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미트 브레이커-682화 (682/923)

0682 / 0923 ----------------------------------------------

10장

철컹- 철컹-

오하이오 주에 위치한 군부대 기지.

그곳에 거대한 인간형 로봇이 부대내를 활보하고 있었다.

병사들이나 장교들은 그 모습에 딱히 제지도, 인사를 하지도 않았는데, 딱히 군부대와 협력적이면서도 군인과 관련된 인물이 아니라는 증거이기도 했다.

마치 불꽃처럼 이글거리는 듯한 페인팅으로 붉은색 바탕으로 칠해진 로봇은 한 쪽 구석의 휴게실로 향하였다.

"후우. 아무리 내 몸처럼 편하다지만 계속 입고 다니니 정신적으로 좀 피로해지는군."

휴게실쪽으로 이동한 로봇, 아니, 매그너스는 해치를 열어서 밖으로 빠져나와 자판기에서 캔음료 하나를 뽑아먹었다.

"너도 먹을건가?"

매그너스는 잔돈이 남았기에 손가락으로 자판기를 가리키며 휴게실쪽에서 살짝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던 남성, 아론을 향해 입을 열었다.

"이온 음료로."

"그러지."

덜컹-!

매그너스는 이온 음료를 줏어다가 아론에게 가볍게 던졌고, 아론은 한 손으로 그것을 받아 뚜껑을 따고 목젖을 움직이면서 시원하게 원샷하였다.

진우가 만든 헬게이트와 생체 나노 슈츠를 받아 미 정부의 승부용 카드가 된 매그너스와 아론은 네크로맨서가 오하이오 주의 한 도시에서 좀비 사태를 불러일으킨 것에 의해 오하이오 주로 이동하였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한 회사의 책임자였던 매그너스보다 전투에 단련된 군인이 헬게이트를 착용하는 것이 맞지만, 그가 미 정부쪽의 입김이 커져야만 한다는 이유로 최초에 사용자 설정을 매그너스만이 사용할 수 있도록 맞춰둔 상태였다.

게다가 매그너스 본인도 직접 싸우고 싶어하는데다 평소에 몸을 단련하고 있었고, 오랫동안 힘을 갈구해온 기억 덕분에 특수부대 출신보다 더 강한 정신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특히, 정신력 하나만으로 세뇌 능력자의 공격을 버틸 수 있는 그의 강인한 정신력은, 그 한가지만 따지자면 진정한 영웅과도 같았다.

어쨌든간에 헬게이트의 사용자 등록이 되어 있어서, 억지로 해킹하여 다른 사용자로 변경하려던 정부는 결국 해킹에 실패하면서 포기하고 말았다.

겨우 한번 실패하고 포기한건 뭐가 이상하지 않냐 싶겠지만, 실패와 동시에 이러한 경고음이 나온다면 누구라도 조심할 수 밖에 없으리라.

-해킹을 감지. 또다시 해킹을 감지하면 1시간동안 모든 생명체를 학살하는 학살 모드를 실행후에 자폭합니다.-

거기다가 직접 만나본 설계자인 진우의 성격을 느끼게 된 정부측 인사들은 이 경고가 절대 농담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헬게이트는 매그너스의 전용기로서 사용되었다.

어쨌든, 이 둘이 오하이오 주의 부대까지 온 것은 그만큼 네크로맨서의 힘이 위험하다고 판단한 정부의 판단인 것이다.

"그건 그렇고 언제 어디서 출동해야 할지 모르는데 너무 과격하게 운동하는거 아닌가?"

"그정도로 움직이지 않으면 몸이 굳어버려. 아무리 이 슈츠 덕분에 힘을 얻었다지만 몸이 굳는 문제는 직접 몸을 움직여서 풀 수 밖에 없어."

아론은 열기가 느껴지는 목소리로 비어버린 캔을 쓰레기통에다가 가볍게 던졌다.

"그리고 이보다 더 지친 상태에서 싸워본 적도 많았고."

"후후. 역시 너를 선택한 것이 정답이였군."

