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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장
"……."
"……."
"……."
"……."
방금전까지만 서로를 죽고 죽이던 살기넘치던 전장이 한순간에 조용해졌다.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것은 펜타곤의 다섯 리더중 한 명, 스캇이였다.
"모두 정신차려라! 저 자만 죽인다면 삼태극은 끝이다!"
"!!"
그렇다. 이들이 당황한 이유는 치우의 중2병 발언도 있었지만, 설마 그가 자신들 앞에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곤 조금도 예상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으로 말하자면 여기에 있는 치우만 잡으면 이 지긋지긋한 인간들간의 전쟁도 끝이 난다는 것!
아수라 일행을 공격하던 펜타곤의 히어로들은 타깃을 바꾸어 그를 공격하려 하였지만,
"훗. 나를 치시겠다? 꿈도 크시군."
딱!
치우는 가볍게 손가락을 튕기며 자신의 곁에 있던 세 명의 노예들로 하여금 공격 신호를 내렸다.
모두 치우와 똑같은 가면을 쓰고 있는것으로 보아 간부 클래스급 임을 확신한 펜타곤측에서는 그녀들을 처단하고 치우를 공격하고자 하였다.
하지만, 삼태극의 간부 클래스급은 그들이 예상했던것 보다 더 강했다.
미리 흑표범의 모습으로 변신한 셀리는 빠른 속도로 달려나가 선두로 나섰고, 아수라도 귀찮게 만들었던 염동력자들이 셀리의 몸을 염동력으로 억압하였지만,
"캬릉!"
그녀는 표범으로 변한 신체적 구조로 인한 동물의 울음소리 같은 기합성을 내지르며 아무렇지 않게 발을 날렵하게 휘두르면서 선두로 나서던 신체 강화자의 안면을 후려쳤다.
파각!
"크헉!?"
아군 염동력자들이 움직임을 방해하기 위해 능력을 사용했을거라 예상했었던 그는 셀리가 가한 힘의 방향으로 볼품없이 나가떨어지고 말았다.
어찌보면 그렇게 했을거라고 일방적으로 예상한 그가 나쁜것 같지만, 이들은 모두 서로 호흡을 맞춰오고 신뢰를 바탕으로 함께 싸워온 동료들이다.
즉, 이런식의 방법을 여러번 해왔고, 상대방이 어떤 능력으로든 염동력에 의한 구속을 풀어내거나 저항한다면 염동력자들이 먼저 경고를 외쳤을 것이다.
"더 억눌러!"
염동력에 의한 구속은 확실히 셀리의 몸을 붙잡고 있다.
그렇기에 염동력자들은 셀리의 능력을 너무 과소평가하여 덜 억누른 것이라 판단하여 힘을 좀 더 가하였으나,
"캬오!"
쉭쉭쉭!!
셀리는 날카로운 손톱이 달려있는 팔을 위협적으로 휘두르면서 접근하려던 신체 강화자들의 움직임을 막는데 성공하였다.
'좋아! 역시 이 유물은 나랑 궁합이 잘 맞아!'
셀리의 두 다리에는 빛이 바랜 청동색 각반이, 팔에는 팔등에서부터 어깨까지 올라오는 녹색빛 권갑이 착용되어 있었다.
그것은 중국을 무너뜨리고, 남궁 신이 확인한 미래 대비용 벙커에서 노획한 유물중 하나다.
게임 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는 진우의 방식으로 능력을 설명하자면,
-파암각
-종류 : 각반류
-유물 등급 : 5급
-이름모를 무술가가 살아생전 착용한 청동제 각반. 무의 극에 달하지 못하고 죽어간 무명의 무도가였지만, 그의 집념이 반평생을 함께한 각반에 실려있다.
-능력 : 각력의 힘을 한단계 상승시켜주며 상당한 방어력을 더해준다.
-용린권
-종류 : 권갑
-유물 등급 : 7급
-용의 비늘 형태로 이루어진 권갑으로, 어떤 무명 무장의 방어구로 사용됐다고 전해진다.
-능력 : 움직임에 방해를 주는 모든 효과를 반감시킨다.
셀리가 가진 유물들은 이러하다.
천왕랑 해모수의 용광검, 파괴신 시바의 삼지창 트리슈라.
이런 별들이 노는 곳에 왠 작대기랑 다이아몬드 따위가 끼여드나 싶겠지만, 의외로 권법가나 맨손으로 싸우는 이들을 위한 유물이 별로 없기 때문에 셀리의 입장으로선 이정도만 해도 감지덕지였다.
어쨌든, 이러한 유물의 힘으로 염동력자들의 구속을 반감시키고, 각력의 힘으로 완화시켜가며 펜타곤의 능력자들에게 기습의 우위를 살린 셀리 덕분에 여유가 생긴 릴리야는 정신을 집중하면서 자신의 힘을 끌어모았다.
'편하다. 이 생체 나노 슈츠라는 옷 덕분에 모든게 편해졌어.'
