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미트 브레이커-729화 (729/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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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장

몇 분전.

쿵! 콰콰쾅! 우직!

절대 인간들의 싸움에서 들리면 안되는 굉음들과 함께, 무언가가 으스러지고 박살나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뒈져 씨발놈아!"

레드 후드라는 빌런은 언제나 피처럼 새빨간 후드티를 입고 있는데, 부하들도 그와 마찬가지로 붉은 후드를 입고 있다.

그 중에서 신체 강화 3등급의 힘을 가지고 있는 졸개는 손잡이까지 통짜 쇠로 만들어진 슬레지 해머를 야구 방망이처럼 크게 휘두르며, 눈 앞에서 기묘한 자세를 취한 남자의 머리통을 박살내고자 하였다.

하지만, 기묘한 자세를 취한 남자는 손등으로 슬레지 해머를 향해 날려보냈고, 손목을 부드럽게 휘저어보였다.

"어억!?"

콰앙!

기교 없이 그냥 무식한 힘으로 전력 풀 스윙을 하는게 전부인 졸개는, 남자의 손목 스냅에 힘의 궤도가 비틀리면서 가로 방향으로 휘두르던게 세로 방향으로 바뀌어 애꿎은 콘크리트 바닥을 박살냈다.

"어…어……?"

자신은 분명 이상한 똥폼을 잡는 놈의 관자놀이를 슬레지 해머로 박살내고자 크게 풀 스윙 하였다.

그런데 왜 갑자기 내리꽂는 자세가 되어버린거지?

빠각-!

"컥……!"

그 의문을 해결할 시간은 그에게 주어지지 않았다.

기묘한 폼을 잡은 남자가 손바닥으로 그의 턱을 빗겨치면서, 뇌가 흔들려 그대로 의식을 잃고 힘없이 쓰러지고 말았으니까.

"흠. 역시 실전이 낫군."

자신을 향해 죽이겠다는 의지와 근육을 최대치로 전개한 적과의 싸움.

아론은 레드 후드의 졸개 하나를 간단히 처리한 후, 이 감각을 잊지 않게끔 노력하였다.

"응?"

그 때, 누군가가 자신들을 감시하는듯한 묘한 느낌을 받게 되었다.

'누군가가 보고 있다?'

멀리서 히어로들과 빌런들의 격돌을 구경하고 있는 사람들의 눈빛이 아니다.

마치 허튼짓을 하는지, 아닌지 확인하는듯한 감시자의 눈빛.

"어이! 정신차려 신참!"

아론이 멍하니 있자, 난전중에 기회를 잡은 빌런 하나가 그를 향해 염동력을 사용하였다.

붉은 머리를 모히칸으로 만들고 코와 귀, 입술에 고리를 걸어보인 불량스런 복장과 분위기의 남자.

염동력을 날카롭게 가공하여 상대방의 몸 여기저기를 찔러 피투성이로 만드는 것으로 악명높은 빌런, 블러드 핀드가 자신을 상대하던 X-Force 대원을 부하들에게 견제하도록 하고선 멍하니 있는 아론을 타겟으로 잡은 것이다.

그를 상대하던 X-Force의 대원은 블러드 핀드의 부하들 때문에 멀리서 정신차리라고 소리쳤지만, 아론은 여전히 다른 곳에 집중하고 있었다.

'젠장! 낙하산으로 온 새끼는 이래서 싫다고!!'

아무런 실적도, 활약도 없이 단지 위에서 내려 보낸 낙하산.

설마 오로지 실력이 되어야만 들어오는게 가능한 X-Force에 낙하산이 오리라곤 상상도 못했지만, 정부, 그것도 엄청 높은 곳에서 내려온 명령이였기에 어쩔 수 없이 그를 받아들여야만 하였기에, 대원들이 가진 아론을 향한 시선이 고울리가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죽게 내버려둘 순 없는 노릇.

아론의 위기를 목격한 대원은 어떻게든 그를 구원하고자 하였지만, 블러드 핀드의 공격이 우선이였다.

"케헤헤헤헤! 뒈져라!"

하나라도 더 죽이거나 행동불능 상태로 만들어야 이 싸움에서 유리하다고 판단한 그는 뾰족하게 가공한 염동력 덩어리들을 날려보냈다.

"으랴아아!"

"흐차앗!"

그와 동시에 다른 히어로들 몰래 아론의 뒤쪽으로 텔레포터 두 명이 모습을 드러내면서, 칼날에다가 전압이 흐르게끔 마개조한 나이프를 휘둘렀다.

블러드 핀드의 부하들이 대장의 공격을 확인하고 퇴로를 차단한 것이다.

정면에서는 염동력, 후방에는 퇴로를 차단한 기습.

염동력의 힘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가봐도 절대적인 위기 상황.

아론은 그 상황에서도 곁눈질로 자신을 향해 염동력을 사용한 블러드 핀드와 자신의 뒤쪽을 점한 텔레포터 두 명을 확인하고선,

"스으-"

조용히 숨을 몰아쉬더니 두 눈을 감고 블러드 핀드를 향해 몸을 움직였다.

