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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장
"……."
병실안.
팔이 잘려나간 것을 다시 이어붙이는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치게 되었지만, 펜타곤이 정부와 손을 잡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그는 충격을 크게 받았는지 멍한 표정으로 창문 밖만 보고 있었다.
생체 나노 슈츠를 입으면 재생 능력을 통해 금방 회복되겠지만, 매그너스는 어째서인지 슈츠의 착용을 거부하면서 병실에 누운채로 허송세월만을 보냈다.
그가 슈츠의 착용을 거부하는 이유는 이어붙여진 팔에서 간간히 느껴지는 고통 때문이였다.
이 고통을 그냥 휙 나아버리면 자신을 위해 죽어간 이들의 목숨조차 가벼워질것 같았기에, 그리고 펜타곤을 향한 분노가 가벼워지지 않을까 싶어 일부러 고통을 계속해서 느껴, 그 감각을 몸에 새기기 위함이였다.
대통령은 펜타곤에 반감을 가진 그가 괜히 나서면 일이 복잡해질것이라 판단, 스스로 병실에 더 누워있고자 하는 의사를 존중해주면서 펜타곤과의 협약을 조율하는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힘없이 멍한 표정으로 창문 밖을 보고 있는 매그너스의 머릿속에는 오직 한가지 의문만이 떠오르고 있었다.
'나는…이제 뭘 해야 하는걸까…….'
솔직히 말하자면 자신은 운이 매우 좋았다.
이능력을 얻지 못하여 절망하던 자신에게 운좋게 생체 나노 슈츠와 헬게이트를 만들어줄 수 있는 기술력을 지닌 진우와 만나게 되었다.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서 강렬한 임팩트를 줘야만 한다고 판단하여 대통령 관저를 침입하였고, 즉시 사살을 당하거나 감옥에 쳐박혀도 할말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대통령은 자신의 '초인등록법안' 의 내용을 듣고 지지해주었다.
그야말로 운이 따라줬기에 가능한 일들이다.
하지만, 그 운도 마지막에는 모두 나가떨어지고 말았다.
갑자기 튀어나온 외계 괴물에 의해 헬게이트는 파괴, 대통령은 국민의 목숨을 도박용 칩으로 삼을 수 없다면서 펜타곤과 손을 잡았고, 헬게이트의 제작자인 진우는 본인 특유의 자유분방함을 이기지 못하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이런 상황에서 매그너스는 '자신은 이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하는가' 에 대한 의문이 떠오르게 되었지만, 며칠을 궁리해도 답을 내놓을 수 없었기에 절망하고 있었다.
무력감.
그는 뉴욕에서 가장 잘나가는 무역회사를 운용하는 중이지만, 세계를 주무르는 로스차일드 가문에 비하면 새발의 피 수준이다.
생체 나노 슈츠를 통해 나름 뛰어난 이능력자 수준의 힘을 가지게 되었지만, 문자 그대로 '나름 뛰어난' 이지, 세계에서 이름을 날리는 상위권 클래스에 들어가기엔 힘들다.
거기다가 회심의 비책으로 만든 초인등록법안이 폐지되면서, 그는 더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
'이대로 치료가 완치된다면 내 역할은 진우와 정부, 펜타곤과의 중간 지점에서 중개하는게 전부겠지.'
진우라는 인간이 워낙 제멋대로라서 누군가가 중개하는 역할을 맡아야만 하니, 이 일에 대한 불만은 그다지 없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자신이 할 수 있는게 방금 설명한 저것이 끝이라는 것이다.
싫다.
겨우 그것만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전부라고 인정하는 것이 싫다.
정치질을 이용해 자신의 초인등록법안의 폐기를 조건으로 손을 건낸 펜타곤도 싫고, 그 손을 잡은 정부도 싫다.
그런데 어쩌라고?
일개 개인이, 그것도 압도적인 금력, 권력도 없는 존재따위가 싫다고 지껄여봤자 누가 듣기라도 할까?
"나는…나는……!"
자신의 한계를 인지한 매그너스는 더더욱 큰 절망에 빠졌다.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는 무력감에 지배되어 절망하려던 순간,
부즈으응---
"?"