모든 정신계 이능력자들은 힘을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뇌에 가중되는 부담 때문에 장기전에 취약하다는 공통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 생체 나노 슈츠에는 정신력 회복이라는 옵션이 들어가 있어, 최대 출력의 힘을 쉬지 않고 연달아 가하지만 않는다면 초장기전에도 충분히 여유를 가지고 싸울 수 있게 만드는 최고의 보물이였다.
그렇기에 릴리야는 평소같았으면 후퇴를 위해 최소한의 여력을 남겨두는 본래의 습관조차 무시하면서 출력을 계속해서 높여나갔다.
"위! 고드름이다!"
하지만, 펜타곤의 염동력자들은 옥상 위에서 양 손을 펼치며, 냉기를 만들어내 일반인이라면 머리가 뚫려서 죽을법한 굵고 날카로운 고드름들을 만들어내는 것을 목격하고선 소리쳤다.
"늦었어!"
릴리야는 눈치챈게 늦다고 소리치며 고드름들을 힘있게 쏘아내렸고, 엄청난 양의 고드름이 장마비처럼 쏟아져 내렸다.
퍼퍼퍼퍼퍼퍽--
"크윽!산개!"
신체 강화자의 몸은 뚫진 못하지만, 멍이 들 정도의 타격을 가하는 고드름을 멍청하게 맞고 있을 순 없다고 판단한 누군가가 산개하라고 외쳤고, 다들 그 목소리에 재빨리 사방으로 흩어져내렸다.
하지만,
슈슉-
푹!
"꺽!?"
푹! 푸쿡! 스컥!
"크헉!"
"으아!"
"쿨럭!"
산개하며 고드름을 피하려던 신체 강화자들을 목표로 아키가 몸을 낮추고선 잔상이 일어날 정도의 속도로 달려나가 닌자도로 빠르게 급소만을 찌르고 베어나갔다.
아키의 닌자도는 2급 유물.
그만한 유물이라면 여러가지 능력을 가지고 있을법도 하지만, 그 닌자도는 오로지 인간을 죽이기 위한 능력을 극대화시킨 살인 무기였기에 신체 강화자들이 가진 단단한 방어력은 무용지물이나 마찬가지였다.
현역 시절에도 사용했지만, 생체 나노 슈츠를 착용한 이후로 정신력 부담이 사라진 그녀는 분신술을 사용하듯이 빠르게 움직이면서 산개하여 고드름을 피하려던 신체 강화자들을 순식간에 베어들어갔다.
검은 늑대라 불리우며 도쿄의 밤을 지배하던 닌자이며, 살라딘을 처단하기 위한 최정예 이능력자중에서도 순위권에 들었던 아키.
계속된 실전 경험을 통해 예전의 그 능력을…아니, 진우를 향한 사랑으로 전보다 더 강인한 정신력으로 무장된 그녀는 전성기 시절보다 더 날렵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하아앗!"
하지만, 펜타곤의 이능력자들은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서로 호흡을 맞추면서, 서로의 능력을 함께 하는 훈련으로 단련된 염동력자들은 눈빛만으로 절반은 고드름을 막아내고, 절반은 엄청난 속도로 빠르게 움직이는 아키의 몸을 옭아매기 시작하였다.
"큿!"
릴리야가 아무리 강해도 결국은 혼자.
펜타곤의 염동력자들이 힘을 합쳐 고드름을 막아내자 혼자의 힘으로 단합된 펜타곤의 능력자들의 저항을 이겨낼 수 없었다.
"이때다!"
"반격해!"
릴리야가 힘 조절을 하면서 아군이 맞지 않게끔 고드름의 낙하 범위를 설정하였기에, 안전하게 싸우던 셀리와 아키는 삽시간에 산개하다가 둥근 포위망을 만들어 아키와 셀리를 그 안에 집어넣었다.
그야말로 순식간에 일어난 일로, 이건 단지 훈련만으로 되는 일이 아니였다.
물론, 강도높은 훈련도 받아야 하지만, 아군이 당하면서 어느정도 구멍이 만들어졌는데도 자율적으로 그 부분을 때우면서도 혼란이 없다는 것은 그만한 실전을 겪었다는 뜻이였다.
"호오. 이게 펜타곤이구만."
치우는 중2병 모드에서 지휘관 모드로 돌아가면서, 냉정하게 펜타곤의 전술과 힘을 평가하고 있었다.
'텔레파시 능력자가 중간에서 모두에게 명령을 내리는건가? 만약 아니라면 이거 진짜 대단한건데.'
일반적으로 이런 집단 전투에서는 중간에 텔레파시 능력자를 한 두명은 반드시 끼워넣는다.
리더로서 지휘를 내리는 이의 곁에서 명령을 전달받고, 난전을 치루고 있는 아군에게만 명령을 전달하는 텔레파시 능력자는 전술, 전략적으로도 매우 가치가 높다.
텔레파시 능력자가 있다손 쳐도 이정도 움직임을 보인다는건 상당한 수준인데, 텔레파시 능력자가 없는데도 이정도라면 진짜 펜타곤이 왜 최강의 히어로 조직이라고 입을 모으는지 알 수 있을 정도다.
'좋아. 여기서 숫자좀 줄여놓을까.'
