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미트 브레이커-654화 (654/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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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장

직접 눈을 마주하고 대화한 협상가는 '진우 사용 설명서' 가 진심이라고 생각하였지만, 그 설명서를 전달받은 정부쪽에서는 달리 생각하고 있었다.

"이건 한마디로 수작을 부리면 무력 행사를 하겠다는 경고인것 같습니다."

"무슨 일을 하든지 자신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여기겠다는 뜻이군요."

"여기있는 '미국의 모든 법규보다 우선시 한다' 라는 항목은 법으로 자신을 억죄일 생각따윈 하지 말라는 의도입니다."

"생각보다 영악한 작자인것 같습니다."

그렇다. 정부 관계자들은 이 내용을 정치적으로 해석, '내 안전을 최우선시 하지 않으면 절대 가지 않을거다.' 라고 받아들인 것이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정확한 것도 아니다.

협상가가 이들의 모습을 봤다면 '아냐! 그 녀석은 정말로 이 설명서의 경고대로 행동할거라고!' 라며 외치겠지만, 그는 협상도 겸해서 진우를 감시해야만 하는 입장이였기에 이 곳의 내용을 알 수 없었다.

거기다가 이런 중요한 일에다가 자신의 사심을 집어넣을 수 없는 노릇이니, 주어진 그대로의 정보만 보고하다보니 이런 일이 생겨버린 것이다.

정부 관계자들이 이런저런 토론을 하면서 정치적으로 해석하였지만, 결국 결정을 내리는건 미합중국의 대통령, 제이콥 메이슨의 결정이였다.

"…우리 미합중국은 유례없는 위기에 처해있소. 지금은 우리의 힘을 조금이라도 더 키우기 위해선 그의 힘이 절실하게 필요한 상황이지. 신원도 불확실하고, 아무리 조사를 해봐도 아무런 답이 안나온다는게 걸리긴 하지만 언제 삼태극이 공격해올지 모를 상황이니 일단 그를 받아들이도록 하겠소."

삼태극.

평소라면 뭐 이딴 놈이 다 있어? 라면서 내팽개치거나 무력으로 행사하겠지만, 삼태극이 가져다주는 공포는 이들에게 선택의 폭을 좁히게 만들었다.

그들은 타국을 점령할때마다 더더욱 강해지고, 숫자 또한 많아진다.

중국과 서로 손을 잡았다면 오히려 삼태극을 물리칠 수 있었겠지만, 삼태극의 개입으로 보이는 여러 사건들에 의해 중국측과의 불화가 생겨버려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건너버리고 말았다.

최초에 발호한 삼태극이 목표로 잡은 국가는 이제 미국밖에 남지 않게 되었다.

이미 일본과 중국의 붕괴로 수많은 회사들이 무너지거나 휘청거리기 시작하였고, 세계의 경제와 불안은 악화일로로 가속화되어 가고 있다.

거기다가 수많은 히어로들과 히어로 조직인 펜타곤에서 자유를 위해서라며 초인등록법안을 거부하고 있으니, 미국측에선 조금이라도 힘을 강화시켜야만 하였다.

헬게이트만한 병기를 양산할 수 있다면, 히어로들이 문제가 아니라 삼태극과의 전쟁도 할만해진다.

그렇기에 진우와 협상을 위해, '사용 설명서' 의 조건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한 제이콥 대통령은 자신이 얼마나 큰 실수를 했는지 뒤늦게서야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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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음……."

페리샤는 미국의 여러 기사들을 마스지드를 통해 한번에 모아서 읽어나가고 있었다.

그녀가 읽는 부분은 오로지 이능력자와 관련된 기사 뿐이였고, 홀로그램에다가 손가락을 올려서 드래그 함으로서 필요한 정보, 필요없는 정보를 분류해 나가고 있었다.

그렇게 초인적인 두뇌로 기사들의 정보를 종합한 그녀는 한가지 답을 도출하였다.

'생각보다 이성적으로 잘 대처하고 있어. 시민들도 불안해 하긴 하지만 아직 히어로 쪽에 호감과 손을 더 많이 들어주고 있는 편이고. 이런 상황에서 어설프게 사건을 일으켜봤자 오히려 더더욱 뭉치게 만들 뿐이야.'

히어로들은 기본적으로 정의감이 있는 편이다.

