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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장
진우가 마음만 먹으면 10분안에 생체 나노 슈츠를 만들고, 벌써 성능 테스트를 시작해야 정상이다.
하지만, 지금의 그는…….
"우와~! 역시 미국이구만! 짬밥에서부터 차이가 확 나네!"
작업실에서 작업을 하지 않고, 식당 한 쪽을 차지하여 개걸스럽게 식사를 하고 있었다.
일부러 이렇게 시간을 낭비하는 이유는, 페리샤가 움직일동안 충분히 뜸을 들여야만 하기 때문이다.
"저…저기…이제 슬슬 작업에 들어가셔야……."
"아, 거 일주일 안에 만들겠다 했잖아. 나는 내 페이스대로 안 만들면 작품이 안나온다고. 자꾸 닥달해서 실패작이 나오면 니가 책임질래? 엉?"
어딜가나 모든 공무원, 군인들에게 있어서 '책임' 이라는 단어는 가장 기피하고 싶은 문제였다.
그렇기에 작업을 촉구하는 정부 관계자는 진우의 주장에 깨갱 하면서 입을 다물어야만 하였고, 다른 이들은 영 곱지 못한 시선으로 깽판을 치는 진우의 모습을 노려보고 있었다.
"어이, 그냥 먹기만 하니까 심심한데 술 없어? 맥주라도 좋으니까."
"예? 죄…죄송하지만 그건 좀……."
군부대에서, 그것도 기밀을 중요한 헬하운드 생산 기지에서 음주가 허락되겠는가?
그것도 대통령이 집중적인 관심을 보이는 이 장소에서?
"허쭈, 싫어? 그럼 나도 작업하기 슬슬 싫어질것 같은데?"
"이…일단 제 권한을 넘어선 문제라서…일단 위에 보고하겠습니다."
마치 양아치가 협박을 하는듯한 저질스런 모습에, 그의 경호를 맡은 이들은 물론이고, 다른 병사들이나 장교, 기술자들도 눈쌀을 찌푸리게 되었다.
'그래그래. 나를 더 혐오하라고. 그래야 깽판 피우기 더 쉬우니까.'
그는 매그너스에게 헬게이트와 생체 나노 슈츠를 만들어줬을땐 컨디션이 매우매우 좋았기에 가능한 일이였고, 지금은 외부와 단절되어서 환경이 바뀐데다 컨디션이 안 좋아졌다면서 뜸을 들이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러 이런식으로 뜸을 들인 이유는 위에 설명했지만, 그렇다고 남들에게 일부러 비호감인 짓을 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일부러 적을 만드는듯한 이런 행위를 하는 그만의 이유는,
'그래야 사용 설명서에 나온 내용을 써먹을 수 있을거 아냐?'
그렇다. 그는 예전에 자신의 사용 설명서의 내용을 써먹기 위해서 일부러 시빗거리를 만들 계획인 것이다!
단지 자신의 즐거움만을 위하여!
그렇다고 마구잡이 형식으로 다 까부수는 깽판 행위는 하지 않는다.
철저하게 사용 설명서에 나온 경고대로만 깽판을 피울 것이고, '이 새끼를 터치하면 진짜 못볼꼴 다 본다' 라면서 스스로 기피하고 피하게끔 만들 작정인 것이다.
'누구 하나 걸려라 걸려라 걸려라~!'
제발 나에게 시비좀 걸어주세요 라고 온 몸으로 외치는듯한 도발적인 언사와 행동들.
그는 '대통령 얼굴 보고 얘기를 해보자' 라고 말하면서 바쁜 대통령의 발걸음을 이쪽으로 오게 만든 주제에, 막상 만나니까 '일단 만들어보고 얘기하자' 라면서 대통령에게 똥개훈련을 시켰다.
문제는 미국의 병사들이나 장교, 이능력자들은 군기가 잔뜩 들어가 있어서 눈쌀을 찌푸릴지언정, 절대 일정 기준치 이상으로 다가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마치 더러운 것과 떨어지고 싶어하는듯한 모습이랄까.
하지만, 로렌드 로스차일드의 신변 경호를 위해 로스차일드 가문 소속의 이능력자들은 그렇지 못하였다.
