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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장
"흐음…그렇단 말이지?"
"……."
소파에 앉아서 자신의 모든 사정을 알린 매그너스는 자신이 떳떳하지 못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지 고개를 숙인채로 그의 처분을 기다렸다.
자신은 그의 호의를 배신했고, 기술을 공개하지 말라는 약속까지 져버리고 말았다.
그가 무슨 욕을 하든, 무슨 짓을 하든 모두 받아들일 생각인 매그너스는, 그가 다시 입을 열기까지의 몇초가 몇십분처럼 길게 느껴졌다.
"삼태극이 무너뜨린 일본의 범죄 조직들은 대부분 야쿠자라고 불리우지."
"?"
갑자기 야쿠자쪽 얘기를 하는 진우의 목소리에, 매그너스는 고개를 살짝 올리며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경청하였다.
"요즘 야쿠자들은 당연히 돈이지만, 옛날 야쿠자들은 꼴에 무슨 협의인지 뭔지를 지껄이면서 자신들이 사회를 좀먹는 쓰레기가 아니라 어두운 밤거리를 지키는 협객이라고 주장하더라고."
아무리 좋게 포장해봤자 결국 피와 폭력으로 점칠되어 사회를 좀먹는 쓰레기가 바로 폭력 조직들이다.
어쨌든 진우는 일본 야쿠자들을 설명하더니, 소파에 앉아있는 자신의 뒤쪽에서 부동 자세로 경호중인 신을 향해 손바닥을 올렸다.
신은 기다란 통에다가 보관중인 검(쌍용검이 아니라 합금으로 만들어진 동양식 장검)을 꺼내들어 진우의 손에다가 손잡이를 내려놓았다.
"그 치들은 자존심이라는걸 중요시 여겨서, 뭔가 잘못을 지었다면 자신의 손가락을 자름으로서 자존심과 사죄를 동시에 취하지. 분명한건 자신의 손가락을 스스로 자른다는건 왠만한 각오론 힘들다는거야."
"……."
"하지만 우린 그런 애들 장난에서 졸업할 나이와 신분이지? 왼쪽 손목."
"……!"
탁-
진우는 매그너스가 쥘 수 있게끔 손잡이를 돌려서 탁자 위에 검을 내려놓았고, 그가 말한 '왼쪽 손목' 이 무슨 뜻인지 이해한 매그너스는 과도한 긴장감으로 부들부들거리는 오른손으로 손잡이를 강하게 쥐였다.
"잠깐만 기다리십시오. 미 정부에서는 헬게이트의 권리를 충분한 가격으로 구입할 예정입니다. 굳이 이런식으로 피를 보지 않아도 됩니다."
그 때, 진우가 찾아왔다는 소식에 한 명의 경호원과 대동한채 찾아온 정부측 협상가가 끼어들었다.
그는 서로 피를 보는 방식보단 많은 돈을 떠안아 주려 하였으나, 돈에 대한 욕심이 거의 없는 진우는 그런 협상가의 주장을 반박하였다.
"시끄러. 이건 돈과 돈의 문제가 아니야. 신의와 신의간의 문제지. 나의 신의는 1억이든, 100억이든, 1000조든 절대로 돈으로 살 수 있는게 아니야."
낮지만 힘이 느껴지는 목소리.
정부에서 찾아온 협상가는 그의 눈빛에서 느껴지는 살벌함에 잠시 몸을 흠칫 떨었다.
'뭐…뭐야 이건……? 과학자가 보일 수 있는 눈빛이 아니야……!'
마치 수많은 목숨을 앗아온 자들만이 내보일 수 있는 기운을 느낀 협상가는 그의 박력에 잠시 입을 다물었고, 다시 매그너스를 향해 시선을 돌린 진우는 탁자를 손가락으로 두들기며 매그너스의 결정을 촉구하였다.
"자, 어떻게 할거냐, 매그너스? 나의 신의를 배반한것을 손목 하나로 용서해주겠다는데, 설마 겨우 이정도도 못하겠다는건 아니겠지?"
"…이걸로 용서해준다면……!"
무언가를 다짐한 눈빛과 함께 입술을 꽉 깨문 매그너스는, 오른손에 쥔 검을 크게 치켜들더니 아무런 망설임 없이 자신의 왼손을 잘라내고자 내리베었다.
"자…잠깐!"
협상가가 다급하게 뭐라 외치려 하였지만, 매그너스는 멈추지 않고 자신의 손목을 베어낼 각오를 내뿜었다.
콰즉!
"크으윽!"
검날이 손목 절반까지 박혀들어가면서 피와 고통어린 신음성이 흘러나온다.
절반까지 밖에 베어내지 못한 이유는 뼈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거기서 자신의 손을 멈추지 않고 다시 한번 검을 휘둘러서 뼈를 잘라내고 손목을 완전히 토막내려 하였으나,
덥썩!
"됐습니다."
