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미트 브레이커-670화 (670/923)

0670 / 0923 ----------------------------------------------

10장

여전히 느긋함을 잃지 않은 진우에 반해, 세상은 다시 한번 큰 혼란을 겪게 되었다.

특히, 중국이 무너지면서 전 세계의 경제가 휘청거리는 가운데, 미국 본토에서 네크로맨서의 등장과 동시다발 은행 강도 사건이 터져나가면서 경제 활동이 침체되려는 분위기가 형성되자, 세계의 경제가 다시 한번 크게 출렁이기 시작하였다.

-제기랄! 빌어먹을 삼태극 새끼들! 칼리 제국이 언제 쳐들어올지 모르는데 다 함께 죽자고 지랄을 하잖아!!-

펜타곤의 본부에서 이번 사태에 대한 의논을 위해 화상 연결을 통해 서로의 얼굴을 보게 된 펜타곤의 다섯 리더 중 한 명, 리먼 제프리는 특유의 괄괄한 목소리로 분노를 토해냈다.

-스캇. 당신이 본 그 델렉 욘바라는 늙은이, 정말로 맞아?-

제비꽃 머리색의 러블리 펌을 한 여성, 베스 카넬은 스캇을 향해 입을 열었고, 네크로맨서와 싸우다가 아수라와 마주친 스캇은 약간 침울한 목소리로 대답하였다.

-맞다. 예전에 삼태극이 위성을 해킹하여 전 세계로 투르키스탄의 독립을 선언할 때, 델렉 욘바라고 자신을 소개했었던 그 자가 네크로맨서를 도왔다. 네크로맨서 일행까지 모두 상대하기엔 벅차서 지원이 올때까지 기다렸지만…젠장…내 실수다……. 끝까지 그 자들의 발을 묶어야만 했는데…….-

처음엔 아수라가 누구인지 못 알아봤던 스캇이였지만, 그것은 예상외의 인물이 예상외의 장소에서 튀어나왔다는 당혹감에 의한 일시적인 혼란이였을 뿐, 잠시 진정하고 나니 그가 삼태극에게 항복한 투르키스탄의 독립 선언 당시 '델렉 욘바' 라는 이름으로 얼굴을 드러냈던 노인임을 기억해냈다.

스캇은 그들의 종적을 놓쳐버린것은 자신의 책임이라면서 자책하였지만, 다른 이들은 그에게 책임을 묻지 않았다.

그도 그럴것이, 아수라의 참전과 동시에 좀비 때의 공세로 인해 위기에 처한 지역이 있었기에, 그 쪽을 지원하느라 네크로맨서 일행의 발을 묶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가 그곳을 도와주지 않았더라면 그 지역을 막고 있던 군인들은 엄청난 피해를 받았을 것이고, 군대가 막고 있던 방벽의 한 쪽이 뚫리면서 일반 시민들까지 피해가 급증할 확률이 매우 높은 상황이였다.

물론, 그렇다고 바보처럼 그냥 아무 대책 없이 휙 간게 아니라, 숨어서 자신을 보조해주던 텔레포트 능력자에게 계속해서 감시를 하라고 지시를 내렸다.

감시자에게서부터 텔레포트 능력을 사용한것처럼 사라졌다고 들었을때만 해도 텔레포트의 잔향을 추적하여 네크로맨서 일당을 퇴치할 수 있다고 생각하였으나, 기이하게도 네크로맨서 일당이 사용한 텔레포트는 추적하기가 힘들다면서 능력자들이 난색을 표했다.

자신들이 사용하는 능력과는 완전히 다른 종류의 능력이라면서.

결국, 네크로맨서 일당은 그렇게 놓쳐버렸고, 스캇은 그 일로 인해 침울해하고 있었다.

그런 그를 응원해주는 것은 이벨이였다.

"그땐 어쩔 수 없었어요. 스캇씨는 사람들을 한 명이라도 더 구조하기 위해 필사적이셨으니까요. 그보다 더 중요한건 삼태극의 일원이 네크로맨서를 도왔다는 부분이죠."

전에는 약간 미성숙한 분위기였으나, 스스로 피를 묻힘으로서 각오를 다지고, 자신의 머릿속을 휘젓던 의문을 어느정도 해결한 지금의 이벨은 부드럽지만 강단있어 보이는 목소리로 스캇을 변호해주었고, 다른 이들도 그의 상황을 알고 있었기에 딱히 추궁하는 분위기를 조성하지 않았다.

