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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장
"흐음…아론 맥필드. 남성. 나이는 24. 사용 가능한 무술은 복싱, 무에타이, 레슬링, 태극권, 절권도, 주짓수…태권도…가라데…유도…뭐야 이거?"
헬하운드 생산 기지에서 어디론가 걸어가던 진우는 매그너스가 섭외해온 아론 맥필드라는 백인과 흑인의 피를 가진 혼혈인의 상세 내용을 보면서 어이없다는 듯이 서류를 내던졌다.
"다른건 다 그렇다 쳐. 그런데 주짓수 검은띠 최단 기간이 3년인걸로 알고있는데, 주짓수 포함해서 10개가 넘는 무술을 다 배웠다고? 그것도 몽땅 다 검은띠 수준으로? 20대 초중반 짜리가?"
세상에 이게 말이 되냐, 라는 표정으로 정부 관계자를 향해 따지듯이 눈을 흘긴 진우였지만, 정부 관계자는 자신도 영 못마땅하다는 표정이였다.
"일단 본인에게 작성을 요청하여서 나온 결과가 이것입니다. 실제로 조사 결과 모두 한치의 거짓도 없음이 확인되었습니다."
"쯧. 보니까 재능좀 있나본데, 천방지축 날뛰는 천둥벌거숭이 같은 놈이구만."
'그건 너도 마찬가지잖아!'
정부 관계자는 아론을 비판하는 진우의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위와 같은 대사를 내뱉을 뻔 하였다.
그도 그럴것이, 어제 회의장에서 한국쪽 관계자들을 내쫓아놓고선 한다는 말이,
'아, 귀찮아! 금액 협상이고 자시고간에 그딴걸로 시간 낭비하기 싫다고! 일단 나노 슈츠 하나 만들어줄테니까 아무나 하나 대려와!'
라면서 협상을 일방적으로 끝냈기 때문이다.
덕분에 그가 어떤 금액을 요구할지, 과한 금액을 요구하면 어떻게 줄여야 할지 머리를 굴려가던 온갖 종류의 전문가들은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였다.
듣자하니 자신은 후불제를 선호하며, 매그너스에게도 후불제로 돈을 받았다고 하였다.
후불제를 선호하는 이유는 선금을 받으면 돈을 먹고 튈까봐 감시의 눈길이 심해지는게 짜증난다는 이유에서다.
자신은 마이 페이스대로 일하지 않으면 제대로 물건이 안나온다고.
그야말로 패기 넘치는 대답이였다.
하지만, 아직 그의 능력을 자신들의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지 못했던 정부 관계자들은 '저 새끼 저렇게 뻥카 치다 걸리면 쪽팔려서 뒈지는거 아냐?' 라면서 뒷담화를 나누고 있었다.
어쨌든, 매그너스가 직접 섭외한 아론을 '천둥벌거숭이' 라면서 치부한 진우는, 마음에 들진 않지만 일단 그와 대화를 나누기로 하였다.
일단 그가 원하는 방향을 세세하게 확인해야 하니까.
진우와 마찬가지로 눈을 가리고 기지에 도착한 아론은 작은 방에서 의자에 앉은채로 기다리고 있었다.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여 입구쪽을 지키고 있던 두 명의 병사는 진우와 정부 관계자가 다가오자 경례를 하였고, 진우는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그들의 경례를 받았다.
"응~ 수고~"
"……."
"……."
"……."
뒤에 있던 대위급의 정부 관계자는 자신이 그들의 경례를 받기도 전에 앞서나가는 진우의 모습에 잠시 할말을 잃었다.
그에겐 긴장감이라곤 조금도 없다.
마치 자기 집 안방을 들락날락 거리는듯한 수준의 편안함과 안락함을 느끼고 있는 그의 모습에, 병사들과 정부 관계자는 '이 새끼는 대체 뭐야?' 라는 황당함을 감출 수 없었다.
그들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병사들이 지키고 있던 문을 열고 안으로 휙 들어가는 그의 모습과,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눈을 감은채로 말없이 따라오던 건호라는 이가 문에 등을 기대면서 경호 태세를 취하였다.
누가 보면 자기들이 외부인이고 저들이 내부인이라 생각할지 모를 정도의 자연스러움 이였지만, 그들은 황당함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그들에게 휘두릴 수 밖에 없었다.
그의 압도적인 기술력을 미국의 과학자들이 소화해내기 전까지는.
"할로~? 그쪽이 아론 맥필드 맞지?"
편하다 못해 경박함이 느껴지는 목소리와 함께, 아론을 마주보는 형태로 마련된 의자에 앉은 진우는 수첩과 펜을 꺼내들면서 무언가를 적을 준비를 하였다.
혼혈스럽게 엷은 검은색 피부와, 짙은 갈색의 눈동자. 거추장스럽지 않게 대충 깍은듯한 갈색 머리였지만 평균 이상으로 나름 잘 생기고 선이 굵은 남자였다.
꽤나 진중한 성격인지, 아니면 상처가 많은건지 몰라도 입을 다문채로 진우의 인사를 무시하였지만,
"지금부터 네게 '힘' 을 줄 수 있는 사람이지."
