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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장
"손 진우, 김 건호, 그 두 사람이 삼태극의 일원이라고?"
"정확히는 손 진우, 그 자체가 삼태극입니다."
"그게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군."
펜타곤과 여러가지 부분을 조율하기 위해, 펜타곤의 다섯 리더 중 한 명인 그리핀과 얼굴을 맞대고 대화하던 제이콥 대통령은 뜬금없는 소리에 두 눈이 살짝 일그러졌다.
그와 동시에 펜타곤이 헬게이트의 제작자를 처리했을때의 이득, 혹은 미 정부로부터 무엇을 얻으려는지 정치적인 계산을 시작하였지만,
"저희들은 정부와 정치적인 부분으로 대립하고자 하는게 아닙니다. 그 증거로 이것을 보여드리지요."
그리고선 그리핀은 미리 가져온 탭북의 화면을 통해, 미리 재생 준비를 한 동영상을 보여주었다.
그것은 과거, 펜타곤이 세계의 질서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영향력을 지닌 수장들을 초대했을 때의 영상으로, 그랜드 아크와 치우가 '인사' 를 하기 위해 서로를 향해 주먹질을 날리는 장면이였다.
퍽! 째캉!!
그랜드 아크의 공격이 치우의 안면을 가격하였고, 그 충격으로 치우의 가면이 깨지면서 그의 얼굴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진우……!!"
그랜드 아크와 싸우면서 얼굴을 드러낸 장본인은 헬게이트의 제작자와 똑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참고로 이 영상은 필요없는 부분을 제거한 편집본이긴 하지만, 영상 자체에 합성같은건 하지 않았습니다. 확인을 하시겠다면 가져가셔도 좋습니다."
그리고선 한 쪽 책상 위에 탭북을 올려둔 그리핀의 모습에서 확고한 확신을 느낀 대통령은 심각한 표정으로 눈동자를 뒤룩뒤룩 굴려나갔다.
"그가 치우였다니……. 아니, 애초에 왜……?"
치우가 마음만 먹었다면 자신은 언제든지 그의 손에 죽을 수 있는 환경속에 있었다는 것도 놀랐지만, 그 전에 세계를 상대로 싸움을 건 치우가 미 정부를 도와줬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여 당황스런 마음이 더욱 컸다.
"치우는 초인등록법안으로 정부와 펜타곤이 대립하자, 정부에 힘을 실어줘서 우리와 더더욱 격렬한 전투를 치루도록 유도할 생각임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그도 예상치 못한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외계 괴물……."
"예. 외계 괴물이 모습을 드러내 사람들에게 큰 공포감을 준 것이지요. 덕분에 좀 더러운 수를 썼지만 초인등록법안 철퇴를 요구하여 치우의 계획을 방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핀 본인도 위기를 자신들의 기회로 삼은것을 '더러운 수' 라고 생각할 정도로 비열한 행위였으나, 어떻게 해서든 삼태극의 손아귀에서 노는 것을 벗어나야만 하였다.
"아마 계속 대립하는 도중에 이런 정보를 넘겼다면 오히려 자신들의 사이를 이간질하고 갈라놓으려는 수작으로 생각했겠지요."
그리핀의 말대로다.
만약, 펜타곤과 대립하는 도중에 그들로부터 이런 영상을 받으면 교묘하게 조작한 영상이라 판단하였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한 편이 되었는데 굳이 이렇게 조작된 영상을 내놓아 뛰어난 기술을 가진 기술자를 모함할 이유는 없다.
"마치 추궁하는듯한 말투라서 죄송합니다만, 그 자를 대리고 온 사람은 누구입니까?"
"매그너스…매그너스 그라임. 헬게이트의 조종사지."
제이콥 대통령은 치우를 대려온 매그너스 또한 삼태극의 일원이 아닐까, 라는 의심에 사로잡히기 시작하였다.
"헬게이트……. 히어로고 빌런이고 모두 공격하면서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골치가 아팠던 그 인물 말이군요."