개중에는 사람들의 환호를 받고 싶어하는 부류도 있지만, 결국 그렇게 환호를 받고 싶다는 갈망 또한 히어로의 또다른 길이기도 하다.

어쨌든, 히어로들은 정부쪽과 대립하는 와중에도 범죄자들을 격퇴하여 구속하고, 그 후에 경찰들이 오면 후다닥 도망가듯이 종적을 감추기를 반복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시민들중 과반수 이상이 항상 곁에 있는듯한 히어로들에게 손을 들어주고 있는 상황이고, 경찰들 또한 히어로들을 체포할 생각이 별로 없어서 정부와 히어로들간의 대립은 정부 직속 히어로 대응 부대를 제외한 충돌은 직접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편이다.

'일단 히어로들과 시민들 사이에서 감정의 골을 쌓아둬야만 한다. 그래야만 사회 전체가 혼란에 빠질테니까.'

정부와 히어로는 이미 서로 적대 관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니까 굳이 손댈 필요는 없다.

그녀의 목적은 히어로와 시민들의 관계를 불편하게 만드는 것이다.

아무리 정부가 혼자서 길길이 날뛰어봤자, 시민들이 히어로들의 편을 들어준다면 아무리 법적으로 구속하고 제압하려 해도 시민들의 보이지 않는 도움으로 빠져나가게 될 것이다.

시민들 쪽에서도 히어로들이 언제 범죄자로 돌변할지 어떻게 아느냐, 라면서 초인등록법안을 찬성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이 현재로선 더 많은 상황.

'자, 그럼 차근차근 폭탄을 쌓아보실까나?'

페리샤는 진우가 매그너스에게 받아온 돈을 이용하여 범죄조직들을 움직이고자 머리를 굴리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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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흐흥~ 흥흥~"

진한 코팅이 되어있는 유리창과, 방탄 설계된 고급스런 리무진.

그 안에는 검은 안대로 눈을 가리고 있는 두 동양인 남성과 매그너스, 그리고 그들을 감시하면서도 신변을 보호할 정부측 요원들이 동승하고 있었다.

정부쪽 요원들은 눈을 가리고 있는채로 흥얼거리고 있는 진우의 모습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것이 이렇게 눈을 가리면 대부분 불쾌해 한다던가, 아니면 불안해 한다던가 둘 중 하나인데, 눈 앞의 남자는 오히려 라디오 음악에 맞춰 흥얼거리고 있는게 아닌가?

게다가 그를 형님이라고 부르며 따르는 경호원도 느긋하게 푹신한 소파에 몸을 기대면서 축 늘어져 있었다.

헬게이트의 기술력으로 만든 헬하운드의 생산 기지는 극비이기 때문에 외부인인 두 사람의 눈을 가린채로 이동해야만 했고, 삼엄한 경비 체계가 잡혀있는 기지보단 이동중인 지금이 가장 위험한 때이기에 경호원들은 나름 긴장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축 늘어진 두 사람을 보면 맥이 탁 풀리는 느낌이 들었다.

오히려 각잡고 있는 자신들이 바보처럼 느껴질 정도로.

그렇게 어느정도의 시간이 흐르자, 생산 기지에 내부에 들어오면서 더이상 안대를 쓸 필요가 없어졌다.

"이제 안대를 벗으셔도 됩니다."

"어디 얼마나 잘 만들었길래 눈까지 가린건지 함 구경이나 해보실까?"

진우는 안대를 벗으면서 기대에 찬 목소리로 입을 열었고, 경호원들이 문을 열어주자 밖으로 나왔다.

"흐음~ 여기가 짝퉁 헬게이트 생산 기지란 말이지?"

생산기지 입구쪽에서 내린 진우와 그 경호원은 주변을 두리번 거리기 시작하였다.

그 때, 인기척이 느껴지면서 기지 안쪽에서 미리 기다리고 있었던 대통령 일행이 모습을 드러내…

"아, 이 분이 헬게이트의 설계자이시군요. 처음 뵙겠습니다."

…기 전에 먼저 모습을 보인 남자가 있었다.

굵으면서도 날카로운 얼굴 라인, 사람 좋아보이는 눈웃음을 지어보인 30대 초반의 남성, 로렌드 로스차일드가 대통령보다 먼저 진우에게 악수를 청한 것이다.

