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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장
미국에는 수많은 히어로들이 존재하지만, 거기에 걸맞는 숫자의 빌런들 또한 존재한다.
평상시에는 그런 빌런들과 히어로들이 서로 치고박고 싸우겠지만, 히어로들이…정확히는 비등록 이능력자 전체가 정부의 압박을 받으면서 상황이 약간 달라지게 되었다.
양지에서 활동하는 히어로들은 정부와의 마찰이 심해지고, 음지에서 활동하는 빌런들은 그 틈을 노리면서 크게 한 탕을 치루고자 은행이나 수송 차량의 습격 빈도가 높아지게 되었다.
히어로들이 정부의 견제역을 맡아주니까 이렇게 활동할 수 있는거지, 정말로 히어로 전체가 정부에 의해 통제되거나 토벌된다면 그 다음은 음지에 숨어든 빌런들 차례인건 누가봐도 명백하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가치관의 차이를 따지기 이전의 자신들의 자유를 위해 손을 잡고 정부의 통제를 벗어나는게 우선이지만, 애초에 그렇게 이성적이라면 범죄자 따위를 할리가 없잖은가.
게다가 자신들 대신에 방패 역할을 맡아주고 있는 히어로들이 있으니 위기라는 느낌도 들지 않는다.
아마 히어로들이 정말로 위기에 처하기 직전까진 빌런들은 혼란을 틈타 자신들의 부를 쌓는데만 주력하리라.
물론, 거대 빌런 집단의 수장들은 히어로들이 무너지면 그 다음 차례는 자신들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히어로들이 쉽게 무너질 수 없게끔 뒤에서 손을 쓰고 있지만.
거대 빌런 집단은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면서 외부로 힘을 표출하기보단, 내실을 다지고 서로 회합을 가지며 히어로들이 무너질때를 대비한 상황에는 서로 협력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자는 협의를 마친 상황이였다.
그에 반해, 히어로들이 고생하고 있다 = 우리들의 시간이다! 라는 단순한 답안밖에 내놓지 못한 소규모 빌런 집단들은 끼리끼리 모여서 크게 한 탕을 치루고자 하고 있었다.
"헤에~ 그러니까 이 수송 차량을 공격하면 된다 이거지? 그 외의 부수입은 우리가 차지하면 되고?"
텔레포트, 신체 강화 능력이 각각 4등급이며, 상대방의 배후에서 두 자루의 나이프로 기습하길 즐겨하는 '머라우더' 라는 이명(자칭)을 사용하고 있는 라틴계 남성과 그 부하들은 자신들의 은신처로 찾아온 세 명의 여성들을 향해 음흉하게 웃어보였다.
"예. 선수금으로 30만 달러, 임무에 성공한다면 350만 달러를 드리도록 하지요."
백금발의 여성, 검은 머리의 여성, 붉은 머리와 흑갈색의 피부를 가진 여성 중에서 리더격으로 보이는 백금발의 여성은 흔히 007가방이라고 불리우는 가방을 열어보이자 100달러짜리 지폐가 가득하게 들어가 있는 모습이 나타났다.
세 여성은 각자 민무늬 백색의 가면을 쓰고 있었는데, 유일하게 뚫려있는 부분은 두 눈, 턱에서 코 바로 아래의 인중까지 개방되어 있는게 전부였다.
그렇기에 그녀들의 얼굴은 알아볼 수 없었지만, 몸매는 도드라지게 드러나는 타이트한 복장을 하고 있었기에 머라우더 일행의 시선은 그녀들의 가슴에서 골반, 각선미까지 대놓고 음흉하게 훑어보고 있었다.
"꽤나 돈 좀 많은가봐?"
"돈지랄이라면 누구한테든 쉽게 꿇리지 않을 정도는 되지요."
"와우~ 누님 꽤나 마음에 드는 성격인걸?"
백금발 머리칼을 한 가면의 여성은 정중하고 기품있으면서도, 돈지랄이라는 단어를 서슴없이 내뱉는게 마음에 드는지, 머라우더는 낄낄 거리며 입을 열었다.
"그치만 누님들이 누구인지 어떻게 알고 우리가 그런 위험을 감수하겠어? 그러니까 한 며칠동안 우리랑 함께 지내는게 어때? 우리가 못 배워서 무식하긴 하지만 같이 지내다보면 꽤나 마음에 들거라고. 내 밑에 깔려서 자지러지던 여자들도 한두명이 아니란 말씀이야."
