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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장
매그너스가 행성 포식자의 관심을 끌면서 숫자를 줄여나갈때, 아론은 기척을 죽이고 네크로맨서 일당을 향해 접근하였다.
'어떤 능력인지는 모르지만, 네크로맨서는 직접 시체를 불러일으키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바꿔 말하면 네크로맨서만 견제한다면 쉽게 숫자를 불릴 수 없다는 뜻.'
…
"그어어어--"
파쿠르처럼 건물의 벽과 벽을 타면서 빠르게 이동하는 그는, 좀비가 되어 네크로맨서의 조종을 받는 사람들의 모습을 내려보면서 조용하게 분노를 곱씹었다.
이건 살인보다 더 죄질이 고약하다.
사람을 죽인것만 해도 용서받기 어려운데, 죽은자를 조종하여 자기 마음대로 조종하는 것은 인간에 대한 존엄성을 더럽히는 최악의 악이나 마찬가지다.
특히, 개인의 권리가 강한 미국에서는 아무리 좋은 일이라 하더라도 가족의 허락 없이는 절대로 죽은자의 시체를 사용할 수 없고, 그런 가치관 속에서 자라난 미국인인 아론에겐 네크로맨서의 악행은 삼태극의 치우와 동급으로 보일 수 밖에 없었다.
일단 네크로맨서에게 들키면 안 되기에, 최대한 조심스럽게 건물과 건물 사이를 이동하면서 접근하던 아론은, 30m 거리 안에 위치한 건물 옥상까지 접근하는데 성공하였다.
일반인간의 전투라면 30m는 기습적으로 달려나가 근접전을 치루기엔 너무나 멀지만, 신체 강화 8등급이라면 30m쯤은 2초 안에 도달할 수 있다.
하지만, 상대방 또한 보통 능력자는 아니니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접근해서 기습을 가해야만 한다.
대부분의 건물 옥상에는 사람들이 넘어지지 않게끔 아무리 낮아도 허리 위까지 올라오는 턱이 있는데, 그 턱 뒤에 몸을 숨기면서 고개만 빼꼼히 내민 아론은 네크로맨서 일행의 모습을 확인하였다.
맨 앞에서 주도적으로 나서며, 다른 이들의 호위를 받는 젊은 동양인 여성 한 명.
그리고 몸 여기저기에 붉은 근육으로 뒤덮힌, 인간이 아닌 존재의 근육을 붙여놓은듯한 모습을 가진 동양인 여성 한 명.
마지막으로…….
"!!"
아론은 네크로맨서의 곁을 호위하고 있는 근육질 노인의 모습을 확인한 순간, 자신도 모르게 깜짝 놀라 재빨리 몸을 숙였다.
'뭐…뭐지…이건……!?'
아론으로선 처음 겪어보는 일이였다.
단지 상대방의 존재를 확인하였을 뿐인데, 그 존재감 자체만으로 위기감을 느끼게 만들었다.
그는 기본적으로 격투가쪽으로 성공하고 싶어하였으나, 현실은 그렇게 만만한게 아니였기에 가끔씩 먹고 살기 위해서 뒷골목을 전전하기도 해야 했다.
거기서 사람을 몇 죽여본 이들도 있었고, 먼 발치서 수십, 수백의 민간인을 죽인 유명한 빌런도 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네크로맨서의 곁을 호위하는 노인은 그런 빌런들하곤 차원이 다른 존재였다.
마치 처음부터 사람을 죽이기 위해 태어난 듯한 살기.
엄청난 금액의 현상금이 걸린 빌런조차 가볍게 씹어먹을듯한 강자의 풍모.
거기다가 온 몸에서 느껴지는 달인의 기세.
그렇다.
김 건호 말고도 또다른 무술의 달인이 존재하였던 것이다.
그것도 사람을 죽이는데 이골이 난.
하지만, 아론은 아수라의 모습에 오히려 전의가 들끓는것을 느낄 수 있었다.
싸우고 싶다.
저 자와 싸우고 싶다.
목숨을 건 혈투를 벌이고 싶다.
저 노인과 생사를 넘나드는 결투를 벌인다면 자신은 달인을 향해 몇 발자국 나아갈 수 있다.
그의 안에 있는 무술가로서의 욕망이 인간으로서의 분노를 밀어내기 시작한 것이다.
'게다가 저 노인이 있는 이상, 아무리 치고 빠진다 해도 네크로맨서를 방해할 수 없다. 그렇다면 차라리 저 노인을 내가 상대하고, 다른 이능력자들이 네크로맨서 일행을 공격하게 하면 되는거잖아?'
