의 고통을 느끼게끔 머리보단 심장을 선택한 것이다.
하지만, 진우는 이무기가 자신의 뇌를 노리는건지, 심장을 노리는건지 모르지만 한가지만큼은 분명하게 예상하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공격에 오히려 앞으로 달려나올 야수라는 것.
후웅!!
이무기의 본능은 눈도 못보는 진우의 모습에 최후의 일격을 먹이겠다는 생각으로 날렸지만, 진우는 그보다 빠르게 몸을 납작하게 숙이면서 원래의 형태로 복구시킨 두 팔로 그녀의 발목이 있는 곳을 예상하며 와락 끌어안았다.
이무기의 두 다리를 붙잡은 진우는, 그녀의 오른쪽 발목을 입으로 깨물더니 네 발로 뛰어다니기 시작하는게 아닌가?
투파파팍!
"캬아아아아!"
짐승에게 발목이 물려버린 이무기는 지그재그로 움직이면서 자신의 몸을 끌고 다니는 진우의 등짝을 내리 꽂으려 하였지만, 자신의 무방비한 부분을 일부러 노출시켰던 진우는 그녀의 무릎을 붙잡고 뒤쪽으로 이동하였다.
와락!
그리고선 그녀의 허리를 양손으로 휘감듯이 붙잡은 그는,
"흐으읍!!"
콰앙!!
상체를 크게 뒤쪽으로 뻗으며 이무기의 머리를 땅에다 내리 꽂았다.
프로 레슬링 기술인 저먼 스플렉스였다.
프로 레슬링은 일반적으로 짜고 치는 각본이긴 하지만, 그 기술들이 가진 부상은 진짜다.
게다가 링 바닥은 잘 보면 탄력이 있는 소재를 사용한다.
최대한 안전한 환경에서, 서로의 기술을 맞아도 최소한의 데미지를 받게끔 연구한 레슬러들도 잦은 부상으로 수술을 해야 할 지경이다.
그런 기술들을 맨바닥에다가 사용하면 농담이 아니라 진짜 살인 기술이 되어버린다.
"캬아아악! 캭! 캬아아!"
자신의 뒤를 붙잡은 진우의 공격에 머리가 깨질것처럼 아픈 이무기는 팔을 휘적휘적 거리며 그를 공격하려 하였지만,
"흐읍!"
콰앙!!
진우는 그녀의 허리를 붙잡은채로 뒤쪽으로 굴러, 다시 한번 저먼 스플렉스를 날렸다.
머리가 부딪힌 부분을 중심으로 사람 머리통이 들어갈 수 있는 구멍이 생겨난다.
"흡!"
쾅!
한차례 더 굴러서 이무기의 몸을 다시 한번 날리며 내리꽂은 진우는, 두 눈을 뜨면서 시야가 확보된 것을 확인하였다.
'좋아! 이대로 몇번 더 구르……!'
푸욱!!
"커헉!?"
순간, 진우는 자신의 심장쪽으로 느껴지는 고통에 비명을 내질렀다.
"키에에엑!"
"이…씨…발년이……!"
날카로운 손톱으로 자신의 심장 부위를 찔러 등 뒤로 관통, 안그래도 가까이 밀착되어 있었던 진우는 예상치 못한 기습에 당하고 말았다.
퍽!
심장이 찔리면서 그 고통으로 자신의 허리를 붙잡고 있는 힘이 약해짐을 느낀 이무기는, 팔을 크게 벌리면서 공격을 회수하고 팔꿈치로 진우의 관자놀이 부분을 가격하였다.
"큭!"
호흡을 할때마다 심장의 상처가 벌려지는듯한 고통을 느낀터라, 관자놀이의 충격으로 이무기의 허리를 놓아버린 진우는 자신의 심장을 붙잡으며 뒤쪽으로 거리를 벌려나갔다.
"캬아아아!"
확실한 승기를 느낀 이무기의 본능은 땅이 패여나갈 정도의 각력으로 빠르게 쏘아져나갔고, 심장을 움켜쥔채로 도망치던 진우는 순식간에 따라잡히고 말았다.
이무기는 양 팔을 크게 휘두르면서 마지막으로 진우의 머리통을 여러갈래로 쪼개버리고자 하였고, 심장을 움켜쥔채 고통스러워하던 진우는 체념하듯이 두 눈을 감으…
휙!