그리고 무형의 기운을 날카롭게 만든 염동력을 향해 손을 휘적휘적 거리는게 아닌가?

왠 개지랄인가 싶은 모습.

하지만, 블러드 핀드의 얼굴이 구겨지면서 다급하게 소리쳤다.

"피해!"

퍼퍼퍼퍼퍽!!

"커…커헉!?"

"대…대장…왜……!?"

블러드 핀드가 날린 날카로운 염동력은 아론을 빗겨나가, 그 뒤쪽을 공격하려던 텔레포터들의 몸에 박혀들어갔다.

그들은 대장의 행동에 의문과 함께 피를 철철 흘리며 쓰러졌고, 블러드 핀드의 인상은 와락 구겨졌다.

"너…방금 뭐한거냐!"

아론이 손을 이리저리 휘적거릴때, 블러드 핀드는 자신이 날려보낸 염동력의 흐름이 망가지면서 이상한 방향으로 날아가는 것을 느꼈다.

이미 아론을 죽였다고 생각하며 다른 누군가를 공격할지 시선을 돌리던 블러드 핀드는 갑작스런 상황에 당황하면서 염동력의 궤도를 바꾸려고 하였지만, 그 때는 이미 늦고 말았다.

염동력의 힘으로 궤도를 수정하는건 염동력자들간의 대결에서 흔히들 나오는 방법이지만, 아론의 방금 그 움직임은 염동력이라곤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과연. 유능제강의 원리는 염동력자에게도 통용되는건가."

아론은 보이지 않는 무형의 기운까지 흘려보낼 수 있는 유능제강의 원리에 감탄사를 내뱉었다.

"뭔 짓을 했냐고 개새꺄!!"

블러드 핀드는 본능적으로 위기감을 느끼면서 아론을 향해 다시 염동력을 사용했지만,

"네 힘은 강력하지만 너무 단순해."

보일리가 없는 염동력의 힘을 피부로 느끼면서 이리저리 피하거나, 방금전처럼 흘려보낸 아론은 블러드 핀드를 향해 빠르게 접근하였다.

쒜에엑-

"히…히익!"

블러드 핀드는 자신보다 압도적인 속도로 달려와 주먹을 휘두르는 아론의 모습에 재빨리 염동 필드를 펼쳐서 방어하였지만,

툭.

아론의 주먹은 아주 가볍게 블러드 핀드의 복부에 올려졌다.

"스흐읍-"

그리고 다시 한번 호흡을 크게 들이마쉰 아론은,

"핫!"

온 몸의 근육을 회전시키며 주먹에다가 모든 파괴력을 집중하여 아주 약간 팔을 뻗었고,

투퍼억!!

"케헤엑!"

배에 옷 너머로 사람의 주먹 형태가 새겨지면서 쏘아져나가 힘없이 바닥에 나동그라졌다.

"대…대장!"

"대장이 당했다!?"

그 모습에 블러드 핀드의 부하들은 당황하면서 기세를 잃었고, 그 모습을 지켜본 X-Force의 대원은 황망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였다.

'뭐…뭐야 그거……? 신체 강화자라고 하지 않았던가?'

X-Force에는 무술을 배운 이들은 아주 많다. 아니, 거의 대부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염동력자라 해도 적이 접근했을때를 대비한 호신술 정도는 배워야 하기에, X-Force 대원들의 대부분이 무술을 아는건 당연할 수 밖에.

그렇기에 아론을 낙하산 취급하던 그는 아론의 보인 모습을 이해하지 못하였다.

그가 알고 있는 무술 지식과 아론의 경지의 차이는 동네 뒷산과 에베레스트 수준이니까.

경지 자체가 다르다보니 기술의 차이가 아니라 이능력의 한 종류라고 생각될 정도였다.

하지만, 타인의 시선따윈 신경쓸 필요도, 이유도 없는 아론은 누군가가 자신들을 감시하는 느낌과, 이곳과는 다른 곳에서 느껴지는 살기를 느끼게 되었다.

'이 사건…누군가가 일으킨거다.'

히어로들과 빌런들을 감시하는 제 3의 눈.

그리고 다른 곳에서 느껴지는 살기.

신과 아수라를 만나면서 스포츠에만 머물러 있던 아론의 경지는 더더욱 뛰어 올라갔다.

'누군지는 모르지만…이용당할 순 없지.'

누가 이런 짓을 벌였는지는 모른다.

그는 생체 나노슈츠라는 힘을 얻기 위해 정부의 개가 된 것은 자신 스스로가 정하였다.

그렇게 정부의 개가 되었으니 정부의 의사대로 이용당하는 것은 참을 수 있다. 그 대가로 자신은 초인의 힘을 얻게 되었으니까.

하지만,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이용당하는 것은 인정할 수 없다는 무술가로서의 자존심이 아론을 자극하였다.

아론은 누구의 짓인진 모르지만 그 계획을 박살내주겠다고 생각하면서 일부러 한 쪽 구석에서 싸우고 있는 빌런과 히어로를 향해 달려나갔다.

"하아앗!"