'이 원숭이가 헬게이트의 설계자로군. 좋아, 일단 사람 좋아보이는 모습으로 호감을 사도록 한다. 로스차일드 가문의 차기 후계자인 이 몸께서 먼저 악수를 청하는건데 감히 뿌리치진 못하겠지.'

비밀주의가 강한 로스차일드 가문이지만, 그가 차기 후계자라는 것은 겉으로만 비밀일 뿐이지, 아는 사람은 모두 아는 사실이다.

세계의 경제를 주름잡는 로스차일드 가문의 차기 후계자가 이렇게 미소를 지어보이며 악수를 하면 당연히 좋은 인상을 받을테고, 그 인상을 이용하면 조금이나마 자신들의 의도대로 움직일 수 있게 된다면 그걸로 만족이다.

'무엇보다 사람 좋아보이는 인상이라는건 돈이 1센트도 들지 않으니까 말이지. 이런 거짓 인상쯤은 수백, 수천, 수만번이고 더 지어보일 수 있다.'

1센트도 들지 않고 타인의 호감을 살 수 있으니 이 얼마나 효율적인가.

그야말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뒤쪽에서는 대통령 일행이 오고 있지만, 반가워서 신경 못 썼다라고 사과하면 끝날 일이다.

하지만, 순식간에 이러한 계산을 도출해낸 로렌드 로스차일드는 엄청난 착각을 하고 있었다.

그것은,

"뭐야 이 애송이는?"

"!?"

위의 계산은 단 하나의 절대적 조건하에 성립된다.

상대방쪽에서 자신이 누군지 알아야 한다는 조건이.

"나는 얼굴도 모르는 애송이랑 인사하려고 여까지 온게 아니거등? 쉭쉭."

그리고선 로렌드의 어깨를 우왁스럽게 밀어낸 진우는 자신이 아는 얼굴인 제이콥 메이슨 대통령을 향해 다가갔다.

"……."

그 뒤를 따르고 있던 매그너스와 정부 요원들, 그리고 로렌드와 그 경호원들은 얼이빠진 표정이 되어버렸다.

'…뭐지 방금 그거.'

어떤 상황에서도 영민하게 머리를 회전시키던 그는, 그가 밀어낸 자신의 어깨를 매만지면서 넋이 나간 표정이 되었다.

'나…지금 무시 당한건가……?'

지금까지 그 누구에게도 무시를 당한적이 없었던터라, 생소한 경험을…아니, 평생동안 느낄리가 없었던 경험을 느끼면서 머리가 일순간에 정지된 그는 상황을 뒤늦게 파악하고 분노를 느끼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금 대통령이 바로 눈 앞에 있다.

여기서 분위기를 험악하게 만들다가 그가 반발하여 떠나거나 협조를 거부한다면, 그 모든 책임은 자신이 지게 되어버린다.

그렇기에 그는 최대한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면서 자신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한 체스쳐를 보였지만, 그의 경호원들은 위화감이 느껴지는 그의 표정에 불안감을 느끼게 되었다.

지금까지 그의 분노를 샀었던 인물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무사히 끝난적이 없었으니까.

"흠흠, 제이콥 메이슨이네."

"손 진우라 합니다. 아, 미국식이라면 진우 손이라고 해야겠군요. 진우라고 불러주십시오."

로렌드와 대할때는 다르게 정중하게 인사한 진우의 모습에, 제이콥 대통령은 일단 이야기를 진행시키기로 결정했다.

"자네가 헬게이트의 설계를 맡았다고 들었을때부터 꼭 보고 싶었지. 오는 동안 불편한건 없었나?"

"영화에 나올법한 방식인지라 꽤나 신기한 경험이였습니다."

그렇게 본론에서 벗어난 대사를 나누고 주도하는 대통령.

그는 이대로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면 '우리들은 지금 존나 다급해!' 라는 인상을 주면서 협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없기 때문에, 일부러 여유있는척을 하는 것이다.

그야말로 정치가적인 모습이였지만, 진우쪽도 딱히 급한게 없었는지라 아무래도 좋다는 식으로 대응하였다.

무시당한 로렌스는 인내심으로 참아내면서 그 뒤를 따라갔다.

'일단은 네 놈의 지식을 온전하게 빼낼 수 있게끔 협조해주지. 하지만…네 놈의 건방이 계속 된다면 불안전한 방식으로라도 반드시 그 지식을 빼앗아주마!'