진우는 원래 적당히 이벨이 얼마나 성장했는지 확인해보려 하였지만, 펜타곤의 히어로들이 생각보다 강한 전력을 가지고 있는것을 확인하자 이들의 숫자를 조금 줄여놓기로 결정하였다.
아키와 셀리라면 저 상태로도 충분히 제 몫을 하겠지만, 이 싸움은 아수라 일행을 빠르게 구출하는 것이 목적이였기에 펜타곤의 전력을 확인하기 위한 파악은 이걸로 끝내기로 한 것이다.
냉정하게 생각하면 칼리 제국과의 전쟁에서 큰 활약을 할 수 있으니 죽일 이유가 없을지도 모르지만, 세계 정복을 꿈꾸는 자신에겐 장애물,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존재들이 바로 펜타곤이라는 이들이였다.
"흣차."
가벼운 기합성과 함께 옥상에서 점프한 진우.
쿠웅!!
10층 높이에서 떨어졌기에 상당한 소음을 터져나간다.
사사삭--
그와 동시에 반 정도는 아키와 셀리를 포위하고, 나머지는 치우를 상대하기 위해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아마 저 중에 리더격의 누군가가 텔레파시를 겸하고 있거나, 어디선가 명령을 받고 지시를 전달하고 있는것이 분명했다.
그렇지 않는다면 이런 불사분란한 움직임은 불가능하니까.
하지만, 진우는 어차피 눈 앞에 있는 펜타곤의 히어로들을 모두 죽일 생각이였기에, 굳이 텔레파시 능력자를 찾는 무의미한 짓은 하지 않았다.
"그동안 강적들하고만 싸우다보니 양민학살을 한 적이 꽤 됐거든? 힘조절을 잘 못할것 같으니 양해좀 부탁하마."
펜타곤의 히어로들은 자신들을 학살하겠다고 선언한 치우를 향해 적의어린 눈으로 노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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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우다!'
한편, 아수라 일행과 싸우고 있던 이벨과 스캇은 치우가 직접 앞으로 나오자, 지금이야말로 그를 처단할 유일한 기회임을 직감하였다.
하지만, 네크로맨서 일행을 눈 앞에 두고 모두 우르르 갈 순 없는 노릇이였기에, 스캇은 자신이 여기를 맡겠다는 눈빛과 함께 눈동자를 움직였고, 이벨은 그 뜻을 알아듣고 치우를 처단하기 위해 움직였…….
"카하아앗!!"
"!!"
순간, 이벨이 방금전까지 상대하고 있던 아수라가 거친 기합성을 내지르며 이벨을 향해 달려들었다.
4개의 팔을 모두 이용하여 주먹을 순차적으로 휘둘러나갔고,
쾅쾅쾅쾅쾅쾅쾅--!!
"큿!"
이벨은 그런 아수라의 공격을 맞받아치면서 신음성을 흘려야만 하였다.
그의 공격이 강맹한것도 있지만, 자신이 직접 치우와 싸우려던 순간에 갑작스런 방해를 받으면서 당황한게 매우 컸다.
"클클클! 상황이 역전되었군! 끝까지 잡고 늘어주마!"
아수라는 이벨과 스캇이 눈으로 전달한 대화를 캐치하였고, 여기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고의 활약은 이벨의 다리를 조금이라도 더 묶는 것임을 확신하였다.
다른 이능력자들이 자신을 공격하면 결국 이벨을 보내줘야만 한다.
하지만, 그때까지 1초든, 10초든, 조금이라도 이벨을 늦게 보낸다면 치우의 손에 죽는 펜타곤 히어로들의 숫자가 늘어난다고 판단한 것이다.
아수라의 판단은 매우 정확하여, 이벨의 움직임을 아주 약간이나마 늦춰 치우를 상대하는 펜타곤 히어로들의 피해를 급증시키는데 큰 역할을 하게 되었다.
============================ 작품 후기 ============================
지금까지 나온 유물급 아이템들이 하나같이 유명한 신화속 무기다보니 착각하실법도 한데, 유물은 까놓고 말해서 '특별한 유래나 신화 없이 그냥 오래된 물건도' 유물이 될 수 있습니다.
셀리가 착용한 유물처럼 무명의 권법가가 사용하던 각반, 무명 장군의 권갑이 바로 그 증거.
흠...폴아웃마냥 링컨 리피터같은 총기류 유물들도 함 설정해볼까요?
대신에 이런 총기류 유물은 역사의 깊이가 매우 낮아서 제 뇌내 설정에 의하면 8급이 한계임다.
특정한 영웅의 무기라면 어느정도 어드밴티지를 받겠지만, 님들이 생각했을때 총을 무기로 한 영웅이 떠오르나요? 영화나 그런거 말고 진짜 실존 인물 중에서.
것도 전략전술을 사용하는 지휘관같은게 아니라 단지 총을 사용하여 역사를 만들어낸 영웅.
저는 안중근 의사밖에 생각이 안나네요. 다른 나라 역사에 있으면 알려주세요. 유물 무기 설정에 참고좀 하게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