그렇게 자기합리화를 한 아론은 혀를 날름거리면서 전의를 다지고, 숨어있던 방지턱 위로 몸을 일으켰…….
"안녕하신가?"
"!!"
몸을 일으키자마자 보이는 것은 아무리 봐도 자상함이라곤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 험상궂은 얼굴.
거기다가 흉측한 흉터가 머리 한 쪽에 파여있는 노인은 아론이 숨어있는 방향으로 날아가듯이 점프하며, 그와 얼굴을 마주치자 가볍게 인사하였다.
"잘가게."
쒜엑-!
마치 마하의 속도로 날아가는 전투기가 자아내는 소음과 비슷한 소리가 노인의 주먹에서 퍼져나오면서 아론의 얼굴을 향해 쏘아져 나갔다.
아론은 직감적으로 막으면 팔이 부러진다고 판단, 재빨리 자세를 잡으며 아수라의 주먹을 손등으로 밀어올리고선 몸을 크게 회전하였다.
유능제강의 원리를 이용하여 막거나 피할 수 없는 막강한 힘을 흘려보낸 것이다.
콰앙!!
"호오?"
설마 이 젊은 무술가가, 그것도 서양인이 유능제강의 원리를 이용하여 자신의 공격을 받아내리라곤 상상도 못한 아수라는, 땅바닥을 주먹으로 내리 꽂으며 감탄사를 내뱉었다.
"꽤나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군. 허나, 완벽하진 않아."
"큭……!"
아수라의 말대로다.
어떻게 흘려보내긴 하였지만, 완벽하게 흡수하지 못하여 손목뼈가 꺽이면서 탈골이 되어버렸다.
아론은 힘없이 덜렁덜렁 거리는 자신의 손목뼈를 붙잡아 강제로 끼워맞췄고, '우득' 거리면서 듣기 싫은 뼈소리가 울려퍼졌다.
욱씬- 욱씬-
억지로 끼워맞춘 손목뼈가 고통을 호소하였지만, 아론은 자세를 잡으며 아수라를 향해 노려보았다.
겨우 손목뼈가 아프다면서 조금이라도 다른 곳으로 정신을 판다면 몸뚱아리가 뜯겨져 나갈 것이 분명하니까.
"설마 정무맹을 제외하고 이정도 실력의 무술가가 존재하리곤 예상하지 못했는데. 뭐, 그래도 상관없나."
으지직-
아수라는 살짝 다리를 벌리면서 허리를 낮추자, 그의 발을 중심으로 바닥에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하였다.
신체 강화자라면 단순히 힘자랑 형식으로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지만, 아수라는 바닥에 균열이 일어날 정도의 힘을 가하면서도 자연스럽게 자세를 취하였다.
즉, 힘자랑하기 위한 동작이 아니라, 그에게 있어서 가장 기본적인 자세라는 뜻.
"카핫!"
투쾅!
상대를 가볍게 제압할 수 없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낀 아수라는, 전력을 쏟아부어 단숨에 고깃덩어리로 만들기 위해 기합성을 내지르며 쏘아져나갔다.
'재능이 있다 해도 애송이는 애송이! 단숨에 처리해주마!'
아수라는 전력을 실은 스트레이트 펀치를 아론의 머리통을 부술 기세로 내질렀다.
'죽는다!'
아수라의 주먹은 그가 지금까지 본 주먹들 중에서 가장 살기가 넘쳤다.
사람을 가장 효율적으로 죽일 수 있는 속도와 파괴력, 그리고 살기가 들어간 펀치는 그야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살인병기였다.
기가 약한 사람이라면 명백하게 사람을 죽일 기세로 휘둘러오는 주먹의 모습에 심장마비에 걸릴 정도의 존재감을 느꼈지만,
히죽……
어째서인지 아론의 입가에서는 미소가 지어졌다.
그와 동시에 아론은 전력을 다하여 팔등으로 자신의 안면을 향해 날아오는 아수라의 주먹을 올려치며, 무릎을 굽히고선 허리를 낮춘채로 앞으로 무게 중심을 앞으로 쏘아보내며 팔꿈치로 아수라의 복부를 향해 찔러넣었다.
팔꿈치로 상대방을 가격하는 팔극권의 정심주.
퍽!
"!!"
아수라는 무게 중심까지 이용하여 절묘하게 복부를 찔러오는 팔꿈치 공격에 이마가 찌푸려졌다.
"감히!"
상대방이 팔극권을 배우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였지만, 그 댓가로 건방진 애송이에게 한 방 맞았다는 굴욕감을 느낀 아수라는 정심주 자세에서 추가타로 다시 한번 공격을 가하려는 아론의 모습에 진각을 밟았다.