사이코 메트리 계열 능력의 힘으로 상대방의 기억을 빼내는 방식으로 지식을 빼앗을 수 있지만, 그런 방식은 방대한 지식을 온전하게 빼앗기엔 무리가 많다.

상대방의 기억을 빼내는 것은 오래하면 할수록 뇌에 부담이 가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상대방이 정신력으로 저항한다면, 시간은 더더욱 많이 소모된다.

그렇기에 왠만하면 온건한 방식으로 차근차근 그의 지식을 흡수해 나가는게 로렌드의 계획이였다.

'로렌드……. 아무래도 그에게 눈을 때어서는 안 될것 같군.'

그리고, 로렌드보다 더 많이 사람들을 만나왔고, 타인의 감정을 느끼는 사업가적인 능력이 뛰어난 매그너스는 애써 태연하게 웃고 있는 로렌드의 분위기가 영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선 자신이라도 그를 경계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나는 이미 그를 한 번 배신하고 말았다. 똑같은 실수를 저지를 수 없지.'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굳건하게 지키던 약속이 한 번 깨지고 나면 '에이, 이미 저질렀으니까 그냥 계속 하자' 라면서 자포자기를 한다.

주로 금연을 하는 이들이 이런 방식으로, 중독을 이겨내지 못하여 담배를 입에 물면 '금연 실패했잖아? 에라 모르겠다' 라면서 금연에 자주 실패한다.

그냥 그 이후에 다시 금연하면 되는것을 약한 정신력으로 인해 포기해버리는 것이다.

하지만, 매그너스는 다르다.

한 번 실수를 하고, 약속을 깨버렸다고 자포자기를 하는게 아니라 그런 자신을 채찍질 하면서 더 이상의 잘못을 범하지 말자며 마음을 다잡는다.

더이상 뒤로 물러설 수 없다며, 한 발짝만 뒤로 가면 떨어지는 절벽에 아슬아슬하게 서 있는 감각으로.

그는 로렌드가 진우를 이용하거나 무력으로 억압하려 한다면, 자신이 몸을 날려서라도 부조리한 폭력을 막을 생각이다.

그것이 신의를 잃어버린 자신이 할 수 있는 속죄니까.

진우를 미국 소속의 기술자로 영입하려는 제이콥 대통령.

진우의 지식을 로스차일드의 힘으로 만들려는 로렌드 로스차일드.

진우가 위험해 쳐해있을땐 온 몸을 날려서라도 보호하고자 하는 매그너스 그라임.

그리고, 정부와 히어로들이 서로 더 죽이게 만들고자 정부에게 날카로운 검을 쥐어주기 위해 찾아온 진우.

각자의 속내를 감춘채로 서로를 대하고 있는 불편한 동거가 시작되었다.

============================ 작품 후기 ============================

저와 제 동생은 의견 대립이 왠만하면 잘 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서로 알거 다 알고 있으니 그런거 말해봤자 오히려 서로 기분만 나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런 둘이 팽팽하게 대립할때가 있습니다.

그것은

동생 : 아 애완동물은 불독이 채거라고!

나 : 아오 씨발! 불독만큼은 안 돼!

라는 대립입니다.

제 동생은 애완동물을 꼭 불독으로 키우고 싶답니다.

하지만 저는 개든 고양이든, 새든 도마뱀이든 다 상관없지만 불독만큼은 질색입니다.

아무리 봐도 40대 중년 아저씨 같아 보인다고!!

저 생활고에 잔뜩 찌들린 주름을 가진 아저씨 같은 외모의 어디가 귀엽다는 거야!

이번 기회에 폭로하자면 제 동생은 주름살 성애자입니다!(동생이 군대 가서 다행이다;;)

돌아가신 할머니도 주름살이 잔뜩 끼어서 귀엽다고 말한게 제 동생이라고요!

불독도 솔직히 주름살 때문에 애완동물로 삼고 싶다고 하는게 분명합니다!

그 증거로 불독 중에서 주름살이 그나마 좀 없는 프렌치 불독을 언급하니까 '걔는 불독인데 좀 그래' 라면서 거부감을 표출했거든요!

이 놈은 100% 주름살 성애자인게 분명합니다!

...군대 간 동생이 이걸 보지 못하게끔 해야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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