그리고 마치 초짜인것 마냥 몸을 날려 발차기를 날렸고, 히어로와 싸우던 흑인 남성, 블랙 머슬 이라는 직관적인 별명을 가진 빌런은 귀찮다는 듯이 주먹을 휘둘러 아론의 얼굴을 가격하였다.

"꺼져라!"

"크허억!"

아론은 그 공격을 일부러 맞으면서 힘의 방향으로 쏘아져나가, 건물 사이의 골목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간 아론은 자신을 향해 누군가가 감시하는 감각을 받게 되었다.

"끄…끄으윽……!"

아론은 고통스럽다는 듯이 얼굴을 움켜쥐면서 고통스러워하다가 겁먹은 표정으로 골목길 안쪽으로 들어갔다.

마치 더이상 싸우기 싫다는 듯이.

그 모습에 자신을 주시하는 느낌이 사라지게 되었고, 그 느낌을 확인한 아론은 재빨리 몸을 일으켜 난전이 일어나는 곳에서 떨어졌다.

"…뭐야, 저 녀석……?"

그리고, 그가 블러드 핀드를 쓰러뜨릴때부터 주시하고 있던 X-Force의 대원은 명확하게 설명이 불가능한 아론의 모습에 황당함을 감추지 못하였다.

그의 활약을 지켜보지 못했던 다른 대원들은 낙하산은 역시 낙하산이라면서 신경을 껐지만, 타인에 의한 자신의 평가가 어떻든지 상관없는 아론은 난전이 벌어지는 곳에서 떨어져, 크게 돌아가며 살기가 느껴지는 방향으로 이동하였다.

거기서 그가 목격한 것은,

'매그너스? 그리고 저 녀석들은 또 뭐야?'

예전과 복장이 달라진 매그너스와, 그와 싸우고 있는 여러명의 이능력자들이였다.

모두 하나같이 정예같은 분위기를 풍기고 있는 이능력자들.

놀랍게도 매그너스는 무기와 기습의 묘리를 살려서 그 중 2명을 처리한듯 싶었지만, 나머지 이능력자들은 매그너스의 무기와 능력을 파악하고선 공세를 퍼붓기 시작하였다.

'도와줘야겠군.'

매그너스가 적의 공격에 당하는 모습을 확인한 아론은, 자신을 추천해준 매그너스를 은인이라 여겼기에 아주 잠깐의 망설임도 없이 몸은 날렸다.

그가 없었다면 자신은 재능의 날개조차 펼치지 못한채 썩어갔을테고, 김 건호, 아수라 라는 달인들과 만남으로서 스포츠라는 벽에 막혀있던 자신의 기술을 한 차원 높게 갈고 닦을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진우가 매그너스의 인생을 구원해준 은인이라면, 매그너스는 아론의 인생을 구원해준 은인이다.

"하아앗!"

벽에 금이 새겨질 정도로 강하게 뛰어나가, 십여미터 이상 떨어져 있는 거리를 단숨에 날아간 아론은 기합성을 내지르며 매그너스의 안쪽을 점령하여 공격하고 있는 신체 강화자의 몸을 강하게 가격하였다.

"큭!"

아론의 공격에 당황한 신체 강화자는 주르륵 밀려나가 거리를 만들었고, 상황이 급변하면서 매그너스의 움직임을 억제하던 염동력자들은 재빨리 거리를 벌렸다.

"여어. 간만이구만."

"아론……?"

아론이 어떻게 자신을 찾아왔는지 모르는 매그너스는 뜬금없는 상황에 당황한 표정을 지었지만, 적을 눈 앞에 두고서 조용히 대화를 나눌만한 상황이 아니였다.

"얘기는 나중에. 일단 이 놈들부터 정리하자고."

매그너스는 아론의 등장 덕분에 다시 냉정함을 되찾게 되었고, 로스차일드의 요원들은 계속해서 일어나는 변수에 표정이 일그러졌다.

============================ 작품 후기 ============================

인외물쪽을 보면 왜 다들 고양이, 여우, 개 종류의 암컷들만 의인화 시키는지 모르겠습니다.

독자분들은 저에게 '씨발 사람들이 다 너처럼 벌이나 거미까지 따먹는줄 아냐?' 라고 항의하겠지만, 제가 말하고픈 타입은 그런 마이너한 계열이 아닙니다.

그것은 용족!

존나 프라이드 높고 강력한 용족을 의인화하는 것! 저는 용족을 따먹는 분야가 적어서 너무나 슬픕니다!!

잘 생각해보라고! 존나 강한데다 자존심 강한 용족이 미개한 인간님의 자지에 박혀서 앙앙 대는게 얼마나 상상만 해도 꼴리는데!!

좋아! 인외마경 첫번째 히로인은 난폭한 레드 드래곤의 피를 이어받은 드래고니안으로 결정이다!

능력치는 좋지만 존나 고압적이고 난폭한데다 인간을 미개한 종족으로 취급하는 드래고니안!

처음엔 인간을 깔고앉은 기승위 자세를 취하다가 진우의 테크닉에 스스로 엎드려서 꼬리 달린 엉덩이를 흔들게 만드는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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