콰직!
팔극권뿐만 아니라, 대다수의 중국 무술들은 하체가 위력의 50% 이상을 차지한다.
즉, 제대로 디딜곳을 없앤다면 수많은 중국 무술들은 그 위력을 잃는 것이다.
물론, 진정한 고수라면 그 상황에서도 최대한의 위력을 낼 수 있게끔 응용을 하겠지만, 아무리 봐도 20대로 밖에 안보이는 젊은 서양인 무술가가 그 정도의 관록과 경험을 가졌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었다.
휘청-
"죽어라!"
아수라는 자신의 예상대로 땅이 무너지면서 제대로 디딜 장소가 없어지자 휘청거리는 아론의 안면을 부숴버리기 위해 팔꿈치로 힘있게 올려쳤…….
덥썩!
"!?"
순간, 아론은 기습적으로 아수라의 뒷목에 양 손을 붙잡아 깍지낀채로 힘있게 그의 뒷목을 내리 눌렀다.
그리고 이어지는 무릎 연타.
상대방의 뒷목을 잡아 휘젓는 넥레슬링과, 넥레슬링으로 제압한 상대방의 안면을 무릎으로 공격하는 무에타이 기술이 튀어나온 것이다.
'팔극권이 아냐!?'
아수라는 자신의 뒷목을 버팀목 삼아서 무차별적으로 자신의 안면을 걷어차는 아론의 공격에 당황하였다.
그도 그럴것이 적의 입장인 자신이 봐도 자신의 몸에 꽂혀 들어간 정심주는 매우 완벽했기에, 그가 팔극권의 고수라고 판단하였기 때문이다.
퍽!
"큭!"
흐름을 빼앗긴 아수라는 아론의 무릎에 안면을 공격당하면서 고통어린 신음성을 내질렀고, 아론은 계속해서 넥레슬링을 하며 아수라의 안면을 향해 연달아 무릎으로 차 올렸다.
"이 놈이!"
아수라는 자신의 뒷목을 붙잡고 있는 아론의 몸통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고, 이미 이러한 상황을 예견한 아론은 넥레슬링을 하던 두 손으로 아수라의 팔을 붙잡더니 그대로 점프하여 아수라의 몸통에 다리를 끼워넣고선 암바를 걸었다.
팔극권에서 무에타이로, 무에타이에서 주짓수 기술로 넘어간 아론의 공격은 마치 이 동작들이 하나의 무술이였던 것 마냥 자연스럽게 물흐르듯 흘러갔고, 아수라는 자신의 팔꿈치를 부러뜨리고자 힘을 가하는 아론의 모습에 표정이 고통으로 일그러졌다.
단지 힘 대 힘의 대결이라면 아수라가 이기겠지만, 정확하게 힘을 집중시킬 줄 아는 고수들끼리 싸우게 된다면 많게는 몇단계의 차이조차 좁힐 수 있는게 바로 무술이라는 세계다.
아론은 단련된 일반인의 몸으로 신체 강화 3등급의 강자까지 꺽을 정도로 능숙하였고, 아수라는 팔극권, 무에타이, 주짓수로 시시각각 변하는 아론의 흐름에 대응하지 못하여 끌려다니고 말았다.
"카하앗!"
이 좁고 디딜 장소가 부족한 옥상은 아수라에게도 매력적인 장소는 아니였는지, 그대로 옥상 아래로 뛰어내리면서 암바가 걸린 팔을 크게 위아래로 휘둘렀다.
놓지 않으면 아수라의 괴력에 머리가 박살난다고 생각한 아론은 재빨리 암바를 건 손을 풀면서 아수라의 몸을 발로 쳐내면서 거리를 벌렸다.
"그어어어---"
"그으으--"
주변에서는 좀비들의 신음성이 울려퍼졌지만, 그 누구도 아론에게 접근하지 않았다.
아수라가 자신들을 향해 접근해오는 침입자를 직접 처리하겠다고 도윤에게 설명해뒀기에, 소음이 들려오자마자 좀비들에게 다른 방향으로 이동하게끔 명령을 내린 것이다.
"스으으-- 후우우--"
만약, 이게 보통의 무협지였다면 포악하고 잔인한 성격의 고수가 새파랗게 젊은 신진 고수에게 당하면서 분노를 토해냈겠지만, 삶의 무게 자체가 다른 아수라는 자신이 몇번이나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크게 심호흡을 하면서 자기 자신을 진정시켰다.
