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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장
페리샤는 그동안 헬게이트와 관련된 정보를 수집하고 있었다.
그가 미 정부에 협력하기 위해서 헬게이트의 설계를 넘긴것도, 그 기술을 사용한 미국이 헬하운드라는 마이너 카피 양산형 파워 슈츠를 만들었다는 사실도 전부 수집 활동의 결과물이였다.
"이건 주인님을 부르기 위한 누군가의 소행입니다."
그렇기에, 그녀는 진우의 기술력을 탐낸 누군가의 소행이라고 단정지을 수 있었다.
"매그너스가 허락을 했는지 안했는지 그것까진 모르겠지만, 주인님을 부르기 위한 의도임은 명백합니다."
"그리고 내 기술을 빼앗기 위함이고?"
"처음엔 여러가지 보상을 내밀겠지요. 하지만, 모두 거절하면 결국 남은건 무력 행사 뿐입니다."
대외적으론 세계의 경찰, 정의의 대변자인 미국이지만, 미국은 힘이 강한 일개 국가에 불과하다.
즉, 국가를 위해서라면 보이지 않는 더러운 짓은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뜻.
"문제는 내가 존나 짱쎈 이능력을 선보이면 모든게 다 꽝이란 말이지."
평소에는 항시발정중인 개에 불과하지만, 일단 이성을 되찾고 리더로서의 모습을 갖춘다면 얘기가 잘 통하는 상대임이 분명한 진우는, 페리샤의 대사에 숨어있는 의도를 해석하면서 고개를 주억거렸다.
"예. 매그너스는 주인님이 뛰어난 과학자로 여기고 있으니까요. 생체 나노 슈츠 이상의 괴력이나 능력을 사용한다면 반드시 의심을 할 것입니다."
진우가 예상 이상의 능력을 펑펑 사용해댄다면 매그너스는 그의 존재를 의심하기 시작할테고, 머리가 좋은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더 많은 의심을 만들어낼 것이 분명하다.
그렇게 된다면 그는 진우의 예상대로 움직이기를 거부할테고, 최악의 경우에는 히어로와 정부 사이의 다툼이 그의 중재로 해결되어버릴 수 있을 것이다.
여기까지 도달한 진우는 고개를 내저었다.
"안 돼. 이 놈들은 하나라도 더 많이 서로를 죽여야 한다고."
일단은 서로를 죽이기 보단 최대한 부상을 입히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망자가 나오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죽음은 양쪽 모두 얼추 비슷하기에 쌓이고만 있을뿐, 터지지는 않은 상태지만 어느 한 쪽이 '에라 모르겠다 다 죽어!' 라면서 도화선에 불을 지피면 그 이후부터는 서로를 죽이고 죽이는 살육의 현장이 벌어지는 것이다.
"안그래도 이번 기회에 뭔가 일을 하나 터트리고자 합니다."
페리샤는 예전에 매그너스에게 현금으로 받은 돈을 아직까지 사용하지 않고 보관해둔 상태였다.
아직 화약이 다 쌓이지도 않았는데 도화선에 불을 붙이면 거대한 충격을 기대할 수 없기에, 서로 '감정의 골' 이라는 화약이 높게높게 쌓이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멀리 있는 법보다 가까이 있는 주먹이 더 무섭고, 언제 올지 모를 공동의 적보단 서로 주먹질로 치고박은 상대방이 더 미운법.
그녀는 도화선에 불을 지피기 위해서, 일단은 화약을 차곡차곡 쌓는 작업을 위해 매그너스의 돈을 사용할 예정인 것이다.
예상보다 화약이 많이 쌓여있다 싶으면 바로 도화선 작업에 들어가면 되고, 기준치보다 덜 쌓였다 싶으면 더 쌓는 작업을 해주면 된다.
"그럼 나는 매그너스를 만나러 가야 하는건가?"
"예. 하지만, 그렇다고 마치 이 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찾아가면 안됩니다. 주인님은 일단 무소속에 이리저리 여행을 하고 있다는 '설정' 을 가지고 계시니, 최소 3일, 최대 2주 안에 돌아가면 될겁니다."
"하긴. 미국 땅이 워낙 넓어야지."
한 개의 주가 한반도의 2배 이상의 넓이를 자랑한다.
그런게 50주나 있는데 하루 이틀 안에 도착하려면 비행기를 타고 움직여야만 한다.
물론, 진우는 다급하게 돌아왔다는 인상을 주기보단, '아 씨발 존나 귀찮네' 라는 표정으로 돌아갈 예정이기에, 한 일주일 정도는 뻐팅기다가 미국으로 이동할 예정이였다.