"!!"
그의 입에서 '힘' 이라는 단어가 나오자 무표정했던 아론이 돌변하였다.
하지만, 그 이후에 불신어린 눈동자가 되었다.
그도 그럴것이, 아무리 늘게 봐줘도 20대 후반, 30대 초반으로 밖에 안보이는 젊은 동양인이 입기만 하면 신체 강화 능력을 얻을 수 있는 슈츠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쉬이 믿지 못한 것이다.
그렇기에 그는 밖에 있는 사람들 중에서 진짜가 있고, 눈 앞의 남자는 그 조수가 아닌가 싶어서 주변을 두리번 거리기 시작하였다.
"야, 눈깔 돌려라. 슈츠를 일부러 좆같이 만들기 전에. 신체 강화 대신에 텔레파시나 사이코 메트리 능력 넣어버리는 수가 있다."
그런 아론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협박조로 낮게 으르릉 거린 진우는 자신이 그 기술자가 맞다는 것을 다시 한번 각인시켜주었다.
"…죄송합니다. 너무 젊어보이셔서……."
여기서는 굽혀야 할 때임을 직감한 아론은 고개를 숙이며 사죄하였고, 진우는 그 사과를 받아들였는지 한층 누그러진 표정으로 의자에 등을 기댔다.
"알면 됐어. 그럼 질문을 시작하지. 자주 사용하는 무술은?"
"태극권과 주짓수를 섞어 사용하는 그라운드 기술입니다. 특히 실전적인 태극권은 상대방의 힘을 역이용하여 자세를 무너뜨리기 쉽고, 그 틈을 이용해 주짓수를 통해 그라운드 기술을 펼치는게 편해서 자주 사용합니다."
"……."
태극권이라 하면 다들 휘적휘적 거리며 운동하는 그런것이라 생각하겠지만, 실전적인 태극권은 상대방을 제압할 수 있는 기술이 여럿 있다.
즉, 그는 여러 무술들을 배우기만 한게 아니라, 아예 종류가 다른 기술들을 섞어서 사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쉬우면 다들 한가지 무술만 파고드는 바보같은 짓을 할리가 없다.
무술마다 가는 방향점이 다르고, 수많은 기술들을 숙련시키기 위해선 오랜 수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솔직히 10개가 넘는 그 무술들을 다 배웠다는게 영 믿기지는 않지만…구라치다 걸리면 손해보는건 너니까 그렇다고 쳐두지. 어쨌든 온 몸으로 싸우는 타입이라 이거네?"
"그렇습니다."
자신이 배운 무술에 대해 얘기하면 다들 이런 반응인지라, 이제는 익숙한 아론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럼 이제 네게 선택지를 주지. 네가 원하는 능력은……."
"신체 강화."
"라는건 알고 있어. 중요한건 그 다음이지."
그리고선 진우는 그에게 두 가지의 선택지를 주었다.
"첫째. 신체 강화 7, 재생 능력 7. 둘째, 신체 8, 재생 2. 어떤걸 쓸래?"
진우는 매그너스의 돈으로 새로운 기술들을 연구함으로서, 자신이 만들 수 있는 나노 슈츠로 한 특정 분야의 힘을 8등급까지 올릴 수 있게 되었다고 설명하였다.
하지만, 필요 이상으로 강해지면 귀찮으니까 패널티를 걸어서 다른 부가 능력은 2등급밖에 상승시킬 수 없다고 설명하였다.
대부분 사람들이라면 다들 첫번째를 선택할 것이다.
그도 그럴것이, 종합 능력은 신체 7 재생 7 이 압도적으로 우위니까.
"…그냥 신체 강화만 줄 순 없습니까?"
"응?"
하지만, 아론은 오히려 신체 강화 8등급만 줄 수 없냐고 묻고 있었다.
"재생 능력이 있다면 부상에 대한 공포가 희미해집니다. 무술가에겐 그런 공포조차 무기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재생 능력은 되도록 빼주셨으면 합니다."
무술가가 공포를 가지고 있다면 다들 겁쟁이라고 비웃겠지만, 진짜 제대로 된 무술가라면 공포를 이용하여 반격하거나 후퇴할 수 있는 타이밍을 알 수 있는 법이다.
덕분에 지금까지 반쯤 귀찮다는 반응이였던 진우의 기세가 날카롭게 바뀌었다.
"너는 확실히 다른 쓰래기들하곤 다른 것 같구만."
"……."
아론은 아무리 좋게 봐줘도 양아치 같았던 진우가 자세를 바로잡으면서 기세가 날카로워지자, 정말로 과학자가 맞는지 의심이 한층 더 강해졌다.
'이건…사람을 죽일 줄 아는 자들만이 내뿜을 수 있는 기세다. 정말로 과학자가 맞는건가?'
"좋아. 네가 원하는대로 만들어주지. 하지만, 재생 능력 1등급 수준은 넣어두겠어. 이정도 능력이라면 실전에서 사용하기엔 힘들고, 단지 입원 날짜를 줄이는 정도밖에 안되니까. 너는 앞으로 정부 소속으로 개처럼 일해야 하는데 빨리 빨리 일어나야 하지 않겠어? 큭큭큭!"