즉, 이들은 의뢰보단 수컷으로서의 본능을 우선시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머라우더의 부하들은 실실거리며 그녀들이 은신처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끔 은근슬쩍 포위를 하였다.
"죄송하지만, 저희들은 이미 주인이 있는 몸이라서요. 우리들의 몸과 영혼은 오직 그 분의 것입니다. 그러니 좋게 말할때 우리들의 눈에서 더러운 시선을 떨어뜨리는게 좋을겁니다."
"큭큭큭! 그렇게 못하겠다면? 나는 이미 그쪽의 목소리랑 몸매가 꼴려서 당장 누님 보지를 쑤셔야 직성이 풀리겠……."
덥썩!
"케헥!?"
순간, 백금발의 여성이 엄청난 속도로 날아들어 머라우더의 목덜미를 붙잡았다.
텔레포트 능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응조차 하지 못한채 목덜미가 붙잡혀버린 머라우더는 당황스러움이 섞인 신음성을 토해냈고,
"커헉!"
"크악!"
"큭!?"
그의 부하들 또한 순식간에 호위로 대려온듯한 두 명의 여성들에게 제압당해 버렸다.
손에서 육식동물의 발톱같은 것이 튀어나온 붉은 머리의 여자는 자신의 뒤쪽에 있던 두 명의 목덜미에 발톱을 들이밀고 있었고, 검은 머리의 여성은 그 외의 다른 이들을 보이지 않는 무형의 힘으로 억압하고 있었다.
"텔레포트해서 밖으로 도망가시려면 도망가셔도 좋습니다. 단, 이 근처에는 당신의 얼굴을 알고 있는 다른 이들이 경계를 서고 있지요. 저와 함께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면 그들은 당신의 목부터 날리고 볼겁니다."
"커…크륵……! 아…알겠…숨을……."
머라우더가 숨이 막혀오자 다급하게 입을 열었고, 백금발의 여성은 그제서야 목덜미에서 손을 떨어뜨렸다.
"쿨럭! 쿨럭!"
그는 호흡을 하면서 거친 기침을 토해냈고, 백금발의 여성은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갔다.
'씨발…나에게 접근하는 것을 보지도 못했어……!'
최소한 자신보다 몇단계는 더 강한 이능력자임을 느낀 머라우더는 방금전과 달리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나…나보다 더 강한데 왜 굳이 나같은 녀석에게 일을……."
"우리들에게도 나름의 제약이 있으니까요. 아참, 임무를 성공해도 돈이 떼어먹히는게 아닐까 걱정하지 마세요. 겨우 이정도 푼돈 따위는 떼먹으라고 등떠밀어도 안 먹으니까요."
"……."
350만 달러라는 거금을 '푼돈' 취급한 그녀는, 갑자기 주머니에서 사람숫자 만큼의 푸른 캡슐을 꺼내들었다.
"자, 그리고 이걸 먹도록 하세요."
"그…그게 뭔데……?"
"추적기가 들어가 있는 캡슐입니다. 우리들에게 있어서 30만 달러는 애들 용돈이나 마찬가지지만, 여러분들이 선수금만 받아챙기고 약속을 어기는것은 돈과는 다른 문제니까요."
"큿……."
"추적기는 딱 일주일동안 작동합니다. 즉, 그 때까지 아무런 활동을 하지 않는다거나, 불필요하게 다른 지역으로 이동한다던가 하면…저같은 '무력한 협상인' 따윈 가볍게 처리할 수 있는 진짜 괴물들이 당신을 찾아갈겁니다."
가면 너머의 눈빛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눈빛에 기가 죽은 머라우더와 그 일행은 그녀가 나눠준 캡슐을 먹어치웠고, 직접 입안까지 확인받아야만 하였다.
"하…하지만 일주일은 너무 급박해. 안그래도 요즘 정부 놈들이 기를 쓰고 있어서 수송 차량의 내용물을 탈취한다는건……."
"아, 그 문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
"여러분들이 아무리 저능아에다가 학교도 제대로 졸업못한 쓰레기들이여도 한번에 알아볼 수 있는 '기회' 가 찾아올테니까요. 겨우 30만 달러 때문에 목숨을 버리는 멍청한 선택을 하지 않으시길 기원해드리지요."