"놀랍군. 설마 여러가지의 무술을, 그것도 높은 수준으로 완성해 있다니."
일단 분노를 진정시킨 그는 가장 먼저 아론의 실력에 감탄사를 내보냈다.
20대의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팔극권, 무에타이, 주짓수, 이 무술들을 완벽하게 사용하고, 응용까지 가능한 수준에 달하였다는 것은 보통의 재능으론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칫. 차라리 흥분해줬으면 더 좋았을텐데.'
하지만, 아론은 아수라가 더더욱 흥분하여 자신을 죽이겠다고 달려드는 쪽이 더 마음 편했다.
아무리 고수라 해도 잔뜩 흥분해 있다면 찔러넣을 빈틈 또한 많아지기 때문이다.
지금의 아수라는 방금전처럼 적을 재빨리 처리하겠다는 마인드를 버리고, 표정까지 진중해져 있었다.
"흐흐흐…역시 세상은 넓어. 나와 같은 진짜배기 무술가들이 두 명이나 있다니 말이야."
'두 명?'
한 명은 자신을 말하는걸테고, 다른 한 명의 무술가는 또 누구인가 싶어 호기심을 느낀 아론이였지만, 그는 아수라와 사이좋게 담소를 나눌만한 상황이 아니였다.
"허나, 자네는 아직 미완성의 무술가로군. 움직임이 너무 깔끔해."
"깔…끔하다고……?"
아론은 그가 무슨 말을 하는건지 이해하지 못하면서 눈쌀을 찌푸렸다.
"분명 자네는 방금전에 보인 세 가지의 무술 외에도 다른 무술을 배워뒀겠지. 허나, 그건 모두 '스포츠화' 된 무술들 뿐이네. 즉, 자네의 주먹은 상대방을 쓰러뜨리기 위한 용도밖에 되지 않아."
깔끔하다? 쓰러뜨리기 위한 용도밖에 되지 않는다?
"대체 무슨 말을……."
이해가 되지 않은 아론이 뭐라 따져물으려 하던 순간, 아수라의 몸에서 엄청난 농도를 지닌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큭……!"
마치 끈적끈적한 늪이 다리를 잡아당기는것 마냥 몸이 무거워진다.
"보여주지. 자네의 주먹과 나의 주먹이 가진 차이를."
아수라는 다리를 벌리고 허리를 낮추면서 앞으로 튀어나갈 수도, 양 방향에서의 공격을 받아낼 수 있는 자세를 취하였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무술은 모르고 몸만 키운 보디빌더가 폼을 잡는듯한 모습이였지만, 아론은 그에게서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꼈다.
"그럼 가볼까."
아수라는 그렇게 말하면서 두 발을 빠르게 움직이며 아론을 향해 쏘아져나갔다.
그리고 높은 키를 이용하여 내리치는 펀치를 휘두를 자세를 보였다.
일단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여 방어자세를 취하며 아수라의 공격을 회피하려던 찰나,
'!?'
자신의 안면을 막고 있는 두 팔이 아수라의 주먹과 닿으면서 분쇄되는 환영을 보게 되었다.
"으윽!"
아론은 자신도 모르게 몸을 크게 뒤로 빼버렸고, 아수라는 쓸대없이 커진 아론의 회피 동작을 확인하고선 재빠르게 달려나가 인파이터 복서마냥 아론과 자신의 어깨를 부딪히면서 서로의 숨소리가 들릴정도로 가깝게 접근하였다.
그와 동시에 그는 자신의 몸통이 폭발하듯이 뚫려나가는 환영을 보게 되었다.
"흐헉!"
뒤이어 아수라의 주먹이 휘둘러지면서 자신의 복부를 공격하려 하자, 아론은 또다시 기겁하면서 전력으로 거리를 벌렸다.
'뭐…뭐야 이건……!?'
"주먹이라는건 말이세."
지금까지 땀을 흘리지 않았던 아론은 식은땀을 흘리면서 당황하였고, 아수라는 그런 아론을 향해 입을 열었다.
"상대방을 쓰러뜨리겠다는 각오로 휘두르는게 아닐세."
그는 천천히, 무방비한 자세로 나아갔으나, 아론은 그런 무방비한 모습에도 불구하고 자신도 모르게 뒤로 도망치듯 발걸음을 옮겼다.
"이 공격으로 상대방을 죽이겠다는 각오로 확실하게, 묵직하게 꽂아넣어야 하는 법이네."
아수라는 살짝 입을 쉬면서 재차 말을 이어갔다.