헬게이트는 빌런들을 잔인하게 죽이고, 히어로들까지 공격하여 빈사 상태까지 괴롭히듯이 공격하면서 빌런, 히어로 둘 다에게 꽤나 많은 미움을 받는 독특한 인물이였다.
어찌됐든간에 치우로부터 헬게이트를 받았고, 그의 도우미 역할을 도맡아 하던 매그너스의 행동은 대통령에게 강한 의심을 가져다주었다.
거기다가 성격이 지랄맞아서 다들 다루기가 곤란한 진우와 정부의 중간 다리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였으니, 그 의심은 더더욱 커질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100% 확신할 수 없는 이유가 있는게, 대통령 자리까지 차지할 정도로 정치판에 구르다보니 사람 보는 눈은 확실하다고 자부하게 된 그의 눈으로 봤을땐 매그너스는 삼태극처럼 극악무도한 족속들하고 어울리기엔 불가능한 인물이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렇게 의심스러운 인물을 곧이 곧대로 믿기엔 무리가 있으니 머리가 복잡해질 수 밖에.
"그가 삼태극과 손을 잡았는지, 아닌지는 지금 당장 확신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치우와 연관이 있는건 분명하니 그 부분을 추궁해서 그가 이용당하고 있는지, 아니면 정말로 삼태극과 협력하는 중인지 확인해봐야 겠습니다."
그리핀의 말은 정론중에서도 정론이였다.
일단 그가 돌아오면 추궁을 하든지 말든지 결정하였지만, 문제는 치우였다.
"진우라는 그 자가 치우라면…다시 여기로 돌아올 일은 없겠군."
"그렇습니다. 그는 겉보기엔 단지 힘만 있는 멍청이로 보이지만, 조직 내에 세계를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수준의 두뇌가 존재하며, 치우는 그 두뇌를 통해 자신에게 최대한의 이득을 얻는 방향을 취합니다. 그가 다시 돌아올 일은 절대 없을겁니다."
그리핀은 치우가 돌아오지 않을것이라 확신하였고, 대통령 또한 그 부분에 대한 의견이 일치하였다.
"후우…치우…그 자에게 속고 있었다니……. 죽은 사람들에겐 정말 미안한 소리지만, 외계 괴물이 나타나줘서 정말로 다행이군. 그 괴물들이 아니였다면 미국은 삼태극과 싸우기도 전에 힘을 잃을뻔 했어."
만약, 삼태극의 손아귀에서 놀고 있었다면 펜타곤과 정부측 모두 힘을 스스로 깍아먹는 최악의 결과를 초래했을 것이다.
이 부분은 강하게 추궁할 수 있는 큰 문제이며, 대통령의 분명한 오판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한 배를 타야만 하는데 굳이 서로 감정을 상하게 만들 이유는 없다고 판단한 그리핀은, 이번 기회로 자신들이 정치적인 계산 따윈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려주고자 입을 열었다.
"지금이라도 놈들의 계획을 막을 수 있게 되었으니 다행입니다. 어찌됐든간에 치우가 남긴 기술은 어떻게든 큰 도움이 될테니 연구를 해보는게 좋겠습니다."
치우는 외계 괴물의 등장을 예상하지 못하였기에, 정부와 펜타곤의 싸움을 격화시키기 위해 자신이 만든 기술의 잔재를 남기고 말았다.
그가 남긴 것들을 연구하거나 역설계하면 분명히 큰 도움이 될 것이라 판단한 그리핀과 제이콥 대통령은 양측 기술자들로 하여금 힘을 합쳐서 당장이라도 연구에 들어가자고 말을 맞추었다.
일단 서로 조율할게 많지만, 삼태극의 위험과 칼리 제국의 침략을 막기 위해서 의기투합하여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선에서 협약을 하나하나씩 조율해 나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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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로부터 어떤 식의 무장을 사용하는지에 대한 문제로 열띤 토론을 한 매그너스는, 헬게이트의 무장보단 빈약하지만 잘만 관리하면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무장을 확인하고선 자신의 회사와 집을 팔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그가 그렇게 움직일 무렵, 진우 또한 지하드로 되돌아왔고, 페리샤에게 자신이 알게 된 정보를 모두 내주었다.