끝까지 정중한 목소리와 말투를 사용한 백금발의 여성은 선수금이 든 돈가방을 내려놓고선 머라우더의 은신처 밖으로 나갔고, 다른 두 명의 여성도 그 뒤를 따라갔다.
"두…두목……. 이거…뭔가 위험하지 않습니까……?"
아무리 밑바닥에서 노는 졸개라고 해도 감이 없는건 아니다.
"나도 알아 개새끼야. 하…씨발…저런 년들이 있다는 정보는 듣도보도 못했는데…대체 어디서 나온거지……?"
자신들을 꼼짝도 못하게끔 가볍게 제압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여성들이라면 당연히 그에 대한 정보가 나와야 한다.
하지만, 백금발의 장발을 가진 기품있는 여성은 빌런쪽에도, 히어로쪽에서도 듣도보도 못한 존재다.
"…일단 장비 챙겨놔."
"저 년들 명령대로 할겁니까?"
한 부하가 멍청하게 되묻자, 머라우더는 신경질적으로 권총을 뽑아들어 질문을 한 부하를 향해 협박식으로 방아쇠를 당겼다.
타앙!
"흐힉!?"
"이 멍청한 새끼가……! 그 추적기라는걸 쳐먹었는데 어떻게 할건데!? 게다가 내 목을 잡은 그 년 하나만으로 우리를 모두 피떡으로 만들 수 있다고! 그 년보다 더 강력한 놈들이 오면 니가 막아볼거냐? 앙!?"
"죄…죄송합니다!"
안그래도 거의 협박 형식으로 일을 맡아버려서 신경질을 부리던 그는 혼잣말 형식으로 설명을 하였다.
"그 년은 바보라도 알 수 있는 '기회' 가 찾아온다고 했어. 일단 장비 챙기고 한동안 정보 수집에만 나선다."
머라우더는 30만 달러가 들어가 있는 가방을 챙긴 후,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면서 분노와 증오어린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씨발년들……. 지금은 이렇게 당하지만 나중에 반드시 이 빚을 갚아주마……!"
그녀들이 아무리 강해도 숫자에는 장사가 없다.
여차하면 다른 조직에 사정사정하거나, 혹은 자신들과 같은 일을 당하면서 불만이 생겨난 이들이 있는지 수소문하여 팀을 만들어서 무시못할 집단을 만들 수 있다.
어쨌든간에 백금발의 여성이 가진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기품과 뛰어난 몸매를 다시 생각하니 수컷으로서의 욕망이 터져나오면서, 그의 발걸음을 창녀촌으로 향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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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리샤 언니, 겨우 이런걸로 미국을 혼란에 빠뜨릴 수 있겠어요?"
페리샤와 함께 머라우더의 은신처로 들어간 검은 머리의 여성, 하린은 추적이 없는지 확인한 뒤에 가면을 벗고 도심가로 나온 후, 고개를 갸웃거리며 겨우 이게 끝이냐는 의미가 포함된 질문을 하였다.
"지금 미국의 상황은 밸런스가 잘 잡혀있어."
"??"
"??"
하린과 마찬가지로 페리샤의 경호 역할을 위해 미국으로 내려온 셀리 또한 고개를 갸웃거렸다.
밸런스가 잘 잡혀 있다는 그녀의 말을 이해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능력자들을 잡으려 하고, 빌런들은 그 빈틈을 찾아 범죄를 저지르며, 히어로들은 그런 정부의 방해를 뿌리치며 범죄를 막고 있지. 초인등록법안은 큰 논란거리를 만들긴 하였지만, 폭탄을 터트릴 정도의 위력까진 안됐던거야."
즉, 미국은 빌런, 히어로, 정부의 3파전 양상을 띄고 있을 뿐, 그 외에는 특별한 문제점이 없다는 뜻이다.
"진짜 미국을 전쟁 규모의 혼란을 빠뜨릴려면 좀 더 많은 화약을 쌓아야만 해. 나는 그 화약을 쌓을 수 있는 밑작업을 계획중인거고."
"그치만 이런 애들 장난 수준으로 되겠어요?"