"그러고보니 미국 전역에서 동시다발적 은행 털이 사건이 일어나고 있더군."

그 때, 그리핀이 뭔가 생각났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처음엔 빌런들이 뭉쳐서 크게 한탕하려는 거라 생각했는데, 경찰측에서 협조중인 정보원이 독특한 분위기를 가진 백금발의 여성이 가면을 쓴채로 자신들에게 접근하였다는 취조 결과를 보내주었다.

-잠깐. 백금발?-

백금발은 흔한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주 없는편도 아니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백금발의 여성이라고 하면 생각나는 인물이 하나밖에 없었다.

-페리샤 릭토엔드. 살라딘의 복제 인간이며 치우의 비서 역할을 하던 그녀가 생각날 수 밖에 없는데?-

베스의 말대로다.

거기다가 일본, 중국을 무너뜨리면서 다음 목표인 미국을 공작하러 왔다고 생각하면 아귀가 딱딱 들어맞는다.

"네크로맨서의 뒤를 협력하고, 빌런들을 이용하여 은행 강도 사건을 일으키고…삼태극이 또다시 움직이기 시작하는건가……."

그리핀은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듯한 목소리로 삼태극이 이 모든 사건의 배후에 있음을 인정하였고, 다른 이들도 그런 그의 목소리에 표정이 진중해지기 시작하였다.

"우리가 알고 있는 삼태극의 수장인 치우는 단순무식해 보이지만, 그것은 겉보기만 그럴뿐이고 실제론 책략가의 면모도 갖추고 있다. 중국에서 일어난 물밑작업을 모두들 기억하도록."

선입관이라는게 이래서 무서운 것이다.

비밀 회의때, 치우는 엄청 단순 무식해보이는 모습을 보이면서 사라졌지만, 그 이후 중국에서 일어난 민족 감정을 건드리는 사건으로 인해 중국을 돕기 위해 파견된 미군이 일시적으로 철퇴를 해야만 하였다.

처음엔 '혹시 삼태극의 소행인가?' , '설마 그 치우가 이런 복잡한 수단을 썼겠어?' 라면서 펜타곤의 리더들끼리 의견이 갈라진 적이 있을 정도.

"삼태극이 행동을 시작하였으니 다들 어떤 사건이 일어나던지 냉정하고 침착하게 대처하도록. 특히, 뭔가 느낌이 안 좋다면 지체말고 지원을……."

삐삐삑- 삐삐삑-

그 때, 회의실 탁자 한 쪽에서 붉은 빛이 들어왔다.

"이벨."

"예."

마침 이벨과 가까운 쪽이였기에, 그리핀은 여러가지 의미가 함축된 목소리로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지잉-

이벨이 무언가를 만지작거리자, 회의실 탁자 한 쪽에서 다른 펜타곤의 리더들처럼 홀로그램 형식으로 한 사람의 얼굴이 떠올랐다.

-크…큰일입니다!!-

그것도 경악하고 있는 표정의.

"무슨 일인가?"

-헤…헬게이트의 제작자와 함께 온 경호원의 얼굴을 확보했습니다!-

정보부 소속의 남자는 평소엔 매우 이지적이며 조리있게 말을 하는 인물이였으나, 지금의 그는 거의 반쯤 횡설수설해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그리핀과 다른 이들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헬게이트의 제작자가 미 정부가 찾아내어 헬하운드 생산 시설에 극비리에 이동하였다는 정보는 입수하였지만, 생산 시설은 제이콥 대통령이 가장 큰 관심을 가지는 곳인지라 펜타곤의 능력으로도 내부 정보를 입수하는것이 매우 어려웠다.

특히, 정보를 캐다가 걸리기라도 한다면, 대통령의 분노가 그대로 펜타곤을 향해 쏟아질테니 더더욱 조심할 수 밖에.

미 정부측에서 헬게이트 제작자의 신원을 보호하고, 일부러 더미 정보를 내보내면서 강한 정보 공작을 통해 그의 신상을 알아낼 순 없었지만, 대신에 꿩 대신 닭이라는 심정으로 그와 함께 온 경호원의 신원이라도 찾아내게끔 타켓을 바꿨다.

처음엔 정부측도 경호원의 신변 보호는 적당히 하는 모습을 보였기에 순조롭게 파고들어갈 수 있었지만, 요 근래에 갑작스래 그의 정보 공작이 제작자와 동급으로 올라가게 되었다.