3인조로 백인 남성으로 이루어진 이능력자 경호팀인 그들은 진우가 자신들의 주인인 로렌드를 무시하면서 모욕적인 언사를 내뱉었을때부터 그가 마음에 들지 않았었다.
거기다가 기지 소속의 미군들과 기술자들까지 다들 그를 향한 불만이 머리 끝까지 치솟아가는 중임을 확인하였고, 언제까지나 이 곳에 눌러앉을 수 없는 대통령과 고위 정부 인사들이 없는 기회를 틈타 시비를 걸기로 작정을 하였다.
거기다가 로렌드 또한 평소답지 않게 그들에게 이 기지에 잔류하라는 명령을 내려놓고선 볼일을 위해 잠시 기지 밖으로 나서게 되었다.
즉, 암묵적인 허락이 행해졌다는 뜻.
어차피 생체 나노 슈츠로 치료도 가능할테니까, 적당히 기만 죽여놓은 정도로만 만져주기로 결정한 그들은 술을 내놓으라며 꼬장 부리는 진우를 향해 다가갔다.
"어이, 그쪽이……."
"잠깐."
진우를 향해 시비조로 말하려던 찰나, 지금까지 가만히 있던 건호(신)가 그들의 앞을 가로막더니 안쪽 주머니에서 한 장의 종이를 내주었다.
"??"
갑자기 종이를 주는 그의 행동에 의아함을 느낀 그들은 자연스럽게 종이로 시선이 옮겨지게 되었고, 그 종이에 적혀져 있는 내용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진우 사용 설명서-
1. 진우님은 자존심이 강하고 힘으로 억압하면 오히려 폭발하는 성질을 가진 폭발물입니다. 곱게 다뤄주세요.
2. 진우님께 건방지게 대하면 죽습니다.
3. 진우님께 필요 이상의 터치를 가하면 뒈집니다.
4. 진우님께 욕설을 퍼부으면 돌아가신 조상님과 만날 수 있게 됩니다.
5. 진우님께 살의를 보인다면 진우님의 경호원인 건호짜응에게 칼빵맞아 뒈짓 합니다. 주의하세요.
6. 진우님은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이십니다. 그 분이 가는 길을 별 이유 없이 막으려 한다면 그냥 뚫고 나갑니다. It's my way!
7. 위의 모든 경고를 모두 다 무시한다면, 삼태극이랑 맨 몸으로 싸우는게 훨씬 더 행복하다는 것을 온 몸으로 느끼게 해드립니다. 지옥의 존재 유무가 궁금하신 분들만 실행하세요.
8. 위의 모든 경고는 미국의 모든 법규보다 우선시 됩니다.
"너희들은 군 소속이 아니라서 이것을 받지 못했겠지. 거기에 적혀있는 설명서 내용을 참고해서 쓸대없는 피를 보지 않도록."
"……."
"……."
"……."
3인조 경호팀은 잠시 할말을 잃었다.
지금 자신들에게 이딴걸 보여준다는 의미가 무엇이겠는가?
한마디로 조용히 닥치고 꺼지라는 뜻이라 판단한 경호원 한 명이 살기어린 눈빛으로 진우를 향해 노려보았…….
스컥-
"끄아아악!!"
순간, 살기어린 눈빛으로 노려보던 경호원의 두 눈에서 피가 터져나왔다.
"5번 항목 위반. 형님께 살기를 드러냈다. 원래는 죽여야 마땅하지만 이번엔 경고의 의미로 두 눈만 가져가지."
"아아악! 아악!"
텔레포트 능력을 가진 그는 위기 감지 능력이 뛰어나기에, 여차하면 자신과 보호 대상인 로렌드의 안전을 몇번이나 지켰었던 그는 두 눈에서 느껴지는 고통을 이겨내지 못하고선 쓰러져서 몸부림을 쳤다.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다른 두 명의 경호원들은 동료가 당했는데도 불구하고 섣불리 나서지 못하였다.
그도 그럴것이, 자신들은 동료의 두 눈을 빼앗아간 건호의 움직임을 보지도, 느끼지도 못했으니까.
어 하는 순간에 무언가가 베이는 소리가 들려왔고, 정신을 차려보니 동료의 두 눈이 잘려나간 뒤였다.
대체 어떻게?
분명 이능력 조사 결과 이능력이 전무한 존재라고 하던데?