"그 부분은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매그너스에게 있어서 자신의 인생을 구원해준 사람이 진우라면, 아론에게 있어선 매그너스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가 자신을 선택하지 않았더라면, 자신의 재능이 이능력이라는 힘 앞에서 무너지는 것을 평생동안 괴로워하면서 살아갔을 테니까.

"그런데 그 건호라는 자, 대체 언제 돌아오는거지?"

"글쎄? 진우를 따라 갔으니 그와 함께 돌아오겠지. 그는 쾌락주의자다 보니 어디 한곳에 가만히 있기엔 불가능한 인종이라서."

아론의 모든 관심사는 진우의 부하인 김 건호에게 몰려 있었다.

처음부터 강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지만, 실전적이며 사람을 효율적으로 죽이는 최적의 방식을 가진 무술의 소유자.

이능력자들은 대부분 무술을 배워도 압도적인 신체적 능력을 이용하여 힘을 사용하려는 본능이 있는데, 그의 무술에는 효율성만이 있을뿐이지 일방적으로 강한 힘을 사용하는 부분이 없었다.

그와 주먹을 부딪힐때마다 아론은 자신의 실력이 다시 태어난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정도로 배우는 부분이 많았고, 무엇보다 그만한 힘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능력적인 힘이 검출되지 않는다는 것이 강한 호기심을 가지게 만들었다.

"마치 첫사랑에 빠진듯한 모습이로군."

"첫사랑이라…어찌보면 맞는 말이지도."

매그너스는 농담하듯이 놀렸지만, 아론은 그 농담을 반쯤 진실로 받아들였다.

그의 머릿속에는 건호와 계속해서 승부를 하여, 자신을 발전시키고 싶다는 무술가로서의 욕망에 휩쌓여 있었다.

"그의 무술은 화려하긴 하지만 TV에서나 나올법한 쇼맨쉽 펼치는 무술가와는 화려함의 차원이 달라. 진짜로 사람을 죽이기 위한 무술을 배웠고, 무술의 극에 달한 달인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이 보자면 너의 재능도……."

"나는 달인이 아냐. 눈썰미가 있는 사람이 나와 그 자를 같이 확인해보면 그 차이를 확연하게 느낄 수 있을걸?"

무술을 나름 배우긴 하였지만, 스포츠 형식으로 배워서 달인의 세계와는 거리가 먼 매그너스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아론은 확고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와 계속 싸워야 해. 그것이 나의 무술이, 내가 진정한 강자로 가는 유일한 지름길이니까."

"그렇다고 우리 임무까지 너무 대충하진 말라고."

"물론이지. 서로를 죽이는 실전으로만 얻을 수 있는 것이 있으니까. 그러니까 여기까지 오는데 아무런 불만없이 잘 따라오지 않았나?"

네크로맨서의 등장으로 후다닥 이동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아론은 아무런 불만도, 짜증도 내지 않으며 상황에 수긍하였다.

그는 이미 자신이 정부의 소유물이라는 것을 스스로 인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다행히 그의 관심사가 단련과 강자와의 싸움이라서 가만히 있는것이지, 만약 그가 권력을 원한다던가 부에 대한 욕심이 많았다면 자신의 몸값에 대해 협상하느라 정부와 마찰을 일으켰으리라.

"그런데 하나 묻고 싶군. 손 진우라는 그 동양인, 대체 정체가 뭐지?"

"…천재적인 과학자?"

"그딴걸 묻는가 아냐. 너도 알텐데? 그 자의 눈은 건호보다 더 많은 인간을 죽여본 자의 눈이야. 수백은 기본이고 가볍게 수천 이상까지 죽여본 눈이라고. 그런 눈을 가진 놈이 지금까지 무명이다? 이게 말이 안된다는건 본인 스스로가 더 잘 알고 있지 않나?"

"……."

매그너스는 입을 다물었지만, 그 행동은 무언의 동의와도 같은 것이였다.

"나는 애초에 그 남자가 너와의 약속으로 스스로 찾아왔다는것 자체가 이상하다고 생각하다 생각한다. 그 자는……."

"나도 알고 있다."

아론은 진우라는 인간을 향해 온갖 의심을 쏟아부었고, 그 의심에는 타당한 이유와 근거가 있었다.