"매그너스는 끝까지 히어로들을 향해 적대감을 가지고 있군요. 이건 예상외의 소득이네요."
"히어로 자체를 증오하는건 알고 있었지만, 정부와 대립각을 세워서까지 자신의 이상을 펼칠거라곤 나도 예상못했어."
그리고선 진우는 매그너스에게 그가 사용할 무장을 만들어주기로 약속했다는 사실도 알려주었다.
"잘 하셨습니다, 주인님. 일이 모두 틀어진 이상, 적의 전력을 조금이라도 깍아먹어야 하는데 매그너스는 바로 그 역할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니까요."
애초에 이능력자는 군인들마냥 훈련을 통해 양산할 수 없는 전력이고, 설령 이능력을 얻어도 누군가를 죽일 각오를 새겨넣는것과 전투용으로 훈련하는 것에도 나름 시간이 걸린다.
쓸만한 물건을 내주면서 히어로 다수를 재기불능으로 만들 수 있다면 남는 장사다.
"그런데 매그너스는 그동안 뭘하고 있겠답니까?"
"회사와 집을 모두 처분한다고 하더군. 그리고 남는 시간은 조금이라도 강해질 수 있게끔 무술을 배운다던가?"
"다행이군요. 그런것까지 일일이 다 설명해야 할 정도로 바보가 아니라서."
페리샤 또한 매그너스의 회사와 집이 그의 약점으로 잡히는 것을 우려하였다.
만약, 그것도 모르는 머저리였다면 아마 그를 이용하는 계획에 큰 기대감은 가지지 않았으리라.
"그런데 집과 회사를 처분하는 도중에 정부측에게 붙잡히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정부측에서도 주인님이 치우라는 것을 이제 모를리가 없으니까요."
"걱정말어. 그동안 신에게 매그너스를 호위하라고 붙여뒀거든."
"아, 어쩐지 신님이 보이지 않는다 싶었는데……. 옳은 판단이십니다."
지금쯤 정부측에선 매그너스가 삼태극의 일원인지 아닌지 확신을 못하는 상황이겠지만, 그가 자신의 회사와 집을 처분하는 움직임을 보인다면 사정이 어떻든간에 일단 잡아들려고 할 것이 분명하다.
"자~ 그럼 나는 슬슬 이무기년을 조교하러 가보실까나~?"
"신님이 안 계시는데 괜찮겠습니까?"
페리샤는 슬슬 이맘때쯤이라면 이무기를 조교할 것이라 예상하였지만, 이무기가 가진 주술이라는 힘은 미확인된 부분이 너무 많다보니 걱정이 먼저 앞서는것도 무리가 아니였다.
"뭐, 주술의 힘이 미확인된 부분이 많아서 걱정하는건 좋은데, 신도 그렇게 생각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봉인 마법을 걸어뒀잖아? 게다가 이무기의 몸을 가졌을때도 내가 직접 죽였고."
거기까지 말한 진우는 진중한 표정으로 뼈소리가 우득우득 나오게끔 손을 강하게 쥐어보였다.
"그런데 그 때의 몸보다 더 약해빠진 요괴 몸뚱아리로 들어간 암컷을 내가 무서워할 것 같나?"
"주인님께선 충분히 오만하셔도 되는 분이십니다."
페리샤또한 진중하게 고개를 꾸벅이면서 충성심과 존경심이 우러나오는 자세와 목소리로 대답하였다.
진우는 어찌보면 자신같은 두뇌파에게 있어 가장 이상적인 주인이다.
두뇌파가 가장 활동하기 껄끄러운 주인은 어느정도 배운 인물이라서 자기 자신에 대한 자긍심이 강한 인물로 이런 종류의 주인의 두뇌 역할을 맡는다면 자신도 배운게 있다보니 이상한 부분에서 딴지를 걸고 넘어간다.
게다가 듣기 싫은 직언을 들으면 오히려 짜증을 내면서 제안한 선택지의 반대쪽을 선택하는 경우가 있는데, 예전 그녀가 섬겼던 주인인 그랜드 아크의 딸, 리피가 바로 이런 종류의 리더다.