거기다가 대통령의 안전을 위해 신체 조사 결과, 이능력의 힘을 주는 나노 슈츠도 입지 않았다고 하였다.
"푸하하핫! 벌레처럼 꾸물꾸물 거리는게 존나 우수 주연감인데? 어디서 벌레 역할좀 많이 맡았나봐? 아니면 전생이 벌레여서 방금전의 충격으로 기억났다거나?"
"!!"
"끄득!"
그 때, 아무렇지 않게 두 눈을 잃은 동료를 향해 비웃는 진우의 모습에 자신들도 모르게 살기를 내뿜고 말았다.
푸푹!
그와 동시에 들려오는, 무언가가 뚫리는듯한 소리가 울려퍼졌다.
털썩- 쿵-
미간에 손가락만한 구멍이 뒤통수까지 뚫고 나가면서, 피와 뇌수가 섞인 무언가가 줄줄 흘러나온채로 즉사해버린 두 명의 경호원과, 자신의 두 눈을 부여잡고 괴로워하는 한 명의 경호원.
순식간에 세 명의 뛰어난 이능력자를 죽이거나 전투 불능 상태로 만들어버리자, 주변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군인들은 자신들도 모르게 몸을 벌떡 일으키며 그들을 경계하였다.
"응? 뭐여? 분위기가 왜 이래?"
진우는 아무렇지 않게 식판위에 있는 음식들을 먹으면서 자신들을 경계하는 군인들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듯이 되물었다.
"설마 내가 준 '진우 사용 설명서' 를 읽지 않은거야? 거기 보면 5번 항목에 나에게 살기를 드러내면 우리 건호한테 칼빵맞아 뒈진다고 설명되어 있잖아? 뭐, 검은 안전 문제로 맡겼지만 말이지."
그들도 그 사용 설명서를 보긴 봤었지만,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나 건들면 협조고 자시고 다 끝장이다' 라는 일종의 협박성 멘트로 봤을 뿐이지, 설마 이렇게 사람들이 많은곳에서 대놓고 죽일거라곤 상상도 못했다.
"쯧. 재미없구만. 술은 없고 미국 TV는 볼만한게 없고, 왠 이상한 떨거지들은 시비를 걸고 말이지. 야, 이 새끼들 평소처럼 그냥 담궈…아니다. 여기에 사람들도 많으니까 지들이 알아서 처리하겠지."
그렇게 불만을 토해낸 진우는 건호와 함께 식당에서 떠났고, 처음부터 끝까지 보고 있었던 군인들은 진우를 잡아야 할지, 아니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갈팡질팡하기 시작했다.
그를 붙잡아 구속하고자 하면 이능력자 세 명을 단숨에 처리한 건호를 상대해야만 한다는 뜻이고, 설령 어찌어찌 구속에 완료한다손 쳐도 그는 미국의 큰 힘이 될 수 있는 기술자라는것이 이들에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게 만든 것이다.
"뭐하고 있어! 일단 구속부터 해!"
그 때, 한 장교가 총대를 맸다.
눈 앞에서 일어난 살인을 절대 용납할 수 없었던 그는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리면서 진우와 건호의 신변을 구속하라고 명령하였지만, 지금까지 눈을 감은채로 활동하고 있던 건호가 몸을 반쯤 돌리고 눈꺼풀을 올리면서 명령을 내린 장교를 향해 노려보았다.
"컥!?"
단지 그것뿐이였으나 구속 명령을 내린 장교는 심장을 움켜쥐면서 괴로워하기 시작하였고, 건호가 다시 눈을 감으며 앞서 나가 있는 진우의 뒤를 따라가자 막 태어난 새끼 동물처럼 다리를 후들후들 떨기 시작한 장교는 식은땀을 비오듯이 흘리며 그대로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허억……! 허억……!"
마치 자신의 심장을 손으로 강하게 쥔듯한 고통을 느낀 그는 진우와 건호의 뒤를 쫓아가서 잡으라는 명령을 내리지 못한채, 공포로 얼룩진 눈동자와 함께 거친 숨만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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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진우가 마음에 들지 않았기에, 경호원들에게 적당히 기를 죽여놓으라는 은유적인 체스쳐를 보이며 자신이 맡고 있는 사업장의 관리를 하던 로렌드 로스차일드는, 언제나 메디컬 체크를 받으면서 매우 건강한 자신의 귀 상태를 의심하였다.