매그너스 또한 그 의심을 해왔었고, 지금도 현재진행형으로 발전하고 있다.

하지만,

"하지만, 나에겐 그딴건 큰 문제가 안 돼. 중요한건 그는 내 일생의 소원을 들어주었다는 것이니까."

"…무슨 수작을 부릴지도 모르는데?"

"만약, 내게 어떤 수작을 걸었다면 나는 분노하고 그와의 관계를 끊겠지. 하지만, 아직까지 그는 내게 어떤 속임수도, 수작도 부리지 않았고, 나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되돌아왔다. 굳이 내가 먼저 척을 질 이유가 있나?"

말은 이렇게 해도 매그너스의 목소리에는 진우를 향한 호감이 섞여 있었다.

그만큼 그가 가진 힘에 대한 갈망과 집념이 크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위이이이잉---!!!

"!!"

"!!"

그 때, 부대 내에서 사이렌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매그너스는 재빨리 열어둔 해치 안으로 들어갔고, 헬게이트와 연결된 지휘본부와 통신을 연결했다.

"무슨 일입니까!"

-네크로맨서 일당이 등장했습니다! 위치는 좌표를 전송하겠습니다!-

지휘본부의 통신담당으로부터 네크로맨서의 등장을 확인한 매그너스는 자신에게 보내진 좌표 데이터를 확인하였다.

'127km. 가깝다!'

일반 군대가 저만한 거리를 아무런 방해없이 간다고 해도 상당한 시간이 소모되지만, 헬게이트와 이능력자의 힘을 사용하면 그다지 먼 거리는 아니다.

"아론!"

"준비됐다."

이 부대 내에서 가장 강력한 전투력은 이 두 사람이였기에, 그들은 곧바로 네크로맨서가 등장한 곳으로 이동하였다.

그들의 목표는 네크로맨서가 죽은자를 더 많이 만들기 전에 제압하는 임무임과 동시에, 아군 부대가 도착할때까지 시간을 버는 역할이다.

두 사람은 빠르게 이동하면서 풀튜닝 스포츠카 따윈 가볍게 씹어먹는 속도로 나아갔다.

몇분 안돼 절반 이상 향할 때,

-상황 갱신! 네크로맨서가 등장한 도시에 기이한 물체가 떨어졌습니다!-

"기이한 물체?"

우주에서 떨어진 행성 포식자에 대한 소식이 그들에게도 확인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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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이건 대체……."

"……."

네크로맨서가 공격한 도시에 도착하여, 가장 먼저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적당히 높은 빌딩 건물 옥상에 올라온 매그너스와 아론은 눈 앞의 참상에 할 말을 잃었다.

한 쪽은 죽은자들이 일어나서 건물을 공격,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을 습격하여 숫자를 불려나가고, 다른 한 쪽에서는 처음보는 생물체가 날개를 펴 올리며 민가, 상가를 가리지 않고 창문을 박살내면서 안으로 들어가 인간의 것으로 보이는 피묻은 살점 덩어리를 들고 나온다.

그렇게 나온 외계 생물체는 붉은 핏줄같은 것으로 완전하게 뒤범벅된 고층 빌딩으로 향하였고, 고층 빌딩의 수백, 수천의 창문을 통해 끊임없이 안팎을 오가고 있었다.

"이것도…네크로맨서의 짓인가……?"

"그건 아닌것 같은데."

매그너스가 분노로 푸들거릴때, 아론은 그의 예상과는 정반대의 상황을 발견하고선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의 손가락이 가리킨 곳은 좀비들이 날아다니는 생물체를 마구잡이로 공격하듯이 팔을 휘저었고, 벌레같이 생긴 그것은 재빨리 자신이 토막내던 팔 하나만 줍고 후다닥 도망치고 있었다.

그 뒤로 네크로맨서로 보이는 여성이 팔을 올리자 팔 하나가 잘려있던 인간의 시체는 그대로 벌떡 일어나 죽은자의 군대에 합류하였다.

"서로 적이거나, 최소한 협조적인 상황은 아냐. 문제는……."