푸욱!!
…려던 것은 페이크였다.
그는 모든 힘을 쥐어짜내 앞쪽으로 튀어나가며 등을 돌렸다.
퍽!
이무기의 안면과 진우의 등이 부딪혔지만, 이무기의 본능은 왜 자신에게 등일 보인채 밀착하였는지 이해를 하지 못하여 잠시 혼란스러운 눈빛을 지어보냈지만,
푸욱!
"키엑!?"
자신의 가슴쪽에서 느껴지는 고통을 느낀 이무기는 당혹스런 신음성을 내질렀다.
진우는 마치 할복하듯이, 이무기와 몸을 밀착시킨 상태에서 자신의 가슴을 찌른 것이다.
그냥 앞으로 달려가서 찌르면 되는것을 왜 이렇게 했냐고?
"크…크크크……! 어떠냐, 씨발년아! 똑같이 당해보니까 기분 좆같지!?"
그렇다.
당하고는 못사는 성격의 진우는 자신이 당했던 방법과 똑같은 방법으로 보복한 것이다.
자신의 몸에다가 칼을 박아넣으면서 까지.
푸컥! 츠크그극--!
"큭! 크아악!"
"키에에엑!"
진우는 자신의 가슴에 꽂아넣은 용광검의 손잡이를 이리저리 비틀고, 천천히 이동시키면서 자신과 이무기의 고통을 가중시켰다.
"키이이이!!"
이무기의 본능은 뭐 이딴 미친놈이 다 있냐는듯이 일단 떨어지려고 뒤쪽으로 몸을 날렸지만,
푹푹푹푹푹!!
그 낌새를 눈치챈 진우는 용광검을 더더욱 깊숙하게 밀어넣으면서 빠른 뒷걸음질로 그녀가 용광검의 칼날로부터 도망가지 못하게끔 따라갔다.
"크아아악! 씨바아아알! 뒈져! 뒈져버리라고오오!!"
진우 또한 스스로도 고통스러웠지만, 그 고통을 오히려 이무기의 책임으로 전가시킨 그는 미친듯이 검날로 자신의 몸을 이리저리 찢어들어갔고, 그러다가 그의 머릿속에 최초의 싸움이 생각났다.
'이 년, 그러고보니 명치에 박혀있는 구슬을 보호하려고 노력했어!'
지금까지 공격을 공격으로 맞받아치던 이무기의 본능이 유일하게 방어를 취했던 움직임을 기억해낸 진우였지만, 문제는 그 또한 명치까지 자신의 몸을 갈라내야만 한다는 것이였다.
일반인이라면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겠지만,
'내가 왜 이렇게 좆같이 고통스러운데! 다 이 쌍년 때문이잖아!!'
자신의 고통을 타인에게 떠넘기면서 분노를 키워나가는 폭력적인 성격의 진우는 자신의 재생 능력만을 믿고 검날을 위로 향하게 만들며 힘있게 베어들어갔다.
촤악!!
까창!
가슴에서 명치까지 잘려나가는 고통을 느꼈지만, 진우는 자신의 살이 베여져 나가는 와중에 유리같은 무언가가 깨져나가는 날카로운 소리를 듣자 그 모든 고통이 보상받는듯한 기분을 받을 수 있었다.
"꺄아아아아아아~~~~~!!"
지금까지 들을 수 없었던 이무기의 고통어린 비명이 가까이서 들려왔으니까.
"후하아~~"
여성의 찢어지는듯한 비명이 귀 근처에서 가까이 들렸으니 귀가 아플법도 하지만, 진우에겐 여성의 비명 소리란 천상의 하모니요, 천국으로 가는 지름길이였다.
============================ 작품 후기 ============================
삼국지 13이 연기된다고 하니 불안합니다.
왜냐면 이유는 '더 나은 완성도를 위하여' 라고 하지만 까놓고 얘기하자면
"와 씨발 이거 이대로 팔아먹으면 좆된다. 일단 연기 시켜!"
라는 뜻이잖아요...
어쨌든 도그파이팅은 이제 슬슬 끝물입니다. 기나긴 전투를 끝낸 다음에 적당히 ㅅㅅ씬 쓰고 본 스토리로 들어갈께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