다행히도 정보 통제가 완벽해지기 전에 재빨리 경호원에 대한 정보를 빼내는데 성공하였으나, 그 경호원의 얼굴을 확인하게 된 정보부는 큰 충격에 빠지게 되었다.

이제, 그 충격을 이들 또한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다.

"헉!?"

"!!"

-뭐…뭐야!-

-설마……!-

-이럴수가……!-

정보부 소속의 요원의 얼굴이 드러난 홀로그램 옆으로, 그가 보낸 자료가 전송되면서 펜타곤의 모든 이들이 경악어린 비명에 가까운 목소리를 내질렀다.

헬게이트의 제작자의 경호원으로 알려진 이는 그들이 잘 알고 있는 남성, 예언의 영웅이며 인류의 희망이였어야 할 남자의 얼굴이였기 때문이다.

제작자의 얼굴까진 알 순 없지만, 삼태극의 편으로 돌아선 남자가 제작자의 신변을 보호한다면 그 또한 삼태극의 일원임이 분명할 것이다.

-현재는 김 건호라는 이름으로 활동중이라고 합니다.-

뒤이어 정보원의 보고에, 그리핀은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다가 헛웃음을 지어보였다.

"허. 예언의 영웅이 각성하기 전에 괴롭히던 남자의 이름이군. 아주 우리쪽을 제대로 가지고 노는구만."

이쯤 되면 그냥 자기네들을 놀리기 위한 의도임이 분명하다.

-다…당장 알려야 해! 놈들이 무슨 짓을 할지……!-

-안 돼! 정부측에서는 이미 우리를 신뢰하지 않아! 그런 상황에서 헬게이트의 제작자가 삼태극의 인물이라 해도 오히려 헬게이트를 생산하지 못하게끔 만들려는 방해 공작이라 생각할거야!-

리먼이 황급히 입을 열었지만, 베스가 고개를 내저으며 그를 만류하였다.

"네크로맨서…은행 강도…헬게이트……. 대체 삼태극은 무슨 짓을 하려는걸까요……?"

이벨은 문어발 마냥 여러가지 사건을 만들어서 개입하는 삼태극의 모습에 대체 무슨 수를 쓰려는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일단 최고 레벨의 경계 레벨을 발동해야겠군. 삼태극의 음모로 보이는 것이 있으면 즉각 대처해야만 한다."

그리핀은 삼태극이 어떤 수를 쓸지 모르기 때문에, 어설프게 우르르 움직이기 보단 경계 태세를 갖추면서 상황을 살펴보기로 결정하였다.

그리고 빌런들을 움직이면서 은행 강도라는 문제거리를 만들어냈으니, 돈으로 이용할 수 있는 빌런들의 활동 또한 경계를 해야만 한다.

펜타곤의 리더들은 모두들 그렇게 결정하면서 삼태극의 음모가 시작되었음을 펜타곤의 일원들에게 알리면서 전쟁에 대비하도록 지시를 내렸다.

----------

"언니. 그런데 왜 펜타곤 측에다가 일부러 신의 얼굴을 변경 전의 얼굴을 뿌린거예요? 이러면 굳이 얼굴을 바꿀 이유가 없잖아요? 게다가 오히려 상대방쪽에서 경계를 하면서 우리쪽의 움직임도 줄어들 수 밖에 없구요."

하린은 페리샤가 일부러 삼태극이 배후에 있음을 알렸다는 것에 의아함을 감추지 못하였다.

다른거야 그렇다쳐도, 왜 일부러 뒷공작까지 해서 펜타곤에게 신의 골격 변경 전의 사진을 뿌린건지 이해하지 못하였다.

거기다가 그냥 뿌린것도 아니고, 정부측에서 실수로 놓친듯 하게끔 마스지드와 합작을 한 작품이다.

즉, 남궁 신의 원래 얼굴은 미 정부쪽은 모르고 펜타곤만 들어갔다는 뜻이고, 펜타곤이 미친척 하면서 남궁 신을 삼태극의 일원이라고 고소해도 무공으로 골격을 바꿨으니 사진속 얼굴과 완벽하게 다른 관계로 오히려 역풍만 맞게끔 계산을 한 것도 있었다.

아마 펜타곤은 실제 남궁 신과 만난다면 사진과 현재 얼굴이 달라서 당황하게 되리라.