진우가 일주일 후에 미국으로 이동하겠다고 하자, 페리샤 또한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판단이십니다. 아직 어떤 위험 요소가 남아있는지 모르는 상황이니까요."
그녀가 너무 방어적으로 판단하는게 아닐까 싶겠지만, 이무기가 사용하는 주술이라는 힘은 미지의 부분이 너무 많았기에 어쩔 수 없었다.
어떤 위험 요소가 있는지 모르는데 최고 전력이 휙 떠나버리면, 막상 사건이 터졌을때 대응이 늦어버리고 만다.
텔레포트 시스템을 이용해서 돌아오면 된다고?
만약 매그너스, 미 정부쪽과 얘기를 하는 도중에 갑자기 다급하게 자리를 떠나서 자취를 감춘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그들도 바보가 아닌데 갑자기 사라진 진우의 모습에 의문을 품을 것이고, 작은 의문은 더더욱 큰 의문으로 발전하고 말 것이다.
진우는 일주일동안 확실하게 안전을 확보한 후에 출발하기로 결정하였고, 매그너스와 관련된 문제는 뒤로 미루고 요괴의 전리품을 최우선적으로 확인하기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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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릭?"
"크릉?"
창고의 정리가 다 끝난 후, 다행히도 함정이나 관련 트리거 형식의 주술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 신은 바깥을 경계하고 있던 리엘루스와 플래티나에게 엄지 손가락만한 구슬을 내주었다.
"이걸 먹으라고? 왜?"
거미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던 리엘루스는 머리를 갸웃거리면서 8개의 눈알로 구슬의 모습을 집중하였고, 플래티나 또한 그녀와 똑같은 의문이 떠올랐기에 암묵적으로 동의하였다.
"이건 반으로 쪼개진 여의주를 가공한 것이다."
"하지만 안에 있던 힘은 거의 다 빠졌잖아?"
리엘루스의 말대로, 진우의 공격에 의해 쪼개진 여의주는 대부분의 힘이 사라지고 말았다.
"여의주 안에 담겨진 힘은 그렇지. 하지만, 여의주 자체는 남아 있다."
여의주 안에 담겨져 있던 힘이 사라졌으니, 쪼개진 여의주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다고 생각하는건 아무것도 모르는 문외한들이나 생각할법한 실수다.
여의주는 단순히 힘을 담기 위한 유리 구슬 따위가 아니다.
순도높은 자연의 기운을 모아서 결정화시킨 것으로, 인간으로 따지자면 생명의 근원이라 할 수 있는 선천지기 덩어리라고 볼 수 있다.
오늘 내일 하는 다 늙은 노인도 이만한 크기의 여의주를 먹어서 소화할 수 있다면, 벌떡 일어서서 지팡이 따윈 가볍게 분질러 버리고 마라톤에 참가해도 될 것이다.
기네스북에 등재되어 영원히 깨지지 않을 정도로 장수하는 것은 덤이고.
"한마디로 생명력 덩어리라 이거지?"
"쉽게 설명하자면 그렇게 되겠군."
그제서야 그것을 왜 먹어야 하는지 이해한 리엘루스는 상체만 인간화 시킨 후에 손으로 줏어서 입 안으로 밀어넣었고, 플래티나는 짐승 형태 그대로 혀만 날름 거리며 구슬을 먹어치웠다.
"킥!?"
"크륵!?"
그와 동시에 몸속에서 거대한 기운을 느낀 두 괴수들은 당황한 울음성을 터트리며 몸을 비비적 꼬기 시작하였다.
몸속이 불타오르는것 같은데 괴롭진 않다.
진우가 만들어준 괴수의 핵을 먹었을때보다 수십배 더 격한 기운을 느낀 그녀들은 자신의 핵에다가 여의주를 소화시키는 작업을 하게 되었고, 신은 멀찍이 떨어져서 그녀들의 반응을 지켜보았다.
"끄르르륵……!"
"캬우우웅……!"
약간의 고통과 열락감 어린 신음성을 내지르는 두 괴수들 중에서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쪽은 리엘루스였다.
"키학! 이거…엄청난데……!? 이건…이건…정말로 너무 대단해……!"
리엘루스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자신의 어휘력이 부족한 것이 이토록 답답하게 느껴진적이 처음이였다.
그정도로 그녀가 느낀 환희는 보통 수준이 아니였다.
"캬오오!"