"두 명은 죽었고 한 명은 장님이 되었다? 그 놈한테?"
"저…정확히는 호위라는 김 건호라는 동양인에게 당했다 합니다……."
진우라는 놈은 뭔가 한가닥 하는 느낌이 들었기에, 그 놈에게 당했다면 어느정도 이해는 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눈을 감고 있는 그 동양인 녀석은 이능력 테스트에서도 이능력 전무, 생체 나노 슈츠조차 입지 않았다는 것을 자신이 직접 확인하지 않았던가.
솔직히 말하자면 대체 왜 그런 녀석을 호위랍시고 뒤를 맡겨놓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였다.
속은 불처럼 타오를것 같지만, 그래도 냉정하게 머리를 진정시킨 로렌드는 일단 그 무능력자가 어떻게 이능력자를 죽였는지에 대한 정보부터 알아내기로 하였다.
"셋은 어떻게 당했지?"
"그…그게……."
생산 기지의 연락원으로부터 정보를 듣고 보고하던 로스차일드 가문의 백인 남성은, 잠시 우물쭈물하였다.
로렌드는 자신의 앞에서 우물쭈물하는 그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눈쌀을 찌푸렸고, 그 모습을 본 그는 황급히 대답해야만 하였다.
"아무도 못 봤답니다……!"
"아무도 보지 못했다? 그 놈이 식당에서 경호원들과 싸웠다면서? 그곳에는 생산 기지의 군인들도 많이 있었을텐데?"
"그들 모두 건호라는 경호원이 팔을 올리는것조차 목격하지 못했다 합니다. 단지 소리만 들리고…그의 손가락에 피가 묻어서 그가 공격을 했다는 것만 알 수 있었다 합니다……."
"……."
로렌드는 잠시 골이 아파옴을 느꼈다.
그러니까 그 많은 군인들 중에서, 단 한 명도 그가 손을 쓰는 것을 목격하지 못했다는 것인가?
'입막음을 했군.'
그는 이 모든 정보를 종합하여 정부 관계자가 진우와의 관계 문제로 인해 입막음을 하였다고 판단하였다.
로렌드를 경호하던 이능력자들은 각각 신체 강화, 염동력, 텔레포트 7~8 등급의 소유자다.
한 명이 텔레포트를 통해 자신의 안전을 확보하고, 다른 두 명이 상황에 따라 방어, 공격을 맡음으로서 습격자를 격퇴하는 전문적인 프로들이다.
그런 프로들이 당했는데 아무도 보지 못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당연히 입막음을 하였다 라는 답밖에 나오지 않았다.
'감히 나와 원숭이 중에서 그 미개한 노란 원숭이를 택했다 이거군. 좋소, 대통령. 그 선택, 반드시 후회하게 만들어주지.'
무슨 능력인지는 몰라도 이능력 검사를 통과한 것으로 보아, 기존의 이능력과는 궤를 달리하는 능력이거나 특수성을 가진듯 하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감히 노란 원숭이 때문에 로스차일드 가문의 차기 후계자인 자신에게 이런 수모를 느끼게 만들어?
로렌드는 대통령에게 이 일을 제대로 항의하겠다고 마음을 단단히 다잡았지만, 그것이 자신의 오해였음을 후에 알게 되었다.
============================ 작품 후기 ============================
제가 저번에 현자 타임에 걸렸던 이유를 알아냈습니다.
금딸이 문제였던 거야!
너무 힘들어서 강제 금딸을 하다보니까 현자 타임이 온거야!
씨팍! 누구는 딸치면 현자 타임 오는데 누구는 딸 안치면 현자 타임 오다니! 뭐 이딴게 다 있어!
...는 구라고 진짜 힘들었어요 ㅠㅠ
많은 분들이 성심껏 응원해주셔서 정말로 감사했습니다.
제가 아무리 청개구리라지만 응원까지 반대로 듣는건 아닙니다!
윽...일하다가 허리를 삐끗했는데 글 쓸때마다 욱씬 거리네요. 그래도 내일...아니, 오늘이구나.
어쨌든 오늘은 휴가니까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고 푹 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