신이 그의 팔목을 붙잡으면서 더이상 검을 휘두를 수 없게끔 하였다.
"나…나는……!"
"됐어. 그정도면."
매그너스가 자신을 방해한 신을 뿌리치고 다시 한번 검을 휘두르려 하였지만, 진우가 됐다고 말하자 그제서야 손을 멈추게 되었다.
"만약, 베기 직전에 멈춰주는게 아닐까, 라면서 눈치를 봤다면 크게 실망했겠지. 하지만, 너는 정말로 자신의 손목을 베어내고자 하였다. 그정도면 잃어버린 신의를 어느정도 되찾기엔 충분해."
진우는 매그너스의 손에서 검을 빼앗았고, 근처에 있던 휴지로 칼날에 묻어있는 피를 닦아내고선 다시 자신의 뒤쪽으로 이동한 신에게 건내주었다.
"그쪽이 필사적인건 알았고, 내 구겨진 신의도 다시 되찾았으니 일 얘기를 시작하지."
"크…으욱…고…고맙…다……."
매그너스는 반쯤 잘려진 손목에서 피가 나오지 않게끔 꽉 쥐어보였고, 다행히 생체 나노 슈츠를 착용하고 있었기에 상처 부위에서 피거품이 일어나며 재생되기 시작하였다.
"끄으…으윽……!"
하지만, 상처가 다시 재생되며 상처 부위를 자극하는 것이 생각보다 고통스러웠기에 신음성을 흘리며 괴로워하던 매그너스는 얼굴에 땀을 비오듯이 흘리면서 고통을 참아내야만 하였고, 상처에서 피가 흘러나오지 않을 정도가 되어서야 고통을 추스릴 수 있었다.
그리고, 진우는 협상가를 향해 아무렇지 않게 입을 열었다.
"자, 그럼 내가 뭘 도와주면 되는거지?"
"그건 지금부터 설명하겠습니다."
미 정부에서는 당연하게도 진우를 회유하고자 하였다.
하지만, 어딘가에 속해있기 싫다는 주장으로 회유에 실패하자, 협상가는 미 정부를 위한 무기를 만들어주는 댓가로 그만한 돈이나, 원하는 무언가를 내어주기로 차선책을 사용하였다.
이건 좀 먹힌듯 하였는지, 무언가를 곰곰히 생각하던 진우는 추가 조건을 내놓았다.
"좋아. 하지만 대신에 이쪽도 조건이 있어. 내가 직접 그쪽 대빵…그러니까 대통령과 대화를 나눠보지. 이런 중요한 일은 서로 책임자끼리 얼굴과 얼굴을 맞대고 서로의 진심을 파악하는게 우선이잖아?"
"예? 하…하지만 대통령께서는……."
"시러? 시름 말든가."
그리고선 진우는 소파에 몸을 추욱 늘어뜨렸다.
싫다면 자신또한 의욕이 나지 않는다는 무언의 항의인 것이다.
"…일단 상부에 보고를 하겠습니다."
눈치가 없는 사람이 봐도 '나는 아무것도 안하고 싶다. 이미 아무것도 안하고 있지만 더더욱 격렬하고 적극적으로 아무것도 안하고 싶다.' 라는 분위기가 느껴지는 진우를 설득하기엔 자신에게 주어진 권한으론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돈을 아무리 준다고 해도, 돈에 대한 욕심이 없어서 물욕적인 부분을 아무리 자극해봐도 답이 없으니 상부에 보고하는게 답일 수 밖에.
"…예. 그의 요구조건은…예…예……. 알겠습니다. 그럼."
일단 구석진 곳에서 전화를 받던 그는, 조금 환해진 얼굴로 다시 소파로 향하였다.
"대통령께서도 당신과 만나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하지만 뭐?"
"대통령을 노리는 잠재적 적들이 많은지라 철통 경비를 해야만 하며, 경비하기 어려운 지역까지 손수 오실 순 없는 노릇입니다. 그래서 매그너스님의 헬게이트의 마이너 카피형인 헬하운드를 제작중인 생산 기지에서 만나는게 서로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그리고 쓸대없는 시간 낭비를 줄일 수 있다고 판단하셨습니다. 심한 감시와 경계를 받을 수 밖에 없는터라 그 부분이……."
"하긴, 대놓고 경계받고 의심받는데 기분이 좋을 수 없겠지. 하지만, 나도 그정도까지 세상 물정 모르는 철부지가 아니야. 한쪽은 한 국가의 대표고 나는 정체불명의 기술잔데 그정도 감시와 경계는 감수해야지."
다행히 자존심 강한 성격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앞뒤까지 아예 모르는 천둥벌거숭이는 아니였다.
대통령과 얼굴을 맞대기 위해선 당연히 엄중한 경계와 감시를 받아야만 한다는 불편함을 감수하겠다는 그의 발언에 안도의 한 숨을 내쉬면서 윗선에 보고를 하려던 찰나.