가까운 탁자 위에 올려져 있던 휴대폰이 진동을 일으키기 시작하였다.
혼자서 조용히 있고 싶어서 진동 모드로 만들어 두었기 때문이다.
매그너스는 휴대폰을 잡아서 발신자를 확인한 순간, 두 눈이 희둥그래졌다.
'진우……!'
답답한곳은 싫다면서 어디론가 휙 사라졌던 진우가 자신에게 전화를 건 것이다.
매그너스는 자신도 모르게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머릿속에서는 '왜 두리번거렸지?' 라고 생각하였으나, 그는 그런 의문을 한 쪽 구석에다가 밀어두었다.
곧바로 전화기가 그려진 녹색 바탕의 그림을 드래그한 매그너스는 곧바로 입을 열었다.
"진우인가?"
-여, 간만. 보니까 헬게이트를 부셔먹었더라? 대체 뭐랑 싸운거야?-
"너도 알겠지만 외계 괴물이 튀어나와서 그 놈들과 싸우다보니 어쩔 수 없었다."
-헤에~ 그 외계 괴물 말하는거구만. 하긴, 아주 난리가 나서 정보 통제고 뭐고 그냥 다 까발려지긴 했지.-
"그보다 이렇게 전화를 했다는 것은 다시 돌아오겠다는 건가?"
-바로는 아니고 적당히 놀다가 들어가려고. 헬게이트가 파괴되었으니 한동안 각잡고 일해야지 않겠어?-
거기까지 확인한 매그너스는 그가 아직 생산 기지로 향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거기가 어디지? 지금 당장 내가 그쪽으로 가겠다."
-아놔, 적당히 놀다가 돌아가겠다니깐 왜 찾아오고 그려?-
"그런게 아니라…일단 만나서 대화를 나누고 싶은게 있다."
-…알겠다. 그럼 내 위치를 말해주지.-
전화기 너머의 목소리에서 왠지 모를 다급함과 진중함을 느낀 진우 또한 목소리의 톤이 바뀌었다.
매그너스가 진우를 싫어하지 않는 이유가 바로 이런 부분도 포함되어 있다.
분위기도 읽지 못하는 경박한 떠벌이에 불과했다면 매그너스는 진우의 그런 행동을 못마땅하면서 인격적으로 신뢰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경박해보이는 겉보기와 달리, 진우는 상대방이 진지해진다면 자신또한 진지하게 대응해주는 정상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
지금의 전화가 바로 그 증거로, 그가 남들이 생각하는 '매너없고 경박한' 인격적 쓰레기였다면 어쩌라는 식으로 대꾸하고선 전화를 끊었을 것이다.
어쨌든, 진우의 위치를 확인한 매그너스는, 전화를 끊고선 곧바로 몸을 일으켰다.
"크윽!!"
잘려진 팔 부위가 욱씬거리지만, 매그너스는 어금니를 꽉 깨물면서 몸을 일으켰다.
"후욱…후욱……!"
그 고통으로 온 몸에서 땀이 비오듯 흘려내렸지만, 매그너스는 고통을 무시하면서 자신의 물건이 있는 한 쪽 구석에서 짐을 뒤적거렸다.
짐에서 나온건 생체 나노 슈츠.
너무나 손쉽게 이 부상이 회복된다면 목숨을 걸고 싸운 군인들의 죽음 또한 손쉽게 잊혀지지 않을까 두려워 입지 않았지만, 이런 몸 상태론 가는 도중에 고통으로 체력을 빼앗기거나 의식을 놓을것 같았기에 억지로 슈츠를 입기 시작하였다.
"끅…끄으윽……!!"
잘려진 팔 부위를 슈츠로 밀어넣을때마다 팔이 뜯겨져나가는 고통이 느껴진다.
당연히 마취제를 맞았지만, 그 마취제로도 고통을 모두 억제하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어찌어찌 생체 나노 슈츠를 착용하자, 온 몸에서 활기가 느껴짐과 동시에 잘려진 팔쪽이 근질근질 거리기 시작하였다.
재생을 시작한 것이다.
꼬르르륵--
"큭!"