옛날 같았으면 '수송 차량을 터는 범죄자가 있다고? 비상!' 이라며 난리를 쳤겠지만, 지금은 세계 규모로 놀다보니까 은행 털이나 수송 차량 습격은 '애들 놀이' 로 치부할 정도로 스케일 크게 놀게 된 하린은 여전히 이해가 안된다는 표정이였다.
"너무 빨리 쌓으려다 문제가 생길 수 있어. 개구리를 뜨거운물에 넣으면 놀라서 뛰어나오지만, 천천히 뜨거워지는 물은 알아차리지 못한다고 하잖아? 뒤늦게 알아차렸을땐 이미 다리의 근육이 푹 익어버려서 사용할 수 없게 되어버린 상태가 되어버리고."
"아하. 중국때처럼 개인 단위의 문제를 크게 만드는거네?"
중국으로 파견나온 미군을 단숨에 처리한 페리샤의 계획은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봤었던 셀리는, 그녀가 그때처럼 천천히 문제를 만들어갈 예정임을 눈치챘다.
"중요한건 이능력자들과 정부의 반감을 크게 만드는게 아니야. 우리가 흔들어야 하는 진짜 목표는 바로 시민들이지."
시민들의 전투력은 이능력자에 비하면 연약하지만, 그들의 진정한 힘은 바위를 부수고 적을 찢어내는 힘이 아니라 여론이라는 또다른 종류의 힘이다.
시민들의 안전과 평화를 위해서 싸우는 히어로들이 시민들의 야유를 받게 되면 어떻게 되겠는가?
자신들이 하는 일에 대한 회의감이 들게 될테고, 몇몇은 마음을 바꿔 정부쪽으로 투항할지도 모른다.
"펜타곤은 이미 칼리 제국에 대한 정보를 옛날부터 알고 있었고, 미리 그 때를 위한 대비책을 마련해뒀을거야. 문제는 그 대비책이 범우주적인 규모라면 우리들에게도 큰 문제점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지. 그러니 우리들은 철저하게 히어로들의 여론이 나빠지게끔 만들어야만 해."
페리샤는 펜타곤의 비밀 병기인 이지스에 대한 정보를 모르고 있지만, 펜타곤의 유능함은 알고 있었다.
그런 유능한 이들이 칼리 제국에 대한 정보를 남들보다 빠르게 듣고선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페리샤는 시민들의 여론이 펜타곤에게 나쁜쪽으로 흐르게끔 유도할 계획을 세운 것이다.
"일단은 가볍게 빌런들을 움직여서 잘 잡혀있는 밸런스의 기둥을 조금씩 허무는게 중요해. 너무 급하게 허물면 어느쪽이든 이상함을 눈치채고 사태를 진정시키고자 노력할테니까."
아주 천천히, 아주 사소한 사건부터.
페리샤의 계획은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려야만 효과를 볼 수 있지만, 세상 사람들이 바보만 있는게 아니기 때문에 돈 욕심에 눈이 먼 하급 빌런들을 이용하여 다음 발판으로 나아갈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일부러 정부쪽의 일이 잘 되게끔 유도하면서, 시민들의 여론이 정부에게 호의적으로 나가게끔 만들어야만 해. 나머진 주인님께서 매그너스의 영향력을 강화시켜주겠지."
이 계획은 중요 목표는 세가지.
첫번째는 펜타곤의 내부를 여론을 통해 뒤흔드는것.
두번째는 정부쪽의 계획이 성공하게끔 남몰래 도와주면서 여론이 정부를 신뢰하게끔 만드는 것.
세번째는 이능력자를 혐오하는 매그너스의 영향력을 강화시켜서 더더욱 이능력자를 탄압하게끔 만드는 것.
이 세가지 목표를 이루기 위해선 안밖의 공조가 잘 이루어져야만 한다.
자신의 주인님이라면 이정돈 눈치로 적당히 눈치챌 수 있으리라.
그녀들은 오랫동안 미국에 남아있으면 안되는 몸이기 때문에, 사람이 없는 곳에서 텔레포트 시스템을 이용하여 전함으로 귀환하였다.
이제 남은것은 빌런들의 움직임을 기다리는 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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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산 피곤하다...
핫산 졸립다...
핫산 힘들다...
이상하게 피곤한데도 잠이 안와서 핫산 하루 날밤샜다.
그러니 수정해야 할 부분이나 오류가 있을땐 리플로 달아주면 핫산 일어나서 일한다.
핫산 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