"나는 증오와 복수로 얼룩진 나의 삶을 주먹으로 옮기면서 무술을 단련하였지만, 자네는 단지 상대를 죽이기 보단 쓰러뜨리기 위해 스포츠화 된 무술들을 배웠지."
이내, 여유로웠던 아수라의 얼굴이 불교 신화의 아수라처럼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그딴 주먹으론 내 평생을 걸친 증오를 못 쓰러뜨린단 말이다!!"
"크윽!"
"고대로부터 무술은 맨손으로 무기를 가진 적을 효율적으로 죽이기 위해 발전된 살인술! 정해진 링 안에서 주먹끼리 맞부딪히는 무술가 따위가 감히 내게 대적하려는 것이냐!!"
평생을 복수와 증오속에서 살아오며, 그 삶으로 단련시킨 아수라의 주먹질 하나하나에는 상대방을 죽이겠다는 각오와 살기가 들어가 있었지만, 아론은 아수라처럼 죽음과 365일 언제나 함께하는 인생을 살아오지 못하였다.
주먹에 살의를 담아낼 줄 아는 무술가와 그렇지 못한 무술가.
단지 상대방을 쓰러뜨리는 주먹을 배웠고, 그렇게 단련된 아론에겐 아수라는 생전 처음 겪는 타입의 무술가였다.
적을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는다는, 누군가에게 쫓기는듯한 절박함이 깃든 살기를 주먹에 담아내는 무술가.
아론은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압도적인 살기에 기가 눌린듯이 호흡이 가파지기 시작하였다.
============================ 작품 후기 ============================
예전에 주인공이 연예계에 들어가서 활약하는 현대물 소설이 있었습니다.
그런 소설들을 보다가 문득, 정말로 연예계가 이런 곳일까 싶어서 어떻게든 연예계의 상황을 알아보고자 머리좀 굴려봤죠.
그렇게 머리를 굴려서 나온 답은 '엑스트라를 해보자!' 였습니다.
원래 어떤 직장이든지 그 곳의 진실은 맨 밑바닥을 통해 드러나는 법이니까요.
잘만 되면 소설을 위한 설정으로도 쓸 수 있을테고, 돈까지 벌 수 있으니 1석 2조라 생각했죠.
저는 어떤 문제로 탁상공론을 하느니, 약간이라도 좋으니 직접 뛰어들어가서 체험하는걸 선호합니다.
그 때의 경험을 통해, 만약 엑스트라 일을 해볼 생각을 가지신 분들께 조언을 해드리겠습니다.
하지마세요.
농담이 아니고 진짜 하지마세요.
거긴 노동자에 대한 대우도 없고, 인권도 없습니다. 거의 하루동안 엑스트라 일을 했는데 돈은 좆같이 줍니다.
특히 내가 사극 찍어봐서 아는데, 거기는 특히 엑스트라 최하위들의 모임입니다.
배우들은 배우들끼리 모여서 찍고, 엑스트라들은 배우 얼굴 한번 못보고 땡볕에서 물도 안주고 부려먹음. ㅇㅋ?
배우들 등장할때 움직이는 엑스트라들은 다 베테랑이나 나름 교육받은 전문 엑스트라들임. 거기에 님들이 낄 자리는 없음.
그 뭐시냐, 의사가 조선시대로 타임슬립한 드라마 있잖아요?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했었던 드라마.
제가 거기 엑스트라 갔는데, 바로 옆에 외국인 엑스트라들이 있었습니다.
근데 외국인 엑스트라들에겐 옥수수 수염차를 아주 시원하게 해서 주고, 우리들은 물조차 안주더라고요.
그때 나뿐만 아니라 엑스트라 전체가 씨발 그 옥수수 수염차를 좆같이 마시고 싶어서 침 꼴깍꼴깍 삼키는데 이 새끼들은 물을 줄 생각을 안 함. 아니, 주긴 줬는데 목 마른 사람이 몇인데 아주 꽝꽝 얼린 생수통 몇개 줌 ㅅㅂ
나중에 엑스트라 일 끝내고 편의점 가서 그 씨발 옥수수 수염차를 2개 사서 아주 원수 잡아먹듯이 벌컥벌컥 쳐마셨습니다.
액체를 아그작 아그작 씹어 먹었다구요.
제가 간 곳이 재수가 없다고요? ㄴㄴ
엑스트라 전체가 다 그렇습니다.
걔네들은 진짜 엑스트라 인원 없어서 고생좀 해봐야 해요. 너 없어도 할 사람 많다면서 그냥 배짱임.
그러니 님들은 엑스트라를 절대로 하지 마시고, 하겠다는 분이 있으면 반드시 막으세요. 가봤자 고생만 하고 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