재생 능력은 손상된 부위를 새로 만들면서 많은 영양분을 소모하기 때문에, 배속에서 무언가가 안을 찌르는듯한 고통과도 같은 굶주림을 느끼게 되었다.
그는 과일같은 병문안용 선물을 냉장고에 뒀다는 것을 기억하고선 후다닥 달려나가, 냉장고 안에 있던 과일들을 꺼내서 껍질째로 씹어먹기 시작했다.
와삭와삭--
꼬르르륵--
미친듯이 과일을 씹어먹는데도 불구하고, 배속에서는 걸신이라도 들린것 마냥 계속해서 더 많은 영양분을 달라고 소리친다.
'그래, 내가 원했던건 처음부터 똑같았어. 고뇌할 필요도,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고.'
며칠동안 고심했었던 질문인 '이제부터 무엇을 해야 하는가' 에 대한 답.
그것은 그가 진우의 전화를 받았을때 주변을 두리번 거렸던 이유도 그 답과 관계가 있었다.
'싸운다. 투쟁한다. 그리고, 내 손으로 히어로라는 놈들의 가면을 벗겨낸다.'
그렇다. 자신의 목표는 처음부터 끝까지 변함이 없었다.
그러기 위해선 힘이 필요하다.
이제는 정부와 손을 잡게 되면서, 공권력조차 등에 엎게 된 히어로들을 상대할 힘이.
그리고, 그 힘을 줄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인 진우와 통화를 할 수 있게 되면서, 자신도 모르게 주변을 두리번 거렸던 것이다.
'히어로들은 세상으로부터 '정의' 라고 불리우고 있다. 국가의 힘으로 놈들의 가면을 벗겨내려 하였지만, 놈들의 정치질에 내가 계획한 초인등록법안은 폐지되어 버렸다.'
매그너스는 팔의 상처가 재생되어, 영양분을 계속해서 빼앗겼기에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프는 기현상을 느끼고 있었지만, 무언가를 먹는다는 행동으로 인해 활기를 다시 되찾아가게 되었다.
'내 개인의 평판따윈 알바 아냐. 세상이 나를 '악' 이라 손가락질 해도 나는 반드시 히어로놈들의 가면을 벗겨내고 말겠다!'
히어로들은 단지 운좋게 힘을 얻고 잘난척을 하는 쓰레기들이다.
진짜로 목숨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 오면 자신이 지켜야 하는 시민들조차 버리고 도망치는 쓰레기들.
그는 사회의 혼란같은걸 노리는게 아니다.
단지 자신의 목숨을 걸고서라도 정의를 지키기 위해 싸우고자 하는 진짜배기 히어로들을 원하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은 그 진짜배기와 가짜들을 골라내기 위한 채가 되기로 다시 한번 결심하게 되었다.
비록, 그 길의 끝이 악당이라 손가락질 받는 최후라 할지라도.'
'일단 진우와 만난다. 그리고 집과 회사를 정리한다.'
만약, 진우와 만나지 못하여 평생을 히어로에 대한 증오심을 간직한채 살아갔다면 계속해서 무역 회사의 사장으로 남았겠지만, 지금은 다르다.
자신의 힘으로 목숨이 오가는 전투를 벌였고, 그 전투를 위한 힘을 얻어서 사용까지 해보았다.
스릴을 즐기는 사람이 평범한 생활을 견디기 힘든것처럼, 강한 힘을 사용하여 생사가 오가는 전투 경험을 온 몸으로 맛보게 된 매그너스는 다시 평범한 무역 회사 사장으로 돌아가는 것을 거부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 너머엔 앞으로 자신이 나아갈 길이 회사 사람들에게 악영향을 끼치지 않게끔 하기 위한 마음도 섞여있었다.
게다가 함께 생활하던 모든 고용인들이 수수께끼의 침입자에게 모두 죽어버렸기에, 더이상 저택을 유지할 이유도, 마음도 사라지게 되었다.
그렇게 과일을 모두 먹어치웠지만, 그래도 공복감을 느낀 매그너스는 진우와 만나면 일단 뭐라도 먹어야겠다 생각하면서 옷을 갈아입고 밖으로 나섰다.