그렇다고 무식하고 말 잘듣는 주인을 모시면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자신이 처리해야 하니까 귀찮다 못해 짜증이 난다.
그에 반해 진우는 어느정도 배우긴 하였지만 자신의 부족함을 분명히 인지하고, 자신이 나서야 하는 부분과 조언가의 조언을 받아야 하는 부분을 확실히 구분짓는데다, 조언가의 직언을 아무리 받아도 그것이 자신을 위해서라는 것을 알고 있다면 아무리 강도 높은 직언이 터져나와도 기분나빠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 직언은 페리샤의 실수였다.
아무리 주술이라는 미지의 힘을 사용하는 적이라지만, 그 적은 진우가 힘으로 깨부수면서 처리하였고, 전보다 훨씬 연약한 몸으로 들어간데다 남궁 신이 봉인 마법으로 주술을 최대한 억제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우를 걱정한다는 것은 약해진 몸 + 봉인된 힘을 가지고 있는 암컷을 오히려 진우보다 더 무서운 상대라고 판단하였다는 뜻이다.
"중요한 일이 있으면 불러라."
"예. 그럼 편히 즐기시기 바랍니다."
다행히 진우는 필요 이상으로 페리샤의 실수를 추궁하지 않았고, 그녀는 긴장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며 대답하였다.
지잉-
그렇게 함교 밖으로 나서자, 페리샤는 자신도 모르게 크게 숨을 내쉬었다.
"하아……."
워낙 대하기 쉬운 주인님이라서 깜빡 잊었지만, 할때는 정말 제대로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짜릿했어……."
하지만, 페리샤는 진우가 쏘아보내던 기세를 느끼고선 뭔가 황홀해하는 표정으로 허공을 멍하니 올려다보았다.
"주인님이 평소에도 저렇게 진심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그랬다면 세계 정복은 일주일안에 할 수 있을텐데……."
진우가 세계 정복을 하는 이유는 재미나게 놀기 위한 장난이 반, 본인의 정복욕이 반이다.
만약, 진심으로 세계 정복을 한다면 미국이 아니라, 아시아 지역을 전부 굴복시킨후에 그 자원으로 유럽을 공격하여 세계 경제를 엉망진창으로 만들어버리면서 세계가 스스로 무너지게끔 만들 수 있다.
화폐가 화장실 종이만도 못하는 세상이 된다면 경제가 무너지게 되고, 그 혼란한 틈을 이용하여 삼태극이 이리저리 찔끔찔끔 공격하면서 생산 활동까지 방해한다면 게임 오버다.
하지만, 진우는 자신의 정복욕을 즐기기 위해서 자신이 정한 국가 외엔 침략을 하지 않았고, 일본과 중국이 무너지면서 세계 경제가 휘청거리긴 하지만 어떻게든 추스릴 수 있을 정도는 되었다.
그렇기에 페리샤는 진우가 방금전처럼 강렬한 기세를 뿌리며, 진지하게 세계를 정복하고자 움직이는 것을 상상하면서 일종의 대리만족감을 느끼고 있었다.
"뭐……. 택도 없는 소리긴 하지만."
진우가 자신의 여자들을 안지 않고 세계 정복에만 몰두한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판타지나 마찬가지.
그렇기에 페리샤는 한 숨을 내쉬면서 방금전에 느낀 주인님의 진지한 기세를 몸에 새기며 스스로 자위하는 수 밖에 없었다.
"아아…주인님…주인니임……."
'…저분도 슬슬 맛이 가는것 같은데.'
그리고, 페리샤의 그런 모습을 보고 있었던 마스지드는, 그녀 또한 처음의 냉철한 모습은 눈씻고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망가졌다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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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폰 내놓으라고 쓰긴 썼는데...설마 이렇게 반응이 좋을줄은 몰랐네...
솔직히 어디서 감히 쿠폰 내놓냐 협박질이냐 화내는 사람이 한 두명은 있을줄 알았는데;;
다들 이 몸이 가진 매력에 푹 빠졌구만!
...글을 쓸때마다 나의 무언가가 깍여나가는것 같은 이 느낌은 대체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