"네크로맨서와 은행 강도 사건만으론 펜타곤에게 위기감을 줄 수 없기 때문이야. 이제 펜타곤은 날이 잔뜩 선 고슴도치가 된 상태가 됐을걸? 조금이라도 의심스러우면 일단 찔러 보려고 애를 쓸거야."

"그러면 앞으로 우리가 음모를 꾸며도……."

"꾸미지 않아도 돼."

"왜요?"

하린은 영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페리샤는 오히려 미소를 지어보이며 그녀의 의아함을 해결해주었다.

"이제 펜타곤은 사람들 숨쉬는 것조차 의심스러울거야. 우리가 어디서 무슨 공작을 해올지 모르니까. 하지만, 그런거 알리 없는 빌런들은 평상시랑 똑같이 행동하면서 문제를 일으키겠지."

"……?"

"문제는 지금의 펜타곤은 옛날의 펜타곤이 아니라는거야. 갑자기 펜타곤의 행동이 활발해진다면 그 대척점인 정부측에서도 펜타곤의 이능력자들을 상대하기 위해 똑같이 활발히 움직일테고, 그러면 그럴수록 두 세력이 부딪히는 빈도도 높아지게 될테지."

"아! 펜타곤은 우리들 때문에 더 활발하게 움직여야 하고, 미 정부는 그런 초인등록법안 때문에 펜타곤이 활발하게 움직이는 만큼 똑같이 움직이는거군요! 한마디로 이이제이네요!"

하지만, 페리샤는 그걸로 끝이 아니라는 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과연 그걸로 끝일까? 생각해봐. 펜타곤의 활동 무대가 어디야? 빌런들을 막기 위해 사람들이 많은 중심지에서 활동하고 있잖아? 그런 곳에서 이능력자들끼리 대판 붙으면 그 불똥은 누구에게 갈까?"

"시민들……."

하린은 대놓고 힌트를 주는 페리샤의 질문에 대답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등골이 오싹해짐을 느끼게 되었다.

"말했잖아? 아직 미국은 화약이 덜 쌓였다고. 지금 내가 하는건 거대한 폭발을 일으키기 위한 화약 쌓기 작업에 불과해. 펜타곤이 내 진정한 목적을 알아챘을땐 높이 쌓아둔 화약들이 폭발한 뒤의 이야기겠지만."

페리샤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스스로 최선의 답을 만들어서 나아간다고 생각한다.

페리샤에 대해 잘 아는 사람들은 그녀의 계획을 대비하여 2~3수를 내다보지만, 그녀는 오히려 그 부분을 역이용하여 최소 5수 이상뒤에야 눈치챌 수 있게끔 계획을 세운다.

"자, 그동안 우린 내실을 다지면서 저들이 스스로 화약을 쌓아가는 모습을 즐기면 되는거야. 후후훗."

책략가의 웃음소리를 내보인 페리샤의 모습을 옆에서 확인한 하린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처음엔 그녀가 무슨 계획을 세운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막상 그 내막을 확인하고 나니 소름이 돋아날 정도였다.

"아아~ 이거라면 주인님에게 칭찬을 받을 수 있겠지? 주인님의 자지가 푹푹 박히면 바보가 될 것 같은 그 느낌…참을 수 없어……."

"……."

이토록 머리가 좋은 페리샤가 진우와 관련되면 바보같은 면모를 보이는것을 목격한 하린은, 어째서 여자가 사랑을 하면 손해라는 말이 나오는건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 작품 후기 ============================

내일 동생이 휴가를 나옵니다.

분대장 교육때(저는 군번이 꼬인 탓에 분대장 안 달아봐서 뭘 하는지 모름) 종합 평가 1위 먹었다고 4박 5일 포상 받았답니다.

씨발, 요즘 군대 진짜 미쳐 돌아간다더니만 농담이 아니더구만요.

어떻게 내 동생 새끼가 그런걸로 포상 휴가를 쳐먹냐고 ㅡㅡ

거기다가 원래 있던 휴가까지 사용해서 2월 구정날에 또 휴가 나옵니다.

씨팍씨팍씨팍씨팍씨팍씨팍

게다가 군번까지 잘 풀려서 벌써 생활관 왕고가 됐답니다.

어제 전화를 했는데 이 놈이 "형, 나 이제 주말이 너무 지겨워서 싫어." 라는 배부른 투정까지 하는게 아닙니까?

이 개씨발호로잡새끼가?

어쨌든 동생이 내일 휴가 나온다니까 이 녀석을 괴롭힐 계획좀 세워야겠습니다.

그럼 다들 굿밤 되세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