"…그정도라면 상관없습니다."
단지 부상으로 인한 치료 기간을 줄이는 정도라면 상관없다.
그 정도라면 실전에서 공포라는 무기를 둔화 시킬 정도는 아니니까.
"좋아.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감 잡았어. 나중에 실전 테스트를 할테니까 그동안 미리 몸을 단련시켜 두라고."
그렇게 말한 진우는 밖으로 나갔고, 혼자 남게 된 아론은 자신도 모르게 꽉 쥐었던 주먹의 존재를 뒤늦게 깨닫았다.
'땀…….'
꽉 쥐고 있던 주먹에서는 땀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주먹에 땀이 나올 정도로 긴장했다고? 내가?'
지금까지 자신의 힘으론 이길 수 없는 신체 강화 5등급의 격투가와 싸웠을때도 이런 땀을 나지 않았었다.
이능력이 강한 것이지, 그 힘을 가진 사람이 강한것이 아니였으니까.
그런 자신이 상대방의 기세만으로 땀이 날 정도로 긴장했다?
'나는…어쩌면 정말로 악마와 손을 잡은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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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씨. 아무리 보이지 않게끔 설치했다지만 감시 카메라가 있다는걸 알고 있으니까 영 기분이 거시기 하네."
미국에서는 진우가 어떤식으로 생체 나노 슈츠를 만드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작업장에 감시 카메라를 다각도로 설치하였다고 미리 설명하였다.
물론, 대놓고 카메라들이 있으면 방해가 되니까 몰래 숨겨두긴 했지만, 그렇다 해도 누군가가 보고 있는 기분은 영 찝찝했다.
합당한 댓가를 주겠다고 하니까 승낙은 했지만, 겉으론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투덜거리던 진우는,
'뭐, 어차피 나는 일종의 스킬 형식으로 만드는 거니까 상관없지만 서도.'
속으론 해볼테면 해보라는 듯이 여유로운 도발을 날리고 있었다.
일반적인 기술자나 과학자라면 자신의 밑천을 대놓고 털겠다는 것에 반발하겠지만, 진우는 아무래도 게임 능력을 이용한 힘이다 보니 기술에 대한 애착이 없는것도 한 몫을 했고.
'일단 미국쪽의 힘을 어느정도 실어줘야 할지는 나중에 기회가 될 때 페리샤와 의논해봐야지.'
지금 미국 정부가 강경하게 나갈 수 없는 이유는 히어로측의 전력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우라는 존재로 인해 강한 힘을 얻게 된다면, 정부쪽에서는 단숨에 히어로들을 향한 압박이 강화되리라.
그 틈을 이용하여, 페리샤는 매그너스에게 받은 4억 달러라는 거액을 아낌없이 펑펑 쏟아부어 범죄 조직들까지 이용하여 미국의 전력을 약화시킬 폭약을 쌓는 작업을 개시할 것이다.
'그리고 쓸만한 패도 새로 얻었으니까.'
아론 맥필드.
입만 살아있는 놈인지, 아니면 진짜배기 인지 아직은 확신할 수 없지만, 정말로 진짜배기라면 히어로의 전력을 크게 약화시킬 수 있는 새로운 패가 될 것이다.
매그너스가 정치에 관계되어 히어로들을 압박한다면, 아론은 그의 검이 되어 히어로들과의 싸움에서 큰 전력이 되리라.
효율성을 따지자면 지금 당장 대통령을 죽여서 혼란을 일으키거나, 신의 마법을 이용하여 중요 인사들을 모조리 백치, 혹은 세뇌를 시키는게 정답이지만, 그렇게 하면 미국이라는 거대한 장벽을 무너뜨리는 재미가 없다.
자신의 손으로 직접 하나하나씩 미국을 쌓아두고 있는 기틀을 조금씩 갉아내는 재미도 쏠쏠하기에, 진우는 한동안 이 과학자 놀이를 즐기기로 결정하면서 아론을 위한 나노 슈츠를 만들기 위한 작업에 착수하였다.
============================ 작품 후기 ============================
1일 1연재때는 140~170 받았는데 2일 1연재가 되니까 100만원으로 뚝 떨어졌네요 ㅎㅎ...
저도 돈 많이 벌고 여러분들도 글 많이 읽으면 좋겠지만 직장다녀오고 나면 넘 피곤해서 이제는 1일 연재가 너무 힘듭니다 ㅠㅠ
한 며칠동안 아무것도 안하고 푹 쉬고 싶지만, 글을 쉬어도 일은 못 쉬니...
진짜 마음 독하게 먹으면 사표쓰고 나와서 며칠동안 푹 쉬다가 글에만 전념해서 글쟁이의 길을 나아가는것도 나쁘진 않겠지만, 매우 불확실한 방법인지라...
왠지 이러다가 슬럼프 올 것 같은데 글이라도 좀 쉬어야 하나 고민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