"양쪽 모두 인간을 하나라도 더 차지하려고 하는군……."

그렇다.

한 쪽은 인간을 죽여서 좀비로 만드는 네크로맨서.

다른 한 쪽은 인간을 죽이고, 그 시체를 자신들의 본거지로 옮기는 기이한 생물체들.

공통점은 양쪽 모두 인간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고, 다른 점은 인간을 사용하는 그 방향성이 다르다는 것이다.

까드득!!

헬게이트에 탑승한 매그너스는, 자신도 모르게 어금니를 깨물며 분노를 느꼈다.

"이…이이…이게 무슨 짓거리냐! 인간을 한낱 자원으로 사용하다니! 이…이런……!"

그는 자신의 언어 구사 능력으론 네크로맨서와 기이한 생물체들에게 어떤 욕을 쏟아부어야 할지 몰라서 말을 더듬거렸다.

세상에 존재하는 심한 욕을 쏟아부어도 저 빌어먹을 개자식들이 하는 짓보다 약하다고 생각될 정도.

얼마나 분노하였는지, 분노로 인해 머리에 피가 급속도로 쏠리면서 살짝 어지러움을 느낄 정도였다.

"…간만에 제대로 화가 나려고 하는군."

지금까지 자신의 문제에만 신경쓰던 아론조차 인간으로서 분노를 드러냈다.

그만큼 이 도시의 처참한 광경은 분노를 일으키게 만들기에 충분했던 것이다.

"양 쪽 모두 우리가 처리해야 하는 적인건 분명하군. 어떻게 할거야? 시간이 지날수록 위험한데."

다른 이능력자들은 아직 도착하지 못하였다.

즉, 이 곳에서 당장 전력으로 쓸만한건 자신들 둘 뿐.

"내가 저쪽을 처리한다."

매그너스는 손가락으로 행성 포식자의 숙주가 자리잡은 고층 빌딩을 가리켰다.

일일이 괴물들을 쫓아다니기 보단, 아예 적이 오가는 구역 하나를 자리 잡을 계획을 세운 것이다.

"드디어 헬게이트의 모든 무장을 사용할 수 있겠군."

지금까지 강력한 살상력 때문에 제대로 사용할 수 없었던 모든 무장을 아낌없이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졌으니, 그 기회를 마다할 이유는 없었다.

"그럼 나는 네크로맨서쪽을 처리하지."

"네크로맨서도 바보는 아니다. 분명 강력한 경호원을 뒀을게 분명해."

매그너스는 당장 네크로맨서를 쳐죽이고 싶긴 하였지만, 이성적으로 생각하자면 자신을 향해 직접적으로 가해올 공격을 막고자 경호원들을 뒀을게 분명하기에 일단 좀비들의 숫자를 줄이라고 말하려 하였다.

"보아하니 저 네크로맨서라는 년이 직접 시체를 일으켜세워야 하나 보더구만? 그러니 시체를 일으킬 수 없게끔 정신사납게 공격하면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겠어?"

"그것도 그렇지만……."

하지만, 아론 혼자서 네크로맨서 일당을 상대해야 한다는 것이 영 불안한 매그너스였다.

"걱정말라고. 나는 무술의 달인이 되기 전까지 죽을 생각은 없으니까. 특히 죽어도 저런 좀비가 되는 자리는 더더욱."

매그너스와 아론은 사람들을 구출하기 보단, 적의 발목을 묶어놓는게 더 효율적이라 생각하면서 적진을 공격하기로 결정하였다.

"…그럼 뒷일을 맡기지."

"그쪽이야 말로 저 괴물들의 숫자를 충분히 줄여놓으라고."

두 사람은 간단하게 주먹끼리 부딪히면서 전의를 다졌고, 신호도 없이 동시에 각자의 목표를 향해 향하였다.

============================ 작품 후기 ============================

카페의 가입 기간은 오늘까지 입니다. 오늘 자정이 넘은 순간에 비공개 카페로 전환하겠습니다.

일단 저도 더 나은 방식으로 삭제분을 공유할 수 있게끔 노력하고 있으니 더 좋은 공유 방법이 있으면 언제든지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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