"아참, 위쪽에 보고할때 이것도 같이 보고해."
그리고선 진우는 자신의 지갑에서 명함같은 종이를 한 장 넘겨주었다.
협상가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명함에 있는 글귀를 읽기 시작했다.
-진우 사용 설명서-
1. 진우님은 자존심이 강하고 힘으로 억압하면 오히려 폭발하는 성질을 가진 폭발물입니다. 곱게 다뤄주세요.
2. 진우님께 건방지게 대하면 죽습니다.
3. 진우님께 필요 이상의 터치를 가하면 뒈집니다.
4. 진우님께 욕설을 퍼부으면 돌아가신 조상님과 만날 수 있게 됩니다.
5. 진우님께 살의를 보인다면 진우님의 경호원인 건호짜응에게 칼빵맞아 뒈짓 합니다. 주의하세요.
6. 진우님은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이십니다. 그 분이 가는 길을 별 이유 없이 막으려 한다면 그냥 뚫고 나갑니다. It's my way!
7. 위의 모든 경고를 모두 다 무시한다면, 삼태극이랑 맨 몸으로 싸우는게 훨씬 더 행복하다는 것을 온 몸으로 느끼게 해드립니다. 지옥의 존재 유무가 궁금하신 분들만 실행하세요.
8. 위의 모든 경고는 미국의 모든 법규보다 우선시 됩니다.
"…이…이건…뭡니까……?"
"너 글 못 읽냐? 거기 제목 있잖어."
"아…아니…이…이건……."
협상가는 지금까지 온갖 종류의 조건을, 일반적인 상식과는 궤를 달리한 조건조차 여러번 들어봤지만, 그의 생에를 통틀어 이런 말도 안되는 조건은 처음이였다.
"이 사용 설명서에 반하지 않는 짓만 없으면 우리 모두 해피할 수 밖에 없어. 아임 해피."
그는 양 손의 검지 손가락을 자신의 가슴을 가리키면서 '아임 해피' 라 말하였고, 손목을 돌려 협상가의 얼굴을 향해 양 검지 손가락을 가리켰다.
"유어 해피."
그리고 미국 국기가 그려진 한 쪽 구석의 사진을 향해 손가락을 가리키고선,
"위아 해피."
마지막으로 '어때요? 참 쉽죠?' 라는 표정과 함께 미소를 지어보였다.
"왜? 표정이 좀 지랄맞다? 내가 뭐 무리한거라도 썼어? 그냥 예의있게만 대하고, 정중하게 대화를 하면 문제될게 하나도 없잖아? 아니면 여기에 있는 사용 설명서에 나오는 경고대로 나를 막 대할 생각이였어?"
"……."
협상가는 정말로 이걸 그대로 내놓아야 하는건가, 혹은 뭔가 자신이 모르는 어떤 수가 있는건가 라면서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렸다.
하지만, 진우의 표정을 본 그는 자신도 모르게 눈 앞이 핑 도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진심이다!'
그는 진심으로 이 '사용 설명서' 를 미 정부에서 받아들이길 원하는 것이다!
자존심이라면 지구 최강인 미국의 정부를 향해 더더욱 콧대를 높이다니!
"이…일단…보내…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이딴걸 우리가 받아들이것 같냐!' 라면서 파토내면 모든 실패의 덤터기를 자신이 모두 뒤집어 쓰게 되어버린다.
일단 상층부의 대답을 듣고, 거기에 따라 반응해야 실패의 패널티를 짊어지지 않는다.
그는 매그너스로부터 '알기 쉬운 성격' 이라고 듣긴 하였지만, 그 알기 쉬운 성격이라는게 이토록 더러운 성격일줄은 상상도 못하였다.
어쨌든, 시작부터 불안하다고 느낀 협상가는 상층부에서 어떻게 대응하든지 눈 앞의 남자로 인해 큰 문제가 일어날 것이라 예상하였고, 그 예상은 너무나 정확하게 들어맞아 버렸다.
============================ 작품 후기 ============================
감기에 걸렸습니다.
그렇다고 휴재할 정도의 감기는 아니고 기침이 심해지고 목이 좀 아파오는것 정도?
일단 병원갈 정도는 아닌것 같아 약국에서 약 먹었으니 이만 자려고 합니다.
그런데 약 먹으니까 오묘하게 졸려오는 이 감각 나쁘지 않네요?
뭐랄까...적당히 졸리게 만들어서 딴생각을 못하게 만든다고 해야 할까?
몇몇 웹툰 작가들은 소재가 생각 안나면 술을 마시고 그린다는데, 저는 이러다가 감기약 먹고 글 쓰게 생겼습니다 ㅋㅋㅋㅋ
어쨌든 감기가 더 심해지면 안되니까 저는 이만 자도록 하겠습니다. 리플은 내일 볼테니까 나 없다고 난장판 만들면 다 뒈질줄 알어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