"미끼가 움직였다."
그리고, 그런 그의 모습을 창문 밖에서 감시하고 있던 누군가가 휴대폰을 사용하여 매그너스가 움직였다는 사실을 전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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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
"어, 왜."
길거리에서 핫도그를 사서 미국의 길거리 음식 탐방을 시작하던 진우는 신의 부름에 반쯤 건성으로 대답하였다.
"솔직히 말해서 저는 매그너스, 그 작자를 이용하자는 페리샤의 계획이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정부는 이미 초인등록법안을 버렸으니 그의 역할도 거기서 끝 아닙니까?"
신은 매그너스에게 아무리 힘을 실어줘봤자 좀 잘 나가는 무역 회사 사장에 불과한 그가 얼마만큼의 영향력을 끼칠지 의심스러웠다.
"확실히 지금의 매그너스의 영향력은 거의 제로에 가깝지. 하지만, 그 녀석은 반드시 어딘가에 쓸모가 있다는 것은 확신하고 있다."
"그건 어째서입니까?"
"음…네가 그렇게 물어보니까 좀 의외네."
진우는 오히려 신이 이런 사실을 모른다는게 이상하다는듯이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일단 물어는 봤으니 설명을 해주었다.
"그 녀석은 너와 같은 부류다."
"그가…제가 말입니까?"
"성격, 가치관, 모두 다르지만, 너와 그 녀석은 공통점이 하나 있어."
매그너스와 남궁 신의 공통점 그것은,
"두 사람 모두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는다는 것이지."
그렇게 말한 진우는 신을 향해 다시 입을 열었다.
"만약, 누가 너에게 엄청난 거금을 주면서 나를 배신하라고 하면 어떻게 할거냐?"
"그딴 말을 지껄인 새끼를 죽여버립니다."
신은 자신을 회유하려던 교섭가들의 모습을 떠올렸는지, 미미하게 증오와 살기가 어우러진 눈빛을 띄게 되었다.
"그치? 나를 향한 충성심이 너의 신념이듯이, 히어로들에게 받은 트라우마를 바탕으로 한 증오심이 매그너스의 신념이야. 그리고, 녀석이라면,"
거기서 잠시 말을 끊은 진우는 핫도그를 한 입 넣으면서 맛을 보았다.
"음, 아키랑 이실리아의 요리도 맛있지만 가끔씩은 이런 저급의 길거리 음식도 괜찮네."
아무리 영양많고 맛좋은 음식을 맨날 먹는다 해도, 가끔씩은 싸구려 음식이 땡길때가 있다.
진우는 길거리 핫도그의 맛을 음미하고선 다시 입을 열었다.
"녀석이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지금의 상황을 반전시키거나, 자신의 신념을 어떻게든 꺽이지 않게끔 머리를 굴리고 있을거야. 녀석이 나와 만나기 위해 직접 찾아오는것 자체가 그 증거라고."
강한 신념을 가진 이들은 하나같이 타협을 하지 않는 외골수적인 성향이 강하다.
그런 외골수들은 길이 막히면 멀리 돌아서라도 전진하려 하거나, 장애물을 뚫고자 노력하는데, 진우가 본 매그너스는 장애물을 뚫어버리는 유형이였다.
만약, 현실이라는 이름하에 타협하고 자신의 신념을 굽힌다면 겨우 그정도밖에 안되는 남자인 셈이니, 일단 그와 만나서 대화해볼 가치는 충분히 있다.
"녀석은 반드시 신념을 굽히지 않을거다."
진우는 매그너스가 과연 어떻게 말할지 기대하면서 그가 도착하기를 기다리며 길거리 음식 순회에 나섰다.
============================ 작품 후기 ============================
아 슈발 ㅡㅡ
선작 2만 넘었으니 이미지 메이킹좀 해보려고 했는데 독자놈들이 안 도와주네 ㅅㅂ
다른 작가들이 요래 지껄이면 당장 신고 먹어서 난리났을텐데 나는 여기서 독자들한테 씨발개새끼지랄옘병 욕 다 해도 신고는 커녕 키배도 안 일어나;;
왜 내 글 독자놈들만 이따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