쿠웅-
뒤이어 플래티나 또한 기합성을 내지르자, 그녀를 중심으로 거대한 충격파가 미미하게 퍼져나갔다.
'이건…….'
'키익……!'
여의주를 소화한 플래티나의 기운을 느낀 신과 리엘루스는 솔직히 말해서 깜짝 놀랐다.
그녀들이 강해지는 것을 바라긴 바랬지만, 플래티나는 리엘루스와 달리 어떤 벽을 넘긴것 같았기 때문이다.
"내 앞으로 가로막고 있던 벽을 넘어선 느낌……. 나쁘진 않은데……?"
플래티나는 이미 몇만번이나 보아왔던 자신의 몸을 태어나서 처음 목격한 것 마냥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그런가……? 그런 것이군."
"그런 것이라니? 무슨 말이야?"
신은 뭔가 이해했다는 듯이 감탄사 어린 목소리로 중얼거렸고, 당연히 그가 무엇을 이해했는지 모를 수 밖에 없는 리엘루스는 자신에게도 설명해달라고 촉구하였다.
"플래티나는 괴수이면서 요괴의 영역에 발을 걸치고 있었다는 뜻이다."
"에?"
"그러니까, 플래티나는 나이를 오랫동안 먹으면서 천천히 요괴화가 진행되고 있었고, 여의주의 힘으로 그 흐름이 가속화 되었다는 것이다. 아마 특별한 문제 없이 이대로 50년정도 시간이 흐른다면 완벽한 요괴가 되겠지."
일반적으로 영물이나 요괴는 어떤 생명체가 오랫동안 나이를 먹으면서 생겨나는 법이다.
물론, 아무나 다 되는게 아니라 여기에도 재능의 존재가 있기에, 어떤 동물은 그냥 나이만 많이 먹어서 늙어죽을 뿐이고, 어떤 동물은 요괴나 영물이 되어 격이 높아지는 것이다.
최소 1세기 이상의 나이를 먹은 플래티나는 요괴로서의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천천히 밑바닥부터 요괴화가 되어가던 중, 여의주의 선천지기를 흡수하면서 요괴화가 가속화되었고, 최소 100~200년은 더 있어야 할 시간이 50년 수준으로 축소된 것이다.
"나도! 하나면 더 주면 나도 저렇게 강해질 수 있어!"
리엘루스는 요괴화가 된 플래티나의 모습이 부러웠는지 여의주를 하나 더 달라고 성화였지만, 신은 냉정하게 고개를 내저었다.
"미안하군. 나머진 다른 사람들이 먹어야 해. 남는게 있다손 쳐도 찌꺼기 수준밖에 안 될거다."
"그거라도 좋아! 남는건 꼭 나 줘야해!?"
그녀는 어리광을 피우듯이 애원하면서 안절부절하지 못한 것이 거미의 하체로 고스란히 다 드러났다.
긴장하듯이 다리를 세웠다가 굽혔다를 반복하면서 몸이 좌우로 흔들거나, 팔굽혀 펴기처럼 몸을 숙였다 일어서기를 반복하는 모습은 왠지 모르게 귀엽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였다.
"남는게 있다면 그렇게 하지. 어쨌든 효과가 있는것을 확인했으니 이실리아님과 아키님에게도 하나씩 드려야겠군."
여의주의 선천지기를 소화할 수 있게 곁에서 도와준다면, 이실리아와 아키가 맨날 보이지 않는 한 숨을 내쉬면서 주름살을 고민하는 일은 다시는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그녀들의 아침은 언제나 눈가와 입가 주름이 생기지 않았나를 거울로 확인하는 것이 일상이였다.
신은 그런 주모님들의 고민을 보다 못해서 언젠가 반드시 해결해야 겠다고 생각했는데, 이제야 그 고민을 해결해줄 수 있다고 생각되니 의욕이 샘솟는것을 느낄 수 있었다.
'…솔직히 수시로 거울을 확인하면서 주름살을 확인하는게 너무 안되보이기도 했고…….'
그 의욕 너머에는 겉으로 드러냈다간 욕을 먹을만한 배려심이 녹아들어 있었지만.
============================ 작품 후기 ============================
하하하하하하하하하...씨팍...
위키는 누군가가 마음대로 등제된 내용을 지우면 IP 차단 먹어요.
그래서 쓴 새ㄲ...분에게 지워달라고 요청하고자 작가 후기글에다 올렸는데 오히려 내용만 더 길어졌네요.
이런것조차 예상하지 못하다니...저는 진짜 병신 아니면 등신입니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